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일주일만에..?!
일주일동안 다녀올 곳이 미국이란 말에
대부분 거길 무슨 7일만에 갔다오냐,
진득하게 몇 주 갔다오지 등의
그리 긍정적이지 않은 반응들이 쏟아졌다.
하지만 나는 연차 일수가 정해져있고
추석 연휴에 껴서 쓸 수 있는 연차는
겨우 단 4일 뿐이라 이게 최선.
원래는 작년에 갔다왔던
일본을 한 번 더 갈랬는데,
비행기표를 5월에 진작 끊어놓고
갈 날만 손꼽아 기다리던 와중에
8월즈음 들어서 난카이 대지진이라고
백 몇 년만의 지진이 난다면서
온 뉴스에서 호들갑을 떨었음.
우한폐렴도 일본에서 재창궐한다하고
엔화 평가절하가 슬슬 끝나서
엔 환율도 900원대로 복귀.
보통같으면 여행 미루거나 취소하란 말을
귓등으로 듣지도 않는 나지만
이번엔 눈물과 취소수수료를 머금고
비행기표를 취소했다.
그래서 대신 가기로 결정한 곳.
바로 미국이다.
미국이라..
일본 여행 취소하고 갈만한 곳으로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떠올리는 곳은 아니지.
내 머리 해주시는 쌤도 얘기 듣고 헛웃음.
봤으면 알겠지만 나는 어디 나갈 때
그냥 끌리는 곳부터 정해놓고
그 다음 모든 것을 끼워맞추는 편.
근데 이번엔 날짜는 정해졌는데
'어디 갈 지'가 왜 이렇게 안 정해지는 지.
미국 갈까? 호주 갈까? 유럽 갈까?
일본 갈까? 두바이 갈까?
밑도 끝도 없는 사이클
몇 달 동안 내리 뺑뺑 돌다
미국행 비행기 표 저렴하게 뜬 것 보고
그제서야 마침표.
언제나처럼 비행기표부터 끊고
후속 조치는 말 그대로 나중에.
마음같아선 연휴 시작부터
비행기 타고 떠버리고 싶었으나
추석 연휴 첫날인 토요일은
비행기 표 가격이 따블.
나 같은 서민은 감히 엄두도 못 낼
그런 무지막지한 가격이어서
타협해서 연휴 중간에 출국하기로.
이번 연휴는
토 일 [ 월 화 수 ] 여서
이어지는 목 금 연차,
토 일 쉬고 그 다음 주 월 화까지
이렇게 놀기로 계획돼 있었는데
방금 말한 것 처럼 연휴 중간에
그나마 합리적인 가격에 출국하려고
월 ~ 그 다음주 월(한국시간 화)
이렇게 7박 8일 일정으로 잡았다.
내 선임 일 관두기 전 막바지였는데
나 없이 혼자 일하게 만들어서 미안했음.
같이 일할 동료 잘못 만나서..
그 양반에 비하면 2년간 나는
거의 두 배로 쉬었기 때문에 늘 미안했다만
딱 한 번만 더 미안하기로 하고 비행기표 결제.
미국에 가려면 둘 중 하나.
비자를 받던지 ESTA를 신청하던지.
ESTA는 90일간 여행이 허가되는
비자 면제 프로그램으로,
수수료 $21을 내고 신청하면
결격사유가 있지 않은 한 승인됨.
예전에 하와이 갈때도 신청했었는데
한 번 신청하면 유효기간이 2년이라
난 저번에 갔다온지 벌써 6년이 넘어서
다시 돈을 내고 신청했다. 정말 세월 빠르다.
그땐 내가 20살이었는데 지금은 26살 끝자락.
저번에 나름 싸게 했다고 좋아했었는데
공식 ESTA 사이트와 정말 유사하게 생긴
수수료가 추가된 곳에서 했던 거였음.
정식 수수료는 $21이고,
위의 링크에서 신청 바람.
낚시 사이트에서 신청한다고 누락되거나
나중에 입국이 거부되거나 하는 건 아닌데
돈을 더 내고 하는 거라 손해봄.
미국이 이걸 그대로 냅두는 게 신기하다.
항공편은 에어 프레미아.
그동안 주로 아시아나 탔었는데
주변의 좋은 후기와 저렴한 가격을 보고
이번에 여기 한 번 타보려고 예약했다.
비행에 대한 자세한 후기는 뒤에서.
공항버스를 타고 인천공항 도착.
작년에 갔던 곳들에는 기내용 캐리어만
들고 갔어서 맡길 필요가 없었는데
이번엔 미국행이니 28인치 들고옴.
카운터에 대충 맡기니 그때부터 배고파.
언제나처럼 환전은 했는데
이전과 달리 공항에서 현금을
수령하는 게 아니라 현지 ATM에서
인출하는 하나 트래블로그를 썼음.
이때까지만해도 그간 숱하게 봐온
뉴스들로 인해 미국 = 치안 불안한 마약 소굴
이라는 인식이 머리에 자리잡고 있었거니와
GTA를 소싯적에 너무 해서인지
총기난사 뉴스를 너무 접해서인지
상시 총싸움나고 총알 날아다니는 동네
라고 지레 겁먹고 있었기 때문에
현금 찾아서 가지 말고 그냥 현지에서
딱 필요한 만큼만 뽑아서 쓰자.
이런 마인드로 트래블로그를 신청했...다가 아니고
겁먹었던 건 맞는데 사실은
트래블로그도 그냥 환전 신청하면
영업점에서 달러 현금을 받을 수 있는 줄 알았더니
잘 모르고 일단 했다가 어? 왜 수령 지점
선택하는 옵션이 보이지가 않지?
당황한 후 보니까 현지 ATM에서 인출하는 거였음.
역시 이유는 갖다붙이기 나름이다.
