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계에도 전쟁이 있다.
대놓고 전쟁 선포하듯이 상대방을
공격하는 류의 전투는 아니지만,
치열하기 그지없는 자동차 시장에서
조금이라도 더 파이를 가져오기 위한
숨은 전쟁들이 여기저기서 일어나는 중.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회사와
그 회사의 대표 모델들은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계속 바뀌고 변화할 수 밖에 없는데,
마침 포드에서 새로운 올 뉴 머스탱이
공백 끝에 국내에 본격적으로 출시됐다.
7세대까지 온 이번 신형 머스탱(S650)은
'머스탱'이라는 아이코닉한 간판으로
반 세기 넘는 역사동안 살아남은 후손인데,
앞으로도 계속 이 치열한 전쟁에서
살아남을 만큼 새로운 면모를 보여줄 수 있을까?
가격부터 짚고 넘어가자면,
글에서 다룰 머스탱 2.3 에코부스트는
쿠페 5990만원, 컨버터블 6700만원.
상위 모델인 머스탱 GT는
쿠페 7990만원, 컨버터블 8600만원이다.
가격표를 보건대 BMW의 Z4와
딱 겹치는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브랜드의 위상이나 차량의 포지션 뿐만 아니라
'가격이 겹친다'는 점도 두 차를
경쟁 관계로 만들어버릴 수 있는데,
국내 시장에서 유사 가격대의
정식수입된 차량으로선 이 둘 뿐이다.
메르세데스-벤츠 SLK(SLC)와
아우디 TT는 단종되었고,
포르쉐 박스터 및 재규어 F-타입은
더 고가의 모델들이라 가격 범위를 벗어남.
머슬카 중 대표적 라이벌인
쉐보레 카마로도 현재 국내에선 단종.
대한민국이라는 전장에서
독일과 미국간의 싸움이 시작됐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독일은 마침 일본과
손을 잡아서 차를 만들었네.
BMW Z4는 도요타 수프라와 형제 차량이니.
독일 + 일본 vs. 미국
이거 완전 제 2차 세계대전.
백년 전 즈음의 전쟁이 부활할 조짐을 보인다.
그럼 여기서의 전쟁은 과연 누가 승자일까.
머스탱이란 차는 머슬카이니
으레 직선주로를 쭉쭉 달리는 성능부터
다룰 거라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난 차량의 실내에서부터 시작하려고.
왜냐면 실내는 머스탱과 독일산 라이벌들의
경합지라기보단 안전지대라 느껴질 정도로
이제 디자인과 실내 레이아웃이 서로 판박이다.
12.3" 디스플레이 두 장을 이어붙인 형태,
인포테인먼트 화면 아래의 송풍구 형상과
도어 캐치의 모양 및 위치 전부
BMW 4시리즈가 생각나는 인테리어다.
심지어 운전대의 생김새도 최신 BMW의 그것과
거의 비슷하게 느껴질 정도이니 놀라울 정도.
물론 BMW는 프리미엄 브랜드이기 때문에
모든 모양새가 한결 보기좋게 다듬어져 있고
소재도 머스탱보단 훨씬 좋은 것들을 발라놨지만
인테리어가 전반적으로 풍기는 분위기는
머스탱과 BMW가 어느때보다 비슷해졌다.
이게 머스탱에게 있어선 상당한 칭찬인데,
보통은 머슬카라고 하면 투박한 실내를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이젠 아니다.
칙칙하고 어둡던 실내 분위기는 온데간데 없고
미국산 머슬카를 사면서 그간 내려놓았었던
실내 디자인까지 신형 머스탱은 꼼꼼하게 챙겼다.
앞좌석은 앞-뒤 조절은 전동식,
등받이는 레버를 사용하는 수동식인데
포르쉐의 기본 2-way 스포츠시트와 동일한 방식.
착좌감 자체는 두툼하니 편안하고
최저 포지션도 아주 낮게까진 아니지만
상당히 낮게 내려가서 마음에 들었다.
기어노브는 둥근 공같이 생겼는데
골프 GTI의 골프공 모양 기어노브가 생각남.
포르쉐와 골프라니 이번엔 폭스바겐그룹인가.
포르쉐는 돈 받는 알루미늄 페달은 기본적용.
