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2주, 3주씩 도는 미국을
단 7일 안에 꽉 눌러 담아 놀러 온
미 서부 여행기 2편.
1편은 여기서 보고 오면 됨.
둘째 날이 밝았다.
아무리 내가 서서도 잠드는 사람이고
아무 곳에서나 눈 감으면 자는 사람이지만
하루 깨어있다 비행기에서 대충 자고
다시 하루를 보냈으니 피곤해 죽을 터.
전체 여행 일정 중 유일하게
7시간 정도 충분히 자고 일어났다.
그 뒤론 5시간 이상 잔 적 없는 강행군.
오늘의 일정은 퍼시픽 코스트 하이웨이라고
자동차와 운전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꼭 지나가봐야 하는 드라이브 코스로
손에 꼽히는 그 경로를 돌아볼 예정.
샌프란 서쪽의 산지를 통과해서
바닷가로 나가서 쭉 내려갔다 올 계획.
그런데.... 날씨가 흐리네.
날씨가 꾸물꾸물하다고
드라이브를 안 갈 순 없으니까
적당히 자고 호텔에서 나왔다.
커피라면 죽고 못 사는 나라서
모닝 커피는 언제나 내 여행의 일부라
아침먹기 전에 카페부터 방문.
샌프란시스코 커피 3대장 중
제일 이름이 알려진 Philz Coffee가
오늘 아침 가볼 커피숍인데
샌프란 서쪽의 산지로 가기에
제일 편한 위치에 있는 필즈 커피로 낙점.
갔더니 웬 판교 아브뉴프랑같이
여러 음식점 및 카페를 모아둔 곳이 나옴.
슬렁슬렁 주차하고 필즈 커피 입장.
필즈 커피는 메뉴판을 보건대
커피에 여러 가지를 섞어 먹는 곳.
나처럼 커피는 정말 커피 맛만 나야 하는
극성 순수파와는 출발점부터 다르다.
하지만 이런 곳에 왔다고
아메리카노 대신 다른 걸 먹기엔
아침의 내가 너무 피곤했던 터라
아무것도 넣지 않은 아메리카노 주문.
마셔보니까 커피 맛이
전반적으로 톤 다운된 느낌.
커피를 먹는다기보다는
커피 베이스의 음료를 만들어 먹는 데
원재료로서의 역할만 수행하게
커피 맛이 튀는 걸 막은 듯 하더라.
난 단지 커피가 먹고싶었을 뿐인데
굳이 음료수를 만들어 먹어야 한다니.
산미든 고소함이든 해방시켜야 할 만한
억울린 무언가가 커피 맛에 있음.
필즈 커피는 그래서 탈락.
첫 날에 원래 가려던
칙필레를 아침으로 먹으러 왔다.
인 앤 아웃은 어제 갔다왔으니까.
칙필레는 인 앤 아웃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 도입되지 않은 브랜드.
미국에 왔으니 햄버거 메이저 프랜차이즈는
모두 최소 한 번씩 섭렵해보고자
차근차근 도장깨기 중.
난 맥도날드가 유일하게
오전 전용메뉴인 맥모닝을 파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었는데, 칙필레도 그렇더라.
맥도날드와 동일하게 아침 10시 반까진
Breakfast Meals 중에서만 선택 가능.
제일 기본적인 칙필레 비스킷 주문.
이제 보니 메뉴판에 치킨 해시브라운 스크램블이란
이 글을 쓰는 지금 처음 알게 된 메뉴가 있었네.
다음에 가보면 꼭 저걸 도전해봐야지.
맥모닝은 부드러운 빵을 쓰는데
여긴 비스킷이라 그 뭐냐
사이에 잼 발라먹는 빵같은 과자
그거라서 조합이 특이하다 생각했다.
아침에는 맥모닝같은 스타일이
대충 집어먹기 부담 없다 싶었거든.
근데 막상 먹어보니까
닭고기가 아주 담백하고 고소하고
튀김인데 적절한 부드러움이 섞여있어서
비스킷과 궁합이 정말 좋았다.
닭고기에선 치즈같은 풍미가
막 느껴질 정도로 고소하고 고급스러웠음.
이번 미국 여행 중에 먹어봤던
패스트푸드 중에서 이렇게 맛있었던 게
또 있었나 싶을 정도로 칙필레는 대만족.
비스킷 하나만 먹으면
먹고 한동안 운전해야 하는데
중간에 금방 배고파질까봐
너겟도 같이 주문했는데
우리가 익숙한 너겟과는 비주얼이
사뭇 달라서 의외였다.
대충 보기에는 미니어처 치킨 텐더같고
실제로 맛도 그래서 너겟과는 좀 거리가.
너겟은 보통 저품질의 믹스 고기를
쓰는 경우가 많은데, 여긴 텐더틱해서
너겟을 주문하고도 맛이 싸구려같지 않아서 좋았다.
난 개인적으로 믹스 고기 정말 싫거든.
너겟은 그냥저냥 먹어도 괜찮은데
햄버거 패티에 믹스 고기를 쓰는
노브랜드버거 이런거 정말 극혐. 너무 싫음.
