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부지로 가격이 뛰는 중인
프리미엄 및 럭셔리 SUV들은
대개 두 가지 부류로 나뉜다.
하나는 레인지로버를 필두로 한
고급스러움과 편안함에 집중한 차량들.
그 다음은 자칭 '스포츠 SUV'들이다.
험로를 주파하고 짐을 싣는 용도로
픽업 트럭의 짐칸에 덮개를 씌워
출발했던 SUV에다가 스포츠성을 가미한 것.
내 기억이 맞다면 이 분야는
BMW가 X5로 개척한 걸
포르쉐가 뒤이어 카이엔을 등장시키며
망하기 직전이었던 자신들의 회사를 구원해내고
동시에 스포츠 SUV의 대명사 모델로서
입지를 확고히 했던 바 있다.
이제 이걸로도 모자라서
슈퍼 SUV라며, 무지막지한 출력과
슈퍼카에서나 보던 뱃지가 앞에 붙어있는
그런 차들이 억 소리나는 가격표를 붙인 채
시장에 인기몰이중인 것이 2024년.
물론 슈퍼 SUV라고 해서 오너들이
서킷에 가는 게 아니고, 슈퍼 갈 때 타는게
사실상 주 용도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런 고성능 SUV들은 이제
너무나도 익숙하고, 당연한 것 처럼
우리의 인식에 자리잡고 있어서
돈 좀 벌었다 하면 죄다 이런 차를 산다.
그런데 사실 '스포츠 세단'도
나는 그냥 마케팅 용어이자 사기라고 생각하는데
'스포츠 SUV'는 도대체 뭘까 싶다.
그 허상으로 성공한 대표 차종이
자타공인 포르쉐 카이엔.
사실 카이엔은 주행 성능 관련 옵션이
너무 많아서, 개별 옵션의 유무에 따라
주행 성능 및 감각이 많이 달라지지만
다 붙이면 차량 가격이 엄청나게 비싸진다.
특히나 이번 페이스리프트 모델은
종전의 카이엔 대비 가격이 큰 폭으로 올라
이제 기본형 카이엔에 탈만하게 옵션 좀 붙이면
1억 7천만원이 금방 찍히고,
위에 말한 옵션들 거침없이 붙이면
2억원에 근접하는 숫자도 볼 수 있다.
아무리 포르쉐 뱃지를 붙이고 있더라도
어디까지나 폭스바겐그룹 MLB evo 기반의 차량이고
그동안 포르쉐 스포츠카들을 타본 내 경험과
카이엔을 탔을때의 내 기억은 차이가 꽤 났다.
카이엔은 진짜 포르쉐하고는 거리가 멀단 게
내가 가지고 있던 인식이었는데...
그걸 깰 차가 나타났다.
그것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이름하여 렉서스 RX 500h F-Sport.
블로그 주인장 또 또 미친 소리 하네
하기 전에 이 글 끝까지 한 번 따라와보길.
최근 출시된 신형 5세대 RX는
RX 350h, RX 450h+, RX500h F-스포츠
이렇게 세 가지 모델로 나오는데
이 글의 주인공은 RX 500h F-스포츠.
트림명에서 알 수 있듯이 대중적인 라인업은 아니다.
엔트리 모델인 RX 350h는 그동안
렉서스 차량들이 지겹게 써먹은
2.5L 자연흡기 직렬 4기통 엔진에다
전기모터를 조합한 하이브리드 모델이고,
RX 450h+는 동일한 엔진에
더 강력한 모터와 큰 배터리를 얹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반면 RX 500h는 파워트레인이 완전 달라
도요타의 신형 T24A-FTS 엔진이 올라감.
2393cc 직렬 4기통 터보 엔진에다가
두 개의 전기모터(각 102마력, 90마력)를 더해
합산 371마력을 발휘하는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기존에도 렉서스에 500h 모델들이 있었지만
LS 500h와 LC 500h는 3.5L V6 자연흡기 엔진에다
전기모터 하나를 물린 파워트레인이었음.
이제 RX 정도 사이즈와 차급의 차량에도
4기통 엔진만 올라가는 시대가 됐다.
난 이미 신형 RX 350h(9870만원)도 타보았는데,
개인적으론 이 2.5L 자연흡기 하이브리드는
엔진 시동 시 너무 거칠고 시끄러워서 싫다.
앳킨슨 사이클이 적용돼서 그렇기도 하지만
엔진 자체의 음색이 디젤을 연상케 함.
RX 정도의 차급까지 올라와서
방음, 방진을 열심히 해도 막을 수 없는 수준이라
1억 가까이 되는 차에 어울리는 느낌은 전혀 아니었다.
솔직히 내가 엔진 좀 시끄럽다고
쉽사리 지적하는 편은 아닌데
이건 내가 언급할 정도니 확실히 거칠고 거슬림.
RX 350h의 또 다른 문제는 이 파워트레인이
ES 300h, NX 350h등과 공유하는 물건인데
더 작고 덜 무거운 차량들에선 문제가 없었지만
이렇게 RX같이 큰 차에 얹혔을 땐
렉서스의 귀신같이 전륜구동 기반 차량같은 느낌을
말끔하게 숨기던 강점이 싹 사라진단 거였다.
아무래도 차가 크고 무거우니 출발 시
모터의 보조를 받아도 엔진이 더 개입할 수 밖에.
엔진은 앞바퀴에가다만 힘을 보내고,
전기 모터가 뒷 바퀴를 전적으로 담당하는 게
NX/RX 350h의 사륜 구동계인 E-Four의 구조.
게다가 자연흡기 엔진이라 저회전 토크가 모자라
엔진을 깨워서 회전수도 좀 끌어다 써야 함.
그래서 엔진이 NX 350h보다 더 자주 깨어나는
RX 350h는 전륜 구동 기반의 AWD인게
다른 렉서스 및 도요타들보다 티가 많이 났다.
1억이나 주고 전륜 구동 느낌 받고싶진 않음.
