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갔다오자마자 썼는데,
3박 4일짜리 여행이었는데
다 쓰는데 다시 나흘이 더 걸렸다.
그리고 그때 말한 두 개의 비행기표 중
두 번째가 바로 11월 도쿄행.
4박 5일로 다녀왔는데
이번엔 여행기 완성에 얼마나 걸릴 지
또 글을 몇 편이나 걸쳐서 써야 할 지
전혀 감이 오지 않음.
하루치 쓰는데 한참 걸리면 글 다섯 편 되는거고.
그런 긴 대장정의 여행기 이제 시작.
원래 9월에 여기 오려고 그랬었는데
지금 일본행 비행기표 가격들이
죄다 미쳐날뛰는 중이라
최대한 비행기표 싸게 하려다보니
11월 중순으로 미뤄져버렸다.
11월로 미루게 된 건 나중에 알고 보니까
정말 신의 한 수 였는데
이건 여행기 써가면서 차차 설명함.
아무튼 홍콩에 갈땐 중국 저가항공사 탔었는데
이번엔 번듯한 아시아나다. 저가항공 아님.
요즘 나리타행 저가항공편도 40만원 중반대인데
운 좋게 아시아나를 35만9천원에 끊었음.
사실 옛날같으면 35만원도 미친 가격이다만
지금 시기가 시기니까.
출국을 코앞에 두고
한동안 인터넷에서 인천공항 출국장이
근무인원 감소로 인해 엄청 붐빈다고 돌았었다.
그 얘기를 출국 전날에 들었기 때문에
비행기 출발 1시간 40분 전에 인천공항 도착했는데도
환전신청한 돈 후다닥 찾아 출국장 진입 서둘렀다.
과연 인터넷에서 사진 본 대로
출국장으로 들어가는 입구 줄이 엄청났다.
큰일났는데? 싶어서 다른 입구로 가보니 텅텅.
꿀팁. 1,2번 입구 붐비면 3,4번 입구 가보세요.
3번 입구로 들어갔더니 줄 별로 안 서고 짐 검사받음.
내 보기에 국내 항공사랑 가까운 입구들이
가까우니까 사람들이 그냥 거기에 줄 서는 듯.
3만 5천엔 환전했는데,
30만 4천원밖에 안 들었다.
이 타이밍이 미친 신의 한 수 였던 첫 번째 이유.
출국할 때 돼서 갑자기 엔화 가치가
대폭락했다고 뉴스에 도배되기 시작했다.
실제로 나는 871원에 환전함.
이 글을 쓰는 11월 말인 현재는 890원대까지 회복했다.
현금 뿐만 아니라 가서 카드를 긁어도 싸지.
경영학과인 나로서는 엔화 가치가
평가절하된 이유를 주저리 주저리 설명할 수 있다만
여행기를 가장한 에세이를 쓸 순 없잖아.
간단하게 말하면 일본이 기준금리를
남들처럼 올리지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져서 그럼.
홍콩 갈때 면세품 인도장 잘못 찾아서
헤맸던 경력을 뒤로하고, 이번엔 바로 찾아갔는데
왜 오늘은 면세품 인도장에 사람이 미어터지는지?
번호표 뽑고 인도장 들어간다음
내 번호와 현재 부르고있던 번호를 비교하니
내 앞에 50명 가까이 있었던 것.
1차 멘붕. 비행기 시간이 그렇게까지나 많이 남진 않았는데.
시계 보면서 초조하게 기다렸더니
8시 반 넘어서 겨우 수령했다.
근데 수령하고 나왔더니 비행기편 15분 딜레이.
갑자기 개비스콘 들이부은 것 처럼 편안해짐.
덕분에 느긋하게 28번 게이트까지 걸어가서
화장실까지 한 번 들르는 여유까지 누림.
난 일본은 한시간 반 쯤이면
가고도 남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갈땐 2시간 20분 걸림.
생각보다 도쿄가 멀구나.
오키나와만 가봐서 본섬은 처음이라.
