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는 단연 007 시리즈.
그 중에서도 다니엘 크레이그가
제임스 본드 역을 맡은 그 시기가
액션 영화의 정점이라고 생각한다.
다니엘 크레이그가 007에 주연으로
나온다고 했을 땐 엄청나게 욕을 먹었는데
지금 와서 보면 참, 그때만한 007이 없다.
그가 주연을 맡은 007의 첫 작품은
많은 이들이 명작으로 기억하는 카지노 로얄.
카지노라는 단어가 제목에 들어갔듯이
이 영화를 관통하는 주요 설정은 도박.
악당인 르쉬프가 투자받은 돈으로
항공기 제조사 스카이플릿의 주식을 대량 공매도하여
주가 하락에 베팅한 후 신형 항공기의 첫 운항 시점에
항공기를 폭파시켜 떼돈을 벌려는 계획이었고
이에 실패하자 투자금이자 빚을 만회하기 위해
몬테네그로에서 열리는 고액 판돈의
포커 게임에 참가하는 그런 설정.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왜 하냐면,
이 푸조 408을 봤을때 딱 그런 생각이 들더라.
'도박'
잘 되면 대박이고, 안 되면 쪽박.
프랑스 차들이 일반적으로 익숙한
국산차와 독일차, 미국차, 일본차
심지어 이태리차와 영국차와도
여러모로 다른 건 잘 알려진 내용인데
그런 와중에도 비교적 푸조 내에서
대중적인 라인업인 208이나 3008은
살짝 다른 맛만 보여줄 뿐,
근본적으로 장르가 다른 차란
생각은 대단히 들진 않았었는데
이 푸조 408은 정말 정체불명.
이런 좋게 말해 특색있고,
나쁘게 말하면 약간 맛이 간
푸조 408같은 차량은
정말 모 아니면 도다.
남들과 다른 점이 무기가 돼
확실한 고객층을 확보해
탄탄한 판매량을 기록하던지,
아니면 완전 대 폭망하던지.
푸조의 베팅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푸조 408이 실질적으로 현재 푸조의
기함에 가까운 상태인데
브랜드의 이미지를 이끌어야 하는 모델에
이런 색다른 시도를 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판단이었는지
푸조 408 GT와 함께 다니면서 알아보자.
408의 예사롭지 않은 점은
딱 보고도 알 수 있는 디자인부터
곳곳에 녹아있으니 내외장을 살펴보면,
겉모습은 날렵한 마스크와
비대한 덩치의 묘한 조화가 특징.
2023년에 레드닷 디자인 상을 수상한
디자인인 만큼 앞과 뒤의 개성이 확실하다.
난 앞모습과 뒷모습 다 마음에 듦.
그동안 푸조가 사자 뱃지를 쓰면서도
사자보다는 미어캣 정도나 어울릴법한
사납다가 만, 어중간한 디자인이
많았다고 나는 생각하는데
이 408은 정말 사자답게 인상이 날카롭다.
이 차가 완전한 승용차가 아닌
크로스오버인지라 차량이 통상적인 세단보단
약간 높은 편인데도 웅크린 모습이 멋짐.
뒷모습은 '리틀 우루스'라는 평이
정말 적절하다고 생각되게 다부지다.
난 람보르기니 우루스 안 좋아해서
오히려 408이 우루스보다 후면 디자인은
낫다고 생각될 정도라니까.
다만 프리미엄이나 럭셔리 브랜드가 아니라
뒷 범퍼가 플라스틱 클래딩으로만
이루어져있는데 이건 조금 저렴해보임.
푸조라면 더 쌔끈하게 전부 차체 색상과
동일하게 칠했어야 한다고 생각함.
근데 옆모습은 좀 디자이너들과
차량을 기획하는 실무진들의 의견 대립이
회사 내에서 있었던 것 같다.
비슷한 성격의 차량으로 도요타의
크라운 크로스오버가 있는데,
크라운은 유려한 라인을 채택해서
승용차라는 점도 어느정도 부각시키고 있다만
408은 승용차의 세련된 인상도 없고
SUV의 듬직한 느낌도 없으면서
약간 필요 이상으로 부풀은 느낌인지라
특정 각도에선 뚱뚱해 보인다.
DLO 라인이 넓어서 실내 탑승객의
전방위 시야가 좋단 점은 장점이다만
스타일을 중요시하는 듯한 차에
정작 스타일보단 실용성을 챙긴 듯한
이런 비례감과 요소들은 좀 어긋남.
