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Day 2.
생일 기념으로 홍콩 온 건데
오늘이 생일 날이다(9/21).
미리 스포하자면 생일 날 제일 고생함.
출근하기 시작한 이후로 만성 피로가 도져서
아침에 일어났는데 너무 졸리더라.
9시 반쯤 아침 먹는 게 원래 계획이었는데
다시 자는 바람에 9시 반에 일어났다.
내가 홍콩에 가기 전 지난 몇 주 간
홍콩엔 계속 비만 내렸고
백 몇년만의 폭우도 왔다 해서
출국 전 주변의 걱정을 많이 샀었는데
해가 떠있는 홍콩의 모습은
평소랑 다를 바 없이 쨍쨍했다.
아침 먹으러 걸어 갔다가
주변 좀 둘러보고 지하철을 타서
페리 선착장으로 간 다음 홍콩 섬으로 넘어가는 일정.
아침 먹을 식당은 홍콩의 이태원이라 불리는
삼 수이 포라는 동네에 있는데 과연
난잡하기는 정말 좀 이태원스러웠다.
호텔에서 나와서 걸어가는데
이름 모를 동네 빵집이 내 눈을 사로잡았다.
에그타르트 난 정말 좋아하지만
우리나라에선 비싸서 많이 못 먹는데
그게 이 동네에선 단 돈 천원 안팎이다.
사이즈는 우리나라에서 볼법한 것들의 두 배.
하나 사먹으면서 걸어가는데
아침부터 기분이 정말 좋았다.
홍콩 와있으면서 에그타르트 정말 원 없이 먹은 듯.
어젯밤에 본 홍콩은 좀 무섭고 그랬는데,
날이 밝고 화사한 색들로 칠해진 동네를 보니
마음이 한결 풀어지고 편안해졌다.
정작 이런 동네에 난 흑백필카 들고 옴
정말 아무 빵집이나 들어가도
에그타르트 맛은 보장되어 있다.
어떤 집은 계란 맛이 더 세기도 하고
어떤 집은 단 맛이 센 집도 있었는데
그 중에 실패한 집은 하나도 없었다.
빵이라면 죽고못사는 내게 천국.
난 오히려 홍콩에서 유명한 아침 식사류인
차첸탱보다 그냥 동네 빵집에서 빵 사들고
마음에 들어 보이는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먹는게
훨씬 마음에 들더라. 내가 여행객이라 그럴 수도.
짜놓은 계획보다 한 시간쯤 늦게
아침먹을 식당인 Yuen Fong Dumplings에 도착.
처음에 구글맵이 분명 도착했다고 하는데
어딘지 찾질 못해서 헤맸다.
들어갔는데 여긴 영어라는 게 뭔지 모르는 식당인 듯.
중국말만 주변에서 열심히 오가다 보니
주문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어서
뻘줌하게 자리를 잡고 앉아 기다렸다.
그랬더니 식당 주인 이모님이 와서
카리스마 있게 이거 시킬래? 묻더라고.
아마 나같은 여행객이 와서 주로 시키는 메뉴인 듯.
고기만둣국이랑 군만두가 나왔고
둘이 합쳐서 52HKD. 놀랍게도
어제 먹은 버블티와 똑같은 가격이다.
만둣국과 큼지막한 군만두가 합해 9천원이니
싸긴 싼데..... 모르겠다.
내 입맛에 너무 안 맞아서 일찍이 먹은
에그타르트로 좋았던 기분 망함.
이 동네는 기본적으로 채소에서
희한하게 단 맛이 나는 건지
아니면 그런 맛의 향신료를 전부 넣는건지
알 수 없겠지만, 만두 안의 부추에서
특이한 단맛이 났다. 마치 사탕을 빠는듯한 단맛.
멸치육수에 익숙한 내 입맛에 국물도
으엥 싶은 알 수 없는 맛이 났고
군만두도 안의 채소에서 단맛이 나
반절 먹다 도저히 못 먹겠어서 계산하고 나왔다.
