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UV 세그먼트는 어느샌가 국내 2위 차급으로 올라섰다.
수입차는 보통 E세그먼트 세단으로 대표되는데,
세단과 큰 사이즈를 사랑하는 대한민국 소비자들답게
전통의 중형 세단들이 판매 탑을 달리고 있지만
SUV 열풍에 힘입어 크게 떠오른 것이 바로 이 급이다.
E세그먼트 세단과 유사한 가격을 가졌기에,
국산차 타다가 넘어가기에도 그리 멀지 않은 가격대와
동급 세단보다 확연히 넓은 실내를 갖고 꽤 큰 존재감을 자랑 중이다.
특히나 메르세데스-벤츠의 GLC-클래스는 최근 들어서
월간 수입차 판매순위 5위권 안에 거의 늘 들 정도로
굉장한 인기를 자랑 중이고 세그먼트 자체도 핫하다.
그런 시장에는 아우디도 빠지지 않는데,
1세대 Q5는 지금 봐도 잘생긴 외모를 자랑하고
길거리에서 요즘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디젤 게이트와 같이 판매 중단과 늦어진 인증 탓에
2세대 Q5는 국내에 굉장히 늦게 데뷔했는데,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2021년식으로 데뷔 예정인 가운데
현행 모델은 올 여름에 데뷔했으니 반년 만에 없어질 운명이다.
페이스리프트를 한다고 차의 근본이 바뀌는 것은 아니니
2세대 Q5가 어떤 차인지 알아보기로 했다.
앞모습은 요즘 아우디의 스타일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요즘 아우디는 너무 과하게 각지고 튀려고 노력하지 않나
Q5와 Q7은 좀 그런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 것 같다.
싱글프레임 그릴을 처음 도입했을 당시에
세련되고 정갈한 아우디를 기억하는 나로선 조금 아쉽다.
특히 Q5의 경우는 현대차라고 해도 믿을 법한 디자인이라.
하지만 곧 나올 페이스리프트 모델은 지금보다 훨씬 멋있다.
기대해도 좋을 듯.
실내로 자리를 옮겨도 밖에서 보던 깔끔한 선들이 그대로.
구형 모델이라 MMI 디스플레이 사이즈가 8.3인치로 조금 작고
사제로 아이패드를 거치한 것 같이 돌출형이지만
아주 못 봐줄 수준은 아니다. 어차피 곧 구형 될 거니까.
대신 아우디가 자랑하는 버추얼 콕핏은 그대로 장착.
하지만 A6 이상급과 다르게 저해상도 버전이 달려있다.
A6부터는 버추얼 콕핏 플러스인데,
이놈은 1440x540짜리. 그래도 충분히 쨍하긴 하다.
페이스리프트 모델엔 플러스가 달려나오길 기대해본다.
버추얼 콕핏 플러스는 정말 멋지거든.
앉았을때 시트 포지션은 SUV답게 적당히 높고,
전방 시야도 충분하다.
근데 차의 사이즈 치고 핸들이 조금 크게 느껴졌다.
핸들 사이즈가 E-SUV 이상급처럼 직경이 조금 큰 듯.
반면 두께는 얇아서 잡아돌리는 용은 아니다.
나는 BMW의 신형 M핸들이 두툼하니 정말 너무 좋은데
(AMG 핸들이나 포르쉐의 GT 스포츠 핸들보다도)
두께는 확실히 얄쌍하다.
Q5 45TFSI는 2.0L 4기통 터보 252마력의 스펙을 갖추고 있는데
이건 폭스바겐그룹 내에서 굉장히 많이 돌려쓰는 EA888이란 엔진이다.
남들은 엔진 코드명이 수시로 바뀌는데 이건 지속적으로 개량해서
Q5에 들어간건 EA888 Gen3B 모델이다.
Gen3 엔진에서 새 밸브리프트 시스템을 도입한 유닛.
엔진 관련 설명은 굳이 여기 적을 필요 없으니 패스.
