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마지막편.
지금껏 하루마다 글 한 편씩 배정했는데
5편씩이나는 도저히 힘들어서 못쓰겠어서
4일차와 5일차는 글 하나로 묶으려고.
이러다가 또 글 너무 길어지면
뒤에 가서 갑자기 자른다 할 수도 있음.
힘들어진 이유는 티스토리, 정확히는 카카오 때문에.
앞에 1,2일차 글을 미리 써두고 공개만 안 했더니
카카오가 사진을 친히 전부 날려먹어줘서^^
그 많은 사진 다시 다 넣었음. 정말 고마움.
늘 카카오가 망했으면 좋겠다고
진심을 다해 바라온 나지만 이번 계기를 통해
더더욱 망했으면 좋겠다 이 놈의 악덕기업.
그동안은 일찍이 끊어둔
도쿄 메트로패스 72시간권을
알뜰하게 뽑아먹으며 지하철만 타고다녔는데,
오늘부터는 차를 타고 다닐 예정.
차에 대한 시승기는 이미 여기에 준비해둠.
차량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는 따로 했으니
여행기에서는 타고다니면서 생긴 일,
둘러본 경치 등에 대해 얘기할 거다.
넷째날은 낮까지 흐리고
저녁되면 다시 쾌청해진단다.
5일동안 머무르는데 여기가 휴양지도 아니고
5일 내리 쨍쨍하길 기대하긴 좀 어렵겠지.
흐리니까 더 춥다.
어제랑 마찬가지로 얇은 코트 입었는데
호텔 문 열고 나가자마자 3초만에
다시 올라가서 경량패딩으로 갈아입어야하나 고민함.
어차피 오후부터는 차 타고다닐거니까
그때 히터 빵빵하게 틀면 된다
얇은걸로 버티자 생각했는데
생각을 해보니 경량패딩이 더 부피가 커도
그냥 차에 던져놓으면 됐네?
이정도면 웬만한 바보들도 한 수 접을 듯.
어차피 흐린날이라 사진빨도 안 받는데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왜 이땐 생각 안 났을까.
이 날은 브런치로 케이크 먹으려고
첫 날에 못 갔던 HARBS라는 케이크집 감.
첫 날 우에노 도착해서 현지 첫 끼로
먹었던 이치란에서 웨이팅때문에 시간이 지체됐고
그땐 이 동네 지리를 몰랐던지라
건너뛰고 호텔 체크인하러 바로 갔었는데
이제와서 보니 게이세이 우에노역이랑 그 앞 이치란에서
직선거리로 대충 1km만 걸어오면 됨.
근데 여기 와보고서야 알게 됐다.
첫 날에 HARBS 왔었으면 웨이팅 때문에
분명 못 먹었을 것이었다는 걸.
HARBS는 유명한 케이크 프랜차이즈 집인데,
도쿄 브이로그를 보든 블로그 후기를 보든
웨이팅이 미쳤단 후기밖에 없다.
아무리 제빵의 나라 일본이라지만
케이크집에 이렇게나 줄 서서 먹을건가 싶었음.
오픈은 아침 10시인데,
오늘은 더더욱 아침에 밍기적대며 못일어나다
간신히 11시나 되어서야 HARBS 도착.
어제 발 아파서 족욕이랑 반신욕 하고 잤더니
아침에 도저히 10시 이전에 못 일어나겠더라고.
호텔 물값 반신욕으로 매일 밤 열심히 뽑아먹기
호텔에선 걸어서 고작 8분 거리인데.
오픈런 꼭 해야한단 수 많은 후기들을 봤는데
이렇게 배짱 좋게 한시간이나 늦게 와도 되나 싶었음.
HARBS 우에노 지점은 주상복합같이 생긴 건물 2층.
분명 밖에서 2층에 있는거 보고 건물 들어갔는데
이 건물이 오피스로 올라가는 입구하고
저층부 매장들로 들어가는 입구하고
나눠져있다는 걸 몰랐음 ㅋㅋ 잘못 들어감.