아시아나 기내식 오랜만에 먹는다.
치킨까스 볶음밥이랑 빵이랑
뭐였는지 기억 안나는 호박샐러드?
이렇게 나왔던 것 같다. 진짜 기억 안 남.
나이 먹었더니 이제 별 게 다 기억 안 나고 난리.
예전에 아시아나의 기내식 퀄리티에
아주 좋은^^ 인상을 받았던지라
전혀 기대 안 하고 있었는데 은근 먹을 만 했음.
빵은 그냥 모닝빵이고, 저 샐러드 진짜 뭐였더라.
맛 없을거같아서 안 먹고 그냥 잘랬는데
한 입 해보니 나쁘지 않아서 다 먹고 잤음.
그래서 비행기에서 내릴때 띵띵 부음.
일요일 아침 9시 15분 비행기였는데
사람 바글바글하게 만석인거 보고
일본행 비행기편 가격이 미쳐돌아가는 이유를 납득했다.
만석 닭강정 먹고싶다.
기내식 먹고 꿀잠 잤더니 도착.
별로 못 자고 새벽 4시에 일어나 온 거라
사실 엄청나게 피곤했음.
그냥 드러누워서 자고싶었음.
모든 짐을 기내에 들고 탔기에
후다닥 내려서 사전 예매해둔 스카이라이너 표 받으러.
나리타 공항에서 도쿄 시내로 빠르게 가려면
스카이라이너나 나리타 익스프레스를 타야하는데
난 예약해둔 호텔이 우에노라 스카이라이너 픽.
나리타 익스프레스가 더 비싸기도 비싸고
우에노에 내릴건데 나리타 익스프레스 탈 이유가 없었다.
스카이액세스 타고 돈 아낄까 했었는데
이거 타면 느리기도 느리거니와 환승도 해야한대서 포기.
사전에 난 클룩에서 스카이라이너 왕복권과
도쿄 메트로패스 72시간권을 묶어서
4만8천원에 예약했었음. 엄청난 가성비.
나 처음엔 스카이라이너 표 값에 기절했었는데
생각해보니 홍콩도 중심가와 공항을 잇는 급행철도 가격이
사악하기 짝이 없었기 때문에 금방 납득했음.
우리나라가 철도 이용요금이 정말 싸구나
해외 나갈때마다 뼈저리게 느끼는 중.
도쿄 메트로패스는 도쿄메트로 노선과 도에이 지하철
이걸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프리패스권.
난 72시간짜리 끊어서 72시간동안
이 두 회사의 노선은 추가 요금없이 막 탈 수 있었다.
묶음 상품 샀지만 대충 이거에 만원 정도 낸 셈이었는데
일본 지하철 1회 탑승요금 생각하면 헐값이었음. 대만족.
스카이라이너 표 받으러 갔는데
줄이 어마무시하게 길다.
나랑 같은 비행기에서 내린 사람들
죄다 여기로 왔나보다.
그리고 줄에는 거의 다 한국 사람.
여기가 한국인지 일본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
이 줄 기다리는데에만 30분 넘게 걸렸다.
반 년 정도 일본어 공부 하고 온건데
공부한 덕에 기초적인 회화는 할 줄 암.
편하게 티켓 교환받아서 스카이라이너 타러 갔음.
교환받은 표를 열심히 읽어봤더니
2호차를 타야한다는 걸 보고 2번 승강장 감.
표에 몇 번 승강장 가라 적힌 게 없어서
당연히 승강장 번호랑 열차 번호랑 일치하는 줄.
근데 귀국할때 돼서 알았다. 이땐 운이 좋아서
그냥 제대로 탄거였다는 걸.
좀 기다리니까 스카이라이너가 왔는데
멈추고 나리타로 온 승객들 내리더니만
갑자기 클리닝 타임을 가진다고 좀 있다가 타란다.
이런 걸 처음 봐서 여러모로 신기했다.
