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냅백 뒤집어 쓴 신도시 유부남들과
세 자녀 이상의 아빠들이 목 빠져라 기다리던,
카니발 하이브리드가 드디어 나왔다.
카니발(KA4)의 페이스리프트 버전인
더 뉴 카니발은 무려 사전계약의 90%가 하이브리드.
이 정도면 하이브리드 단일 모델로 나왔어도 됐음.
3월 중 카니발 하이리무진도
마찬가지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갖출 예정.
도대체 이 차는 얼마나 좋을 예정이기에
아저씨들이 돈을 싸들고 대기중인 걸까.
더 뉴 카니발은 사실 작년부터 이미
출고가 시작됐으나, 하이브리드 모델은
거의 올해나 되어서야 출고되기 시작했다.
그동안은 가솔린 3470cc V6 자연흡기와
디젤 2151cc 직렬 4기통 터보의 조합만 있었는데
가솔린은 워낙 연비가 사악해서
대부분의 카니발 구매자들이 디젤을 골랐었다.
나 역시 페이스리프트 이전의 카니발(KA4)는
디젤 모델은 타보았으나, 디젤이 주는
소음/진동 및 답답한 엔진 리스폰스는
유지비 절감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 했고.
그런 디젤이 지금은 퇴출 수순에 있기에
스마트스트림D 2.2를 대체하기 위한 모델이
바로 새로 출시된 카니발 하이브리드.
카니발 하이브리드는
카니발이 더 뉴 카니발로 바뀐것보다도
카니발 '하이브리드'인게 더 중요하기 때문에
가장 먼저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부터.
중형 세단 이하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차량에 들어가는
스마트스트림G 1.6 터보 가솔린 엔진에
전기모터를 더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여전히 변속기는 기존에 사용하던 자동 6단.
스마트스트림G 1.6 터보 엔진의
최고 출력은 180마력, 최대 토크는 27kg·m으로
하이브리드 버전이라고 해서 특별히
출력을 올리거나 내리지 않았다.
하이브리드 모델의 경우 앳킨슨 사이클을
적용하면서 출력은 줄고 엔진 자체의 진동이
늘어나는 경우도 있고, 전기 모터가 있어서
일부러 합산 출력을 맞추기 위해
엔진의 파워를 깎는 경우도 종종 있다만,
여기선 스포티지 가솔린의 그 엔진 그대로.
사실 가변 밸브 듀레이션 기능(CVVD)이 들어간
이 엔진은 엔진만으로도 제원을 뛰어넘는
훌륭한 힘을 내는데, 내가 느끼기엔 거의
디젤 엔진과 맞먹는 두툼한 토크감이 일품.
그런 엔진에 전기 모터를 추가로 얹었다.
전기 모터는 쏘렌토 하이브리드의 것(47.7kW)보다
조금 더 출력이 강한 54kW짜리 모터를 쓴다.
더 뉴 쏘렌토 하이브리드도 부분변경 이전보다
모터의 출력이 3.5kW가량 올라가서
EV모드 및 시내에서의 순간 재가속 때
밀어주는 힘이 소폭 상승한게 체감됐는데
카니발 하이브리드는 거기서 추가로 6.3kW 세진
54kW, 최대 토크 31kg·m의 모터.
다만 카니발은 쏘렌토보다 덩치가 한참 크기에
올라간 힘만큼이 실제로 체감될지는
좀 미지수인데, 뒤에 달리면서 알아보자.
그래서 시스템 합산 최고 출력 245마력,
최대 토크는 37.4kg·m이다.
하이브리드가 대체하는 2.2 디젤과 비교하면
출력은 하이브리드가 51마력 앞서지만,
최대 토크는 8kg·m 가까이 디젤이 앞선다.
그런데 스마트스트림D 2.2 엔진은
디젤 엔진 치고 최대토크 발현범위가 좁아서
실질적으로 즉각적인 모터의 강한 토크와
더 나은 엔진의 리스폰스 및
스마트스트림G 1.6 터보 엔진의 토크 특성을
두루 감안하면, 하이브리드가 디젤보다
더 잘 나갈 것으로 일단 예상된다.