(평일이니까) 양복입은 아저씨들 오르내리는데
뻘쭘하게 누가봐도 관광객같은 사람이
길 잃은것처럼 헤매고 있었음.
매장용 입구는 건물 뒷편에. 이해 불가능한 위치.
도착했더니 남은 자리가 하나도 없어서
역시나 했는데 3분만에 누가 나감.
(압도적 감사 짤)
이 짤 원조가 일본이잖아
난 우리나라에서 조각케익 주문하는거에
익숙해진 탓에 아침밥 대신이니 두 조각 시켰음.
하나는 우유 크레이프 케이크,
하나는 레어 치즈 케이크.
크레이프 케이크 하면 보통 엄청나게 얇은
크레이프를 쌓아올리며 사이에 크림 발라놓은 걸
일반적으로 생각하게 되는데,
이곳의 크레이프 케이크도 맞긴 하다만
맨 윗층만 그렇고 아래는 전부 두툼하면서
실한 과일들도 엄청나게 넣어놨다.
맛은 보장됐는데, 문제는 하나 먹고 배부름.
두 명이서 와도 하나 시켜도 될 정도.
근데 난 하나 더 시켰잖아..
레어 치즈 케이크는 치즈가
꾸덕함과 부드러움 중간 어디쯤.
치즈를 이렇게 생크림과 비슷하게 만들어서
낼 수 있구나 감명을 받았음.
너무 첫 입부터 치즈!! 하는 치즈케이크들은
다 먹기 정말 부담스러운데,
여기 치즈케이크는 크림같은 풍미의 치즈인데도
먹으면서 폭신하고 부드럽기만 해서 너무 좋았음.
배부른 와중에 열심히 우겨넣을 만한 맛.
왜 웨이팅이 미쳤는지 혀로 깨달았고,
나는 3분만에 들어왔는데
나 먹는 30분만에 웨이팅 줄이 매장 바깥까지
쭉 늘어선거 보고 눈으로도 깨달았음.
여기 브런치 메뉴나 파스타도 팔던데,
케이크를 이 정도로 내는 집이면
파스타도 엄청나게 기대됨. 다음에 도전 예정.
우리나라에서 크레이프 케이크로
유명한 프랜차이즈인 빌리엔젤은
미안하지만 게임이 안 된다.
이 집의 커피 맛은 유일하게 평범했는데
사실 그동안 너무 맛있는, 특색있는 커피들만
여기와서 계속 마셔대서(2일차 참조)
상대적으로 그런거지 나쁘지 않았다.
케이크 두 조각에 커피 한잔, 2510엔.
우리나라 같았으면 손 떨면서 카드 줬을텐데
케이크가 워낙 감동적이었어서
아깝지 않은 지불이었음.
늦은 아침 다 먹고 이제 점심 먹으러 시부야행.
문장이 뭔가 잘못된 것 같지만 사실임.
시부야 이제 정말 지겹지 않나 싶을정도로
나흘동안 엄청나게 많이 왔음.
근데 대중교통으로 이동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선
도쿄에 왔으면 시부야 주위를 맴도는게
할 것도, 먹을 것도 제일 많다.
사전에 규카츠 집을 미리 찾아놓았었는데,
사실 출국 전에 바빠서 오늘부턴 짜여진 계획이 없다.
렌터카를 수령하고 어디갈진 대충 알아놨었는데
렌터카 회사의 위치가 유텐지라는
좀 남서쪽으로 내려가야 하는 동네여서
점심은 어차피 먹어야하니까 윗쪽 우에노 근방보단
시부야로 내려와있는게 편하지 싶어 왔음.
오늘은 맨날 나가던 출구가 아니라
반대편 출구로 나와봤는데,
시부야 스크램블 스퀘어 방향으로 나간다.
이게 육교를 지나는 경로인데
육교 위에서 스크램블 교차로가 보임.
여러번 와보고서야 깨달았다.
시부야에 생전 처음 왔더라도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 인파 보려고 굳이
나처럼 비싼 돈 써가며 록시땅 카페 가거나
마찬가지로 자리 차지 전쟁인 스타벅스 갈 필요
사실상 전혀 없다고 본다.
