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가 어엿한 럭셔리 브랜드로
성장해나가며 만들어내는 차량들을
폭넓게 다루는 '제네시스 오브 제네시스'
시리즈의 마지막이 드디어 왔다.
3편의 Electrified GV70까지 둘러 이 자리에.
마지막인 만큼 그 주인공은 당연하게도,
제네시스 브랜드의 기함인 G90.
에쿠스에서 EQ900을 거쳐
G90에 온 지금, 신형 G90은 파격적이고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며 작년에 출시되었다.
기존까지의 G90(HI)은 EQ900의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이었고
그에 따른 예전의 현대차가 가졌던
노하우 부족이 그대로 티가 나는 차였어서
브랜드의 수장 격인 플래그쉽 모델의
완전한 탈바꿈이 시급했었다.
그래서 나온 이번 G90(RS4)는
정말 모든 것이 새로워지고, 바뀌었다.
현대차그룹이 최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완성도의 차량을 쏟아내고 있다는 걸
전 세계가 알아봐주기 시작한 형국이라,
제네시스 브랜드의 기함은 그 어느때보다
그 어깨에 실린 부담감이 무겁다.
특히나 이 플래그쉽 승용차 세그먼트는
탄생 이래 그 어느 차량도 넘보지 못한,
압도적인 1등인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가
지금도 굳건히 왕좌 위에 앉아있기 때문에
어지간한 수준으로는 덤벼보지조차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래서 제네시스 입장에서는 참 난감하긴 하다.
정말 목숨걸고 모든 역량을 쏟아붓자니
어차피 이 세그먼트는 S-클래스가 평정했기에
투자한 만큼을 받쳐줄 판매량이 많지 않을 것이고,
대충 설렁설렁 만들자니 그저 그런 도전자로
제네시스 브랜드 자체의 이미지가 깎일 확률이 높다.
승용차의 인기가 다 죽고 이제 모두들
SUV만 탄다지만, 기함급 승용차의 상징적 의미는
여전히 건재하기 때문에 이런 차량들은
그 회사가 생각하는 최고의 럭셔리를 의미한다.
아직 사람들 머릿속에 자리잡은 명확한 아이덴티티가
없는 상태인 제네시스가 이번에 그 방향성을
G90(RS4)을 통해서 보여줘야 하므로
사실 이 차량은 제네시스 브랜드에게
그 어떤 모델보다도 중요한 차량.
북미 판매량은 GV70과 GV80이 견인하고 있어
안정적으로 안착한 상태인데, 승용 라인업은
여전히 굉장히 부실하고 판매량도 낮다.
그런 와중에 G90이 제네시스 최고의 형님으로서
브랜드를 제대로 이끌어나갈 수 있을까.
G90의 경우 첫 출시 당시인 2022년식과
현재 판매중이고 이 글에서 다루는 2023년식간의
차이가 다소 존재하는 편이다.
2022년식 G90의 부족했던 모습과
비로소 현대차그룹의 대장으로서 자격을 갖춘
2023년식 G90간의 차이점 역시 같이 다뤄볼 예정.
우선 디자인부터.
제네시스 디자인팀을 이끄는 이상엽 부사장과
루크 동커볼케 CCO의 입김이 그 어느때보다
강하게 들어갔음이 곧바로 단박에 보인다.
해외에서조차 다들 벤틀리 생각이 난다고 하니까.
난 사실 구형 G90(HI)의 디자인이 더 중후하니
더 멋지다고 기함다운 무게감을 갖췄다고 본다.
하지만 2010년대 후반부터 유행인 디자인 언어는
롤스로이스가 아닌 이상 다들 젊어지고
날카로워지는 것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신형 G90의 외장 디자인은 최신 트렌드에
부합하는 형태를 맞추면서도 제네시스 고유의
두 줄 디자인을 한층 발전시키려 노력했다 볼 수 있다.
GV80부터 시작된 두 줄 램프 디자인은
그동안 얇은 DRL과 전조등 빔이 별도로
나뉘어 있었는데, 이제 하나로 통합되었다.
마이크로렌즈 어레이(MLA) 기술이 적용되어
세계에서 가장 얇은 헤드램프.
테일램프의 두 줄 미등은 밤에 보면
우주선같은 느낌을 줘 존재감 하나는 확실하다.