차 문을 열고 실내에 타보면
정말 전형적인 푸조.
운전자를 에워싸는 3D i-콕핏은
깔끔하게 잘 만들어놔서 멋지긴 한데
메인 디스플레이 아래에
주요 옵션 바로가기 아이콘을 배치한
보조 디스플레이를 달아놓은 건
이미 지난 유행의 재림.
요새는 그냥 엄청 큰 디스플레이 하나를
실내 정 가운데 박는 것이 유행이니까.
이것이 중국에서 선호하는 형태여서
핑핑이의 따뜻한 젖꼭지가 빨고싶은
유수의 제조사들이 다 이렇게 만들고 있는데
정작 유럽의 중국 프랑스산 차량은
자기들이 만들던대로 차를 만드는 중.
크로스오버 차량이어도
푸조라면 조금 더 시트가 낮게
내려가야 응당 푸조라고 생각하고
운전자를 감싸는 형태의 실내 디자인이라
좀 푹 꺼지는 자세 자체도 괜찮을 듯 한데
너무 SUV 인기를 의식한 나머지
약간 이도저도 아니게 최저 포지션이 높다.
어차피 너네들 SUV도 3008, 5008 따로 팔잖아.
'승용차라면 신경써서 감속해야 하는
방지턱이나 최저지상고등의 이슈를
걱정하지 않으면서 푸조 특유의
탄력적이고 운전자 중심의 분위기를
두루 누릴 수 있는 차량'으로
408을 포지셔닝하는게 낫지 않았을까?
SUV도 아닌데 SUV를 따라한 차량 중에
이렇게 SUV같지 않으면서도
SUV의 특징안 따오고싶어한 모델은
408이 처음이다.
SUV 치고 넙데데하게 낮은
쉐보레의 트랙스 크로스오버도 안 그래.
그럼 408의 승차감은
세단파일까 SUV파일까?
딱 차에 앉았을 때는
살짝 높은 시트포지션 때문에
승용차란 느낌이 별로 안 드는데
출발하고 나니 세단을 탄 기분이
주행 전반을 지배한다.
도요타 크라운은 크로스오버 차량 특유의
어정쩡한 느낌 그대로였어서 솔직히
그다지 운전하면서 유쾌하지 않았는데
408은 완전 착 낮게 깔리진 않지만
적절한 수준의 승용차스러운 감각.
바퀴가 굴러가기 시작하면서는
푸조다운 쫀득함이 잘 살아있어서
역시나 푸조가 이런 분야는 전문이다 싶었다.
볼펜 안에 들어있는 용수철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용수철보다
작고 쫀득쫀득 탱탱하잖아.
푸조의 차량들이 딱 그런 느낌.
이게 푸조의 전기차들조차도
똑같은 느낌이다만 전기차는 무거운 게
차량 중앙에 위치해서 쫀~득 반응
가운데에 배터리의 무게가 방해만 하던데
이래서 푸조는 무조건 내연기관 차량만 사야함.
아 푸조를 왜 사냐.... 그건 흠.
푸조는 예로부터 이 느낌을
정교한 댐퍼로 구현해왔는데,
408은 댐퍼나 스프링이나 전부
통상적인 승용차보단 스트로크가 길다.
다만 푸조는 원래 408보다도
더 작은 차량이 전문인 회사여서
네 바퀴가 좀 원래 정 규격보다
운전자 기준 좀 멀리 위치한단
그런 느낌이 주행 시 들더라.
르노삼성 SM6도 르노 안에서
가장 큰 차량인 르노 탈리스만을
기반으로 만들어서 이런 느낌이
살짝 있는데 프랑스차 중에서
큰 세단들의 특징인가보다.
408의 가격이 얼루어 4290만원,
이 차량인 GT는 4690만원인데
실질적으로 4400만원 정도에 구입 가능하니
그 정도 가격대라고 생각하고 비교하면
제일 생각나는 차는 디 올 뉴 그랜저.
디 올 뉴 그랜저는 이에 비하면
ECS가 빠진 차는 한결 단단하고
노면과 직결된 느낌이 꽤 있는 반면
ECS가 들어간 차는 408의 탄력이 아니라
둥실둥실 떠서 노면으로 내려오지 않는
헬륨가스 들은 풍선같은 느낌.
더 뉴 K8은 408보다 훨씬 고급차스럽다.
