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성장이란 유아기를 지나서
사춘기를 보내며 자아를 찾아나가고
성인이 된 후 나이 쉰에 도달하여
하늘의 뜻을 안다는 지천명에
도달하는 이 긴 과정을
예외없이 거의 누구나 거친다.
이 신형 메르세데스-벤츠 GLC(X254)를 보니
지금까지의 GLC란 차종이 발전해온
그 과정이 사람이 커가는 모습과
상당히 유사하게 느껴졌다.
나는 개인적으로 GLC를 상당히 좋아하는데
그런 사사로운 감정은 빼고
이 차가 어찌 커왔는지 한 번 둘러보자.
어쩌다보니 제일 볼륨 모델인
GLC 300 4Matic은 타보지 않았고
GLC 220d 4Matic과 AMG GLC 43 4Matic
이 두 트림만 현행 모델에선 경험해보았다.
조만간 GLC 300 4Matic도
기회가 되면 접해봤으면 한다.
이번의 주인공은 어쩌면 요즘은
구시대의 유물로까지 취급받는
디젤 엔진을 얹은 GLC 220d 4Matic.
원래 GLC 220d는 아방가르드 라인,
GLC 300은 AMG 라인으로만 나왔는데
불과 얼마 전에 GLC 300에도
아방가르드 라인이 새롭게 출시됐다.
GLC 300 4Matic AMG라인(8790만원)의
가격이 상당히 부담스럽단 의견이
고객들로부터 많았나보다.
2025년식 GLC 220d는 7940만원으로,
GLC 300 아방가르드(7990만원)와
거의 같은 수준의 가격으로 나왔다.
어쩌다보니 이 차는 두 번 만남.
한 번은 일반 도로에서,
한 번은 험지 깔아놓은 벤츠 행사장에서.
디자인 이야기부터 늘 시작하는데
신형 GLC(X254)는 트림별 생김새가 좀 달라
마침 GLC 300 아방가르드도 출시됐겠다
아방가르드 트림 기준으로 디자인을 평하겠다.
아방가르드 라인이어서 외관 디자인에
우선 크롬 장식들이 꽤나 사용됐다.
난 처음에는 이 디자인이 너무
AMG 라인과 차별화를 두기 위해
의도적으로 조금 맹하게 만들었다 싶었는데
자꾸 보니까 정이 들은건지
이것도 단정하니 보기에 괜찮다.
AMG 라인은 요즘 트렌드에 맞춰서
화려하고 멋지게 만들었다면
이 아방가르드 라인은 클래식함.
'아방가르드'라는 단어의 의미가
전위적이고, 앞서나간다는 뜻이라서
클래식하고 시대를 타지 않는 디자인인 건
약간 매칭이 잘못된 것 같지만
핵심은 이제 아방가르드도 눈에 익어서
깔끔하고, 과하지 않아서 좋다고.
이전 세대 GLC(X253)보다는
신차인만큼 조금 크기가 커졌긴 하다만
전장은 50mm 늘어서 4720mm인데
전폭은 오히려 10mm 줄어든 1890mm,
전고는 겨우 5mm 늘어난 1645mm.
차량의 길이가 조금 늘어난 것 외엔
폭은 오히려 줄고 높이도 큰 차이 없다.
그런데 차량 외부를 보면
전 세대보다 현행 모델이 훨씬 커 보임.
나도 제원표를 비교해보면서
이 수치가 잘못 된 거 아닌가? 했는데
실제로 차량 폭은 오히려 줄어들었음.
내가 보기엔 특히나 뒷모습이
아주 떡대가 쫙 벌어진 게
종전보다 체격이 한결 커져서
비로소 힘 좀 쓰는 청년이 된 느낌.
역시 디자인의 힘은 대단하다.
이 차를 주행 중에 길에서 보면
GLS로 보일 정도로 아주 듬직하다.
언제나 내 곁에 함께해줄 것 같은.
그리고 유사시에 날 지켜줄 것 같고.
실제로 신형 GLC의 Euro NCAP 점수는
상당히 높은 편이고, 국내에서 제일 견줄만한
제네시스 GV70보다도 점수가 더 높다.
2024년 기준으론 미국 IIHS에서
탑 세이프티 픽에 선정됐다.
탑 세이프티 픽+가 아닌 이유는
업데이트된 스몰오버랩에서 Average 이상
기록해야 하는데 이 테스트를 2024년식 GLC론
아직 시험을 진행하지 않아서 제외된 것 뿐.