그래서 난 우리나라에서는
햄버거론 와퍼나 쿼터파운더치즈
이 두 가지가 제일 좋다 생각한다.
치킨 버거는 징거더블다운맥스.
노브랜드버거 홍보문구가
충분히 좋은데 왜 돈을 더 내야하나?
인데 충분히 좋지 않다.
스팸을 기대했는데 런천미트 먹는
그런 불쾌감이 느껴지는데 뭐가 좋아.
매장에서 먹을까 하다가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앉아서 먹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어서 나도 테이크아웃 함.
이때까지만 해도 지레 겁먹고
주차된 차에서 뭐 먹고 앉아있으면
문 열어두면 강도가 와서 위협할까봐
차에서 먹어도 되나 반신반의했었음.
그런데 당연하게도, 세워둔 차 안에서
가만히 있으니 아무도 나한테 신경 안 씀.
약간의 경계는 항상 하고 다녀야하지만,
또 그렇게까지 걱정할만큼의 치안이 아니었다.
샌프란시스코 예전만 못하네,
약쟁이와 노숙자의 천국이네 말이 많지만
딱히 그게 대단한 위협이진 않음.
대신 밤에 다운타운은 가면 큰일남.
야간 다운타운 방문이 위험한 건
미국 전역이 동일하게 해당되지만
노숙약쟁이가 특히 거기 많이 몰려있는
캘리포니아는 특히 더 그러하다.
아침도 먹었으니 이제 드라이브 출발.
점심을 산타 크루즈에서 먹을 예정이어서
샌프란시스코 서쪽의 산지를 쭉쭉 돌아서
해안선을 쭉 따라 내려갈 계획.
경로상 중간에 La Honda란 동네 지남.
혼다 차 타고 지나왔으면 좋았을 걸.
일정 마지막 즈음에 말리부 비치도 갔는데
말리부를 받아서 갔다면 완벽했겠다만
그럼 여행 내내 깡통 말리부의
귀가 썩는 오디오와 어두워서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전구 헤드램프에
징그럽게 시달리면서 계속 욕했겠지?
산으로 차를 몰고 들어가보니
숲의 웅장함이 차원이 다름.
근데 흐린 걸로도 모자라서
갑자기 추적추적 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흐린 것 까진 오케이인데
비가 오는 건 좀 낭패인데.
비가 좀 오더니 금세 그쳤다.
알티마로 산길 한 번 타보려고 온 것이다만
비가 와서 계획이 물거품이 될 뻔.
어차피 타이어가 워낙 저렴한 거여서
페이스를 막 끝까지 밀어붙일 순 없는데
비가 와서 살짝만 더 낮춰서 달렸다.
근데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고
비까지 와서인지 안개가 아주 짙게 꼈다.
어떨 땐 정말 한 치 앞도 안 보임.
안개가 만드는 몽환적인 분위기에
차를 세우고 내려봤더니
이 울창한 숲에 나 밖에 없는 기분.
쥐 죽은 듯이 조용한 게 무서울 정도였다.
이렇게 안개가 심해지기 전까지는
간간이 마주오는 차들이 있었는데
안개가 자욱해지니까 정말 아무도 없음.
지구상에 이렇게 고요하게 숨을 수 있는
장소가 있다는 게 경이롭다고 해야할까.
여기서 납치되거나 살해당하면
정말 영구 미제 사건으로 남을 것 같음.
맑은 날에는 좀 덜하겠지만,
이렇게 큼직하고 두꺼운 나무들 사이에서
은밀하게 처리하면 누가 눈치 챌 수 있을까.
미국도 은근 도로 공사하는 곳이 많다.
고속도로나 차선 한 두개 막고 말지
이런 왕복2차선 국도는 공사를 하면
한 쪽을 차단하고 양방향 통행을
수신호로 막아가면서 한 차선으로 한다.
ONE LANE ROAD AHEAD 보이면
EXPECT DELAYS라는 안내도 꼭 같이 나옴.
당신이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
시간이 더 질질 끌릴 것이란 이야기.
이런 표지를 보면 미쳐버리는 한국인과 달리
놀랍게도 미국인들은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서
멈춰있으라는 신호에 천년만년 서 있을 기세더라.
정말 성질 급한 한국인한테
이건 고문이나 다름 없음.
이렇게 산길에서 나와서
바닷가로 슬슬 접어드는데..
산에서 나오니 바닷가에 도착.
가던 중 트인 곳을 발견해서 차를 세웠는데,
벤치에 어떤 할머니께서 앉아 계시더라.
이 분은 어떻게 여기까지 오신걸까?
차를 세울만한 인근 공간들에는
차가 한 대도 없이 나만 차를 세웠던데
여기까지 설마 산책 삼아 걸어오셨나?
난 처음에는 그냥 바다 보며 계신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해안가에 떼지어 있는
펭귄 무리를 구경하고 계셨던 거였음.
앉아계신 벤치 옆까지 내가 걸어가니
펭귄들 귀엽지 않냐고 갑자기 말을 걸으심.
