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최초 단일모델 10만대 돌파.
지난 세대(W213) E-클래스가 남긴 기억이다.
E-클래스(W213)는 판매를 시작한 이래로
계속 연평균 3만대 정도를 팔아왔는데,
이 정도면 거의 체감상 국산차다.
대한민국의 E-클래스 사랑은 정말 대단하다.
그런 돌풍을 기록했던 차를 이으려면
차를 얼마나 잘 만들어야 할까?
그 질문에 대답할 모델이 드디어 등장했다.
완전 신형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W214).
런칭과 동시에 판매되는 모델은 E300 4Matic으로
익스클루시브 라인과 AMG 라인으로 나뉨.
오늘 이 글의 주인공은 익스클루시브.
한동안 없어졌다 이번에 다시 생긴 E200과
원래부터 쭉 팔아온 E220d는 곧 출시 예정.
이번 세대 E-클래스는 여러모로 강렬하다.
여전히 호불호가 갈리는 외관의 디자인과
화려한 실내 및 슈퍼스크린의 존재감.
디자인 구석구석 숨어든 메르세데스-벤츠의 상징
세 꼭지 별 장식들이 사방에서 빛난다.
보통 자사 로고를 제품 디자인에 이렇게 많이
녹일 정도면 브랜드 가치에 자신이 있단 뜻인데,
신형 E-클래스는 과연 오랜 E-클래스의 역사와
메르세데스-벤츠의 전통 및 지난 세대의 기록들을
훌륭하게 이어받아 또 한 번 성공할 수 있을까?
대부분 주력으로 선택할 E300 4Matic 익스클루시브와
함께 한 번 알아보도록 하자.
우선 눈에 보이는 차이점부터.
신형 E-클래스는 기존보다 차량 사이즈가 커졌다.
밖에서 보면 이제 거의 S-클래스에 준하는 부피감.
그 덕분에 뒷좌석 레그룸이 크게 늘어났는데,
이전 세대 E-클래스(W213)의 뒷좌석이
답답하고 좁다 느꼈던 사람들에게 희소식.
이전 모델의 경우 실제로 공간이 모자란 게 아닌데
시각적으로 남는 여유가 모자라 보여서
좁은지 여부와 별개로 좁아 보인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런데 이번 E-클래스는 앞좌석 시트 뒷부분을
파놓기도 했고, 레그룸도 늘어서 이제 매우 넓다.
뒷좌석 시트의 높이도 종전보다 약간 높아져서
파묻히는 자세 탓에 답답하다 느꼈던 사람들까지
별 불만 없이 편안하게 탈 수 있을 정도가 됐다.
BMW의 신형 5시리즈(G60)보다 뒷좌석 시트가
훨씬 자세가 편안하고, 제네시스 G80보다
뒷좌석까지 인테리어가 훨씬 화려하고 화사하다.
이제 뇌리에서 잊혀져가는 아우디 A6(C8) 역시
뒷좌석 등받이가 너무 서 있어 E-클래스보다
여러모로 훨씬 불편함.
E-클래스(W214)의 뒷좌석 편의성은
이제 동급 최강으로 한 단계 올라섰다.
난 개인적으로 뒷좌석에 앉았을 때의 자세가
제네시스 G80 페이스리프트보다
신형 E-클래스가 더 낫더라고.
앞좌석으로 오면 MBUX 슈퍼스크린(305만원)이
시선을 압도해야 하는데, 시승용 차량엔 없다.
왜냐면 E300 4Matic 익스클루시브에선 옵션.
개별 선택을 위해선 인디비주얼 오더가 필요한데
요즘 메르세데스-벤츠도 인디오더 잘 안 받아준다 함.
MBUX 슈퍼스크린은 기존의 메르세데스-EQ 차량들에서
첫 선을 보였던 MBUX 하이퍼스크린의 진화형.