실내 디자인은 C-클래스(W206)와
판박이라고 불러도 과하지 않을 정도.
각종 소재 및 거의 완벽하게 공유하는 형태와
인테리어의 핵심인 11.9" 디스플레이는
동일하게 GLC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처음에 차에 딱 앉으면 이전 세대 대비
너무 실내에 뭐가 없나 싶단 생각이 드는데
테슬라가 시작한 오늘날의 추세가 그러하니,
그리고 회사 입장에선 원가절감에 유리하니
고객들로선 이제 강제로 받아들여야 됨.
늘어난 50mm의 차량 길이 중
15mm가 휠베이스에 배당됐는데
뒷좌석 레그룸은 생각보다 전작과
차이가 커서 의외였다.
15mm라고 해봤자 고작 1.5cm인데.
이전 세대 GLC도 뒷좌석 레그룸이
아주 널널하진 않지만 부족하진 않았는데
이젠 앞좌석 중심의 차량에서
전좌석을 다 고려한, 한 체급 위의
GLE의 포지션을 약간 빌려온
그런 모델이자 패밀리카로 거듭났다.
레그룸으로는 동급 최강인 GV70에는
살짝 못 미치지만, 이 정도로도
D-SUV 수준에는 넘치는 수준.
방금 얘기한, 신형 GLC는
'GLE의 특성을 빌려온' D-SUV.
그럼 제일 중요한 게 뭐겠어.
바로 승차감이지.
신형 GLC는 이름만 구형과 동일하고
차량의 주행 특성 및 성향이 완전히 달라졌다.
보여줄게 완전히 달라진 나
GLC라는 이름을 처음 쓴 구형 GLC(X253)는
'SUV지만 SUV의 느낌이 싫은 이들을 위한 차'
라고 한 줄 요약 할 수 있는 차량이었다.
SUV의 유행에 힘입어서 나도 한 번
SUV 타볼까 싶은 사람들은 보통
SUV의 높은 차고와 트인 시야 등을
누리고 싶어서 넘어올 각을 보는 것이지만
SUV들이 으레 보여주는, 많은 차체 움직임이
쉽게 유발하는 탑승객의 멀미나 일렁임 및
동 가격의 승용차보다 못한 주행 성능 및 편의장비
이것들이 차량 판매의 주요 걸림돌이었다.
구형 GLC의 경우는 이런 느낌이
말끔하게 지워진 최초의 차량이었고.
승용차 타는 기분으로 탈 수 있는 SUV.
지금도 이런 감각을 주는 차는
시장에 사실상 전무한 상태인지라
독보적인 지위를 갖춘 차량이었음.
BMW X3, 아우디 Q5, 제네시스 GV70,
렉서스 NX, 레인지로버 벨라, 마세라티 그레칼레
이 모든 차량들은 SUV라는 점을 부각하지
승용차가 되려고 하진 않거든.
심지어 포르쉐 마칸조차
스포츠 D-SUV의 대명사이지,
승용차에 가까우려 든 흔적은 없다.
그래서 구형 GLC(X253)의 이 성향을
신형 GLC(X254)도 물려받았을까
타기 전엔 굉장히 궁금했는데
그에 대한 답은 '아니오'.
신형 GLC는 태도를 완전 바꿔
SUV인데 SUV스러운게 뭐 어때?
우리도 푹신하고 부드러운 SUV로 가자.
이렇게 큰 성격 변화를 주었다.
GLC란 모델명이 탄생하기 이전의 전신인
GLK는 생긴건 각지고 멋있었지만
BMW가 X3을 만들어서 돈을 버는 게
배가 아파서 만든듯한 느낌이 있었다.
무엇을 말하고픈 차인지는 불분명했음.
사람도 사춘기때에는 자신의 방향성도 갈피를 못잡고
스스로가 뭘 좋아하는지도 전혀 모르는 것 처럼.
그랬던 GLK가 GLC로 이름도 고치면서
자신만의 특색을 갖추었는데,
이것도 분명 훌륭했다만 나는 뭐랄까
SUV는 SUV스러운게 좋다고 생각한다.
긴 서스펜션 스트로크를 십분 활용해서
부드럽고 탄력있게 노면의 모든 것들을
기분을 해치지 않을 정도로만 전달하며
눈 앞의 길과 장애물들을 헤쳐나가는 그런.
이름 고친 건 성인 됐다고
쌍커풀 수술하고 남들하곤 다른 이미지를
구축하고자 하는 노력같아 보임.