일식 종류별로 하나씩 도장깨기 중이라
규카츠도 먹고싶어서
규카츠 모토무라라는 집에 왔음.
와서 보니 그저께인 2일차에 왔던
츠케멘집 바로 옆이더라고.
이렇게 해서 시부야에서는
먹으려고 사전에 봐두었던
야키토리집과 테판야키집 제외하고는
먹어보려던 집들 전부 올 클리어 했음.
다음에는 챠테이 하토우라는 찻집도 가봐야지.
어제 Lion이란 LP바 못가본 건 좀 아쉬운데
여기가 영업을 지금도 하는 게 맞나
알 수가 없다. 해결책은 도쿄 또 가는 것 뿐.
갔더니 첫날 방문한 겐카츠라는
돈까스집처럼 식당은 지하에 있고,
식당으로 내려가는 좁은 계단에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음.
벽에 보니까 여기부터 예상 웨이팅
대략 1시간이라길래 기다려야하나
아님 다른 집 갈까 고민했었는데
시간이 묘하게 어중간해서 그냥 웨이팅하기로.
웨이팅 표지 옆에는
'지진이 나면 계단에 앉은 사람들은
빠른 탈출이 불가하오니 앉아서 기다리지 마십시오'
라는 안내 종이도 같이 붙어있던데,
정말 일본스러운 안내여서 신박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밥 먹으려고 기다리다
갑자기 지진나서 무너질거라는 상상
그 누구도 하지 않잖아.
최근에 후지산이 분화하네 마네 시끄럽던데
후지산이 실제로 분화하면 지진도 동반될거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임.
좀이따 식당 직원이 올라와서
나보고 45분 정도 더 기다려야한다고.
놀랍게도 진짜 딱 45분만에 들어갔다.
일본에선 웨이팅 시간까지 대충
때려맞힐 줄 알아야 장인 소리 듣는건가.
규카츠는 그냥 규카츠였다.
규카츠 '맛집'이라고 하기에는
한 방이 부족한 느낌.
서울에서 규카츠집 찾아가도
충분히 이런 맛 누릴 수 있기 때문에
도쿄 왔으면 꼭 와볼만한 집은,
특히나 웨이팅 1시간을 감수하면서까지는
별로 아니라고 생각된다.
물론 내가 일본 본섬에는 이번에 처음 온 거라
특별함에 좀 더 목숨거는 느낌이 있긴 하지만
그냥 규카츠다. 규카츠가 엄청난 고급 음식도 아니고.
지금까지 내가 맛있다고 꼽은 집들은
다른 곳에서도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 주지만
남들과 다른 독보적인 맛을 내는 집들.
중간에 웨이팅 관두고 그제 먹었던
츠케멘집 또 갔었어야했나 싶네.
밥 먹고 렌터카 가지러 갈 계획이었는데
렌터카 픽업(오후 4시)까지 시간이 좀 남아서
다이칸야마 구경가보려고 그쪽으로 걸어감.
사진이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볼 게 없었기 때문에.
도쿄 관광청 홈페이지에는 고급 부띠끄 매장들이 있는,
브런치랑 쇼핑을 즐길만한 세련된 동네라는데
난 흐린 평일 낮에 가서 그런지 아무것도 없었다.
어쨌든 고급 부띠끄 매장이 있는 동네라 그런지
편의점도 내추럴 로손이라고 뭔가 다른 게 있다.
나중에 돌아와서 찾아보니 로손의 고급버전.
근데 안에 둘러보면 거의 똑같다.
편의점이 고급이어봤자 편의점이지.
고급 편의점이라 그런지 결제도 무인으로 가능.
어제 AEON 마트에서 키오스크로 결제해보긴 했는데
여긴 키오스크에 외국어 지원이 안 됨.
차에서 마실 음료수 하나 사고 가려고 왔는데
처음으로 일본말로만 된 키오스크로 결제 시도하는 것.
생각보다 별 어려움 없이 샀음.
반 년 공부하면 이 정돈 쉽게 하는구나.