당초 첫 출시할 적에 난 G90의 디자인이
브랜드의 기함으로서의 자질은
다소 부족하지 않나 생각을 했었는데,
2023년식에 새롭게 추가된 21인치 휠이
차량의 디자인을 확 바꿔놓았다.
날렵한 차체 디자인과 대비되는
난잡하거나 단조로운 휠들을 뒤로하고
선명하면서도 꽉 찬 이미지의 21인치 휠이
차량 디자인에 마침표와 방점을 찍는다.
이 21인치 휠은 48V 일렉트릭 슈퍼차저를
선택해야지만 고를 수 있는 휠인데
뒤에서 다루겠지만 48V 일렉트릭 슈퍼차저는
어차피 무조건 달아야 하기에 별 상관 없다.
차량의 색상은 '우유니 화이트'.
G90은 '한라산 그린'이라는 국내 지명을 활용한
제네시스 최초의 색상을 도입했는데,
대한민국 대표 럭셔리 브랜드라 자부하려면
이런 이름이 앞으로 더 많아져야 한다.
우유니 화이트는 내 경우 G90과의 궁합이
처음에는 별로라고 생각했었는데, 시간이 흘러
디자인이 익숙해지니 화사한 면이 돋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내 선택은 마우이 블랙.
메탈릭한 비크 블랙 말고도 솔리드 컬러스러운
진한 마우이 블랙이 새로 생긴게 아주 마음에 든다.
그런데 이 색상의 이름도 국내 지명이나 순우리말로
멋지게 지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GV60의 '하나우마 민트' 색상도 그렇고
현대차그룹 참 하와이 좋아한다. 나돈데.
실내로 자리를 옮겨보면
제네시스가 과연 무엇을 추구하는 브랜드인지
전혀 알 수 없다는 큰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그런데 웃기게도 이 실내 디자인이
생각보다 북미에서는 먹히는 것 같더라.
어차피 국내 시장은 수요가 고정되어 있고
유럽에서는 거의 못 팔 차량이니
미국 사람들 입맛에 아예 맞춘 실내인가?
일단 내가 미국사람은 아니기 때문에 별로다.
브랜드의 기함이라 하면 최신 기술을 탑재하거나
미래지향적인 디자인 및 패키징으로
브랜드의 선도적 이미지를 이끌어나가야 하는데
실내 디자인이 굉장히 보수적이고 고리타분하다.
특히 공조 패널은 90년대 가라오케를 연상케 하며
마치 국내 시장의 주 구매층들이 약주 한 잔 하고
뒤에서 트로트 한 곡 뽑아야 될 것 같은 분위기.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는 지난 세대에서
남들이 갖추지 못한 우아함과 고급스러움을
실내에서 과시하더니, 이번 세대에서는
급진적이면서도 화려함을 선보여서
S-클래스 이름과 명성에 걸맞는 인테리어를
매번 이어오고 있는데, G90은 갸우뚱하게 된다.
다만 이 보수적인 디자인이 어디에서 왔는가
생각을 하다 보니 제네시스의 디자인을 이끄는 수장들이
벤틀리에서 왔다는 점을 여러모로 곱씹어보게 된다.
벤틀리는 차량 가격이 훨씬 더 나가는 브랜드라
더욱 클래식한 디자인을 도입하면서도
최신 기술 도입에 대한 부담은 비교적 적고
최고급 소재는 아낌없이 바를 수 있는데
제네시스의 경우 입장이 조금 다른 상태에서
클래식함과 첨단 기술력을 과시하려는 모습 간의
충돌이 일어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다.
페이스리프트 때 조금 더 잘 한 결과물을 내놔야 함.
남들과 다르다는 점을 이런 통상적인 레이아웃을
계속 붙들고 가는 방식으로 구현하려는 건 위험하다.
비록 파격은 없지만, 탁월한 실내 소재들과
수납함 등의 실내 요소들이 기름칠 잔뜩 한 것 같이
부드럽게 움직이는 점은 G90의 차급을 알려준다.
풀 옵션 기준 1억 4천여만원의 가격을 생각하면
가히 압도적이라고 생각할 만도.