날씨도 흐리고 차분한 목소리를 들을 줄 알았는데
펭귄들을 보고 신이 나셨는지 밝게 말씀하셔서
속으로 다소 놀랐던 기억.
좀 있으니까 어떤 여자분 둘이서
쌍안경을 들고 구경하러 왔던데
여기가 원래 펭귄 구경 명소인가?
알고 차를 세운 건 아닌데.
펭귄들하고 사진 남기고 싶은데
셀카로는 성에 차지 않는 사람이라서
사진 찍어달라고 언제 부탁할까
간을 계속 보고있었던 차에
쌍안경 주인분들이 불쑥 나보고
쌍안경으로 펭귄 한 번 봐보지 않겠냐고
권하셔서 얼떨결에 그걸로 펭귄 봄.
이걸로 보니까 더 귀엽다고 리액션 날려줬는데
쌍안경 돌려주니 좀 있다 먼저 가버리셔서
그냥 사진 포기. 다른 데서 찍지 뭐.
오늘은 이 퍼시픽 코스트 하이웨이를
내리 드라이브하는 게 일정 대부분이라
펭귄 구경 마치고도 계속 남쪽으로 드라이브.
운전하면서 볼 수 있는 모습들이
우리나라에서 운전 중 보이는 것들과는
분위기가 꽤나 달라서 신선했다.
분명 해안가인데 누가 깎아놓은 듯이
울퉁불퉁 모양이 나 있는 암석들이
바다와 나란히 쭉 이어지고 있으니
낯설지만 시원한 경치가 아주 볼 만 했다.
날씨가 흐려서 해안선을 쭉 따라가는
풀들은 딱히 이뻐보이지 않았는데
어쩔 수 없었다. 일정을 바꿀 수가 없어서.
샌프란시스코 남쪽 드라이브를 계획하는 이들이라면
일정 최종 컨펌은 어느정도 여행 일정 중의
날씨가 윤곽이 잡히는 시기에 하는 게 좋다.
나도 그러려고는 했으나 애초에 일정이
7일로 여유가 너무 없어서
이걸 다른날로 밀고 어쩌고 하면
계획이 꼬이고 엉망이 되니까
별 수 없이 흐린 날 방문.
흐려도 좋긴 했지만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일 듯.
이 퍼시픽 코스트 하이웨이는
교통량도 꽤 되고 외진 곳도 아닌데
SKT 로밍을 했는데 로밍이 별로여서인지
원래 미국이 통신 커버리지가
2024년 말인 지금도 형편없어서인지
주행하면서 통화권 이탈이 빈번했다.
내가 봤을땐 후자가 맞는 것 같음.
T-Mobile가 그나마 5G 커버리지가
마치 대한민국에선 LG U+가 제일 나은 것 처럼
의외로 여러 곳에서 꽤 잡혔고
Verizon이나 AT&T는 수시로 가출.
난 개인적으로 버라이즌 좋아하는데
버라이즌 5G 커버리지는 캘리포니아에서는
딱히 좋은 지 모를 정도로 그닥이었다.
아. 로밍 이야기도 해야지 참.
지금 SKT에서는 0청년 요금제 사용자 대상으로
로밍 플랜 반값 프로모션을 진행 중.
난 baro YT 25GB(정가 79,000원)로 해서
39,500원에 일주일 동안 잘 썼다.
솔직히 25GB의 반의 반절도 안 썼는데
약간 무리해서 최대 용량으로 했다만
13GB(59,000원)도 충분하다.
다만 만원 차이이니 난 여행 가서
유튜브도 보고 데이터 펑펑 쓰겠다 하면
나처럼 25GB 하는 게 낫다.
13GB랑 만원 차이이니까.
로밍하면 T전화 baro도
데이터 소모 없이 한국과 통화 가능.
근데 T전화 baro는 원래부터
데이터 소모량이 미미하기 때문에
큰 메리트는 아니지만, 어쨌든 됨.
로밍했더니 여행자보험 쿠폰도 줘서
30% 할인먹여서 가입했다.
돈 많이 안 들이고 최대한 뽑아먹음.
이거랑 T아이폰케어 때문에
SKT에서 죽어도 못 나가고 있다.
한땐 통신사 계속 옮겨댔었는데.
SKT 여러분 저 광고 주세요.
돈 하나도 안 받고 이렇게 써줬잖아요.
점심먹을 때쯤엔 드디어
날씨가 좀 개는 듯 하늘이 파래졌다.
밥 먹고서는 좋은 날씨와 함께
퍼시픽 코스트 하이웨이 드라이브를
제대로 해볼 생각에 설레면서
점심은 여기서 먹어야겠다고 처음 생각했던
Shadowbrook Restaurant에 도착.
여긴 식당 부지가 굉장히 넓어서
무슨 입구에서 식당까지 케이블카가 있다.
케이블카 안 타면 정원을 돌아보며
천천히 걸어내려가서 입장 가능.
근데 밥을 여기서 안 먹었다.
처음에 가서 안내받은 자리에 앉았는데
메뉴판을 갖다달라고 했더니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했는데 감감무소식.
