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서 보내는 시간 중 이틀 째.
첫 날은 당연히 비행기 타고 오고
체크인하고 짐 풀고 하는 데 시간이 걸리니
일정을 비교적 느슨하게 잡았는데
이제 두 번째 날부터 스케줄이 타이트하다.
하지만 인생이 계획대로 될 리가 있나
J스럽게 짜놓은 계획 깡그리 무시하고
9시나 되어서 느지막히 기상.
일정표엔 7시에 일어나서 브런치 먹으러
살살 걸어간 다음 먹는 시간이 9시쯤이었는데.
전날에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여기 와서
밤까지 돌아다니고 야식먹고 반신욕하고 잤으니
오히려 일찍 일어나는게 비정상적으로 느껴짐.
둘째날의 첫 방문지는 아사쿠사로,
우에노 기준 오른쪽으로 가는 일정 중 유일한 날이었다.
긴자나 시부야나 신주쿠나 다 우에노보다
왼쪽 혹은 아래에 위치해 있는데
아사쿠사는 우에노에서 지하철로 가긴
조금 어중간한 위치인데,
아사쿠사선이 우에노를 직통으로 지나가진 않아서
호텔로부터 아사쿠사가 4km 정도 되길래
그냥 걸어가기로 결정했다.
걸어다니면서 동네의 분위기와 정취를
느끼는 것도 여행의 한 방법이니까.
아사쿠사로 걸어가는 도중에는
특별한 일이 뭔가 발생하지 않았음.
이상하게 내가 여행을 다니면
곱게 가만히 다녀도 꼭 무언가
일이 생겨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인데
그런 이벤트 이번엔 없었다.
날씨가 너무 좋아서 평온하게 걷기 좋았으나
춥긴 오늘도 마찬가지다.
신발을 구두랑 컨버스만 들고와서
오래 걸으면 무조건 발 아픈 신발들만 있는 상태.
어제 2만보 정도 걸어서 해외여행 온 것 치고
평균적인 수준으로 걸어다녔는데
오늘은 시작부터 걸어다니니 벌써부터 발 아프기 시작함.
그렇다고 홍콩 갔을때처럼 운동화만
내리 신자니 사진 찍으면 이쁘게 안 나와서 싫고.
그래서 아예 운동화 안 가져왔는데
매일 밤 반신욕 안 했으면 발 부서졌을 각.
어... 음.. 딱히 더 적을 말이 안 떠오름.
브런치 먹으러 간 집 이야기로 서둘러 넘어가야 될 것 같음.
일본에 왔으니 일식을 가급적 먹는게
좋다고 생각은 나도 하고있었지만
도쿄라는 도시 자체가 세계에서
제일 큰 도시들 중 하나라서 별 가게들이 다 있다.
그래서 오늘의 아침은 노르웨이식 브런치를 파는
Fuglen이라는 카페에 와서 먹었다.
나 원래 남의 브이로그나 여행 영상
안보다시피 하고 관심도 없었는데
여기 오기 전엔 도쿄여행 vlog
진짜 한 50개는 보고 온 것 같음.
그 중에 한국계 외국인같은 사람이
괜찮은 집이라고 후기남겨놓은 곳이라
분위기가 괜찮아 보여서 한 번 와봄.
커피가 맛있는 집이라는데,
커피가 맛은 좋았으나 완전 내 취향은 아니었음.
왜냐면 벌써 이 집 커피맛이 기억이 가물가물함.
취향 저격당했으면 분명 기억이 나야하는데.
아닌가 나이먹고 기억력이 감퇴했나.
진짜 20대는 25살을 분기점으로
신체능력이 급격히 떨어진다더니 정말 맞다.
내가 기억하기로 이 집의 아메리카노는
원두의 맛이 산미가 옅게 있으면서도
고소한 쪽에 더 무게를 뒀었다.
난 산미가 센 커피를 좋아하는데,
산미가 세면 끝맛까지 산뜻한 게 난 좋더라.
아예 고소하고 바디감있는
묵직한 목넘김의 원두 및 추출방식은
산미가 아예 없는 게 낫다고 난 생각함.
팬케이크 위에 카라멜과 블루베리잼, 크림을
얹어줬는데 이건 맛이 평범했다.
팬케이크에 대단한 맛을 기대하는게
잘못된 것이기도 하지만 특별한 점이 없었고
가격은 평범하지 않았기 때문에
별다른 특징이 없다는 게 불만이었다.
노르웨이 테마의 카페여서 그런지
도쿄인데도 서양에서 온 외국인들이 많았다.
연어를 얹은 팬케이크도 팔던데
아침부터 그닥 내키지 않아서 이걸 시켰다만
차라리 그걸 시켜볼걸 그랬나 싶기도.
팬케이크가 두께가 얇으면서
눅눅하기까지 하니 굉장히 비실비실하다.
두껍거나 차라리 얇으면 바삭한게 낫다.
커피는 괜찮았으니 커피만 마시러 오자.