그러면서 디젤의 심한 소음 진동이 없고,
가솔린과 디젤을 맞붙여놔도 NVH는
가솔린의 압승인데 이건 심지어 하이브리드.
마일리지가 많이 쌓였을 때의
정비 부담 역시 디젤차보다 덜하다.
요즘 휘발유값이랑 경유값이 차이가 예전만큼
그리 크지 않아서 체감 차이는 더욱 좁아졌고
하이브리드는 자동차세 역시 1598cc여서
cc당 140원을 적용받아 디젤의 절반 수준이다.
결국 파워트레인은 모든 게 디젤의 상위 호환.
더 뉴 카니발로 오면서 변경된 점은
실내 디자인 변경 및 새로운 전장 시스템
ccNC(Connected Car Navigation Cockpit)이
적용됐다는 점 역시 포함이다.
기존의 카니발(KA4)는 미니밴이라는 특성을
고려해서 인테리어에 굳이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더 뉴 카니발은 확실히 한 단계 높아진 느낌.
여러모로 이제 미니밴보다는
미니밴의 외형을 하고 있지만 도심형 SUV에
많이 가까워진듯한 인상과 고급감을 준다.
특히나 아반떼(CN7)도 64컬러 앰비언트 라이트가
들어가는 게 최근의 세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카니발(KA4)는 단색 조명이 문에 들어갔었다.
이제 더 뉴 카니발은 다른 차종처럼 64컬러.
운전을 시작하기에 앞서
운전석에 앉아보니 개선된 실내의 지향점이
확실히 이전과 다르게 SUV화 됐다는게 와닿는다.
미니밴이라 하면 실용성이 제일 중요시됐어서
실용성을 1번에 놓고 실내 레이아웃을 꾸몄었는데,
이제 쏘렌토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단정하고
부담스럽지 않은 버튼 및 편의장비 배치가 좋다.
시트의 최저 포지션은 카니발(KA4)보다
소폭 높아진 느낌인데, 어디까지나
차량 특성상 별다른 코멘트를 달지 않아도 될 정도.
다만 차는 SUV만큼 높지 않은데
시트포지션은 어지간한 SUV들보다
더 높게 가져가버려서 좀 어색하긴 하다.
시트의 가죽이나 운전대의 가죽들도
미니밴이라는 세그먼트 평균의 이상이다.
애가 여럿이면 부득이하게 카니발을
무조건 구매해야 하는 아저씨들을 위해
미니밴을 산다는 인상을 말끔하게 지우려고
노력을 많이 기울인 흔적이 보인다.
SUV는 너도나도 갖고싶어하지만
미니밴은 필요에 의해서 어쩔 수 없이 산다는
인식과 이미지가 여전히 강하기 때문에
기아에서 이 점을 특히 의식한 듯.
시동을 거니 역시 하이브리드답게
EV모드로 시작해서 조용하다.
디젤 모델은 그리 조용하지 않았었는데.
이 1.6 터보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은
이미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쏘렌토 하이브리드,
두루 경험해봤어서 새롭지는 않다.
이 차들 각각에 다 내 시승기가 있다는게 놀랍다
파워트레인 하나 잘 만들어서 아주
무안단물처럼 뽑아먹네.
솔직히 카니발 하이브리드의 경쟁차종은
가격과 상품성을 감안했을때
국내에선 하나도 없다시피한데,
하이브리드 미니밴 카테고리 내에서만 따지면
도요타의 시에나 하이브리드가 있다.
혼다 오딧세이는 하이브리드 모델이 없고,
예전에 국내에서 팔리던 크라이슬러의
그랜드 보이저는 국내에서 자취를 감춤.
사실상 미니밴 + 하이브리드 조합은
시에나 하이브리드 뿐이니 이 차량의
2.5L 직렬 4기통 자연흡기 엔진 및
전기모터를 조합한 파워트레인과 비교해보자면
카니발 하이브리드가 여러모로 좋다.
도요타의 하이브리드용 2.5L I4 엔진은
앳킨슨 사이클다운 거친 회전질감 및 음색, 진동이
엔진 개입 시 꽤나 적나라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이보다 훨씬 회전질감이 부드럽고 편안한
스마트스트림G 1.6 터보 I4 엔진의 카니발이
엔진 개입시엔 운전자 및 탑승객에게
훨씬 덜 불편하게 다가온다.
