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가 독자 브랜드가 된지 내년이 10년째로,
2015년부터 지금까지 단 9년 만에
신차들을 쏟아내며 거의 풀 라인업을 갖추었다.
새삼 놀랍다.
제네시스의 출범을 본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이만큼의 세월이 흘러갔으며,
자동차업계의 시계로는 9년은
바깥 세상과 달리 비교적 짧은 기간인데
GV60, GV70, GV80, G70, G80, G90에 이르는
폭 넓은 선택지를 그새 마련해주었다.
이렇게 단 시간 안에 출시된 제네시스의
여러 차종 중에선 도대체 어떤 차량을 사야 할까?
내연기관 모델은 엔진별로 주행특성이 천차만별에
전기차로 가게되면 제일 낮은 급인 GV60이
그보다 형님인 Electrified GV70보다 실내가 넓은 등
헷갈리는 요소가 여기저기 숨어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라고 주장하기에는
아직 해결하지 못한 숙제가 있는 것.
'프리미엄 브랜드'하면 떠오르는 대표주자
메르세데스-벤츠를 예로 들면,
사실 메르세데스 안에서 차를 고르자 하면
내가 가진 돈과 차량의 용도로 필터링 후
걸리는 모델을 골라잡아 구입하면 된다.
왜냐, 전 모델이 유사한 분위기를 구축 중이며
일관된 주행성 및 특징을 지녔기 때문에
다른 브랜드로 눈을 돌릴 게 아니면
딱히 망설일 이유가 없거든.
결국 메르세데스-벤츠는 브랜드 가치와
각자의 개별 모델 라인업이
훌륭한 조화를 이루어 고객들에게
명확한 인식을 주는 좋은 케이스다.
제네시스는 이런 문제에 답을 줄
킬러 핵심 차량이 적어도 내 시선에선
계속 없는 상태였는데, 뭔가 달라질 조짐이 보인다.
바로 새롭게 페이스리프트된 GV70에서.
현대차그룹의 페이스리프트라고 하기엔
화장을 조금 고친 수준의 작은 변화들 뿐이지만
내실을 훨씬 다졌다고 제네시스는 주장하는데
과연 GV70은 이번 부분 변경을 통해서
살만한 차로 거듭났을 지 한 번 둘러보자.
'페이스리프트'라는 단어는
얼굴을 고친다는 뜻이기 때문에,
디자인부터 간단하게 짚고 넘어가보자.
전면 디자인은 한결 더 부드럽고 두툼해진 느낌.
마찬가지로 페이스리프트가 진행된
G80, GV80처럼 그릴의 무늬가 두 줄로 바뀌었고
범퍼의 공기흡입구 라인들이 대각선이었던 것이
이제 전부 수평으로 바뀌어 한결 차가 듬직해 보인다.
기존 GV70의 디자인,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앞모습은 너무 의도적으로 (GV80 대비) 한 급 작은
왜소한 느낌을 강조하려고 한 느낌이었다.
자기네들은 스포티하고 컴팩트한 느낌이라지만
전반적으로 중후한 쪽인 제네시스 치곤
낮은 급의 차량을 타는 티가 팍팍 나서 싫었다.
그런데 이젠 같은 부피의 차량이지만
인상이 한결 어깨를 쫙 핀 듯 해 훨씬 낫다.
최근 프리미엄 D-SUV들의 유행이
본 체급보다 더 크게 보이도록 디자인되는 것.
완전신형 메르세데스-벤츠 GLC(X254)도 그렇거든.
반면 뒤는 원래도 싫었는데 이젠 더 싫어.
페이스리프트 이전의 GV70은
멍청하게 방향지시등이 범퍼에 달렸던 것도
"제네시스는 이제 두 줄입니다"라고 해놓고
뒤에만 한 줄씩 따로 달아놓은 게
의도적으로 GV80과 급 차이를 두는 듯 해 불쾌했는데
그나마 그 점은 드디어 방향지시등이 후미등과
통합되어 개선되었다고 할 수 있겠으나
G80, GV80 페이스리프트와 동일하게
뒷범퍼 하단 전반을 두르는 크롬 장식이 생겼다.
이건 뭐 가짜 배기구 형상도 아니고
배기구인 척도 아니고 정체불명.
안그래도 GV70은 뒷 범퍼가 뚱뚱해서
후면 인상은 불독같은 느낌이었는데
밑에다가 눈에 띄는 저런 크롬 장식을 발라두니
이제 불독이 침을 질질 흘리는 것 같음.