시트는 열선과 통풍 모두를 지원하는데,
이 통풍 시트 꽤나 시원하다.
난 통풍 시트 생전 안 써서 관심 없지만
통풍 시트에 죽고 못사는 한국인들에게 희소식.
운전대 열선까지 빠진 옵션이 없다시피하다.
사진의 내장은 '스페이스 그레이' 색상.
미국 회사라 그런지 애플이 생각나는 이름.
그런데 공식 카탈로그에는 까만색보다 살짝 밝은,
우리가 보통 회색이라 생각하면 떠올리는
그런 사진으로 나와있어서 그런갑다 했는데
실물은 크림색이라고 해야될 것 같은 색상.
크림이긴 한데 슈크림같은 노란 빛이 아니고
오레오 안에 발라져있는 초록 빛 섞인 크림색.
개인적으로 아주 마음에 드는 색이다.
너무 부담스럽게 밝은 빛의 색감이 아니라서.
이외엔 빨간색 내장도 있는데,
이름이 카마인 레드. 노렸네 노렸어
빨간색도 카탈로그 상에는 체리빛 색감인데
실물은 어떨지 상당히 궁금하다.
머스탱의 실내는 이렇게
그동안 머스탱이 휘어잡고 싶었던
독일차들의 면모를 (긍정적인 의미에서) 많이 닮았다.
머스탱을 타면서 인테리어 감성품질을 논하게 되다니.
상대를 이기려면 상대의 강점은 닮아야지.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이제 달리기 시작해볼까.
그리고 이제 독일차와 갈라설 시간.
아무리 독일차를 타겟으로 삼았어도
머슬카의 핵심은 그 무엇보다 심장이다.
정말 안타깝게도(?) 이 차량은 머스탱 GT가 아닌
머스탱 에코부스트다. 맥이 탁 빠지지.
하지만 국내 소비자들의 픽은 대부분 이 차라는 것.
우선 간단히 스펙부터 읊자면
2261cc 직렬 4기통 터보 에코부스트 엔진.
최고 출력 315마력 @ 5500rpm,
최대 토크 48.3kg·m @ 3000rpm.
4기통 엔진으로서는 꽤나 센 파워라고 할 수 있다.
독일 회사들은 대부분 4기통으론 2000cc급인데
배기량을 300cc가량 더 크게 쓴 상태.
직전의 머스탱 에코부스트보다 최고 출력은 5마력,
최대 토크는 4kg·m 올랐다.
터보가 장착된 엔진인데 최대 토크 발현 시점이
3000rpm으로 생각보다 높은 편이고,
또 발현 범위가 아니라 발현 시점인게 특이하다.
보통 터보 엔진들은 최대 토크 발현 구간이
초반에 일정부분 연속적으로 몰려있는데,
이 엔진은 딱 3000rpm에서 최대 토크를 뿜음.
이게 운전하는 데 있어서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솔직하게 말하고 들어가자면
나는 이 2.3L 에코부스트 엔진 안 좋아함.
익스플로러에 얹혔을 땐 그저 무난무난해서
별로 좋아하진 않아도 그냥 탈만은 했는데
이게 머스탱같은 개성이 강한 차에 얹히면
엔진이 순식간에 차를 몰개성하게 만들어버린다.
엔진의 음색이나 소리 자체, 회전질감
모두 평범해서 머스탱의 캐릭터와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근데 이건 부차적인 문제고,
제일 큰 문제는 파워를 전달하는 방식.
방금 말했지만 이 엔진은 3000rpm에서
최대 토크가 순간적으로 치고 빠진다.
아이들링부터 3000rpm까진 가파르게 토크가 오르다가
3000rpm을 지나는 순간부터 다시 토크가 쭉 떨어짐.
이게 변속기와 맞물려서 상당한 문제가 되는데...
변속기는 GM - 포드 공동개발 10단 자동변속기.
하도 GM차와 GM식 네이밍에 익숙해서
순간 10단 하이드라매틱이라 쓸 뻔함.
공동개발이라고는 하지만,
이 세로배치 후륜구동용 10단은
사실상 포드가 거의 다 설계한 변속기다.
개인적으로 10단은 너무 단 수가 많다.