EQS 450+ 시승기에서 내가 MBUX 하이퍼스크린은
너무 상하 폭이 두껍게 온통 화면으로 뒤덮혀있어
운전석 기준 전방 시야를 대놓고 방해해서
정말 싫고, 없는게 낫다 평한 적 있었다.
메르세데스-벤츠 정도 되는 회사가
운전자 고려를 이렇게까지 안 하고 뭘 만들 수 있나
다소 놀랐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엔 다르다.
확실히 주력 모델은 이런 실험적 요소를 한결 다듬어서
쓰게 편한 형태로 진화시켜 탑재한다는걸
또 다시 한 번 느낌. 전반적인 대시보드가 낮고
세 장의 모니터도 깔끔하게 정돈되어 달려 있다.
신형 E-클래스는 MBUX 슈퍼스크린 탑재를 위해
디자인된 대시보드 형태라 이게 빠지면
빈 자리엔 우드트림이 들어가게 되는데,
E300 4Matic 익스클루시브의 우드트림인
'브라운 오픈 포어 메이플 우드 알루미늄 라인' 트림은
온통 세로줄로 뒤덮혀있어 다소 부담스러운 인상.
오히려 추후 출시될 E200 아방가르드의
블랙 오픈 포어 애쉬 우드 트림이 더 깔끔할 것 같다.
현재 E300 4Matic 기준으론 나한텐
슈퍼스크린을 탑재하는게 더 보기 좋다.
E300 4Matic은 AMG라인에서만 슈퍼스크린 기본.
테스트카의 실내 색상은 블랙인데
기존에도 존재하던 마끼아또 베이지에 더해서
새로운 실내 색상인 통카 브라운이 추가되었다.
통카 브라운은 땅콩버터색의 좀 밝은 버전.
색상 자체는 나쁘지 않은데
메르세데스-벤츠에 어울리는 컬러감은 아니다.
난 네바 그레이 색상이 제일 좋은데
화이트에 가까운 아주 밝은 색상이다만
나파 가죽으로만 제공되는 색상이기 때문에
나파 가죽이 들어간 E450 4Matic에서만
고를 수 있다. 이거 하나 때문에
인디비주얼 오더를 따로 또 하긴 부담스러우니.
MBUX 슈퍼스크린과 함께 탑재된
부메스터 4D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은
여지껏 E-세그먼트 비즈니스 세단에 탑재된
그 어떤 오디오보다 압도적으로 좋다.
사실 이 체급에선 제네시스 G80의 렉시콘이
제일 괜찮았던 게 몇 년 전 이야기였는데,
제네시스 G80은 부분변경을 거치며
뱅 앤 올룹슨 오디오를 탑재하며 엉망진창이 됐고
BMW의 하만 카돈은 언제나처럼 그냥 평범함.
아우디 A6도 주력 트림들은 전부
'아우디 사운드 시스템'이라는 싸구려 오디오 탑재.
그나마 A6는 50 TDI 콰트로 이상으로 가면
뱅 앤 올룹슨이 달리지만, 그것도 내 기준에선 시원찮다.
이전 E-클래스(W213)이 거의
완벽에 가까운 차량이긴 했지만 딱 하나 약했던 게
상위 트림에 탑재된 부메스터 오디오.
이 13-스피커 부메스터는 쏘는 성향이 너무 강해서
장르 막론 귀에 상당한 부담을 줬었고
원음 표현과는 아주 멀리 떨어진 성향이었다.
그나마 W213이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며
MBUX에 이퀄라이저 및 프로필 기능이 생겨서
소리를 비교적 들을만 하게 잠재울 수 있었다만
역시나 '좋다'와는 계속 거리가 있던 나날들이었고.
오히려 소리의 균형감은 제일 기본형 오디오가
나았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하다. 딱 깡통 오디오에
스피커 그릴만 부메스터걸로 알리에서 사서 교환하면...
그런데 신형 E-클래스(W214)는
이 모든 걸 뒤엎어버릴만큼 오디오 성능이 탁월하다.
오디오 하나때문에 이 차가 사고 싶을 정도.