근데 현금 쓸 일이 단 한 번도 없었어서
$500 환전해뒀던 거 단 한 푼도 인출 안 했다.
난 연준이 9월에 금리 인하를 단행해서
달러 환율이 여행 중이나 여행 후에
떨어질 줄 알았더니 의외로 아니었다.
그래서 다시 원화로 바꾸면서
재환전수수료를 물었는데도
오히려 달러가 올라서 돈을 벌었음.
재태크는 역시 운이 절반.
면세점에서 산 것들을 대충 수령하고
비행기 탑승까지 시간이 한시간 반이나 남아
면세 구역을 처음으로 대충 둘러보는데
라이엇도 매장을 여기다 차려놨더라.
e스포츠의 성장이 대단하구나 내심 느꼈다.
여기 임대료가 장난이 아닐 텐데.
아까부터 배고파서 뭘 먹으려고 둘러보는데
혼자 여행하는 것의 큰 단점이 나타남.
면세 구역의 푸드 코트가 자리가 만석인 것.
자리도 애초에 없거니와 자리가 비어도
짐을 자리에 놔두고 음식 주문하는 줄을
십 몇 분씩 서있기가 꺼림칙해서
아무리 우리나라가 도난으로부터 안전하다지만
공항은 온갖 외국인들이 모이는 곳이라.
또 설령 도난 후에 되찾는다 해도
도난 사건에 휘말리는 그 자체가 스트레스라
푸드코트 두어바퀴 뺑뺑 돌다 그냥 나옴.
결국 먹을만한 게 옆의 파리바게트 빵 뿐이어서
슈크림빵과 크로크무슈였나 두 개를 집었는데
거의 만원 가까이 나왔던걸로 기억.
SPC 이놈들 정말 아주 등을 시원하게 쳐먹는구나.
서민 경제 안 그래도 어려운데 서민 살려
맛은 그냥 파리바게트 맛이다.
왜, 졸업식 날 짜장면을 먹거나
추울 때 라면을 먹으면 더 맛있잖아.
근데 부푼 마음으로 여행길에 올라서
먹는 파리바게트는 평소와 똑같다.
정말 돈이 너무 아까웠지만
아깝다 생각하는 그 자체가 여행에선 사치.
그래서 그냥 잊어버리고 살고 있었는데
여행기 쓰다보니 다시 아까움.
이렇게 먹고도 대충 한시간
살짝 안 되게 시간이 남았다.
내 자리가 창가 자리라
장시간 비행 시 자는 사람보고
화장실 가고싶어서 비켜달라 해야하는
미안한 상황이 생길까봐 속을 비움.
그래서 커피가 정말 먹고 싶었지만
스타벅스도 생전 처음 본 사람처럼 지나쳤다.
탑승 게이트 앞 벤치에 앉아서
전화기 충전이나 하며 기다리려는데,
어떤 할머니께서 내가 앉으려는 눈치 보이니
의자 위의 짐을 치워주셨는데
여기가 공항인지라 나도 모르게
감사합니다가 아니고 Thank You가 나옴.
순간적으로 이 분이 외국 분일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서 그런가봐.
앉아서 폰 들여다보며 시간 때우는데
옆자리의 할머니와 할아버지께서
혼자 여행가는거냐고 여쭤보셔서
스몰 토크를 하게 됐는데
그 분들과 마찬가지로 나도 운전해서
여행다닐 계획이었던지라
내가 사전에 알아봤던 대로의
교통 법규와 표지판 내용을 설명 드렸다.
되게 좋아하시면서, 젊을 때
그렇게 혼자 미국 가보는 용기가 대단하다며
잘 하고 있다고 이렇게 하는 것이 맞나
불안감이 들었던 내게 확신을 주셨다.
사실 내가 출근해서 매일 오전에 뵙는
어르신께서도 늘 지금처럼 젊을 때
여행 많이 다니라고 권해주셨는데
인생 대 선배님들께서 이렇게 말씀들을 주시니
'그래도 내가 잘못된 길로 가고 있진 않구나' 안도.
그렇게 이야기를 하다보니
어느새 비행기 탈 시간이 됐다.
탑승 전 마지막으로 화장실 후다닥.
비행기에 타서 자리에 앉았더니
유리창에 빛 차단용 셔터가 없고
웬 버튼이 아래 달려있길래 만져보니까
메르세데스-벤츠 SLK의 매직 스카이 컨트롤에서 본
전기를 흘려보내 유리의 투명도를 조절하는
그 방식이 적용된 유리였다. 짱 신기.
하지만 셔터는 그냥 내리면 0.3초만에
한 방에 어둡게 만들 수 있는 반면
이거는 어두워지는 데 시간이 약간 걸린다.
한국인인 나는 그게 답답함.
SLK였으면 내가 루프를 어둡게 할 일이
차를 운행하면서 평생 한두번 있을까 말까라
그닥 상관이 없겠지만 이건 약간 불편.
에어 프레미아가 신생 항공사라
부모님이 이거 타도 되는거 맞냐고
수차례 물었지만 정말 좋다.
좌석 간 거리도 이코노미인데
땅콩이나 아시아나보다 더 넓고
달려있는 모니터도 최신식에
기내식도 먹을만한 것들이 나온다.
레그룸이 널찍한 게 아주 흡족.
10시간 비행기 타야하는데
좁은 곳에 갇혀있으면 힘들잖아.
갈때는 10시간인데 돌아올 땐 11시간.
그래서 대망의 기내식.
보통 이런 장시간 비행엔
기내식이 이륙 후 한 시간 정도 뒤에 나옴.
첫 기내식은
돼지고기 김치찜 vs. 닭고기 크림 파스타
둘 중 하나 고르는 거였는데
먼저 받은 사람들이 죄다 김치찜 골라서
크림 파스타밖에 안 남았다며
부득이하게 반 강제로 크림 파스타 선택.