항속 기어 수가 늘어날수록
저단 기어를 촘촘하게 짜서
초반 가속 성능도 잡으면서 연비까지
두루 챙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보통 이런 초 다단화 변속기 채택 차량들은
항속 시 9단, 10단 이렇게 들어가는데
순간적인 킥다운을 요할 때 너무 많이 내려가야 함.
그리고 머스탱의 에코부스트의 이 변속기는
변속 속도가 심지어 '트랙 모드'를 놓았음에도
생각만큼 그렇게 빠르게 변속되지 않는다.
다운 시프트때 이 느낌이 더욱 두드러짐.
마치 이전의 현대/기아 후륜구동용 8단 자동을 보듯이.
그래서 중저속 크루징 중
순간적으로 악셀을 내리밟으면
일단 변속기가 단수를 내리는데 하세월이고
2,3단으로 내려오고 나서야 회전수가 올라가는데
3000rpm까지 올라간 뒤 갑자기 힘이 빠지는 느낌이 든다.
과급기 차량이라면 터보랙을 거친 후에
쭉 플랫한 토크 곡선을 그리며 계속 밀어줘야 할 것 같은데
이건 운전자를 절벽에서 밀듯이 팍 친 다음
갑자기 미는 힘이 서서히 빈약해짐.
특히나 4500rpm부터는 토크가 급격하게 빠지기 때문에
터보 엔진들의 고질병인 김빠지는 고회전이
다른 차량들보다 훨씬 빨리 찾아오는 느낌이다.
전반적으로 그리 유쾌한 경험이 아님.
회전 한계까지 서서히 단계적으로 토크가 올라가는
자연흡기같은 자연스러운 감각도 아니고,
터보 엔진다운 든든한 토크감도 없다.
송곳처럼 순간적으로 팍 밀고 말거면
굳이 이렇게 최대 토크를 높게 설정할 필요가 있나.
그렇게 높은 수치를 내기 위해 터보가
부스트 압력을 높게 쓰는데, 그래서 터보랙에 더 시달린다.
아무리 2000cc보단 크다지만 2261cc도
기통당 배기량이 크다고 말하기는 뭐한 애매한 사이즈.
그런 낮은 배기량으로 이런 높은 부스트압을 쓰니
사실상 총체적 난국이라고 느껴진다.
비단 머스탱 뿐만 아니라
이 2.3 에코부스트 엔진을 쓰는
전 포드-링컨 차종들이 다 이런식이다.
그래서 원래부터 안 좋아했는데
머스탱에는 더더욱 정말 아니라고 느껴짐.
반면, BMW는 다르다.
B48 엔진을 얹은 Z4 sDrive20i는
1450rpm부터 4200rpm까지
최대 토크로 주구장창 밀어대며,
출력이 더 높게 튜닝된 430i는
1500rpm부터 4400rpm까지 최대 토크.
거기에 빠른 반응성의 ZF 8HP 변속기까지 조합되니
실질적으로 출력'감'을 즐기는 데에는
BMW 차량들이 머스탱 에코부스트보다 훨씬 좋다.
어차피 4기통 라인업들이라 출력 자체가
어마무시하게 강력한 건 아니니까
출력 전개 시의 감각이 더욱 중요한데
BMW가 괜히 BMW가 아님을 증명하며
머스탱 에코부스트를 상대로 첫 번째 전투에서
당당하게 승리를 거두었다.
여담으로, 유사한 가격의 2+2 쿠페로
아우디 A5 45 TFSI 콰트로가 있는데,
이 역시도 출력을 쏟아내는 능력은
머스탱 에코부스트보다 단연코 훨씬 낫다.
특히나 아우디는 7단 S-트로닉
듀얼 클러치 자동변속기를 쓰기때문에
듀얼 클러치 특유의 꽉 물린 직결감과
EA888 엔진 특유의 부드러운 든든함,
콰트로 사륜 구동까지 맞물려서
훨씬 가뿐하게 치고나간다고 느껴진다.
아우디도 1600rpm ~ 4500rpm 사이에서 최대 토크.
터보 엔진을 얹을 거면 엔진 튜닝을 이렇게 해야지.
