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하와이 간다"
그게 벌써 4년이 다 되어가는,
2018년 여름의 일이다.
코로나19가 없던 세상엔
갓 대학생 딱지 붙인 아이들이
첫 방학을 맞아 해외로 많이들 나가던
그런 2018년의 제헌절에
나는 과감하게 하와이로 날아갔다.
그간 어릴 때 부모님이랑 해외는 많이 갔어도
스무살을 맞아 몸만 성인이 되면서
친구랑 둘이서 떠나는 해외여행은 처음이었고
그것도 이렇게 멀리 갈 줄은,
가서 큰 탈 없...진 않았지만
무사히 돌아올 줄 전혀 몰랐다.
벌써 4년에 가까운 시간이 흐르다니,
언제나 첫 하와이행에 대한 회고를
블로그에다 풀리라 다짐했지만
그간 블로그를 제대로 한 적이
손에 꼽아 못 하고 있다가,
이제서야 블로그를 좀 하니
그리고 더 지나면 서서히 까먹을 것 같아
이번에 시시콜콜한 비하인드까지
전부 적어볼까 싶어 시작한다.
이렇게 별의별 일이 다 있던
눈 감는 날까지 못 잊을 특별한 여행이었는데
서서히 잊혀져간다니 너무 서글프잖아.
추후에도 기억나는 게 있으면 추가할 예정.
블로그 제목에 나와있듯이
나는 1999년생이고,
때는 바야흐로 2018년 1월.
스무 살이라고 친구랑 처음 멀리 떠난 게
한겨울의 부산이었다.
짧은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오는 여름에는 꼭 제대로 된 휴가를 가자고
굳게 다짐했었고, 시간이 빨라서
금세 그걸 실천에 옮길 때가 되었다.
아직도 날짜를 기억하는데,
하와이행을 확정지은 건 그 해 5월 16일.
출국을 제헌절에 했으니
딱 두 달 여 전에 확정을 지었다.
오전에 같이 갈 친구에게 전화 한 통 걸어
하와이에 가자고 선동 아닌 선동을 했고
"진짜 괜찮겠어?" 한마디에
쿨하게 한번 해보겠다 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글 서두에서 미리 밝히지만,
친구는 집에다가 말하고 떠나는 입장이었고
나는 비밀리에 하와이행을 준비해야 했다.
남들과 다르기를 언제나 원하는
우리의 입장에서도 하와이는 꽤 먼 곳.
그런데 그 당시에도 생각했지만
사실 하와이에 갈 이유는 많았다.
대부분 스무 살 대학생들이
방학때 찾는 외국은
일본, 싱가폴, 동남아 정도가 끝.
그런 곳들을 다 제하면
갈만한 곳은 유럽과 아프리카,
북아메리카 정도가 끝이다.
국내에 있는 것으로 밝히고 가는 것이라
일정을 너무 길게 뽑을 수 없었기에,
6일 안에 다녀올 수 있는 곳이
최우선이었다. 그래서 유럽 탈락.
좀 더 찬찬히 둘러볼 수 있을때 가려고.
아프리카....는 조금 아닌 것 같아 탈락.
집에 말을 하지 않고 가는 것인데
남반구로 향하게 되면
챙겨가는 옷차림은 분명 여름(국내)인데
가선 옷차림이 정반대가 되어야 해서
호주 등도 역시 탈락.
미국이나 캐나다는 우리랑
시차가 너무 많이 나서 탈락.
집에 연락을 하루에 한 번은 해야하는데
시차가 14~16시간 가량 나니
아예 시차가 엄청나게 나서
(하루가 뒤지기만 하고) 시간은 비슷하면
상관이 없는데 이렇게 정반대가 되면
연락 받기가 곤란해져서 탈락.
참고로 하와이와 국내의 시차는 19시간.
우리나라보다 하루가 뒤처지고
대신 시간은 5시간 앞서 있다고 보면 된다.
이 정도 시차는 내가 실수하지만 않는다면
어느정도 해결할 수 있다 싶어서 통과.
날씨 역시 우리나라의 여름과
크게 어긋나지 않아서 역시 통과.