근데 난 면을 좋아하니까 그건 괜찮았다.
파스타는 면이 약간 뭐랄까
10분 전후로 끓여야 할 파스타 면을
한 3분 정도 끓인 다음 건진 느낌.
나 원래 꼬들꼬들한 면 좋아해서
나는 그럭저럭 나쁘진 않았는데
퍼진 면 좋아하는 사람은 못 먹을 정도.
같이 나온 빨간색의 닭고기는
생각보다 맵지 않고 슴슴했어서 만족.
같이 준 휘낭시에 나중에 미국 도착해서
차 운전하면서 입 심심하면 먹으려고
가방에 챙겨놨었는데 끝까지 안 먹어서
결국 먹어보지 못하고 버렸음. 아깝다.
다 먹어가고 있는 와중에 갑자기
기내식이 남았다며 하나 더 먹을거냐 묻길래
그렇다고 했더니 어디서 나온지 모를
아까 없던 김치찜이 등장해서 받았다.
돼지고기 김치찜도 맛이 슴슴했는데
내 앞의 기내식 받아간 사람들이
왜 거의 다 이걸 골랐는지 알 만 했다.
한국인 입맛엔 이게 훨 나음.
근데 김치찜에 브로콜리는 좀 궁합이 이상하지 않나.
브로콜리는 근데 별 문제가 아니고
저 샐러드에 완두콩 넣은 사람 진짜 하..
난 초딩 입맛이라 완두콩 정말 싫은데.
먹고 눈을 좀 붙였더니
어느새 마지막 기내식 먹을 차례.
이번엔 닭강정 vs. 뭐였는지 기억 안나는 메뉴.
난 닭강정 주기적으로 먹어줘야 하는 사람이라
당연히 닭강정을 골랐는데 비주얼이..
튀긴지 한 이틀 지나 눅눅해진 그거.
맛도 딱 그런 수준이었는데
이게 오래 놔둬서가 아니고
기내식 여건상 갓 튀겨서 줄 순 없으니
키트로 나온걸 데워 줘서 그렇겠지.
갓 튀긴 바삭함 원하면 퍼스트 클래스 가야 할 듯.
아 일등석 탑승객들은 닭강정을 안 먹겠구나.
현지 도착 시간이 오후 12:30인지라
내려서 또 하루를 보내야 해
마지막 기내식까지 찹찹 먹고 또 잤음.
그래서 내릴 때 얼굴 사이즈가 두 배 됐고.
눈 뜨니까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이 보였는데
곳곳에 SFO라는 글씨가 많이 보여서
누가 봐도 여긴 샌프란시스코 공항.
우리도 아예 인천공항에 ICN이라고
건물이나 시설물 외벽 곳곳에 써놓자.
내려서 보니까 타고 온 비행기 엔진 겉면에
롤스로이스 뱃지가 도색되어 있네.
단 돈 92만원에 롤스로이스 10시간 탑승.
롤스로이스 중 제일 싼 고스트조차
10시간 타는 데 돈 백만원 이상 들 것 같은데
이 얼마나 훌륭한 가성비인지 감탄했다.
생각해보니 고스트는 롤스로이스산 엔진이 아니고
BMW의 것을 그대로 가져와서 쓰는거잖아.
오히려 진퉁(?) 롤스로이스를 염가에 체험했다.
그래서 엔진이 정숙했구나.... 맞나?
내렸으니 이제 출입국 심사를 통과해야지.
와, 최근 미국 몇 년간 입국 심사
굉장히 강화했다더니 정말이다.
나 하와이 갔을땐 거기가 관광지여서인지
아니면 6년이나 전이어서 빡세지기 전이었는지
알 순 없지만 이정도로 캐묻진 않았는데.
처음에 내 신원을 확인하더니
내 직업이 뭐냐고 묻자 학생이라고 답하니까
여행 경비는 누가 대줬냐
경비 대주신 부모님 직업은 뭐냐
별의별 나와 내 가족 신상정보를 묻고
샌프란시스코에 며칠 있느냐
샌프란시스코에서 다른 동네로 가느냐
(라스베가스로 나흘 뒤 이동한다 답함)
라스베가스 호텔 주소 무엇이냐
호텔 예약 내역 직접 보여달라
정말 성가시고 짜증나게 굴어서
순간 욱할 뻔했는데 여긴 미국.
곱게 시키는대로 해야지.
아니 ESTA 작성할때 이미
미국 현지에서 체류할 호텔 정보를
전부 기입했는데 왜 또 물어봐.
내가 그걸 외우고 다니고 있진 않잖아?
출입국 심사관이 중국계 미국인같았는데
짱깨들의 한국 견제는 역시 장난 아님.
아, 그리고 ESTA는 ESTA 통과됐단
정보 페이지를 출력해올 것을 권장하는데
난 언제나 출력을 해서 가져오고 있다.
현장에서 확인해도 괜찮지만
아무래도 뽑아서 가져오는 게 나음.
출입국 심사(이미그레이션) 통과하니
샌프란시스코에 온 것을 환영한다...
라는 건 딱 하나 있었고
독특하게 미국의 팝 스타들이나
역사적 인물들의 명대사를 담은
사진들을 쭉 나열해놨더라.
자기들의 역사가 다른 나라보다
다소 짧다보니 자긍심을 부각하고 싶었나봄.
샌프란시스코에 온 것을 환영한다는
판넬 하나 앞이 포토 스팟이던데
귀찮아서 그냥 쿨하게 패스.
어차피 샌프란 왔다는 인증샷은
다른 곳에서도 많이 남길 수 있으니까.
맡겼던 캐리어까지 찾았으니
이제 렌터카를 찾을 차례.
