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셋째 날이다.
4박 5일의 전체 일정 중 정가운데.
오늘도 짜놓은 일정표 상엔
8시에 기상해서 근처 카페에서 모닝커피 하고
간단하게 아침 챙겨먹은 다음
사전에 예약해둔 시부야 스카이에 가볼 예정이었는데
10시가 다 되어서 간신히 일어났다.
나이를 먹으니까 이제 타이트한 스케쥴 소화하고
다음날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건 못 하겠음.
어젯밤에도 마찬가지로 반신욕 하고 잤더니
아침에 어찌나 일어나기 싫던지.
시부야 스카이 예매해둔거 아니었으면
정오가 넘어가도록 쭉 잤지 싶다.
늦게 일어났으니 얼른 나와야 함.
우에노에서 시부야까지 못해도 45분.
10시 다 되어서 일어났고,
시부야 스카이 입장은 11:20이니
얼른 씻고 나가야 시간 맞출 수 있다.
시부야 스카이는 시부야 스크램블 스퀘어의
옥상 테라스라고 보면 된다.
시부야 스크램블 스퀘어는 높이만 해도
230m짜리인 마천루. 생각보다 높다.
시부야 스카이 티켓을 사전에 예매할 때
아무래도 날씨가 중요하니만큼
일기예보가 어느정도 정확해지는,
일주일 전 즈음에 예매하려고 기다렸었는데
보니까 최소한 3주 뒤나 되어야 저녁시간 티켓이
자리가 남아있더라. 내 일정 중엔 낮밖에 안 남았었음.
시부야 스카이의 인기를 실감하게 됨.
도쿄 타워나 스카이트리는 이렇진 않거든.
그래서 시부야를 낮에 방문하는건
일정 중 이때가 처음이라 낮 티켓 예매함.
시부야는 이제 여러번 와서
익숙하게 찾아다닐 수 있을 정도였는데
내가 도쿄 메트로 패스를 써서 더 좋았다.
시부야 스크램블 스퀘어 입구랑
시부야 스카이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입장 줄이
긴자선 타고 와서 내려오면 바로 코앞이거든.
JR 노선 타고오면 좀 걸어와야 함.
확실히 숙소를 우에노로 잡는 게 여러모로 좋다.
시부야 스크램블 스퀘어는
1층은 백화점 식품관같이 디저트류들을 팔고
위로 올라가면 의류 매장들이 좀 있다가
더 위에는 사무실들이 모여있는 건물.
시부야 스카이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는
아예 야외에 나와있고, 한 눈에 띈다.
시부야 스카이는 이쪽이라고 안내판들이 워낙 많아서.
엘리베이터를 타는 줄도 꽤 길어서
예약해둔 시간보다 최소 10분정도 일찍 도착해야 함.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14층.
같이 탄 한국인 부부가 옆에서
여기 14층밖에 안돼? 하던데 나도 속으로 그 생각 했음.
14층은 시부야 스카이로 올라가는 입장 게이트고,
국내의 여느 전망대들처럼 엘리베이터를
한 번 더 타고 올라가야 시부야 스카이가 나온다.
확실히 사전에 예매해놓으니 한방에 바로 입장가능해서
훨씬 편하고 잠시 14층의 뷰도 구경할 수 있었다.
14층도 그리 낮은 층고가 아닌만큼
스크램블 교차로 방향 뷰 나쁘지 않더라.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왔음.
도쿄 브이로그에 단골로 등장하는
엘리베이터 천장에 달린 화면.
음속을 돌파하는 것 같은 애니메이션이 나오는데
사람들 생각하는게 다 비슷한가보다.
다 이거 찍고있음 ㅋㅋ
올라가면 안내원들이 짐을
락커에 전부 집어넣으라고 하는데,
목도리나 목에 거는 줄 없는 카메라는
전망대 내 반입금지. 나도 목도리 넣어둠.