기억하는지들 모르겠지만,
2018년 우리나라의 여름은
정말 지독하게 덥고 더웠다.
하와이에서 귀국했더니만
불지옥이 펼쳐진 것 보고 놀랐다.
오히려 하와이는 습도가 낮아
따뜻해서 기분 좋은 날씨.
그렇게 하와이행을 일단 결정짓고
당장에 비행기표부터 끊었다.
일단 두 달여밖에 안 남은 시점이었기에
비행기표를 서둘러 준비해야했고
비행기표를 끊는 순간
이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무조건 (안 걸리고 다녀오기)성공시켜야 한다는
마음을 굳게 다질 수 있기에
배수진을 치는 기분으로 이것부터 시작했다.
뭐, 사고 치고 스케일이 좀 되긴 하지만
그냥 여행 다녀온 건데
돌아올때까지만 안 걸리면 되는 거 아닌가?
심지어 갔다온지 얼마 안 돼서
생각보다 일찍 아빠한테 시인했다.
사실 갔다온 곳은 부산이 아니라 하와이라고.
비행기표는 옵션이 두 가지 있었는데
땅콩네의 낮비행기와 법사네의 밤비행기.
땅콩회항 때문에 대한항공이 싫기도 했지만
사실 생각을 해보니 나는 무조건
밤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야 했다.
우리 집은 항상 여행 가면
첫날엔 호텔 체크인 시 전화하라고 한다.
하와이까지 인천에서 10시간인데,
낮비행기를 타버리면 이 전화를 못한다.
도착 시 국내 시간으론 새벽이니.
가짜로 체크인 했다는 연락을 하고
비행기를 타서 날아가야 했다.
비행기 시간이 밤 8시 20분이었으니
딱 적당한 타이밍이라 완벽했다.
그래서 아시아나로 선택했고
7/17 20시 20분 비행기를
그 자리에서 과감하게 끊었다.
끊기 전 찰나에 이 계산이
머릿속에서 빠르게 이루어진 걸 보면
나도 참 못 말리는 인간이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는
해당 비행기편(OZ 232)은 미운항 상태.
마지막 운항이 2020-03-29라니
코로나19가 정말 많은 것을 빼앗아갔다.
다행히 오는 4월경부터 아시아나측에서
하와이로 다시 취항한단다. 천만다행.
지금은 비행기 표 값이 꽤 올랐는데
그 당시만 해도 1인당 94만 200원이었으니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값에 잡았었다.
의외로 진에어(!)도 하와이행 티켓을 팔았는데
저가 항공사 비행기를 타고 10시간이라니
생각도 하기 싫어 바로 스킵.
내가 끊은 아시아나 표보다
대략 30만원 가량 저렴했었던 걸로 기억한다.
난 30만원 더 내고 큰 비행기 타련다.
나는 내가 갈 여행은 항상
모든 것을 내가 다 담당하기 때문에
부모님 없인 처음 가보는 해외여행에
무엇을 준비해야 할 지 신경쓸 게 정말 많았다.
당시에 여권도 갱신해야 했고,
밍기적거리다가 아직 따지 않은 운전면허도
미국에 가는 것인만큼 따야 했다.
미국 입국 시 필요한 비자와
부산행으로 위장하기 위한 자료들,
가서 사용할 물품들까지
전부 고려하려니 장난 아니었다.
하와이를 선택한 다른 이유가
내가 그래도 영어는 조금 한다는건데
가서 의사소통이 안 되면 얼마나 답답하나.
오키나와 갔을 때 일본말을 하나도 못해
가선 친구한테 다 시켰는데
다음에 온다면 꼭 일어를 배우고 오겠다고
그때 다짐한 바 있었다.
하와이는 미국이니 비교적 편해서 좋았다.
하와이를 가야 할 이유만 만들고
무작정 비행기편부터 끊은 다음에
하와이행을 위한 준비를 시작하니
퀘스트를 깨는 기분으로 하나 하나 시작했다.
제일 먼저 생각한 것은 역시 자동차.
그 당시에 아직 면허도 없는 주제에
렌터카를 쓸 생각부터 했다.
하와이도 엄연히 미국이니
사실 차 없이는 자유롭게 나다니기 어렵다.