그동안 해외 나와서 차량을 대여하면
대기업보단 개인 업체들 위주로 써왔어서
공항에서 차 픽업하는게 사실상 처음이었는데
그래서 그냥 공항 어디 구석에
렌터카 회사들 카운터가 모여있을 줄.
샌프란시스코 공항의 경우는
AirTrain이란 경전철을 타고
아예 공항 밖으로 나와서 렌터카 센터란
별도의 건물로 가서 픽업해야 함.
처음에 이 사실을 모르고
공항 직원분께 질문을 했는데
Hertz가 어딨냐고 물었더니
계속 못알아들어서 H - e - r - t - z
스펠링 불러주니까 그제서야 이해하심.
미국사람들은 r 발음 강조하고 굴린다는 걸
6년이란 시간이 흘러서 잊고 있었다.
난 r 발음 플랫하게 누르는 편인지라.
경전철 타고 대략 7분 정도 갔더니
렌터카 센터라는 건물이 모습을 드러냄.
허츠가 제일 큰 업체여서 그런지
차량 인수를 1층에서 한다.
타고 바로 나갈 수 있게.
그리고 허츠가 좋은 점 또 있는 게
골드 회원은 대기 줄 안 서도 된단 거.
처음에 발견한 카운터에 줄이 길길래
스리슬쩍 가서 섰는데 눈에 띈 팻말이
골드 회원은 줄 서지 말고 다른 곳 가라는 거.
그래서 시키는 대로 따라 갔더니만
주차장 한 켠에 아예 허츠 골드회원 부스가
따로 마련되어 있어서 거기서 픽업.
대충 한 2분 기다렸더니 유쾌한 직원분이
Hey playboy, what's the matter?
하고 부르길래 예약했다고 함.
나는 말리부 or 동급차종(그룹 F)을 예약했는데
중형차를 고른 이유는 컴팩트급이나 이코노미카 대비
렌트료가 3만원 정도밖에 안 비쌌고
여기서 급을 올리면 금액이 확 올라가서.
지난달에 예약하고 중간에 한 급 올려서
준대형차를 $1.5(오타 아님) 더 내면 주겠다는
오퍼 메일이 왔었지만 쿨하게 무시했음.
준대형차는 분명 배기량이 3500cc급일건데
나 장거리 뛰어야해서 기름 많이먹는거 딱 싫거든.
미국 여행 팁.
가급적 SUV 타지 말고 꼭 승용차 타세요.
카페에 노트북이랑 지갑 놔두고 화장실 가도
그 누구도 건들지 않는 대한민국과 달리
미국은 도난이 비일비재한 나라이고,
SUV는 뒷 유리를 통해 트렁크 내용물을
차량 외부에서 볼 수 있기 때문에
마음 편히 짐을 실어놓을 수가 없다.
비싸보이는 거 실어놓으면 필시
유리창 깨고 털어감. 무조건 승용차.
나도 SUV 성애자지만 이번만큼은 참았다.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은 SUV의 나라인데
미국인들은 트렁크에 짐 잘 안 싣나봐.
현지에 내리자마자 외교부에서
샌프란시스코 등 각종 주요 도시들
차량털이 빈번하니 주의하란 문자 왔음.
승용차 빌린 덕분에 나는 가방 그냥
차 트렁크에 던져놓고 홀가분하게
돌아다니면서 내 사진 남길 수 있었다.
차량 예약 시 한 가지 이슈가 있었는데
그것은 내가 현지에 도착해서 차량 인수 시점엔
만 24세이고 여행 중간에 생일이 껴 있어서
그제서야 만 25세가 된다는 것.
허츠는 프레스티지 / 아드레날린 컬렉션은
만 25세 이상만 대여가 가능한데
중간에 혹해서 캐딜락 XT5 or 동급차종으로
한 번 업그레이드를 했었음.
이건 프레스티지 컬렉션인데 어찌 된 건지.
그래서 출국 전 한국 허츠 고객센터에
전화해서 물어보니까 허츠 전산은
해당 월에 생일이 되면 그냥 만 25로 처리한다만
렌터카 인수 시 여권과 신분증을 확인하니
만 25세 미달로 차를 안 줄 수도 있다. 복불복이다.
만약 그렇게 되면 기존 예약은 취소처리되고
현지에서 새로 예약해서 렌트가 진행되어야 하는데
온라인 예약이 아닌 현지 예약은
온라인보다 렌트비가 (당연히) 더 비싸다.
리스크 감수 할지 말지는 본인 선택.
이라는 안내를 받아서 그냥 다시 중형차로 바꿈.
그리고 대부분의 렌트사가 그렇듯이
허츠도 만 25세 미만에게는 돈을 더 받는다.
'연소운전자 추가요금($20/day)도
만 25세가 되기 전인 나흘 동안은
추가로 부과될 확률이 높다'고도 안내를 받았는데
막상 가서 보니까 그런거 신경도 안씀.
이거 정말 꿀팁인데
아직 만 25세가 안 됐는데 미국 여행 가서
운전하며 돌아다니고 싶다고요?
만 25세가 되는 달에 가서 허츠에서 차량 임차하세요.
저연령이어서 붙는 금액도 없고 고가차량도 줍니다.
그 어디에도 없는 나만 아는 정보.
$367에 보증금 $200 붙여서
$567이 신용 카드로 결제됐다.
이제 무슨 차를 받을 거냐.
출국 전 인터넷에 찾아봤을 땐
내가 예약한 차종 그룹에 맞는 주차 구역에
데리고 가서 그냥 마음에 드는 차 타고가라고
한다는 것 같았는데 아니었음.
샌프란시스코의 허츠는 최소한
카운터에서 상담하면서 아예 차종을 정함.