A6 45TFSI 타면서도 느꼈지만, 동급 4기통 터보 중에서
회전질감이 가장 부드럽다. 뭉근한 크림을 밟는 느낌이랄까.
6기통의 매끄러운 회전질감하고 방향이 좀 다르지만 부드럽다.
이번 신형 골프GTI에 드디어 Gen4가 들어가는 듯 한데 기대만발.
개량을 거듭하여 사용하는 엔진 답게 두루 우수하다.
폭스바겐그룹 차량들이 동급 경쟁차종 대비 가속이 대개 빠른데
Q5의 경우는 특출나게 빠르진 않지만 넉넉한 가속력을 자랑한다.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 조합에 총 출력이 더 높은 GLC300 4Matic이랑
가속 성능이 얼추 비슷하다. DSG와 셋팅의 힘이겠지.
Q5의 특징이라면, 체감 가속력이 막 힘을 쏟아내거나
강력하게 차를 앞으로 밀어버리는 느낌이 아님에도
꽤나 빠른 가속시간을 자랑하며, 금방 속도가 올라있다.
가속감 자체는 GLC300이 더 강한데 최종 가속시간은 유사하니
어차피 우린 빠르니까 넉넉하게 여유를 부린다고 해야할까?
느낌은 전혀 아닌데 어느새 속도계는 100km/h를 가리킨다.
차의 승차감 자체는 충분히 좋지만,
세그먼트 최강자 GLC보다는 좀 못한 느낌.
GLC의 막강한 강점은 주행감이나 승차감이 세단과 판박이라는 건데
Q5는 SUV인 티를 어느정도 느낄 수 있다. SUV 중에선 좋은 편.
서스펜션 셋업 자체를 일정부분 탄탄하게 했음이 느껴지지만
거기서 차체로 넘어오게 되는 충격을 차가 막아선다.
승차감 모드가 아니라 다이나믹 모드로 해도 그러니
승차감 자체는 합격점 그 이상. 사실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아니라...
2열에 타보진 않았지만, GLC는 2열조차 승차감이 탁월하다.
2열 승차감이 1열보다 좋은 경우는 잘 없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전체적으로 승객을 위해서는 GLC가 더 낫다고 할 수 있다.
전반적인 주행감은 모드별 편차가 크게 느껴지는데
승차감은 주행모드에 따른 변경점이 확 와닿진 않았다.
두루 괜찮다는 뜻.
차량의 움직임 자체는 막 다이나믹하진 않지만
기본에 충실하다. 운전자가 시키는 대로 잘 움직인다.
탄탄하게 셋팅된 서스펜션이 이 차가 전형적인 아우디임을 알려준다.
아우디 고유의 그 단단한 느낌을 글로 뭐라 적어야 할지 모르겠는데
승차감 보존과 역동적인 움직임 사이에서 줄 타기를 잘 했다.
차가 돌면서 SUV인 티를 숨기지는 못했지만,
높이와 덩치가 있는 차 치고는 깔끔하게 따라붙는다.
자세를 흐트러트리기가 쉽지 않은 차였다.
GLC의 경우는 과장 섞으면 C클래스라고 뻥쳐도 될 정도로
차체의 움직임이 정갈하게 잘 제한되어 있었는데,
아쉽게도 그 급은 아니다.
Q5에는 콰트로 with 울트라 테크놀러지라는 기술이 적용되어 있는데
쉽게 말해 연비 향상을 위해 뒤로 가는 동력의 전달을 끊는 것이다.
사륜 구동이 필요하지 않다고 차가 느끼면 전륜 구동으로 작동함.
그래서 후륜 구동 기반 사륜인 경쟁사 차종보다
주행 자체에서의 고급감이 결정적인 순간에서 조금 떨어지게 느껴진다.
평소에는 대부분의 운전자들이 크게 체감하진 않을 듯 하다.
자꾸 GLC와 비교하게 되는데 GLC가 세그먼트 최강자이기도 하거니와
이 차를 타는 내내 GLC(의 완성도)가 계속 생각났기 때문이다.