스카이라이너는 나리타 - 닛포리를 36분만에 주파한다고
자랑스럽게 광고하던데, 사실 좀 뻥이다. 약간 더 걸림.
난 닛포리(종착역 직전 역)가 아닌 우에노(종착역)에
내려서 2시 10분쯤에 도착했다.
1시 13분에 칼같이 정시 출발 했었으니,
거의 한시간 가까이 걸린 것.
우에노랑 닛포리는 거의 코앞 수준으로 가까운데.
스카이라이너 이동시간 대충 한시간 이상 잡는게 편하다.
스카이라이너는 지정석인데,
생각보다 자리가 텅텅 빈다.
정기 운행에 지정석이면서 자리가 이렇게 남으니
티켓 값이 비싼게 이해가 되더라.
그 정도 받아야 장사가 될 듯 해 보임.
전공병 도져서 '이거 이 돈 받아서 장사가 되나'
어딜가나 따지고 앉았음.
케이세이 우에노역에 내리자마자
눈 앞에 보이는 패밀리마트에서 딸기우유 삼.
그 도톤보리에 나 1등이지 하면서 달려오는 남자
간판 달아놓은 회사인 글리코가 만든건데
크리미하고 부드럽다고 위에 써 있다.
정말 목 넘김 부드럽고 매끈했는데
엄청 달진 않았음. 맛은 괜찮았지만.
케이세이 우에노역은 이름 그대로 케이세이에서
운행하는 노선들이 지나가는 우에노 역이다.
그냥 우에노 역이랑 다름.
난 처음엔 여긴 어딘가 싶었는데
일본 얘네들은 노선 운영사마다 역이 다르다.
우에노역하고 이어지는 연결통로가 있긴 한데
처음 일본 와봤으면 나처럼 당황하기 좋음.
오키나와 갔을땐 지하철은 커녕
대중교통 자체를 이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난잡한 시스템이 대한민국 사람인 나로선 낯설었다.
우리나라는 티머니 하나면 끝이고
공항철도도 엄청나게 싼데.
호텔 체크인이 3시부터라
일단 밥 부터 먹기로 사전에 계획했어서
케이세이 우에노역 코앞에 이치란이 있길래 가봄.
근데 이치란이 원래 줄 서서 먹는 식당인가?
인스타에 맨날 인생 라멘이니 일본여행 필수 맛집이니
광고 왕창 올라오는 건 봤어도 이렇게나
줄을 길게 서서 먹는 식당인줄은 몰랐는데.
누가봐도 이치란같이 생긴 집 앞에서
30분 정도를 기다렸더니 입장할 수 있었음.
입장했더니 주문지를 주던데
별의별거를 다 선택할 수 있음.
주문지에 양념장, 마늘 양, 면 굵기 등
오만 걸 다 고를 수 있는데 처음 먹어보니까
어지간해선 다 기본값으로 주문.
맵기만 좀 더 맵게 하고 다 기본값으로 했는데
사실 기본(미디엄)이 추천값이다.
난 원래 라멘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때문에
그렇게 큰 기대는 딱히 하지 않았음.
자리는 마치 고시공부하는 사람들이
하루종일 앉아서 공부하게 생긴 1인용 책상.
일본말 못하는 손님들을 위해
요청사항이 있으면 직원 보여줄 팻말들이
여러가지 걸려있는데 꽤 귀엽게 생겼음 ㅋㅋ
직원하고 별다른 대화를 할 필요 없이
주문해서 먹을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데
난 어딜가나 스몰 토크를 즐기는 편이라.
라멘과 함께 말차 푸딩도 시켰다.
디저트의 나라에 왔으니 푸딩도 먹어줘야지.
라멘이 먼저 나왔는데, 인터넷에서 맨날 본 비주얼.
맛은 그냥 평범하다.
대단한 맛을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그냥.. 라멘이 이렇지 뭐 싶은 맛.
특별히 육수가 깊은 맛을 냈다거나
감칠맛이 세지도 않고,
돼지뼈를 진하게 우렸단 느낌도 약했음.