내 기억에 분명 카드로 결제했던 것 같은데
현금 냈었나 결제기록이 없다.
그래서 여기 얼마였는지도 기억 안 남.
다만 금액이 만만하진 않았던건 기억.
여긴 동네 주민들이 마실 나와서
모닝커피 하고 싶으면 오기 좋은 곳.
정작 서양 관광객들로 바글바글하지만.
팬케이크 먹고 성에 안 차서
바로 옆인 멘치카츠 가게로 살살 걸어왔다.
사실 브런치가 주식이고 멘치카츠는 간식으로
소소하게 먹을 생각이었는데
오히려 멘치카츠 먹으면서 배 채움.
멘치카츠 갓 튀긴거 먹으니 여행 온 맛 남.
생각보다 소금간이 세지 않고
안의 고기는 간장 넣어 양념한 듯.
바삭바삭하니 만족스러웠다.
한 개에 350엔이라길래 처음엔 별 생각 없다가
두 개 시켰더니 700엔 달라하길래
갑자기 비싸게 막 느껴지는거야.
근데 한 입 베어무니까 그런 생각 없어짐 ㅋㅋ
튀김옷 자체가 두껍진 않은데
튀김옷 안쪽이 부드러워서
두툼하니 꽉 찬 식감이 일품.
제일 유명한 이 '아사쿠사 멘치카츠'란 집은
가게 앞에 줄이 꽤 길게 늘어져 있다.
사서 그냥 받아 나오는거라
줄이 빨리 빠지긴 하지만 줄이 길긴 길어.
이 집이 대박을 쳐서 그런지 바로 옆에도
멘치카츠 집들 몇 개가 더 있는데
이런 건 역시 본점에서 먹어줘야지.
스타벅스 옆에 이디야가 꼭 생긴다고 해서
이디야에 가진 않을거잖아?
그 당시 이디야가 스타벅스만 붙어다닌단 논란에
이디야 측이 발끈해서 반박자료 냈긴 했었는데
실제로 이런 매장 출점 전략이 있기 때문에
아주 아니라곤 할 수 없을 듯. 여기도 마찬가지.
부산에 유명한 신발원이라는 만두 가게도
웨이팅이 미쳤는데, 그 웨이팅 기다리기
힘든 손님을 타겟으로 하는 비슷한 만두집들이
주변에 있다. 나쁘지 않은 사업전략.
다만 들고 먹을 곳이 딱히 없어서
길을 가면서 먹어야 하는데
그것까진 괜찮았으나
먹고 나서 잡고 먹던 기름종이를
버릴 데가 마땅치 않아서 좀 난감하다.
특히나 이 근방엔 별도의 쓰레기통이 없어서.
난 이럴 때를 대비해서 내 가방에
쓰레기 담아두는 비닐봉지 하나를 갖고왔는데
그게 아니었다면 처치곤란이었을 듯.
멘치카츠 집 맞은편에 지파이를 파는 집도 있었는데
이거 먹을까 말까 정말 백 번 고민함.
이것까지 먹었다가 점심 못먹을까봐
안타깝지만 포기했음.
일본여행 즐기는 팁 : 오기 직전 한 달 간
죽어라 많이 먹어서 위를 왕창 늘려놓고 오기.
멘치카츠집 바로 옆에
센소지라는 절이 있어서 와봤는데
일본식 절은 우리랑 느낌이 다르다.
우리네 생각에 절은 편안한 분위기에,
자연과 연관된 색이 많은 건물을 떠올리는데
여긴 절이 새빨갛고 웅장해서
절이 아니라 인기 유적지같은 느낌.
구경중에 옆에서 어떤 군인분이
한국말로 통화하고 계시길래 사진찍어달라함.
전화하던 상대방한테 사진 요청 들어왔다며
통화 멈추고 사진 열심히 찍어주셨었는데
내 기억에 이 분 억양이 경상도 사람이었음.
멘치카츠 먹어서 보충한 체력으로
스미다공원까지 걸어오는 데 성공.
스카이트리는 굳이 올라가보지 않을 예정이었음.
그래서 스카이트리를 구경하며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를 여행 계획 짤 때 물색해놓았는데
찾은 곳이 툴리스 커피 스미다공원점.
난 이때까지만해도 툴리스 커피라는 게
프랜차이즈인지 전혀 모르고 있었고
처음 도착해서 가게를 봤을 때
컨테이너 같이 신기하게 생겼다고 생각함.
아메리카노와 치즈케이크를 시켰는데
커피 맛은 산미가 깔끔하게 사라진
고소하고 은은한 맛이었음.
늘 강조하지만 내 취향은 산미가 센 커피.
얼어 죽어서 얼음덩어리가 되어도
무조건 아이스 아메리카노인 나인데
무슨 바람이 불어서 갑자기 따뜻한거 시켰는지
나도 모르겠지만 여기선 따뜻한거 마심.