이제 거기서도 몇 년 더 진화를 해
자신의 본분에 딱 맞는 캐릭터를
제대로 찾아낸 것 같은 인상을 줌.
테스트카인 이 GLC 220d는
아방가르드 트림만 있어서 그렇지
트림이 둘로 나뉘는 GLC 300은
서스펜션 질감도 소폭 다르다.
이 아방가르드 트림은 거의
에어 서스펜션이 빠진 레인지로버 벨라와
유사하게 바퀴가 고무보트처럼 탱글탱글한데
바퀴가 매끄럽단 인상은 GLC가 한 수 위.
레인지로버 벨라 P250은 GLC보다
더 호사스러운 가죽 내장을 갖췄을 뿐
승차감에서는 GLC보다 잔진동 전달이 더 하다.
비유하자면 그 왜 벨라라는 고무보트는
중간에 상단부와 하단부가 만나는
이음매가 있잖아. 그게 노면을 읽는데
GLC는 완전 매끄러운 비치볼같음.
전작 GLC가 승차감이 나쁘다는
이상한 인간들이 생각보다 은근 있었는데
그런 사람들도 이제 볼멘소리 쏙 들어갈 듯.
구형 GLC(X253)가 승차감이 나쁘면
ECS가 빠진 페이스리프트 이전의 GV70 2.5T나
볼보 XC60은 사람이 탈 게 못 되는 폐급 차량인데?
아무튼 이제 더 많은 이들을 포용하고,
또 탑승객을 고루 안락하게 싣는 데 주력했다.
디자인 자체가 종전보다
훨씬 큰 차 같이 느껴지게 됐다고
디자인 설명에서 이야기했는데,
큰 차란 보통 더 넉넉하고 안락한,
뒷좌석까지 고려한 차량이잖아.
역시 관상은 과학. 생긴대로 논다.
자동차도 정말 차량의 성향이
디자인과 마스크를 따라가는 경향이
생각보다 굉장히 짙고 사례가 많다.
이 점도 인간사랑 비슷한 점.
GLC 300 4Matic은 그리고 또
출시 초창기에 에어매틱이 적용된
온라인 스페셜 모델을 팔았는데
여러분, 에어 서스펜션 적용됐다고
차가 무조건 말랑말랑 푸근해지는게 절대 아닙니다.
특히 인터넷 여론은 거의 무슨
6기통 이상의 엔진과 에어매틱이 포함되어야
진짜 벤츠라는 식의 헛소리가 천지인데
난 딱 그걸 보면서 이렇게 생각한다.
'아 저 인간 벤츠 별로 못 타봤구나'
S-클래스를 제외한 나머지 전차종은
에어매틱이 오히려 2톤에 육박하거나
2톤을 상회하는 차량 중량을 받치기 위해
용수철 대신 자리한 공기 챔버가 단단해서
차가 잔진동이 삭제된 살짝 뜬 위치에서
뻣뻣하게 버틴다는 느낌을 줄 때가 많다.
이런 에어매틱은 어떨 때 좋은가 하면
바로 고속주행. 고속 주행 원툴.
메르세데스-벤츠가 아우토반의 나라에서 왔잖아.
똑같이 MRA 플랫폼을 기반으로 만든
E 350 4Matic(W213, 4기통에 코일스프링)과
CLS 450 4Matic(C257, 6기통에 에어매틱)을
동시에 비교하면 E 350쪽이 훨씬 부드럽고
저속에서 한결 유연하게 안락하며,
고속 주행시에도 95점 이상을 기록함.
CLS 450은 고속 주행시에는 100점이지만
방지턱을 넘는다던가 일상 시내주행에선
스프링의 강도가 훨씬 단단해서
생각보다 노면을 좀 타는데? 싶음.
나 E 350, CLS 450 둘 다 타봤으니까
댓글로 굳이 반박하고 싶다면
두 가지 차종 다 타보고 오길.
GLC 얘기하다 다른데로 주제가 샜는데
아무튼 메르세데스-벤츠는 에어매틱이 없는 게
S-클래스가 아닌 이상 승차감이 더 편안함.
S-클래스(W223)는 전 모델 에어매틱이니
구분할 필요도 없고 에어매틱이 아주 말캉말캉
지구상 최강의 부드러움을 보여주니.
자연스럽게 그러면
신형 GLC 220d의 고속 안정감과
고속주행시의 느낌에 대해 다뤄야겠지.
솔직히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이 차의 고속에서의 느낌은
전형적인 메르세데스-벤츠.