부메스터 4D 서라운드라는 이름이 자칫
S-클래스의 부메스터 3D보다 좋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그건 아니다. 하지만 오디오 성능이 정말 뛰어남.
S-클래스의 부메스터 3D 서라운드는
섬세하고 여린 음색이 특징으로,
그러면서도 모든 음의 표현을 놓치지 않은데
신형 E-클래스의 부메스터 4D 서라운드는
앞좌석 시트에 진동을 주는 익사이터가 달려
박진감, 공간감 확보에 좀 더 주력한 모습이다.
S-클래스보다 당연히 음 간의 분리 및 표현력은
다소 못 미치지만, 동급 차종 중에선 압도적 최강.
S-클래스도 S580 4Matic 및 마이바흐 S580 4Matic에
유료 옵션으로 부메스터 4D 서라운드 옵션이 있는데
청음해보진 못했지만 이것과는 어쨌든 다른 시스템.
BMW도 i5에는 Bowers & Wilkins 선택권이 있지만
대부분 5시리즈와 i5의 트림이 하만 카돈이고
그 하만 카돈은 E-클래스의 부메스터 4D 서라운드보단
단순한 소리? 세밀하지 못한 답답한 소리가 난다.
신형 7시리즈(G70)의 Bowers & Wilkins도
막상 들어보니 내겐 그닥 감동적이지 못했는데
i5에 Bowers & Wilkins가 들어간다 한들
E-클래스의 부메스터 4D에 견줄 급이 못 될 게 뻔함.
이전 세대 5시리즈(G30)에 들어간 Bowers & Wilkins는
너무 쨍하고 선명하려고 애를 쓰는 모습이어서
중음 미만, 특히 저음역대가 충분히 두텁지 못했었다.
아우디의 경우는 뱅 앤 올룹슨으로 유명하지만
아우디도 기함급 차량 밑에 들어가는 뱅 앤 올룹슨은
솔직히 그리 놀라운 정도의 오디오가 아니라서.
e-tron 55 quattro 시승기에서 똑같은 말 했었음.
E-클래스의 부메스터 4D 서라운드와 비슷하게
대부분 음역대의 표현력이 뛰어나고 듣기 편안한,
그런 오디오는 제네시스 G80(DH)의 렉시콘밖에
특별히 생각나지 않는데 G80(DH)의 렉시콘보다도
이 부메스터 4D가 타격감도 좋고 저음역대가 풍부하다.
실내 거주성 및 편의장비는
위에 설명했다시피 대폭 강화되었는데,
그렇다면 달리기 시작했을 때의 모습은 어떨까.
가죽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는데,
E300 4Matic 익스클루시브는 전작의
E300e 4Matic 익스클루시브와 달리 천연가죽시트.
이전의 E350 4Matic도 천연가죽시트였으니
특별히 안 좋아진 건 아닌데 많이 아쉽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천연가죽 시트가 적용돼도
큰 문제가 있는 차량이 지금까진 없었는데,
이번 E-클래스(W214)는 이전 세대보다
천연가죽의 질이 너무 크게 떨어져서
착좌감에 악영향을 줄 정도의 수준이라
무조건 나파 가죽의 적용이 필요하다.
나파 가죽은 인디비주얼 오더로 선택하거나
E450 4Matic 이상 되어야 기본인데,
나파 가죽이 적용된 이번 E-클래스(W214)도
타보았더니 착좌감과 편안함이 확연히 낫다.
천연가죽시트가 적용된 E300 4Matic은
운전석 시트가 종전과 다르게 아주 막 편안하다거나
내 몸에 꼭 맞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전 세대(W213)의 경우 난 E300 4Matic 아방가르드와
익스클루시브, E350 4Matic AMG라인까지
일반적인 라인업은 전부 타보았는데
이렇게까지 가죽 질이 나쁜 E-클래스는 처음.
아무리 신차가 가격상승이 억제당해서
날이 갈 수록 원가절감을 심하게 하고있다지만
그래도 고급차의 대명사 메르세데스-벤츠인데
좀 너무한 처사가 아닌가 생각이 된다.