렌터카 회사가 있는 유텐지는
도큐 전철역만 있어서, 도큐 전철 드디어 타봄.
확실히 도쿄메트로/도에이나 JR보다 규모가 작다.
열차나 역사나 노선 갯수나 전부 다.
도큐 전철은 도쿄 중심가에서 나와서
남쪽으로 많이 내려온다면 자주 탈 법 하다.
도큐 전철도 전용 패스를 팔기 때문에
다음번엔 활동 범위를 요코하마까지 더 넓혀볼거라
계획 좀 짜보고 패스 구입 검토해봄직 함.
유텐지역에 내렸는데 되게 구조나 느낌이
분당선 성균관대역하고 비슷하게 느껴짐.
전철 타고 왔는데도 시간이 애매하게
30분가량 남아서 역사 내 스타벅스 왔음.
오키나와에서 샀던 카드에 잔액이
어중간하게 남아서 새 카드 하나 삼.
문제는 스타벅스 재팬 앱은
우리나라 스타벅스 앱보다 구조가 개판.
우리나라의 사이렌 오더같이
모바일 오더가 되는 건 좋은데,
문제는 이렇게 메인 카드 잔액이 부족하면
우리나라껀 다른 카드와 잔액 합산해서
결제할 수 있게 바로바로 팝업이 뜬다만
얘네는 무조건 메인 카드를
계속 충전하라고만 시켜서 짜증.
방금 산 카드를 내 계정에 추가하며 메인 카드로
등록하지 않는 바람에 이런 문제 생김.
결국 카운터 가서 직원한테 주문.
일본 스타벅스엔 아이스 아메리카노 말고
아이스 커피가 있는데, 맛이 다르다.
국내 기준 디카페인 아메리카노에
좀 가까운 맛이라고 해야하나.
썩 내 입맛에 맞는 커피가 아니었음.
나 디카페인 아메리카노 맛 극혐하거든.
구글맵에 렌터카 회사 위치란 곳 갔더니
아무도 없는 시골 동네 주차장이 나옴.
예약한 시간은 4시인데 혹시나 싶어서
3시 40분에 갔더니만 아무도 없음.
아무리 봐도 주변은 다 주택가인데,
사무실은 어딘지 둘러보다 안 나와서
결국 얘네들한테 전화했더니
사무실은 근방에 찾기 힘든 골목 안쪽이라고,
차량 픽업 및 반납은 여기 주차장에서 한다고
거의 다 왔으니 좀만 기다리라해서 기다림.
정식 사무실에서 임대차계약서에 서명하지 않고
주차장에서 이렇게 하니까 뭔가 사기 업체느낌.
근데 여기 그런 업체 아니고 일처리 깔끔하며
차량 보유 풀도 넓고 불편한 점 없었다.
내일 오후 4시에 차 반납하고 바로 짐 챙겨서
나리타 공항으로 쏴서 7시 20분 비행기 타려고
이렇게 딱 시간을 맞춰놨는데,
11월엔 해가 4시 반이면 거의 다 지니까
완전 어두워지기 전에 가려던 오쿠타마 호수 가려고
서둘러 시동 걸고 출발했다.
끌고나온 건 아직 영타이머라고 부르긴 좀 이른
2009년식 포르쉐 박스터(987)인데,
최신 차량 아니고 좀 된 모델을 빌린 이유는 하나.
옛날 차가 더 좋기 때문.
요즘 포르쉐 너무 돈 좀 만진 아저씨들의 패션카 됨.
그런 중년들을 위해 차도 너무 밋밋해지고.
오쿠타마 호수까지 대략 76km.
근데 가는 데 구글 맵이 두시간 반 걸린단다.
일본의 톨게이트비 정말 한국사람인 내겐
미친 수준인데, 어쩔 수 없이 낼 만 하다.
고속도로를 경로에 포함하면 한시간 반이 소요됨.
이 렌터카 회사가 다 좋은데
ETC 카드를 빌려주질 않아서,
무조건 현금 내고 톨게이트 통과해야 하기에
가급적 톨비 피하는 경로만 타려고.