다만 메르세데스-벤츠의 승용차들보단
탱탱한 바퀴가 반 템포 느긋하게
자잘한 요철이든 큰 충격이든 반응해서
원래의 벤츠보다 약간 더 늘어지는 경향이.
이게 꼭 나쁜 건 아닌데,
특히 신형 GLC 220d 아방가르드는
스프링이 굉장히 부드러운 편이어서
높은 차가 상당히 부드러운 스프링을 가지면
댐퍼로 적절하게 잘 보듬지 않는 이상
고속에서 불안감을 주는 경우도 있고
노면에 제대로 붙어 간단 느낌을
못 주기도 하는 데 그런게 일절 없다.
이게 1886년부터 차를 만들어온 회사의 기술력.
계속 레인지로버 벨라와 비교해서 미안한데
벨라가 방금 말한 '너무 부드러워서 고속에선
안정감이 그다지 좋지 않은' 차량이다.
GLC 220d는 부드럽되,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나긋함을 차체나 탑승객이 머금지 않도록
사뿐하게 나아가는 특유의 고급스런 감각이 있다.
이런 감각의 반대 느낌이 최근 출시한
메르세데스-벤츠 CLE 200.
CLE는 문짝 두개 차량이란 걸
엔지니어들이 너무 의식을 했는지
주행감이 메르세데스-벤츠가 맞긴 한데
차분함의 정도가 미세하게 벤츠 평균에 미달.
노면을 탄탄한 댐퍼가 꽤나 읽어대서.
CLE 200인데도 그 정도면..
CLE 53 AMG는 어떻게 나오려고.
GLC 220d 시승기인데 어쩌다보니
메르세데스-벤츠 전반의 차종들을
글 하나에 전부 집어넣게되네.
영화 「 택시 」 의 말따마나
고속도로의 왕은 벤츠다.
GLC 220d 4Matic도 예외 없음.
그리고 부드러워진 만큼
이전보다 주행성능에서 손해를 봤나,
그것도 메르세데스-벤츠답게 전혀 아니다.
일반적으로 스프링을 이렇게
길고 부드럽게 만들어놓으면
차체를 알맞게 추스르기 위해
댐퍼를 짧고 단단하게 가져가기도 하는데
GLC 220d는 댐핑조차 부드럽다.
고요한 호수에 물방울 하나가 떨어지듯
톡 하고 기분 좋게 댐핑이 이루어지는데
그게 작은 힘 같지만 생각보다 효과적이다.
최근에 타본 GV70 페이스리프트 3.5T가
유사하게 스프링은 길고 부드럽게 만들었는데
걔는 댐핑 스트로크를 훨씬 짧게 가져가고
심지어 스포츠 모드 놓으면
Das Auto가 생각나게 단단해져서
마치 상반신은 가만있는데 다리만 후다닥
계속 뛰어가는 만화 속의 표현같은 느낌.
GLC 220d는 차체 전반이 한 목소리로
통일되게 부드러운 움직임을 보여서
이 차급을 구입할 이들에게는
호불호가 오히려 덜 갈릴법한 설정.
무난하게 편안한건 원래
아우디 Q5가 이 차급에서 담당했었는데
국내에서 이미지가 폭망한 아우디처럼
Q5 이제 실업자 되겠네. 어떡하나.
코너링 시의 롤 발생이
이전 세대 GLC(X253)보다
훨씬 많아진 탓에 더 큰 차량같지만
막상 코너에서 금세 벗어나보면
느낌에서의 차이일 뿐 코너링 실력은
종전과 큰 차이 없이 비등하다.
반대로 도로 사정이 나빠지면
마치 오동통통한 너구리 면발같이
바퀴가 리듬을 타며 부드럽게 통과한다.
어차피 이런 SUV로 스포티한 운전
솔직히 많이 할 거 전혀 아니잖아.
그러고 싶은 이들을 위해 이번에
메르세데스-AMG GLC 43 4Matic이
어마어마하게 공격적으로 나왔으니
SUV로 잡아돌려야겠단 이들은 여기로.
63 AMG도 아니고 43 AMG인데
이렇게 단단하고 일체감있게
차량을 만들어도 되나 싶을 정도여서
타는 내내 계속 놀라웠다만
GLC 43은 공도주행은 꽤 부담스럽다.
운전대 조향감이나 브레이크 페달 감각은
역시나 다른 메르세데스-벤츠와
다르지 않고 매끄러우면서 정확하다.