원래 저녁에 활황인 가게여서 그런지
낮에는 직원 수가 별로 없고
그래서 직원들이 나사가 빠진 듯 함.
기다리다 그냥 여기서 안 먹고 가겠다고
입구 종업원한테 말했더니
죄송하다며 고개 숙이더라.
스테이크 썰려고 왔는데 아쉽.
원래의 계획에서 틀어졌으니
점심 먹을 곳을 새로 찾아야지.
산타 크루즈는 생각보다 작은 동네라
딱 이거다 하는 음식점이 잘 없었음.
구글 맵 슬슬 뒤지다보니
VILLAGE HOST PIZZA라는
피잣집이 눈에 띄어서 가봤다.
갔더니 여러 식당들이 모여있는
식당가에 입점한 가게였는데
주차장이 클래식 벤츠 천국.
그것도 전부 디젤이란 점이 놀라웠다.
디젤 차 오랫동안 유지보수하기 어려운데.
역시 집집마다 차고를 보유하고
DIY에 익숙한 미국 답다 싶었다.
특히 첨부한 사진의
흰색 300SD(W126)는 태어나서 처음 봄.
우리나라에 수입된 W126은
300SEL, 560SEL 둘 뿐인데.
얜 일단 롱 휠베이스가 아니거니와
엔진도 가솔린이 아닌 디젤.
이게 신차였던 당시 대한민국에서
300SEL을 탈 정도면 대기업 총수급이었음.
당시의 차량 가격이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대략 10억 정도에 육박하는
초고가 차량이었으니 그 누구도
쉽사리 가질 수 없는 그런 차량.
560SEL은 그럼 누가 타느냐, 전두환.
80년대 말에 우스갯소리인지 진담인지
개인이 300SEL을 타면 세무조사를 받고
560SEL을 타면 남산에 끌려간단 말이 돌았음.
그 정도로 아무나 범접할 수 있는 차가 아니었는데
40년이 지난 지금 이렇게 보네.
W126이 첫 등장한 게 1979년이니까
대략 1975년에 디자인됐다고 치면
50년의 세월을 건너온 디자인.
반 세기라는 강산이 다섯 번 바뀔 긴 시간이
지나고도 여전히 우아한, 이 차량은
최근 별세하신 브루노 사코께서 디자인함.
이 차보다 20년 뒤에 태어난 내가
보자마자 마음을 뺏길만한 생김새이니
얼마나 잘 된 디자인인가.
이제 런치타임.
피자로 정한 이유는 근방에
미국 음식이 아닌 것들이 다수여서
난 미국에 온 기념으로 미국 음식을
가급적 먹을 생각이었기 때문에 여기로.
호기롭게 미디엄 사이즈(13인치)로 시켰는데
생각보다 나온 피자가 커서 당황.
아 여기 미국이었지. 모든 게 빅 사이즈.
이 집의 제일 기본 메뉴인
빌리지 컴비네이션(살라미, 페퍼로니, 올리브)를
낙점했는데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특징이라면 도우가 굉장히 바삭하단 것.
피자의 테두리는 우리에게 익숙한 피자와
별반 다르지 않은데, 안쪽의 치즈 아래 도우는
굉장히 바삭바삭하고 씹는 맛이 좋았어서
과자같은 느낌도 나고 좋았다.
피자가 너무 축축 늘어지면 몇 조각 못 먹고
금방 정리하게 되는데 그렇지 않은 식감이라 깔끔.
페퍼로니와 살라미가 동시에 들어있어선지
간이 살짝 셌었는데 그건 내 기준.
난 다른 사람보다 다소 싱겁게 먹는 편이라.
결국 한 반절 조금 넘게 먹고
전부 포장해서 차 트렁크에 실었다.
이 집 햄버거도 파는데
햄버거를 꽤나 잘할 것 같은 기분.
다음에 방문한다면... 언제가 될 지 모르겠지만
그땐 햄버거 한 번 주문해서 먹어봐야겠다.
밥 먹었으니 식후땡 해야지.
나한테 식후땡은 역시나 커피.
커피숍은 원래 찾아놨었던
Verve Coffee Roasters로 왔음.
가게 앞에 댈 자리가 조금 있어서
편하게 주차했는데, 주말에는 분명히
여기 자리 비어있지 않고 만차일 듯.
그럼 주변에 주차장을 찾아야 됨.
이틀차가 되니까 슬슬
차에서 내릴때마다 모든 물건을
수납함에 몽땅 집어넣는게 귀찮아짐.
C to 라이트닝 케이블까지 뽑아서
센터콘솔 수납함에 집어넣자니
여간 번거로운 것이 아니었다.
미국이 이런 점만 아니면 참 좋은데.
이 카페의 실내는 온통 식물.
내부에 식물 많이 갖다놓은 카페는
우리나라에선 연남동에 벌스가든 정도가
생각나는데 여긴 인테리어도 모던해서
전반적으로 깔끔하고 좋았다.
실내 분위기는 느긋한 캘리포니아보다
맨해튼 한복판에서 바쁘다바빠 현대사회 살아가는
월가 금융인들에게 짧은 휴식 제공할법한
그런 느낌에 더 가깝지 않나 싶더라.