408은 그래서 적당히 젊은 이들 중
푸조의 매력에 빠진, 한국인 중에선
비율로 따지면 1%나 될까 싶은
그런 사람들에게 딱 안성맞춤.
408은 크로스오버면서
세단의 모습을 취하되 SUV 시장에도
발을 담가보려는 의도가 보여서
SUV와 그럼 비교하면 어떨까.
난 쏘렌토 하이브리드가 전반적으로
댐퍼가 더 말랑말랑하고
스프링과 댐퍼간의 균형감이
더 낫다고 느껴지더라.
408도 상당한데, 최근 현대기아차의
눈부신 발전이 정말 엄청난지라.
롤이 적다는 점은 408의 손을
들어줄만한 이들이 더 많지 싶은데,
난 아예 착 붙는 승용차거나
아예 차체 움직임을 적정선까지
허용하는 SUV를 선호하는 편이라서
408은 그 사이 어딘가인지라
내 마음 속에서도 갈피를 못 잡음.
우리에겐 이 408이 솔직히 작은 찬데
유럽 사람들에겐 꽤나 덩치가 있는 놈.
408의 제원은 전장 4700mm라
국산 중형차인 쏘나타 디 엣지보다는 한참 짧고
심지어 신형 아반떼(CN7 PE, 4710mm)보다도
길이가 1cm 짧은 컴팩트급의 차량.
차량 폭도 1850mm라 어지간한 중형차보다 좁다.
최근의 중형차 중에서 전폭이 제일 좁았던
더 뉴 말리부(1855mm)보다도 좁으니까.
전고는 1485mm라 승용차보단 살짝 높은데
또 그렇다고 해서 차이가 많이 나진 않는다.
대부분 중형차들이 1450 ~ 1460mm라
408은 그보다 3cm 정도 더 높을 뿐이다.
제일 비슷한 성격의 차량인
도요타 크라운과 비교를 해보면
크라운은 거의 5m에 육박하는 길이라
쏘나타보단 그랜저에 더 가까운 전장이고
높이는 1540mm라 정말 제대로 크로스오버이며
전폭은 일본에서 온 차량답게 1840mm로 좁다.
크로스오버라는 차급 자체가
승용차와 SUV를 애매하게 섞은거라
'진짜 크로스오버'라는 단어가 좀 이상하지만
크로스오버 본분엔 크라운이 더 맞다.
408은 짧뚱한 변종에 더 가깝고.
이게 408의 프로포션과 옆모습을 보면서
가슴보다는 눈꺼풀이 떨린 이유인 듯.
그래도 크로스오버라서 갖는
장점이 없진 않다. 일단 뒷좌석 헤드룸이
4도어 쿠페 붐을 타고 계속 좁아진
세단보다는 한결 넉넉해서 좋고,
트렁크도 패스트백 형태라서
스팅어같이 해치 게이트가 열림.
트렁크 공간도 꽤 여유가 있다.
난 차에서 자는 행위를
구태여 할 필요가 있나 싶은 사람이지만
차박 좋아하면 일단 승용차보단 훨 낫다.
예전에는 자동차 제조 강국 하면
몇 개의 나라만 딱 떠올리면 그만이었는데
이제 대한민국도 당당하게 자리잡았고
중국 회사들도 전기차로의 전환을 기회 삼아
은근 슬쩍 기어오르고 있는 것이 사실.
그만큼 이제 2024년에 자동차시장은
굉장한 레드오션이 되었고,
특히나 4천 ~ 5천만원 전후의 가격대는
정말 피터지게 경쟁하는 영역이다.
일반 서민들이 주로 차량을 구입하는 가격이니.
그래서 408은 이 시장에 진입하며
너무 다르고자 애쓴 흔적들이 좀 보인다.
푸조라는 브랜드는 유럽에서나 먹히지
북미 시장이나 아시아 시장에서는
그다지 긍정적인 이미지가 잘 없는 편인데
그런 브랜드의 기함으로 기획됐으니
튀어 보여야 한단 부담이 너무 가중됐나.
디자인 곳곳에 디테일을
아주 열심히 심어둔 건 좋다.
좋은데 정리가 안 된 느낌.
특히나 디자인 테마 자체가
강렬한 사자 이미지이기 때문에
아기자기하게 곳곳에 포인트를 숨겨두면
강한 이미지 자체에 별 도움이 안 된다.
