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2024년의 가장 큰 이슈
차세대 팰리세이드, 이름하여
디 올 뉴 팰리세이드가 공개됐다.
이 차로 말할 것 같으면
출시하면 없어서 못 팔
아빠들과 중년 남성들이 돈 보따리 들고
줄을 지어 사갈 그런 차량.
현행 팰리세이드(LX2)는 솔직히
승차감이나 갖춘 파워트레인이나
약간 부랴부랴 만든 티가 없잖았고
그럼에도 그런 점이 반영된
굉장히 저렴한 가격과
넉넉하고 듬직한 차량 크기가
성공적인 판매량을 일구어냈다.
이제 이 디 올 뉴 팰리세이드는
전에 없이 완전히 새로워졌으며,
또 현대자동차에서 팰리세이드가
엄청난 효자 상품인 걸 알았으니
정신 차리고 목숨 걸어가며 만들었겠지.
그런 디 올 뉴 팰리세이드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디자인부터
우선 공개된 오늘, 먼저 둘러보자.
디 올 뉴 팰리세이드가
정식 공개되기 이전에
돌아다니던 연구소의 테스트카는
레인지로버를 닮은 실루엣이라고
말이 많았는데, 공개된 사진을 보니
이변 없이 진짜였다.
디 올 뉴 싼타페의 DLO 라인과
유사하지만 뒷쪽으로 더 누운 형태에
윗쪽에다가 크롬칠을 해놓으니
싼타페의 형님이라는 티를
외관에서 팍팍 내고 있는데
이 크롬띠가 지붕과 차체를
시각적으로 분리시켜놓으면서
C,D필러의 기울기와 테일램프,
그리고 뒷 모습 전반의 요소들이
구형 레인지로버(L405)와 판박이이니
대놓고 베꼈다는 인상이 팍팍 듬.
난 설마 현대차정도 되는 규모의
큰 회사가 이렇게 레인지로버와
거의 똑같아보이는 외모로 낼까 했는데
설마가 역시나 사람 잡는다.
표절 논란(?)은 그렇다 치고,
레인지로버를 닮았다는 점은
팰리세이드에게는 긍정적인 요소로
거의 작용하는 것은 사실이다.
레인지로버가 팰리세이드를 닮으면
상당한 문제가 되겠지만,
팰리세이드가 레인지로버를 베끼면
주 구매층들은 신이 날 뿐이지.
근데 내 생각에 이런 실루엣의
유사성 뿐만 아니라 디 올 뉴 팰리세이드가
레인지로버같은 느낌을 주는 큰 이유는
기교 없는 깔끔한 면 처리와
그에 따른 순수한 부피감, 덩어리감에
중점을 둔 디자인이기 때문이다.
실물을 봐야 최종 판단이 되겠지만.
핵심 모델인 레인지로버를 포함하는,
재규어랜드로버 그룹의 디자인 수장인
제리 맥거번은 나이가 좀 있는 사람이라
디테일과 포인트보다는 비례감,
우아한 실루엣에 목숨 거는 디자이너.
디 올 뉴 팰리세이드도 공개된 사진 속에선
적어도 굉장히 통상적인, 후륜 구동 기반의
고급 SUV같은 비례감이 꽤나 돋보인다.
전륜 구동 기반 차량인지라
프레스티지 디스턴스(앞 휠하우스와
앞 도어 사이의 거리)가 짧지만
요즘 후륜 구동 기반 차량들도
이거 짧게 나오는 차들이 꽤 돼서
전륜 구동 기반 차량으로 이만큼 뽑았으면
정말 선방한 것으로 나는 보인다.
다만 양심적으로 저 테일램프
생겨먹은 것은 정말 너무 대놓고 베꼈다.
실내로 자리를 옮겨보면
드디어 12.3" 디스플레이 두 장을
대시보드의 크래시패드 속으로 넣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S-클래스(W222)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유행시킨 이 레이아웃은
저가형 브랜드는 보통 따라하더라도
디스플레이를 돌출형으로 만든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었는데 드디어 현대도.
사실 그렇게 주로 만드는 이유는
저가형 차량은 차 사이즈가 작기도 하고
아늑함보다는 시원시원하고 넓어보이는 게
차량 판매에 더 도움이 되어서겠지.
주로 내장재 품질 혹은 실내 디자인에
자신이 있거나 차량 사이즈가
기본 이상 하는 회사들이 이런 식의
파묻힌 디스플레이 디자인을 택해왔는데
드디어 현대차도 ccNC 탑재 이후
처음으로 이런 형식의 실내를 골랐다.
앞좌석을 통으로 감싸는
이 넓은 면처리의 디자인은
메르세데스-벤츠 GLB가 생각남.
조수석 전면 크래쉬패드에
아래에서 위로 빛이 점등되는
특유의 분위기까지 난 비슷해보이는데
송풍구와 그 주변의 포인트 장식은
어디서 본 것 같은 그런 느낌인지
한참 생각해보니 포르쉐 911(996)?