아무래도 바람이 셀땐 날아가기 쉬워서
금지시키는 것 아닌가 싶다.
오늘의 날씨는 정말 청명하고
어제와 그제에 비해 기온이 높아서
(최저 8도 ~ 최고 16도)
전망대에 올라왔는데도 얇은 코트로 버틸만했음.
어제같았으면 얼어 죽었을 게 분명하다.
여기선 첫 사진 올려둔 것 처럼
후지산도 보이고, 도쿄 시내의
각종 뷰포인트들이 한방에 다 보인다.
시부야 스카이 하나로 나머지 전망대들 올킬가능.
시부야 스카이를 예매해두어서
도쿄 타워나 스카이트리는 굳이 올라가보지 않았는데
그게 딱히 아쉽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여기가 최고다.
특히나 그 둘의 입장권이 시부야 스카이보다 비싸다.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
다음엔 야경 보러 다시 와야겠다.
이곳의 인기가 워낙 좋다보니,
패스포트라고 아예 연간 패스를 팔던데,
7500엔이다. 갱신 시에는 6500엔.
내가 도쿄 살았으면 이거 끊었을 듯.
대충 한 네 번만 올라오면 뽕 뽑는건데
근처 살면 자주 와볼만하거든.
연간권의 이름이 패스포트인건 쏘카인줄
남들 많이 가는 곳 그리 내켜하지 않는 나인데도
여긴 도쿄 여행 오면 무조건 꼭 방문해야 함.
한국 사람들도 엄청나게 많아서,
혼자 왔는데도 사진 찍어달라 많이 부탁한 덕에
사진 꽤 많이 남겼음. 찍어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
시부야 스카이에서 내려와서 점심 먹으러.
시간이 없어서 아침을 대충 어제 사둔 야식 중
남은 빵 같은걸로 때웠기 때문에
점심은 좀 제대로된 걸 먹어야 했음.
소바가 먹고 싶어서 소바집으로 걸어갔는데
이 집 옆에 포르쉐 센터가 있더라.
가게 이름은 소바키리 미요타.
이름만 들어도 소바 전문점같음.
3대째 내려오는 소바집이라는데
일본답게 오랫동안 전통을 유지한 집이 많다.
걸어가는 와중에 대학교 하나를 지나쳤는데
얼핏 보기에도 캠퍼스가 되게 예뻐보임.
난 관광객이고 여기가 무슨 학교인지 모르니까
캠퍼스 이쁘네, 좋겠다. 나도 대학생이었으면(?).
하고 지나갔는데 나중에 찾아보니까
유명한 사립대더라고. 이름은 아오야마가쿠인대학교.
근데 이름이 아오야마-가쿠인-대학교인데
아오야마는 동네 이름이고,
가쿠인은 학원(학교)이란 뜻인데
그럼 아오야마 학교대학교 아닌가?
일본사람 입장에서 이 이름이 안 어색한가.
암튼 여긴 캠퍼스 느낌이 연세대같은데
나중에 알아보니깐 거의 일본의 연세대 느낌 맞다.
재학생들이 잘 놀고 잘 꾸미는 이미지에
학비 비싼 사립대인점까지.
소바키리 미요타는 지나치면서도 몇 번 봤는데
피크 타임엔 어김없이 웨이팅 줄이 있음.
근데 여기 직원이 유난히 기다리는 사람들한테
가게쪽으로 붙어서 기다려달라고
여러 차례 잔소리함. 이 집이 유독 그랬음.
줄 서서 기다리는데 뒤에서 한국말 들려서 보니까
어머님 세분이 점심먹으러 오셨나봄.
Q : 한국말 들리면 내가 하는 것은?
A : 사진 찍어달라하기
사진 찍어달라고 부탁드렸는데
어머님 중 한 분께서 잘 찍어주라 하셔서
감사히 사진 몇 장 또 남김.