처음에는 아메리카노 먹을 생각으로 갔는데
천연 공기청정기들로 도배된 실내와
'허니 라벤더 드래프트 라떼'란 이름을 보니
호기심이 생겨서 하나 시켜보았다.
정말 이름 그대로 라벤더향이 강했고
라떼는 보통 달더라도 우유 베이스란 인상이
마시면서 확 와닿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꿀을 넣었다는 게 목넘김에서 느껴짐.
꿀이 약간 질척대는 경향도 있거니와
드래프트 라떼가 입에 머금었을 때
부드럽게 미끄러지는 편이라 그런지
정말 닉값 했다. (= 내 취향 아님)
커피하고 라벤더의 조합은... 글쎄다.
라벤더향은 그냥 디퓨저로 만족해야 함.
난 좀 넘길 때 산뜻하고 가벼운,
산미 있는 원두 선호한다고
그간 여러 글에서 이미 적어왔음.
그렇다고 Washed 원두처럼 너무
실키하게 넘어가는 것도 안 됨.
참 징하게 까다롭죠?
일반 원두 대비해서 워시드 원두는
물 좋단 사우나 가보면 왜
정수한 물을 공급한다고 써놓았는데
물을 만져보면 미끌미끌하잖아.
딱 그런 느낌으로 넘어감.
맑아진 하늘에다 커피도 샀겠다
이제 퍼시픽 코스트 하이웨이의
아이코닉한 명소인 Bixby Bridge로 출발.
출발하니까 어느새 날씨가 다시 흐려졌다.
하늘 색이 바뀌었다기보다는
파란 하늘을 어디선가 몰려온 먹구름이
뭉게뭉게 덮어버린 듯 한데
이게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서 나쁘지 않았음.
헤이 빅스비 브릿지 진입 직전에
주차 공간이 있어서 많이들 차 세우고 사진 찍던데
일단 쭉 한 번 가봤다가 돌아오는 길에
나도 차를 세우고 인증샷 남기려고
한번 쭉 가봤더니 이 드라이브코스는
샌프란 기준 남쪽으로 계속 향하는것도
물론 경치가 좋지만, 그 후에
U턴해서 돌아오며 보는 경치가 죽인다.
비로소 죽기 전에 꼭 와봐야 하는
드라이브 명소라는 점이 실감남.
고지대로 슬슬 올라가서 보는 경치는
굽이치는 해안도로가 도미노같이
착착 정렬된 모습에 가슴이 탁 트인다.
이건 현장에서 이 몰입감을
몸소 느껴야 정말 와닿을 텐데
미천한 사진실력이라 제대로 담질 못했음.
난 사물이 있는 사진 전문이지
풍경 사진은 잘 못 찍는지라.
그나저나 아이폰 갤러리앱의 버그인지
비율 조정한 사진들 좌측상단에
전부 작은 까만 영역이 생겨있네.
하여튼 애플 소프트웨어 QC 수준 ㅉㅉ
iOS 17.7까지 왔는데도 여전히
iOS 17은 버그덩어리 폐급.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날이 흐려도 정말 괜찮았다.
셀프 세뇌같아보이지만, 아님.
단지 사진이 좀 덜 이쁘게 나와서
그건 좀 아쉽다 정도지,
날씨가 감상에 영향을 주진 않았다.
아침처럼 계속 비가 왔으면 화났을지도.
빅스비 브릿지는 유명한 곳이어선지
한국인들도 굉장히 많이 오더라.
한국은 추석연휴가 진행중이어서도 있겠지만.
그래서 한국말 들리면 한국분들께
가서 사진을 내리 부탁드렸는데,
보니까 렌터카 타고 여기 구경와서
혼자 돌아다니는 사람은 나밖에 없음.
전부 다 2인 이상이라 누구랑 같이 다니는데
나만 혼자 차 끌고와서 열심히 구경중.
혼자 하는 여행을 나는 평소에 주변에다
많이 권하는 편인데, 특히 해외는 더 그렇다.
물론 친구나 연인과 함께해도 좋겠지만
혼자 와야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타협 없이 착착 하고, 먹을 수 있으니까.
그것도 그렇고 긴 인생의 관점에서 봐도
결국엔 '내가 뭘 좋아하는가'를 알아내는
제일 확실한 방법이 여행이다.
인생에서 여행을 가고 연애를 하고
이런 것들이 전부 상대방이나 환경에서
반사된 진짜 내 모습을 발견하는 여정임.
꼭 해외 여행 혼자 가보세요.
나야 간이 배 밖으로 나와서 이렇게
미국땅도 혼자 밟아보고 열심이지만
혹여나 잘못될까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더라.
하지만 그럼에도 난 늘 추천.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니까.
미국에 와서 할만한 것들 중
나는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이니
'우리나라에 없는 차를 구경가자'
생각이 들어서 루시드 스튜디오 방문.
루시드 스튜디오가 웨스트필드에 있더라고.