난 개인적으로 어반 브라운 / 글레이셔 화이트 실내가
제일 마음에 들지만 사실 이런 브라운 - 화이트가 아니라
블랙 - 화이트 투 톤이었으면 더 고급스러웠을 것 같다.
듄 베이지는 너무 땅콩버터 같은 색감이라 좀 그렇고
칙칙한 색은 싫은데 화이트 시트의 관리 부담도 싫다면
옵시디언 블랙 / 보르도 브라운 조합이 좋다.
브라운 치고는 밝으면서, 빨간색보다는 톤 다운된 색이라
'보르도'라는 이름답게 와인스러운 색감이다.
시그니처 디자인 셀렉션은 무려 544만원이나 하지만,
시그니처 디자인 셀렉션을 뺄 거라면 G90을
선택해야 할 이유의 반절이 빠지는 것이라 무조건 선택.
시그니처 디자인 셀렉션의 프라임 나파 가죽은
G80과 같은 하위 모델과의 격 차이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S-클래스의 익스클루시브 나파 가죽과
7시리즈의 메리노 가죽 사이에 있는데
가죽 고유의 표면을 살리는 것과 매끈함 사이의
적절한 줄 타기가 만족스럽고 기분 좋다.
실내의 각종 수납함들이 기름칠 한 듯이
부드럽게 스윽 움직이고 닫긴다는 것도
고급차다운 격이 제대로 잘 살아있다.
창문 스위치나 버튼류들은 좀 덜 기름지게
조작감이 살짝 깔끔해지면 좋을 듯 하다만.
창문 역시 올라오다 마지막에 천천히 닫히는걸 보니
렉서스에서 좋은 걸 벤치마킹 해 왔네.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건
시그니처 디자인 셀렉션의 우드 트림들이
하나같이 저렴해보인다는 사실이다.
일단 4개 중 2개는 재생 소재를 활용해서
Electrified G80과 같은 문제인, 싸보이는 단점이 있다.
아무리 친환경이 대세라지만 차값이 얼만데.
나머지 두 개는 어떻게 마감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최근에는 거의 오픈-포어 방식으로 마감한
우드 트림들이 대부분인데, 오픈-포어 특유의
매트한 재질감과 동시에 매끈한 광택이 둘 다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백만원을 더 주고
메탈 G-MATRIX 패턴 트림을 고르는 것인데
이를 골라야지 최고급 차량의 품격에 어울리는
실내 분위기를 완성할 수 있게 된다.
트림 사이에 얇은 금속 선을 넣는 건
렉서스가 LS에서 먼저 선보였고,
최근에는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와 EQS에도 있는데
G90의 이 트림들도 고급스러운 마감을 잘 보여준다.
7시리즈는 아예 앰비언트와 화면으로 도배하는
싸구려 중국차같은 방법을 선택했는데,
같은 팔로워 입장에서 G90은 고급감으로 정면돌파.
포지드 카본 메탈 트림은 단정하면서도 우아하고,
애쉬 우드 메탈 트림은 차분해서
여러모로 실내 디자인과 잘 어우러진다.
결국 644만원을 들여야 완성되긴 하지만,
G90의 차량 가격이 적어도 국내에서는
경쟁 차종들보다 현저히 낮기 때문에
특별히 비싸다고 하기엔 뭐하고
이런 가격으로 넘치는 고급감을 갖출 수 있단 게
G90이 내세우는 분명한 강점 중 하나이다.
시그니처 디자인 셀렉션을 선택하지 않았을 때
적용되는 기본형 인테리어의 인서트 필름 트림은
정말이지 싸구려 티 팍팍 나니 주의할 것.
그럴바에야 블랙 하이그로시 처리가 나을 듯 한데
시그니처 디자인 셀렉션을 무슨 일이 있어도
무조건 넣게 만드려는 전략인 듯.
G90의 좋은 점 중 하나는
REST 모드를 실행해서
상석 탑승객이 최고로 편안한 자세로 만들어도
제껴진 조수석이 (운전자 기준) 우측 사이드미러를
가리지 않는다는 점. 현대차도 이 점을 어필한다.
철저히 쇼퍼드리븐으로서의 본분에 충실한 것으로,
기사님들의 운전 부담이 한결 덜하다.
