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드라이브 하기 좋은 코스는 그래도 어느정도 알고있다고,
그리고 우리나라 안에서도 차를 타고 가볼만한 곳은 정말 많다고
늘 생각해왔던 터인데 또 한 군데를 찾은 것 같다.
기존에도 상당히 유명했었나본데, 나는 처음 가본지라.
개인적으로는 역대급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굳이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한계령 미시령까지 안 가고
여기 와서 즐겁게 시간을 보내다 가면 될 것 같다.
여기 와보기 이전까지는 가장 박진감 넘치는 드라이브코스는 울진의 구주령이었는데
구주령은 길폭이 별로 넓지 않아서 차폭이 일정수준 이상 되면 꽤 빡빡하다.
충주호 둘레길은 중앙선이 없는 왕복1차선 구간이지만
통행량이 극소이고 1.5차선 정도 되는 도로 폭을 자유자재로 활용 가능해서
SUV를 가져갔음에도 생각보다 여유있게 주행이 가능했다.
또한 난이도 있는 주행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한계령과 미시령은
경사가 굉장히 심해서 오르막에서는 저출력 차량이 죽어나고
내리막에선 브레이크가 약한 차는 한계까지 몰아붙이기가 겁이 나는데
이곳의 경우는 난이도가 그렇게까지 높지 않은 코너가
지속적으로 45km 가량 쭉 이어지니 어떤 차로든 부담없이 운전할 수 있다.
또 다른 유명한 산길 와인딩코스는 대개 그냥 숲이 끊임없이 이어질 뿐인데
이곳은 충주호가 자랑하는 경치까지 훌륭하니
주행하는 내내 주변의 풍광에 감탄하고
창문을 열었더니 쏟아지는 맑은 공기에 또 한번 감탄하게 된다.
나는 항상 혼자 운전하더라도 앞좌석 창문은 다 열고 운전하는데
코스에 들어서자마자 말도안되게 청명한 공기가 온 차를 감쌌다.
도시의 탁하기 그지없는 공기에 시달리다가 여길 오니
와인딩을 타러 왔다기보단 휴양에 가까운 것 같다.
다른 와인딩코스는 기껏 해봤자 산 한번 오르내리는 수준에서
그치는 게 대부분이라 10km을 넘기 힘들고
코스를 찾아서 꽤나 먼 길을 찾아갔음에도 금방 끝나버리는 반면
충주호 주변코스는 편도만 45km에 달해 매우 길다.
왕복 한번만 해도 90km라서 정말 기니
계속 즐겁게 운전하긴 좋았지만 체력적인 부담은 각오해야 할 것.
엄청나게 큰 기대를 하고 간 건 아니었는데,
가보니까 정말 독일 및 해외의 유명 드라이브코스 부럽지 않았었다.
우리나라 안에도 정말 보석같은 곳들이 많은데
가보질 않아 잘 모르는거라고 늘 말해왔지만 이번에도 어김없이 들어맞았다.
우리 집에서 무료도로 타고 가니 톨비도 제로에
고속도로를 타는 것 대비 유의미하게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고
수도권에서 그렇게까지 먼 것도 아니라 유류비에 대한 부담도 상대적으로 적다.
이제 정말 여기 자주 오게 될 것 같다.
아, 가는 길에 연비 챙긴다고 차분하게 갔더니만
QM6 GDe는 평균 18.6km/l의 연비를 기록했다.
에어컨 OFF, 열선시트 및 열선핸들 ON, 평균속도 51km/h.
충주호 왕복 후 돌아오는 길엔 페이스를 살짝 올렸더니
에어컨까지 가동해서 최종적으로 12.5km/l 나왔다.
미친 연비...
도로를 카메라로 담으려 하니 뭔가 주행 시 그 스릴이나 끊임없이 이어지는 꼬부랑길이
제대로 와닿지 않는 것 같지 않아서 도로 사진은 따로 첨부하진 않겠는데,
적당한 언덕과 함께 쭉 이어지는 심하지 않은 코너들이
정말로 노르슐라이페를 연상케 한다.
내가 미니 쿠퍼를 탔으면 이 앞에다가 별장을 짓고 이사를 왔을 듯.
내비로 이 코스를 찍으려고 시도하면
무료도로를 강제하더라도 자꾸 외곽으로 빠졌다가 다시 들어오라고 안내하는데
그냥 지도를 봐가며 알아서 호수를 따라 돌면 된다.
다음엔 더 작고 재미있는 차를 타고 오던가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