웨스트필드는 동네 이름이 아니고
호주에서 처음 생긴 복합 쇼핑몰.
웨스트필드란 이름을 처음 듣더라도
그리 낯설지 않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우리나라에는 웨스트필드를 표절한
스타필드가 성황리에 영업 중이라서.
표절 대마왕 정용진씨는
그동안 독자적으로 런칭한 건 말아먹고
중박 정도 친건 남의 걸 베낀 것들이었는데
스타필드는 좀 안정화를 시켰더니만
이제 스타필드란 딱지를 이마트를 비롯해
온 사방천지에 붙일 작정인가보다.
이마트를 '스타필드 마켓'으로 최근
부르기 시작하던데 제정신인가 싶었다.
단순한 마트보다 복합 문화공간 겸 쇼핑몰로
온라인 쇼핑에 이제 완전 물이 든 사람들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끄집어내기 위해
이름을 세탁한 것 같은데 내 생각엔 큰 실수다.
일단 내가 방금 말했듯이
스타필드라는 이름은 표절 논란이 있음.
스타필드 하나만 써도 문제가 될 판에
이제 그룹사 내의 다른 매장에도
똑같이 그걸 붙인다는 발상은 도대체
신세계그룹 내에서 누가 한걸까?
그것도 그렇고 스타필드란 이름 자체가
딱히 이마트에 끌여들일만한 가치가 있는지
나는 솔직히 말해서 전혀 모르겠다.
차라리 신세계마켓이나 그렇게 밀었던
쓱마켓, SSG마켓이 훨 낫다 생각함.
이마트가 신세계그룹것인건 모르는 이가 없어
신세계 이름 갖다붙여도 딱히 신세계에
이미지 타격이 가지도 않거니와
어쨌든 '백화점' 하면 좀 부담스러운 이들에게
방문할만한 또 하나의 장소를 열어주는거니까.
매장 실내도 약간 고급스럽게 꾸밀거였으면
이런 전략으로 가는 것이 맞았다 난 생각함.
그렇게 쓱이란 이름 밀었으면서
왜 쓱배송에만 제일 많이 쓰고
매장명에는 대놓고 쓰지 않는건지.
좀 약간 다른 예시지만 마이바흐도
원래는 대기업 총수들이나 타는,
일반인들은 가질 수 없는 차량이었다가
메르세데스-마이바흐가 되면서
포지셔닝과 가격을 약간 낮춰서
보다 보편적인 럭셔리카로 거듭났잖아.
그럼에도 마이바흐라 하면 여전히
많은 이들이 초럭셔리카로 인식하고.
반면 BMW그룹의 경우는 롤스로이스가
지구상 가장 비싼 럭셔리카 브랜드라
약간이라도 끌어내리면 위상에 금이 갈까
롤스로이스는 그대로 놔두고,
BMW의 기함 라인업들을 제대로
올려치기 해볼까 고민해서
7시리즈에 '롤스로이스 도장 기법'이라며
투-톤 페인트 옵션도 구비해두고
별의별 짓을 하는데 현실은 폭망.
BMW와 롤스로이스를 잇는 가운데의
3억 언저리의 브랜드가 없다는 게
그들한텐 정말 답답한 일일텐데
회사 하나 인수하는 방법 이외에는
별다른 묘책이 없어보인다.
폭스바겐그룹도 벤틀리를 인수했고
메르세데스-벤츠 그룹은 마이바흐를 확장시킴.
BMW는... 이 자리가 공석.
할만한 게 애스턴마틴 정도인데
이쪽에도 이미 지리 커넥션이.
로터스같이 이미 먹힌 건 답 없고.
차 얘기 한 김에 한 마디만 더 할게.
3억 언저리의 차종이 사실 내 눈엔
요즘 떠오르는 캐시카우다.
우리가 흔히 '일반인이 자수성가해서'
구입 가능한 최고가의 차량으로
포르쉐 911을 꼽는데, 이게 대략 2억 초반.
그 말인 즉슨 이 가격대까지는
경제 상황 등이 구매 의사에 영향을 끼친다.
반면 3억이 넘어가는 차량이 되면
그런 차를 사는 사람들은
차량 구입여부가 경기 상황에 따라
극적으로 달라지진 않기 때문에
최대 시장 중 하나인 중국의 경기가
장기 불황으로 빠진 요즘 그정도 가격대의 차량이
전통적인 부자들의 주머니를 노리기 딱 좋다.
여행기인데 자꾸 얘기가 삼천포로 빠지네.
웨스트필드로 가는 길에 E46 M3를 봤는데
번호판이 SHERSM3. SHER'S M3를 나타내는 듯.
SHER는 사자, 호랑이같은 범류나
용감한 사람을 의미하는데 이 차 주인이
스스로를 사자라고 생각하나봄.
미국은 이렇게 번호판으로
자신의 개성을 나타낼 수 있어서 좋다. 영국도.
미국은 영국 식민지에서 출발했으니
대영제국 유니버스라고 해야되나.
호주는 그 정도는 아니던데.
웨스트필드에 도착하니 슬슬 해 짐.