이게 비단 E-클래스뿐만 아니라 S-클래스도 그래서
오늘날 메르세데스-벤츠의 기조라고 봐도 무방.
S-클래스도 제일 엔트리 트림인 S350d의
천연가죽시트는 가죽이 많이 뻣뻣하고,
S400d 4Matic부터 들어가는 나파가죽시트와
편안함에서의 차이가 너무 많이 났었다.
정작 S580 4Matic 이상 기본인 익스클루시브 나파가죽과
S500 4Matic 이하의 나파가죽은
착좌감의 차이가 미미했는데.
아무튼 그래서 E-클래스는 나파가죽 필수.
난 에어매틱의 추가와 늘어나는 배기량 및
커지고 무거워지는 엔진이 싫어서 E450 4Matic 별론데.
나파가죽시트와 4존 독립공조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E450 4Matic 가야할 판.
운전석에 앉았을때 앉자마자 바로 느껴지는 안락함은
같은 E300/E350 라인 기준 꽤 많이 떨어졌다.
시동을 걸고 출발하니 새로 바뀐 엔진인
M254의 특징들이 새록새록 느껴진다.
E300 4Matic의 제원은 최고출력 258마력,
최대 토크 40.8kg·m으로 힘이 꽤 세졌다.
이전 세대 E300 4Matic은 245마력 / 37.7kg·m이었어서
2리터급 4기통 엔진으로 다운사이징하며
V6 3498cc(M276)의 구구형 E300 4Matic(W212)보다
7마력 줄고 3kg·m 올랐었었다.
아무래도 차량 중량이 1.8톤을 쉽게 상회하다보니
부족하진 않더라도 파워풀하단 느낌은 없었던 게
이전 세대(W213) E300 4Matic이었는데,
신형 E300 4Matic은 그보단 훨씬 기운차다.
엔진 자체의 출력도 늘었지만,
EQ-부스트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보조로
22마력이 필요할때마다 즉각적으로 추가되어
BMW보다 다소 차분한 파워트레인 반응의
메르세데스-벤츠여도 이제 힘이 충분하다.
참고로 E300 4Matic의 공차중량은 딱 1.9톤.
힘도 세졌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그동안 계속 시끄럽다던 엔진 자체의 음색이
덜 부담스러운 형태로 좀 매끄러워졌다.
그렇다고 한들 BMW 530i xDrive의 B48보단
여전히 냉간시동에선 볼륨이 높긴 하지만,
계속 민원을 받은 것에 대한 패치는 확실히 됐음.
참고로 비슷한 급의 4기통 가솔린 터보 중에서
가장 회전질감이 부드러운 건 아우디 A6 45 TFSI 콰트로.
EA888은 놀랍도록 부드럽고 푹신한 회전질감이라
4기통이라는 게 믿기 어려울 정도인데
이번 신형 E-클래스는 그 정돈 아니다.
소음 측면에서 개선이 되었으니 칭찬할 일이겠지만
사실 난 정말이지 마음에 안 든다.
난 기존의 M264/M274의 소리 및 회전질감이
나름의 상쾌함, 거칠지만 시원한 느낌이 있어
좋아해왔는데 이제 무뎌지긴 무뎌졌으면서
또 경쟁사만큼 확 부드럽지도 않은
이도저도 아닌 엔진이 되지 않았나 싶어서 별로.
메르세데스-벤츠가 고객 눈치를 이렇게나 보는
회사였나 다시 생각해볼 정도의 변화다.
메르세데스-벤츠의 4기통 엔진들이
세간의 기대보단 톤과 볼륨이 거슬렸던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 갑자기 고객 민원에
두 손 두 발 다 들고 항복한 느낌이랄까.
그리고 그 민원의 주 발생지는
아시아 - 특히 중국과 대한민국이다.