오하우 섬 남부는 트롤리를 타고 다녀도
큰 문제가 없다지만 겨우 그 정도 보려고
이 멀리까지 날아가는건 아니기에,
렌터카를 쓰기로 했는데 바로 난관에 부딪혔다.
스무 살의 여름이면 난 아직 만 18세인데
만 21세까지 아직 한참 남은 시점이었다.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북미의 대형 업체들 역시
다들 최소 임차 연령 만 21세는 깔고 간다.
허츠에서 보여주는 임대 목록 '없음'에
한숨 한 번 깊게 쉬어주고,
만 21세로 바꾸자마자 리스트에 떠오른
메르세데스-벤츠 SLK200에 한숨 한 번 더.
허츠는 물론 Avis나 다른 큰 회사들도 동일했다.
그 당시엔 굉장히 억울했지만
나이를 먹고 보니 왜 그런 규정이 걸려있는지
대충 이해할 만 하다.
어린놈들 운전 정말 더럽게 못함.
어디서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들이 말이야
엉? 놀러가서 운전대나 잡으려고 하고. 엉?
다음 번에 갈 땐 꼭 콜벳 빌리리라.
그렇다고 자동차를 포기할 순 없는 노릇.
순간 눈 앞이 까매졌지만
불굴의 의지를 가지고 개인 업체를 찾아보기로.
우리나라에서도 쓰지말라 하는 사설 렌터카를
이 멀리 날아가서 운전도 처음 해보는데
빌려서 탈 생각을 했다니 제정신이 아니...었다.
하와이는 본토보다 한참 작은 섬일 뿐인데
그런 업체가 있기나 할까 의문이 들었다.
놀랍게도 있 었 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대충 2~3개 업체가 있었다.
Yelp를 뒤져서 평이 제일 괜찮았던
럭키아월 렌터카(행운의 올빼미?;;)에
렌탈료를 알려달라고 메일을 보냈다.
지금과 다르게 그땐 역시나
만 19세 미만이어서 수중에 체크카드 뿐.
뒤에도 적겠지만 해외여행 시 체크카드만 있으면
생각보다 이래저래 불편한 점이 꽤 된다.
이런 렌트 업체는 신용카드로 보증을 세우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데 체크카드밖에 없으니
체크카드로 보증을 세울 수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하고,
가능하더라도 보증금까지 체크카드로 결제하니
그만큼의 현금이 수중에 더 있어야 한다.
이쪽에서 돌아온 답변은 제일 비싼 보험 들면
체크카드로도 결제가 가능하다는 이야기였고
마침 그럴 참이었기에 이건 순조로웠다.
그리고 면책금 제로 옵션 고르길 사실 잘 했었다.
우리나라의 완전자차와 비슷한 걸 골랐는데
후방카메라는 물론 후방센서도 없는 차였어서
아주 낮은 주차방지턱에 뒷범퍼 우측 살짝 긁었었거든.
제일 높은 보험 들었어서 편안히 귀국했다.
돌아와서 생각하는거지만
저지를 당시에는 반신반의하면서 예약했는데
이 업체 그럭저럭 친절하고 괜찮았다.
여러분도 20살에 하와이 여행 갈거면
여기서 차 빌리길. 그런 놈이 또 있을까 싶지만.
이렇게 렌터카 문제는 해결했는데
이 소동을 운전면허가 없는 상태에서 벌였단게 코미디.
사실 나이도 문제였지만 대개 렌터카 회사들은
운전경력 1년 이상을 요구하는 편이다.
면허를 6월 7일에 취득하고
7월 17일에 도착했으니,
면허증에 잉크도 안 마른 채로 날아간 것.
지금은 이 블로그에 차 얘기만 왕창 쓸 정도로
어릴 적 좋아하던 자동차가 내 최고 관심사로
다시 돌아왔지만, 그때만해도 아니었다.
면허를 어떻게 따야할지도 몰랐었고
맨 땅에 헤딩하려니 또 한숨이 나왔다.