시간 개념이 없이 살고 있는데,
벌써 2일차가 이렇게 저물어간다.
이곳 Westfield Valley Fair는
산호세에서 유일한 복합 쇼핑몰.
마트는 곳곳에 있어도,
이런 큰 규모의 쇼핑몰로는 유일하다.
평균 임금이 $114K에 달하는
산호세답게 쇼핑몰인데도 은근히
백화점에 준하게 잘 갖춰져있음.
웨스트필드 내의 더 치즈케이크 팩토리
방문하려고 적어놨었는데 까먹었었네.
그렇게 궁금했고 갖고싶었던
루시드 에어를 구경하기 위해
루시드 매장을 방문했다.
웨스트필드 안에 폴스타 매장도 있어서
아직 대한민국엔 전시조차 안 된 상태였던
폴스타 3과 폴스타 4도 구경 가능했는데
별 관심 없어서 그냥 지나쳤음.
폴스타 4 시승기는 12월 중 올라갈 듯.
11월은 내가 거의 내리 휴가중이라.
루시드 매장은 뭐랄까
실리콘 밸리 출신의 공대 감성과
통상적인 럭셔리 브랜드 출신들의
세련미를 적당히 섞은 느낌.
루시드 대표가 루시드를 창립하면서
재규어랜드로버(JLR)에서 사람들을 데려왔는데
그 여파가 차량 뿐만 아니라
쇼룸의 인테리어 및 분위기,
직원의 응대에까지 티가 난다.
루시드라는 회사 자체가 타도 테슬라를
외치면서 출범한 곳이기 때문에
테슬라의 좋게 말해 심플,
나쁘게 말해 뭐가 없는 매장과
대비되는 모던함을 갖추었다.
후발주자인 입장인 건
제네시스와 어느정도 유사한데,
제네시스의 쇼룸들을 둘러보면
'우린 경쟁자들보다 고급스러워'를
강력 어필하기 위한 쇼룸 구성이 돋보인다.
루시드는 그에 비하면 조금 절제했음.
그래서 내가 공대 감성도 약간 섞여있다고.
전반적으로 넘친다기보다는 깔끔하게 정리됨.
그러면서 어느 하나 허투루 만들었단
느낌을 주는 면모는 하나도 없다.
럭셔리란 개념이 원래 과잉이란 뜻인데
어떻게 보면 루시드는 좀 더 열심히 해야할지도.
차량을 둘러보고 있으니
직원이 와서 환대를 해주는데,
그래서 어쩌다보니 여러가지 잡담을.
'처음엔 루시드 언제 대한민국에 출시하느냐
나 한국에서 왔는데 이 차 너무 기다려진다'고
마치 출시하면 바로 살 것 처럼 굴었다.
실제론 2억짜리 차 살 돈은 어디에도 없으면서.
그렇게 이야기의 물꼬를 틀어서
내가 루시드 에어를 BMW i7, 포르쉐 타이칸,
메르세데스-벤츠 EQS 등과 대략 비교해줬는데
직원이 꽤나 열심히 듣더라고.
자기들도 차량 영업하면서
경쟁사 차량 대비 뭐가 나은지
알고 있으면 설명하기 더 수월하니까.
지피지기는 백전백승.
그렇게 이야기를 좀 나누다
다른 손님 왔길래 그 직원 보내고
나는 차량 구경 좀 하다 슬 떠나려는데
그 직원분이 잠시 새 손님 응대 멈추고
안쪽으로 후다닥 뛰어들어갔다 나오며
나를 부르더니 멀리서 왔는데
우리 차량에 관심 가져줘서 감사하다며
기념품을 손에 쥐어줬다.
대충 보니까 이걸 아무나한테
다 주는 건 아닌 것 같던데.
그리고 인터넷에 아무리 검색해도
같은 물건을 찾을 수가 없다.
그 기념품이 뭐냐고?
글 마지막에 나옴 ㅎ
루시드 에어 둘러본 이야기는
별도의 글로 조만간 다룰 예정.
나 이 많은 글들 도대체 언제 다 쓰냐.
오늘 드라이브를 다녀온 탓에
벌써 기름이 4분의 1탱크밖에 안 남았다.
오늘이 이틀차고, 대단히 뭐 많이
나다니지 않았던 것 같은데
차량 누적 마일리지를 보니
+400mi(=643km)가 코앞.
내일도 운전해야 할 거리가
아주 짧지는 않기 때문에
드디어 샌프란시스코에서의 첫 주유.
나 하와이에서 이미 주유 해봐서 아는데
미국 주유소 주유법 상당히 짜증난다.
우리나라처럼 주유기 앞에 차 세우고
카드 꽂고 기름 바로 넣는 게 아님.
미국의 주유소는 보통 편의점 혹은 마트와
함께 붙어있는데, 여기 들어가서
직원한테 대충 얼마 넣을 거예요
추측해서 미리 선결제를 하고
주유 펌프로 돌아와서 주유.
한국 사람에게 미국의 주유 과정이란
쓸데 없는 행위만 왕창 하는 것.
