
대한민국 최고의 베스트셀링카
쏘렌토 하이브리드가 신형이 출시됐다.
불경기라 차량마다 대기줄이
언제 있었냐는 듯 순식간에 사라지는
2023년 연말인데, 이 차는 말도 안 되게
아직도 대기 14개월 이상이다.
정말 미친 것 아닌가.
베스트셀링카의 새단장은 언제나 빅뉴스.
현행 쏘렌토(MQ4) 출시 직후 타본 바
엔진과 상관없이 전 모델에서
상당히 깊은 인상을 받았었는데,
과연 이 페이스리프트된 더 뉴 쏘렌토는 어떨지.
예전같았으면 SUV니까 디젤 엔진부터
타보는게 정석이었겠다만 지금은 2023년.
이제 하이브리드 모델의 판매량이 압도적이다.
그래서 더 뉴 쏘렌토와의 첫 만남은
당연하게도 쏘렌토 하이브리드.
쏘렌토에게 현재 경쟁모델이라곤
같은 그룹사 내의 싼타페 뿐인데,
라이벌인 싼타페는 부분변경이 아닌
완전 신형 모델(MX5)가 나왔다.
그런 싼타페를 상대로 국민차 쏘렌토 하이브리드가
이번에도 압도적 대기기간을 유지할 수 있을까?
그리고 1년 넘게 기다려서 살 만큼
종전보다 더더욱 좋아졌을까?

장점이야 뒤에 질리게 말할테니
일단 제일 짜증나는 외관부터.
기존 쏘렌토(MQ4)는 남성미 넘치는
멋진 디자인에 테일램프 주위는 머스탱을 연상케 했었는데
도대체 원래의 그 훌륭했던 외관은 어디다 팔아먹고
이렇게 못생기고 시대 흐름 타려다 괴상해진
못난 생김새만 남은 것인지 도무지 이해불가.
기아차의 새로운 디자인 테마가
Opposites United라는데,
무슨 좌파와 우파가 연합했다는것도 아니고
정 반대 개념을 합친 디자인이란다.
제발 기아차는 오글거리는 문체 그만 좀 쓰고
정직한 디자인 언어와 설명으로 승부를 좀 보길 바람.
이 디자인 테마의 특징 중 하나가
'미래를 향한 혁신적 시도'라는데
무슨 초등학생이 쓴 과학상상대회글짓기 수상작도 아니고
왜 이런 거지같은 부연설명 맨날 덧붙이는지.
거기에다 '평온 속의 긴장감'도 포함된단다.
그냥 못생겨서 긴장되는 것 같은데.
이런 설명은 스스로 급을 낮추는 짓이니 제발 그만.
이미 꽤 오래된 자동차업계의 유행이
수평형 디자인 및 레이아웃으로 차량 폭을
실제보다 더 넓어보이게 하는 것인데,
기존 쏘렌토(MQ4)는 이에 딱 맞는 차량이었다.
그런데 이제와선 가로보단 세로로
넙데데하게 입을 벌리고 있는 모양새가 됐고
눈매도 실눈인지 사팔뜨기인지 뭔지
가로형 DRL 및 턴시그널이 지나치게 얇아졌고
그에 반해 헤드램프는 외계인처럼 세로형. 가로세로연구소인가?
부분변경 차량의 한계 역시 그대로 녹아있는데,
앞 마스크와 옆 실루엣이 전혀 매칭되지 않음.
이게 사실 페이스리프트를 단행하는 입장에서
변화를 주면서도 앞/옆/뒤 전부 동일한 디자인 언어를
유지하기란 참 어려운 일이지만 이건 정말 아니다.
앞은 '코평수 넓은 불독' 정도로 평가하는게
그나마 내가 해줄 수 있는 말 중 최선인 듯.
뒷모습은 생각보다 별로 건드리지 않았는데,
뒷 범퍼 크롬 장식이 단순해져서
낚시조끼입은 배나온 아저씨를 형상화한것 같다.
기존에는 세로형 테일램프 내부 그래픽도
생김새에 걸맞게 세로형이었는데,
이번엔 빗살무늬 토기같은 가로형 빗금으로 바꼈음.
이것도 보기 싫은데 아예 ㄷ자형으로
두 줄을 이어버렸다.
공사장 안전장비에서 모티브를 땄나?
휠조차도 옹졸해보이고 멍청해보이는걸로 바뀌었는데
정말이지 이제 더 욕할 기운도 없다.
그래비티 트림도 아닌데 휠은 왜 까만색인거.
차라리 그래비티 트림의 휠이
같은 까만색일지언정 생긴 건
지금 이것보다 훨씬 깔끔하고 세련됐다.