운전면허 학원에 가면 가능하지만
하와이행을 위한 현금 준비도 빡빡한데
그런 데 쓸 여유가 특별히 없었기 때문에
그냥 시험쳐서 따기로 말도 안 되는 계획을 세운다.
다행히 면허를 취득하는 과정은 험난하지 않았다.
기능 시험 보러 가기 전에 딱 한 번
공터에서 악셀/브레이크/핸들 감만 익히고
시험 보러 갔었고 큰 위기 없이 면허증이 나왔다.
도로주행 시험을 마치고 감독관 분께서
연수 좀 더 받고 차 갖고 나오라고 하셨었는데
그 연수를 놀랍게도 하와이 가서 처음 하게 생겼었다.
국내에서도 사설 렌터카를 빌려서
연습을 해보고 가는 선택지도 있었지만
전혀 그러고 싶지 않았고,
국내에선 워낙 양아치들이 어린애들 등쳐먹으려고
이런 전연령렌터카를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이역만리 하와이에 도착해서 첫 번째 운전을 한다는
더 미친 발상으로 면허증을 손에 쥐었다.
순서가 좀 잘못된 것 같지만,
비행기표와 렌터카를 준비했으니
그 다음 고민해야 하는 것은 숙박이다.
호텔을 고르는 데에도 많은 공을 들였는데
그 당시에 어떤 호텔로 해야 할 지와
고르는 데 기여한 장/단점을 정리해둔
문서를 들여다보니 참 쓸데없이 꼼꼼했다.
기억을 되돌려서 떠오르는 대로 적어보자면
와이키키 라인에 있는 곳으로 무조건 잡을 생각이었고
여긴 명소답게 이름이 익숙한 호텔들이 쫙 포진해있다.
나는 알로힐라니 리조트 와이키키 비치를 골랐는데
그 당시에 여긴 리모델링 한 지 얼마 안 된 곳이었다.
와이키키 해변이야 워낙 유명한 지역인지라
이 곳에 있는 호텔들은 낡은 건물들이 상당수다.
특히 힐튼. 객실 사진 보고 그저 한숨만.
근데 이 곳은 2017년 말에 완공된 곳이니
출국 당시에는 지어진지 반 년 된
따끈따끈한 새 건물이어서 골랐다.
여담으로 리모델링 전엔 이름이 퍼시픽 비치 호텔.
두 번째는 리모델링하면서 지어진 인피니티풀과
나이 미달로 술은 못 마시는데
(미국은 주별로 음주 가능 연령이 다르고
하와이 주의 경우 만 21세 이상부터 가능)
아무튼 라운지 바에 초대형 수족관이 있었다.
항상 호텔 내 수영장을 보고 호텔을 고르면서
정작 잘 가진 않는다는게 웃기긴 하지만
이 곳에 인피니티 풀이 있어 고른 것도 있다.
세 번째는 여러모로 위치가 괜찮았다는 점.
호텔에서 나가자마자 우측으로 한 10발자국 걸으면
바로 옆에 맥도날드가 있어 실제로도 야식 사먹기 편했고
정면으로 10발자국 걸으면 와이키키 해변이.
호놀룰루 공항에서도 차로 30분 정도 거리라
귀환편이 정오쯤이었기에 이 정도가 적당하다 싶었다.
이 사유 때문에 올라니 디즈니 리조트가 탈락.
공항하고 너무 멀더라고. 예산초과가 사실 주 이유인데
끝으로 주차도 생각 안 할 수가 없는데
새로 지은 곳 답게 주차장도 컸고
주차비도 1박당 30불.(발렛 50불)
이정도면 나쁘지 않은 딜이라 맘에 들었다.
하얏트 리젠시와 애스턴 와이키키는 선결제 50%를,
알라 모아나 호텔과 더 서프잭은 시설이 별로여서,
쉐라톤은 예산을 많이 초과해서 건너뛰었다.
쉐라톤 와이키키의 인피니티풀도 예쁜데.
역시나 체크인 시 신용카드가 아닌 수단으로
보증을 세울 수 있는지 확인을 했어야 했고
예약한 호텔스닷컴에 문의했더니
직접 호텔에다 그쪽에서 전화해서 알아보고
다시 나한테 가능하다는 답변이 왔다.