그리고 파워트레인도.
408 GT는 GT 뱃지가 붙었지만
높은 출력과는 전혀 연관이 없다.
기아의 EV6 GT와 완전 상극.
날렵한 외모와 GT 뱃지가 무색하게
여기에 얹혀있는 건 코드네임 EB2ADTS로
1199cc 직렬 3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
최고 출력 131마력 @ 5500rpm,
최대 토크 23.5kg·m @ 1750rpm을 냄.
특이하게 터보엔진인데 최대 토크가
딱 1750rpm에만 나온다고 되어 있다.
강한 토크가 피크 시점에만
치고 빠지는 토크 그래프를 그리는데
에코부스트 엔진이 딱 이런 형태다.
난 개인적으로 이런 형태로 토크가 나오는
엔진들 정말 그닥 좋아하지 않는데,
푸조에겐 비장의 무기가 하나 있다.
바로 파워트레인 튜닝 실력.
대부분의 사람들이 푸조라고 하면
시시껄렁한 차나 만드는 비주류 회사라고
생각하겠지만 푸조의 모터스포츠 경력은
그 누구도 무시할 게 못될 정도로 탄탄함.
이 차를 타면서 배기량이 1.2리터라는 점만
알고 탔기 때문에 아무런 기대를 안 했는데,
역시나 푸조는 프랑스차 아니랄까봐
제원표상의 성능을 뛰어넘는 실 체감 성능을
주행 시 두루 느낄 수 있어서 흡족.
르노도 이런 경향이 있긴 하지만,
그런 르노차들은 대부분 DCT.
이 푸조 408은 아이신의 자동 8단이라
일반 토크컨버터식 자동변속기이다.
그러고도 이런 뛰어난 실 출력을 내다니.
정말 푸조, 만만한 회사가 아니다.
자동변속기로 이렇게
동력손실이 적거나 오히려
출력이 할증된듯한 신기한 느낌을 주다니.
실제로 풀 가속을 해보면 당연히
출력에 맞는 느긋한 제로백 수치가
나오겠지만 평소에 타고다니면서
초시계로 가속을 매번 재진 않기에
408은 이렇게 작은 심장을 갖고도
타고다니기 부족함 없는 성능을 선보임.
3기통이라는 점도 거슬리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 같은데, 생각보다 특히
진동이 억제가 잘 되어있다.
3기통은 폭발을 고작 3번으로만 나눠서
4번이나 6번, 8번, 12번으로 나누는
더 큰 엔진들에 비하면 당연히
진동과 그와 수반되는 소음이
어느정도 있는 건 당연한 것인데
408의 정숙성 꽤나 놀랄정도로 수준급.
내가 그간 타본 3기통 차량 중
그 어떤 차량보다 실내로 유입되는
진동량이 가장 적어서 스트레스가 없었다.
그렇다고 막 6기통 정도와
결투를 신청할 정도는 아니고.
평범한 4기통 수준은 된다.
푸조를 살 때 제일 기대되는 점이
바로 코너링과 주행 성능일텐데,
408은 이 부분도 훌륭하게 해낸다.
4700mm라는 길이가
그다지 크지 않게 와닿는 한국이지만
또 스포티한 주행을 해보면
꽤나 크고 휠베이스가 긴 차량이다.
그런 물리적 단점을 상당부분
서스펜션 튜닝으로 408은 손봤음.
떡두꺼비 같은, 어깨를 쫙 펴고
납작하게 도로에 붙는 듯한 주행감은
쿠페형 프리미엄SUV들에서 많이 본
그런 느낌인데 408은 SUV는 아니라서
그보다도 더 낮고 넓게 위치한 느낌.
뒷 차축이 대단히 빨리 따라온다거나
앞머리가 유독 기민하다거나
그런 느낌이 아니고, 차체 전반이
통으로 가뿐하게 순간이동해서
차량과 운전자간의 일체감 뿐만 아니라
차체 전반을 아우르는 차량 자체의
일체감 또한 대단히 높다.
아까 언급한 쫀득한 느낌들이
최신 차량이라 높은 차체 강성과
만나서 이런 감각을 주는 듯.
운전대는 사이즈가 작고
빠르게 돌리기 좋은 생김새인데
앞 바퀴에 대한 피드백이
엄청나게 많이 유입되진 않지만,
빠른 스티어링이 차체를 금방금방
휘두를 수 있도록 운전자를 돕는다.