난 편의점에서 파는 컵라면 이치란은
안 먹어봤는데 컵라면이랑 똑같은 맛이라더라.
지점이 많은 만큼 얘네들 입장에선
어딜가나 동일한 정형화된 맛을 내야하겠지만
이게 일본 와서 꼭 먹어야하는 음식이냐면
그건 진짜 절대 아님.
다만 말했듯이 난 원래 라멘 안 먹는 사람인데
나조차도 무난하게 먹을 수 있는 맛이었으니
유명 프랜차이즈 수준에는 딱 알맞다.
말차 푸딩은 괜히 시켰음.
푸딩이 원래 좀 미끄덩거리는 디저트지만
푸딩보다는 젤리에 가까운 맛이었고
말차 맛이 은은한 건 괜찮았지만
특별히 달진 않았어서
안 먹는게 더 나았을 것 같다.
이렇게 시키고 1370엔 냈음. 약간 돈 아깝.
이치란 먹고 호텔에 체크인 함.
맨 처음엔 치바에 숙소 잡았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위치가 아닌 것 같아서
우에노로 숙소 옮겼음. 그리고 정말 잘 한 선택.
그대로 치바에 있는 숙소에 묵었다 생각하니
정말 끔찍하네. 도쿄에서 놀고 한 시간 지하철로
맨날 나와야했다고 생각하면. 최악임.
우에노로 옮긴 덕에 스카이라이너도 탔고.
만약에 맨 처음 잡았던 숙소에 묵었다면
나리타 공항에서 여기까진 공항버스로 와야 했음.
방은 4평 정도였는데, 어차피 난 잠만 거의 자고 말거니까.
누구랑 같이 여행가는 경우엔
내가 호텔 잡을 때 제일 신경쓰는 건
단연 (이래놓고 가지는 않을)호텔 내 수영장인데,
혼자 왔으니 적당히 있을만 하기만 하면 그만.
직원들도 친절하고 괜찮았다.
심지어 1박당 8만원 정도밖에 안 냈음.
짐 다 호텔방에 던져놓고 나왔는데
일본이 이렇게 추운 동네인지 처음 알았음.
오기 전에 일기예보를 봤을때
평균적으로 최저 7-8도, 최고 14-16도 선이라
확실히 얼어죽기 직전인 우리나라보단 따뜻하네
남쪽 동네라서 사람 살 만한 날씨네 싶었는데
경량패딩 안 가져왔으면 얼어 죽을 뻔함.
습도가 높은 동네라 실내는 덥고 야외는 추움.
목도리 없었으면 아마 며칠 뒤 9시뉴스에
일본 여행간 한국인(24) 숨진 채로 발견돼
라고 헤드라인 떴을 확률 매우 높음.
짐 챙길때 아빠가 일본 춥댔는데
난 일기예보 봤다니깐?? 하면서 얇은 옷 위주로 챙김.
역시 부모님 말은 들으면 피와 살이 된다.
근데 난 엄마아빠 말 이만큼이나 안 들었는데
살은 왜 이렇게 많이..
가까운 도쿄메트로/도에이 역에 가서
72시간 패스권부터 일단 뽑고 출발해야하니
우에노-히로코지(도쿄메트로)역에 왔다.
그런데 역에 내려오자마자 개찰구밖에 없어서
역무원한테 내가 '나 패스 있는데 왜 안 되느냐
여긴 QR코드로 찍고 타는거 안 되느냐'
일본사람 입장에선 황당한 소리 늘어놓음.
홍콩은 미리 예약해둔 패스권의
QR코드를 출입게이트에 찍고 타는 방식이었어서
그렇게 말한 거였는데, 여긴 그런 거 안됨.
주민등록 전산화도 안 된 나라에서
내가 너무 많은걸 바란거였음.
역무원이 내 황당한 소리에도 당황하지 않고
개찰구 안으로 들어간 뒤 계단따라 사무실로 가라
해서 겨우겨우 72시간 패스권 발급 성공.