난 솔직히 말리부 or 동급차종(중형 세단)이어서
아직 국내에는 출시 안 했지만 미국엔 나온
신형 캠리가 있을 걸 기대했는데
허츠는 진짜 말리부를 징그럽게 많이 샀더라.
플릿 차량이 죄다 말리부다.
문제는 국내와 달리 미국 렌터카는
정말 깡통이고 쉐보레 깡통... 하.
말리부 깡통오디오는 고막 테러 수준이라고.
헤드램프도 전구가 달린 것 보고 저거 안된다
헤드램프 너무 어두워서 LED 달린 차 원한다고
직원한테 징징댔더니 기다려보란다.
알티마 있는데 받겠느녜서 오케이.
허츠에서 중형차 예약하면
무조건 말리부 아니면 알티마다.
이 두 차종만 엄청나게 사다놨음.
그 외엔 GLS 450(그룹 G6)이랑
마세라티 그레칼레(그룹 L6) 맣더라.
EV 매니저 스페셜같은거 예약하면
니로 EV나 쉐보레 볼트 EUV 둘 중 하나.
컴팩트급은 신형 기아 K4도 있더라.
국내에 없는 국산차.
드디어 출발...이 아니고
렌터카 받아서 캐리어까지 다 싣고
차량 외관 상태 동영상으로 찍어놓고
이제 막 공항을 나서려는 찰나
비행기 타기 전에 담소 나누었던
어르신네 가족도 여기서 차량 임차하나보더라.
허츠 매장 밖 벤치에 앉아 계시길래
즐거운 여행 되세요 ~ ! 하고 출발.
내가 이 렌터카에 바라는 건
열선 시트, 운전대 열선, 애플 카플레이
이 세 가지 뿐인데 이 알티마는
아래에서 두 번째 트림(SV)인지라
카플레이는 되는데 열선류 그런게 하나도 없음.
시트도 가죽이 아닌 직물.
운전대도 가죽이 아닌 우레탄.
샌프란시스코 날씨가 아직 포근한 편이라
열선 없이도 버틸 만 하더라...고 이때까지 생각했음.
내가 받은 차는 7927mi(=12757km) 탄
새 차에 가까운 차량. 아주 좋다.
받아서 한 3000mi(=4828km) 탈 작정인데
중간에 엔진오일 교환 시기 도래하진 않겠지.
그럴 때를 대비해서 견인비 무력화와
타이어 펑크, 유리창 파손 커버하는 보험 들긴 했음.
가보고픈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었는데
그 가게가 공항과 호텔 사이에 있어서
동선상 차 픽업 하자마자 가는 게 유리해
빈 속에 아이스크림 먹으려고 출발.
IT'S IT ICE CREAM이라는
아이스크림 샌드위치를 파는 집인데
나 평소에 생전 이런 거 안 먹는다만
구글 맵으로 전에 찾아봤을때
되게 맛있어보여서 꼭 가보기로.
가보니 앞에 주차할 자리가
따로 마련되어 있진 않고
가게가 골목 내 막다른 곳에 위치해
그냥 그 앞에 다들 차를 대더라.
매장에 들어가서 하나 집었는데
역시 제일 깔끔한 바닐라맛부터 시작하는 게.
미국에서 처음으로 입에 넣는게 아이스크림.
이 집은 나중에 미국 떠나 다시 한국 오기 직전
다시 한 번 사먹으러 왔는데(스포일러)
미국 여행의 처음과 끝을 장식함.
수미상관 아이스크림.
아이스크림 맛은
바닐라 맛 치고 향은 가벼운데
크림 맛이 되게 두터웠음.
크림빵도 아닌데 아이스크림이
시원한 생크림을 집어먹는 느낌.
감싸고 있는 초콜릿도 딱 적당히 달고
너무 맛있어서 나중에 다시 옴.
그리고 미국 물가 요즘 미쳐 날뛰는데
이 아이스크림 샌드 하나가 단 돈 $2.
미국 물가 수준 생각하면
$4 이상 받아야 원래 정상.
계산하면서 가게 사장님한테
이게 내가 미국에 여행와서
맨 처음으로 먹는거라고 하니까
진심으로 너무 좋아하심.
이제 호텔에 체크인하러 가야지.
대충 20mi 정도 달려 호텔 도착.
20mi라고 하니까 체감상
숫자 20이 얼마 안 돼 보이지만
32km 조금 넘게 달린거라
분당에서 서울역까지의 거리와 맞먹음.
샌프란에서 사흘간 묵을 호텔은
Good Nite Inn Redwood City.
샌프란시스코는 한반도처럼
세로로 길고, 위론 샌프란 중심가
아래론 실리콘 밸리와 빅 서 해안
이렇게 볼거리가 남북으로 나뉘어있어서
허리 즈음에 위치한 공항에
최대한 가깝게 호텔을 잡는게
유리하단 것이 내 계산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탁월한 선택이었음.
이름에 붙은 Inn을 보건대
그렇게 막 고급 호텔은 아니어서
그다지 큰 기대를 하지 않고 갔는데
웬걸, 널찍하고 깔끔하니 딱 좋았다.
난 어차피 일주일 안에
이 말도 안 되는 일정을 소화해야 해서
호텔에선 거의 쪽잠만 자고 말 거라고.
여긴 주차도 무료에 숙박비도 싸.
운전해서 호텔에 도착하고
주차장에 차를 슥 댔는데
차키가 없어졌다. 분명 아이스크림 먹고
바지 주머니에 넣었는데 어디 흐른건지.
깊은 한숨과 함께 현실부정 30초.
열심히 뒤졌는데 왜 이렇게 안 나오는지.
차 문이 바깥에서 잠기지를 않고
차가 시동이 걸리는 걸 보면
차키가 분명 실내에 있는건데.
키가 실내에 있는 게 맞는데
차키 분실했다고 허츠에 전화하기도 그렇고.
