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023년이고,
(원래대로라면) 이제 곧 4학년이다.
그런데 난 이제 잠시지만 학교를 떠나고
살던 동네에서도 이제 나와야 할 때가 됐다.
블로그에 자동차 운행 이야기만 왕창 써놓고
갑자기 대학교 3학년이라니
매칭이 잘 안 되는게 정상이다.
그런데 난 진짜로 이제 3학년 수료했음.
블로그 이름대로 1999년생이기 때문에.
사실 이걸 쓰려고 생각해뒀던건 아닌데
갑자기 대학교 3학년으로써 보낸 작년을
기록해두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서.
2022년은 나한테 있어서
번개처럼 순식간에 없어졌지만
천둥처럼 여운은 오래 갈 것 같거든.
나는 월별로 정리해서 쓰는건 그닥 안 내키고
그냥 중구난방으로 쓸 거다.
다만 폰 갤러리를 보면서
시간 순서대로 회상하려고 최대한 노력은 할 거임.
일일이 사진 첨부하기 귀찮아서
이 글은 마지막에 사진 딱 하나만.
1,2월에 특별했던 일은
갑자기 제주도 끌려가게 된 거랑
제주도에 갔다온 거 정도.
개 강해지는 개강 이전이라
이땐 아직 어리고 세상물정 모르는 2학년.
앨범을 뒤져보니 1월에 신형 골프 타봤었네.
시승기 작성 1년째 미루는중.
아! 맞다.
나 이때 대학생이란걸 까먹고 살아서
장바구니 수강신청의 존재를 잊어버렸고...
그걸 본 수강신청 전날에 알았고...
수강신청날은 제주도로 출발하는 날이었고...
제주도행 비행기가 새벽비행기인게 천만다행.
제주도에 내리자마자 아침으로 후다닥 몸국 먹고
바로 스타벅스 가서 수강신청.
하지만 나는 티켓팅만 해댄지 6년차.
올클 실패하기? 그거 어떻게 하는거냐고.
장바구니 안 해도 무조건 올클.
대망의 3학년 1학기 개강.
수강신청에 이런 어려움과 고난이 있었음에도
수요일과 금요일을 전부 공강으로 빼는
기염을 토해서 주 3일제.
그 말인 즉슨........................
목요일만 전부 자체휴강때리면 수목금토일 연휴.
실제로 5월에 이렇게 해서 부산 놀러감.
그 목요일은 무려 6연강이었고
그때 천사같은 신임 교수님의 수업 한 번 빼먹어서
정말 죄송했지만 나머진 안 가서 더 좋았다.
'학교는 가능한 한 안 갈 수록 더 좋다.'
수금공강을 위해 희생된 월요일.
9시수업이 3시간짜리에
한 시간 쉬고 다시 3시간짜리.
아, 수강신청할 때
월요일을 자체휴강하고
토일월 노는것도 검토했었다.
어떻게든 놀고먹을 생각만
그런데 월요일 9시수업인 품질경영론은...
빼먹으면 큰일날 것 같아서 이악물고 버티기.
9시수업이라 그런지 택시 진짜 많이들 타더라.
난 차를 갖고갈지언정 택시타고 등교한적은
3년동안 한 번도 없는데.
이러니까 대학생들 생활비가 많이 든다 하지
하여튼 요즘것들은 지들 편한 것만 할라고 쯧쯧
교내에 학부생 주차금지가 웬말이냐
내가 내 돈주고(나는 돈 안냄) 다니는 학교에
내가 주차를 못한다니 이게 말이 되나
학교 3년 다니니 이제 어떻게 경비 눈 피해서
어디다 슬쩍 차를 대야 할지 다 파악했음.
3학년 되고 나서 첫 중간고사 보니까
확실히 다르더라...같은 소리를 쓰고 싶은데
시험이 몇 개 없어서 비대면때랑 별 차이를 못 느낌.
T맵 기록 보니 4월에 2103km 운전해서 돌아다녔네.
그닥 안 바빴다는 뜻.
3학년부터 바쁠 줄 알고 동아리 다 관뒀는데
그냥 가만 있을걸 그랬나 이때 생각했고
안 나오고 가만 있었으면 큰일났을거란걸
그때는 미처 몰랐지.