정말 다행히도 페이스리프트된
GV70 스포츠는 이렇지 않으니 꼭 스포츠를 구입하길.
디자인만 봐선 후면이 도저히 용서가 안 됨.
페이스리프트 이전의 GV70도 난 타보았으나
블로그에 시승기를 옮기지 않아서 말을 못 했었는데
GV70이 '조선 마칸'이란 평은 납득이 안 된다.
그리고 마칸은 포르쉐라는걸 제외하면
순수 디자인만 봐면 정말 못생겼는데.
정말 다행히도 디자인에 대한 욕은
외관에서 그치는데, 페이스리프트된 GV70의
인테리어는 여러모로 마음에 든다.
G80, GV80은 페이스리프트 후의
인테리어 대시보드 디자인이 아주
좋게 말해서 형편없어졌고 재미없어졌는데,
GV70은 원래 지녔던 타원 테마를 유지한 점이 좋다.
오히려 대시보드 디자인은 한결 깔끔해졌고.
페이스리프트 이전의 GV70은 대시보드 디자인이
차량의 후면 디자인과 궤를 같이 해서
입 튀어나온 불독같은 뚱뚱한 느낌이 있었는데
이제 타사와 구별되는 아이덴티티를 가졌으면서도
군더더기가 없어져서 흡족하다.
동급 SUV 중에 인테리어 품질이
가장 우수한 축인 것은 명불허전.
테스트카는 시그니처 디자인 셀렉션 I이 적용돼서
나파 가죽이 아닌 천연 가죽 시트가 들어가고
실내 천장의 스웨이드 마감이 빠졌는데
그럼에도 동급에선 제일 우수하다.
같은 D-SUV 세그먼트 내에서
이보다 더 좋은 품질과 호사를 선사하는 차종은
레인지로버 벨라와 마세라티 그레칼레 뿐.
이 두 차종은 각각 GV70의 1.5배와 2배 가격.
미국차스러운 디자인의 운전대는
다른 제네시스 모델들에서 빌려온건데,
GV70의 인테리어와 제일 궁합이 좋다.
한 가지 불만이라면 센터콘솔 수납함이
닫을 때 나는 소리가 너무 크고 경박스러움.
이런 부분은 메르세데스-벤츠나 렉서스를
좀 더 많이 참고해주면 고맙겠다.
신형 GLC(X254)는 안 그랬었는데.
제네시스의 주력 모델들이
페이스리프트를 거쳐야 할 시기가 도래하며
먼저 선보인 G80, GV80 페이스리프트는
인테리어가 아주 가관이라고밖에 생각이 안 들었는데
GV70 페이스리프트는 아주 잘 다듬었다.
프리미엄 차량에게는 '실내 거주성'이란 게
단순히 공간의 크기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니
인테리어가 풍기는 분위기와 전하는 질감이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GV70 페이스리프트는 선방했고,
GV70이 '현재 제일 살만한 제네시스'에
한 발자국 가까이 다가섰다.
차를 세워놓고도 알 수 있는
디자인에 대해서 평을 마쳤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달려볼 차례.
이 차는 스포츠 패키지가 적용되지 않은
일반형 3.5 터보 AWD 모델.
맨날 보던 그 람다 III 맞다.
가솔린 3470cc V6 트윈 터보 엔진과
현대트랜시스의 8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됨.
근데 저놈의 엔진 커버는 왜 저렇게 생긴거지?
G90의 것은 그렇게 멋지게 만들어놓고,
또 G80과 GV80의 것과는 다르다.
현대차에나 붙을거같은 V6 레터링의 폰트는 무엇이며
경쟁 차종들은 전부 싱글 터보인데
자기들은 트윈 터보인게 얼마나 자랑스러웠는지
양쪽에 TWIN TURBO 적은건 정말... 할 말을 잃게 한다.
차종별로 다르게 만드는게 더 돈이 들지 않나?
그냥 G90의 것을 전 차종이 돌려 쓰면 안 되나?
V8도 V12도 아니고 뭐 대단하다고.
정말 여러모로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함.
아무튼 이 트윈 터보 V6는
최고 출력 380마력, 최대 토크 54kg·m.
이건 터보랙을 줄이기 위한 독일 브랜드들의
각고의 노력따윈 쿨하게 무시한
고전적인 트윈 터보 엔진이라
터보 랙은 여전히 남들에 비해 심함.