30분동안 뒤진 끝에 운전석 시트 우측과
센터 콘솔 사이 시트 레일에 끼어있는 차키 발견.
안도의 한숨을 재차 내쉬며..
새로 산 바지가 주머니가 너무 얕아서
뭘 넣어두니 바로바로 빠지는 거였음.
이 바지 이제 운동나갈때만 입으리라.
내려서 먹은 게 아이스크림 하나 뿐이라
차키 없어졌다고 난리를 친 탓에
허기가 다시 져서 밥 먹으러.
미국에 왔으니 햄버거부터 시작하는 게
세상의 순리이고 정답 아닐까?
한국에는 없어서 맛있다는 평도,
생각보다 그닥이라는 평도 안 와닿던
인 앤 아웃부터 제일 먼저 와봤다.
원래 칙필레(chick-fill-a)부터 갈랬는데
동선 상 인 앤 아웃부터 먹는 게 좋겠더라고.
인 앤 아웃 여기 뿐만 아니라
일정 중 다른 지점들에서도 먹어봤는데
맛이... 그냥 그저 그렇다.
한국에 이보다 맛있는 수제버거집 많다.
인 앤 아웃이 미국여행 필수 맛집인 양
떠드는 애들은 101% 거르면 됨.
맛알못 판독기여서 좋네.
패티의 고기맛이나 치즈맛이나
맛에 깊이감이 별로 없고 얕다.
항상 처음 가보는 패스트푸드집 가보면
제일 그득 들은 메뉴 시키는 내 습성상
더블-더블부터 시켜먹어봤는데
맛이 벨벳처럼 진득하지 못하고
스판처럼 미끌미끌 얕다고 해야될까.
감자튀김은 의외로
좀 진득한 맛이 있었는데,
난 이게 이 당시엔 인 앤 아웃이
감튀는 좀 멀쩡하게 튀겨서라 생각했건만
사실은 그냥 미국 감자는 품종이 달라서.
다른 집 가봐도 감자 자체의 맛이
거의 대부분 동일하게 짙었어서
우리나라 감자와 미국 감자의 차이 때문이란 걸
여행 후반부 쯤 가니까 알아챘다.
이 글을 보는 여러분들은 벌써 알았음.
우리나라 버거킹 감자튀김에서
소금기를 약간 덜어내고
감자의 꾸덕함이 약간 더 생긴 그런 느낌.
탄산음료 안 먹으려고 우유 시켰는데
그냥 레모네이드 시킬 걸 그랬다.
이렇게 세트 하나 시키고 $10.37;
무려 1만 4천원짜리 햄버거 세트다.
미국에 머무르면서 패스트푸드가
왜 이렇게 비싼지 이해가 안 됐었고
특히나 인 앤 아웃 처음 갔을때
이 10불짜리 세트가 비싸다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제일 싼 축이었고 그 이유가 있었다.
이유가 궁금하면...
앞으로 나올 여행기도 쭉 같이 보면 됨.
나는 알지롱.
밥먹고 가려던 곳은 애플 파크.
애플 불매운동에 진심인 나 답게
애플이 너무 싫어서 전격 방문.
애플 직원이 아닌 이상
애플 파크는 출입이 불가하고,
애플 파크 옆의 Visitor Center만 방문 가능.
방문객 센터라는데 사실상
애플 파크에 딸린 애플 스토어다.
마치 삼성전자 강남사옥에 딸린 삼성 강남 느낌?
강남은 원체 땅값이 비싸서 삼성의 경우는
사옥과 삼성 매장이 좀 거리가 있는데
얘네들은 남아도는게 땅이고
애플은 남아도는게 현금이라 그런지
바로 옆에다가 애플 스토어를 세워놨다.
솔직히 볼만한 신제품들은
이미 다 국내에 출시가 되었고,
그 당시엔 아직 아이폰 16 프로 맥스가 출시되지 않아
내 손에 들려있는 아이폰 15 프로 맥스가 최신이었으며
이제 대한민국도 신형 아이폰 1차 출시국이라서
미국에 와 있는 메리트가 하나도 없다.
작년에 홍콩 갔을땐 국내엔 아직 미발매 상태인
아이폰 15 프로 맥스 먼저 만져봐서 좋았는데.
하지만 딱 하나 국내에 없는 거라면
바로 비전 프로. 한 번 써보고 싶었음.
그래서 직원한테 비전 프로 써보고 싶다 하니
체험 프로그램 6시 타임에 비어있다길래
냉큼 하겠다고 말하고 10분 기다렸음.
정각 되니까 웬 직원이 비전 프로를 들고
나를 기다리고 있길래 써봤는데
쓰자마자 앞으로 고꾸라질 것 같더라.
무게중심이 눈보다 앞에 한 10cm정도 나가니
목에 부담도 가거니와 눈도 수경 쓴 것 처럼 조임.
가격만이 무거운 것이 아니었다.
이게 너무 무겁다보니 30분 썼는데도
머리가 아플 정도로 불편했다.
마치 무거운 게 저 멀리 앞에 나가있는
아우디를 타는 느낌과 유사.
아우디 요즘 국내에서 판매량 폭망했잖아.
반면 비전 프로로 즐길만한
컨텐츠는 사실 별로 없음.
그리고 비전 프로 하단에 위치한
카메라가 내 손동작을 인식해서
내가 손을 허공에다 클릭하듯 움직이고
별 쇼를 해야하는데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선
민망해서 사용하기 어려울 듯 하다.
집에서는 더 큰 TV와
휴대성이 훨씬 좋은 폰, 태블릿이
아주 잘 갖춰져 있는데
굳이 눈 앞에 화면을 갖다놓겠답시고
비전 프로를 사야 할 이유가 뭘까?