꽤나 신속하고 친절하게 해결해줘서
그 뒤로도 호텔 예약은 계속 호텔스닷컴에서만.
저렴하기도 여기가 더 저렴하고.
다만 고민이었던 게,
휴가철 되면 환율이 올라서
$1960.24로 잡혀있는 숙박비가
실질적으로 더 오르진 않을지,
게다가 카드로 결제하면 해외결제 수수료도 붙으니
미리 환전해둔 뒤 현금빵을 하자는 결론이 나왔다.
예약 당시의 환율로 바로 온라인 결제하는
옵션도 구비되어 있었지만 수중에 현금이 부족해
가서 결제하는걸로 일단 넘겨둔 상태였거든.
생애 처음으로 제대로 운전해보는 내가
주차 연습도 할 겸 발렛파킹은 과감히 포기하고
주차비와 보증금까지 합쳐서
$1960.24(숙박) + $200(4박 보증금) + $120(4박 주차)
= 총 $2280.24가 나왔다.
당시 환율로 계산하면 대략 250만원.
지금 와서 봐도 당기는 뒷골.
여권을 만들면서 국제면허증을
한 방에 같이 신청할 수 있기 때문에
일부러 운전면허부터 따고 여권을 만들었다.
20살이 무슨 군대를 갔다왔겠나.
미필이라 5년짜리 여권을 받고
국제면허증을 동시에 신청했다.
이 과정은 꽤 순탄했고 여권을 만들었으니
미국 입국을 위한 비자를 발급받을 차례.
찾아보면서 놀랐던 것은,
미국 입국을 위한 ESTA 신청은
한 군데가 아닌 꽤 많은 곳에서 받고
가격도 사이트별로 천차만별.
분명 공식 홈페이지는 있는데 말이지.
수수료가 원래 얼마인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나는 그 당시에 인당 4만 5천원을 줬다.
어디서 만들건 똑같은 ESTA이긴 한데
아무튼 가입 창구가 여러개여도 놀라지 말기를.
같이 갈 친구 것도 하는 김에 내가 신청 넣었다.
발급 승인 메일이 저렇게 날아오면
정말로 미국에 가는구나 싶은 기분이 확 든다.
여행자보험도 겸사겸사 들었는데,
하마터면 쓸 뻔 했지만 다행히 쓰진 않았고
다시 간다 해도 무조건 가입할 것 같다.
아무데서나 LTE가 신나게 터지는
대한민국과 달리 미국은 사정이 좀 다르다.
워싱턴D.C.같은 큰 도시가 아닌 다음에야
2018년 당시엔 아직도 촘촘한 LTE망이
전혀 구현되어 있지 않은 동네였고,
그래서 와이파이도시락도 예약을 했다.
물론 나는 비싼 돈 주고 로밍을 했기 때문에
전혀 쓸 일이 없어서 돈이 아까웠지만.
부모님 없이 처음, 그것도 몰래 출국을 준비했기에
1%의 문제 발생 가능성을 다 사전에 차단하고자
이것까지 빌렸지만 하나도 쓰지 않았다.
그 뒤로 해외 나갈때는 그냥 항상 로밍만.
어쩔 수 없이 로밍을 한 거긴 했는데
로밍 그 자체는 잘 한 것이었다.
선불유심을 구입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
어차피 하와이에 갈 정도의 금액이면
결코 작은 금액이 아닌데
로밍비 몇 만원 아껴 선불유심 사서 끼느니
속 편하게 로밍을 하는 게 낫다.
당시에 KT를 쓰고 있었는데
로밍은 정말 KT가 제일 나은 것 같다.
로밍 빼고 다 쓰레기같은 KT.
로밍 하나만큼은 SKT나 LG U+보다
인천공항 내 고객센터도 잘 되어있고
사용성 역시 뛰어나다.
사실 출국 전에 준비한 내용이 더 있긴 한데
더 길게 쓰자니 정말 너무 많아보이기도 하고
글로 옮기기는 조금 그런 내용도 있어서
출국 준비 이야기는 여기까지.
그렇게 시간이 흘러 대망의 출국 날.
