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마니아들에게 꿈이란 무엇일까?
때론 슈퍼카를 타고 펼치는 무지막지한 질주를 꿈꾸기도,
때론 지붕을 활짝 연 컨버터블을 타고
유유자적 풍경과 분위기 감상하는 것을 꿈꾸기도.
하지만 내가 탈 차를 직접 고를 땐
그런 꿈은 가슴 한 켠에 고이 접어두고
늘 실용성과 유지비용, 실내공간과 옵션 등
현실적인 문제만을 따져서 사게 되는 경우가 절대다수.
마음이 시킨 차를 고를 수 없다는 게
참 가슴아픈 문제지만, 대개 그런 차량들은
실내도 좁고 승차감이 나쁘며, 운전하기 불편한데다
와이프에게 허락을 받아내기도 어렵다.
꿈을 향한 내 선택을 발목 잡는 이런 문제들은
그동안 '고성능차'라면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게
당연하게 여겨졌는데, 오늘에서야 그 공식을 깬다.
소개하자면,
BMW M3 컴페티션 투어링 with M xDrive.
이름 한번 아주 징하게 길고 길다.
경쟁사도 이러는거 보면 독일차 전반의 유행인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차는 투어링.
국내에선 '짐차'로 더 많이 알려진 왜건인데,
앞에 M3라는 딱지가 붙고,
뒤에 M xDrive라는 부연설명이 붙었다.
큰 적재공간을 가진 왜건 타입의 차체가
퍼포먼스 세단의 대명사 M3과 만났고
이걸 뒷받침하기 위해 사륜구동까지 더해졌다.
언뜻 보면 실패할 위험이 높은 도박이지만,
짧지 않은 M3 역사상 첫 왜건이라니
자동차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흥분할 만 하다.
과연 BMW는 사상 최초의
M3과 투어링, xDrive의 조합을
어찌 훌륭하게 풀어냈을까 궁금하지?
나 역시도 출시 직후부터 매우 궁금했고,
그래서 역시나 이번 시승기도 트랙 테스트.
저번 M2 CS 트랙 테스트때는
아쉬운 이야기를 꽤 했었는데,
환골탈태했다는 G8x 섀시 코드 M3/M4는
이번에야말로 M 브랜드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지.
M3은 원래 굳이 외모를 논할만한 차량이 아니었는데,
이번 세대 M3는 공개 직후부터 논란이었다.
그 이유는 전면 마스크의 커다란 그릴 때문.
최초 공개 당시엔 나도 정말 싫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이만하길 다행이다 싶다.
그건 바로 M3가 아닌 일반형 3시리즈(G20)가
LCI를 거치면서 내 마음에 안 들게 못생겨져서.
3시리즈는 LCI 때문에 얼굴이 바뀌었고
기존의 날렵하던 마스크에서
다소 넙데데한 인상으로 개악되었는데
M3은 전용 범퍼 및 헤드램프 때문인지
LCI를 거쳤음에도 변동이 전혀 없다.
그러니 오히려 M3의 낯설던 얼굴은 익숙해지고
3시리즈는 안 좋아졌으니 M3가 낫단 기적의 논리.
최근 2차 LCI 차량이 공개되면서
이제 코로나링이 없어지고 ㄱ자형 DRL로 바뀌어
옛 BMW 전통과 거의 작별을 고했는데,
그것도 불만이라 난 사진의 이 차가 딱 좋다.
테스트 차량의 색상은 스카이스크래퍼 그레이.
내가 정말 좋아하는 색상인데, 내 기억상
첫 선을 보인게 지난 세대 5시리즈(G30)이
LCI를 거칠 당시이다. 은회색 특유의
깊은 느낌과 메탈릭한 광택이 잘 살아있어서
M3 투어링에도 아주 찰떡같이 어울리네.
포르티마오 블루같은 쨍한 파란색이나
아일랜드 오브 만 그린같은 짙은 초록색도 좋지만
야수의 심장을 품은 데일리카라는 차량 특성상
이 스카이스크래퍼 그레이나 블랙 사파이어 메탈릭
이 두 색상이 가장 궁합이 좋지 않나 싶다.
난 보통 이런 유광 블랙 장식이 많은 차는
흰색을 주로 선택하는 편인데,
적응이 됐다지만 여전히 큰 콧구멍의 부각때문에
알파인 화이트는 난 이번엔 좀 그닥.