가츠동도 너무 먹고싶었어서
가츠동을 시키냐 소바 전문점답게 소바를 시키냐
마지막까지 고민하다가 소바 주문.
이 집을 여러번 왔다면 다른 메뉴를 시켰을건데
처음 왔으니까 대표 메뉴를 시켜야지.
'미요타 오리지널'이라고 이 집만의 메뉴가
첫 장에 나와있는데 돼지고기와 함께 나오는
찍어먹는 소바가 1번에 있더라고. 이걸 시킴.
쯔유가 매운 맛이 확 덮치는 스타일이 아니고,
서서히 은근하게 매운 맛이 올라옴.
한 80프로까지는 그닥 안 맵고 적다가
결정타로 날리는 매운맛은 생각보다 세다.
979엔짜리 메뉴 치고 양도 넉넉하고
웨이팅 줄 왜 있는지 알 만 한 집이다.
다만 이 집은 카드결제가 불가능하니
무조건 현금 지참해야 함.
꼭 가보고 싶었던 LP바가 있어서
다시 시부야로 돌아왔음.
Lion이라는 이름의 LP바인데
그렇게 잘 알려진 곳은 아님.
영업시간이 오후 1시 ~ 8시라 그리 길지 않고
시부야109 뒷쪽 골목 안에 있음.
찾아가보니 위치가 상당히 외진 곳.
그런데 가보니까 영업 안함.
구글 맵엔 영업 중이라 되어있고 별다른
외부에 '무슨 사정으로 영업 안합니다' 같은
안내판도 없어서 이유도 모르고 그냥 돌아옴.
다음번에 도쿄 오면 재도전 꼭 해볼 곳.
상심하고 다시 시부야 스크램블쪽으로 걸어오다
역시 이럴땐 디저트를 먹어줘야겠다 싶어서
하겐다즈의 나라답게 또 하겐다즈 구입.
라즈베리/바닐라 아이스크림이 든 초코샌드를 샀는데
아이스크림은 맛있었고, 겉의 초코빵은
너무 바삭바삭하기만 하고 별다른 맛이 인 났음.
아무튼 하겐다즈 최고.
차 한잔 마시려고 갔던 터라
다른 찻집을 가야겠지.
Satella라고 푸딩이랑 크림소다 파는 집을
사전에 찾아놨어서 거기로 목적지 변경.
아까 점심 먹었던 소바키리 미요타가
오모테산도였는데, 이 찻집이
시부야랑 오모테산도 사이에 있다.
시부야에 왔다가 그리로 돌아가니 엄청난 동선낭비.
걸어다니면서 느끼는 분위기가 좋아서
아깝진 않았지만 어쨌든 그렇다고.
개인적으로 Satella 이 집이
도쿄여행 중 최고의 맛집이었다.
먹은것들 하나하나가 다 입에 맞고 좋았지만
이 집의 커스터드 푸딩은 미쳤음.
말로 표현하기 어려우니 그냥 방문 추천.
몇 개 더 시켜서 먹을까 하다가
하나에 700엔 수준이라 손이 떨려 못 시킴.
크림 소다도 같이 시켰는데,
크림 소다가 되게 일본스러운 메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더라.
난 크림 소다 하면 영국이 생각나는데.
이 크림 소다는 멜론맛이고,
위에 얹어준 아이스크림도 짱맛.
이 집이 더 좋았던 건
콘센트를 쓸 수 있게 해준다는 것.
덕분에 폰을 10%정도 충전했고,
이때 충전한 덕분에 밤에 호텔 복귀 전까지
폰 방전을 면했음. 안 그랬으면 방전됨.
다만 이 집은 그 회사촌에 식당들 보면
건물 내 집단상가들에 모여있는
그런 스타일로 숨어있고,
가게 밖에 Satella라는 언급이 일절 없어서
처음 찾아가는 입장에선 찾기 어렵다.
나도 들어가서 여기 Satella 맞냐고 물어봤음.