RX 500h는 완전히 다르다.
일단 이 T24A-FTS 엔진은 터보가 달려있기에
저회전에서의 엔진 파워가 훨씬 강력해졌다.
엔진 단독 최고 출력은 275마력,
최대 토크는 46.9kg·m@2000 - 3000rpm.
GV80 2.5T의 스마트스트림G 2.5 터보 엔진보다
최고 출력은 29마력 모자라지만,
최대 토크 수치는 3.9kg·m 높다.
제네시스의 2.5 터보 모델들은 솔직히
그냥 두터운 토크가 받쳐주고만 있다 느껴지지
엔진이 힘차게 차량을 앞으로 밀어낸다는 느낌은
그닥 느껴지지 않는데, 오히려 RX 500h는
엔진 단독으로 차량이 주행할때도 더 파워풀한데
이런 게 전부 제원에서도 어느 정도 힌트가 보인다.
그리고 RX 500h는 터보랙이 있더라도
그 랙이 발생되는 동안 전기모터가 힘을 보태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운전자는 터보랙 체감이 어렵다.
전기모터의 보조 범위를 벗어날 정도로 계속 밟으면
이미 터보차저에 충분히 배기가스가 유입되어
즉각적으로 이 두툼한 토크를 누릴 수 있기에 좋다.
4기통으로 2393cc를 만들었기에
단일 기통당 배기량도 작지 않아서
모터 보조가 빠진 상황에서도 쑥쑥 나가는
기통당 배기량 큰 차량 특유의 느낌이 만족스럽다.
처음에 제원표를 읽었을 땐 아무리 하이브리드여도
무슨 자신감으로 500h란 뱃지를 붙였지
의문이 많이 들었는데, 타보니 그럴 만 하다 수긍했다.
뒷 차축에 얹힌 최고 102마력, 최대 20kg·m 모터가
RX 350h의 후륜 모터보다 스펙상으론 약한데
오히려 출발 시 뒤에서 밀어주는 힘은 이게 더 강하다.
방금 위에 지적했던 RX 350h의 단점은
RX 500h에서 찾아볼 수 없어서 훌륭하다.
전륜 구동 기반의 AWD인데, 전혀 이를 느낄 수 없음.
그래서 사륜 구동계의 이름도 DIRECT4로
RX 350h의 E-Four와 완전히 다르다.
경제성 및 차량 가격으로 비교할만한 경쟁 모델은
메르세데스-벤츠 GLE 300d 4Matic인데,
페이스리프트된 GLE 300d 4Matic은
OM654M 1993cc 직렬 4기통 디젤 엔진을 얹어
최고 출력 265마력, 최대 토크 56.1kg·m을 발휘한다.
최대 토크는 트윈 터보 디젤답게 높은 모습인데
공교롭게도 이 수치(550Nm)가 RX 500h의
엔진 + 모터 합산 최대 토크와 동일하다.
RX 500h의 합산 최대 토크는
2000rpm - 3200rpm 사이에서 발휘되어
GLE 300d 4Matic보다는 다소 좁지만
실제로 가속 시 시원함은 RX 500h가 훨씬 앞선다.
즉각적인 전기 모터의 토크가
순식간에 차를 앞으로 밀기 때문에,
킥다운 하는동안의 딜레이 및
디젤 엔진의 느린 엔진 반응성과
두 개의 터보차저에 전부 배기가스가 유입되는
추가적인 딜레이까지 반영되면
언덕과 같은 고부하 상황을 만났을때 RX 500h가
훨씬 빠릿빠릿하게, 힘차게 치고나가고
4기통이라는 점이 전혀 아쉽게 느껴지지 않는다.
최근 타본 GLE 300d 4Matic의 파워트레인은
많이 좋아졌지만 이걸 지금와서 왜 사지 싶었는데
RX 500h는 파워트레인이 아주 마음에 든다.
참고로 550Nm의 최대 토크는
최근 타본 신형 GV80 3.5T보다도 높은 것.
GV80 3.5T를 타면서, 풀 악셀을 계속 전개할 땐
당연히 높은 출력이 있으니 빠르지만
정속주행하다 재가속하거나 시내 출발 시엔
제원표에 쓰인 숫자만큼 빠릿하진 않다 생각했는데
마찬가지로 여기도 변속기의 느린 반응과
트윈 터보에 배기가스가 들어가는데 걸리는 시간 때문에
한 50~80km/h 선에서 순간적인 펀치가 필요할 땐
RX 500h가 훨씬 스트레스가 적은 가속감을 선보인다.
저렴한 자동차세와 더 좋은 연비를 갖추고도
실질적으로 운전할땐 더 힘이 세다?
2024년은 하이브리드가 대세가 되었다더니
정말 하이브리드가 왜 좋은 지, 왜 인기몰이 중인 지
RX500h가 십분 보여준다.
오래된 2.5L 자연흡기 엔진 대신
새로운 2.4L 터보 엔진을 물린 것은
엔진 및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파워 뿐만 아니라
차량의 종합 NVH에도 엄청나게 기여를 했다.
이미 이 2.5L 자연흡기 하이브리드는
도요타 크라운, 렉서스 ES300h, NX300h,
NX450h+, RX350h에서 아주 지겹게 경험했지만
내 지갑을 열기엔 아주 역부족인 물건이었다.
그런데 신형 T24A-FTS 엔진은
엔진의 회전질감도 거부감이 들지 않게
굉장히 부드럽고 편안해져서 놀라웠다.
터보차저가 장착되었기 때문에
터보가 엔진 리스폰스 및 회전감을 무디게
만드는 효과가 있는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롱스트로크형 탓이라고 하기엔
2.5L 자연흡기 엔진이 보어:스트로크 비율이
더 롱스트로크형이고, 터보 엔진이라
압축비를 자연흡기때보다 낮춘 탓이라기엔
이 2.4L 터보 엔진도 압축비가 11:0이라
요즘 추세대로 압축비가 낮지 않거든.