근데 G90은 후측방 모니터가 있어서
사이드미러가 가려져도 페널티가 덜하긴 하다.
또 좋은 점.
마사지 기능이 정말 압도적으로 좋다.
그 어떤 경쟁 차종들 및 더 고가인 차량들도
따라올 수 없을 만큼 정말이지 끝내 준다.
레인지로버의 핫-스톤 마사지나
S-클래스의 뒷좌석용 마사지 기능보다
지압이 훨씬 꾹꾹 정확하게 된다.
S-클래스가 마사지 기능 가짓수는 더 많지만
G90처럼 마사지 부위만 선택하면
알아서 제대로 된 마사지를 해주는 게 더 좋은 듯.
7시리즈 역시 G90보다 마사지 기능은 역부족.
마지막으로 좋은 점을 하나 더 꼽자면
자동문 기능이 미쳤다.
G90을 산다면 다른걸 다 빼더라도
이것 하나만큼은 무조건 넣어야 한다.
S-클래스의 경우 마이바흐 S580 이상에만 달리는데
자동문을 겨우 148만원 주고 달 수 있다니
이건 초 특가 세일이나 다름 없다.
7시리즈 역시 자동문이 탑재되어 있지만
그 차는 문이 날아와서 쾅 하고 닫히는
말도 안 되게 격 떨어지는 물건이 달려있어서
감히 견줄 바가 못 된다.
아니 소프트 클로즈 도어가 적용된 차량인데
날아와서 마지막에 부드럽게 샥 닫기면 될 것이지
그렇게 문쾅하듯이 스윙할 필요가 뭐가 있나?
G90은 아주 완벽하게 잘 짜여있으면서
옵션가도 거의 거저나 다름없을 정도다.
국산차의 축복.
뱅 앤 올룹슨 오디오(400만원)은
국산차에 400만원짜리 옵션 치고는
엄청난 고가임에도 그만한 성능은 아니다.
전형적인 뱅 앤 올룹슨 스러운 소리인데,
난 베오소닉으로 4사분면(따뜻함/활동적)에
고음은 보태고 저음은 줄이는 옵션이 제일 낫더라.
웃기게도 난 옵션형 오디오만 뱅 앤 올룹슨인줄 알았더니
기본형 오디오도 뱅 앤 올룹슨이 조율했다고 하더라.
플라스틱 스피커그릴(충격)에 BANG & OLUFSEN
적혀있는 것 보고 좀 화들짝 놀라긴 했는데,
오히려 소리의 밸런스는 기본형 오디오가 낫다.
옵션 오디오는 낮은 주파수의 음으로 갈수록
소리 해상력이 크게 떨어지는데
기본 오디오는 뱅 앤 올룹슨 특유의
과한 둥둥거림이 한결 덜해서 더 낫다.
S-클래스가 S350d부터 기본으로 넣어주는
부메스터 3D 사운드가 내 입맛에는
한결 화사하고 섬세해서 더 좋았다.
7시리즈의 Bowers & Wilkins 역시
G90의 뱅 앤 올룹슨보다 타격감과 해상력 모두
큰 차이로 더 좋기 때문에 개선이 필요하다.
레인지로버의 메리디안은 클래식 또는
악기 소리가 중요한 노래에 훨씬 강하다.
똑같이 뱅 앤 올룹슨 딱지가 붙는
아우디 e-tron GT가 훨씬 오디오의
출력감이나 음 간의 구분이 세고 선명하다.
그런데 그렇다고 옵션형 오디오를
안 넣을 것이냐? 또 그건 아니다.
왜냐면 넣어야지 대시보드 양쪽 끝에
시동 걸면 올라오는 전동 트위터가 달리거든.
사실상 이거 보려고 넣는 것.
오디오는 좀 더 잘 할 필요가 있다.
멈춰있는 차량으로도 확인할 수 있는
디자인과 편의 기능 얘기를 쭉 했으니, 이제 달릴 차례.
G90은 3.5리터 V6 트윈 터보 가솔린 엔진만 올라가는
단일 파워트레인 차량이었는데, 2023년식부터
48V 일렉트릭 슈퍼차저를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좋은 점과 아쉬운 점 반반.
좋은 점은 48V 일렉트릭 슈퍼차저의 도움으로
동력 성능이 크게 개선되어, 35마력 향상보다
체감되는 출력 향상폭이 훨씬 크다.