출국 전날(7/16)에는 정말 내가 여길 가는건가
감이 안 왔는데 정말 간다.
위에 적었듯이 나는 저녁 비행기지만
명목상 국내 여행을 낮비행기로 가는 것이기에
아침만 간단히 먹고 집에서 짐을 챙겨 나왔다.
글을 쓰는 현재는(무려 24살이다!) 차 타고
뚫려있는 공항고속도로를 시원하게 쏘겠지만
그때만 해도 뚜벅이 신세였기에
송도 사는 지인과 점심을 먹으러
광역버스를 타고 - 지금같음 상상도 못할 - 송도에 갔다.
역시 물가만 비싸고 먹을 건 없는 송도답게
뭘 먹을지 한참 고민하다
그냥 눈에 보이는 퀘사디아 집에 갔다.
가격은 저렴하지 않았지만
맛은 그냥 먹을만 했다.
양이 별로 안 많아 보이는데
이걸 먹은 덕에 좀이따 새벽에
기내식까지 건너뛸 정도로
하루종일 계속 든든했다.
비싼 값은 한 건가?
송도에서 짧은 차 한잔과 식사를 마치고
택시를 불러서 공항으로 날아갔다.
지금은 길거리에서 운전을 **같이 하는
택시기사 여러분 덕분에
그 양반들 돈 벌게 해주기 싫어서
절.대. 택시 안 타는데
이때는 뚜벅이 신분이라
부득이하게 택시를 타고 갔다.
트리플스트리트부터 인천공항까지
택시비 대략 2만원 좀 넘었던걸로.
거기에 인천대교 톨게이트비까지 냈으니
피같은 내 돈이 너무 아깝다.
8시 20분 비행기니까
적당히 일찍 가서 체크인하면
비상구 좌석을 선점할 수 있으리라는
부푼 꿈을 안고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도착하자마자 후다닥 체크인했더니
비상구 좌석이 남아있단다.
얼른 우리꺼로 낚아채고
의기양양해서 발권을 마쳤다.
이때까지만 해도 출발 당일 일정은
예상한대로 그럭저럭 흘러가고 있었으...나
갑자기 좀 이따 문자가 온다.
하나투어측에서 내 항공편이
지연 출발할 것이라는 안내문을 보낸 것.
순간 뇌정지가 오면서 공항 전광판을 확인해보니
진짜였다. OZ 232 옆에 빨간색으로 '지연.'
어쩔 수 없었지만, 아시아나를 고른 내 탓이지.
비행기표를 끊고 들린 청천벽력같은 소리 :
아시아나가 기내식 파동으로 난리가 났단다.
내 비행기편도 영향을 받을까 내내 걱정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지연 출발 당첨.
이 사건으로 기내식 공급 협력업체 대표가
목숨을 끊는 일도 있었다. 유감이다.
사진에도 나오듯 지연 출발의 이유는
연계 항공편 상의 문제라고 적혀있는데
웃기게도 하나투어측의 안내문자엔
항공기 점검이 급히 필요해서 지연됐다 나왔다.
그럼 도대체 정말 지연된 이유는 무엇일까.
난 아직도 기내식 공급 문제 탓이라 본다.
평소같으면 기내식 제공 문제라고 고지하겠지만
하도 '아시아나 기내식 파동'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으니 언급을 피한 듯 함.
내 추측이 틀렸을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내 비행기편은 4시간이 밀려
원래 제헌절에 출발 예정이었던 게
자정을 넘어 7/18로 지연됐다.
이 문제로 아시아나측에서는
탑승객 전원에게 기내면세점 $100 바우처를
그냥 줬는데 나쁘지 않은 대처인 듯 하다.
사실 소비자 분쟁해결기준에 고지된 내용보다
터무니없이 작은 금액이긴 하나,
식사권 같은 고정된 사용처가 아닌
기내면세점에서 아무거나 고를 수 있는
바우처를 별 말 없이 그냥 준거라
에휴 한 번 하고 받고 넘어갔다.
난 이걸로 장관님 조공용 선물 샀음.
4시간이나 지연됐으니
8시 20분 출발에 맞춰서
공항에 온 나랑 친구는
꼼짝없이 시간을 보내야 됐는데
이 늦은 시간에 공항 밖으로 갈 데가 어딨나.