사진에 보이는 '珈琲'가 커피의 한자식 표기인데
솔직히 이걸 외국인 관광객이 어떻게 알아봐.
내부에 자리는 바처럼 앉는 자리 몇 개랑
테이블 서너개 뿐이라 아주 크지도 않고
내부 분위기는 앤티크 가구점 온 듯한 느낌이라
여러모로 편안하고 좋은 곳.
도쿄 온다면 여긴 꼭 방문해보길.
푸딩 먹었으니 이제 신주쿠로.
신주쿠는 한자로 新宿인데,
우리나라에도 신숙이라는 식당이 서초동에 있다.
신주쿠의 맛을 담은 칼국수집이라는데
매번 가보려다가 못 가고 있음. tmi 퍼레이드
신주쿠는 유명한 동네인데
내가 사전에 잘 안 찾아본건지
그닥 할 게 없어보이는 동네였음.
유일하게 내가 봐둔 건 도쿄도청 전망대.
아침에 시부야 스카이 올라갔다왔는데
오늘은 전망대 투어라고 봐야 할 듯.
도쿄도청 전망대는 1,3주 화요일 휴관이고
오늘이 3주차 화요일이라 사실
휴무란거 알고도 그냥 일단 가본건데
막상 가보니 영업을 함.
알고보니 1,3'번째' 화요일 휴관.
오늘은 3주차지만, 화요일은 11월 중 두 번째라
도쿄도청 전망대도 영업을 하더라.
역시 갈까 말까 할때는 무조건 일단 가고 봐야 함.
신주쿠역은 정말 엄청나게 크다.
시부야역도 상당히 어지러운 편인데
신주쿠역은 혼모노. 오리지널 난장판.
2편에서 미츠코시 백화점에 아이쇼핑 갔었는데
각국의 백화점들 들러보는 것도 은근 볼만해서
신주쿠역과 연결된 LUMINE EST란 백화점 가봄.
근데 여긴 백화점이 아니라 그냥 잡화점 느낌에
에스컬레이터가 뭐 이렇게 난장판인지
처음에 보고 눈을 의심했다.
볼 게 별로 없어서 바로 나와서 도쿄도청행.
근데 신주쿠역은 상상 이상으로 크고 복잡해서
도쿄도청 방향이란 표지를 보고 계속 따라가는데
가도 가도 실외로 나갈 기미가 안 보이더라.
거의 체감상 시청역과 서울역, 왕십리역의
환승노선 간 도보 이동거리를 합친 수준.
바깥 공기를 마시려면 상당한 인내심을 요함.
도쿄도청 전망대는 45층인데,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탑승 전 짐 검사를 한다.
아무래도 정부청사라 위험물 소지 시
문제가 되기 때문에 사전에 확인하는 듯 한데
검사가 굉장히 간단해서
이럴거면 안 해도 상관없지 않나 싶을 정도.
서양 관광객들하고 엘리베이터 같이 탔는데
그들의 암내가 장난 아니었음. 사람살려
남쪽 전망대는 실내 전망대 뿐인데,
45층 내부가 굉장히 크다.
어지간한 도쿄 내 주요 전망대들보다도
실내 전망대끼리 비교하면 제일 큰 축이지 싶다.
가운데에 기증받은 피아노가 있어서
내부 분위기가 마치 소규모 콘서트홀 같음.
여기서도 후지산이 잘 보이는지라,
꼭 실외에서 봐야겠단 욕심 없으면 이 곳도 훌륭하다.
지금은 11월이라서 괜찮은데 더 추워지면
실외 전망대는 좀 부담스러우니 겨울엔 좋은 선택지.
의도하고 온 건 아닌데 도착하니 해질녘에
구경하고 있으니 땅거미가 져서 야경까지
한 번에 전부 구경할 수 있어서 좋았음.
특히나 입장료도 없다보니 더 좋음.