도요타의 2.5L 하이브리드 엔진은
자사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렉서스에 얹혀도
이런 진동이 체감되는데 하물며 도요타는..
카니발 하이브리드는 엔진 및 전기모터와
하이브리드 전용 6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하는데
전에 더 뉴 쏘렌토 하이브리드 시승기에서
내가 말했지만 이번 세대에 와서
변속기 품질의 극적인 향상이 이루어졌다.
스포츠 모드를 놓으면 고의적인 변속충격을
기분좋은 형태로 탕탕 주기도 하고,
일상 주행시에도 부드러운 변속감을 구현해
정말 현대기아차의 변속기 프로그래밍은
어디까지 좋아지려고 이러나 놀라울 정도.
하이브리드에 8단이 아직도
적용되지 않은 건 약간 아쉽지만,
전기모터의 비중이 점점 더 올라가는 중이라
굳이 8단까지 다단화시키지 않더라도
기어비를 충분히 효율적으로 쪼개 쓸 수 있어
전반적으로 딱히 뭐라 할 건덕지가 없다.
연비 또한 좋아서 운전하며 14.7km/l을 기록함.
정체 구간 짧지 않게 만났던 걸 생각하면
이 덩치에 가솔린인데, 명불허전 하이브리드다.
그래서 이 파워트레인이 서로 협력해서
카니발의 큰 덩치를 얼마만큼 잘 미느냐 하면
딱 무난하게 타고다닐만큼의 힘이다.
기존의 카니발 스마트스트림D 2.2 디젤은
고속도로의 그 많은 카니발들이 어떻게 그렇게
쉴새없이 밟아제끼나 의아할 정도로
그다지 힘찬 파워트레인이 아니었는데,
오히려 구형의 R엔진 2.2 디젤이 더 힘찼음
디젤의 자랑인 두툼한 초반 토크감을
전기모터가 대체해주진 못하지만
3500rpm 아래에선 하이브리드 역시 충분하고
완전히 악셀을 끝까지 밟아가면서 타면
디젤보다 더 시원하게 나간다.
특히나 스마트스트림G 1.6 터보 엔진이
생각보다 5000rpm까지는 힘을 쭉쭉 내줘서
전기 모터의 지원까지 받으니
불만을 가질 이유가 하나도 없게 느껴짐.
답답하진 않지만 잘 나가는것도 아닌 정도라고
정리하면 될 수준의 가속력이다.
마구잡이로 밟으면 생각보다
130km/h를 금방 상회함.
대부분의 카니발 하이브리드 오너들이
이렇게 운전할 걸 난 알고있다
승차감이랑 주행성능은 어떤가?
기존의 카니발(KA4)가 정말 놀라웠던 건
큰 덩치와 미니밴이라는 차급 특성을 무시한
역동적인 차량의 움직임이었다.
오히려 당시에 팔리던 싼타페(TM PE)보다
주행성능으론 압도하고, 까이던 승차감조차
더 나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완전 신형으로 탈바꿈했떤 쏘렌토(MQ4)가
대단한 주행성능을 선보였었는데
쏘렌토(MQ4)는 BMW를 연상케하는 움직임이었다만
카니발(KA4)은 기아차 고유의 느낌이 있었다.
기아차만의 주행질감으로 좋은 회두 성능을 갖춰
미니밴 세그먼트계의 스포츠카
혼다 오딧세이를 굳이 동경할 필요가 있나
싶을 정도로 감탄이 많이 나왔었다.
더 뉴 카니발 하이브리드는 그보다 좀 못하다.
전반적으로 스릴보단 안정감에 주안점을 뒀고
미니밴의 (SUV보다)떨어지는 승차감을
개선하는 데 주력한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중요한건 주행 성능의 하락폭보다
승차감이 개선된 폭이 훨씬 크다는 것.
뒷 차축의 움직임은 K8 G2.5를 연상케하는
안정감, 넓은 윤거가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다는
안심감이 새롭게 추가되었다.