공항 벤치에 앉아 전화기나 들여다보면서
시간을 대충 때웠더니 어느덧 탑승시간.
그때나 지금이나 커피를 독하게 타마시는건
참 징한 내 습관 중 하나인데
기다리는 와중에 8샷 넣은 아메리카노
한 잔 시켜서 쭉 마셨다.
나에겐 생명수같은 존재랄까.
조금이나마 출발이 당겨지지 않을까
희망을 가졌지만 그런 건 없었다.
떠나는 순간마저도 순조로운 건 없다.
준비하는 와중에도 우여곡절이 많았고
참 신경쓸 게 한 두가지가 아니었는데
곱게 다녀오긴 역시 글렀나 보다.
비행기에 타니 그래도 설레는 건 못 숨긴다.
난 공항에 5시 반 경에 도착해서
일찍 체크인을 진행했는데,
운이 좋게도 비상구 좌석이 남아있어
좀 널찍하게 앉아서 갈 수 있게 됐다.
커피를 진탕 빨더라도
나는 머리 대고 눈 감으면 바로 자는 편인데
살면서 처음 가보는, 그렇게 가고싶었던
하와이에 정말로 가게 돼서 그런지
졸음이 싹 가셔서 멀뚱멀뚱 있었다.
꿈보다 더 꿈만 같은 현실.
어차피 내가 더 많이 깨어있을테니
창가에는 내가 앉고, 옆에는 친구가.
가는 비행기편은 장장 9시간 10분간
땅으로부터 작별해야 한다.
잠시 후 기내식이 나왔는데
기내식 파동이라더니 파동 수준이
거의 지진파 수준으로 심하긴 했나보다.
이게 뭐지? 싶을 정도로 부실했고
맛대가리 없는 구성품으로 그득했다.
매쉬드 포테이토도 아니고
그냥 삶은 감자와 당근, 브로콜리에
정체불명의 소스를 끼얹어놓은게 주식.
감자 빼고 다 골라냈다. 난 당근이 싫으니까.
당근도 싫은데 브로콜리는 더 싫다.
옆에 있는건 더 싫은 새우 얹은 풀떼기.
샐러드 흉내는 인간적으로 좀 내야 하지 않나.
글 말미에 와서 갑자기 폭주하는데
사진으로 지금 다시 봐도
기내식의 수준이 정말 처참하다.
결국 감자 몇 조각과 빵 좀 집어먹고 치우고
주스나 달라고 해서 마시고 말았다.
기내식도 이 모양이고,
솔직히 잠으로 시간을 때우는 게
길고 긴 비행시간을 처치하기 최고인데
잠이 들더라도 선잠 자듯
자꾸 깨서 그냥 노래나 들으면서 갔다.
이게 곧 불러올 후폭풍은
꿈에도 모른 채로 말이지.
착륙할 때가 다가오자
창밖의 풍경이 흰색 양탄자에서
끝없이 펼쳐진 파란 태평양을 거쳐
오하우 섬 상공으로 바뀌었다.
착륙이 가까운 상태에서
폰의 비행기 모드를 해제하자
처음에는 T-Mobile이 잡히길래
큰 일 났 다... 싶었는데
다행히도 완전히 착륙하고 시간이 지나니
AT&T로 통신사가 바뀌었다.
감동의 첫 발자국을 내딛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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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인 광경.
출입국심사부터 시작하는
도착해서부터의 이야기는 다음 글에.
원래 3편으로 나눠서 쓸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가서도 별 일이 다 있었기 때문에
하나씩 적다 보면 분량이 얼마나 될 지.
미리 스포를 살짝 하자면
아쉽게도 날씨가 늘 좋지는 않았다.
4박 6일이라 짧은 듯 싶으면서도
따지고 보면 한 것도 적진 않은
좌충우돌 난생처음 가보는 하와이 여행기
언제 쓸 지 모르는 다음 글에서 계속.
이거 한 편 쓰는데도 열 시간 가량 걸렸다.
후....
*Nui ko'u naau : 하와이어로 '가슴이 웅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