폭스바겐그룹의 자랑, 7단 S-Tronic DSG는 훌륭하다.
변속은 계기판에서 보여주듯이 굉장히 빠르고,
특히 다이나믹 모드에 놓으면 더 빠르지만 승차감 훼손이 없다.
메르세데스-벤츠의 9G-트로닉이나 BMW의 8단 ZF보다 직결감도 좋다.
패들을 사용하여 변속하니 아주 강한 건 아니지만, 탕 하고 변속되는 느낌이
역시 기계적인 맛을 자랑하는 아우디답다고, 여전하다 생각했다.
기어비 자체도 잘 짜여져있고, 여러모로 변속기는 우수하다.
듀얼 클러치 변속기지만 시내 주행시 울컥임도 거의 없다.
완전히 없다고는 못하겠지만 정말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비싼 돈 주고 프리미엄 브랜드 차량을 사는 이유를
변속기가 나와서 열변을 토해준다.
패들이 있지만 굳이 안 써도 될 정도로 착착 알아서 잘하기도 한다.
요즘의 독일차들이 대부분 그렇지만,
아우디 역시 특유의 고속주행시 안정감이 옛날 대비 많이 희석되었다.
내가 1세대 Q5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그건데,
A6를 탈때도 느꼈지만 고속 안정감 자체는 평이하다.
BMW도 그렇고 아우디도 그런데 왜 그런지 잘 모르겠다.
옛날 대비 차체 강성이나 공기역학 관련은 오히려 개선됐는데
이제 특출난 그 느낌을 어디에서든 찾아볼 수가 없다.
메르세데스-벤츠만이 독3사 브랜드 중에선 유일하게 보존 중.
물론 벤츠도 옛날이랑 감각이 아주 많이 달라졌긴 하다.
이정도 수준이면 차량이 안전 제한 속도인 210km/h에서는
썩 안정적인 느낌이 들 것 같진 않을 것 같다(밟았다는게 아님).
조향 시 직결감은 꽤나 괜찮은 수준이고,
이건 모드 별 편차가 상당히 크다.
승차감이나 효율성(번역 수준봐라;;)모드에선 예상보다 가볍고
다이나믹 모드로 놓으면 꽤나 묵직해진다.
한가지 불만인 것은, 옛날부터 Q5는 Audi Dynamic Select 버튼이
굉장히 작게 그것도 잘 안보이게 위치해 있었는데
지금도 마찬가지인데 타사처럼 좀 크게 하면 좋겠다.
한 세대 전 A6/A7만 해도 센터콘솔의 큼지막한 다이얼로 조절하더니
현세대 와서는 걔들도 버튼식으로 바꼈지만 버튼 크기가 더 크다.
Q5의 대시보드를 훑어보며 그 버튼 찾는데 한참 걸렸고
버튼 사이즈가 정말 민망할 정도로 작다.
나는 안 쓰지만 통풍시트가 기본형이 아닌 프리미엄에도 없고
나는 안 쓰지만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ASCC)도 없다.
다행히도 내가 쓰는 파노라믹 썬루프나 3존 오토에어컨은 있다.
서라운드 뷰는 프리미엄에만. 기본형에도 HUD 있는건 의외다.
시승차는 기본형이라 휠이 18인치다. 꽤 작아보이고
순정타이어가 한국타이어제(벤투스 S1 evo2 SUV)다.
휠 크게 쓰는 아우디가 왜 A6도 그렇고 얘한테 이러는지 잘.
사이즈도 그런데 휠 디자인 자체가 굉장히 멋없다.
거의 국산차에서도 중형차 깡통휠로나 쓸 것 같은데
최소한 프리미엄에는 투톤 휠 적용하길 바란다.
시트의 착좌감 자체는 아주 뛰어나진 않지만 괜찮았으며
스포츠시트가 들어가는 프리미엄은 착좌감이 좀 다를 거다.
시승차는 플로렛 실버라는 색상인데 그냥 무난했다.