내가 BMW B48이 정말 두루 좋은 엔진임에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이유랑 똑같은 이유로
신형 E300 4Matic의 M254도 탐탁치 않다.
난 엔진이 고유의 개성이나 캐릭터를
갖춰야 하는 사람이라 특징이 없어지는 건 반대거든.
여담. 내가 그래서 B48은 그래서
미니가 자체적으로 배기음 및 박력을
튜닝한 미니 JCW 차량들에 올라간 건
더할 나위 없이 좋아하는데,
5시리즈 같은 차엔 싫어함.
제네시스 G80의 스마트스트림G 2.5 터보는
언급이 필요없을 정도로 뒤떨어지니
독일차들 사이에선 솔직히 비교가 어려움.
기술력 부족으로 남들보다 배기량도
500cc가량 크게 쓰면서, 엔진 리스폰스 및
변속기와의 궁합은 제일 떨어지며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도 없다.
변속기는 언제나처럼
메르세데스-벤츠가 자체 개발한
9G-트로닉 자동변속기.
아직 길들이기가 전혀 되지 않은,
완전 새차 컨디션의 차량이 테스트카로 나와 있고
시승차로 사용되면서 차량 길들이기에
방해가 되는 공회전 및 급가속, 급제동이 이루어졌을거라
변속 품질이 매끄럽지 않아도
어느정도는 이해해주려고 하고 있었다.
그걸 감안했을땐 이전 세대 E300 4Matic하고
거의 비슷한데, 변속감이 더 부드러워졌다.
신형 E300 4Matic을 관통하는 주제는 부드러움.
난 메르세데스-벤츠의 9G-트로닉을
특유의 미끄러지듯 변속되는 질감때문에 좋아하는데
이게 미끄러지듯 변속되는거지 미끄러지는건 아니거든.
근데 이번엔 너무 부드럽게 하려다보니
마치 미끄러지는 듯한 느낌이 다소 있어
변속기 프로그래밍 역시 별로 마음에 안 든다.
부드러운 변속은 사실 E-클래스의 주 구매층이
원하는 바여서 뭐라 하긴 좀 그런데,
엔진과 마찬가지로 너무 고객 눈치 본 느낌.
기존 9G-트로닉들은 마치 볼펜의
잉크 묻은 볼이 살살 굴러가듯
기분좋게 연착륙하는 변속감이 일품이었는데
이젠 변속'감'이란게 안 느껴질 정도로
엄청나게 부드러워졌다.
대신 변속이 되고 있다는걸 체감할 수 있게
2단 - 3단간의 변속충격을 구비해 두었으니
자칫 변속기의 존재를 까먹지 않도록
고객들을 배려하는 세심함까지 놀라웠다.
내 기분탓인지 모르겠는데, 최근 출시된
메르세데스-벤츠 차량들이 이전과 달리
9G-트로닉의 변속충격이 다시 심해지는 기분.
페이스리프트된 GLE300d도 최근 타보았지만
40km/h 정도의 저속에서 오르막을 만나
가속페달을 밟아 2단으로 떨어질때
순간적인 충격이 확 올라와서 놀랐었는데
한동안 안 그러더니 요즘에 부쩍 다시 심해질 기미가.
어쨌든 이게 내 개인차량도 아니고
완전 신차인 상태부터 내가 직접 길들이기를
진행한게 아니라서 확신은 못하겠지만
내 기분상으론 일단 그렇다고.
파워트레인은 온통 부드러워지느라
여념이 없는 상태인데, 그럼 주행성은 어떤가?
우선 나는 W211 E320, W212 E200K와
W213 E220d, E300 4Matic, E350 4Matic을 거쳐
이번 W214까지 4세대를 거쳐 E-클래스를 경험중인데
솔직하게 말하면 날이 갈수록 E-클래스도
메르세데스-벤츠다움, 독일차다움을
여러모로 주행성 및 승차감에서 잃어가고 있다.
그리고 새로 등장한 이번 E300 4Matic이
그런 방향성에서 아주 끝판을 찍었음.