아, 4월에 인생 막국수집 발견함.
나 막국수 잘 안먹는데.
딱 한 가지 문제는...
먹으러 설악산까지 가야된다는 거?
2학년때에 이어서 3학년때도
신입생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신청하면 같은 성별 1학년 한 명 매칭해주고
3번 만나서 멘토링해주라면서
회차당 3만 5천원 준다.
사실상 같이 놀면서 친해주라고 학교에서
이어주고 돈도 쥐어주는거.
똑바로 하는 게 없는 우리학교가
몇 안되는 제대로 하고있는 일이 이거인듯.
나야 솔직히 말해서 씀씀이가
일반적인 경우보단 조금 더 돼서
차로 후배님 데리고오고 쓰기도 좀 더 썼지만
매번 좋은 후배님들 만나서 값졌던 것 같음.
1학년이라고 생각이 짧거나 그렇지도 않고.
오히려 우리 학번이 더 문제
평소에 꾸준히 돌아다닌건
전혀 언급 안 하고 있는데
그냥 맨날 돌아다니는게 일이라
특별한 게 없어서 스킵.
맨날 가는 속초 맨날 가는 군산 맨날 가는 부산
이맘때쯤 내가 매번
생수깡하던 주유소 직원분
그만두시고 새로운 양반 왔던걸로 기억.
전에 계시던 분 나랑 친해서
생수랑 커피랑 쌍으로 많이 주셨는데.
매번 갈때마다 이제 퇴근하시냐고...
(기름넣으러 맨날 자정넘어서 감)
스물 넷이라고 하기 민망해서 그냥 맞다고 했음.
밤에 일하니 힘들다고 하시더니 쉬시나봄.
건강 이 참에 챙기시면 좋겠다.
나이먹으니까 역시 건강이 최고.
최근엔 신년 인사도 죄다 건강하세요....
나 스물 다섯살 이제 갓 됐는데...
이맘때쯤 또 그리고
자취방 관리인하고 주차 가지고 한 판 싸움.
열받아서 이사 알아봤는데
연희동 연남동에 이렇게 갈만한 방이 없나.
다 마음에 드는 곳은 방에 싱크대가 없고
월세 애매하게 저렴한 곳은 죄다 구축.
주차때문에 이사하려고 하는건데
주차공간 없는 방도 절반이상.
사실 당연하지. 어린놈이 무슨 차야
분명 다른 차 하나도 안 막게 이중주차 해놨는데
아침에 늦잠자고 일어나니 관리인이 쫓아나와서
니 차 때문에 다른 차 못나갔다고 화냄.
근데 주차 칸 안에 차가 한 대도 없네?
도대체 누가 못나간거야?
눈 비비면서 나가자마자 욕 먹으니
황당해서 못나간 사람 누구냐고 따져물으니까
담부터 이러면 견인하겠단다. 2차로 황당.
킹받아서 삿대질하며 싸우려다
교수들과 팀플로 단련된 인내심을 쥐어짜서
간신히 참고 네네 하고 차 뺐다.
그렇다고 월 주차를 끊자니 돈이 얼마야.
결국 그 때 갈만한 방이 없어서 이사 못함.
이제서야 자취 안 하게 되니 이사하네.
2022년 여름엔 유난히 B가 많이 왔다.
마치 기말고사가 끝난 후 내 성적처럼.
엥 근데 방금 다시 보니까 그거보단 훨 낫네.
교수폭력에 의한 기억조작 당한듯.
그래서 내 자취방 벽지도 울고 난리가 났다.
찾아보니까 신축이 이런 증상이 더 심하다네?
마침 기가막히게 에어컨까지 고장.
제습 안돼서 아주 난장판이었다.
5.5평짜리에 제습제 15개 갖다놔도 수습 안 됨.
그래서 나는 내 자취방에 있는 시간을 원래보다
더 줄이고 더 많이 놀러다니는걸로 해결했다.
집 = 잠만 자는 곳.
에어컨은 삼성 벽걸이형 중 제일 싸구려 같은데
P3이라는 에러코드가 뜨고 찬 바람이 안 나왔다.
삼성에 문의하니 전원플러그 뺐다 다시 꽂으란다.