이 엔진의 부드러운 수준은
4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 중에서 가장 부드러운
폭스바겐(아우디/포르쉐)그룹의 EA888에
견줄 정도로 아주 푹신하고 부드럽다.
다만 EA888은 엔진 블럭이 주철이라
무거운 주철 블럭이 주는 차분함이 있는데
이 T24A-FTS는 그보단 엔진 회전이 사뿐하다.
메르세데스-벤츠의 M254(GLE400e)나
BMW의 B48보다는 이쪽이 더 부드러워서
그동안 전기모터가 도와줘서 조용했지
엔진 자체는 시끄러웠던 렉서스 하이브리드가
웬일인가 싶을 정도의 엄청난 개선이다.
이 정도면 EV모드와 엔진 주행 간의
전환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매끄러움.
특히나 뒷좌석에서는 거의 뭐
알 수가 없는 수준으로 조용하고 부드러워졌다.
다만 RX 500h의 6단 자동변속기는
간헐적으로 미션 슬립이 생기는데,
저회전 고부하 가속을 하다가
갑자기 악셀을 내리밥으면
변속기가 순간 미끄러지면서 충격이 올라오는
증상이 하루에 두 번 정도 생겼다.
변속 시 변속 충격이 올라오는 느낌은 아니고.
파워트레인을 스포츠 모드로 놓아도
변속 패턴은 극적으로 바뀌진 않는 듯.
대신 전기모터의 출력을 더 파워풀하게 쥐어짠다.
RX 350h와 RX 450h+는
기존처럼 e-CVT를 사용하는데 RX 500h엔
물리적 단수가 적용된 변속기가 들어간 게
'퍼포먼스 하이브리드' 슬로건엔 훨씬 알맞다.
RX 500h는 스포츠 SUV이기 이전에
프리미엄 브랜드의 일원이기 때문에 인테리어도
좋은 수준을 보여줘야 할 의무가 있다.
신형 5세대 RX는 그 부분에서는
기존의 RX보다 큰 폭으로 개선되었다.
일단 현재 대부분의 렉서스가 사용중인
14인치 디스플레이가 센터페시아에 큼직하게 달려 있다.
이 디스플레이에는 공조 컨트롤러도
통합되어 있는데, 렉서스가 웬일인가 싶다.
RX 500h는 F-스포츠 트림이기 때문에
F-스포츠 전용 사양으로 꾸며지는데
이 차량은 다크 로즈 색상의 인테리어.
그런데 카탈로그 상의 사진이나 이름은
와인색 같이 나와있는데, 실제 색상은
훨씬 밝고 선명한 빨간색이다.
오히려 독일 브랜드들이 이 정도의
쨍한 빨간색은 잘 안 쓰는 편이고
이탈리아 차량을 연상케 하는 색감.
난 밝은 실내를 선호해서
F-스포츠 트림에 프로마쥬 실내 색상은
고를 수 없다는게 처음엔 아쉬웠는데
이 다크 로즈 인테리어로도 아주 흡족하다.
시트 또한 F-스포츠 전용 사양.
헤드레스트 일체형인 스포츠 시트가
앞좌석에 적용되어 있는데,
생김새나 착좌감이나 딱 스포츠 'SUV'로서
적절한 수준으로 운전자를 잡아준다.
이건 스포츠 SUV지 스포츠카가 아니기 때문에
포르쉐의 18way 스포츠 시트 플러스 같은건
사실 평소에 타고다니기 너무 옥죄고 불편하다.
내가 카이엔을 산다면 무조건 14way.
솔직히 911이나 박스터여도 난 14way 고른다.
트랙 가서 돌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공도에서 와인딩 정도 타는데에는
포르쉐의 스포츠 시트도 충분하고, 또 편하거든.
스포츠카 행세하거나 스포츠카 브랜드 일원이라고
그 컨셉에 너무 열중한 나머지 SUV 주제에
말도 안 되게 딱딱하고 불편한 시트 달아놓은
로터스 엘레트라는 정말 반성 좀 해야 됨.
RX 350h의 기본형 시트는 그냥 평범했고
운전대 틸트 범위가 위로 별로 안 올라오는 와중에
최저 포지션이 다소 높아서 그리 편치 않았는데
RX 500h의 F-스포츠 시트는 최저 포지션이
그보다 좀 더 낮아서 훨씬 편한 자세가 나온다.
그러면서도 생각만큼 시트 쿠션이
아주 딱딱하지 않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SUV로서의 본분을 반영해서 편안하다.
시트 방석과 등받이 모두 볼스터 부분은
스웨이드로 마감되어 있는데,
이 역시도 딱 적당한 만큼만 스웨이드를 써서
가죽을 사랑하는 내게도 큰 불만 없었다.
조금만 더 고급감을 원하자면,
천장 마감도 스웨이드로 해주면 좋겠다만
이미 천장의 손잡이가 레자로 마감되어
경쟁 차종들보다 고급스러워 딱히 뭐라 할 수가 없음.
그리고 손잡이를 당겨서 꺼내서 썼다가
놓았을 때 제자리로 돌아가는 움직임이
아주 물 흐르듯 매끈하고 부드럽다.
이런 작은 디테일 하나가 모여서 고급차를 만든다.
시트의 착좌감을 결정하는 요소 중 하나인
시트의 가죽 품질 역시 뛰어나다.
렉서스측의 공식 표기로는 천연 가죽인데,
품질은 경쟁사의 나파 가죽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좋다.
가죽 자체가 부드럽고 매끄러워서
내가 좋아하는 BMW의 메리노 가죽이 생각남.
BMW 내에서도 메리노는 최상위 등급인데.
이 부드러운 가죽 덕분에 시트의 착좌감도
부담스럽지 않고 장시간 앉아있어도
편안한 느낌을 계속 받을 수 있다고 생각된다.