치즈 케이크는 색다른 것 없는 그냥 치즈 케이크.
특별하거나 이상한 거 없이
평범한 치즈 케이크 그 자체였다.
역시 고이즈미 신지로가 국회의원했던 나라 답다.
'치즈 케이크는 치즈 케이크입니다'
따뜻한거 시킨 김에 손 좀 덥히려고
먹던 커피 테이크아웃해서 나왔는데,
걷던 중 아이스크림 인형에다가
제발 나 좀 먹어달라고 메시지가 붙어있는 거 ㅋㅋ
여행 온 거 아니었고 평소같았으면
상술로 별 쇼를 다 하네 하고 무시했을텐데
여행객으로서 이거 그냥 넘어가줄 수 없어서
350엔 주고 아이스크림 하나 샀다.
근데 아이스크림 맛있더라?
폴바셋에서 사먹는 상하목장 우유 넣어 만든
아이스크림의 진한 우유맛까진 아니었지만
부드럽고 우유가 내는 고소한 맛도 좀 났다.
그러면서 달아서 손시린 와중에 먹어치움.
스미다공원에서 강가를 따라 걷다보면
스미다 리버사이드 워크라고 도보가 있는데
다리 옆 보행자 통로 치곤 그럴싸하게 꾸며놨다.
혼조아즈마바시 역(도에이)까지 걸어가려고
산책로 전 구간을 걸어갔는데
날씨가 정말이지 미쳐서 걷는 내내 산뜻했다.
사실 더 가까운 아사쿠사역으로 가도 됐지만
스카이트리 코앞까지 한 번 가보려고,
그리고 도쿄의 완전 중심가가 아닌
살짝 외곽으로 나온 김에 동네 분위기 느껴보려고
도보로 30분 정도 더 추가되는 코스 선택함.
안그래도 아팠던 발 더 아프기 시작.
스미다공원은 벚꽃철에 벚꽃 구경 명소라니까
3월 말 정도에 방문하면 좋을 것 같음.
아사쿠사 선을 타고 긴자에 왔다.
긴자에 와서 제일 가보고 싶었던 건
긴자 한복판에 자리한 닛산 매장.
이름이 '닛산 크로싱'으로, 직역하자면 닛산 횡단보도.
매장 앞 사거리 여긴 닛산의 구역이다 이런건가.
사실 GT-R이 전시되어 있다는 말을 전에 들었어서
보려고 와본 건데, 시즌마다 전시차량이 바뀐단다.
내가 갔을 땐 1층에 300ZX(Z32)랑
닛산의 전기차 아리야가 전시되어 있었다. 뭔 조합이지?
아리야라는 이름은 SKT가 많이 생각나지 않나.
빨간색 300ZX는 컨버터블 모델이었는데,
역시 90년대 차량 아니랄까봐 T-탑이다.
전복 시 안전성 확보용 롤오버 후프가 장착된 걸 보니
미국 수출에 공을 들였던 차량다운 모양새다.
포르쉐 911의 타르가 모델도 동일한 이유에서
그런 형태의 은색 바가 자리하게 된 것.
2층으로 올라오니 신형 페어레이디 Z가
두 대나 전시되어 있다. 나 정말 이 차 실물 궁금했는데
실제로 보니까 사진보다 훨씬 멋지다.
최근 들어서 신형 Z만큼 현대적이면서
동시에 레트로하고 클래식한 디자인의 차량이
나온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의 임팩트.
사실 수동 면허가 없어서 일정 막바지에
차량 대여할때 Z를 못 빌림. 정말 아쉽.
대신 포르쉐를 빌렸지만.
내가 차량에 타본다니까 직원이 친절하게
가시동을 걸어줘서 계기판과 내부 모니터 등
여러가지 전장품도 둘러볼 수 있었는데
꽤나 알차게 꾸며져 있어서 놀라웠다.
특히나 오늘날 닛산은 장사가 잘 안 되는 상태.
이런 스포츠카를 만들어서 팔 여력이
지금 그닥 있지 않을 텐데
세상에 신형 Z가 등장했다는 그 자체도 놀랍지만
이렇게 짜임새있게 만들어놨다는 점도 놀랍다.
다만 시트 최저 포지션은 GR86같은 차량보다 높다.
2층에는 카페도 자리하고 있는데,
라떼 아트를 그려주는 기계로
닛산 차량 혹은 자신의 얼굴을 그대로 그린
라떼를 시켜 마실 수 있다.
거의 칠레를 강타한 일본 택시 자동문 수준의 혁신.
난 내 얼굴 그려진 라떼 주문함.
아이패드로 찍은 내 모습 사진 그대로 기계가 본따
프레스기로 찍듯이 그려내는 것이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히 내 모습이다.
라떼 아트 찍어내야 해서 위에 크림이 두껍다.
라떼 자체의 맛은 그냥 평이했고
밤맛 라떼라더니 밤 맛은 그리 안 났었다.