다만 어딜가나 민폐인 짱깨들이
역시나 자기들만 여기 와있는듯이
뷰포인트 차지하고 밀고 난리쳐서 짜증.
즈그 나라도 넓은데 그 안에서나 놀지.
전망대 보니까 어두워짐.
그 말인 즉슨 저녁먹을 타이밍이라는 것.
신주쿠엔 유명한 우동집이 있음.
우동 신이라는 이름의 이 집은
정신나간 웨이팅을 자랑하는 곳.
오픈런 해도 두세시간 웨이팅은 각오해야 되는데
신주쿠 자체에 할 거리가 그리 대단히 많진 않아
굳이 일찌감치 와서 웨이팅을 걸고
또 좀 있다가 와서 먹고
이런 수고로운 과정을 거치기 싫어서
과감히 패스했던 집이었음.
나중에 일정을 길게 해서 다시 오면 모를까.
그런데 갑자기 근처 온 김에 혹시나
운 좋게 좀만 기다리고 먹을 수 있을지 몰라
벼락맞을 확률에 베팅해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굳이 걸어서 방문해보았는데
결과는 역시 어림도 없음.
실낱같은 확률엔 판돈 거는거 아닙니다.
도박 중독 치료는 1336.
웨이팅 수준에 기겁하고
아니 오늘 분명 평일인데;;
단 게 갑자기 땡겨 옆 스타벅스에 방문함.
의외로 일정 중 스타벅스 온 건 이번이 처음임.
일본 스타벅스는 메일 맨날 보내는거 보면
맛있어보이는 시즌메뉴들 많이 내놓던데
11월의 시즌메뉴는 스트로베리 메리 크림 프라푸치노.
푸라는 글자가 있는데도 일본에서는 프라페치노라고 한다.
정식 명칭이 Frappuccino니까 프라푸치노 맞는데.
4년 반 전에 오키나와에서 구입했던
천엔짜리 스타벅스 카드에 들어있던 잔액 드디어 씀.
거의 온 우주를 건너온 느낌의 세월 흐름.
아무튼 이 스트로베리 메리 크림 프라푸치노는 별로.
달기야 달고 맛이야 괜찮은데
꼭 먹어야 할 정도의 음료는 절대 아님.
메리 크림이라는 크림의 정체는 슈크림.
연말 시즌이라고 일부러 메리 크림이라고 했나본데
슈크림 프라푸치노 우리나라에서
시즌때마다 나오는거랑 크림 맛 거의 똑같음.
아이쇼핑을 즐기는 만큼
백화점이 아니라 마트도 한 번 가보려고.
사실 맨날 밤에 호텔 복귀 전
편의점 들르는게 귀찮아서
마트에서 한방에 사둘까 싶어서 와봄.
AEON이라는 일본의 쇼핑 체인에서
먹을 거리를 전문적으로 파는
AEON FOOD STYLE라는 매장에 와봄.
근데 생각보다 매장이 그리 크지 않고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정도의 규모였다.
난 우리나라의 대형마트같은걸 생각했는데.
이 동네 살면 유제품도 사고
무거운 액체류들도 샀을텐데
뚜벅이로 온데다 바로 호텔로 돌아갈게 아니라
가방 안에 집어넣을만큼만 샀음.
사실상 야식으로 먹을만한 간단한 간식들만
대충 사고 만 셈. 감자칩은 아예 걸어가면서 먹음.
사실 저녁 먹을 시간이 지났거든.
여기 여행와서 좋은 점이
어떤 음식점에 가서 맛이든, 방문이든
실패를 하더라도 별다른 부담이 없다.
편의점이나 마트 들어가서
아무거나 집어 나와서 먹어도
큰 문제가 없고, 그렇게 배 임시로 채운 뒤
다른 음식점 찾아가면 그만임.