아직 타보기 전인 메르세데스-벤츠 CLE 200도
이런 형식의 토크 그래프를 그리니
그냥 최근 트렌드가 이렇다고 보면 된다.
머스탱은 실내 뿐만 아니라 이것도 좀 따라했으면.
머스탱 에코부스트의 가속감이
무슨 느낌인가 비유할 거리를 한참 생각해봤는데,
그 왜 국산 2000cc급 LPG 차량들이
낮은 출력으로 인한 답답함을 해소하려고
최대 토크 범위를 저회전대로 당겨놓은 그런 느낌.
근데 이 차들은 실질적으로 앞으로 당겨봤자
최대 토크 수치 자체는 그리 높지 않아서
출발 및 재가속 시 순간적으로 부담이 될 정돈 아닌데
머스탱 에코부스트는 최대 토크 수치가
48.3kg·m나 되다보니 아주 성가시다.
변속기가 킥다운하면서 발생하는 딜레이 및
저배기량 터보엔진의 터보 랙이 합쳐져서
즉각적임과 거리가 있는 답답한 반응 후
송곳으로 찌르고 슥 빠져버리는 듯한 출력감이
머스탱 에코부스트의 종합 점수를 크게 깎아먹는다.
가변 배기 시스템이 장착되어 있는데,
난 배기를 죽여버리는게 제일 낫더라.
안그래도 소리가 그닥 좋지 않은 엔진인데
그걸 어떻게든 시끄럽게 살려보려고
우락부락한 굉음을 억지로 내다보니
부밍음 비슷하게 귀에 엄청난 부담이었다.
원래 머스탱은 V8을 얹기 위해 태어난 차니
머스탱을 구입할 거라면 무조건 5.0 GT.
차량의 직진성 및 주행성능, 승차감은 어떤가?
우선 머스탱 에코부스트는 상위 모델인 GT와 동일하게
매그너라이드 댐핑 시스템을 갖추었다.
캐딜락에서 자주 보이던 MRC와 동일한 물건.
자성체를 이용해 초당 몇백, 몇천번씩 댐핑압을 조절하는 시스템인데
나는 문과라서 이거 구조 설명하기 너무 벅참.
어쨌든 이 장비가 에코부스트에서조차 기본.
난 본격 달리기를 챙긴다 싶은 5.0 GT에서만
기본장비로 달고 들어올 줄 알았는데, 의외다.
이런 장비를 생각하면 5990만원의 차량 가격이
그리 비싸다는 느낌은 들지 않네.
이 매그너라이드 댐핑 시스템의 최고 강점은
코너 진입, 통과 중, 탈출, 직진 시 실시간으로
댐퍼를 연속적으로 조절할 수 있단 것이고,
또 댐퍼의 단단함을 조절할 수 있는
범위가 일반적인 댐퍼보다 더 넓다.
전반적인 머스탱 에코부스트의 코너링 느낌은
'휠베이스가 어마무시하게 길어진 박스터'랄까.
엔진이 4기통이기 때문에 작고 가벼운 편에
앞바퀴 축보다 안쪽으로 들어와있어
프론트-미드쉽 구조의 차량인데,
그래서 운동성은 특별히 흠잡을 곳이 없다만
제일 큰 흠이라면 차가 큰 것.
포르쉐 박스터랑 비교하는 것 자체가 사실은
좀 이상한 일이긴 하지만, 박스터보단
머스탱의 휠베이스가 훨씬 길고, 그게 아쉽다.
머스탱은 2+2 구조의 차량이라 더욱 그렇다만
선회 시에 이 긴 휠베이스가 조금 걸리적거림.
약간만 더 짧고 차량 사이즈가 컴팩트했다면
정말 재밌을 것 같은데 싶은 아쉬움이.
하지만 또 그러면 뒷좌석을 희생해야 하고
미국차다운, 쿠페임에도 넉넉한 실내를
갖추지 못했을테니 이만하면 나쁘지 않은 타협점.
비유 대상에 포르쉐 박스터가 등장했단 것만으로도
머스탱 에코부스트의 주행성능은 상당하다.
아우디 A5 45 TFSI 콰트로와 완전 상극인 느낌인데,
A5는 4기통이어도 엔진이 앞바퀴 축보다
거의 앞으로 다 나가있어서 저 멀리 실린 무게에
차량이 끌려가는 듯한 직진성과
선회 시 돌길 거부하는 듯한 불쾌함이 싫었었는데
머스탱은 이보다 비교불가하게 낫다.