소신발언 하나 지르고 시작하자면
이번 E-클래스의 승차감 형태 및 주행 시 태도는
뱃지 떼고 보면 현대차랑 구분이 안 될 정도다.
욕 많이 할거 나도 알지만 욕 쓰기 전에
이 차 한 번 타고 와보면 무슨 말인지 이해할 듯.
내가 E-클래스를 사랑하는 주된 이유는
코일스프링으로 낼 수 있는 정교한 승차감의
끝판왕이라고 보기 때문이고,
독보적인 고속에서의 메르세데스-벤츠다운 안정감과
우아하면서 사뿐하고, 고급스러운 승차감 및
모든 부분에서 두루 매끄러운 편안함을 제공해서다.
한 가지만 잘 하긴 자동차업계에서도 쉽다만
전방위적으로 평균 이상인게 프리미엄의 조건,
그 모든 분야들에서 두루 뛰어난 게 럭셔리.
그 위에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가 늘 자리했다.
비즈니스 세단이라는 단어가 주는 날쌘 이미지에
BMW 5시리즈도 지난 세대(G30)는 부합했지만
E-클래스의 세심하게 짜여진 각종 요철들에 대한
솔직하면서도 둥근 반응들이 E-클래스를
그 오랜 시간동안 정상의 자리에 있게 했었다.
그런데 이 차는 도대체 뭐지?
우선 이 차량의 타이어는 컨티넨탈의 에코컨택트 6.
난 최근 10년간 출시된 메르세데스-벤츠에
에코컨택트 6같은 타이어가
OE타이어로 장착되어 나오는 건 처음 봤다.
심지어 GLE같은 SUV들, S-클래스같은 기함급 세단들도
전부 피렐리 P Zero같은걸 순정으로 신고나왔는데
아무리 입항분마다 끼워져 나오는 타이어가 다르다지만
에코컨택트 6은 급이 너무 떨어지지 않나?
마일리지와 경제성 위주의 타이어인데,
그동안 타이어로는 승차감을 챙기기보단
정교한 서스펜션으로 이를 만들어내고
고성능 타이어론 차량 조작성을 신경쓰던
메르세데스-벤츠는 어디에 가고 이런 게 신겨져있는지.
이런 타이어를 쓸거면 앞/뒤 타이어를
245/45R19로 스퀘어 셋팅을 해주면 좋을 것 같다.
굳이 접지력 좋지 않은 타이어 뒤에는 275mm로
광폭을 써야 하나. 앞/뒤 타이어 교환도 안 되게.
뒷 타이어 폭이 275mm라 역동적인 느낌도 많이 죽었다.
이전 세대(W213)의 익스클루시브도
앞은 245mm, 뒤는 275mm였지만 이렇게
크고 둔한 차라는 인상은 코너링 시 없었거든.
그리고 이 차급에서 제일 중요한 승차감.
결코 승차감이 나빠서 뭐라하는 게 아니다.
부드러우려고 신경을 엄청 썼기에
이전 세대(W213)보다 움푹 패인 포트홀이나
방지턱으로 진입할때 바퀴가 훨씬 탱탱하고
매끄럽게 충격을 줄여서 탑승객에게 전달한다.
19인치 휠(기존보다 +1인치)이 주는 충격이
많이 완화돼서 들어오고 있다는 건 체감된다.
이 차량은 E300 4Matic 익스클루시브니까
같은 익스클루시브 트림끼리 비교해보면,
정말 단순하게 부드럽긴 이번 신모델이 부드럽다.
근데 앞서 내가 'E-클래스를 좋아하는 이유'로
들었던 정교한 느낌이란게 말끔하게 지워져서
부드럽고 푹신하게만 만들려고 애쓴 흔적들이 보인다.
사실 E-클래스의 승차감은 온갖 하부 부품에
알루미늄 투입을 공격적으로 했던
구구구형 W211때가 제일 구름을 떠가는 듯,
사뿐사뿐 고급감 충만한 느낌이었는데
또 W213에 들어서는 철 비중이 늘었지만
철 특유의 무게감과 차분함이 뒷바퀴를 노면에
꾸준하게 붙여서 높은 안정감을 구현했었고.