ETC 카드 없다고 내비게이션에 계속 알림 뜸.
ETC는 우리나라의 하이패스하고 같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우리는 하이패스를 안 쓰더라도
뽑은 통행권을 통해서 구간 별 요금을
다르게 책정하는데, 얘네는 아님.
현금 내면 전체 구간에 대한 요금을 선지불함.
그 말인 즉슨 짧게 타도 톨게이트비 폭탄.
더 유명한 메이저 렌터카회사에서
도요타 야리스 같은거 빌렸으면
ETC 카드도 같이 빌렸을텐데 별 수 없지.
하지만 다음에도 여기서
렉서스 RC F 빌릴까 검토중.
출발한지 얼마 안 돼서 깜깜한 밤 됨.
좀 덜 어두울때 호숫가 돌면서
차랑 친해지려고 했었는데 포기하고
길가다 세븐일레븐 보여서 차 세움.
일본 편의점 앞에서 차 사진 찍는게
차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일종의 문화로 자리잡았는데,
편의점은 그 중에서 무조건 세븐일레븐.
나도 이유는 모르겠지만 세븐일레븐 간판이
이런 사진 찍을때 이뻐보이긴 한다.
생각보다 날씨가 추워서 하겐다즈
먹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였지만
이제 내일 하루 남았다는거 생각하니
있는 하겐다즈 다 배에다 당장
집어넣어야 될 판이어서 구입 결정.
포르쉐에 앉아서 하겐다즈 먹는 인생
생각 이상으로 쓸만하지 않나.
근데 자꾸 다른 것들도
빨리 집어달라고 눈길을 잡아끌어서
마음 약해져 야끼푸딩이랑 크림빵이랑
치킨 너겟 비스무리한 튀긴 닭이랑 커피까지
먹어볼까 싶은거 전부 손에 집었음.
여기 살면 편의점에 한달에 5만엔씩 갖다바칠 각 나옴.
야끼푸딩은 크렘브륄레같이 맨 윗부분만
토치로 구운 푸딩이었는데, '야끼'푸딩인건
그닥 놀라운 맛이 아니었고
야끼'푸딩'으로서는 맛이 괜찮았다.
크림빵 진짜 대존맛.
왜 한국 세븐일레븐은 이런거 안 팔아.
심지어 한 개에 120엔이었나?
거의 뭐 헐값이나 다름없다.
우리나라 세븐일레븐에서 똑같은 빵을
똑같은 퀄리티에 출시한다면
못해도 개당 2700원 정도 할 듯.
숨막히는 인플레이션.
우여곡절 끝에..는 아니고
편의점 털이 끝에 오쿠타마 호수 도착.
세븐일레븐에서 저녁식사 하느라
결국 8시 넘어서 도착하고야 말았다.
일본 섬이 크다는 생각을
여기 와보기 전에 잘 안 했다는 언급을
이전에 내가 했었던 것 같다.
여행기 길어지니까 앞에 뭔 내용 썼는지 기억 안 남
이런 조용한 외곽으로 나와보니 또 와닿음.
정말 쥐죽은 듯이 조용하고,
또 이런 숨막히게 조용한 동네에
도로와 터널을 죄다 깔아놨다는게 신기함.
호숫가 도로임에도 직선 위주의
짧은 터널이 많아서 플랫식스 엔진음 듣기 딱이었음.
도쿄 오기 전에 주변으로부터
외진 곳은 뚜벅이로 들어가면 무조건
해 지기 전에 나와야 한다 주의 많이 들었는데,
실제로 그래 보인다. 난 차 타고 들어왔는데도
너무 조용해서 약간 무서울 정도였으니.
간이 배 밖으로 나온 나도 이런 정돈데.
오쿠타마 호수는 구글맵으로
대충 도쿄 중심지에서 그리 멀지 않으면서
꼬불꼬불한 길이 반복되는 곳을
얼핏 찍어보고 와보려고 한 장소인데
이 곳 길 폭이 진짜 너무 좁다.