무게감도 독일차나 독일차 호소인인 국산차나
기타 차량들보다 훨씬 가벼우면서도
불안감은 전혀 주지 않는 게 놀랍다.
이게 독일 - 영국차와
프랑스 - 이탈리아 차량간의
대표적인 분위기 차이라고 하겠다.
ESP는 딱 필요한 만큼만
적당히 잡아줘서 켜놓은 상태에서도
위험하지 않은 선에서 충분한 재미를
느끼도록 설정값이 아주 훌륭하고
해제 시에도 후반엔 개입한다.
프랑스 차들, 특히 르노 차량들은
아예 ESP 해제 옵션을 안 갖추고
만드는 차들도 좀 있는 반면에
푸조는 랠리 혈통을 이어받아선지
차량과 신나게 한번 놀아보겠단걸
굳이 막아서진 않는다.
이런 마인드로 차를 만들었단 건
정말 대만족. 그렇다 해서
408이 평소에 위험하다거나
ESP가 필요 이상으로 놔주도록
기본값이 설정됐다거나 하진 않으니
걱정 붙들어 매도 충분하다.
특이사항이라면 타이어의 폭이
205mm로 엄청나게 얇다.
휠 사이즈는 19인치나 되는데도.
타이어는 미쉐린의 e-Primacy로
최근엔 메르세데스-벤츠 GLC에도
들어가는 등 은근 보이는 타이어.
노면을 붙들려는 기색 없이
사뿐 사뿐 아이스 스케이트를 타듯
도로 위를 움직이는 408의 느낌에
이 얇은 타이어도 한 몫 하고 있는데
좋은데, 문제라면 타이어 교체 시
맞는 타이어가 거의 없을거란 것.
그럼 미쉐린이라 그리 싸진 않은
순정 타이어만 주구장창 껴야한단 것.
그 외에 이 사이즈로 나오는 타이어는
프라이머시 4나 크로스클라이밋 2여서
죄다 미쉐린. 주머니 사정에 가차없다.
솔직히 408보다 두 배 이상 비싼
수입차를 타는 이들도 타이어 교환 시엔
저렴한 국산 대체품으로 바꾸는 경우가
대부분인 우리나라 운전자 실정에
4천만원대 차량에 매번 미쉐린으로 교환이라니
이에 부담을 느낄만한 고객들이 99%일 듯.
이보다 한 술 더 뜨는 게
최근 출시된 신형 도요타 프리우스.
신형 프리우스는 무려 195/50R19.
프리우스는 극강의 연비를 위해
이렇게 세팅했다는 핑계라도 있지
408은 글...쎄...요.
205/55R19는 프랑스 차들이나
조금씩 쓰는 초 희귀 사이즈.
특별함을 이런식으로 전해주면 안 됨.
4천만원대 차량 가격이라면
프리우스도 비교 대상이 될 수 있겠네.
프리우스는 408과 다르게
앞머리가 팍팍 꽂혀들어가서
운전자로 하여금 핸들링이 좋다
착각하게 유도하는 세팅값이라
약간 반칙을 하는 느낌.
그리고 프리우스는 마찬가지로 쓰는
19인치 휠이 노면의 잔진동과 요철을
어느정도 밟고 댐핑은 폭스바겐과 유사하게
탄탄하게 되어있어 종합 승차감은
408보다 꽤나 못하다.
어쩌다보니 푸조 시승기인데
주요 비교대상이 도요타.
크라운과 비교하면 주행 성능으론
408이 압살하다시피 한다.
크라운은 전반적으로 무미건조함.
그게 원래의 도요타지만, 너무 밋밋해.
위에 언급한 차종들과도
짧게 비교하자면 디 올 뉴 그랜저는
408에 비하면 차가 너무 크고,
쏘나타 디 엣지는 N 라인이라는
극약처방을 내렸음에도
너무 노면 위에 축 늘어지면서
자극은 부족한 인상이 강하며
쏘렌토 하이브리드가 그나마
견줄 만 하지만 차고의 차이에서 오는
408의 강점이 분명하기 때문에
현대 - 기아 진영과의 비교는
408이 종합적으로 훨씬 좋다.
스포티한 기분과 실제 주행성
이 두 가지가 전부.
408의 제동감은 그렇게까지
정교하게 전 영역에 제동력이
고루 분포되어있다는 느낌은 없고
제동력도 무난하단 인상이 강했으나
4천만원대 일반적인 차량에 너무 많은 걸
내가 요구하는 듯 하여 이만 줄임.