내 얼굴 그려진 음료 내가 먹는다는
이벤트를 위해 주문하는 음료에 가까움.
닛산 크로싱의 최강 장점은
잡동사니를 충전할 수 있는 무선충전패드가
카페에 여러 대 깔려있다는 것.
나 진짜 바보멍청이인지
에어팟 충전을 위한 케이블을 안 들고 왔다.
어댑터는 타입 A 먹는 110V 플러그 들고왔는데
케이블은 C to C, A to C, C to 라이트닝만 들고와서
A to 라이트닝이 없어 에어팟 충전을 못함 ㅋㅋ ;;
무선충전패드 보이자마자 냅다 올려놨는데
에어팟 무선충전 정말정말 느리다.
한 한시간 여기서 보냈는데 케이스가
한 15% 정도 충전됐나. 얼마 안 됐음.
그나저나 110V짜리 타입 A 플러그
예전에 나 일본판 엑스페리아 사서 쓸 때
박스에 들어있던 건데 서랍에 방치해놨더니
도대체 몇 년 만에 꺼내 쓰는건지.
이걸 이렇게 쓰네.
에어팟 충전 좀 하고 나오니
대각선 맞은편에 세이코 타워가 바로 있다.
마침 내 시계도 세이코꺼라 반가움.
이 앞에서 인증샷 찍고싶은데,
혼자 놀러와서 사진 찍어줄 사람이 없어서
횡단보도 신호 기다리던 옆의 할머니께
사진 찍어달라고 했음 ㅋㅋ
할머니께서 흔쾌히 허락하시고
어떻게 찍어줄까 물어보시기에
타워가 배경이 되게 촬영 부탁드렸음.
나중에 찍어주신 사진 봤는데
말도 안 되게 잘 찍어주셨길래 정말 깜놀.
젊으셨을 당시 사진이 취미셨었나
구도를 보는 감이 있으셔서 놀람.
위에 첨부한 타워의 사진은
내 얼굴 나온 부분만 크롭한 것.
미키마우스 시계가 귀엽다.
바로 옆에 미츠코시 백화점이 있길래
시계 구경이나 할 겸 들어가봤다.
저번에 홍콩 갔을 때도 K11 뮤지아라고
백화점 아이쇼핑 한 번 가봤었거든.
우리나라의 백화점들이 여기서 영향을 많이 받은 게
여러모로 느껴지는 인테리어와 레이아웃이었다.
긴자 미츠코시는 내 눈엔 압구정 현대백화점하고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비슷하게 느껴졌음.
그랜드 세이코 구경하고 싶어서 매장에 갔더니
직원분이 열심히 120만엔짜리 시계 영업함.
나 지금 차고있는 것도 세이코라 하니 엄청 좋아했음.
이 정도 가격대로 가면 나는 무조건 오메가라.
오메가를 못 사는 상황이 오면 IWC인데
그런 상황이 있긴 할까? 사실상 오메가 원픽임.
씨마스터나 드빌로 하나 장만하고 싶네.
일본 백화점 식품관에 먹을만한 거 많다기에
한 번 둘러봤는데 관광객인 나로선 먹을 게 없었음.
현지 거주중이면 반찬 사갔을텐데.
사지도 못할 시계 아이쇼핑을 마치고
원래 계획했던 긴자 기무라야 빵집에 방문했다.
닛산 크로싱과 미츠코시에서 걸어서 3분 거리.
미츠코시 들어가보는건 즉흥적으로 결정한거라
배도 슬슬 고프고 빵이나 먹을 겸 왔다.
이 집은 팥빵이 유명한 집인데
정작 나는 다른 빵들이 다 맛있더라고.
특히 포테이토 베이컨빵 정말 미친 맛이었다.
아직도 생각날 정도로 맛있었음.
빵 자체도 원재료가 좋은 게 티가 나면서
기름기가 부담스러울 정도는 아니면서도
충분하게 둘러져있고, 감자와 베이컨이
넉넉하게 들어있어갖고 정말 좋았음.
여길 일정 중간에 방문하는 바람에
이 집 빵을 귀국할때 왕창 사오질 못했는데
귀국 직전에 재방문했어야 했다고
우리나라 돌아오고 나서 크게 후회했을 정도니
도쿄 방문했으면 한번 쯤 들러볼 만 하다.
맛이 그런데 가격조차 한 개에 300엔 수준이었음.
정확하게 가격이 기억이 안 나는데
그닥 비싸지 않았던걸로 기억.
특히나 대한민국의 미친 빵값에 비하면.
사실 우리가 '제빵'하면 제일 먼저
머릿속에 떠올리는 나라는 프랑스 아닌가.
그런데 사람들이 생각보다 2등은 잘 모른다.
2등은 일본이거든.
이런 유명한 빵집의 퀄리티는 말할 것도 없고
편의점에서 백엔대로 파는 빵들도
크림도 넉넉하고 들어가는 재료들도 하나하나
만만하지 않은 것이 먹어보면 바로 느껴진다.