포르쉐의 클럽 레더도 부드럽고 좋지만
클럽 레더는 내구성이 워낙 약해서
크게 신경쓰기 싫은 SUV에는
운용 측면에선 다소 부담스러운데
사실 가격도 상당히 부담스러움
이런 좋은 가죽을 기본 적용한 RX 500h는
가죽 질 깐깐하게 따지는 나한테도 합격.
비슷한 가격대에서 이거보다 가죽 품질
더 좋은 차량은 내 기억에
레인지로버 벨라랑 마세라티 그레칼레 뿐.
근데 그 차량들은 한 체급 낮으면서
럭셔리 브랜드의 일원이라 가능한 것.
계기판은 렉서스가 한동안
LFA 스타일의 계기판을 달아주면서
신경을 많이 써주더니만 최근엔
그다지 공들이지 않는 모습이라
약간 아쉽긴 한데, 이게 일반 테마와
스포츠 모드에서의 테마가 다르다.
일반 테마는 구형 싼타페(TM)가 생각나는데
스포츠 테마는 무슨 콜벳인 줄 알았다.
스포츠 테마는 마음에 들어서
운전하는 내내 이거로 해두고 싶네.
실내에서 또 좋은 점 중 하나는
컵홀더 사이즈가 넉넉하고,
도어트림 수납공간과
센터콘솔 수납함 모두 여유있다는 것.
확실히 이래서 미국에서 세그먼트 1등 하나 싶다.
늘 운전하며 커피를 마시는 내겐
벤티 사이즈 두 개가 동시에 꽂히지 않는
컵홀더 작은 차는 정말 짜증나는데 특히 아우디 너
RX 500h는 이 부분에서 모자라지 않아 좋다.
도어트림 하단부에도 거의 스테인리스 물병
서너개 들어가게 생긴 공간이 있어 좋고
센터콘솔 수납함도 전륜 구동 기반의 차량이라
용량이 넉넉해서 잡동사니 넣기 좋다.
위에서 전륜 구동 기반 AWD임에도
그런 저렴한 티가 나지 않아서 좋다 했는데,
반대로 그러면서 전륜 구동 기반의 장점인
넓은 실내공간과 여유있는 수납공간을
두루 갖췄다. 장점만을 취한 똑똑한 구조.
실내 공간 또한 경쟁차량들보다
차량 자체 사이즈가 작음에도
비슷하거나 더 넓다. 특히 뒷좌석 레그룸이.
동급 차종 중 메르세데스-벤츠 GLE가
뒷좌석 레그룸이 제일 여유있는데
그와 비슷할 정도의 공간이 나와서 넓다.
뒷좌석에는 전동식 등받이조절 기능과
열선, 통풍기능이 모두 갖춰져 있다.
국내 고객 정서에 딱 맞추는 제네시스의
강점 중 하나가 바로 뒷좌석까지
통풍 시트를 비교적 낮은 가격의 차량에도
선택할 수 있다는 거였는데,
이제 렉서스도 1억 1천만원대의 SUV에도
뒷좌석에 통풍 시트를 넣어주네.
난 실내 디자인을 볼 때
뒷좌석 송풍구 디자인을 많이 보는데,
아무래도 차량 제조사가 그렇게까지
크게 신경쓰는 부분이 아니라서 난 더 신경씀.
그동안 일본산 브랜드들이나 BMW나
4존 독립공조 빠진 타이칸이나
뒷좌석 송풍구가 재질이나 디자인이나 전부
싸구려같은 생김새인 경우가 태반이었는데
RX 500h는 이 정도면 꽤 잘 꾸몄다.
메르세데스-벤츠 GLE 다음으로 2등인 듯.
USB-A 데이터 포트와 USB-C 충전 포트,
스마트폰 무선충전패드와 수납공간을
다 아우르는 센터콘솔 수납함의 덮개도
밀어서 여닫을 때 제네시스 G90보다 부드럽다.
제네시스 G90은 얼음 위에서 미끄러지듯 움직인다면
이건 기분 좋게 기름을 바른 듯한 촉촉한 접촉.
이제 슬 RX 500h와 달려볼 시간.
위에 말했듯이 난 RX 350h도 진작 타봤는데
RX 500h에 운전석에 올라 출발하자마자
단숨에 '이거 RX 350h보다 훨씬 좋은데' 소리가 나왔다.
RX 350h는 한동안 도요타/렉서스가
그간의 부드럽기만 하고 재미없단 인식을
깨부수는 데에만 너무 열중한 느낌을 줘서
특별히 편안하다거나 그렇다고 해서 또 잘 달린다는
두 마리 토끼 모두 놓친 애매한 느낌이 강했다.
RX 350h를 먼저 타고나서 RX 500h로 온 건데,
RX 500h는 F-스포츠 모델이라 서스펜션이
RX 350h나 RX 450h+보다 더 단단하대서
'도대체 그럼 RX 500h는 얼마나 단단한거야?'
많은 의문을 가지고 차량에 탑승을 했다.
그런데 웬걸, RX 500h가 승차감이나 주행성이나
모든 면에서 월등하게 좋다.
RX 500h는 기본적으로 댐퍼의 압력이
단단하지만 댐퍼의 움직임이 고급스럽고 매끈하다.
스프링은 내 기준엔 그리 단단한 편은 아님.
스프링보다 댐퍼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건
유럽에서 온 녀석들과 비슷한 구성.
아무리 경쟁 차종들보다 작고 차고가 낮아도
기본적으로 RX는 E-SUV라 상당히 큰 사이즈다.
이런 덩치를 감당하기 위해서 댐퍼가
차체를 노면에 붙이기 위해 꽉 눌러준다는 느낌은
분명 존재하는데, 댐퍼가 수축될 때(컴프레션)는
너무나도 매끄럽게 움직여서 놀라울 정도였다.
댐퍼의 고급스러움과 심혈을 기울였단 느낌이
이 글의 제목을 포르쉐로 뽑은 이유.
포르쉐 카이엔이 정말 포르쉐 스포츠카들의 느낌을
주행 시에 복제해서 보여주는가? 하면
난 단연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RX 500h의 서스펜션 설정값 - 특히나
이 기가 막힌 댐퍼가 포르쉐를 떠올리게 한다.