홍콩 갔을땐 모든 게 입에 안 맞아서
좀 먹을만한 음식점 발굴했을땐
그 집에서 최대한 많이 먹어두고 그랬는데
도쿄 놀러와선 마음 편하게
가보고 싶은 음식점을 전부 다 방문할 수 있으니
이렇게 편하고 좋을 수가.
감자칩 집어먹으면서 지상철 타고 저녁먹으러.
우리는 전철을 전부 지하철이라 부르고
지하철이 지상이랑 지하 전부 통과하는데
일본의 지하철은 정말 지하만 지나감.
AEON 바로 옆이 니시신주쿠(도쿄메트로)역이라
거기서 타서 요쓰야역에 내려 JR노선으로 환승해
10여분 정도를 더 가야 아키하바라에 도착하는,
여정 중 다른 철도회사 노선으로 환승한 최초의 경로.
아 그리고 일본은 전철 내에서 통화하면 안 된단다.
이 사실을 난 모르고 전화하는데 어쩐지
몇몇 사람들이 쳐다보더라.
저녁 먹으러 온 곳은
로스트 비프 오노라는 집인데,
하라주쿠, 이케부쿠로, 아키하바라
이렇게 세 군데 지점이 있다.
신주쿠에서 출발하니 하라주쿠로 가는 게
동선상 더 가깝지만, 사실 발이 너무 아파서
호텔 근방에서 먹고 빨리 들어가고 싶었음.
구두 신고 하루에 27913보 걷기 = 발 고문.
그래서 아키하바라(우에노에서 1km 남단)점으로 옴.
이 집은 가게 내부 사진 촬영금지.
음식은 찍어도 되는데 가게 전체는 안 됨.
특별히 촬영 금지할만큼 내부가
신박한 무언가가 있는 곳은 아닌데,
유명한 집들은 브이로거들이나 블로거지들이
와서 남의 초상권 무시하고 인터넷에 올려대서
일부 가게들은 실내 전체는 못 찍게 한다더라.
첫째 날의 겐카츠처럼 이 집도
가게 내부와 내부로 들어가는 통로가 좁다.
바깥에 나온 줄은 그냥 삐져나온거고,
난 바깥 줄 끝나면 그냥 들어가는건줄 알았는데
안에도 줄이 길어서 한참을 더 기다려야.
기다리면서 한국으로 전화했는데
나도 모르게 농담하다 노재팬 언급함.
순간 식겁해서 예스 재팬 어쩌구 딴소리 했는데
일본 한복판에서 노재팬거리는 미친놈으로
주변 사람들이 봤을까봐 깜놀.
로스트비프동(정확하게 세부 옵션은
뭘 시켰는지 기억이 안 남)을 주문했는데
2600엔짜리 중짜 시켰음.
금액대가 그리 만만한 집은 아님.
이 집이 정말 맛있다는 사람들 많던데
나는 그렇게까지 막 맛있고 하진 않더라.
일부러 음식 사진에 보정을 안 하고
보이는 비주얼 그대로 남겨놨는데,
고기의 색이 이런 색이고 맛도 딱 그렇다.
바짝 잘 구워지거나 날것이 아닌
그 중간 어딘가의 굽기 수준인데
익혔다고는 한다만, 거의 안 익힌 맛이었다.
고기가 두툼하긴 한데 아주 부드럽고 그렇진 않았고
밥은 중짜 시켰는데도 양이 상당했다.
저 양배추절임도 내 입맛에 그리 맞지 않았음.
인터넷에서 하도 맛있다 하니
한 번은 와볼만 한데 두 번은 안 갈듯.
가보려고 찾아놨던 와규집 일정 문제로 못 갔는데
차라리 그렇게 구워먹는 와규집이 더 좋아보임.
소스는 그 함박스테이크에 얹어먹는
그 소스 이름 뭔지 갑자기 생각 안 나는데 그런 맛.