실내로 들어서면 화사한 오렌지색이 날 반겨준다.
실내 색상은 카얄라미 오렌지라는 색상으로,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카얄라미 서킷에서 이름을 따옴.
M3는 3시리즈를 기반으로 한 차량인만큼
3시리즈의 인테리어를 거의 그대로 가졌는데,
사실 솔직하게 말해서 '3시리즈 인테리어'라고 하면
특별히 고급스럽거나 좋은 이미지가 연상되진 않는다.
그걸 M3 투어링은 좋은 가죽 재질과
탄소 섬유 트림으로 극복코자 했는데,
생각보다 이 두 가지 변경점의 효과가 크다.
일단 이 오렌지색 시트는
일반 3시리즈와 달리 메리노 가죽.
3시리즈는 M340i까지 올라가봤자
차급의 한계때문에 고작 버네스카.
버네스카 가죽은 나쁘진 않지만 좋지도 않은데
M3는 BMW 중에서 제일 상위급인 메리노.
내가 BMW 메리노 좋아한다는 건
그간 올린 글들에서 여러 차례 밝힌 바 있으니
더 입아프게 설명할 필요 없을 듯.
메리노 가죽 고유의 매끈한 부드러움을
3시리즈 계열 차량에서 느끼다니 엄청난 호사.
사실 7시리즈에 적용된 메리노만큼의
끝없는 고급스러움은 아니지만,
이정도면 차량 가격(1억 3490만원)에
어울릴 정도의 가죽 품질은 된다.
흔히 BMW라고 하면, 지불하는 금액은
대부분 주행품질에 들어가고
인테리어 디자인이나 내장 품질에는
다소 인색하다 느끼는 게 맞았었는데
M3 투어링은 시각적, 촉각적 품질에 충실하다.
M3 투어링(G81)은 사실 늦게 나온 차종이라
1차 LCI가 진행된 3시리즈(G20)을 기반으로 하는데,
그래서 iDrive 8이 기본으로 탑재되었다.
iDrive 8은 확실히 정신사납고
정리가 안 된 느낌이 다소 강하지만,
큼지막한 14.9" 인포테인먼트 화면은 시원하니 좋다.
공조 조절만큼은 따로 버튼으로 빼주면 좋았으련만.
기본형 3시리즈는 이제 기어레버가 없어지고
흔적기관같은 딸깍이가 P-R-N-D 변경을 담당하는데
M3 투어링은 MHP 차량이라 여전히
정상적인 기어레버가 당당히 자리를 차지 중.
그리고 드디어 P 버튼이 아예 버튼으로 생겼다.
기존에는 P 상태란 개념이 없다시피했어서
처음 타면 당황하기 쉬웠었는데
이제 일반적인 BMW와 동일하게 P단은
버튼을 눌러서 작동시키면 그만.
M3 투어링의 경우 국내 수입 차량은
M 카본 버킷 시트가 적용되지 않아 약간 아쉽.
M 카본 버킷 시트는 생긴 것도 본격적이고,
착좌감도 버킷 시트 치고 크게 흠잡을 일 없거든.
현재 장착된 기본형 시트는 아주 낮게 내려가진 않는다.
M3이라는 차를 놔두고 빨리 달리지 못할 망정
자꾸 디자인 이야기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니
서둘러 출발해보도록 하자.
첫 출발부터 느껴지는 건
MHP 차량들도 이제 더 많은 고객들을 모집하려고
기존의 그 돌덩이같았던, 묵직한 초동을
이제는 많이 죽였구나 하는 느낌이었다.
M2(F87), M3(F80), M4(F82), M5(F90)등
이전 세대 MHP 차량들에 익숙한 나에게는
훨씬 부드럽고 나긋하게 출발할 수 있단 게
좋으면서도 내심 약간 아쉬웠다.
하지만 이 차는 M4가 아니라 M3 '투어링'이어서
오히려 이런 감각이 더 잘 어울린다고 본다.
악셀이나 브레이크 페달 감각도
무게감을 종전보다 살짝 덜어낸 모습.