그리고 고쳐졌다. ???????
세계최초 민간요법으로 고쳐지는 전자제품
다음번엔 때리면 고쳐질지도.
3학년 1학기 기말고사는
쓸데없이 시키는게 많았어서 힘들었는데
위에 말한 천사같은 교수님은 역시나
이번에도 천사님이 천사 하셨다.
기말 시험을 2페이지 레포트로 전격 대체!!
국제사회와인권 꼭 좀 들으세요 진짜 최고임
교수님의 학생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막 느껴지고...
좋아하는 주제를 다루는 과목이라
잘 들은것도 있지만 절반은 교수님 몫.
당연히 열심히 했고 당연히 A+ 받았는데
이 때문에 교수님이 내가 성실한 학생인줄 잘못 아신다.
2학기때도 지나가다 인사 두 어번 드렸는데,
"늘 열심히 하니까 잘 될거예요"라는 말씀에
몸 둘 바를 모르겠고...
빨리 아니라고 이실직고 해야될거같은,
죄를 짓는 기분이 들었다.
"교수님 저 그렇게 열심히 하는 학생 아니예요"
반면 팀플 2개는 정말이지
드디어 팀플의 쓴 맛을 처음으로 봤다.
그동안의 업보를 돌려받은 느낌?
난 SPSS라는 프로그램을 이번에 처음 들어봤는데
여기다 설문 받은 결과를 집어넣고
돌려서 인사이트를 얻어낸다니
경영통계 똑바로 안 들은 죗값을 시원하게 치렀다.
이걸 어떻게 알았냐면
2학기때 경영통계 재수강하면서.
아 이래서 1학년때 경영통계 가르치는구나.
경영통계란 경영학과 입학 후 첫 본격적인 난관.
발표 담당이 난데
발표 전전날 저녁부터 안 자고
발표 전날 내내 발표자료 검토하고
가까스로 검토 마친 자료
발표 당일 새벽에 반복해서 보고
발표 당일 오전에 다른 과목 시험보고
저녁 5시에 발표하는 수업 시작.
이러다 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사망년 이름값 한다 이때 처음 느꼈다.
발표 마치고 집에 오는데
정신줄이 뇌로부터 도망가는거같은 느낌.
나머지 팀플 하나는
나, 한국인 여자분, 외국인 2명으로 총 4명.
딱 봐도 외국인들이 문제 일으켰을 것 같지만
그 생각부터 든 당신... 혹시 인종차별주의자이신가요?
외국인 둘에게 맡긴 자료조사는
예상외로 꽤나 충실했다. 물론 그 내용 쓰진 않았음
정작 문제는 한국인 여자분이 일으켰는데
팀플의 내용이 '자신이 원하는 브랜드를 선정하여
브랜드의 위상 혹은 위치 강화하는 방안 발표'였고
그분이 하고싶은 브랜드가 있다 해서
잘 알 줄 알고 그거 하자 했는데
놀랍게도 그분은 그 브랜드에 대해 하나도 몰랐다.
정말로 순수하게 '자기가 하고싶은 거'를
말씀하신 것. 문화충격 그 자체.
자기가 피피티 만들겠다길래
그것도 맡겼더니 회의 때
내가 얼핏 둘러보고 조사하며 한 말
그대로 필기해가더니 피피티에 복붙.
4장까지인 피피티 만들어놓고
1~2장은 그냥 자기 하고싶은 말
3장엔 복붙, 4장은 공란 을 만들어놨다.
이럴거면 4장은 왜 만든거지
이 쇼킹한 피피티를 발표 2시간 전에 받아보고
나는 수습할 방안을 죽어라 고민했지만...
도저히 견적이 안 나와 던져버렸고
그럼에도 수업에 외국인이 많아 A가 나왔다.
cảm ơn bạn việt nam!(베트남 분들 감사합니다)
도저히 그냥 못 넘어가겠어서
수업 끝나고 나 좀 봅시다 라고 했더니만
나오면서 벌써 울먹울먹...
하기사 본인이 잘못한거 자기도 알겠지.