미니밴으로 짜릿한 운전을 한다면
사실 그 자체로 잘못된 것이지만,
어쨌든 기존 카니발(KA4)보다 극적인 느낌은 줄고
전반적으로 안정적으로 무난하게 돌려 든다.
미니밴은 다인 탑승 혹은 큰 짐 적재를
기본 전제로 깔기에 옳은 방향으로 진화한 것이다.
승차감은 이제 사람들이 '미니밴'하면
으레 떠올리는 그런 뒤떨어지는 수준과 완전히 작별했다.
더 뉴 쏘렌토보다 오히려 풀어헤쳐진 모습이고,
부드러우려고 많이 노력해서
노력만큼의 결과가 대부분의 노면에서 나오지만
포트홀같은걸 밟으면 좀 탱 하고 바퀴가 튄다.
뭐 돈 조금 내고 다 가질 순 없는 거겠지.
전반적으로 마음에 든다.
SUV보다 차고가 낮아서 심한 롤 및 피치가
발생하지 않는 점도 마음에 들고
고속주행시의 안정감은 쏘렌토만큼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좋은 수준을 보여줘서 이것도 만족.
브레이크 페달 감각이 좀 초반에만
제대로 잡히지 않고 밀리는 느낌이 있었는데
차량의 누적 마일리지가 너무 짧아(600km)
브레이크 길들이기가 전혀 되지 않은 탓이어서
그런 것으로 나는 추정 중이다.
돈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카니발 하이브리드의 가격은
7인승 풀옵션 기준 5천만원을 넘어간다.
그랜저 하이브리드 풀옵션과
카니발 하이브리드 풀옵션의 가격이
거의 대동소이한 상황인데,
어찌보면 미니밴 주제에 그랜저만큼이나 받아?!
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봤을땐 적정 수준이다.
그리고 위에 경쟁 모델로 예를 들었던
시에나 하이브리드보다는 옵션 구성에 따라
1500만원 ~ 2000만원 정도 저렴하다.
5천만원을 전후하는 가격이
방금 말한 '돈 조금'은 아니지만
돌려받는 차량에 비해서는 되게 조금 같다.
자사의 대표 SUV인 더 뉴 쏘렌토의
하이브리드 풀옵션 차량과 가격 차이가
그리 극적으로 나지 않으므로,
사실상 본인 용도와 취향에 맞춰 사면 된다.
이미 오래 된 SUV 열풍에 힘입어
모든 자동차회사들이 SUV를 목숨걸고 만들어서
출시되는 SUV들이 크게 좋아지는 바람에
그동안 SUV는 나쁜 승차감 및 주행성능을
감수하고 타는 차란 이미지가 깨졌었다.
그래서 SUV는 승용차 시장을 거의 다
완전히라고 해도 될 정도로 잡아먹었고.
승차감과 주행성능, 개성으로는
SUV보다 더 무미건조하고 나쁜 방향으로
이미지가 굳혀져있던 미니밴이
기술이 발전하고, 세상이 좋아지면서 조금씩
소싯적 SUV들이 세단을 공격한 것 처럼
도심형 SUV들의 영역을 침범해 내려오기 시작했다.
카니발은 원래도 대한민국에선
유일무이한 상품성을 자랑했었는데,
이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까지 합쳐지니
그 어떤 차도 덤빌 수 없는 놀라운 차가 됐다.
더 뉴 카니발은 종합 완성도가
한결 올라가기도 했고.
돈은 벌고 싶지만 안일하게 SUV를 만들던
회사들은 긴장해야 할 만큼
더 뉴 카니발 하이브리드가 바짝 쫓아왔다.
사실상 더 뉴 카니발은 기아차의
SUV 시장에 대한 최신 전투무기.
미니밴이 어디까지 좋아질 수 있나
더욱 기대되게 만드는 모델이다.
그래서 신형 카니발 하이브리드는
미니밴에 대한 오래된, 틀에 박힌 고정관념을 깨고
SUV의 영토를 차지하기 위한 기아차의 본격 첫 걸음.
아, 그리고 가장 중요한
카니발의 막강한 장점을 아직 언급 안 했네.
경부 1차선 타고 경부고속도로의 정체 무시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