요즘 세상엔 '올드 스쿨'이 나름 매력 있다
여겨지는 분위기지만, 이건 그냥 낡은 것.
GV70, G80, GV80, GV80 쿠페, G90과
배기량은 다르지만 G70까지
이 구식 엔진을 아직까지 쓰고 있는데,
하다못해 e-S/C는 기본화해야지.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는
이제 대부분의 일반형 파워트레인에는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했고
북미에서의 최대 강자 렉서스는
아예 하이브리드의 1인자.
48V e-S/C(일렉트릭 슈퍼차저)가
GV80 쿠페와 G90에 기본이 아니란게 웃기지만
나머지 차종엔 아예 선택권조차 없다는 게
정말이지 어이가 없는데, 2024년에 출시된 차가 맞나 싶다.
남들을 따라가는 팔로워 입장이면 최소한
남들이 하는만큼은 따라서 하거나,
남들이 하는 것 보다 더 해줘야 하지 않나?
실내에 가죽 치장 좀 더 하고 뒷좌석 레그룸만 더 있으면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를 넘어설 수 있다 생각하는 건가?
그렇게 되면 차량 가격이 인상된다고?
난 아예 3.5T 라는 트림이
3.5T e-S/C가 한 묶음이어야 한다고 생각함.
GV70이, 심지어 스포티함을 부각하는 차종이
e-S/C를 구비하지 않은 건 큰 실수를 하는 것.
그나마 한 가지 희망적인 건
이건 순전히 내 뇌피셜이지만,
타보니 GV70의 3.5T 엔진은
G80, GV80, GV80 쿠페의 그것과 살짝 다르다.
엔진 소리 자체가 저회전에선 쌕쌕거리는
흡기 소리가 강조된 특이한 소리로 바뀌었고
터보 랙이 긴건 타 제네시스 차종과 똑같지만
엔진의 리스폰스를 소폭이나마
좀 더 공격적으로 설정한 듯 미세하게 빨라졌다.
기분 탓일 수도 있고, 차량 컨디션 탓일 수도 있으니
확신은 못하겠지만 타본 결과 그러함.
엔진은 사골을 우려서 엉망진창인데,
변속기는 날이 갈 수록 좋아지고 있다.
이게 정녕 예전부터 써오던
8단 자동변속기랑 똑같은 물건인가
놀라울 정도로 개선되었다.
변속 속도는 스포츠 모드에서조차
내 희망사항보다는 살짝 느리지만
GV70 스포츠 트림이 아니어서
딱히 흠 잡을만한 수준은 아니었고
무엇보다 스포츠 모드에서 적당한 수준의
고의적인 변속 충격을 이제 일부러 주고
토크 컨버터를 박진감 있게 붙인다는 게
전반적인 변속 품질의 향상으로 느껴진다.
최근 현대차그룹이 DCT를 비롯해서
하이브리드 전용 6단 자동변속기조차
이런 튜닝으로 품질을 강화하더니,
이제 제네시스에 올라가는 후륜구동용
8단 자동변속기도 숙성될 만큼 숙성을 거쳤다.
페이스리프트 이후에도 G80, GV80은 그렇지 않은데
확실히 좀 더 스포티한 분위기를 부각한 점이 좋고
주행모드 별 변속기 프로그래밍이
명확하게 구분되어있단 점이 좋다.
기존의 GV70은 GV70 3.5T 스포츠에서도
이런 변속감을 보여주지 못했었거든.
엔진이 고물이어도 변속기가 개선되니
전반적인 파워트레인이 크게 향상된 것 처럼 체감됨.
차가 잘 달리기 위한 제 1 요건은 역시 변속기.
다만 이전처럼 가끔
작은 변속충격이 올라왔는데,
이건 차량의 누적 마일리지가 500km 뿐이어서인지
시승 전용 차량으로서 힘든 삶을 살고 있어서인지
아니면 정말로 변속기 완숙도가 100%는 아니어서인지
확답하기는 다소 어려운 부분이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9G-트로닉보다는 약간 덜하고
ZF 8HP 올라간 차량들은 한방에 다 퉁칠 순 없는 게
레인지로버 벨라는 이와 비슷하게 조금 있었던 기억.
반면 BMW X3는 이러한 변속충격은 거의 없었다.
이제 이 차가 왜 강력 추천 차량인지
GV70의 하이라이트인 승차감으로 가보자.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정말 GV70 페이스리프트의 승차감은 동급 최강.