댐퍼와 맞물려진 스프링의 조화 역시
나 얼마전에 탔던 박스터 생각이 나더라.
스프링은 운전자가 즐겁게 운전하는 데
정말 딱 필요한 최소한의 노면 정보를 전달해주는데
기본적으로 부드러우나 스포츠 모드를 놓아서
댐퍼가 스프링을 더 세게 누르면, 움직임이
이 높은 차가 원활하게 돌아나갈 수 있는 정도로
스프링의 움직임을 제한해서 알맞다.
스프링을 비롯해서 안티롤바도
차량 덩치치고 부드럽게 설정되어 있는데,
이는 렉서스가 DRS라고 부르는
후륜 조향 시스템 덕분이다.
렉서스가 왜 이렇게 이 부분에 대해서
홍보를 하는 데 인색하지 싶을 정도로
독일 회사들을 뛰어넘는 자연스러움이 인상적이다.
내가 메르세데스-벤츠 EQS를 타면서
운전자로 하여금 후륜 조향이 작동중이라는 점을
잊게 만들도록 공을 많이 들였다고 했는데,
이 차가 후륜 조향 기술을 선도하는 메르세데스보다도
더더욱 운전자로선 체감할 수 없으면서
실제론 도움을 주고 있는 굉장한 시스템을 갖췄다.
최대 4도까지 돌아가니 돌아가는 범위가
그리 적지 않은데, 코너링 시의 조향 도움이나
고속주행 시 차선 변경 때 큰 도움이 된다.
한 가지 고백하자면, 이 차를 타는 내내
후륜 조향이 탑재되어있단 사실을 몰랐음.
타고 와서 시승기 적으려고 알아보다 보니
그제서야 알게된 거지. 그 정도다.
파워 스티어링 시스템 역시 마찬가지다.
난 사실 일반적인 취향과 달리
노면 정보 및 잔진동을 완전 차단하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고 불편하게 여기는데,
에어 서스펜션을 채택한 메르세데스-벤츠 GLE는
이런 대중적인 측면에서는 확실히 유리하다.
RX 500h는 서스펜션 뿐만 아니라
운전대로도 딱 필요한 최소한의 피드백을 주는데
신기했던 건 주행 모드를 에코를 놓건
스포츠로 놓건 일관된 피드백과
크게 달라지지 않는 무게감이 좋았다.
제네시스 차량들은 조향 모드를 스포츠로 놓으면
갑자기 운전대가 확 무거워지는게 거슬리는데
RX 500h 역시 조향 설정에 스포츠 모드가
따로 있지만 일반 상태와 대단히 차이나진 않는다.
조향감은 중심부는 매끈하고,
운전대 타각을 더 줬을때는 무게가 약간 더 실린다.
특이하게 중심부에 유격은 없는데,
마치 볼링공이 굴러가듯 매끄럽게 동작하는게
마치 미끄러지는 듯 아닌 듯 신기하다.
그러나 유격이 있는 것은 분명히 아님.
브레이크 페달 감각은 좀 묘했다.
나쁜 쪽으로 묘하다기보다는
하이브리드 모델인 만큼 회생 제동과
물리 브레이크 사용을 전환하게 되는데
회생 제동은 운전자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게
약하게 설정되어 있는 데 비해
고성능 하이브리드를 지향하는 만큼
물리 브레이크는 다소 꽉 무는듯한 느낌이 있다.
그래서 브레이크 페달을 약하게 밟아서
회생 제동으로 멈출 땐 한없이 부드러운데
좀 더 깊게 밟기 시작하면
과감하게 차가 멈추려고 시도한달까.
위화감이 생길 정도는 아니고,
나 역시도 금방 적응했으니 지적할만큼도 아니다.
그래서 내가 차량 운행 중에는
제동 답력이 중간에 몰려있다 느꼈었는데
돌아와서 생각해보니 그렇네.
어차피 과격한 주행 시에는
브레이크 페달을 어느정도 밟기 때문에
물리브레이크를 거의 일관되게 사용해서
제동에 충분한 확신을 가질 수 있다.
승차감은 그럼 어떤가.
승차감 또한 RX 500h가 RX 350h보다 낫다.
RX 350h는 이에 비하면 마찬가지로 댐퍼가 단단한데
좀 단순무식하게 댐퍼가 딱딱하게 다가옴.
그리고 RX 350h는 댐핑 스트로크가 훨씬 짧다.
댐퍼가 유연하게 충격을 받아내줄 여유가
애초에 있지 않기 때문에 스프링에 부담이 있고
스프링은 노면을 읽어들이는 데 열중해서
1억 가까이 하는 차량 치고 승차감이 별로였다.
반면 RX 500h는 승차감이 훌륭하다.
세간의 리뷰로는 승차감이 단단하다던데,
나쁜 노면 및 자잘한 잔요철이 지속 반복되는
그런 환경에서는 확실히 좀 단단한 댐퍼에 의해
이런 잡 것들을 읽어들이는 경향이 짙다만
교량 올라갈때나 방지턱 넘을 때,
깨끗한 노면에서는 찐득하면서
놀라우리만큼 매끈하게 지나가버린다.
에어 스프링이 아니어서 에어 스프링과 SUV가
만났을 때 보이는 은근한 뒤뚱거림이 없고
노면 변화에 대한 대응이 빠르다.
에어 스프링이 아니어서 10만km을 타고도
에어 스프링 터질 염려 및 비용부담이 없다.
깔끔하게 밀어주는 전기모터의 조합과
운전자가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매끈하게
노면의 불완전함을 덮어버리는 RX 500h는
오히려 고속 안정감, 편안함으로 유명한
메르세데스보다 장거리 크루징 시 더 편안하고 안락했다.
미국에서 왜 렉서스 RX가 세그먼트 1위인지
어느정도 엿볼 수 있는 부분.