어째 홍콩 와서 지금까지 에그타르트를 빼곤
전부 반만 먹고 버리고 있는듯.
어제 구입한 옥토퍼스 카드의 150HKD 잔액이
벌써 거의 다 소진됐길래 충전하러 편의점에 갔는데
하.. 이 동네는 편의점 주인도 영어를 못 함.
그런데 옆에 계산중이던 홍콩사람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내가 영어로 하는 말을 알아듣고
대신 통역해줘서 무난하게 카드 충전을 마쳤다.
감사하단 인사를 하기도 전에 아저씨는 이미 쿨하게 퇴장.
홍콩 사람들 참 친절하고 좋다.
식당까지 어제랑 비슷하게
1.7km 가량을 걸었는데
낮인지라 더워 죽을 것 같길래
오늘은 큰 결심을 하고 침사추이 선착장까지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기로 했다.
MTR(지하철)은 서울 지하철만큼 크진 않고
대충 부산 지하철만한 사이즈.
서울 지하철에 익숙한 나에겐 좀 아담하게 느껴졌다.
침사추이 선착장에서 스타 페리를 타고
센트럴 선착장으로 가는 데는 대충 10분 정도.
페리가 배차 간격이 대략 7~10분 정도니까
넉넉잡아 20분이면 갈 수 있다 보면 된다.
침사추이 MTR역에서 내려서 10분 정도
걸어가면 페리 선착장이 나오니,
침사추이에서 홍콩섬으로 넘어가는 데
총합 30분 정도 소요됨.
페리라고 하면 뭔가 적잖은 금액을 요할 것 같지만
페리 한 번 탑승하는 데 5.7HKD였나? 대략 천 원.
여긴 스타 페리를 대중교통으로 취급하는 듯.
유난히 페리에서 서양 관광객들이 많이 보였다.
다른 곳에서는 서양 사람들 잘 안 보이는데
스타 페리는 탈 때마다 서양 관광객들이 한가득.
페리는 탑승해서 왼쪽 좌석에 앉는 게
바깥 경치가 더 좋다. 침사추이에서 출발한다면.
센트럴 선착장에서 내려서 센트럴 역쪽으로 걷다보면
IFC 옆을 지나가게 되는데, IFC 내의 애플 스토어가 보인다.
난 여의도 IFC가 층 수 표기를 L1 L2 이런 식으로 하는게
이상하다 생각했었는데, 이게 홍콩으로부터 온 거였더라.
아직 아이폰 15 시리즈 출시 하루 전 날이라
내일 다시 오기로 하고, 아까 아침을 대충 먹어서
후다닥 점심을 먹기 위해 걸어가는데
정말이지 너무 덥다. 사람 살려
이 동네 사람들은 어떻게 이 기온과 습도에
긴팔 긴바지에 넥타이까지 매고 사는 걸까.
난 반팔 반바지로도 숨막히는 날씨인데.
도착하니 정오 즈음이라 한국과 마찬가지로
홍콩 사람들도 점심시간을 맞아 식사하러
다들 우르르 나온 듯. 어딜 가나 넥타이부대.
점심을 먹을 곳은 삼센이라고 태국 식당인데,
구글맵 리뷰에 따르면 웨이팅이 긴 곳이라고 한다.
오픈런 하기로 여행 계획 일정표에 적혀있었지만
이미 한 시간씩 딜레이가 된 상황이라
오픈런은 고사하고 그냥 런.
도착해서 보니 아니나 다를까
줄이 식당 밖으로 튀어나올 정도로 길다.
하아.. 여기서 얼마나 시간이 더 지체될까
생각하고 줄 서 있던 찰 나에
나보고 1인이냐고 묻더니 바로 데리고 들어감.
혼자여서 웨이팅 거의 없이 다행히 먹을 수 있었는데
메뉴는 계란치킨볶음면에 수박 주스.
한동안 땡모반 먹고싶다고 노래를 불렀어서
태국 음식점 온 김에 수박 주스를 시켰다.
맛은 괜찮았는데 이렇게까지 웨이팅해가면서
굳이 먹을 정도의 맛이냐 하면 난 아니라고 본다.