아니면 지프 계열의 차량같은 느낌.
스텔란티스 그룹의 냄새가
꽤나 짙게 나는 부분.
센터 콘솔이 왜 저런 형식이냐면
9인승 차량의 경우 센터 콘솔을
뒤로 젖혀서 시트로 쓸 수 있다.
예전의 3 + 3 + 3 레이아웃이 돌아옴.
버스들과 카니발들이 점령중인
버스 전용차로에 신흥 강자가 출현할 예정.
난 버스 전용차로가 타고싶은데
곧 죽어도 미니밴은 싫다 하면
유일한 선택지가 딱 이거이니
한 달에 못해도 1만대씩은 팔지 않을까?
국민차 그랜저의 아성을 과연
디 올 뉴 팰리세이드가 뺏어올 수 있을까?
디 올 뉴 팰리세이드는
현대차의 대형 SUV인만큼
디 올 뉴 그랜저와 함께 현대차의 기함.
그랜저가 국민차라지만 여전히
현대자동차 내에서는 간판 차량인데
이제 '팰리세이드' 명패도 그리 될 수 있을 지.
최근 마찬가지로 공개한
아이오닉 9의 실용적인 부분들을
팰리세이드도 상당히 많이 가져왔는데
최대 100W까지 끌어다 충전 가능한
USB 포트 및 양문형 콘솔박스,
대용량 컵홀더 등을 갖추었다.
전기차도 아닌데 충전 포트 출력이
100W까지 나오는 세상이라니
신차가 좋긴 좋다.
전면의 그릴은 약간 생소한 모습인데
기아차가 호랑이코 그릴과
어퍼짓 유나이트인지 뭔지를
통일 시켜 전 라인업에 두루 입히는
전략과 현대차는 완전 반대로 가는 중.
현대차의 SUV들은 마스크가
제각각 따로 놀고 있는 상태인데
누가 더 옳은 전략인지 시간이 알려주겠지.
더 뉴 투싼(NX4 PE)과 디 올 뉴 싼타페(MX5),
디 올 뉴 팰리세이드(LX3) 세 차종이
전면부가 완전히 상이하잖아.
세단은 심리스 호라이즌이라고
쏘나타 디 엣지와 디 올 뉴 그랜저,
심지어 아반떼까지 일자형 디자인 큐를
통일중인데 SUV는 자기 주장들이 강하다.
기아차는 승용 / SUV 가리지 않고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으레 하는
패밀리룩 구축에 애쓰고 있지.
최근 공개한 더 뉴 스포티지는 물론
더 뉴 쏘렌토도 마찬가지.
그동안 현대차가
싼타페(TM)부터 DRL과
헤드램프를 분리한 디자인을
아주 열심히 밀어왔는데,
그게 어느 순간부터 DRL의 면적이
헤드램프보다 훨씬 넓어지면서
어떤 게 헤드램프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전세가 역전되더니만 이제
디 올 뉴 팰리세이드에서 쐐기를 박았다.
저 넓다란 면적의 헤드램프스러운
네 개의 바는 DRL이고,
실제 헤드램프는 그릴과 DRL 사이에
작게 숨어있다. 이래도 되나?
눈은 안 보일 정도로 작아지고
눈썹만 죽어라 짙게 그린 모습인데
으음...
디 올 뉴 팰리세이드는
왈가왈부 안 해도 무조건
판매량이 대박 날 게 확정인 차종.
디자인을 둘러본 결과
영국차와 독일차의 특징이 곳곳에 보임.
다만 그러면서 여전히 현대차스러운
면모가 실내외 곳곳에 녹아있어
현대차가 작정하고 현대차의
대표 고급 SUV로 디 올 뉴 팰리세이드를
자리매김시키고자 애쓴 흔적들이 티 난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현대차는
위에 제네시스가 있기 때문에
하극상은 절대 허락하지 않겠다는
그런 느낌도 어느정도 주는데,
대표적으론 아이오닉 5와 동일한
도어트림 디자인 정도.
좀 더 오밀조밀하게, 이쁘장하게
꾸밀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이렇게 한 것은 제네시스를 너무 의식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단순하다.
이번에 9인승 모델을 추가한 것도
판매량을 아주 끝가지 착즙하겠단
그런 의지가 굉장히 돋보이는데
오죽하면 보도자료에다 대놓고
'9인승 선택 시 개별소비세 면제,
사업자의 경우 영업용 승용차로 등록 시
부가가치세 환급 혜택 有' 라고 써놓겠나.
바꿔말하면 '여러분 이거 사세요.'
대박나기 위해 태어난
디 올 뉴 팰리세이드,
실 차량을 보고 또 타보게 되면
시승기로 돌아오리라.
안 그래도 시국이 어지러운 요즘인데
난세에 등장한 풍운아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