E-클래스는 어느 세대든 실패란게 없던 차량인데
이번 신형(W214)는 서스펜션 설계가 어떤지
차를 리프트에 띄워본건 아니지만
운전했을때의 느낌은 단순무식해졌다.
이럴거면 E-클래스를 왜 사지.
정말 무식하게 부드럽게만 만드는건 아무나 할 수 있다.
E-클래스의 서스펜션은 이미 지난 몇십년 간
완성된 형태에서 조금씩 개량만 이루어져왔는데
하루아침에 이렇게 수준이 폭락할 수가 있나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수준이다.
신모델임에도 가격인상이 거의 안 이루어졌는데
화려한 장비들 갖추고 차량 사이즈 키우느라
이런 하부부품에서 원가를 너무 쳐낸 느낌이다.
아직 제네시스 G80 페이스리프트는 타보기 전
(이 글을 쓰는 현재 기준으로 한 달 뒤 예정)이라
G80과의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겠지만,
오히려 부분변경 전의 G80 스포츠의 승차감이
더 고급스럽고 편안하게 나는 느껴진다.
신형 5시리즈(G60)는 운전석 기준 E-클래스보다
약간 더 높게 앉고 전반적으로 약간 더 퉁퉁대긴 하지만
'독일차'다운 탄탄한 댐핑 압력이 주는 느낌이
이전 세대보단 덜하지만 약하게나마 살아있어서
국산차를 제끼고 독일차를 굳이 사는 이유를
여전히 미약하게라도 제공한다는 점에서 더 낫다.
사실 지난 세대(W213)도 트림별로
장착되는 서스펜션이 달라서 느낌이 좀 달랐는데
익스클루시브가 제일 긴 서스펜션 스트로크를
십분 활용해서 충격을 너그럽게 삼키는 편이었고
AMG라인의 Lowered 서스펜션은
댐핑, 스프링 스트로크도 짧고
댐퍼와 스프링 둘 다 살짝 더 단단했었음.
아방가르드는 이 둘 사이에 껴서
갈피를 못 잡는 느낌이 조금 있었고.
그나마 E300 4Matic은 코일 스프링이라
에어매틱이 아닌 것에 위안을 삼아야 하나.
사람들이 많이들 착각하는 게,
에어 서스펜션이 장착된다고 무조건적으로
당연한듯이 승차감이 좋아지는 게 아니다.
당장 메르세데스-벤츠 내에서도 S-클래스가 아닌 이상
에어매틱이 달린 차량들이 스프링이 더 단단하다.
일반 코일스프링식 서스펜션인 CLS300d 4Matic이
그래서 에어매틱인 CLS450 4Matic보다 탄력있고
전반적으로 유연하게 모든 충격을 다룬다.
S-클래스 정도 되어야 그 말랑말랑
마시멜로같은 한없이 부드럽고 편안한 느낌이 나옴.
신형 E-클래스의 경우 '엔지니어링 패키지'라고
에어매틱과 4.5도 후륜조향을 묶어서
옵션 패키지로 구성해놓았는데 이것도 짜증난다.
난 후륜조향만 선택하고 싶은데 그건 안 된단다.
인디비주얼 오더로 가더라도 그건 불가능.
메르세데스-벤츠의 전자식 파워스티어링은
딱 적절한 수준에서 주행 모드 간
무게감을 조절하고, 너무 무겁지도 않으면서
또 너무 가볍지도 않은 게 특징이었는데
이번 세대에 와서는 확 가벼워진 것도 납득불가.
이것 때문에 차량을 다루는 데 자신감이
종전보다 현저히 떨어진다. 고속에서는 더더욱.
몇 십년간 잘 하다가 도대체 왜?