계산서를 받아보니 213HKD(3만 6천원).
볶음면 하나에 주스 하나 시키고 3만 6천원....
;;
정말 물가가 미친 동네 답게
좀 괜찮다 싶은 식당 가면 좀만 시켜도
여지없이 3만원 이상. 내 체감상
청담동에서 밥먹는것보다도 50% 이상 비싸다.
비행기표값 싸다고 해서 혹해서 올 동네가 아님.
물론 여기 센트럴이 중심가이고, 홍콩 내에서
제일 비싼 동네지만 이건 너무해.
다른 채소는 다 달더니만
또 이 집의 수박 주스에 꽂힌 수박은
생각보다 별로 안 달아서 의아했다.
밥 먹고 센트럴 주변을 걸어다니다보니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가 근처더라.
원래 오후 늦게 방문할 예정이었는데
그냥 계획 자체를 갈아엎기로 하고 여기부터.
생각만큼 우와 하는건 특별히 없었다.
내가 우리나라에서 본 훨씬 심한 경사의 에스컬레이터보다
길이는 훨씬 길었지만, 경사는 평범하게 완만했다.
다른 곳에선 좌측 통행 표시를 사람들이 칼같이 지키던데
이곳 에스컬레이터는 다소 혼잡했다.
기왕 온 김에 끝까지 한 번 가 봐야
다음번에 다시 굳이 올 필요 없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끝까지 가봤는데
생각보다 되게 길어서 일단 끝이 안 났고
기나긴 탑승 끝에 뭔가 멋진 장관이 펼쳐질거라
생각한 내가 바보였다. 여기도 그냥
평범한 동네라는 것을 망각함.
타고 올라가는 와중에 주변을 둘러보다
발견한 타이청 베이커리.
유튜브에 홍콩 vlog 쳐보면
한국사람들 전부 다 여긴 한 번씩 와보는 듯.
에그 타르트로 유명한 집인데,
실제로 맛은 있지만 꼭 에그 타르트를 위해
이 집을 굳이 찾아올 필요가 없다.
그냥 길가다 보이는 빵집에
에그 타르트를 팔고 있으면 들어가서 사 먹으면 된다.
모든 빵집이 에그 타르트가 맛있음.
이 집은 유명한 만큼 더 비싸다.
밀크 타르트랑 에그 타르트를 세트로 많이들 사는지
아예 두 가지를 세트로 팔던데
하나씩 먹어보니 에그 타르트가 더 낫다.
원래 방문 계획은 있었지만,
사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가다 우연히 보고
내려서 들른건데 한 번 와 봤으니 됐다.
천천히 걸어 내려오니
정말 더워서 죽기 일보직전.
너무 더워서 눈앞에 보이는 스타벅스로 피신했는데
평소대로라면 커피를 시켰을 것을,
너무 더워서 뭐였는지 기억 안 나는
딸기 스파클링 음료(사진)을 시켰다.
설마 이것도 신 맛 나진 않겠지.
음료 특성인지 모르겠지만 좀 시긴 하더라.
이 동네는 딸기는 영 상태가 안 좋은 듯...
홍콩의 특이한 점은 동네 특유의 냄새가 난다는 것.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냄새가 동네를 휘감는데
센트럴 쪽으로 내려오니 훨씬 덜하다.
우리나라는 외국인 노동자 하면 동남아 사람들을
쉽게 떠올리는데, 여긴 파키스탄 사람들이 많다.
이 사람들 특유의 땀 냄새라는 말도 있던데
냄새의 정확한 정체는 무엇인지 모르겠다.
지하철을 타도 생각만큼 많이 나진 않고
오로지 동네 그 자체의 냄새 같은데 뭐지.
더위에 항복하고 지하철 탔다.
지하철 타고 가는 곳은
우유 푸딩을 파는 디저트 집.
Yee Shun Milk Company라는 집인데
이 집도 오전의 만두집처럼 못 찾아서 헤맸다.
원래 삼센 갔다가 바로 올 계획이었는데
조금 틀어짐. 근데 틀어져서 다행.