결국 잘 달래서 보냈더니 2학기때
다른 팀플에 똑같은 아이템 들고나왔더라.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이 모든 어려움들 덕분에
6월에 고작 691km을 돌아다녀
연중 최저 수치를 기록했고
방학을 맞아 바로 첫 번째 팀플 같이 한
아끼는 동생이랑 술 한잔.
평소에 나 술 거의 안 하는데. 운전해야되니깐
자취하면서도 의외로 술 마신적이
열 손가락 안에 꼽는다.
보통 자취하면 냉장고에
캔맥 왕창 쌓아두던데, 나는 아님.
자취하면 가급적 냉장고가 큰 게 좋다.
보통 옵션이 갖춰진 방에 들어가기 때문에
나한테 선택권이 있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냉동식품 왕창 쌓아놓았다 먹어야 하는데
냉장고에 자리가 없어 못 사는 그 억울함이란.
이루 말 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사 먹게 된다.
결국 크고 비싼 냉장고는 생활비 절감을 위한
일종의 초기 투자인 셈이다.
무조건 냉장고는 크고 봐야 한다.
여담으로 자취방 고를 때
방은 좁더라도(그럼 청소할 면적 줄어듦)
무조건 싱크대는 면적이 좀 돼야 한다.
안그럼 설거지하기 정말정말정말정말 짜증남.
집기 쌓아놓을 공간 + 다 닦은 집기 놔둘 공간
+ 싱크대 이렇게 있어야 설거지 할 마음이 든다.
이것 때문에 난 설거지와 점점 멀어졌...으나
그래도 일반적인 자취하는 인구보다는
훨씬 설거지 자주 하는 편.
설거지와의 전쟁... 자취생들 전성시대
청소고 나발이고는 별로 안 귀찮은데
설거지가 정말 문제다.
집으로부터 걸어서 5분 거리에
카덴이라는 우동집이 있는데
여름 내내 입맛 없으면 무조건 가서
냉우동 한 그릇 사먹고 왔었는데
참 여기 냉우동 맛있음.
심지어 값도 9천원이라 싸고
나오는 양도 내가 먹어도 넉넉할정도.
따뜻한 거는 나는 그저 그랬고.
5~9월 한정 메뉴라 지금같은 한겨울에는
그냥 입맛만 다시게 됨.
원래 얼음 들어간건 겨울 음식인데.
이제 연희동에서 나가면
여름에 여기 오기 정말 먼데
그게 너무 아쉽다.
연희동 살아서 좋은 점.
모든 게 가까이에 있다.
자취방 알아볼땐 그렇게까지
상세하게 검토해야 할 줄 상상도 못했는데.
자취방 선정 최우선 조건 : 걸어서 10분 안에 스타벅스
여기서 홍제천 따라 30분 정도 조깅+런닝하면
바로 성산대교와 망원한강공원 나와서
겨울 아니면 일주일에 5~6번은 운동 나간듯.
내가 다니는 학교도 아닌 명지대가
걸어서 10분 거리라 패스트푸드점이나
잡화점들은 다 거기로 갔다오면 되고
조건없이 무료주차 되는 스타벅스도 찾았고
살살 걸어서 내려가면 신촌. 연남동. 합정동.
의외로 이 동네가 주차비가 그렇게 안 셈.
위치 자체도 지인들 만나기 기가 막히게
편한 곳이라 부천에는 내비 안보고도 가고
대충 내려가면 동작구.
살짝 옆으로 가면 종암동. 월곡동.
대중교통을 잘 안 타지만
집 앞에 지나가는 7713, 7017, 7021, 7612, 163
이것들 타면 종로구 용산구는 30분이면 감.
다시 살아도 무조건 연희동.
웃긴 건 이사올 때는 근방에
맛집이나 빵집 카페 많다고
열심히 가서 먹어야지 생각했는데
정작 와서 사니까 내가 내 동네에 잘 없음;
특히나 나이 치고 차를 많이 가지고 다니다보니
거의 항상 다른 동네로 많이 나가서
자주 가는 동네는 빵 사러 시흥
짬뽕 먹으러 남양주
은근 가깝고 만만해서 바람 쐬러 의정부
일 보러 일산. 이정도?
홍제역하고 멀지 않아서
신사동에서도 간간히 약속 잡는 편.