고속도로에 올려서 90~110km/h로 가고 있노라면
정말이지 너무 편하다. 놀랍다.
전륜 구동 기반의 차량이 이런
그랜드 투어링을 이렇게나 잘 해내다니.
전륜 구동 기반으로 차량을 만들고도
이 정도 가격을 붙이는 자신감이
결코 허세가 아님이 느껴진다.
솔직히 RX 라인업 중에선
RX 350h가 제일 많이 팔릴 것이고,
RX 500h는 마이너한 모델인 게 틀림 없는데
RX 350h는 차량의 완성도가 떨어지고
RX 500h는 이렇게 뛰어난 게 아이러니.
새로 출시한 제네시스 GV80과
비교하면, RX 500h가 월등하게 편안하다.
GV80은 미세한 잔 피칭이 고속주행 시
지속적으로 생겨서 불편했고
GV80 쿠페는 심지어 이 문제가 더 심각한데
RX 500h는 원천 포맷 자체가
전륜 구동 기반이라 GV80보다 못함에도
GV80을 가뿐히 뛰어넘는 편안함을 선보인다.
난 메르세데스-벤츠 GLE와 BMW X5,
아우디 Q8, 포르쉐 카이엔, 레인지로버 벨라,
마세라티 그레칼레를 포함한
1억 초반의 모든 프리미엄/럭셔리 SUV들보다
이 차가 편하다. 정말 대단하다.
150km/h 위로 올라가게 되면
메르세데스-벤츠 GLE보다는 소폭 못하지만
고속 안정감은 이만하면 합격 점수를 줄 만 하다.
폭스바겐 투아렉과 포르쉐 카이엔은
차량 자체가 높은데 바닥에 묵직한 무언가가
깔려 중후하게 나간다는 느낌이 있다면
RX 500h는 차가 낮은만큼 가뿐하게 나가는 느낌.
폭스바겐 투아렉도 분명 훌륭하나
RX 500h가 내 입맛에는 좀 더 맞다.
설마 여기다가 XC90 이딴걸 들이미는 놈은
없겠지 설마. 같은 전륜 구동 기반인데
어떻게 그건 승차감과 주행성 모두 형편없는지
편안함을 따지자면
오디오도 빠지지 않는다.
난 사실 처음에 이 차에 타서
오디오를 틀고, 노래를 들을 땐
오디오의 품질이 그다지 좋지 않다 느꼈는데
RX 500h를 운전하기 시작한 지
한 시간정도 경과하니 그제서야
오디오 꽤 쓸만하네? 소리 상당히 괜찮네?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그 이유가
소리가 전반적으로 자극이 없다.
일반적으로 부드러운 소리라 하면
대부분 저음은 타격감이 눌려있고
고음은 표현력 및 해상력이 부족해서
전반적으로 소리가 목막힌 듯한 답답한 소리인게
대부분인 게 현실인데, RX 500h의
21-스피커 마크 레빈슨 프리미엄 사운드는 그렇지 않다.
생각보다 전 음역대에서
아주 자잘한 소리 표현이
묻히지 않고 구분되어서 들리는데,
전반적으로 밸런스가 저음 쪽으로
약간 치우쳐있긴 하지만,
이게 고음이 짤리는 건 아니라서
이걸 해소하기 위해 이퀄라이저에서
고음과 중음을 약간 올려주면
전반적으로 균형감이 맞는 소리가 나온다.
저음을 그렇다고 빼게 되면
저음 표현이 굉장히 답답해짐.
무엇보다 장시간 청취했을 때
귀가 스트레스를 받는 게 아니라
귀가 편안한 느낌을 받는 게
이 마크레빈슨 오디오의 최고 강점.
난 특히나 볼륨을 굉장히 크게 해놓고
늘 청취하는 편인데, 부담이 타 오디오보다 적다.
GV80의 개쓰레기 뱅 앤 올룹슨이나
그냥 무난했던 Q8의 뱅 앤 올룹슨,
좋아지긴 했지만 '와 좋다'는 아니었던
GLE의 부메스터, 그저 그랬던 카이엔의 보스 및
투아렉의 다인오디오까지 전부 그닥인데
심지어 오디오에 끼지도 못하는 BMW....
X5의 하만카돈은 별로, Bowers & Wilkins는 귀가 아픔
RX 500h의 마크 레빈슨은 왜
마크 레빈슨이 앰프 회사인지 알 수 있다.
이보다 좋은 소리를 들으려면
레인지로버 벨라의 메리디안,
마세라티 그레칼레의 소너스 파베르 뿐.
둘 다 프리미엄이 아닌 럭셔리 브랜드 소속이니
적어도 프리미엄 브랜드 소속 차량 중에선
RX 500h가 가장 우수한 편이다.
비슷한 가격대 내연기관 SUV 중에서
오디오로는 단연 최강인 그레칼레의 소너스 파베르는
이보다 한 술 더 떠서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전 음역대가 짱짱하고 화사한 소리를 낸다.
시내와 고속도로를 좀 달려
산길에 들어섰기 때문에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바꾸고,
자세제어장치는 OFF.
그런데 RZ 450e와 마찬가지로
차량의 속도가 50km/h 위로 올라가면
자세제어장치가 다시 활성화된다.
험로 주파나 험지 탈출에만
자세제어장치를 해제하라는 렉서스의 뜻.
바꿔 말하면 렉서스 고객들의
운전 실력을 렉서스가 믿지 않는 다는 것이기도.
사실 어떻게 보면 올바른 선택인데
내 입장에서는 그래도 F-스포츠 차량이면
자기 마음대로 다시 활성화하는 일은
없는게 좋지 않을까 싶다.
최소한 주행모드가 SPORT인 이상은.
RX 500h의 주행 느낌은
RX 500h 고유의 것이어서 좋은데,
고유의 것이라는 게 SUV라는 장르 내에서
RX 500h만의 색깔이라는 것이고,
앞에서 언급했던 포르쉐가 재등장한다.