나 안그래도 우핸들 차량 4년 반 만에 운전하고
심지어 낮게 앉은 스포츠카라
차에 적응하고 빠르게 달리기 정말 힘들었음.
이쪽으로는 안 오는게 맞는 것 같다.
도쿄 근교에서 바람 쐬며 달릴 장소론
좀 더 멀어도 시즈오카로 가는 게 옳다.
마지막날 여행기에서 그걸 다룰 예정.
글 분량과 사진 갯수를 보니
이미 글 하나 더 쓰는 걸로 결정.
이 글로 이틀 분 다 담는 것 포기했음.
호수 다 돌고 나와서
와인딩 좀 타고 터널 들어갈때마다
7000rpm 넘어까지 잡아돌렸더니
4분의 1 탱크 썼길래, 주유소 방문함.
아무래도 도쿄 중심가보다는 이런 외곽이
기름값이 좀 더 저렴할 거니까.
실제로 내가 본 최저금액은
하이오크(고급휘발유) 리터당 171엔.
당시 환율로 1550원밖에 안 했다.
우리나라에서 고급휘발유 그 돈 받고
판다고 하면 주유소 밖 30km까지 줄 설듯.
근데 이 주유소 황당하게도
멀쩡하게 기름 잘 넣고 영수증까지 나왔는데
돈이 안 빠져나갔다. 도대체 왜지.
외국에 나와있어서 해외결제승인 문자가
카드 긁을때마다 오는데 계속 안 오길래
이상하다 싶어서 보니까 진짜 안 나감.
주유소에 사람도 없어서 물어보지도 못했고.
그냥 주유소에서 나와서 쭉 오다가
갑자기 불현듯 주유소에 돌아가서
말을 해야 하나 싶었지만 일단 그냥 있어보기로 함.
나중에 물어보니 일본은 우리나라랑 다르게
외곽 동네나 인터넷 잘 안 터지는 곳들은
아예 카드 정보만 수집해놨다가
한 달 혹은 몇개월치를 카드사에 보내
한 방에 승인 날린단다. 그런 식의 주유소일수도 있다고.
지금이 무슨 중세시대도 아니고 충격.
정말 일본은... 알 수 없는 나라다.
주유소 해프닝이 있은 지
불과 한 시간 만에 경찰한테 잡힘.
;;;;;;;
주유소 문제가 아니고,
별 생각 없이 우리나라에서 운전하듯
똑같이 운전하다가 잡혔다.
국내는 전방 신호와 상관없이
보행자 신호만 신경쓰며 우회전하면 되는데
일본은 전방 신호가 빨간불이면 무조건 정지.
전방 신호가 파란불로 바뀌어야
좌회전(우리기준 우회전)을 하건 직진을 하건
움직일 수 있다는 걸 너무 오랜만이라 까먹었다.
아무튼 잡히자마자
하.. 또 생돈 깨지겠네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감.
해외에서 운전하려면 상시
국제 운전면허증, 국내 운전면허증, 여권
이 세 가지를 무조건 들고있어야 해서
달라는 대로 줬더니 뭘 열심히 확인하더라.
처음에는 나보고 외교관이냐고 묻더니
그 다음엔 일본 운전면허증 있냐고 묻더라.
전부 아니라고 했더니 주변에 있던
다른 경찰한테 무전 침.
다른 경찰아저씨 와서 나보고 이 차 어디서 빌렸느냐
렌터카 회사에 전화해봐라 했는데 벌써 시간이 밤 11시.
당연히 렌터카 회사는 일일 영업 종료.
이렇게 읊었더니 경찰서인지 어딘지로 무전 열심히 함.
사실 난 일본어 공부한지 반년 밖에 안 돼서
프리토킹은 당연히 안 되는 상황.
경찰이 뭐라뭐라 말해주는데 뭔 소린지 못알아먹음.
난 정말이지 순수하게 몰랐다, 일본말도 잘 못한다며
세상 억울하고 불쌍한 표정 지으며 앉아있었더니
경찰이 다음부터 그러지 말라며 보내줬다.
정말 의외였음.