머스탱 에코부스트의 공차중량은
1755kg라 4기통 엔진을 얹은 것 치곤
그리 가벼운 차량은 아닌데,
이 부분이 아주 안 느껴지는 것은 아니나
실질적으로 회전할때 체감은 적다.
이건 매그너라이드 댐핑 시스템이
선회 중 계속 차량의 움직임을 감지해서
무게감이 운전자에게 느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똑똑하게 작동해서 그런 것.
특히나 폭과 길이를 감안했을 때
이 차가 1.75톤인거는 다소 무겁게 느껴지는데
실제 무게 대비해선 훨씬 가뿐한 몸놀림이 강점.
Z4 sDrive20i보다 차가 훨씬 크기 때문에
날렵함이 부족한 건 어쩔 수 없지만
사이즈 차이만큼의 선회력 열세는 분명 아니다.
그게 머스탱 에코부스트의 실력.
타이어는 255/40R19인 피렐리의 P Zero.
브레이크 라이닝이 강화된 브렘보 브레이크와 함께
'에코부스트 퍼포먼스 패키지' 내 포함됨.
개인적으론 이 차는 타이어 성능에
그다지 의존하는 성향은 아닌데, 이것 또한 마찬가지로
매그너라이드 댐핑 시스템이 차를 계속 받쳐줘서다.
차량 무게와 부피를 감안했을 때의
타이어 사이즈는 적절한 수준으로 보임.
브레이크는 아직 차량의 길들이기가 제대로 되지 않은
그런 느낌을 받아서 다소 부정확한 제동감이었음.
이 차를 내가 출고해서 타본 게 아니니까 별 수 없다.
브레이크 페달 감각은 독일 회사들이 한 수 위.
이번 머스탱의 특별한 점이라면
마니아들이 환장할만한 포인트를
몇 가지 갖추고 있다는 것인데,
첫 번째는 전자식 사이드브레이크가 적용됐음에도
사이드 브레이크 레버를 예전 케이블식같이
따로 만들어놨다는 게 아주 매력적이다.
작동감은 전자식의 그대로지만 그 당기면서
차량과 교감하는 느낌을 보존해놨다는 점이 칭찬할만 함.
이게 머스탱 GT에선 '드리프트 브레이크'로
작동해서 드리프트용으로 사용 가능한 게 웃기다.
두 번째는 차량 키를 통해 원격 시동을 거는 건
아무나 다 하고 있는 것이지만, 머스탱은
그보다 한 술 더 떠서 차량 키를 통해
차가 RPM을 올려서 배기음을 방방 내게 할 수 있다.
참 무식하면서도 헛웃음나는, 유쾌한 기능인데
이게 머스탱 GT에선 V8의 멋진 사운드를
외부에서 즐길 수 있는 좋은 방법 같다만
머스탱 에코부스트에선 소리가....
위에서 언급했던대로 이런 신형 머스탱의
특별한 기능들도 머스탱 5.0 GT에서야
비로소 완성되는 느낌이라 무조건 GT.
승차감 및 고속에서의 안정감 또한 마찬가지다.
승차감은 매그너라이드 댐핑 시스템이
유연하게 계속 차량 댐핑압을 조절할 수 있으니
(무거운) 차체를 받치기 위해 스프링을 매우 단단하게
만들어야 한단 부담으로부터 자유로웠던 덕분에
사실 되게 괜찮은 편에 속한다.
이 정도면 거의 프리미엄 브랜드 차량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요철 처리가 둥글고 매끈하며
아이오닉 5 N보다 훨씬 부드럽고,
독일산 경쟁차종들의 노면의 자잘함을 읽어들이는
그런 느낌도 머스탱에선 한결 절제되어 있기 때문에
승차감에서는 독일을 상대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Z4 sDrive20i 및 A5 45 TFSI 콰트로보다 훨씬 좋음.
고속에서의 안정감은 약간 확신이 부족하다고 해야하나?
