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 요즘 불경기라
차가 안 팔리긴 하나보다.
그 콧대 높던 메르세데스-벤츠가
이런 불경기에조차 러시아 수출 물량때문에
여전히 웃돈이 붙어있는 G400d의
후속 차량인 G450d 행사를 크게 열음.
예전같았으면 유니콘 수준으로
실물이 보기 힘든 차가 됐을 텐데.
이 신형 G450d는 얼핏 봐선
전작과의 겉모습 차이가 거의 없어 보인다만
실제로는 많은 것이 달라진 완전 신형.
바로 직전 모델이 코드네임 W463이었는데
W463 Gen.2로 명명되었었다.
최초의 W463은 1990년에 출시됐거든.
그럼 사실상 한 모델을 페이스리프트 한 번 거쳐
34년을 우려먹은 셈이 되는 거다.
그래서 이번 신형 G-클래스의
코드네임은 W465로, 살짝 바꿈.
지들이 생각해도 W463 Gen.3은 좀..
너무 우려먹는 티가 나는 것 같았나보다.
슬쩍 보니 새 G450d에는 이 차의 고객이
체감할만한 유의미한 차이가 꽤 많이 생겼다.
G-클래스는 물론 그런 요소 하나하나
굳이 따져가며 타는 차가 아니지만
신형이 나왔으니 한 번 알아봐야지.
그래서 이번 글은 G450d 둘러보기.


G-클래스가 시대를 막론하고
늘 사랑받는 데에는 이유가 여러가지지만
역시 G-클래스는 디자인 빼면 시체지.
그러하니 당연히 디자인부터 다뤄야.
하지만 외관 디자인을 봤을 때
도대체 이번에 뭐가 달라진 것인지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은
진성 메르세데스-벤츠 빠가 아닌 이상
거의 없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약간의 터치만 좀 해준 수준.
911은 맨날 생긴게 똑같다면서
포르쉐 디자이너들은 놀고먹는다고
우스갯소리 하는 이들도 많이 있는데
내가 봤을때 그 분야의 끝판왕은 G-클래스.
전면부의 변화가 전체 디자인 중
가장 크게 바뀐 포인트인데 그릴이
현재 메르세데스-벤츠 내 다른 차종들처럼
여러 개의 크롬 바로 촘촘하게 막은 형태가 됨.
원래 G400d는 좀 더 굵고 큼직한
3개의 바가 존재감을 과시했었는데
이번엔 외관상 큰 차이는 아니지만
약간 더 화려해보이고자 했음.
이번에 시리즈 최초로 출시된 전기차 버전인
G 580 with EQ 테크놀러지의 이름과 같이
다분히 중국시장을 의식한 듯한 행보.
근데 중국 경기가 요즘 엉망진창이라
고가 차량들 판매가 예전같지 않은데..
앞범퍼의 디자인도 바뀌었다.
좌/우의 흡입구는 원래 두 개로
나뉘어 있었는데 이제 하나로 합쳐졌고
흡입구 내부는 가운데 흡입구까지 전부
모서리가 둥근 네모 패턴으로 채워짐G.
똑같은 패턴으로 그릴을 구성하는 건
최근 출시된 마이바흐 차량들에 많이 보이는데
설마 메르세데스-마이바흐 G 680
이런 것도 나중에 만들 작정인건가?
예전에 한정 판매한 적 있는,
G 500 4x4²를 기반으로 한 다음
앞에 V12를 얹고 컨버터블화했던
마이바흐 G 650 란둘렛 이후로
마이바흐 산하의 G-클래스는 아직
출시된 바 없는데 가능성 있어보임.
얼마 전에 미국에서 공개한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L 680도 그렇고
메르세데스-벤츠 그룹이 현재
S 580, GLS 600 등 마이바흐 브랜드를
종전보다 더 낮은 가격대로 끌어내려
접근성을 개선하면서 일반 메르세데스보다
돈은 더 받으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데
SUV 라인업은 확실한 킬러가 없단 말이다.
마이바흐 GLS 600이 레인지로버의
고장 및 신뢰성 리스크에 질린 이들을 상대하고자
럭셔리 SUV 치고 비교적 저렴한
2억원 중후반대에 현재 포진중인데
메르세데스-벤츠를 정말 좋아하는 나 조차도
레인지로버와 마이바흐 GLS 600 둘 중에
뭘 고르겠냐 하면 뒤도 안 돌아보고
무조건 레인지로버. 두 번 골라도 레인지로버.