외국인이라 골치아파서 그냥 보내준 것 같은데
인터넷 보면 일본에서 교통법규 위반으로
경찰에 잡힌 한국인 여행객들이 곧이곧대로
벌금 물었다는 이야기들이 꽤 많거든.
신호위반의 경우 7000~9000엔.
과속 벌금은 우리나라의 10배에 달하는
일본 치고 웬일로 신호위반인데
벌금 액수가 약한 게 의외였지만,
아무튼 운이 좋아서 그냥 나왔다.
무조건 안전운전.
차로 시부야 스크램블 꼭 지나가보고 싶어서
시부야부터 지나서 오다이바로 가는데,
시부야에 도착하니 오만 사람들이 쳐다봄.
노란색 오픈톱 스포츠카가 확실히
어그로는 엄청 끌림. 난 그런 거 즐겨서 상관 없다만.
밤 되니까 시부야 근방이 죄다 공사판이다.
지금 우리나라도 연말이라 공무원들이
남은 예산 집행한답시고 사방에 공사판을 벌려놔
출근시간 길어지도록 신경질나는 환경을 만들어놨는데
나랏돈 받으며 먹고사는 멍청이들의
원조인 나라 답게 여기도 마찬가지.
시부야를 지나 오다이바로.
오다이바는 전철로도 들어갈 수 있지만,
내 도쿄메트로 패스는 쓸 수 없어 돈을 내야 하고
노선 환승이나 소요 시간도 여러모로 귀찮아서
차로만 한 번 가보려고 기다리고 있었음.
일본은 어지간한 다리는 무조건 톨게이트비
낼 각오 한다고 봐야 하는데, 의외로
레인보우 브릿지가 톨게이트비를 안 받더라.
MBC 뉴스에 일본 이야기 다뤄지면
도쿄 특파원 분이 말하는 배경으로 나오는 그 다리임.
실물로 보니까 레인보우 브릿지는 그냥
일본의 광안대교나 다름없다.
고층부 도로랑 저층부 실내도로가 나뉘어있단 점도,
조명이 12시에 꺼진다는 점도 놀랍게 닮았음.
레인보우 브릿지는 이런 심야시간대에는
오르내리는 진입/진출로가 예술이다.
분노의 질주 : 도쿄 드리프트에 주인공이
운전을 배우면서 성장해나가는 과정에
랜서 에볼루션 타고 쭉 미끄러지는 신이 있는데
바로 그 장면의 배경이 여기.
내가 포르쉐 타고 여길 지나가니까 기분이 색다름.
이 영화는 사실 내 인생 영화나 다름없거든.
레인보우 브릿지에서 내려 자유의 여신상 쪽으로 가려고
신호에 걸려 기다리고 있는데,
옆에 신형 C-클래스 에스테이트가 내 옆에 서더니
나도 그 차도 창문이 내려져 있었던지라
그 벤츠에 타고있던 젊은 일본남자 둘이
날 쳐다보고 있었어서 갑자기 인사하게 됨 ㅋㅋ
그 사람들이 나한테 뭐라뭐라 말하던데
역시나 나는 아직 프리토킹할 단계는 안 되고..
나 일본어 공부한지 얼마 안 돼서 잘 못한다고 했더니만
신호가 바껴서 그사람들도 나도 출발.
빠빠이 하고 가길래 나도 윈드실드 위로 손 흔들어줌.
노란 포르쉐가 만들어내는 스몰 토크.
자유의 여신상 근처에 가니
몇몇 차들이 길가에 일렬주차를 해놨길래
한국에서처럼 나도 '여기 대면 되겠구나' 싶어서
차를 세웠음. 근데 옆에 주차금지 표지판이 떡하니.
자정이 넘은 시간인데 설마 단속할까 싶다가도
우리나라가 아닌 일본인데 딱지 붙거나
최악의 경우 차가 견인되면 골치아프기 때문에
그냥 곱게 차를 옮기기로 결정함.
바로 옆 시오카제 공원 주차장에 갔는데
이 시간인데도 한시간에 주차비 400엔.
정말 기절할 수준의 일본 주차비.