시승차라 나보다 전에 탔던 이들이
길들이기를 이래 해놨을 수도 있으니.
유럽의 중국에서 온 차지만
그래도 유럽에서 왔다고
유럽차다운 면모도 여기저기서 꽤 보인다.
일단 센터 콘솔의 레이아웃과
각종 요소들의 배치 및 디자인이
굉장히 폭스바겐그룹이 생각남.
기어 레버나 시동버튼 위치,
별도의 수동변속 M 모드,
각종 폰트들까지 전부
소재가 조금 저렴해진 아우디 느낌.
아우디나 폭스바겐도
기어레버에 S 모드가 따로 있잖아.
실내의 요쇼들이 폭스바겐그룹을 연상시키는
또 다른 차는...유럽의 중국이 아닌
정말로 중국에서 넘어온 차량.
짱깨 유니버스는 폭스바겐을 사랑해.
그러고보니 중국에 본격적으로 신출해서
차를 열심히 팔았던 첫 외산 회사가
상하이 폭스바겐(SAIC)이네.
역시 이 바닥에 우연은 없다.
마치 첩보 영화처럼.
이렇게 폭스바겐 느낌이 곳곳에 드는 건
생각보다 사람들이 큰 돈을 쓸 땐
보수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경향이
여러모로 짙어서 이렇게 했지 않나 싶다.
개성 넘치는 독특함은 때로는
구입을 막는 독이 되기도 하니까.
난 그럼에도 시계 메탈 줄같은
408의 시트 무늬는 아주 멋지고 좋다.
예전에 시트로엥이 야심차게 출범시킨
고급 브랜드 DS가 이랬었는데
DS의 차량들이 연상되네.
나 DS 3 크로스백도 타봤었는데
제원상 출력을 뛰어넘는 힘과
대중적 취향과 살짝 비껴갔지만
다른 곳에서 구하기 힘든 고급감은
꽤나 매력있는 차량이었음.
시트로엥이나 푸조나 원래 한 솥밥
같이 먹던 이들이기 때문에 그렇겠지.
그럼 폭스바겐과 푸조는?
둘 다 ㅍ으로 시작하네.
파워트레인 언급에서 빠진 얘기 하나 보충.
요즘 유럽차의 추세가 디젤은 이제
환경규제에 대응하느라 너무 복잡해져서
디젤은 죽이고 가솔린을 띄우면서,
대신 가솔린 엔진이 디젤같이
상시 강한 파워를 내도록 세팅하는데
408도 약간 그런 경향이 있다.
아까는 토크가 1750rpm에서
찍고 내려온다고 그랬는데 뭔 소리냐.
이런 송곳같은 피크 토크의 원조
포드 에코부스트는 최대 토크 전후로
정말 가파르게 토크가 상승하거나 떨어지는데
408은 원체 최대 토크 자체가
그다지 높지 않은 차량이라서 그런지
푸조가 그래도 생각은 있는 회사여서 그런지
대략 4200rpm 정도까지는
최대 토크의 거진 90%를 지켜낸다.
실질적으로 1350rpm - 4200rpm 사이에선
지속적으로 20kg·m 이상을 내뿜는 것.
20kg·m란 수치가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2000cc급 중형차의 최대 토크와 맞먹음.
걔들은 6000rpm 막 이렇게 가야
간신히 20kg·m을 내는거고
408은 저회전부터 중역대 이상까지
쭉 그만큼을 상회하는 힘을 내는 거다.
그 대신 엔진의 최대 회전수가
5700rpm 언저리밖에 안 되고,
보어 x 스트로크 비율이 스트로크가 한참 긴
롱스트로크형 엔진이라 디젤 엔진과
매우 흡사한 파워 전개를 보여준다.
어떻게 보면 실용 구간에 집중했으면서도
디젤차의 단점을 하나도 안 지녔단게
굉장히 좋게 볼 여지가 많긴 한데
가솔린 엔진들이 주는 깔끔함이나
시원함은 비교적 덜해서
적어도 내 입맛에는 좀 아님.
예전에 디젤게이트로 온 유럽이
시끄럽던 당시에도 푸조는
정석대로 깨끗한 디젤 엔진을 만든
효율성으로는 탑티어급 회사인데
그런 장기들이 가솔린 엔진에도
그대로 녹아들었지 않나 싶다.