일본여행 가면 빵 한가득 배에 채워넣고
손에 바리바리 싸들고 돌아올 각오 해야 함.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긴자에서 예정보다 시간을 더 끌었더니
점심을 오모테산도에 와서 먹을 계획이었는데
그 집을 저녁밥으로 먹게 되었다.
1편에 내가 여기 오기 전 계획을 짜면서
도쿄여행 브이로그 엄청 봤다 그랬는데
브이로그 뿐만 아니라 블로그와 구글맵 후기도
꼼꼼하게 전부 체크했다.
여기서 너무 자주 언급되는 식당은
과감히 제외시켰고, 그래서 긴자에 위치한
킷사유라는 식당은 뺐음.
누가 봐도 평범한 오므라이스집에 가격은 비싼데
긴자 맛집이라며 언급이 많이 되더라고.
모험을 하긴 싫으니까 한국사람의 후기가 있는 집을
가급적 가고 싶으면서도 남들은 잘 모르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음식점 위주로 찾고싶은 욕심이 있음.
남들이 다 간다 하면 웬지 가기 싫음.
좋게 말하면 반항아적 기질. 특별함을 타고났음.
나쁘게 말하면 그냥 사회부적응자 ㅋㅋ
저녁먹기 미세하기 이른 시간이라
오모테산도 온 김에가 아니라
에어팟 충전하려고 애플스토어 방문.
특별히 봐야 할 신제품이 없는 상태에서
애플스토어를 방문하는 건 정말 별 거 없다.
제일 화제인 아이폰15프로는 내 손에 지금 들려있잖아?
그것도 그런데 애플이 최근 엔저를 반영해서
일본 내 제품 판매가격을 크게 올렸다.
낮은 엔 환율을 감안해도
국내 판매 가격보다 비싸다.
이럼 굳이 여기서 살 이유가 하나도 없지.
스토어 직원한테 파인우븐 케이스는
정신나간 가격이라고 했더니 맞다더라.
애플스토어에서 나와서 저녁밥 먹으러.
첫째 날 저녁도 돈까스였는데,
둘째 날 저녁 역시 동일하게 돈까스.
돈카츠 마이센이라는 집으로,
어제 먹었던 겐카츠는 굉장히 협소하고
작은 가게였던 데 반해 여긴 으리으리하다.
돈까스집을 무슨 호텔 라운지나
료칸처럼 지어놨는데 입구를 경비가 지키고 있음.
야쿠자 정기모임을 여기서 하나?
이 정도 스케일이면 오모테산도 대로변에
식당 방향 표지판 달아놓을 만 하지.
메뉴판을 보는데 맨 앞장에
「 달콤한 유혹 」 이라며 특등심, 특안심 메뉴가 있더라고.
난 돈까스는 무조건 등심이니까
특 로스카츠 정식 주문했음.
근데 130g짜리는 품절이고 100g짜리만 된다네?
고기가 딱 30g가 모자라진 않은 것 같은데;
아무튼 안 된다하니 어쩔 수 없이 100g짜리 주문함.
어젠 200g짜리가 2900엔이었는데
이번 메뉴는 100g이 3000엔.
나 왜 먹는 돈까스마다 3천엔??
진짜 한국이었으면 이 가격 안 냈다.
난 명동돈까스가 로스카츠에 14,000원 받는것도
평소에 비싸다고 생각하는 짠돌이라고.
동네가 동네이니 좀 더 비싼건 이해하는데
이건 거진 따블로 받고 있네.
매장 인테리어 값이 다 여기에 녹아든듯.
이 집은 고기 품질은 좋은데 특출나진 않았고
튀김의 느낌은 평범한 돈까스인데 아주 좋은 퀄리티.
통상적인 돈까스의 고급 버전이라 보면 되겠다.
이 집은 돈까스 소스가 여러 가지인데
난 원래 소스 잘 안 찍어먹는 사람이다만
소스들이 다 괜찮았다.
무슨 소스였는지는 기억 안 남.
진짜 어떡하냐 기억력이 벌써 이모양인거
메뉴 이름이 달콤한 유혹이었던 것 치고
고기에서 부드러운 단맛은 별로 없었음.
클래식한 돈까스 맛에 오히려 집중한 느낌.
어제 그 겐카츠가 달달하게 녹는 맛은 더 했음.
3천엔 주고 또 먹겠냐면 아니오.
근데 한 번 정도는 와볼 만 하다.
일본식 돈까스의 본고장이니까
더욱 비싼 버전도 도전해볼 만 하지.
사실 더 저렴한 메뉴들도 있기 때문에
그거 먹어도 식당 수준 보건대
기본 이상은 하리라 싶다.
저녁 먹었으니 당연히 또 커피 먹어줘야.
이번엔 꼭 가보려고 생각하고 있었던
커피 마메야라는 카페인지 커피 연구소인지
알 수 없는 카페에 갔다.
이 곳의 목표는 단 하나.