만원 주고 패스 샀는데,
대충 계산해보건대 3만원어치 지하철 탄 듯.
우에노-히로코지역은 긴자선이라
종착이 시부야고, 긴자와 오모테산도를 지난다.
반대방향으론 아사쿠사로 가기 때문에
사실상 이 노선 하나로 중요 지역 상당수 클리어.
환승을 극혐하는 나로서는
이 노선 하나만 타면 손쉽게 어디든 갈 수 있었어서
너무 좋고 편했다. 다음에 와도 이 패스 끊을 듯.
그리고 다음에 와도 숙소를 우에노쪽에 잡아야지.
여행 계획을 짤 당시엔 오만 가지 패스권 종류와
운영사마다 다른 전철 노선 및 역사에
머리가 시진핑핑 돌았는데, 막상 와보니
그렇게까지 어렵지는 않았다.
도쿄는 현재 무기명 스이카 발급이 불가능해서
교통카드는 무기명 파스모만 발급 가능.
근데 무기명 파스모 카드는 굳이 역에서
실물카드를 받을 필요 없이 아이폰 앱에서
PASMO 앱 설치하고 카드 발급받아
애플페이에 추가하기만 하면 손쉽게 만들 수 있다.
갤럭시는? 요즘 세상에 내 나이인데
갤럭시 쓰는 사람도 있나? 구석기시대에서 왔나?
충전은 편의점에서 돈 주고 해달라 하면 되고.
홍콩은 옥토퍼스 카드 편의점에서 충전하면
얼마 해달라 말을 따로 해야하는데
여긴 パスモチャジお願いします 하면
포스기에 얼마 충전할건지 터치하라 뜬다.
근데 패스권이 있어서 교통카드 충전은
사실상 편의점에서 뭐 사먹기 위해 하는게 크다.
긴자선은 리모델링이 된 노선이라
역사 내부도 꽤 깨끗하고 전철 자체도 그랬다.
도쿄 내 지하철은 서울하고 비슷하게 붐빈다는데
난 러시아워 때에도 미어터지는 지하철은
본 적이 없음. 회사촌 쪽으로 안 가서 그런가.
첫 날 저녁은 시부야에서 먹기로 했음.
홍콩에서 알게 된 일본인 친구가
도쿄에 산다길래, 두 달 만에 다시 만남.
어떻게 이런 우연이.
시부야역은 정말 엄청나게 혼잡하다.
난 긴자선 탔어서 도쿄메트로 역으로 나가는데
도쿄메트로 긴자역이 나가자마자
눈 앞에 바로 시부야 스크램블이어서 좋다.
저녁밥은 渋谷げんかつ라는 집으로.
시부야 109 좌측의 골목 안쪽에 있는데
이 집은 구글맵에 겐카츠라고 치면 안 나옴.
일본어로 げんかつ라 쳐야지 나오니까 주의.
저온에서 튀겨서 튀김옷이 하얀색인 돈까스 집임.
200g짜리 로스카츠 정식 먹었는데
가격이 2900엔. 이 집에서 제일 비싼 메뉴.
돈까스를 거진 3만원 주고 먹은건데
여행온거 아니었으면 손이 덜덜 떨렸을 듯.
카드결제 안 되고, 현금이나 기타 페이만 가능.
분실을 대비해서 늘 현금을 쪼개서 들고다니는데
시작부터 한방에 2900엔 나가니까
나중에 돈 모자랄까봐 약간 걱정.
가게 안이나 가게(지하 1층)로 내려가는 계단이나
매우 협소하다. 그래서 웨이팅이 심한 집.
난 5시 반이라는 어중간한 시간에 방문해서
웨이팅 없이 바로 먹는 행운을 누렸음.
다 먹고 나오니까 줄이 가게 밖으로 튀어나올 정도.
이 집의 돈까스는 맛이 독특하다.
돈까스는 고기를 튀긴건데, 마치 튀김옷이
하나도 없는 것 같이 한없이 부드러움.