메르세데스-벤츠 GLC와 BMW X3,
아우디 Q5, 렉서스 NX까지
5 ~ 8천만원대 D-SUV 중에선 끝판왕이다.
GV70이 페이스리프트를 거치기 전에는
동급 평균 수준의 그냥저냥인 차 였는데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천지개벽급으로 바뀌었다.
어떤 느낌인가 하면
GV70의 승차감은 그냥 차고를 올린 G80이다.
원래 G80의 승차감을 승계해야 하는 건 GV80이고
통상 SUV는 동급 승용차보다 승차감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만
GV80 페이스리프트는 이미 내가 아주 혹평을 한 바 있고
자잘한 피칭과 기우뚱거리는 차체가 멀미를 유발했는데,
오히려 G80 페이스리프트의 엄청난 부드러움과
바퀴가 구를 때의 탄력 및 매끈함을
GV70 페이스리프트가 가져와버렸다.
그러면서 SUV이기에 서스펜션 스트로크(길이)에
여유가 있어서 방지턱 통과 시엔 더 너그럽다.
G80은 그리고 난 계속 맞는 시트포지션에 맞추면
A필러 상단과 내 머리가 부딪히기 일보직전이라
이상한 자세만 나와서 불편했는데
GV70은 SUV인지라 적절한 시트포지션과
넓은 시야 및 전후좌우 공간이 나와서
전반적으로 더 아늑하고 더 편안했다.
'편안함'만 따지면 적수가 없다.
메르세데스-벤츠 GLC(X254)는 이에 비하면
방지턱 등을 만났을때 약간 탱글? 통통?해서
충격의 부드럽기는 비슷하지만 여운이 약간 더 길고
렉서스 NX(AZ20)는 GV70과 비교하면
승차감의 고급스러움과 서스펜션의 정교함이 떨어짐.
NX는 단순무식하게 부드러운 느낌이라
정말이지 짜임새있게, 복잡하게 설계했단 인상이 아닌데
GV70은 그에 비하면 아예 한 급 위 처럼 느껴짐.
NX가 불편한건 아니다만 이번 GV70이 너무 좋음.
X3(G01)은 GV70에 비해 댐퍼가 더 단단함.
스포티하고 본격 달리고 싶은 느낌은 X3가 낫지만
종합적인 운행 시 편안함은 GV70이 낫다.
Q5(80A)가 그나마 GV70 페이스리프트와
제일 근접한 수준의 승차감을 보여주는데,
Q5마저도 '급을 뛰어넘은 서스펜션의 세밀함, 정교함'
이런 건 없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GV70 승.
솔직하게 말해서
레인지로버 벨라 P250은 이보다 잔요철을 훨씬 읽고
마세라티 그레칼레는 템포가 느린 롤이 더 있어서
프리미엄 브랜드 내부에서 한정지을 것이 아니라
D-SUV 중에서는 승차감과 편안함으로 1등.
만약 페이스리프트 이전의 GV70이었다면
앞에서 1등이 아니라 뒤에서 순위를 매겼을 것.
G80 페이스리프트를 타면서
신형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W214)에서
집 나간 벤츠가 오히려 여기에 있네 싶었었는데
GV70 페이스리프트도 딱 그런 느낌.
에어 스프링이 적용되지 않았음에도
메르세데스의 에어매틱같은 느낌이 든다.
컴포트나 에코 모드에선 노면의 자잘한 요철을
에어 스프링처럼 깔끔하게 싹 가려버리거든.
다들 착각하는게, S-클래스의 에어매틱이
정말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우며 극강의 승차감인 것 처럼
하위 차종인 E-클래스나 CLS, GLE에
에어매틱이 채택되면 비슷할거라고 생각하는데
실제론 전혀 그렇지 않고 오히려 코일 스프링보다
댐퍼나 에어 스프링이 더 단단한 편이다.
E-클래스나 CLS만 해도 코일스프링이 적용된
E 300과 CLS 300d가 E 450과 CLS 450보다 부드러움.
메르세데스-벤츠 에어매틱 특유의
저속에서의 매끄러운 느낌을 GV70이 닮았고
막연히 부드럽지만은 않은 댐퍼 설정값도
독일 브랜드들 참고 많이 했구나 싶다.
덕분에 고속주행 시 안정감과 편안함도
메르세데스-벤츠가 생각나는 스타일로
정말 안락하고 타는 내내 만족스러웠다.
나중에 별도로 GV70으로 장거리 테스트도 해봐야할까봐.