외관은 정말 어마무시한 후퇴를 했는데,
기존 쏘렌토(MQ4)의 약점이었던
중국차같던 실내 디자인이 드디어 평범한,
일반적인 레이아웃으로 바뀌며 크게 개선되었다.
ccNC(connected car Navigation Cockpit)의 적용으로
동일한 전장이 적용된 다른 현대기아차처럼
12.3" 모니터 두 개를 이어 붙이고,
그에 맞춰 수평형으로 실내 레이아웃을 바꿨다.
쏘렌토의 기존 터치식 공조 컨트롤러는
버튼 배치가 그다지 편하지 않았는데,
이 전환식 공조/AVN 터치 패널이 훨 낫다.
다들 이거 불편하다고 하는데
시간 경과 시 공조패널로 자동 귀환
옵션만 걸어두면 글쎄, 그렇게 불편한가?
어차피 노래 볼륨 및 선곡은 운전대 버튼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으니 주로 공조패널 띄워두다
꼭 필요할때 바꿔서 잠시 쓰면 되잖아.
난 현대기아차를 줄창 타도 AVN용 버튼들
잘 안 쓰게 되던데 다른 사람들은 많이 쓰나?
또 기존 쏘렌토(MQ4)는 화이트톤 실내가
화이트 - 인디고(남색)의 색상 조합이었고
지금도 동일하지만 남색이 좀 더 어두워졌다.
사실상 직사광선 아래 아니면 거의
화이트 - 블랙같아 보이는데 마음에 듦.
운전대 혼커버만 가죽으로 덮어주면 참 좋을 것 같은데
제네시스도 아닌 이 차에 너무 과한 내 욕심이겠지.
아니 대시보드 디자인 다 바꿨으면서
왜 뒷좌석용 송풍구 디자인은 이전하고 똑같은지.
뒷좌석용 송풍구 디자인은 기존 쏘렌토(MQ4)의
대시보드 송풍구 디자인과 똑같이 생겨서
현재의 실내 디자인과 혼자 따로 논다.

외관 디자인 비난에
이렇게 긴 분량을 할애한 적이
지금껏 있었나 싶을 정도로 욕을 길게 썼는데
그 이유는 바로 더 뉴 쏘렌토의 주행 완성도가 미쳐서
못생긴 게 너무나도 아쉽게 계속 마음에 걸리기 때문.
더 뉴 쏘렌토의 달리기 성능부터 다루자면
그저 미쳤다. 미쳤다는 말 밖에 안 나온다.
어떻게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또 다른 장족의 발전을 이루었는지 경이로울 지경.
기존 쏘렌토(MQ4)를 처음 탔을 때
"이건 뱃지만 기아차지 사실상 BMW다.
X2라고 이름 붙여도 납득할 수준으로
훌륭하게 잘 돌고, 잘 나간다"라고
주변에 놀라움을 표현한 바 있었는데
지금 기준으로도 기존 쏘렌토의 실력은 상당하고,
어디 가서 크게 빠지지 않는 수준이다.
그런데 더 뉴 쏘렌토를 타다 기존 쏘렌토로 바꿔 타니
기존 쏘렌토가 미친듯이 헐겁게 느껴질 정도로
더 뉴 쏘렌토가 엄청난 발전을 이루어냈다.
서스펜션이 정교해진건 디 올 뉴 싼타페(MX5) 역시
마찬가지지만, 그 차는 '잘 달린다'와는 좀 거리가 있었다.
생긴 것 그대로 너무 높은 차란 느낌이 강하고,
차체의 하중이동이 너무 느리게 일어나서
여러모로 차량이 둔하게 느껴졌었다.
그런데 더 뉴 쏘렌토는 정말이지
미친 수준이었던 기존 쏘렌토(MQ4)의 주행성능을
다른 차원으로 끌어올렸다.
작년에 출시된 디 올 뉴 그랜저는 이렇게 꽉 짜여진
정교한 느낌을 달릴 때 주지는 않았었는데
단 1년만에 엄청난 격차를 또 다시 현대차그룹이 벌렸다.
VDC 및 TCS는 해제 시 공도 와인딩 정도에선
별다른 방해 없이 깔끔하게 후반 개입한다.
K8은 너무 사사건건 전자장비가 방해를 했었는데
더 뉴 쏘렌토는 차의 능력치를 기아차가 믿는 듯.
기존 쏘렌토는 특히 뒷쪽 안티롤바 강성이 높아서
차량이 기울어지는 것을 막으려고 노력했지만
태생이 SUV라 높아서 차량 전체가
수평으로 기울어지는 걸 억지로 막으려는 티가 났었는데
이제 정교해진 하체를 믿고 뒷 안티롤바 강성을 내렸다.