그런데 사람들이 좋아할까는 약간 의문.
408에는 유럽 이외의 시장에다 팔
4기통 터보 1.6 THP 215 모델도 있는데
내가 봤을 땐 그걸 들여오는게
훨씬 낫지 않았나 싶다.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에
파는 모델인 듯 한데 한국에도 충분히
들여옴직 하다고 난 보고 있음.
408 GT는 아랫 등급 얼루어엔 없는
매트릭스 LED 헤드램프를 갖추었는데,
이 정도 가격대 차량에다 헤드램프에
이렇게 힘을 주는 회사는 푸조 말고
또 폭스바겐그룹밖에 없다.
GTI를 비롯한 골프 라인업들이
같은 가격대에 포진했음에도
IQ.라이트라는 매트릭스 LED를 달았는데
408 또한 4천만원대로 이런 고품질의
헤드램프를 즐기며 야간 운전을
수월하게 할 수 있다. 유럽 메이커들이
참 이런 점에서는 타협을 안 해.
실내 가죽 재질감은 그냥저냥 평범.
그런데 이 차의 오디오가 예사롭지 않다.
기본값은 베이스가 좀 세게 되어있어
베이스를 줄이고 중, 고음역대를 올리면
전반적인 밸런스가 맞는 소리를 내는데
별다른 오디오 회사 딱지가 붙어있지 않음에도
음 간의 분리가 적당히 선명하고 깔끔하다.
저가의 카오디오는 으레 음들이 뭉치고
해상력 자체도 모자라거니와
스피커 갯수가 적어서 음계 구분이
확실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거든.
르노의 포칼, 알카미스, BOSE도 그렇고
프랑스 차들이 오디오 튜닝도 꽤 한다.
그동안 푸조는 포칼을 주로 썼는데
408은 웬일로 포칼 브랜딩이 없음.
근데 소리 성향은 포칼에 가까운걸 보니
그냥 뱃지만 안 붙인 것 같다.
포칼 특유의 흐리멍텅하지 않은 고음과
적당히 눌러주는 저음이 낯이 익음.
국내에 수입되는 408에는 없지만
해외에 존재하는 더 고급 트림에는
포칼 10-스피커 오디오가 들어가는데
내 보기엔 이 기본형 오디오조차
포칼이 어느정도 만져준 듯 하다.
그래서 결론을 낼 시간.
408이 과연 도박에 성공했느냐,
큰 판돈을 걸고도 살아남았느냐
내 보기엔 아쉽게도 그건 아니다.
408이 차는 꽤 괜찮고
은근한 매력들이 장점인, 좋은 차인데
좋은 차가 꼭 잘 팔리는 차가 아니듯이
많은 이들에게 어필하기란 역시나
이번에도 푸조차답게 실패했음.
특히나 국내에는 푸조를 수입하는
한불모터스가 A/S를 아주
속에서 천불이 나게 만든다고
천불모터스라는 별명이 붙어있는데
그런 천불모터스를 극복하고도
사야 할 만큼의 차량인지는 잘 모르겠음.
지금은 이제 천불..아니 한불모터스가 아닌
스텔란티스 코리아의 산하
푸조 코리아가 출범했어서
예전보다는 좀 덜하지 않을까 싶지만
그 외에도 차량 비닐 뜯으면 몇 백 날아가는
초고가 차량에 준하는 감가와
A/S 탓에 덩달아 부담인 보험료까지.
아까 타이어 교환 시의
마주하게 될 문제도 언급했죠?
자동차라는 게 꼭 딱 봤을때 괜찮거나
신차 상태일 때 좋아 보인다고
차량을 운행하는 내내 만족스러운 게 아님.
408은 겉보기에 차는 준수한데
차량을 구입한 순간부터 그 이후의 미래까지
쉽지 않은 여정이 다가올 게 눈에 보인다.
그래서 408의 도박은 아주 폭망까진 아닌데,
투자한 만큼의 원금 회수는 과연 될까
싶은 정도의 중박 이하의 성적 정도.
아, 사진 속 차량의 이 청록색은
Obsession Blue라는 색인데
오묘하니 이쁘다만, 안 그래도 빠른
푸조 차량들의 감가를 가속화시킨다는 점에서
역시나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
헤드레스트의 사자 엠블럼 각인은 무료라
70만원인가 돈 받는 포르쉐보다 훨 낫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