RR인 911보다는 MR인 718에 가까움.
비교적 무게가 가벼운 4기통 엔진이
세로배치가 아닌 가로로 배치되어
엔진 무게가 전륜 축보다 그리 나가있지 않고,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위한 배터리가
뒷좌석 아래에 깔려있다보니
PHEV나 BEV보다는 용량이 작고 가볍더라도
적잖은 무게가 뒷바퀴 축 앞에 실려있다.
아니 이거 완전 4도어 MR인데?
아닌가 전륜 구동 기반이라 MF라고 해야하나.
배터리 + 주 구동모터로는 MR
엔진 + 주 구동축으로는 FF.
FF + MR이라니 신박한 조합이네.
RX 500h는 앞바퀴가 예리하게 삭 파고드는 X5,
큰 덩치가 체감되지만 안정적인 GLE나 카이엔과는
궤가 다른 움직임을 보여서 신기하다.
오히려 4기통 FMR 포맷보다 덜 민감하면서
앞머리가 적극적으로 코너로 빨려들어가기보단
차량 전체가 금세 휙 하고 돌아버리는 느낌.
이것도 생각보다 휠베이스 긴 MR의 감각에 가깝다.
남들보다 차의 사이즈가 작아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얹고 21인치 휠을 꼈음에도
공차중량 2150kg라 비교적 가벼운 편.
무게의 체감이 DRS 시스템 덕분에 덜 되기도 하지만
실제로도 동급 차종들보다 차량 무게가 가볍다.
내가 처음에 이 차로 산길을 돌아보고는
박스터 차대 위에 SUV를 얹어놓은 느낌이라고
주변에다 말을 많이 했는데 딱 그러함.
욕하기 전에 이 차와 박스터 나란히 놓고
제발 한 번만 타보고 와서 얘기해라.
다만 타이어는 좀 더 좋아질 필요가 있다.
렉서스는 일본 브랜드니까 일본 회사답게
브릿지스톤을 끼고 있는데,
브릿지스톤의 알렌자 스포츠 A/S라고
국내에서는 그리 유통되지 않는 모델.
이름엔 스포츠가 들어있지만
전혀 스포티하지 않고 부드러운 타이어.
내가 이 차량을 구입한다면
미쉐린의 파일럿 스포츠 4 SUV를 끼울 것.
난 원래 피렐리 타이어를 선호하지만,
RX 500h의 부드러운 스프링과의 조화는
사이드월이 부드러운 미쉐린이 더 낫다 생각됨.
타이어 규격은 네 바퀴 모두
235/50R21이라 흔치 않은 사이즈인데
후륜 조향 기능이 있어서
뒷 타이어도 235mm급으로 맞춘 듯.
부족하진 않은 타이어 폭이다만
달리는걸 좀 더 생각한다면
내가 끼울 땐 245/45R21로 가리라.
순정으로 끼워져나오는
이 알렌자 스포츠 A/S는
부족한 타이어 자체 접지력과
얇은 타이어 폭으로 나름의 재미를 주지만
좀 더 두툼한 신발이 나의 드라이빙에
조금 더 확신을 주지 않을까 싶다.
제동력 역시 타이어 변경으로 개선될 테고.
에어 서스펜션은 아니지만
전자제어 서스펜션은 적용되어
주행 모드별 댐퍼 감쇠력이 달라지는데
노멀(에코나)과 스포츠간의 서스펜션 차이가
그리 크진 않는데, 이건 잘 된 일이다.
스포츠를 놓더라도 저속에서의 매끄러움은
그대로 유지되면서, 평소에 에코 모드로 다녀도
차량의 선회력이 무게와 덩치에 의해 방해를 받지 않음.
하지만 정말 극적인 코너나 세게 횡G를 걸면
확실히 스포츠 모드의 서스펜션 설정값이
한결 적극적으로 차체가 휘청이는 것을 억제하고
운전의 즐거움도 더해준다.
RZ 450e는 묵직한 덩어리감이 비누를 칠하듯이
연속적으로 매끄럽게 왔다갔다 리듬을 탔다면
RX 500h는 그와 비교불가하게 날렵하고
한결 낮게 웅크린 자세로 코너로 들어간다.
SUV답게 실용적인 부분도 놓치지 않았다.
전륜 구동 기반이라 트렁크가 크다.
그리고 이런 1억 언저리의 SUV를
살 정도의 나이가 되면 만사가 다 귀찮다.
주유소 가는 게 얼마나 귀찮은지.
RX 500h는 퍼포먼스 하이브리드지만
어디까지나 하이브리드이기 때문에
살살 운전하고 다니면 연비가 좋다.
내가 부드럽게, 그리고 최대한 악셀링 없이
연비운전하려고 신경쓰는 것도 있지만
정체구간만 한시간 내리 다녔는데도
트립 평균연비는 무려 12.2km/l.
차량 덩치와 출력을 생각하면 엄청나다.
고속주행 시 순간연비가 20km/l를 쉽게 넘기니
65L 탱크여도 생각보다 멀리 간다.
371마력짜리 가솔린 SUV로
서울-부산을 왕복하고
편도로 한 번 더 내려가고도 남는 연비.
GLE300d 4Matic이나 Q8 50 TDI는 디젤이고
X5 xDrive50e는 6기통에 PHEV라
유지 부담이 장기 운용 시 더 심한 차들 뿐이다.
제네시스는 아예 기름퍼먹는 차만 남았고.
참고로 GV80은 부분변경 이전에
판매했던 디젤 모델도 연비가 그리 좋진 않았음.
투아렉 역시 마찬가지로 디젤.
카이엔은 e-hybrid 모델로 가면
X5 xDrive50e와 유사한 유지비가 들지만
차값이 RX 500h와 이미 한 7천만원 차이남.
7천만원이면 난 박스터(981) 3.4 S 한대 살래.
운전해보면 포르쉐 느낌 나는 SUV와 진짜 포르쉐 하나.