안 그랬으면 샌드위치까지 뱃속에 못 밀어넣었을 듯.
홍콩에 오면 8끼씩 먹는다는게 이해가 되는 대목이었다만
왜 그 모든 끼니들이 나는 계속 실패하는 것일까...
우유 푸딩만 원래 먹을랬는데
우유 푸딩이 달고 폭신한 맛보다는
발효중이라 시큼한 맛이 나서
그걸 중화시키려고 샌드위치도 시킴.
튀긴 돼지고기야 맛 없게 만들 수가 없는 물건이니
맛은 있었는데 빵이 정말 미친듯이 딱딱했다.
너무 퍽퍽해서 이빨 나가는 줄 알았음.
사진으로만 봐도 먹기 힘들어보이네.
이 집도 마찬가지로 영어 안 됨.
들어가니까 중국말로 뭐라뭐라 하길래
또 Sorry, I can't do Chinese 시전함.
그랬더니 대충 알았다는 듯 푸딩 추천해줌.
친절하긴 했지만 이 집도 실패.
여기선 얼마 지불했는지 기록해둔게 없네.
그만큼 맛이 없었던 듯.
아닌데 다른 집들도 만만찮게 별로였는데
원래 블루 하우스(청와대 아님)에 갔다가
커피 한 잔 마시러 갈 계획이었는데,
동선상 카페 부터 가면 좋겠다 싶어서
가보려고 미리 찾아뒀던 APT. coffee라는 카페 감.
특별한 게 있는 곳은 아닌데, 움직이는 동선에서
그리 멀지 않으면서 웬지 모르게 괜찮아 보여서.
생각보다 골목 안쪽에 위치해서
땀 한 바가지가 된 상태로 도착했다.
카페 사장님이 친절하게 휴지부터 건네주더라.
메뉴를 쓱 훑었더니 투샷인데 120ml짜리,
원두는 뭐 였는지 기억 안 나는 커피를 시켰다.
산미가 꽤 있는 원두였는데 맛이 괜찮았다.
홍콩에서 계속 신 맛에 시달리고 있긴 했지만
산미가 센 탓에 바디감이 적어서
더워 죽을 것 같은데 좀 산뜻한 기분이 돌았다.
따로 요청하지 않았는데 사장님이
센스있게 물 한 잔도 같이 가져다주더라.
정말 조금만 덜 더웠더라면
노상 자리에 앉아서 여유를 즐겼을텐데
더위가 웬수다.
더위를 좀 식히고 나섰는데
아니 길 가다가 갑자기 땡기는 카페가 있지 뭐야.
사실은 화장실에 가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지하철역에 화장실이 꼭 있는게 아니어서
화장실이 보이는 카페에 일단 들어간 거였음.
근데 이 카페 분위기며 사장님이며
되게 편안하고 좋아 보여서
방금 커피 먹고 나왔는데 또 커피 먹음.
Blend & Grind 라는 카페인데
야외석에 앉아서 커피 마시고 있으니
이제야 한 숨 돌릴만한 여유가 생긴 듯
앉아있는 시간 자체가 안락했다.
숨 돌릴 틈 없이 더위에 헥헥거리면서
종일 돌아다니다 이제 좀 제대로 쉬는 느낌.
사장님도 엄청 친절했는데
내가 해놓은 주문을 까먹고
동네 주민으로 보이는 사람하고 잡담하다
내가 카운터 앞에 계속 서 있으니
그제서야 기억난 듯 미안하다며
작은거 시켰는데 큰 걸로 주겠다고.
사장님 저 방금 커피 마시고 왔는데요...
친절을 거절할 순 없으니까 또 큰 거 마심.
동네 사람들이 와서 사장님하고
아무렇지 않게 만담하고
사장님도 가게 앞 벤치에 자주 나가 앉는거 보니
이 카페 자체가 소소한 로컬 모임 장소 같은 곳인듯.
홍콩 방문 중 제일 좋았던 순간을 꼽자면
이 카페에서 숨 돌리던 이 때인듯.