도쿄가 그렇게 땅값이 비싸고
생각보다 주차장 갯수가 많은데도
주차장은 전부 남는 장사라더니 알 만 하다.
400엔 내고 그냥 차 댔다.
아쉽게도 주차장으로 차 옮기고 주차하니
자정이 넘어서 레인보우 브릿지 조명 꺼짐.
불 꺼진 광안대교보다 뷰는 좀 낫더라.
오다이바 찍고 우에노로 돌아오는 길.
시부야 또 한번 차로 지나가고 싶어서
시부야 갔더니 이제 여기도 시간이 늦어
어지간한 큰 조명들이 다 꺼졌더라.
그리고 심야시간이 되니 택시들이
상당히 빠르게 달리고 차선을 휘젓고 다님.
택시들 설쳐대는건 여기나 일본이나.
그나마 차선을 물고 달리진 않으니
일본 택시가 그래도 한결 낫다.
내가 묵었던 호텔이 다 좋았는데
딱 한 가지 문제가 바로 주차.
호텔 내 주차장은 당연히 없고,
연계된 외부 주차장은 걸어서 12분에
야간 일 주차비 3천엔이란다.
도저히 그 가격 용납 못하겠는데다
이렇게 운전하고 다니다보니 새벽 2시라
위험하진 않아도 다시 걸어오기 좀 찝찝해서
호텔 근처에 댈만한 주차장 직접 찾아나섬.
근데 호텔에서 걸어서 1분거리인
횡단보도 신호 하나 건너면 있는 주차장이
자리도 널널한데 평일은 오전 8시 이전 출차 시
야간주차 천엔이란다. 찾았다 내 사랑.
더 저렴한 곳이 있긴 했지만
약간 더 걸어가야 해서 여기로 당첨.
처음에는 요금 안내 표지판에
기본요금 20분당 440엔(!) 적혀있어서
속으로 진짜 미친놈들인가.. 싶었는데
야간 최대요금이 천엔이라 편안해짐.
여기 평일에 주차 전쟁인지
오히려 주말이 아니라 평일 일과중엔
최대 요금 같은거 없고 무조건 20분마다
440엔씩 추가되는 곳이라 어지럽다.
주차까지 마쳤더니 오전 2시 좀 넘음.
도쿄에서의 마지막 날이 밝았습니다.
오전 8시 전에 출차해야 천엔이니
8시 전에 차를 빼고,
그러려면 그 전에 호텔 체크아웃을 하고,
그러려면 그보다 더 전에 씻고 짐 다 챙기고
정리까지 다 해서 나와야 했다.
나 지금 호텔에 들어가서도 씻고 자야하는데.
결국 3시가 넘어서 잤고,
6시 45분에 알람 맞춰둠.
엄청난 강행군.
그리고 블로그에 여행기를 쓰는 것도 지금
상당한 강행군이라 꼭 이 네 번째 글로
도쿄 여행기 마무리짓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글렀나보다.
나 지금 매일 출근하면서
퇴근하고 집에 와서 계속 이거 일주일째
내리 쓰고있는데도 아직도 완결 안 남.
이렇게 도쿄 여행기 4일차의 마무리.
내 기억 속의 4일차는 직전의 2,3일차보다
특별히 한 게 없는 날이었음.
근데 이렇게 나열해보니
내 짐작보다 은근 뭘 많이 했네.
오늘의 도파민은 푸른 하늘과
노란색 포르쉐, 초록색 녹차맛 하겐다즈.
거기에 남색 시부야 밤거리와
빨간색 도큐 지하철 내의 바깥 풍경.
무지갯빛 색깔놀이.
여행이 주는 큰 즐거움 중 하나가
폭 넓은 새로운 색깔들이 만들어내는
경치들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인데,
도쿄의 빛깔은 무지개에 가까운 5색.
아주 화려한 팔레트도
이 색깔들 하나하나가 임팩트가 강하지도
않지만, 하나로 뭉치니 엄청난 자극.
이제 마지막 5일차 남았고
5일차는 도쿄에서 벗어나 시즈오카로 슝.
5일차로 넘어가는 링크는 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