GLS라는 차종 자체가 대단한 위상이나
특출난 장점, 이미지란게 없는 차량이라
마이바흐로 만들어도 사람을 막 끌어당기거나
3억 원에 가까운 거금을 지불하고도
꼭 손에 넣고싶은 그런 차가 아닌데
레인지로버는 정말이지 대체가 불가능한 차종.
이제 G-클래스를 정식으로 마이바흐화하면
아이코닉한 G-클래스의 특징을 모두 가지면서
극강의 럭셔리함 및 메르세데스-벤츠의
신뢰성까지 가져간다? 내 보기에 3억 중반 이상도
한 번 과감하게 불러볼 만 하다 본다.
지금은 럭셔리 SUV가 대부분 2억 ~ 3억 초반에
거의 다 포진해있기 때문에 그런데
돈을 더 받아야 할 시점인 5 ~ 10 년 후가 되면
메르세데스-벤츠 그룹에게 제일 좋은 방법은
마이바흐 G-클래스를 출시하는 것.
치장 좀 더 하고 꾸민 GLS론 3억 5천 못 받아.
다만 이번 W465는
G 63 AMG를 제외하면
전부 직렬 6기통으로 엔진이 바뀌었는데
마이바흐 G-클래스가 나오면
V8이나 V12를 과연 얹을까 싶다.
난 그래서 이번에 전기차 버전을
뜬금없이 G 580으로 이름 붙인 궁극적 이유가
마이바흐 버전 G-클래스는
마이바흐 G 680로 하기 위한 포석같음.
이번에 나온 마이바흐 EQS 680 SUV처럼.
단순히 8이란 숫자를 중국이 좋아해서
주력 시장이 될 중국 입맛에 맞춰
G 580으로만 짓고 끝낼 게 아니고
좀 더 멀리 내다본 게 아닌가 싶은거지.
전기 마이바흐 G-클래스가 나오면
중국에서 엄청나게 사들이겠지만
중국은 이미 하락세에 들어갔고,
그 자리를 대체할만한 게 인도? 혹은
동남아 신흥국의 부자들 정도 아니겠나.
인도는 이미 공기 나쁘기로 유명하고
동남아 주요 도시들도 마찬가지라
그들이 마이바흐 G-클래스를 열심히 사줄
2030, 2035년쯤 되면 아마도
전기차 아니면 번호판 안 주지 않을까.
중국은 이미 전기차 아니면 번호판 받기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라고 하니까.
전통적인 유럽의 부유층은
환경 규제 열심히 거는 유럽 출신이고
미국의 부유층이 많이 사는 캘리포니아도
배기가스 규제 하면 제일 앞장서는 곳이니.
G450d 얘기하다 갑자기 딴소리를
이렇게 구구절절 길게 쓰다니.
내 예상이 맞을 지는 시간이 알려주겠지.


그럼 실내 디자인은 어떤가.
실내 디자인은 바로 직전에 팔던
W463 Gen.2와 완벽 판박이이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만 업그레이드됐다.
기존 G-클래스는 버전명
NTG 5.5라는, COMMAND 시스템을
2023년까지 줄창 우려먹고 있었는데
그래서 디스플레이가 터치스크린이 아니었다.
요즘 시대엔 뒤떨어지는 그 커맨드 시스템이 올라가있는
E-클래스를 타고다녀보니 평소엔 괜찮은데
결정적일 때 좀 짜증나긴 하더라고.
그걸 최근까지 판매한 G-클래스가
여전히 쓰고 있었는데, 이젠 아니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엄청나게 큰 개선.
이제 MBUX(NTG 7)이 탑재됐는데,
이 G450d는 갓 출시된 차량임에도
비슷하게 요즘 나온 메르세데스-벤츠의
NTG 8보다 한 세대 구형 인포테인먼트다.
이런 곳에서 레트로하면 안 되는데.
신형 E-클래스(W214)에 들어간 그
널찍하고 각종 필요없는 기능들 추가된
새 MBUX는 아쉽게도 여기 없다.
근데 뭐 G-클래스 운전석에 앉아서
Zoom 화상 회의를 할 것도 아니고
어정쩡한 게임을 할 것도 아니니
이만하면 아주 장족의 발전.