내가 고른다면 프리미엄을 선택하고 맨하탄 그레이를 고를 것.
아우디는 내가 자주 타는 차가 아님에도
운전석에 올라서 운전하는데 이상하리만큼 익숙했다.
양 페달의 감각도 낯설지 않고 적절했으며
제동력은 필요 이상으로 훌륭했다.
GLC와 X3이 이상하게 연료탱크가 좀 작은데
Q5는 그나마 73L로 앞자리가 7이라 좀 덜하다.
연비 테스트는 트립 리셋하는걸 까먹어서 못함.
출발할 때 시승차에 기름이 3분의1 탱크 남아있었는데
주행가능거리가 230km이었으니 대충 9.5km/l이라 할 수 있다.
보통 시내 위주로 다니는 시승차 특성상
시내 대부분에 이정도 연비란건데 나쁘지 않다.
딱 제원 연비 정도 나온 거다.
전반적으로 차가 아주 특출난 부분이 거의 없다.
빼어난 부분을 굳이 꼽지만 변속기 정도?
그 외에는 경쟁사와 비슷하거나 처진다.
압도적인 완성도의 세그먼트 리더 GLC와 비교하면 많이 부족하다.
GLC가 모든 것을 잘하는 1등급 모범생이라면,
이 차는 대부분의 덕목을 일정 수준 이상 만족시키는
평균 3등급짜리 학생이다. 결코 이게 나쁜 것이 아닌게,
한가지만 잘 하는건 어렵지 않다. 두루 다 잘 하는게 어렵지.
전부 다 제대로 소화해내는 것은 대중차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데
왜 Q5가 프리미엄 브랜드인 아우디 소속인지 여기서 알 수 있다.
운전하기 편하고 크게 모자란 부분이 없으니
Q5는 꽤나 괜찮은 차라는 결론이 나온다.
이 차의 가격이 프리미엄 기준(개소세 3.5%) 6365만원인데
아우디의 기본 덕목 중 하나인 큰거 한 장 할인을 생각하면
실 구매가는 5천 초중반대를 찍게 된다.
쏘렌토 하이브리드 풀옵션과 큰 차이 없는 가격.
가격 자체는 매우 공격적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나 GLC가 Q5와 비교 시 2천만원 가량 차이나고,
X3 20i 럭셔리와 출고가는 비슷하지만
프로모션 상의 차이때문에 Q5가 훨씬 저렴하다.
이런 가격 하에 이정도 차라면, Q5는 분명 매력이 충분하다.
5천만원 언저리로 만나는 수입 준중형 SUV라니.
기본 장비도 부실하지 않고 꼭 필요한 것은 다 갖췄다.
내가 아주 싫어하는 단어이긴 하지만, '가성비'가 꽤 괜찮다.
비슷한 가격대에 있는 차량이 끽해야 X2 25i 정도니
그런 형편없는 차보다는 Q5가 백배 천배 낫다.
페이스리프트 모델의 가격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
신형의 장래가 어찌될 지는 지금 확신할 수 없는 상태지만
크게 비싸지지 않는 한 지금의 평가가 유지될 것 같다.
전반적으로 GLC보다 2천만원 정도 저렴한만큼
전방위적으로 2천만원 어치의 완성도를 덜어낸 것 같은데
이 정도로도 충분하고 차고 넘치는 사람이 많기에
괜찮은 가격으로 독일산 D-SUV가 갖고싶으면
Q5는 좋은 선택지가 될 것 같다.
하지만 GLC는 비싼 만큼 돈값을 하며
압도적인 판매고를 자랑하고 있는데,
내 선택은 돈을 더 주고서라도 GLC다.
특히나 GLC300e가 괜찮은 옵션구성으로 나와서
PHEV인것까지 생각하면 돈을 더 지불할 가치가 충분하다.
적당히 잘하는 대신 적당한 가격.
다 완벽한 대신 높은 가격.
무엇을 선택할지는 기호에 맞춰서겠지만
GLC는 앞에 세꼭지별도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