보통 술 마실거면 이쪽으로 하지
버스랑 지하철 타고 갈거니까.
내가 만약 연희동 아니고
다른 동네 살았으면 연희-연남동
가깝다고 꽤 많이 왔을듯?
결론은 연희동 사랑해
바야흐로 9월이 되고
징하게 안끝나던 방학도 어느새 끝.
이번에는 정신차리고 장바구니 수강신청을
했음에도 학교 다니면서 최초로
본 수강신청 중에 실수를 하는 바람에
6학기째 첫 올클 실패를 맞이했다.
'겸허한 마음으로 내일 전투에 임하겠습니다'
대국민 발표 후 다음날 잽싸게 정정.
끝내 처음 계획했던 시간표 사수 완.
수공강 절대 포기 못해.
수요일날 쉬어야 하는 이유 :
월요일(어제 쉼)
화요일(내일 쉼)
목요일(어제 쉼)
금요일(내일 쉼).
우리학교는 졸업하려면
심화전공 / 부전공 / 복수전공 중 택1 해야함.
3학년 2학기 되니까 뭔가 해야할 것 같은데
경영학 전공 타이틀 하나만 갖고 나오자니
나중에 영원히 취준생으로 머무를 것 같아서
영어교육과에 이번 학기부터 간을 보기 시작했음.
사실 늦은거지만 그래도 제일 늦었을때가...
진짜 늦었긴 하더라고.
영문과가 없어서 이건데 차라리
영어과나 영문과보다 나은 것 같기도 싶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헬게이트 오픈.
이번 학기를 통해 많이 느낀 건
경영학과가 얼마나 재학 중 놀고먹는 과인지,
내가 얼마나 편하게 살고있는지,
마음에 안 드는 놈 안 족치고 냅두기까지
아주 다양한 것들을 많이 배우게 되어
사실 되게 내적으로 성장 많이 한 학기였다.
일단 사범대는 정신나간듯이 뭘 시켜대 왜
경영경제대 출신인 나는 정신을 그만 잃고 말았고
팀플을 시키는데 왜 지필시험 대체가 아닌지,
그러면서 왜 매주 과제 내주는지
교수는 왜 취미로 출근하는거같은지
집중포화에 너덜너덜해졌다.
팀플 결과물을 발표시키면서
우리 팀 앞 순서로 발표할 팀에게
같은 주제를 지시해놓고
교수 지는 모르고 있질 않나
뒤늦게 알게 된 우리가 교수한테 항의하니
어쩌지 하면서 손가락 빨다가
갑자기 우리보고 새로운 주제를 다루란다.
우리도 이미 준비 다 했는데.
나약한 학부생이 뭘 어쩌겠나
까라면 까야지... 성적 주는 사람한테.
결국 다 갈아엎고 준비도 새로 했고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도 다 쳤다.
가장 놀라운 건 이걸 당연한 듯 받아들이는
사범대 사람들... 찐 광기다.
누가 작고 소중한 1학년들을 벌써
이렇게 험악하게 만들었는가
내 본 전공이 교육학 관련이었으면 이미 자퇴했고
우리과가 이랬으면 단체로 시위했음.
대형과라 머릿수도 많겠다 집단행동 각.
이번에도 본 전공 팀플은 2개.
사실 별다른 어려움은 수행 과정엔 없었는데
'쟤는 도대체 그동안 어떻게 자란걸까'
싶은 아이 하나가 두 팀플 모두에서 문제를 일으켰다.
이 아이는 지난 1년간 나한테
팀플 같이 하자는 톡을 매번 보냈었고
나는 동물적인 직감으로 이놈이 똑바로 안 할 것 같아
1년동안 열심히 읽지 않고 씹었었다.
근데 이번에는 나를 언제 봤다고
수업에서 직접 보게 되니 열심히 붙어있더라.
팀 구하려고 아쉬운 소리 하기 싫어서
들러붙어있는게 짠해서 받아준 게 실수였다.
역시 내 직감은 이번에도 틀리질 않았고.
이쯤되면 점집 차려야되지 않을까.
애초에 문과 출신으로서 나중에 취업 실패하면
사이비 종교나 만들까 검토 중이다.
요즘 대기업 가도 50대에 짤린다고 난리인데
교주는 죽을때까지 해먹을 수 있는
평생 직장 아닌가.