로스(등심)인데 히레(안심)인 것 처럼
고기도 굉장히 부드러워서 진짜 살살 녹는다.
난 근데 돈까스집에서 일부러 기름기가 좀 있는
등심을 고르는데, 등심같은 느낌이 너무 안 나고
부드럽기만 해서 내 취향과는 좀 거리가.
그리고 난 튀김옷의 식감이나 맛을 좋아하기에
그런 질감이 없는 것도 내 입맛엔 조금 아님.
다만 튀김인데 이렇게 부드러울 수 있나
고급스러운 느낌은 많이 들더라고.
음식은 훌륭했는데 나는 재방문은 안 할거같음.
학생은 학생답고, 어른은 어른답고,
등심은 등심다워야.
밥을 먹었으니 커피를 먹어줘야지.
한국인이라면 피할 수 없는 코스.
시부야 스크램블을 조망할 수 있는 카페는
스타벅스와 록시땅 카페 이 둘이 있는데
스타벅스는 난 어차피 맨날 가니까
우리나라에 없는 록시땅 카페에 가봄.
나 바디워시는 얘네꺼 쓰는데
록시땅 바디워시 거품 너무 안 남. tmi 파티
록시땅 카페는 1층은 록시땅 제품 파는 샵,
2/3층은 카페로 이루어져 있는데
록시땅 테마컬러가 노란색이라
카페 내부가 노란 꽃으로 화사하게 꾸며져있다.
솔직하게 말해서 여기 진짜 별로다.
일단 창가자리에 누가 일어나서
드디어 자리가 비었는데 예약석(??)이라며
직원이 자리 못 옮기게 해서 1차 심기불편.
나 자리에 굉장히 민감한데.
그리고 커피가 잔당 900엔 수준이다.
우리나라에서 커피 한 잔에 9천원 받으려면
아주 특별해야 하는데, 여긴 그렇지 않아서
2차 심기불편. 엔저 덕분에 간신히 7천원대.
그냥 스타벅스 갈걸 후회함.
여행와서 제일 돈 아까웠던 거의 유일한 곳.
제발 여기 오지말고 스타벅스로 가세요.
일본 스타벅스는 SSG꺼도 아님.
커피 다 마시고 롯폰기로 이동.
롯폰기는 다들 알다시피 롯폰기 힐즈가 유명한데
여기서 매년 연말에 거리 점등 행사를 해왔다는건
여행 계획 제대로 짜기 시작한 출국 5일 전에서야 알았다.
비행기 티켓 가격 문제로 지금의 일정이 된 건데
운이 좋게 롯폰기 힐즈 일루미네이션 기간에 들었음.
2023년 롯폰기 힐즈 일루미네이션은 11/6 ~ 12/25.
완전 겨울 다 되면 너무 추우니까
걸어다니기엔 지금쯤이 제일 알맞다.
이 글의 첫 사진에 나와있듯이
조명이 밝혀진 가로수들 사이로 도쿄 타워가 보이는 게 장관.
밤 11시까지 불 들어오니 꽤 길게 조명을 켜놓는다.
일본은 전력 민영화해서 전기세 비싼데....?
조명이 들어오는 거리는 사실상
명품 브랜드 매장이 쭉 줄지어있는 거리.
청담동에 쫙 불 켜놨다고 생각하면 대충 맞음.
명품 매장 이렇게 많은데 왜 내가 좋아하는
펜디는 정작 여기 매장이 없는거지.
조명이 밝혀져있는 거리 뿐만 아니라
모리 미술관 주변을 걸어다니면서
도쿄 타워 뷰를 감상하는 것도 괜찮았음.
모리 미술관은 시간 남으면 한 번 와볼랬는데
롯폰기 쪽으로 올 일이 다시 없었어서 못 가봄.
돈까스 먹고 너무 배불러서 야키토리 파는 집도 못감.
하루에 6끼 먹을 각오로 왔는데
꼴랑 점심 저녁 먹고 지금 배부르다 하는 중.