막 음식이 맛 없거나 심각하게 기대 이하거나
그런 건 아닌데, 여행 중 가본 여러 음식점들이
거의 다 전부 아주 맛있었어서
난 이 집의 만족도는 거의 꼴등에 가까웠음.
다 먹고 나와서 호텔로 걸어가던 중
빅카메라가 있더라.
시부야에서도 몇 번 본건데
대규모의 전자상가란다.
아무래도 여긴 우리나라에 없는 전자제품도
팔고 있으니 아이쇼핑 겸 잠시 들렀다.
돈은 없지만, 내가 도코모 마크를 좋아해서
도코모 로고 박힌 중고폰 하나 살까
고민하면서 슬렁슬렁 들어감.
근데 시간이 늦어서 그런지
별다른 직원들이나 안내원이 없어서
최신 폰들이나 대충 구경했는데
우리나라에 없는 픽셀 8 / 픽셀 8 Pro가 있더라.
아니 생각보다 일본사람들 픽셀 많이 쓰던데
이유를 모르겠음. 통신사에서 싸게 푸나?
지하철에서 아이폰 다음으로 많이 보이는게 픽셀.
픽셀 8이나 픽셀 8 Pro는 그다지 빠르다거나
짧게 만져봤을 때 사용감이 좋진 않았음.
오히려 뒤에 전시된 픽셀 7 Pro가 훨 나음.
구글 재팬이 TV 광고나 전광판 광고
되게 열심히 하던데 할만하다 싶었다.
일본에 왔는데 녹차 킷캣 안 먹는 건
사실상 범죄나 다름없어서 녹차 킷캣도 삼.
한 팩에 7개입인데, 한 팩에 120엔 수준이라
거의 헐값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귤맛 킷캣도 있길래 신기해서 사봄.
제주 감귤 초콜릿에서 단맛 좀 줄이고
묘하게 씁쓸한 맛이 좀 나던데
염가판 감귤 초콜릿 느낌.
역시 녹차맛이 최고다.
분명 편의점 가기 귀찮다고
아까 마트 다녀왔는데, 또 편의점 감.
들고다니기 번거로울 것 같아서
생수를 안 샀더니 생수를 사야해서.
생수 사는 김에 편의점 치킨도 좀 샀음.
내 기억에 예전에 오키나와 갔을 때
패밀리마트나 로손에서 팔던 치킨은
엄청나게 맛있었는데, 이건 그 정돈 아니었음.
우리나라 편의점에서 낱개로 파는
닭다리들은 비싸면서 싸구려 맛인데
여긴 저렴하면서도 맛이 괜찮다.
이 가격에 팔아서 장사가 되나 신기할 지경.
이렇게 호텔에 돌아왔다.
일정의 중반부까지 아주 숨가쁘게 달려옴.
오늘까지 3일간 약 8만보를 걸어서
발이 부서질 것 같은지라 10시 반쯤 들어왔는데
다음 번엔 운동화도 하나 들고와야겠다.
구두랑 컨버스 조합으로 8만보 쉽지않네.
오늘의 도파민은 心系天下다.
중국에서 유래된 사자성어로,
높은 곳에 앉아 세상을 걱정한다는 뜻.
전망대들 열심히 돌아보며
도쿄의 여러 곳을 둘러보지 않았나.
비단 나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남들 위에 머무르며
전체를 아우르는 포용력을 가지길 원하잖아.
여행 와서 세상 부러울 것 없이
먹고싶은 것 먹고, 마시고싶은 것 마시고
높은 자리에서 다른 사람들이
숨가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것.
이만하면 도파민 충분히 나왔다고 본다.
마지막편은 어떤 포인트에서
미처 몰랐던 즐거움과 쾌락을 줄지
끝까지 따라와보길.....
일줄 알았는데 다음 편 마지막편 아님.
하도 길어서 4편엔 4일차 쓰고 끊었음.
진짜 마지막편은 더 뒤에.
아무튼 4편도 스펙타클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