한 번 써보고 이건 $3499가 아니라
$999여도 전혀 살 생각이 없고
$399 정도나 되어야 간신히
얼리어답터들이 감수해볼만 한 불편함이다.
애플이 이걸 개발하는데 들인 공과
사용한 부품의 원가를 무시하는 게 아니고
애플이 맨날 목놓아 강조하던
'사용자 경험'이 너무 부족하고 불편함.
그 불편함을 알면서도 구입할만한 가격은
내 보기에 그 정도 뿐이다.
그 이상은 절대 네버.
애플 파크 비지터 센터인데
애플 파크가 여기서 보이지 않으면
굉장히 섭섭하지 않을까?
테라스로 나가보니 애플 파크가
보이긴 보이는데 거의 대부분
울창한 나무들에 가려져 있어서
보일락말락 한 수준이다.
이 정도면 안 섭섭하다곤 말 못하고
요플레 뚜껑 깠는데 뚜껑에
하나도 안 묻어있을 때 정도의 섭섭함.
이 애플 스토어는 옆에 작게
애플이 운영하는 카페도 붙어있는데
사실상 볼거리라고 할 만한 게 그것이 유일.
커피 한 잔 주문했는데 애플이 웬일로
아메리카노 한 잔에 $4밖에 안 받는다.
평소의 애플이라면 애플의 '친환경 종이컵을
활용해 탄소중립을 실현하려는 원대한 계획의
일환으로 고객들에게 탄소발자국 기부금 수거'
같은걸로 커피 한 잔 당 $9.99 받을 법 한데.
근데 샷 하나에 $1.5니까 음...
샷 하나에 거진 2천원.
근데 미국에선 샷 1개 추가가
대부분 이쯤 하나보더라.
아무튼 샷 추가 가격 보고
그냥 옵션 없이 아메리카노 시켰는데
맛이 영 가볍다.
산미가 있어 산뜻한 느낌과 사뭇 다르게
커피의 풍미가 두텁지 못하다고 해야하나.
애플이 파는 것 중에 이런
순수한 기본기에 집중하지 않은 제품이
또 있나 생각이 들 정도였음.
차에 짱박아놓고 대충 먹고 말아야지.
저렴한 호텔을 예약한 탓에
방 안에서 먹고 마실 것들과
차 안에서 먹을 간식거리를 사기 위해
애플 파크 근처의 월마트에 갔다.
홍콩 가서 물맛에 데였던 전적이 있어서
미국의 물맛은 과연 어떨까 염려중이었는데
한 통 큼직한거 사서 내 방에 갖다두려고 집어듬.
그 외 맛있어보이는 과자들과
차에서 마실 스타벅스 병커피.
우리나라는 스타벅스 RTD(병커피)를
동서식품이 만들어서 팔기 때문에
솔직히 딱지만 스타벅스같은 느낌인데
여긴 설마 그렇진 않겠지.
그 외 립밤을 한국에서 챙겨왔는데
다 써서 버리려고 했던 립밤을 하필
생각 없이 집어와서 립밤 하나 사고
지나가다 귀여운 티셔츠가 $6.98이길래
하나 집었더니 총.... $38.03.
당시 환율로 대충 5만원.
과자 한 봉지가 크긴 했지만
사이즈 치고도 개당 가격이 꽤 비쌌다.
난 여지껏 미국이
외식 물가 말고 이런 식료품(?) 물가는
우리나라보다 한참 저렴할 줄 알았는데
내가 옛날에 갇혀있었던 건지 완전 잘못 알았음.
이래서 홈리스들이 길거리에 그렇게 많구나.
이런 높은 물가도 모든 이들이 감당할 순 없는데
물가가 이 모양이면 집 렌트비는 어떻겠어.
주머니 사정이 넉넉치 않으면
결국 길거리에 나앉는 게 불가피해보임.
정말 미국은 자본주의의 천국과 지옥.
마트에서 산 거 전부 트렁크에 집어넣고
트레저 아일랜드에서 야경 보기 위해 출발.
샌프란시스코의 도심 야경
어디서 보면 좋을까 한참 고민했는데
트레저 아일랜드가 딱 좋아 보이더라.
베이 브릿지 중간즈음 있는 작은 섬.
아, 맞다 이거 언급 까먹음.
허츠에서 차량을 임대해줄때
PlatePass라는 옵션도 같이 파는데
이게 톨게이트를 통과할 수 있는 기기를
돈을 받고 장착해주는 옵션이다.
PlatePass 없으면 현금 또는 카드
직접 내는 톨게이트만 통과 가능.
나도 처음엔 이게 뭔가 했는데
미국은 50개의 주로 이루어진 나라고
각 주마다 톨게이트비 걷는 주체가 다르다.
그 중 대다수를 지원하는 통합된 시스템이
허츠에서 유료 옵션으로 파는 PlatePass.
샌프란시스코가 위치한 캘리포니아는
FasTrak이라는 곳에서 톨비를 걷는데
PlatePass가 이것도 지원한다.
근데 PlatePass 이게 추가하는 데 드는 비용이
한국인 상식을 아득히 뛰어넘어서
이걸 넣을까 말까 고민하다 그때 허츠에다
문의하면서 함께 물어봤었는데,
캘리포니아는 민자도로도 많아서
PlatePass 미지원 도로도 꽤 있다는 답변에
과감하게 안 쓰기로 했음.
이 얘기를 왜 하냐면...
샌프란시스코의 톨게이트 절대다수는
전자 톨게이트만 지원하기 때문에
FasTrak 없이는 톨게이트 통과 불가.
현금이나 카드 받는 별도 창구가 없음.
그 말인 즉슨 나는 톨게이트 통과가 안 되고
통과 시엔 PlatePass 일일 사용료보다
더 많은 수수료를 지불해가며
허츠에다 톨비까지 합쳐서 추후 납부해야함.