덕분에 뒷좌석 승차감도 크게 개선됐고,
전반적으로 차량이 높다는 느낌이 많이 사라졌다.
오히려 그래서 차량이 코너 선회 시 보여주는
롤 및 하중이동의 양은 미세하게 늘어났는데,
그게 더 빠르게 달리도록 운전자를 돕는다.
훨씬 정교하면서도 자연스럽단 느낌.
섀시의 완성도가 너무 높아서
순정 타이어인 컨티넨탈 크로스컨택트 LX 스포츠가
턱없이 부족하게 느껴질 정도로 대단하다.
타이어 성능 자체도 모자란데
타이어 폭도 235mm라 좀 좁다.
연비 인증 때문에 이런 선택을 했겠지만.
255mm 정도가 차량 체급에 맞는 것 같다.
하이브리드 모델을 시승했지만,
만약 2.5 터보 가솔린 모델을 탄다면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4 SUV를 장착해서
신나게 달려보는 것도 좋지 싶음.
평소의 피렐리 성애자답지 않게 웬 미쉐린인가 하면
장착하고 달려본 건 아니지만 내 직감상
이 차엔 피렐리보단 미쉐린이 더 잘 맞다.
부드러운 사이드월이 추가된 하중이동을
넉넉하게 받아주면서 타이어의 순수 접지력으로
노면에 차를 쫙 붙여야 함.
이 정도로 정교한 느낌의 서스펜션은 솔직히
전륜 구동 기반의 메르세데스-벤츠나 BMW조차도
보여주지 못하는 건데, 이제 뱃지 바뀐 BMW가 아니라
그냥 이들을 뛰어넘는 월등한 존재로 재탄생했다.
원래 현대차그룹이 폭스바겐그룹 따라하기로 유명했는데
이제 폭스바겐이나 아우디는 머릿속에서 잊어버려라.
심지어 R-MDPS의 자연스러움 및 무게감도
기존까지 현대차그룹 내 모든 차종에서
일절 본 적 없는 엄청난 수준으로 발전했다.
스포츠 모드를 놓으니 중심부 유격이 거의 없다시피하고,
앞바퀴 상태에 대한 피드백이 지속적으로
풍부하게 들어와서 내 입장에선 거의 감동의 도가니.
무게감도 거의 유압식 파워스티어링에 준하게
묵직하니 돌릴 맛 나게 설정되어 있다.
나 최근에 타본 SUV 중 운전대 조향/무게감 설정 이렇게
묵직하면서 잘 되어있던 차는 투아렉이었는데
투아렉보다 쏘렌토의 MDPS가 훨씬 좋다.

더 뉴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스마트스트림G 1.6 터보 엔진과 전기모터가 조합된다.
엔진 최고출력은 180마력, 모터 최고출력은 47.7kW.
모터의 출력이 3.5kW 늘어서
합산 최고출력이 이제 235마력이다.
기존보다 5마력 향상된건데, 생각보다
이 작은 차이가 가속 시 체감이 될 정도다.
아무래도 전기모터의 지속력이 좋아진 덕.
모터의 최대토크는 동일한데, 최고출력이 올랐다면
전기모터는 1rpm부터 최대토크를 발휘하니
최대토크의 지속구간이 늘었다고 봐야겠지.
모터의 힘이 더 강하기 때문에 EV모드에서도
가속력이 미세하게 개선되었고,
EV모드의 가용 시간도 종전보다 늘었다.
모터의 최대토크와 엔진의 최대토크가
거의 똑같은 수준이기 때문에
이 정도면 밀어주는 힘은 전 구간 충분하다.
엔진 및 모터도 개선을 거쳤지만,
파워트레인에서의 가장 큰 개선은 바로 변속기다.
도대체 기아차는 이 차에 무슨 짓을 한 건지
도무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갑자기 이 6단 자동변속기가 크게 개선됐다.
스포츠 모드를 놓을 시 일부러 변속충격을
시원하게 주는데, 거의 DCT에 준하는 느낌.
이런 충격이 싫을 수도 있겠지만,
싫은 이들은 주행 모드를 다른 걸 고르면
다른 현대차그룹 내 하이브리드 모델과 동일하게
매끄럽고 부드러운 주행이 가능하다.
도무지 믿기 어려울 정도의 변속기 품질이라
이런 수준의 변속기를 이런 저렴한 차량에
탑재했다는 것이 놀랍게 느껴진다.
기아차가 최근 몇 년간 현대차보다
(SUV 한정) 변속기 셋업을 훨씬 잘해왔는데,
이번에 그 차이를 확연하게 벌렸다.