운전대 무게가 지나치게 가볍기 때문에
정확하게 내가 원하는 위치에 차량을 위치시키기
이전보다 직감상 어려워졌고, 그래서 불편하다.
대충 생각했을때 부드러워지고
손쉽게 휙휙 돌아가면 편해져야 할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고 적정 수준을 맞춰야 하는데
왜 이번 신형 E-클래스는 이 모양인지.
이전 세대(W213) E300 4Matic 익스클루시브는
휠이 18인치라 휠이 한 사이즈 더 작음에도
훨씬 노면에 대한 피드백과 확신이 강했었는데
휠이 1인치 커졌지만 반대로 운전대 피드백은
줄어든 것이 상당한 아이러니.
이 부분은 5시리즈(G60)과 궤를 같이한다.
너무 아시아 고객들의 선호에 맞춰준 것 아닌가.
왜 아우디의 나쁜점을 메르세데스-벤츠와 BMW가
동시에 따라하는거야 불쾌하게.
그래서 신형 E300 4Matic을 딱 타보고 나니
이제 명예 국산차에서 진짜 국산차가 되려고
아주 작정을 하려고 만들었는가 싶다.
이전 세대(W213)은 거의 길가에 돌멩이 채이듯이
어마무시하게 계속 팔려서 사실상 국산차 수준으로
대박을 쳤었는데, 이번에도 잘 팔릴 것 같다.
시승기 내내 이번 모델은
너무 부드러우려고 애써서 메르세데스-벤츠같은
느낌이 실종됐다고 강하게 비판하며
아시아 고객들의 입맛에만 너무 맞췄다고
뭐라 했는데, 이건 내 입장.
자동차는 나같은 고관여 소비자만 사는 게 아니고
저관여 소비자들이 훨씬 많이 구입하며
자동차라는 건 어쨌든 회사의 돈벌이 수단으로서
상품 가치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측면에선
이번 신형 E-클래스는 더없이 좋아졌다.
엔진 시끄럽다고 지적받던거 조용해지고
뒷좌석 좁다던 불만도 잠재울만큼 커졌고
승차감도 많은 이들이 더 부드러워졌다
느낄만한 변화가 있었으면서
그러면서도 '메르세데스-벤츠'의 'E-클래스'다.
우리나라와 중국에서 아주 열심히 사줄 것 같지 않은가.
사실 지난 세대는 너무 많이 팔려서
국산차로 쳐야한다고 내가 우스갯소리를 주위에
종종 했었는데, 이제 그에 힘입어서
아예 차 자체까지 국산차스럽게 만들었네.
본넷 위와 운전대 혼커버의 세 꼭지 별을 떼고
현대차의 H 뱃지를 붙여도 전혀 위화감이 없다.
심지어 이번 E-클래스는 트렁크(540L)도
동급 차종들 중에 가장 크다.
신형 BMW 5시리즈(520L), 아우디 A6(530L),
제네시스 G80(433L)을 제치고 가장 넓어
경차에도 골프백 4개 집어넣고 싶어하는
대한민국 국민정서에 아주 딱 맞다.
액티브 앰비언트 라이트는 원래 S-클래스에 있던건데
S-클래스는 한동안 반도체 부족으로 이 옵션이
들어간 차와 빠진 차가 섞여서 입항됐었다.
내 개인적인 소감으론 액티브 앰비언트는
운전에 방해가 될 정도로 너무 정신없다.
이 모든 걸 종합하면
메르세데스-벤츠의 E300 4Matic 익스클루시브는
국산차로서의 국적 '세탁'을 시도중인 모델.
긍정적인 변화면 국적 변화라는 단어를 썼을건데
이런 변화가 E-클래스라는 모델 하나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난 보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어질 부정적인 파장의 신호탄 격이라
국적 세탁이라는 어휘를 굳이 제목에도 사용했다.
자존심 강한 메르세데스-벤츠가
코리아 머니, 차이나 머니에 무릎 꿇다.
내가 알고, 내가 사랑하던
내 E-클래스 돌려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