어쨌든 컴포트 모드로 놓고 평소에 탈때
너무 모든게 묵직하고 단단하면 부담스러우니,
특히나 1억 3490만원이라는 가격을
감당할만한 나이대의 사람들이라면
평소에는 힘을 약간 빼고 타길 희망할거니까
전반적으로 고객들에게 맞춘거라고 생각된다.
의외로 첫 이야기는 승차감부터.
M3 투어링은 어댑티브 M 서스펜션이라는
전자제어 서스펜션만 채택되어 있고
에어 스프링이나 MR(마그네토리올로지컬)댐퍼,
유압 및 전자식 안티 롤 시스템 등의
화려한 최신 장비들이 일절 없는 차량인데
승차감이 놀라울 정도로 매끄럽다.
노면 상태가 극상인 트랙이란 걸 감안하더라도.
전반적으로 차체의 흔들림이 없다시피한데,
그런 흔들림을 억제하기 위해
안티롤바나 댐퍼를 단단하게 구성했다는
느낌이 일절 들지 않는 게 신기하다.
투어링이 되면서 뒤에 80kg 무게가 실려
M3 세단 대비 뒷 스프링이 10% 단단해졌다는데,
그런 점 역시도 느끼기 어려울 정도다.
뒤에 무게가 더 실린 투어링임에도
차체의 일체감이라는게 대단해서
피칭이 거의 일어나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투어링이 되어서 앞과 뒤에 무게 분배가
M3 세단이나 M4 쿠페/컨버터블보다 더 맞는 느낌.
실제로 최근 BMW는 그 유명한 50:50 무게배분을
큰 엔진이 달린 차에선 잘 맞추지 않는 편인데,
M3 투어링은 발표된 수치상 50.7:49.3이라서
뒷쪽에 무게가 온 점이 어떻게 보면 긍정적이다.
이 사실을 모르고 차량을 몰았고
타면서 앞과 뒤의 균형감이 탁월하다 느꼈었는데
집에 와서 자료를 점검해보니 역시나다.
M3 투어링은 국내 제원상 공차중량이
1890kg로 결코 가볍다 말하긴 어려운 차량인데
무거운 차량이 스포츠성을 확보하려면
일정 수준 이상 스프링과 댐퍼를
단단하게 조여놓을 필요가 대개 있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승차감에는 마이너스.
M3 투어링은 그런 요소가
일절 없다는게 대단하게 느껴진다.
특히나 스프링이 단단하거나 짧아서
노면을 읽어들인단 느낌이 절제되어있고
차량의 NVH조차 MHP 차량인데도
꽤나 충실하게 방음 및 방진이 되어있다.
운전 당시에 거센 비가 내렸음에도
노면 소음 등의 유입이 예상을 밑돌았다.
패밀리카로서 이렇게 되면
부족한 점 없이 완벽하다.
심지어 섀시를 스포츠 플러스로 놓더라도
승차감에는 변동이 거의 없다시피함.
뒤에서 다시 언급하겠지만,
M3 투어링은 섀시 모드 별 차이가
생각보다 극적으로 나지 않는다.
긍정적인 의미로.
글 길이가 여기까지 왔음에도
M3이라면 제일 궁금할만한 내용을
아직까지 다루지 않았는데, 지금부터다.
M3 투어링의 엔진은 2993cc 트윈 터보 직렬 6기통.
코드네임은 S58로, 지난 S55의 차세대 엔진.
M2 CS 시승기에 내가 주요 불만으로 적어둔 게
엔진이 토크를 절제하지 못하고 아무렇게나
아무 엔진 회전수에서나 뻥뻥 뿜어내서
그게 뒷 타이어를 DSC 켜진 상태에서조차 계속 흔들어대고,
운전자로 하여금 차를 믿지 못하게 유도한다는 거.
MDM 모드로 가면 수시로 계기판에 MDM이
점등되는 걸 볼 수 있을 정도로 부담스러웠다.
엔진 사운드도 정말 별로였어서
아크라포빅 배기를 별도 장착하지 않는 이상
S55의 사운드는 구제불능에 가까웠는데,
이젠 완전히 이야기가 다르다.
M3 투어링의 S58 엔진이 제일 놀라운 건
역시나 엔진조차 근사한 마일드 하이브리드나
일렉트릭 컴프레서 등 전동화 기술의 보조가 없음에도
엔진 리스폰스가 말도 안 되게 빠르고 매끄럽단 것.