변속기 역시 같은 전륜구동 기반의 프리미엄 브랜드
차량들을 전부 후드려 팰 정도로 탁월하다.
내 기억에 여타 현대기아차 하이브리드 모델들은
P단 놓은 정차 상태에서 악셀을 밟아도
엔진 공회전이 불가하고 아무 반응이 없었는데
이제 가능해졌다. 스포츠 모드에선.
기아는 쏘렌토 고객층을 어떤 사람들로 보길래
스포츠 모드에 이렇게 꼼꼼한 디테일들을
전부 심어놓은 건지 참 놀랍다.


승차감 딱 한 부분만
디 올 뉴 싼타페 대비 열세인데,
사실 그렇게까지 크게 차이나지도 않는다.
디 올 뉴 싼타페가 노면의 잔진동 차단을
더 뉴 쏘렌토보다 조금 더 잘하는 정도의 차이.
하지만 더 뉴 쏘렌토는 디 올 뉴 싼타페가 갖지 못한
탁월한 주행성 및 파워트레인을 가졌기 때문에
종합 밸런스는 더 뉴 쏘렌토의 비교불가 압승.
페이퍼 스펙이 동일하다고 해서
파워트레인이 결코 같은 차량들이 아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성격 분리를 이제
이런 곳에서도 완벽하게 해내다니, 놀랍다.
기아차가 현대차의 염가형 뱃지 엔지니어링 모델
취급받던 시절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는데,
기술력의 기아였던 모태로 드디어 금의환향.
더 뉴 쏘렌토의 또 다른 강점은
중형 SUV라는 점을 믿기 어려울 정도로
호화로운 장비 구성이 또 추가됐다는 점.
디스플레이 룸미러는 GM 차량들에서나 보던건데
심지어 이거 국내 기준으론 GM에선
한 급 위 트래버스부터나 달리는 장비 아닌가?
중형 SUV인데 운전대 칼럼 조절이 전동식.
이제 에르고 모션 시트도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고
난 그동안 제네시스 등에 적용됐던
에르고 모션 시트를 전혀 좋아하지 않았는데
더 뉴 쏘렌토는 이게 달리면서
운전석 착좌감이 굉장히 좋아졌다.
주행 모드 별로 앉는 위치가 살짝 달라지기도 하고.
그동안 정말 쓰레기같았던 기아차의 크렐 오디오.
기존 쏘렌토(MQ4)도 예외 없이
옵션형 크렐 오디오의 품질이 형편없었는데
ccNC가 탑재되며 전장시스템이 바뀌었고
크렐 오디오의 성능이 꽤 좋아졌다.
오히려 디 올 뉴 싼타페의 BOSE는
중음이 너무 뭉치고 억눌려있으면서
BOSE답게 저음 표현에만 집중해서
내 입맛과는 거리가 꽤 있었는데
더 뉴 쏘렌토의 크렐이 내 귀엔 훨씬 낫다.
파노라마 썬루프의 면적은 기존 쏘렌토(MQ4)부터
내려오던 바로 그것인데, 엄청나게 넓다.
아무래도 뒤에 애들 태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주로 선택하는 차량이니, 이 점도 좋다.
나같은 사람이나 쏘렌토 혼자 타고다니지
그래서 더 뉴 쏘렌토는
'시대의 Mainstream' 슬로건에 걸맞고,
또 아직도 징글징글한 12개월 이상의 대기 역시
이해가 될만큼 엄청난 종합 완성도를 자랑한다.
현대기아차 허구헌날 가만있어도 욕먹는데
그런 까임들이 오늘날의 더 뉴 쏘렌토를 만들었다.
끊임없는, 말도 안 되는 요구를 받아온 끝에
말도 안 되는 차를 진짜로 만들어냈네?
생긴 게 너무 싫어서 사실 시승 건너뛸까 했었는데
안 타봤으면 큰일 날 뻔.
이 차 시승기의 제목을 뭐라 뽑을까
한참 생각하다 불현듯 생각났다.
왜 소개팅 상대 들어왔을 때
사진 보고 실망한 경우 이렇게 말하잖아.
얼굴은 좀 그래도 스펙은 훌륭하다고.
더 뉴 쏘렌토를 보니 딱 그러하다.
생긴건 아주 많이 별론데
차량 자체는 적수를 찾기 어려운 압권.
사실 난 외모 가지고 까던 차들도
막상 타보고 괜찮으면 외모까지 좀 괜찮아뵈는
희한한 필터가 달려있는데, 더 뉴 쏘렌토는
차가 이렇게 좋음에도 여전히 생긴게 싫다.
그러니 도대체 얼마나 못생긴건지.
하지만 차나 사람이나 똑같다.
겉치레보다는 내실이 중요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