아니 주유기에 카드 꽂으면
기계가 알아서 15만원 승인했다가
알아서 주유량 맞춰 재승인하면 되는 거 아냐?
미국은 전혀 그렇지 않다. 직접 해야함.
하지만 요즘엔 굳이 안 들어가고
기계 조작해서 주유하는 곳도 있다 해서
샌프란시스코 내 최저가 주유소를 방문했는데..
펌프에 서자마자 발견한 문구 :
Pls pay inside. 부들부들.
최저가여서 참지 안그랬으면 성가셔서
다른 곳으로 가던가 했을 듯.
최저가여서 87 옥탄 휘발유가
갤런당 $4.569(리터당 1650원).
이런 싸구려 기름이 무려 리터당 1650원.
미국이 산유국이라 기름이 싸단 건
대단한 착각이자 완전 뻥이다.
최소한 벌이가 넉넉한 캘리포니아는
기름값이 대한민국보다 더 비쌈. 말도 안 돼.
어제 마트 식료품 물가를 보고
부들부들 떨었는데 오늘은 기름값에.
정말 이래서 홈리스가 많구나222.
이런 종합 생활 물가 어떻게 모든 사람이 감당해.
그나마 내 귀여운 알티마가
기름을 조금 먹는 애여서 다행.
역시나 더 크고 더 기름 많이 먹는 차를
선택하지 않아서 정말이지 너무 다행이었다.
돈도 돈인데 주유소 방문 자체가 불편함.
가급적 주유소 가는 횟수를 줄여야
전반적인 여행 만족도가 올라감.
기름 넣고 조금 운전해서 호텔 귀환.
내일은 8시엔 일어나야 해서
약간 일찍 들어왔다.
밤 9시인데 호텔에 들어와서 씻고 잘거니까
굉장히 이르게 하루를 마감하는 것.
외국 나와서 욕조가 있는 호텔에 묵으면
나는 항상 반신욕을 30분씩 하고 자는데
역시 남이 내주는 물세로 반신욕을 하니
더욱 피로가 쫙쫙 풀리는 느낌.
어제 낮에 체크인할때 본 수영장이
밤에 보니까 꽤나 이쁘던데
애석하게도 7일만에 완성하는
액기스만 쪽쪽 뽑은 미국 여행이라
느긋하게 수영하고 쉴 시간이 없다.
수영복도 그래서 안 가져왔고.
하기사 나 휴양지에 갈 때는
항상 호텔 내 수영장을 보고 이쁘면
그 호텔로 주로 결정하는 편인데
막상 가봤자 그런 곳에서조차도 수영 안 함.
먹고 자면 분명 내일 아침에
얼굴 왕창 부을텐데 어제 사둔 과자를
책상 위에 대충 던져놨더니
너무 눈에 띄어서 결국 시식하기로 결정.
프링글스는 BBQ맛이었는데
탄 고기맛이 약간 느껴질 정도로
풍미가 그다지 깊지는 않았고
그 외엔 전형적인 프링글스맛.
우측의 치즈포테이토칩은
RUFFLES라는 감자칩인데
겉면에 Party Size!라고 써 있어서
질소로 뒤덮인 포카칩 스윙칩과 달리
꽤 넉넉하게 들었을까 기대를 했는데
뜯으니까 딱 저만큼 들었다.
저게 뜯자마자 찍은 사진임.
질소 대결에선 한국과 미국이 막상막하.
이게 파티 사이즈면 파티의 규모가
3인 이하여야 할 것 같은데..
그건 파티보단 친목회 아닌가.
그리고 아까 루시드 매장에서 받은
기념품은... 두구두구두구
바로 펜던트였다.
근데 펜던트에 새겨진 문양들이
루시드와 도대체 무슨 연관이 있는건지
알아내기 힘든 것들로만 이루어져 있음.
가운데 원을 감싸는 모자 모양은
조선시대 사또들이 쓰던 갓 느낌인데
나 한국 사람인거 알고 맞춰준건가?
펜던트 테두리의 ㅅ 모양 장식은
마치 요가 선생님의 일자 다리찢기 보고
내가 시도하다 어정쩡하게밖에 안 벌려진
딱 그런 모습같이 생겼음.
무슨 의미를 가졌는지 여전히 미스터리인
이 펜던트는 지금 내 방 책상에
고이 모셔져서 잠자고 있다.
이렇게 2일차 마무리.
단기 속성 여행이라 딱 하루씩
각 지역을 배당해놓았는데
오늘은 샌프란시스코 남쪽 클리어.
반대로 샌프란시스코의 북쪽으로 간
3일 차는 언제 여행기를 쓸 지 모르겠다만
빠른 시일 내에 최대한 써보도록 하겠음..
현재 글 하나당 사진이
대략 60장씩 들어가고 있는데
3일차부터는 사진이 너무 많아져서
아예 하루를 글 두개로 쪼개야하나 싶다.
사진 120장과 그에 딸린 코멘트,
또 그 밑에 달린 글들까지
스크롤의 압박이 너무하잖아.
아무튼 3일차는 조만간 또 만나요.
이렇게 일주일 미국 로드트립
전체 7일 중 2일 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