G450d만 해도 2억에 육박하는
1억 8500만원짜리 차량인데
이걸 타고다닐 수 있을 정도면
차 안에서 Zoom 회의를 하고 앉아있을 게 아니고
회의해야 할 대상을 본인 사무실로 부를
능력이나 급이 되겠지 아무래도?
그 외 디자인적인 면은
바뀐 게 하나도 없는데,
클래식하니 좋고 또 내가 아끼는
지난 세대 E-클래스와 CLS의 인테리어 테마를
기초로 오프로더 성격에 맞춰 꾸민 것이라
아주 막 호화스럽지는 않지만 꽤나 럭셔리함.
호화롭고 보들보들한 느낌 즐기며
산등성이 한 가운데 서 있고 싶으면
레인지로버가 이미 있으니 그걸로.
걘 근데 차가 고장나서 서 있을 수도..


신형 G450d의 다른 큰 개선점은
바로 승차감이다. 사실 이게 킬러.
아 이게 메르세데스-벤츠 정도가 되니
바디-온-프레임 구조에 일체형 뒷 차축으로
이런 말도 안 되는 승차감을 낼 수 있구나.
흔히 바디-온-프레임 구조의 차량들은
방지턱이나 교량 등을 넘어갈 때
억 소리 나는 큰 충격이 올라오는 등
특유의 거친 감각이 분명 존재하는데
신형 G450d에선 거짓말처럼 사라진다.
많은 이들이 의외로 생각할 텐데
G450d는 차값이 2억에 근접함에도
에어매틱이 적용되지 않은 차량이다.
이런 고가 차량에 에어 서스펜션이
탑재되지 않았다니 실망할 법 하지만,
타보기 전까지 섣부른 판단은 금물.
이 차량은 현재 오프로드 타이어가
신겨져 있음에도 체감상 승차감은
이전 세대 E 300 4Matic(W213)과
얼핏 비슷하게 느껴질 정도로 대단하다.
오히려 코일 스프링을 사용해서
메르세데스-벤츠다운 느낌이 더 살아있다.
늘 강조하지만 에어매틱이 달린다고 해서
메르세데스-벤츠 내에서조차
무조건 승차감이 좋아지는 것이 아님.
조만간 올라갈 EQE 500 SUV는
에어매틱인데 이렇게 단단하게 만든 벤츠는
AMG 라인업을 제외하고선
나 생전 처음 타봤음.
또 이런 험로를 주파하는 차량들은
매끄러운 것이 오히려 어색할 판인데
메르세데스-벤츠는 역시나 언제나처럼
메르세데스-벤츠 특유의 느낌을 잘 살렸다.
대부분 기름막 위를 슬슬 미끄러져가는
그런 부드러움이라고들 표현하는데
이런 각진 생김새에 흙밭을 막 헤집는 차가
똑같은 느낌을 준다는게 소름돋음.
근데 그게 메르세데스-벤츠의 장기이다.
넓은 가격대와 넓은 차종군을 다 만들면서
'메르세데스-벤츠다움'을 한결같이 심는 거.
경쟁사로 지목받는 BMW나 아우디,
심지어 더 고가의 브랜드들도 이건 못하거든.
부분적으론 유사하지만 일치도가 5할을 넘진 않는데
메르세데스-벤츠는 제일 작고 저렴한 A-클래스와
브랜드의 기함 S-클래스, 컨버터블 AMG SL 63
그리고 이 G450d까지 슬슬 나가는 느낌이
놀랍게도 일관되게 거의 다 똑같다.
물론 S-클래스는 극강의 부드러움을 자랑하는지라
차급과 가격에 따른 말캉함의 정도의 차이는
모델 간 존재하지만 뭘 타도
'아 내가 메르세데스-벤츠를 탔구나'
하는 느낌은 무조건 받을 수 있다고.
예외적으로 GLB와 GLE 쿠페는 영 꽝인데
자식이 몇십 명인데 완벽하게
모든 걸 다 챙길 순 없는 노릇.
어쨌든 G450d의 승차감은
이제 트럭 기반의 차량이라고 누가 믿겠나
싶을 정도로 좋아져서 편안하다.
장르는 좀 다르지만, 바디-온-프레임 구조고
프리미엄 차량인 점은 동일한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도 나 타보았는데,
에스컬레이드는 오히려 바디-온-프레임 구조인
티를 완벽히 가리려고 너무 애를 쓴 탓에
그 큰 차체가 약간 사방으로 기우뚱거리는게
운전하면서 살짝씩 거슬렸었는데,
G-클래스는 차 자체가 그보다 더 작은 덕도 있지만
막 정말 죽어라 노력하지 않아서
차체 움직임이 분명 더 있음에도 깔끔하다.