이 정도 예지력이면... 해볼만 하지 않을까?
두 번째 팀플에는 다른 사람이랑 같이
팀 구성하기로 했는데, 가보니 이놈이 있다.
달라붙는 능력 하나는 인정해야 될 지.
이 깜찍한 아이 덕분에
화를 다스리는 법과
팀장으로서 문제 일으키는 돌멩이
큰 소리 안 내고 찍어누르는 법,
그리고 팀장으로서의 책임감
참 많이도 되새기게 되었다.
'노란 싹은 일찌감치 잘라내야 한다'
'주변 보지 말고 내 직감을 믿어라'
이번 학기를 통해 확실해졌다.
그 외엔... 비대면때는 한 없이 천사셨는데
갑자기 대면 수업 되니 숨막히는 수업이 이어지는
교수님의 수업 덕분에 질식할 뻔 했다.
3연강인것도 쉽지 않은데
교수님께서 밥 가득 담은 공기에
계속 밥을 더 눌러담는 형식으로
꾸역꾸역 미친듯이 많은 수업내용을 밀어넣으셨고
내 뇌는 여유 공간이 금세 부족해져
용량 추가 결제 권유 팝업창이 계속 떴다.
하지만 나는 수업을 한 귀로 듣고 흘리는 것으로
이번에도 손쉽게 해결.
경영통계 재수강도 정말
내가 재수강을 왜 신청했을까
학기 내내 후회했지만
재수강 해서 수습한 성적 보니 편-안.
내가 지원 준비중인 회사는 전공 평점을
별도로 보기 때문에 수습 안 할 수가 없었다.
다들 자긴 나중에 뭘 할까 걱정하는 와중에
나는 가야겠다 생각한 회사가 있어서
준비 예정이라 말하니 주변에서 어른스럽다고(?)
대단하다고 하는데 나도 2학년땐 그런거 없었음.
뭐 준비해야 할 지 대략적으로 아는 건
그 회사에 인턴 지원했다 떨어져봤기 때문이고
실행 계획도 단지 내가 예상해본 것들 뿐.
실제로 3-2학기 마무리하고
맨날 라인 탔다고 농담하는 교수님과
상담하고 나서 계획이 완전히 바뀌게 되었다.
더해서 우리 과에서 그 회사 가신 분한테
자소서 검토도 받고 수시로 공채 공고도
꾸준히 본다만, 여전히 아직 학부생.
아직 뭔가 이룬 게 특별히 없는데
내가 그럴싸한 계획만 말하는걸로도
대단하다고들 해서 좀 쑥스럽.
스물 넷 먹고 사춘기가 와서
막 반항하고 싶은데
반항할 대상이 없어서 반항을 못하고..
아무도 내가 뭘 하던 터치 안해.
세상 억울.
영교과 수업은 기초부터 해서
1학년들 듣는 수업을 들었는데
어쩌다보니 마치고 같이 가는 경우가
꽤 있어서 물어봤더니만
서울 밖에 살아서 자취하는데
주말 알바하러 주말마다
버스 타고 본가 갔다오고
평일에 학교수업 마치고 과외까지 한다니
그 얘길 담담하게 하는 애가 있는가하면
안 시켰는데도 다 척척 하는 애도 있었다.
3학년씩이나 돼서 나는 뭐 한 거지.
자주 잊는 '지금 누리고 있는 것에 대한 감사'를
다시금 상기시키게 되더라.
세넓천많.
그래도 요즘 느끼는 건
'나이를 그냥 먹는 건 아니다' 라는 거.
일찍 입대했다가 전역했거나 휴가 나온
동기 동생들 훌쩍 철들어서 나온거 보면
역시 시간이 약인건가.
예전에도 한번 그런 생각 했는데,
내가 두 살 더 많은 상태로 입학해서
어떻게 해야 할 지 애들이 질문도 나한테 하고
팀플을 하더라도 내가 주도권 잡고 하지
만약에 제때 학교 와서 동갑이었으면
내 생각 수준이 애들보다 앞설 수 있었을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내 눈에 나는 그냥 다섯살짜리 땅꼬마인데
작년에 유난히 성숙하다는 얘길 많이 들음.