침착함 및 운전자에게 안정적이란 믿음을 주는 게
약간 모자란 편인데, 이게 부드러움과 단단함 사이의
어딘가 애매한 지점에서 멈춘 듯한 느낌.
그래서 이걸 아예 눌러버리기 위해
앞에다가 더 무거운 V8을 얹는 게
장거리 크루저로서는 더 어울릴걸로 예상되기에
고속 안정감 또한 머스탱 GT로 가는 게 맞다.
파워트레인 면에서는 독일차들에게
한 수 접으며 패배했었는데,
주행 성능 및 승차감에서는 최소한
방어 전선이 밀리는 일은 없었으며
오히려 승리를 가져오는 결과를 일구어냈다.
예전 같았으면 미국차가 직선주행 및 가속에서 유리하고
독일차가 돌아나가는 감각과 고급스러움을
갖췄다고 생각했을 텐데 이제 완전 전세 역전.
포드는 머스탱 에코부스트조차
트랙 주행까지 상정하고 개발을 한 건지
일반 도로에선 부담스러울정도로 단단해지는
트랙 모드를 서스펜션 조절값에도 갖추었으며
별의별 게 다 표시되는 계기판 기능도 갖추었다.
'머스탱'이란 이름이 일반적으로 주는 인식과
차량의 무게 밎 덩치보단 머스탱 에코부스트는
트랙에서 확실히 잘할 것으로 보여지지만,
어쨌든 이게 완전 트랙 지향 차량인가 하면 그건 아니다.
포드가 이 부분을 신경을 썼다는 건 좋게 보여짐.
머스탱이란 이름은 워낙 아이코닉하고
오랜 역사를 자랑하기 때문에, 요즘 추세처럼
자신들의 헤리티지 및 오랜 역사가 축적해준 자산들을
복고풍으로 다시 풀어내는 데 머스탱도 동참했다.
구형 머스탱의 계기판 디자인을
디지털 클러스터 내 테마로 만들어 준 건
옛날 서부영화 주인공을 연상케 해 주니 아주 멋짐.
그래서 머스탱 에코부스트는
독일차를 상대로 한 전쟁에서 이겼는가?
BMW와 아우디 대신 살 생각이 드는가?
아깝게도 그건 아니다.
확실한 승리를 선포하기엔 부족하다.
그런데 보통 미국차가 독일차를 상대로
한 판 승부를 벌인다고 생각하면
사람들은 대개 코웃음치지 않나.
무슨 미국차가 독일차를 상대로?
머스탱 에코부스트는 그런 수준을 벗어났다.
이제 독일을 상대로 엎치락뒤치락 하는,
패션카로서의 머슬카가 아닌
성능으로서의 머슬카로 장르를 뒤집었음.
엔진이 V8로 바뀌면 더욱 좋겠지.
독일 회사들은 다들 V8 대신
환경규제에 맞춘 6기통들로 갈아탔으니.
웬일로 미국이 승전국이 되지 못했지만,
그건 이 차량의 엔진이 에코부스트인 탓.
V8을 품은 머스탱 5.0 GT는
확실하게 독일을 상대로 한 번 해볼만 해 보인다.
심지어 머스탱 GT는 국내에 수입되지 않는
'다크 호스'라는 퍼포먼스 패키지가
별도로 존재하는데, 난 이게 정말 탐난다.
물론 이게 들어오면 머스탱의 가격이
1억을 돌파할 것이기 때문에
수입하지 않는 것일거지만, 궁금하다.
안다 나도.
이렇게 실컷 말해봤자
국내에서 머스탱 판매량의 절대다수는
2.3 에코부스트가 차지할 것이라는거.
에코부스트를 살거면 차라리 컨버터블로 가자.
뒷좌석 헤드룸 걱정도 없어지면서
동시에 뚜껑도 열려 쿠페보다 훨 낫다.
710만원 추가 지출의 돈 값을 하니까
에코부스트를 선택할 거라면 내 픽은 컨버터블.
하지만 진정한 내 픽은 머스탱 GT.
이렇게 쓰니 뭔가
미국에서 자신들의 진짜 역량을 숨기고
전력이 살짝 부족한 부대를 먼저 내보내
독일(+일본)과 한 번 붙어보게 한 느낌.
'진짜'는 아직 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 진짜는 속에 8기통을 품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