최근 메르세데스-벤츠들이 예전만 못한
고속주행 안정감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제 멀리 갈 것 없이 국산차에서 그런 걸 누리다니
세상 정말 좋아졌다.
스포츠 모드에선 확연히 노면 잔요철 및
잔진동이 올라오는 걸 보니,
평소에는 컴포트 모드로 놓거나
인디비주얼 모드에서 서스펜션만 컴포트로 놓는 게
일상주행에는 적합하게 느껴진다.
이전에는 무늬만 스포츠 모드 느낌이 강했는데
본격 성격 분리를 해놓았단 점도 칭찬할 만.
최근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제네시스들은
신형 G90부터 탑재되기 시작한 뱅 앤 올룹슨 사운드를
옵션으로 구비하고 있고, 현대차에서 내보낸 테스트카이니
이 GV70엔 당연히 장착되어 있어서 들어보았다.
오디오는 정말이지 그닥이다.
GV70이 페이스리프트 이전의 렉시콘 오디오 시절엔
렉시콘을 탑재한 G70, G80(RG3), GV80보다
섬세하고 균형감 있는 소리가 좋았어서
G90을 제외한 제네시스 라인업 중에서 최고였는데
이 뱅 앤 올룹슨 시스템은 밸런스란걸 까먹어버렸다.
전반적으로 초저음 / 초고음이 잘려있고
중음 자체가 펀치력은 약하지 않지만 퍽퍽하고 답답함.
답답함의 주요 원인은
음 간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
뱅 앤 올룹슨 고유의 이퀄라이저인
베오소닉을 만졌을 때
편안함/밝음 쪽으로 놓은 경우가
지금까지 거의 없었는데 이 차는 그렇다.
저음을 빼고 고음을 넣는 방향인데
저음이 다소 부담스럽고
고음과 보컬 표현력은 많이 모자랐거든.
제네시스 중 뱅 앤 올룹슨이 탑재된 차량은
G90(옵션가액이 400만원이니 당연히 좋아야)과 GV60
이 두 차종이 아니면 굳이 돈 주고 넣을 필요가 없다.
그나마 GV70의 뱅 앤 올룹슨이 GV80의 것보단 낫네.
GV80 뱅 앤 올룹슨은 진짜 못 들어줄
폐급, 쓰레기같은 소리가 났거든.
지금까지 시승기를 쓰면서 오디오가 쓰레기라고
평한 차 내 기억에는 거의 없었던 것 같은데
그 어려운 걸 그 차가 해냈다.
주행성능은 그럼 어떤가?
서스펜션이 종합적으로 부드러운 것에 비해
섀시가 커버하는 영역은 대단히 넓다.
오히려 순정 타이어인 미쉐린의
프라이머시 투어 A/S가 성능이 너무 부족하고
차량이 가진 역량을 받아내고 있지 못하다.
부드러운 것 치고 차체의 덩어리감이
걸림 없이 매끄럽게 좌우로 왔다갔다 한단 건
렉서스 RZ 450e만큼은 아니지만 수준급.
이 정도면 BMW X3을 제외하곤
주행 성능에서도 2등 정도 랭크된다고 본다.
GV70 스포츠 트림이 아니기 때문에
스포츠 전용인 e-LSD가 없음에도
아주 타이트한 코너에서 코너를 벗어나며
악셀을 전개하며 뒷쪽이 부드럽게 따라오는 맛이 일품.
이것 때문에 GV70 스포츠도 궁금해져서,
조만간 타보고 차이점을 분석해봐야겠다.
타이어 문제를 다시 언급하자면,
프라이머시 투어 A/S는 제발 갖다버리면 좋겠다.
벌써 이런 이야기를 한 지 몇 년 됐는데
뭐 좋은 타이어라고 제네시스 전차종에 돌려쓰는지.
3.5T 모델에는 특히 더더욱 문제인 게
54kg·m의 토크를 받아내기에
타이어의 접지력이 턱없이 모자라다.
GV70은 19인치는 235/55R19,
21인치는 255/40R19인데
255mm도 그다지 넉넉하지 않다만
그럼 도대체 235mm의 19인치는 어떻다는 거지.
3.5T의 경우 스포츠 패키지를 선택해서
썸머 타이어(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4 S)를 선택하는 것이 옳다.
사실 파일럿 스포츠 5 정도가 3.5T 자체의
순정 타이어인게 더 맞다고 보지만.