사실 여지껏 쓴 내용 보면 알겠지만
홍콩이 내게 그리 편한 곳이 아니었는데
이 카페에 머무르는 시간만큼은 정말 편했다.
넘 좋았음.
걸어가다 우연히 보게 된 알파로메오 매장.
너무 더워서 더위를 피하려고 들어갔는데
누가 봐도 난 여행 온 관광객임에도, 고맙게도
딜러가 친절하게 붙어서 차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사실 내가 다 아는 내용임
그리고 영업사원들은 전 세계 어딜가나
부풀려서 설명하는건 똑같구나.
줄리아가 페라리 4도어 세단이란다.
완전 틀린 말은 아닌데.. 허허;
마치 트러플 맛 감자칩에
트러플 오일 0.000324% 들어간 느낌이랄까?
줄리아 QV도 아니고 일반 줄리아인데
페라리 4도어는 너무했죠 이 사람아.
걸어서 블루 하우스로 왔는데,
그냥 별 볼 일 없는 골동품점이었다.
홍콩 vlog 유튜브에 쳐보면
마치 여기가 대단한 포토 스팟인양
거쳐가야 하는 장소처럼 다뤄지던데
건물 색 예쁜 건 홍콩의 다른 건물들도 마찬가지.
굳이 와볼 필요가 있는 장소는 아니다.
한 번 봤으면 됐다 싶은 곳.
오히려 파스텔 분홍색의 아파트들이
내 눈엔 더 예쁜 것 같다.
드디어 참다 못해 우버 부름.
아니 내가 나 좋자고 여행 와서
이 더위에, 생일날에 뭐하는 짓인가
많은 의문이 들어서 우버 부르기 시작함.
제일 기본적인 우버X 불렀는데
E-클래스 온다길래 오? 웬일이지 하며 기다림.
처음에 온 차를 못 찾았다. 왜냐면 E-클래스가 안 오고
E-클래스 대신 E...........QA가 왔거든.
차 넘버 보고 간신히 알았음.
뭐 어쨌든 난 새로운 차에 타보는걸 즐기니까.
E-클래스 뒷좌석은 이미 여러 번 타봄.
EQA 뒷좌석 느낌 막간으로 풀자면
전형적인 메르세데스인데,
메르세데스 치고 댐핑이 짧고 강함.
승차감 자체는 준수하나
배터리 때문에 바닥이 너무 높아
무릎이 너무 떠서 종합 거주성은 별로.
1열만 신경쓴다면 나쁘지 않은 듯.
하지만 대한민국에선 같은 돈으로
GV60 사는게 훨씬 좋다.
제네시스 보유국이라 이럴 땐 좋네.
이걸 타고 피크 트램을 타러 갔다.
피크 트램 탑승권과 스카이428 라운지 이용권은
공항철도와 마찬가지로 사전 예약 가능한데,
2만 4천원인가 주고 미리 바우처를 구입해놓았다.
나쁘지 않은 가격인 것 같다.
해운대 엘시티 전망대 가격을 생각하면 말이지.
트램은 바우처를 통해 쉽게 탔지만,
트램에 자리 선정을 잘 해야 한다.
순방향과 역방향 자리 두 가지가 일단 있고
좌측에 앉을 지 우측에 앉을 지도 생각해야 하는데
올라갈 때나 내려올 때나
우측에 앉는게 경치 감상하기 더 좋다.
자리 선정을 잘 하기 위해선
탑승 전에 어디에 줄을 서야 할지
눈치싸움을 잘 해야 하는데
맨 아래쪽 줄을 서는 것이 현명하다.
위쪽엔 역방향 자리 뿐이기 때문.
스카이428 라운지는
꼭대기에 도달 전 에스컬레이터 탑승 대기줄에서
입장권 확인을 직원이 일일이 한다.
생각보다 이거 입장권 못 보여줘서
되돌아가는 경우가 적잖았다.
홍콩 놀러왔다는 인증샷 찍기 좋은 곳인데
조명이 하나도 없어서 사진찍기 쉽지 않다.