내 입맛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원두 찾기.
직원들이 전부 랩실 가운을 입고있는데
직원들 연령대가 대부분 젊어서 그런지
연구진보다는 교수한테 착취당하는 대학원생같음.
암튼 커피를 제대로 연구한다는 컨셉인 것 같다.
여기 저녁 6시에 마감하기 때문에
저녁 먹기 전에 왔어야 했나
시간 아슬아슬한거 보고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웨이팅 줄 마감 전에 도착했다.
뭐지 대학원생은 6시에 집 못가는데
줄 서있다가 내 앞 순번인 중국인한테
나 사진 좀 찍어달라 했음.
정말 아무나 붙잡고 사진찍어달라 하는 중.
내 맘에 드는 원두를 골라
시음할만큼 내려준 걸 마셔보며
입에 딱 맞는 원두를 찾아내는 시스템인데
원두 하나 고르면 시음 치고는 좀 많고,
한 잔 치고는 좀 적은 양이 나옴.
그러면서 한 잔에 400 ~ 2800엔까지 함.
가격이 무시무시하다.
사실 원두 하나에 너무 많이 마시면
여러 가지 원두를 접해볼 수 없으니
적은 양은 이해가 되지만 가격은 이해불가.
산미의 강도별로 분류가 되어있어서
난 제일 산미가 강한 라인, 중간, 제일 없는 라인
중에서 하나씩 골라서 마셔봤다.
원래부터 난 에티오피아산 원두를 선호해왔는데
여기서 마셔본 결과 내 생각이 맞았다.
산미가 제일 강한 에티오피아산
Gesha Village Washed 원두가 좋았음.
바디감이 아주 살짝만 더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이 원두가 Washed 원두여서 그런 느낌인듯.
한 잔 마시는데 아주 산뜻하고 기분 좋다.
중간 수준 산미인 콜롬비아산
Tres Dragones Natural은 원두 콩이
스스로 정체성 혼란이 온 것 같은 맛이었고
산미 없이 무게감 있는 과테말라산
Liberted Reserve는 목넘김이 묵직해서
따뜻하게 내려마시면 괜찮겠는데
아이스를 선호하는 내겐 역시 에티오피아산.
원두를 150g 팩으로도 판매하는데,
하나 사갈까 하다가 가격 보고 급 취소.
세 잔 마시고 2900엔 나갔다.
저녁밥과 커피에 한 시간만에 6천엔 삭제.
엔이 싸서 망정이지
눈 앞이 어지러운 가격이다.
커피 실컷 마시고 또 커피마시러 간다.
오모테산도 온 김에 가보려던
INTERSECT BY LEXUS도 한방에 가려고
커피를 세 잔이나 먹고 나왔음에도
또 커피마시러 가게 됐음.
더 웃긴건 여기서 커피 먹고
2차 저녁 먹으러 시부야 감.
코스요리도 아니고 저녁식사를
1,2차로 나눠서 먹는 동네는 여기가 처음.
하루에 6끼 이상 먹을 자신 없으면
도쿄 오지 마세요.
여긴 렉서스가 만든 고급 카페 겸
레스토랑이라고 보는게 맞다.
그래서 렉서스 부품들 모아놓은 장식이
1-2층을 오가는 계단 벽에 붙어있고
1층에는 도요타 아키오 회장의
차세대 자동차를 향한 개발 열의(?)를
담은 동영상을 틀어놓은 공간이 있다.
1,2층 둘 다 카페 겸 레스토랑.
난 2층으로 안내받아서 왔는데
웬 일본 재계 모임같아보이는
어르신들이 둘러앉아 다과회 하고 계셨음.
렉서스가 우리나라에서도 잠실 롯데타워에
커넥트 투라는 비슷한 카페를 운영하는데
커넥트 투에서는 국내 농민들과 제휴해서
제철 우리 농산물로 만든 음료를 판다.
이런 매장을 운영하는 렉서스의 선택은
칭찬받을 만 하다고 생각함.
여기로 걸어오면서 오모테산도의
안쪽 동네를 돌아볼 수 있었는데
상태 좋은 옛날 차량들이 되게 많았다.
연식이 오래될수록 자동차세가 싸지는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정 반대라
오래된 차일수록 유지비가 급 상승하는데
이런 차량들이 시나가와 번호판 달고
다소곳이 서 있으니 역시 부촌답단 생각이.
INTERSECT BY LEXUS 와서는
이달의 커피 한 잔만 시켰는데
11월의 원두는 콜롬비아산이었다.
방금전에 카페 마메야에서 먹고 온
콜롬비아산 원두는 별로였는데,
여긴 원두 품종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커피에서 은은한 딸기향이 났다.
딸기향 커피라니 말로만 들으면
이상할 것 같은데 생각보다 되게 좋다.
커피 한 잔에 700엔이면
그렇게 고가라고 하긴 어려운데
방금 2900엔 주고 커피 마시고 와서;;
가격에 비해 정말 과잉 친절의 수준이 미쳤다.