브레이크는 아쉽게도
차량의 누적 마일리지가 500km로 너무 모자라
브레이크 길들이기가 전혀 되지 않았고,
타이어와 짝짝꿍해서 다소 밀리는 감이 있었다.
이건 브레이크 버니싱이 된 후에 재평가해야 함.
별도의 스포츠 트림이 없는
GV80 페이스리프트와 GV80 쿠페*는
스포츠 모드에서도 ESP OFF를 하면
전자장비가 전혀 개입하지 않았는데,
GV70은 스포츠 트림이 별도로 존재해서인지
스포츠 모드에 ESP OFF 상태에서도
완전 꺼졌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GV70 스포츠엔 스포츠+ 모드가 추가되니
아마 거기서는 ESP OFF가 정말 OFF를 뜻하겠지.
*GV80 쿠페 3.5T AWD 차량 기준,
3.5T e-S/C 모델은 스포츠+ 모드 추가 존재
그 외 기타 개선점은
MLA 헤드램프가 추가됐단 점인데
개인적으론 GV70에 그리 어울리진 않는 듯.
처음부터 MLA 탑재를 염두에 두고 디자인한
G90의 얄쌍한 헤드램프와 달리
GV70은 원래 있던 디자인에 이걸 추가한지라
형님들보다 약간 작고 귀여운 눈매에
작은 사각형들로 꽉 차있으니 좀 곤충같음.
MLA 헤드램프 자체는 조사 품질은 좋으나
IFS(지능형 헤드램프)는 더 똑똑해져야 할 필요가.
GV70의 첫 출시 당시에
뒷좌석에 열선 및 통풍 기능을 제공하고
뒷좌석 레그룸이 넓다는 것이 최고 강점이었는데
지금도 이 정도 가격대의 차량과 차급에
뒷좌석 통풍 기능을 제공하는 차는 없다.
다만 뒷좌석 레그룸을 위해
희생한 트렁크 공간도 그대로.
최근 아이오닉 6도 그렇고
현대차그룹이 차량 개발 모토인건지
공간 중에서 트렁크의 비중은 줄이고
뒷좌석에 완전 몰빵하는 방식으로 가고 있다.
페이스리프트 이전엔 GV70 시승기를
쓰지 않았기 때문에 원래의 GV70 특징까지
두루 짚고 가야겠다.
그래서 GV70 페이스리프트는
제네시스 차량 라인업 전반의
가진 장점 각각을 전부 흡수하면서도
GV70이 본디 가졌던 개성을 놓지 않았다.
제네시스 내부에서도 차급을 뛰어넘는 승차감이지만
경쟁자들을 둘러봤을때 그들을 모두 이기는
편안함과 부드러움이란 큰 무기를 갖추었고
제네시스 내의 더 큰 형님들이 보여주지 못하는
역동성을 컴팩트 럭셔리 SUV로서 갖추었으며
기존의 강점들인 인테리어 품질 등을 잘 보존했다.
승차감으로는 제네시스 내에서 내 기준엔
G90 다음으로 2등이라고 느껴진다.
그 뒤의 3등은 GV60 스탠다드 AWD.
스포티한 주행이라면 G70이 있지만,
G70은 이미 너무 오래되고 낡은 차라
사람들의 구매 레이더에서 진작 벗어나 있었잖아.
또 인기가 다 식은 승용차이기도 하고.
GV70 페이스리프트는 이런 매력들을
모두가 원하는 SUV라는 형태에 담아냈기도 하다.
그래서 GV70 3.5T AWD는
지금 제네시스 중에서 가장 추천할 만 하다.
위에 지적한 스포츠 패키지의 필요성은
일반적인 구매 고객층에게는
그렇게까지 중요한 건 아니니까
이렇게 그대로 사는 것도 좋아 보인다.
G80의 편안함과 DNA를 그대로 계승했는데
심지어 SUV면서 더 저렴하기까지.
구입하지 않을 이유가 도무지 무엇인지 모르겠다.
심지어 이 깐깐한 나 조차도
오디오가 엉망인 점은 눈 감고 한 대 사고 싶네.
내 입장에선 3470cc의 자동차세가 부담스럽고
앞의 무게를 두 개의 실린더를 빼서 덜어내고 싶어
GV70 2.5T 스포츠가 궁금한데
차후에 현대차 측에 문의해봐야겠다.
연비는 GV70은 2.5T나 3.5T나 큰 차이 없다.
GV70 2.5T가 이상하게 기름을 너무 먹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