필시 외부 조명 쓰거나 플래시 점등시키는
사람이 주변에 있을 거다. 옆에 가서 사진 찍자.
우리나라 같으면 내가 아무나 붙잡고
사진 좀 찍어주십사 부탁 손쉽게 할텐데
여긴 중국이라 웬지 찝찝했다.
아무나한테 부탁했다가 내 폰 들고 튈 것 같은 기분.
아이폰14프로맥스 내 것도 아닌데 없어지면 큰일남.
그래서 한국말 들리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옆에서 한국말이 들리길래
냅다 사진찍어달라고 함.
역시 약은 약사에게,
사진은 한국사람에게.
여긴 꼭 와볼 만 하다.
2만 4천원이 아깝지 않을 정도.
야경을 즐기고 내려가는 트램을 타러
어디로 가야 하는지 다들 헤매던데,
입장한 층으로 다시 내려가서
외부로 나간 다음 좌측을 보면
하행 트램 탑승 줄이 있다.
더 피크는 만족.
오늘의 마지막 일정인 관람차 탑승.
원래 예정에 없었는데 입장권이 싸다는 소식을 듣고
싸면 타야지! 하고 또 걸어감.
오늘은 왜 밤에도 더워 죽을 것 같은지.
가다 힘들어서 택시를 탔는데
택시 기사도 영어를 전혀 못해서
구글 맵으로 목적지를 보여줘도 손사래침.
우버로 택시도 부를 수 있긴 한데
한 번 이런 일이 있다 보니
택시는 다시 타고싶지 않아서 그냥 패스.
관람차 탑승했다 한 잔 하러 갈랬는데
땀에 쩔어서 그냥 쉬고싶어서
오늘의 마지막 일정은 이게 당첨됐다.
더운 나라는 이럴 때 오는 게 아니란 걸
뼛속까지 느끼는 하루.
걸어가면서 보이는 센트럴의 야경은
멋졌는데, 평일 밤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다 퇴근해서
생각보다 사람이 그리 많진 않았다.
하기사 우리도 밤 9시쯤 여의도 가보면
직장인들 많이들 퇴근한 상태지.
자꾸 여의도를 언급하게 되는데
생각할수록 정말 비슷하다.
관람차 탑승권은 단 돈 20HKD.
여긴 사전에 바우처를 구매하지 않아서
줄 서서 좀 기다려야 했는데,
대기 시간이 그리 길진 않았지만
더위 먹기 일보 직전인 나는
그냥 앉아서 쉬고 싶은 기분이었다.
티켓 구입 줄 + 탑승 줄 합쳐서
대략 30분 정도 기다린 듯.
난 관람차 안이 더울까봐 겁에 질렸었는데
관람차 안에 에어컨이 나온다.
정말 세상 좋아졌네.
관람차 탑승 전에 직원한테 폰을 건네면
후다닥 인증사진도 찍어준다.
관람차는 저렴한 것 치고
탑승 시간도 꽤 길고(3바퀴 회전)
실내에 에어컨도 나오고
센트럴과 침사추이 야경 보긴 괜찮은데
동반 탑승객이 멀쩡한 사람이 걸려야 한다.
같이 탄 중국 본토에서 온 것 같은 할머니 둘이
사진 찍고 다른 사람 조망권 침해하고
아주 쇼를 하더라고.
이것이 대륙의 매너.
아이폰7로 찍어봤자 뭐합니까 아줌마...
그냥 눈에나 실컷 담으시지.
그렇게 호텔로 돌아왔다.
돌아오기 직전에 편의점에 들러
눈에 보이는 걸 대충 집었는데,
감자칩이 오늘 먹은 것 중 제일 맛있었음
ㅋㅋ
생각보다 한 거 없는데
예상보다 계속 더 길게 쓰게 되네.
이번에 홍콩 와서 배운 점은
'더울 때 더운 동네 오는 것 아니다'
이틀차에 하도 더위에 시달려서
3일차에는 우버만 주구장창 타게 되는데...
나머지 이틀은 마지막 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