최근에 일렉트릭 컴프레서가 적용된 M139가
올라간 메르세데스-AMG GLC 43을 타봤는데
그 차를 타보면 확실히 일렉트릭 컴프레서가
3000rpm 미만에서의 엔진 리스폰스 개선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었다.
그런데 M3 투어링은 즉각적인 토크 발산을
전기모터가 아닌 엔진으로 하니 놀랍다.
아무리 트윈 터보라지만 배기량이 3000cc급으로
터보 랙을 완전 삭제하기엔 여전히 부족한 배기량인데
503마력이라는 높은 피크 출력을 달성하고도
(높은 터보 부스트에도) 뛰어난 엔진 리스폰스를 달성해내고
2000rpm - 6000rpm 내리 끊임없는 파워를 자랑할까?
최대 토크는 66.3kg·m @ 2750 - 5500rpm인데,
최대토크 영역 이전과 이후에도 지치지 않는다.
엔진을 컴포트 모드로 놓아도 강력하다.
평상시에 컴포트 모드를 놓고 운전하다가
밟아야 될 일이 필요하면 늘 그 힘을 꺼내 쓸 수 있단 것.
수고롭게 모드를 바꾸고 어쩌고 할 필요가 없다.
엔진 사운드도 아주 좋다고는 여전히 못하겠지만
어느정도 개선되었고, 배기음이 펑 하는것도
절제된 수준의 볼륨이 멀리서 들리는 게
평소에도 타기 적당하면서 작정하고 내리밟아도
이제 끓어오르는 피가 식을 정도는 아니어서 합격.
S58은 엔진 레드라인이 7200rpm인데,
7500rpm까지 아주 조금만 더 돌아갔으면
적어도 엔진에서는 감성적인 아쉬움이
싹 사라지지 않았을까 싶다.
이전 세대의 S55는 7600rpm,
그보다 더 이전의 자연흡기 S65는 8250rpm까지
신나게 돌아가는 물건들이었기 때문에
7200rpm은 조금 낮게 느껴진다.
터보 엔진이기때문에 이렇게까지나
높게 회전수를 돌릴 이유가 별로 없긴 하지만.
변속기가 8단 M 스텝트로닉 자동으로 바뀌었다.
이전 세대 M3(F80)은 7단 M DCT였는데,
이제 평범한 토크컨버터식 자동변속기.
난 이 점이 타보기 전엔 엄청난 불만이었고,
솔직하게 얘기하면 여전히 아깝지만
M DCT는 우수한 성능을 내는 데 비해
일상적인 차량 주행조건에선
부담스러울정도로 공격적이어서
실질적으로 차를 타고다니는 데에는
약간의 걸림돌로 작용했었는데, 이젠 아니다.
그래서 '투어링'이라는 이 차에 더 잘 어울림.
변속 직결감과 변속 속도는
고성능 자동변속기 치고는 좋은 편이지만
듀얼 클러치 변속기들보단 느리고
꽉 물렸단 철컥거린 감각은 전혀 전달하지 못함.
메르세데스-AMG의 MCT 9G 변속기보다도
직결감은 빈약하고, 마칸의 PDK는 말할 것도 없지.
차를 장기적으로 소유한다 쳤을 때,
메인터넌스 부분에선 확실히 이게 유리하니
감성을 약간 희생하고 지갑을 크게 지킨다 생각해야.
변속 프로그램은 3단계까지 개별 조절 가능한데
제일 공격적인 3단계가 아니면
1,2단계는 거의 계속 부드러운 편에 머무른다.
3단계가 되어야 트랙 주행에 걸맞게
변속 패턴이 튜닝된 느낌이고,
중간 공격성의 2단계도 흐느적대는 느낌.
평소엔 엔진은 컴포트, 변속패턴은 2단으로 두는게
신경 거슬리는 놈들을 필요할때마다 바로 제압하면서
부드러운 일상 주행을 할 수 있는 최상의 조합같다.
이런 파워를 M xDrive가
네 바퀴 모두에 이제 보내는데,
비가 아주 많이 오는 관계로 DSC 해제했다가 죽을 듯.
따라서 4WD Sport나 2WD 모드는 진입이 불가한데
제일 기본적인 4WD 상태에서도 훌륭하다.