그래도 첫날 이외엔 쉴새없이 입에다 뭘 집어넣어서
아쉬움이 좀 덜하긴 하다만
이 동네는 왜 이렇게 먹을 게 많은건지.
홍콩 갔을땐 먹을 게 없어서 난리였는데
여긴 너무 많아서 다 먹질 못해 난리.
일루미네이션 행사중이라 점등된 거리
끝에 오니 2층짜리 서점이 하나 있었는데,
2층은 쉐어 라운지로도 쓰고 있고
1층엔 작게 스타벅스도 입점해 있었다.
추워서 들어가봤는데 세상에 분위기 너무 좋더라.
서점인데 LP바같은 분위기가 나고
차분하니 책 읽으며 시간 보내기 너무 좋아보였음.
12월호 일본판 엘르 한 권 사려다가
돌아갈때 가져갈 짐만 늘리는 것 같아 참았는데
한 권 살걸 그랬나 지금 후회중임.
롯폰기 츠타야 서점 여기 다음에 도쿄 오면
꼭 다시 와서 천천히 책 보다 가야지.
여기까지 하고 일본인 친구와 작별함.
언젠가 금방 다시 만날거같은 느낌.
楽しい時間でした。
롯폰기 힐즈 일루미네이션 다 보고 친구도 보내고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세븐일레븐 방문.
방에서 마실 생수 사러 간거지만
겸사겸사 야식할 거리도 사야지.
첫 날이니까 적당히만 사서
생수 한 병이랑 하겐다즈 하나랑
세븐일레븐 자체 감자칩 하나.
세븐일레븐은 다른 나라에서 만날때랑
일본 내에서 만날때랑 느낌이 상이하다.
분명 얼마전에 홍콩 갔을때도
예전에 하와이 갔을때도 세븐일레븐은
우리나라와 똑같이 편의점 느낌이었는데
일본 내에서의 세븐일레븐은
축소판 마트같은 느낌.
세븐일레븐이 원래 일본거여서 그런건지.
하겐다즈가 싼 나라에 왔으니
당연히 하겐다즈를 쉴새없이 먹어줘야 함.
우리나라에선 하겐다즈 미니컵 한 개에
정가 5900원이라 쉽사리 손이 가지 않는데
여기선 351엔밖에 하지 않는다.
엔저 덕분에 단 돈 3천원.
첫 하겐다즈는 평소 좋아하던 쿠키앤크림.
하겐다즈가 정말 다른 아이스크림보다
확실히 부들부들하다. 압도적인 유지방 함량 덕분에.
밤 되니까 더더욱 추워져서
얼어 죽기 일보직전이라 살까 말까 고민했는데
손 덜덜 떨면서 먹는 보람이 있는 맛이다.
하겐다즈 실컷 먹는 것만으로도
이 동네 놀러올 가치는 충분.
감자칩은 감자맛은 밍밍하니 부족한데
짠맛은 약간 세서 짭짤했다.
한 마디로 소금칩.
이렇게 도쿄 1일차 마무리.
글 분량 보니 아무래도 하루 당 한 편씩
글을 5개나 써야될 것 같음. 망했다.
첫 날이라 특별하게 언급할만한
사건사고가 없었음에도 이만큼 나옴.
글 제목을 도파민의 도시로 지은 이유는,
도시의 곳곳과 특징들이
알 수 없는 편안함과 쾌락을 줘서.
와서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즐거움.
첫 날에 찾아낸 도파민 분비의 첫 원인은
내가 생각했을 땐 특유의 차분한 분위기.
늘 정신없이 바쁜 세상에 살다 오다보니
대도시라 활력이 넘침에도 톤이 다운된
독특한 감상이 오히려 더 자극적으로 다가옴.
다른 이유는 뒤에 이어질 2편에서 더 찾아보기.
사실 도파민의 도시 도쿄 제목은
그냥 라임이 맞아서 지은거다. 이유는 끼워맞췄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