한국에서도 렉서스 매장이나 서비스센터는
거의 넘사벽 수준으로 친절함이 넘치는데
여기는 렉서스 본진이니 서비스가 어떻겠어.
나 그냥 다 마셔서 일어나려고
계산하려고 움직이니 직원이 득달같이 쫓아와
자리에 앉아있으면 계산해줄거라고
내 카드 후다닥 가져감.
한국사람인 나는 그냥 빨리 계산하고
나가는게 더 좋은데 굳이 자리로 다시 날 모셔줌.
이상하게 이 곳만 내 카드가 결제가 안 먹혀서
현금으로 지불했는데, 하필 5천엔권밖에 없어서
냈더니 쟁반에다가 잔돈이랑 영수증 담아줌.
솔직히 내가 어느 정도 대접받고
서비스 받는걸 즐기고 그간 누려온 사람인데
이건 정말 나조차도 부담스럽다.
하지만 이래야 렉서스지.
안 그래도 다음에 다시 도쿄 오면
렉서스 빌릴까 생각 중이었는데.
오히려 여기를 렉서스 오너 전용
독점 고급 라운지로 운영하고
주차공간도 좀 마련해주면 좋겠다 싶었음.
어젯밤에 왔던 시부야에 돌아왔다.
내일 아침에도 시부야 올건데
암튼 또 저녁먹으려고 컴백.
이번에 먹을 메뉴는 츠케멘이다.
츠케멘 야스베에라는 집인데,
이 근처 회사원들이 저렴하게(?)
저녁 한 끼 때우러 오는 곳 같아보였음.
특이하게 이 집은 주문하는 사이즈와
상관없이 일괄 가격 고정.
난 처음 와봤으니 제일 기본적인 츠케멘으로.
욕심같아선 대짜 시키고 싶었는데,
이거 먹고 크레페 사먹을 예정이라
또 먹을예정 ;;;;
적당히 타협봐서 중짜.
아무리 그래도 소짜는 안 되지.
저녁 8시쯤 방문했더니
평일이라 퇴근한 직장인들 줄 왕창 서있음.
실내에 들어가서도 앉아 더 기다려야 함.
총 30분 정도 기다렸더니
직원이 앉으라고 자리 안내해주더라.
츠케멘은 사실 태어나서 처음 먹어보는 음식.
소바처럼 면발을 국물에 찍어먹는 건데
면발이 라멘 면이라 우동에 준하게 통통하다.
국물 맛은 굉장히 오묘한데,
처음 먹어보면 이게 뭐지 싶은 맛.
분명 가츠오부시와 멸치 베이스인데
돼지 육수같은 느낌 및 기름기도 있다.
찍어먹는 음식이라 국물 간은 꽤 셈.
사실 찍어먹어서 '츠케'멘이다.
근데 매장에 사람들 끊임없이 줄 서고
어쨌든 저녁시간은 꽤 지난 상태인데
계속 오는거 보니 하케멘으로 이름 바꿔도 될 듯.
잘 나가는 면.
우리나라에서 본 적이 없는 음식이라 보니깐
예전에 이 츠케멘 야스베에 상표를
허락 없이 그대로 베껴 홍대에 가게를 낸 집이
츠케멘을 국내에 파는 첫 식당이었었네.
나라망신.
츠케멘은 먹는 내내 이게 무슨 맛이지 싶음.
처음에는 입에 안 맞았다가,
먹는 중간에는 쑥쑥 입에 들어가다가,
또 권태기 온 것 처럼 이상해졌다가
다 먹고 나서 있으니 계속 생각났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그 짭짤한 국물 땡기네.
내 옆자리에도 혼자 온 한국 남자분이셨는데
스몰 토크 별로 안 좋아하시는듯.
밥 먹었으니 커피 먹어야지
라고 쓰기엔 너무 양심이 없는 것 같아서
밥 먹고 시부야 주변으로 산책 나옴.
미야시타 공원은 시부야역 바로 옆인데
옥상에 꾸려진 공원이 예쁘다.
근데 미야시타 공원 자체보다는
미야시타 공원과 그 위로 시부야의 고층 건물들이
함께 자아내는 야경이 이쁘다고 해야 할 듯.
나중에 낮에도 여기 와봤는데 그닥이었음.
미야시타 공원 옥상엔 스타벅스가 있는데
커피 그만 마셔야 할 것 같아서 안 들어감.
못 잘까봐가 아니고 배가 터지기 직전이라.
간신히 꺼트리려고 산책 나온 거.
츠케멘 집 가기전에 시부야 109 앞에서
옆에서 횡단보도 신호 기다리던 넥타이부대 아저씨한테
역시나 아무 생각 없이 또 사진 찍어달라 했음.
이 아저씨가 내 사진 열심히 찍어줬는데
웃기게도 내 폰에 본인 얼굴 사진도 남겨놓음 ㅋㅋㅋ
찍기 전에 셀카모드로 본인 얼굴 한 장 찍었나봄.