메르세데스-벤츠 가문의 유전자빨?
에스컬레이드를 타봤을 당시에
'중년 아저씨들이 꽂혀서 사고싶어하는데
와이프 태워봤더니 멀미해서 못 산다'는
말이 정말 십분 이해가 되더라니까.



오프로딩에 대해서는
말 하는게 입 아플 정도의 차량이
바로 이 G450d이지만,
그래도 언급을 안 하고 넘어갈 순 없지.
그냥 끝내준다.
끝. 더 할 말이 있나?
라고 말하면 섭섭하니
새로 추가된 기능 잠시 읊고 가겠음.
오프로드 모드를 활성화하면
새롭게 추가된 오프로드 콕핏이
인포테인먼트 화면에 뜨는데,
여기에 각종 실시간 차량 정보와
차량의 기울기 등 상태도 알 수 있음.
그리고 투명 보닛 기능도 생겨서
바닥에 무엇이 있는지 확인 가능.
G-클래스의 운전석은 다른 차랑 달리
사각지대가 상당하기 때문에
이거 오프로드 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도심지에서도 꽤나 유용할 것 같다.
차량 하부에 카메라 달렸다기보단
처음에 모니터에 이걸 띄운 순간부터
전방 하부를 찍기 시작해서
차가 움직이면 그 움직이는 속도를 맞춰
영상을 보여주는 기능인데,
단순한 아이디어 같지만 꽤나 쓸모 있음.
전에 타본 랜드로버 디펜더나
레인지로버도 이런 걸 갖추고 있던데
오프로딩이 컨셉인 차량들의 최신 트렌드.
거친 험로 주파에 필요한
로우 기어나 디퍼렌셜 락 등은
당연히 모두 갖추고 있는데,
사용법은 버튼을 누르면 끝.
그리고 얼마나 잘 작동하는지는 사실
운전하는 이(차량 소유주)는 모른다.
그냥 내가 타고 있는 G-클래스가
엄청난 험로도 쑥쑥 잘 가고있을 뿐.
기능은 원래 진보할수록
그 존재감은 점점 사라지거든.



G450d 둘러보기라면서
딴소리만 왕창 했으니까 마지막으로
G-클래스에 대해서 하나만 더.
요즘 세상은 뭐든지
아주 빨리 변하는 세상이지만,
자동차 세계에서는 때론
바뀌지 않아서 좋을 때도 있다.
아니, 생각해보니 많다.
'독일차들 날이 갈 수록 맛이 간다'
이 얘기는 어제오늘 나온 말이 아닌데,
정말이지 메르세데스-벤츠를 포함해서
독일 3사는 전부 15 ~ 20년 앞으로 좀
제발 돌아갔으면 좋겠다.
그때는 지금같이 독일차스러운 질감이
이렇게까지나 희석되지 않았었는데.
그런 와중에 이 G450d는
언제나처럼 한결같이 G-클래스이고
메르세데스-벤츠에 끌릴 수 밖에 없는 이유도
차가 바뀌지 않은 탓에 잘 보존하고 있다.
당연히 최신 기술은 지속적으로 하나씩
세대를 거듭할수록 업데이트가 되고 있지만,
근본적인 차량의 스타일과 감각은 요지부동.
그 점이 너무 마음에 든다.

그래서 G-클래스는 정말
이만한 차가 세상 어디에도 없음.
이 차가 2억이라고 하면
헉 소리 날 법도 한데,
현실은 못 사서 난리니까.
실내는 반 값도 안 되는 GLC보다도 좁고
옵션은 그 정도 수준밖에 안 되며
차값이 이런데 에어매틱도 아닌 이 차가
사람들로 하여금 2억을 내라
설득할 수 있는 이유?
바로 G-클래스여서.
아무데나 여유 넘치게 갈 수 있는,
남자들의 모험가 정신을 자극하는
그런 차량이면서 동시에 메르세데스-벤츠.
나한테 실질적으로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이 남겨두는 것이 럭셔리의 본질인데
G450d, 모든 곳을 갈 수 있단
자유와 해방감의 상징 측면에선
럭셔리의 끝판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