포르쉐는 사륜 구동을 탑재해도
거의 내리 후륜 구동같다가 결정적일때만 개입하는 느낌이라면
M3 투어링의 M xDrive는 그보단 한결 트랙션에 힘쓰다가
필요할 때, 결정적일 때 놔주는 반대의 감각이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DSC ON, 4WD 상태임에도
코너 탈출 시 살짝씩 후륜의 슬립이 나를 긴정하게 만들었는데
마른 노면에서는 끝없는 그립이 나를 언제나 지켜줄 듯 함.
하지만 비가 와서 M xDrive의 진가가 더 빛이 났다.
그러니까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M xDrive는 으레 '사륜 구동인데 사륜 구동인줄 모르겠다'
이런 느낌은 아니라는 것. 사륜 구동이 날 언제나 로켓처럼
미친듯이 쏘다니게 도와주지만, 내 요구에 따라서
자기들이 한 발 빠지기도 한다는 거. 그런 감각.
사륜 구동 펀카 하면 갑자기 떠오른 아이오닉 5 N하고
비교하면 아이오닉 5 N쪽이 훨씬 공격적이고
체감되는 휠베이스 길이도 더 짧으며,
뒷쪽의 N 코너 카빙 디퍼렌셜이 강하게 차를 잡아당긴다.
그러면서도 의외로 SUV라는 점이 더 많이 체감된다.
마치 차를 가로로 자른 다음 벨트라인 아래로는
아주 끈덕지게 잡으면서 그 위 허리와 머리 부분은
통상적인 SUV 전고가 약간 느껴지는 느낌인데
M3 투어링은 애초에 SUV가 아니니까
아까 언급한 일체감을 주는 차체가 노면에 붙어서
화끈하게 돌아버린다고 말하면 대략 맞을 듯.
아이오닉 5 N은 훨씬 노면을 읽어들여
승차감이 훨씬 단단하기 때문에,
데일리카로서는 M3 투어링이 더 적합하다.
나중에 기회가 되어서
신형 메르세데스-AMG GLC 63이
국내에 출시되어 내가 타본다면
그때 다시 이 차와 비교하는 걸로.
지금으로선 프리미엄 라인에선 적수가 없다.
RS6 아반트는 한 체급 더 큰 차니깐.
섀시 이야기를 하던 김에 계속 하자면
스프링과 댐퍼는 중도의 길을 걷는 느낌.
M3 투어링은 전용 섀시의 스포츠카인건 아니잖아.
이런 승용차 기반의 고성능차가 자주 저지르는 실수는
승차감 때문에 트랙에선 너무 스프링이 부드럽다거나
특히 너 메르세데스-AMG GT 4도어 63 S
또 성능만 열심히 추구해서 말도 안 되게,
무식하게 단단하기만 한다거나
특히 너 현대 벨로스터 N
한다는 것인데, M3 투어링은 그 사이를
기막히게 줄타기해서 둘 다 잡았다.
이전 RX 500h 시승기에서 적었지만
난 스포츠 세단이나 스포츠 SUV라는 게
비싼 차값에도 팔기 위한 마케팅 상술이자
사기라고 생각하는데, 그 생각을 접어야 할 듯.
댐퍼가 차체의 롤을 감당하는 방식이
포르쉐 차량들만큼 매끄럽단 느낌은 아니지만
BMW M 차량들이 그간 보여주던
그 방식 그대로는 고수하면서 크게 진화했다.
무거워지고, 사륜 구동까지 얹었어도
M DNA는 어디 가지 않았다.
스티어링도 역시나 크게 개선되었다.
일단 스티어링 휠이 최근 신차들에 적용되는
이상한 운전대가 아니고, 이전 세대 5시리즈(G30)에서
보던 바로 그 물건이라는 점이 아주 마음에 든다.
난 손이 크기 때문에 두꺼운 운전대를 선호하고,
포르쉐의 GT 스포츠 운전대는 너무 직경이 작은데
크기 면에서는 나한테 거의 완벽한게 이 M핸들*.
하지만 무엇보다 조향감의 개선이 크다.
이전 세대 M3(F80)은
기본 모드는 무거움,
스포츠 모드는 뒤지게 무거움,
스포츠+ 모드는 헬스장같은 무거움
이런 말도 안 되는 느낌이었으면서
스포츠+로 간들 피드백이 더 늘어나거나 하는 건 없었다.