나와서 살면서 스스로가 어른같다 느끼는건
엄마아빠 보러 갈때 항상 손에
뭐 하나 먹을거라도 사서 들고 간다는거.
아빠 폰 바꿔주려고 서프라이즈로
조수석에 놔두고 운전해서 갈땐
어른이 된 것 같아서 세상 뿌듯.
턱 주고 난 다시 자취방으로 돌아오는데
전화와서 아빠 너무 좋아한다고.. 또 뿌듯.
어릴땐 '주는 것이 내게 주는 행복'을 몰랐는데
요즘엔 내껀 거의 안 사고 뭘 사면
어지간하면 다 선물 뿐인듯.
어찌저찌 그렇게 다시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
어느덧 한 해의 마지막 달에 도착했고
기말고사를 칠 때가 또 되었다.
두 번째 팀플 담당 교수님이
예정된 발표날에 본인이 외부 일정이 있어서
제 수업시간에 못 온다고 당당하게
수업 시간 늦추자는 것을 듣고 충격.
결국 발표영상을 업로드하는 것으로 바꼈는데
교수... 너 뭐 돼?
무슨 학부 수업을 자원봉사쯤으로 여기시네.
엄연히 돈받고 하는걸 왜 본인 맘대로 하는거냐고
교수 이야기가 나와서 말이다만
왜 교수는 돈을 받아가는 입장인데
(일반적으로)돈을 내는 학생들한테 점수를 매기지.
이건 뭐 음식점에 가서 돈을 지불하는 내가
식당 사장한테 채점당하는거랑 뭐가 달라.
이런 불합리한 사회 구조는 누가 만든거야?
인심 좋게 봐줘서
모든 수업을 P/F로 만드는 것 정도까지는
양보해줄 의향 있음.
아무튼 개혁이 시급하다.
아주 비장하게 장래 이야기 써놓고
분위기 깨는 소리 하자면
이번 학기는 역대급으로 출튀 많이 했음.
거의 한 열댓번은 했지 싶은데.
아까 말한 신입생 멘토링 때
"출튀나 학사경고 한 번 없이 졸업하면 나중에
회상할때 대학생활이 얼마나 무미건조했나 싶겠어요"
라고 해놨으니 우선 나부터 모범을 보여야지.
출튀도 출튀대로 열심히 했고
나 교내 영어신문사에서도 일하는데
동방에서 과자 열심히 까먹었다.
어떤 일이든 최선을 다 하면 되는 것 아닌가.
출튀도 출튀에 성공했다는 그
성취감 그런게 있잖아.
거의 중학생때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
끝끝내 3학년 2학기 종강.
지나고 보니 되게 빨리 지나갔는데
학기 중에는 왜 이렇게 길게 느껴졌는지.
종강 기념으로 또 부산 감.
이렇게 말하면 마치 부산 오랜만에 간 것 같지만
9월부터 한달에 한 번씩 열심히 가는 중.
혈중 국밥농도 슬 떨어질때쯤
강제 투약해줘야 좀 살만하더라고.
3학년 시작할때만 해도
큰 생각 없이 시작했었고
학부 수업을 통해서 대단히 얻어가는게
별로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젠 그 반대가 되었다.
그리고 더 이상 시간이 내 편이 아니라는 거.
자퇴하고 다시 1학년으로 재입학했으면
한다고 학기 내내 우스갯소리를 했는데
농담 반 진담 반이 아니라 그냥 진담이다.
현실에서는 내가 틀니 덜렁거리는 4학년인데
이 세계에서는 파릇파릇한 새내기?!
정말 무언가... 한창 대학교 와서
정신 못차리던 때와 다르게
모든 것이 본격적으로 바뀐 느낌이고
이제 딱 1년밖에 안 남았다.
4학년... 조만간 가보자고. 당장은 아니지만.
우리 존재 화이팅
생각나는대로 아무렇게나 쓰다보니
진짜 줏대라고는 교수들 양심만큼이나 없는 결과물이 짜잔
사회성 부족한 사람들이 많이 선택하는 직업 1위 : 교수
이렇게 2022년과 대망의 3학년이 마무리됐는데
1학년 다시 시켜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