PlatePass 일일 사용료는 $28.
여러분, 하이패스 하루에 3만원씩
톨비 제외하고 하이패스 시스템 자체를
쓰는 데만 내야한다고 하면 쓰겠어요?
이번 미국 여행은 그래서
무조건 톨게이트를 피하는 경로로만.
그런데 사실 샌프란시스코 / LA 내부와 인근에만
유료 도로가 대부분이고 라스베가스나
미국 중부는 톨게이트가 없다시피해서
이 동네들만 톨게이트 잘 피해다니면 됨.
아, 맨해튼은 톨게이트로 도배된 곳이라 주의 필요.
서론이 엄청나게 길었는데
내가 하고싶은 말은
톨게이트 통과 없이 야경을 볼만한
그런 곳은 트레저 아일랜드 뿐이었다는 것.
트레저 아일랜드는 특이하게
갔다가 샌프란시스코로 다시 들어와도
톨게이트 통과 없이 들어올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무조건
주요 대교들이 전부 샌프란 들어오는 방향만
전부 톨게이트비를 징수하기 때문에
금문교나 베이 브릿지나 각종 다리들
건너고 싶으면 샌프란에서 나갈때만 타길.
트레저 아일랜드는 예외.
그렇게 트레저 아일랜드에서
샌프란 중심지의 야경 구경하는데
사진 찍어달라 부탁할 사람 어디 없나 보다
밤 10시가 다 된 시각이라 쥐죽은 듯 조용했다.
근데 미국인 부부 한 쌍이 있어서
사진 촬영 좀 부탁했는데,
찍어준 사진 받아보고 스몰토크 시작.
일주일동안 지내면서 잡담해보니까
미국 사람들은 한국인이 신기한가보다.
미국에 혼자 여행와서 차타고 돌아다니는 거에
많이들 용감하다, 대단하다고 해줬는데
사실 우리나라에서 운전 제대로 할 정도면
미국은 엄청나게 편하다.
대한민국은 동남아 다음으로
교통문화는 아주 바닥을 치는 후진국이니까.
그 부부의 남편 분이 미국 운전 어떠냐,
한국보다 어렵지 않느냐고 묻길래
방금 적은 얘기 그대로 똑같이 해줬음.
한국은 운전면허를 쉽게 줘서
수준미달 운전자들이 도로에 너무 많고
교통법규를 위반해도 처벌이 약해서
불법주차와 법규위반이 잦다고.
한국이 훨씬 운전하기 불편하다고.
실제로 미국에 일주일 있다가
우리나라로 다시 들어와서 운전하니
도로가 뭔 오랑우탄 소굴이다.
지능이 모자란 건지 인성이 모자란 건지.
나는 한국인인데 아이폰이고
그분들은 미국인인데 애플이나 모토로라 말고
갤럭시를 쓰는 이상한 상황.
한국 사람들이 아시아인들을 쿨해보이게
만든 것 같다는 그분들의 말에
괜히 내가 머쓱해짐.
BTS 손흥민 봉준호 레츠고
이 동네가 바람이 심하다는 걸
사전에 찾아봐서 알고 있었지만
그 추위를 얕보고 반팔에 가디건 하나만
딱 걸친 상태여서 솔직한 말로 추웠음.
그런 상태로 한 30분 토크 이어가다
인스타 서로 팔로우하고 마무리함. ?
사실 이런 게 혼자 다니는 여행의 매력.
나 작년에 홍콩에서 알게 된 일본사람
도쿄 놀러갔을 때 만나서 놀았잖아.
이래서 새로운 세상으로 자꾸 나가야 함.
베이 브릿지와 함께 보는
샌프란시스코 중심가의 야경은
합격점을 줄 만 했지만, 약간 멀었다.
트레저 아일랜드가 조금만 샌프란시스코에서
가까웠다면 아주 완벽했을 듯 한데.
아, 트레저 아일랜드 내 야경 포인트들은
앞에 주차할만한 곳이 별로 없다.
난 그냥 남의 호텔의 큰 야외주차장에
대충 대고 눈치보고 있다가 차 뺐음.
트레저 아일랜드에 이어서
야경 2탄은 트윈 피크스.
트레저 아일랜드는 내가 구글맵을 보고
출국 전 어디서 야경 볼까 찾아낸 곳인데
트윈 피크스는 남들에게도 잘 알려진 명소다.
말 그대로 산이 두 개라 트윈 피크스.
트윈 엘지스. 삼성한테 졌다지.
트윈 피크스는 안개가 완전 자욱해서
시야를 거의 대부분 차단할 정도였음.
안개 없을 때 와서 와인딩 타기
꽤 괜찮은 코스같아 보였다.
낮에 다시 와본다는 게 시간이 없어서
아쉽게도 못 와봤지만 또 미국 가보면 되니까.
그런데 트윈 피크스에서 내려오는 도중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이 아주 장관이어서
트윈 피크스 정상에서 본 뷰가
흐릿했던 것에 대한 아쉬움이 싹 사라졌다.
내 머릿 속의 미국은 그리 조용하지 않은,
상시 다사다난한 나라였는데 너무 평화로웠음.
인터넷의 소문들과 뉴스 기사들을 보면
밤 되면 마치 범죄도시가 되는 느낌이었는데
여기도 그냥 사람 사는 동네다.
그렇게 호텔로 귀환.
호텔까지 한 50mi 정도 운전했으니
호텔까지 가는 데 또 한 80km.
우리나라에서는 같은 도시 안에서
80km 이동이 되는 곳이 거의 없는데
여긴 이 정도가 아주 약과다.
비행기에서 잠 좀 잤다고
내려서 다시 보내게 된 하루를
이렇게 아주 알차게 보내다니.
이렇게 일주일 미국 로드트립
전체 7일 중 1일 완성.
2일째는 여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