스포츠카에서 제일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스티어링 피드백 및 조향감이라고
나는 생각하기 때문에, 내겐 거의 낙제점이었다.
M3 투어링(G81)은 이제 스티어링 모드가
컴포트와 스포츠 두 개로 간소화되었는데,
스포츠는 여전히 다소 무겁긴 하다.
나는 무거운 조향감을 선호한다는 걸 알아두시길.
다만 컴포트는 이제 편하게 돌릴 만큼
적당한 수준으로 (이전보다) 가벼워져서
다시 언급하지만 데일리카로서 활용도가 올라감.
그리고 두 모드 모두 앞 바퀴에 대한 피드백이
충분하게 들어오도록 강화되어서
지난 세대의 문제점들이 다 해소되었다.
i4 M50을 타면서 놀랐던 점인데,
BMW는 이제 사륜 구동 차량이 되더라도
후륜 구동 대비 스티어링 피드백의 손해를
거의 보지 않도록 세팅하는 법을 터득한 것 같다.
비가 많이 와서 조향감이 선명하기 어려운 조건임에도
M3 투어링은 부족하지 않았단 점이 좋았다.
의외로 이 테스트카는 M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
노란색 캘리퍼가 적용되어 있는데
드디어 M3에도 괜찮은 브레이크가 달렸다.
그동안 BMW M 차량들은 달리기 실력대비
브레이크가 약하단 평이 많았었는데,
지난 M3 CS(F80)의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부터
개선되었다 하고,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가 빠진 차량은 어떨까 싶음.
제동감은 역시나 컴포트와 스포츠
두 가지를 선택할 수 있는데
컴포트의 제동감이 훨씬 자연스럽고 편안했다.
심지어 거친 운전을 하는 상태에서도.
스포츠 브레이크 모드는 너무 페달이 민감해지고
답력이 앞으로 당겨지는 느낌이라
코너 진입하면서 아주 옅게 트레일 브레이킹하는 나는
차를 마음대로 통제하기 아주 불편했다.
컴포트 브레이크 모드로 충분하다.
쓰잘데기 없는 스포츠 브레이크 모드가 있는 건
제네시스 하나로 충분했는데 너네는 왜...
타이어는 순정이 아니니 굳이 언급하지 않겠음.
그래서 M3 투어링은
자동차 마니아들의 꿈을 현실화시킨,
불가능에 도전해서 성공시킨 차량이다.
내가 신형 3시리즈(G20)을 타면서
기존 차량(F30) 대비 날카로워졌지만
차량의 부피가 늘어난 게 너무 티난다고 했는데
M3 투어링이 되며 M xDrive를 얹어
그런 부분 역시 단점이 아니게 됐다.
오히려 가벼운 4기통 B48을 얹고
앞 바퀴는 순수하게 조향만 하던
330i(G20)의 예리한 앞 및 앞바퀴와는
장르가 달라져버렸지만, 실용성과 주행성을
한 방에 다 잡은 적절한 차량 사이즈로 보인다.
차량의 모든 측면들이 이 기막힌
골드락스 존에 안착했다는 점이 경이롭다.
테스토스테론 넘치는, 남성적인 차량이던 M3이
투어링이 되면서 이제 가정적이기까지 한데
보통 여자들은 이걸 이상형이라고 하지 않나.
비단 남자 뿐만 아니라 여자까지 사로잡는
M3 투어링은 진정한 전천후 퍼포먼스카다.
그러면서 늘 힘과 고성능에 대한
남자들의 갈증을 현실로 가져다준,
하늘의 별을 따다 내게 안겨준
꿈을 현실로 만들어낸 비현실적 괴물.
M3 투어링이 계약하고도
입항이 잘 되지 않아 요즘 같은 초 불경기에도
대기가 길다 하니, 돈이 있다면 서둘러 뛰어가도록.
와이프의 허락 받기도 M4나 718보다 훨씬 쉽잖아.
+
글의 부제를 뭘로 정할까
잠시 고민하다 꿈 = 현실로 정했는데,
알고보니 BMW에서 M3 투어링 소개 영상에
제목을 A Dream Come True라고 적었네.
사람들 생각하는거 다 비슷비슷하다.
*
'핸들'은 콩글리시인거 나도 알지만
M핸들은 워낙 통용되는 단어라 부득이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