아까 긴자에서 찍어주신 할머니만큼은 아니지만
이 아저씨도 꽤나 괜찮게 여러 장 남겨줬다.
이 아저씨가 본인 얼굴을 남기셔서 한 마디 하자면
되게 전형적인 일본 유부남같이 생겼다.
30년짜리 대출 끼고 도쿄 외곽에서
오순도순 가정 꾸려가며 중심가로 출퇴근하는 그런 느낌.
그래서 미야시타 공원에서도
근처에 있는 사람한테 사진 찍어달라고 할까
고민하다가 그냥 말았음.
조명이 전부 파란색 아니면 보라색이라.
사진 보정 좀 해봤으면 알 텐데
사람 피부톤에서 보라색 빼는게 정말
극악 난이도이니 이럴 땐 흑백으로 밀어버려야됨.
살살 걸어서 시부야 109 뒷편으로
크레페집을 향해 왔음.
가게 이름이 메종 크레페리라
메종 마르지엘라가 연상되는 가게.
단순 번역하면 크레페 집인데
불어로 쓰니까 이렇게 고급스러울 수가.
Crepe House라고 써놓는다 생각해보자.
배나온 미국인 공인중개사 아저씨가
집 리스료 덤탱이 씌울 것 같은 느낌 아닌지.
이 크레페집은 노래를 틀어놨는데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일본버전 노래 틀어놨음.
일본에서 얘네들 인기 상당하다던데
그 영향인가. 사장님이 케이팝 좋아하나봐.
늦은 시간인데도 크레페 사먹으려는 사람들이
가게 앞에 몇 명 있었다.
크레페가 이렇게 인기있는 디저트였나.
딸기 크레페 먹어보니 그냥 크레페다.
고이즈미 신지로 재등장. 끄덕.
디저트에 미친 나라답게
크레페에 요술을 부렸다거나
특별한 맛이 난다거나 하진 않음.
근데 크레페에 그런걸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양심이 없는 것이기에, 달고 맛있으면 됐지.
이 지경이 되니 거의 배에 남은 공간
억지로 찾아서 있는 끝까지
먹을거리 죽어라 밀어넣는 기분이었음.
크레페 냠냠하면서 시부야 밤거리 걸어다니니
여행온 맛 나더라. 지갑은 좀 아팠지만.
크레페까지 다 먹어치우고
이제 호텔로 돌아갈 시간.
정말 긴 하루였다.
난 자취할 당시에도 꼭두새벽에 막
밖에 돌아다니고 운동나가고 그랬는데
우리나라 사람으로서 해외 나가면 위험한 게
외국의 치안은 우리만큼 훌륭하지 않다는 것.
열시 반 정도인데 우에노가 완전
사람도 거의 없다시피하고 조용해서
간이 배 밖으로 나온 나조차도 약간 무서웠다.
우에노-히로코지역에서 내려 호텔까지
걸어서 대충 9분인데, 호다닥 뛰어옴.
하지만 그 와중에 로손 방문함.
오늘 밤부터 내일 아침까지 먹을 생수 사야 해서.
사실 생수는 핑계고 편의점 빵 및 야식 사러 갔음.
나 롤케익 엄청 좋아하기 때문에
오늘은 조각 롤케익 픽.
슈도 샀는데 이 둘 정말 크림 실하고 맛있었다.
편의점 빵만 먹고 살아도 행복함.
라떼 병커피도 하나 샀는데 맛이 좀 묘했음.
음료는 그냥 물이나 글리코 딸기우유 먹어야 돼.
편의점 빵까지 배에다가 밀어넣고 나서야
오늘치 분량 먹을 거 끝났다.
귀국하고 나서 얼굴을 보는데
살이 엄청나게 쪘더라고.
여행기 쓰면서 돌아보니까 그 이유가 딱 나온다.
그리고 사진들을 돌아보니
여행 중에도 실시간으로 살 찌고있음;
놀러가서 사진찍는다고 살 좀 빼고왔는데
빠르게 원복시킨걸로도 모자라 더 불음.
근데 이 동네는 어쩔 수 없다.
이렇게 먹고 다녔는데도
가보고싶던 음식점 꽤 못가봄.
다음 번엔 한 일주일 넉넉잡고 와서
죽치고 앉아서 먹기만 해야 할 판.
아니 하루 분량만 쓰는데
글의 길이가 도대체 이게 뭐야.
그만큼 하루하루 알차게 놀았다.
오늘의 도파민은 끊임없는 먹거리.
먹는 즐거움도 일종의 쾌락인데
이 정도면 거의 치사량 수준으로
많이 누리지 않았나 싶다.
이렇게 꼼꼼하게 먹고 먹기를 반복했다니.
3일차는 3편으로.
이거 4박5일치를 글 하나로 다룬다면
스크롤 내리다가 지겨워져서 못 읽을거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