폭스바겐에다가 포르쉐 뱃지 붙인 차를
1억 8천만원 주고 사는것보다 훨 좋지 않나?
4기통의 저렴한 세금과
하이브리드의 뛰어난 연비,
에어 서스펜션이 아니면서 렉서스여서
추후 정비부담도 수입 E-SUV 중
현저히 낮은 게 RX 500h.
이보다 더 경제적인 차는 BMW iX 정도 뿐인데
iX는 전기차라서 갖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잖아.
결국 이게 경제성과 즐거움을 동시에 잡는
가장 완벽한 대안이 아닌가.
그밖의 여담. 테스트카의
히트 블루 컨트라스트 레이어링 색상은
렉서스라고 믿기 어려운 쨍하고 선명한 파란색.
독일 회사중에 이런 명암 대비가 확실한
파란색을 쓰는 회사가 또 있나 싶다.
이런 색상의 깊이감은 솔직히
포르쉐 정도에서도 찾기 어렵고
이탈리아산 브랜드 정도나 되어야개
큰 비용을 지불하고 선택할 수 있다.
그런데 렉서스는 렉서스라서
이런 도장이 공짜네? 말이 되나.
우루스 같은 게 얼마나 옵션값으로
장사질을 많이 해대는지 알 수 있음
딱지갈이한 폭스바겐 주제에
신형 5세대 RX 자체가 날렵한 선과
여러가지 면들이 곳곳에서 만나
빛을 받는 각도에 따라 워낙 인상이 다른
개성있는 디자인인데, 이 색상이
디자인에 대비감을 더해줘서 더 또렷하다.
난 파란 외장 색상 차량에
빨간색 내장 고르는 거 그간 싫어했는데
RX 500h가 그 편견을 깨버렸다.
색상 자체가 차량의 대비감을 강조하다보니
휠이 까만색인것조차도 어울린다.
난 휠은 은색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고리타분한 사람이거든.
RX 500h는 흰색도 RX 350h, RX 450h+와 달리
전용 색상인 화이트 노바 글라스 플레이크를
선택할 수 있는데, 실물이 좀 궁금하다.
소닉 쿼츠(흰색)색상의 RX 350h는
은근하면서도 두꺼운 펄감이 아주 좋았거든.
HUD는 표시되는 정보의 종류가
그리 많지 않은데, 운전대 양쪽의
개별 기능 지정 가능한 버튼을 누르면
어떤 기능이 작동했는지도 떠서 좋다만
그냥 이렇게 각각 기능을 지정하는 방식이 아닌
고정된 기능의 버튼과 표시가 있었으면 좋겠다.
운전대 버튼으로 뭘 얼마나 대단한 걸 하려고.
곡 넘김/뒤로가기/볼륨조절 등을 그냥
대놓고 달아달라는 뜻.
특이하게 곡 넘김버튼은 곡 재생 중엔
두 번 눌러야 넘어가고, 쭉쭉 넘기는 중에는
한 번만 눌러도 다음 곡으로 넘어간다.
일관성 있게 한번 누르면 무조건 스킵으로
바꿔주면 좋을 것 같다.
HUD 솔직히 굳이 없어도 그만이지만
RX 350h부터 전트림 기본이기 때문에
있는데 굳이 빼달라고 할 필욘 없다.
카메라 타입의 디지털 룸미러도 적용됐는데
이걸 GM계열 차량이 아닌데서 보는 건
아직도 좀 어색하다. 그렇지만
요즘엔 현대기아차까지도 쓰니까 뭐.
엔진이 보여주는 NVH가 뛰어나다고
위에서 엔진 설명할 때 이야기했는데,
그 밖의 풍절음 및 노면소음 차단도 훌륭하다.
그리고 자외선 차단 글라스라서
국민농도 35%짜리 진한 틴팅 필요없음.
렉서스 세이프티 시스템+(LSS+)가 있어서
주행보조 기능도 있지만 그딴건 테스트하지 않았음.
안 궁금하니까.
파노라마 썬루프의 면적이 꽤 넓다.
가운데에 강성확보용 바가 자리하는데,
바의 두께가 얇아서 유리의 면적이
비슷한 구성의 차량보다 넓어서 좋다.
대부분의 차량들이 선루프 가림막과
선루프 개폐를 하나의 버튼으로 동시에 하는데
RX 500h는 가림막 개폐와
선루프 개폐를 각각 버튼을 만들어놨다.
어떻게 보면 배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난 그냥 버튼 하나로 퉁치는게 좋아보인다.
뭔가 필요 이상의 과잉 배려랄까.
그래서 신형 RX 500h는
정말이지 예상하지 못했는데,
놀랄 정도로 차량의 수준과 완성도가 대단하다.
특히나 이 차량이 이만큼 좋다는 사실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게 좋다.
옆자리 부장님도 모르는, 나만 아는 회사 기밀같은 느낌.
은밀하지만 차량의 색상이나 존재감은
대놓고 과격한 이 RX 500h는 내 마음에 쏙 든다.
어떻게 보면 차량의 주행 성향이
아주아주아주 부드럽게 만든 아반떼 N 같기도.
아반떼 N이니 포르쉐니 이런 언급이 나왔단 건
적어도 RX 500h로 신나게 운전하는 데
큰 무리가 있지 않다는 것이고,
차량의 덩치, 무게, 차급을 따졌을때 대단한 일.
글 서두에서 말한
'정말로 포르쉐 스포츠카 느낌을 주는' SUV는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카이엔이 아니다.
바로 RX 500h F-Sport.
심지어 차값도 카이엔 e-hybrid에 비하면
훨씬 싸고 연비도 좋으며 유지비도 저렴하다.
타면서 드는 비용까지 다 합쳤을땐
거의 카이엔에 들어가는 돈의 절반만 들이고도
포르쉐 스포츠카같은 느낌을
편하게 SUV를 타면서 느낄 수 있다.
단지 앞에 달린 뱃지만 렉서스일 뿐.
타본 이들에게만 반박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