난 이제 메르세데스-벤츠 차종 대부분을
타봐서 그런지 너무 익숙한 그 느낌이라
뭐라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는데,
'거슬림이 없다'라는 표현이 맞겠다.
조작감이 떨어져도 불쾌하고
정확도나 성능이 떨어져도 심기가 불편한데
조작감은 강한 자극 없이 부드러우면서
제동력, 제동 페달 느낌, 조향감과 앞 바퀴 피드백
이 모든 것들이 아주 훌륭하다.
특히나 이건 스포츠카가 아니기 때문에
지나친 피드백과 진동 유입은 과잉인데
그런 선을 넘지 않고 절제를 했다는 게 만족스러움.
렉서스 NX 450h+는 렉서스 RZ 450e처럼
렉서스 성향답게 푹신하고 미끌미끌했고
제네시스도 GV70에 그걸 벤치마킹했는데
메르세데스-벤츠는 그냥 메르세데스-벤츠.
파워트레인에 대한 설명이 어쩌다보니
글 말미로 밀려났다만 스킵할 순 없지.
GLC 220d 4Matic은 OM654M이란
1993cc 직렬 4기통 디젤 터보 엔진을 얹고
거기다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9G-트로닉 자동변속기를 물렸다.
이 엔진의 최고 출력은 197마력 @ 3600rpm,
최대 토크는 44.9kg·m @ 1800 - 2800rpm.
OM654에서 OM654M으로 바뀌면서
기존엔 1950cc던 배기량이 43cc 늘어났고
연료 분사 압력이 2700bar(+200bar)로 올라갔으며
SCR 촉매가 이제 두 개가 되었다.
이 정도면 정말 디젤 엔진 기술로는
거의 종착역에 가깝다고 할 정도로
발전의 발전을 거듭한 결과물.
특히 이 OM654 엔진은
4기통 디젤엔진 치고 정숙하기로
아주 정평이 나 있는 엔진인지라
그걸 개선한 OM654M도
비슷한 정숙성을 아주 잘 보존했다.
GLC 220d 4Matic은 싱글 터보고
같은 엔진에 트윈 터보를 올린
GLE 300d 4Matic도 나 타봤는데
엔진에서 비롯된 소음과 진동 등
정숙성의 수준은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싱글 터보 버전인 GLC 220d가
두 개의 터보차저에 다 배기가스가
들어가야 하며 부스트 압력도 더 높은
265마력짜리 GLE 300d보다
더 깔끔하고 디젤다운 걸리적거림이 적다.
난 OM654M 첫 공개 당시에
2000cc급 디젤 엔진으로
이제 265마력을 뽑아내는 시대라며
감탄을 금치 못했었는데,
막상 타보니까 197마력으로 출력을
적당히 낮춰서 쓰는게 훨 낫다.
너무 과한 힘을 가지려고 하면
사람도 탈이 나는데, 보통 어릴 적엔
강력한 파워를 지니고 싶어하잖아.
이제 나이를 조금 먹어서 절제력이 생겼다.
최근에 내가 거의 계속
전기차나 최소한 하이브리드,
정말 못해도 가솔린 차량만 거의 타서
디젤 차량은 타볼 일이 거의 없는지라
비교할만한 최신 차량이 마땅히 안 떠오름.
같은 체급 말고 같은 가격으로 따져서
아예 소음 진동에서 자유로운
제네시스 GV60과 비교하면 어떨까.
제네시스 GV60이 파워트레인으로서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나은데
차량의 완성도 및 주행 안전성, 주행감은
메르세데스-벤츠 패밀리의 일원
GLC 220d를 이길 수가 없다.
7천만원대 차량으로 맞춰놓고 비교하니
이런 비교도 가능하긴 한데...
둘을 동시에 고려하는 이는 아마 없을 테지.
내가 메르세데스-벤츠 차량 시승기들에서
최근들어 9G-트로닉이 한동안 잘 줄여나가던
변속 충격을 다시금 좀 보여주고 있는 듯 하다고
언급을 했던 기억이 있는데, 얘도 그렇다.
아주 불쾌할 정도의 큰 충격은 아니다만
보통 3단에서 2단, 2단에서 1단으로
내려갈 때 충격이 올라올 때가 있음.
난 9G-트로닉 특유의 변속감이 너무 좋아.
다른 게시글에서 '볼펜 볼 굴러가듯 변속'이라
평을 했었던 것 같은데 정말 그렇다.
기분좋게 살살 굴러서 다음 단으로 착륙.
그 외엔 기본형 오디오 나쁘지 않음.
원래 메르세데스-벤츠는 기본 오디오가
전통적으로 나쁘지 않았어서 피는 못 속임.
이것도 사람이랑 똑같네.
사실 메르세데스-벤츠 고유의
주행 시 편안함과 고급스러움,
실내에 앉았을 때의 인상을 비롯해
이 모든 '벤츠다움'이 4천만원짜리 A-클래스부터
3억짜리 마이바흐 S-클래스까지 전부 고르게
녹아있다는 게 실로 메르세데스-벤츠의 대단한 점.
거기에다 그 누구보다 오래 된
자신들의 역사와 헤리티지까지 녹이다니.
가문의 영광을 대대로 잘 이어서
자신이 낳을 아이들에게도 잘 교육시키는
그런 참된 어른의 모습을
자동차 회사에서도 엿볼 수 있다.
부메스터 오디오는 한 5년 여 전
C-클래스(W205)부터 S-클래스(W222)까지
거의 전 차종에서 쏘는 느낌만 강하고
소리의 품질이 훌륭하단 느낌은 없었는데
최근 부메스터 4D를 도입한 E-클래스(W214)와
부메스터 3D가 기본화된 S-클래스(W223),
그리고 부메스터 스피커 옵션이 채택된
더 하윗급 차량들의 오디오 품질이
비약적으로 향상돼서 좋아졌다.
신형 GLC의 경우 부메스터 오디오는
GLC 300 아방가르드 이상부터 기본.
GLC 43에서 들어봤는데
예전의 그 날카롭고 자극적이기만 했던
고음 표현이 이제 한결 세련되어졌다.
기본형 오디오인 GLC 220d도 근데
스피커 갯수가 부메스터보다 부족해
세밀함 면에서 약간 떨어지는 것이지,
음 표현력이나 음역대 간의 밸런스는
부메스터 오디오 못지 않거나 더 낫다.
오디오로는 D-SUV 중에서 세 번째로 좋네.
뱅 앤 올룹슨을 탑재한 GV70은 무난하고
GLC보다 나은 두 차종은 바로
레인지로버 벨라와 마세라티 그레칼레.
둘 다 프리미엄 브랜드보다 한 단계 높은
럭셔리 브랜드의 일원들이라
사실 프리미엄 브랜드 내에서는 가히 최강.
가격대로 비슷한 레인지로버 이보크의 메리디안도
GLC 220d보다 섬세하고 깔끔해서
사실 랜드로버의 메리디안은 넘사벽이다.
이 차에서 한 가지 마음에 들지 않는 건
최저 시트 포지션 약간 높다는 것.
글 서두에 언급한 'SUV다운 느낌'을
내기 위해 일부러 그렇게 낸 듯 한데
제네시스도 아니고 메르세데스-벤츠가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운전석에 앉았을 때의 분위기가
형님인 GLE에 한 발 다가섰음.
다만 GLE는 브레이크 페달보다 악셀이
너무 누워있어 악셀을 기준으로 맞추면
브레이크가 너무 가깝고 아니면 그 반대여서
장시간 주행 시 너무 불편했는데
GLC는 그런 문제가 없어서 다행이다.
GLE의 각 페달 간 위치 불균형은
GLE 300d, GLE 400d 쿠페, AMG GLE 53,
AMG GLE 63 S 쿠페까지 전부 동일했다.
미국 생산 차량이라 그런가 도대체 왜 이런거야.
그래서 결론.
신형 GLC 220d 4Matic은
짧지 않은 성장기를 거치면서
성장통을 겪고, 자아를 찾아나가며
스스로의 존재감을 서서히 강조해왔다.
지난 세대 GLC는 한국 시장에서
수입 D-SUV중 판매량 1위를 기록했는데
그 열풍을 현 모델도 제대로 이어받아
한결 성숙해지고 듬직해진 모습으로
여전히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이전 세대 GLC 220d 4Matic도
타본 바, 신형을 타면서 이런 생각이 들더라.
GLC, 참 잘 컸다. 그리고 다 컸다.
윗급 형님들을 넘볼 정도로.
나라면 디젤 엔진이 너무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 같아서
GLC 300 4Matic으로 가리라.
하지만 GLC 220d 4Matic은
디젤이라는 핸디캡을 가지고도
의외로 2024년에도 메리트는 충분하다.
조만간 시간이 나서 기회가 되면
GLC 300 4Matic AMG 라인도
함께 경험해보고 또 비교하는 글로 돌아오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