2022년식 G90 3.5 터보의 380마력 / 54kg·m은
부족하진 않지만 충분하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고급 승용차의 필수 덕목 중 하나인
'넘쳐나는 힘과 여유로운 운전'에
그렇게까지 부합하는 엔진은 아니란 이야기.
그리고 이 람다 III 트윈터보 엔진은
다른 제네시스 차량과 함께 사용하는 엔진인데
유난히 G90에 얹힌 물건의 회전질감이
기름지고 느끼해서 부담스럽게 느껴졌었다.
아무래도 차량 급이 있다보니, 더 부드럽게 만드려고
애를 쓰다보니 이런 결과가 나온 듯 한데,
깔끔한 맛과 부드러움을 잘 지킨
메르세데스-벤츠의 M256보다 더부룩하면서
토크 전개는 BMW의 B58보다 답답했기에
G90의 경쟁력을 엔진이 크게 깎아먹는 모양새였다.
그런데 48V 일렉트릭 슈퍼차저가 추가되면서
즉각적인 전동식 슈퍼차저의 반응성이
기존의 느끼함을 한 방에 잡아주기 때문에
엔진 회전질감에서의 큰 개선이 바로 와닿는다.
V형이기 때문에, 경쟁사의 직렬형만큼 한없이
매끈한 회전질감을 주지는 않지만 난 이게 더 좋다.
오히려 사실 이 방면으로는 아우디(폭스바겐)의 EA839가
너무 매끄러워 체감되는 엔진 필링이 사라진 B58과
V형스럽게 회전질감이 다소 체감되는 람다 III 사이에서
가장 균형을 잘 잡았다고 생각하는데,
이 엔진은 또 엔진 리스폰스가 너무 느려 불만.
그렇기 때문에 G90의 엔진,
2023년식에 와서는 꽤나 만족스럽다.
이들 중 유일하게 트윈 터보인 엔진이라
터보 두개에 모두 배기가스가 제대로 들어갈 때
두툼한 토크감이 밀어주는 느낌은 좋으나
중고속 환경에서 기어비가 다소 늘어지는 편.
최고 415마력 / 최대 56kg·m로의 파워 향상은
48V 일렉트릭 슈퍼차저 덕분인줄 알았는데
터보차저의 용량이 커져서 그렇단다.
G90은 트윈 터보 구성이라 그런지
최신 유행답게 과급기가 장착된 엔진임에도
더 큰 배기량을 가진 자연흡기스러운 M256(S450)과는
약간 동떨어진, 터보엔진 스러운 면모를 보이는데
BMW처럼 우악스럽지 않아서 다행이라 느껴진다.
740i에 적용된 B58의 경우 토크가 아무 때나
어떤 회전수건 뻥뻥 터져대기 때문에
가속 성능 중심의 스포츠세단에는 어울리지만
고급차와는 궁합이 아쉽게 다가왔거든.
G90은 적당히 터보차스럽게 잘 나가고,
터보차의 문제점도 적당히 억제했다.
사실 V형 엔진이면 독일 회사들처럼
흡기/배기 구조를 뒤집어서 V뱅크 사이에
트윈 터보를 위치시켜 리스폰스 개선을 하면
좋았을 것 같은데, 뭐 그냥 그렇다고.
약간 아쉬움.
사진에서 보듯이 엔진 앞에 멋진 패찰이
형식 및 설명을 보여주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일렉트릭 슈퍼차저만 적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3.5L TURBO GDI는 빼자.
V6 아래에 E-SUPERCHARGED 정도면 충분.
이런 기함급 차량은 말이 너무 많아선 안 되니까.
패찰만 보면 더 큰 V8이나 V12가 얹혀야 될 느낌인데
G90은 변속기 이슈로 람다 III 트윈터보가 유일하다.
현대차그룹이 사용할 수 있는 V8은
오랫동안 사용했던 타우 5.0L 뿐인데,
타우 5.0L나 람다 3.8은 저회전 토크가 너무 부족해서
이런 고급차에는 람다 III보다 더욱 부적합하다.
변속기의 다단화도 그렇고 차량 특성상
낮은 RPM으로 주로 다닐건데, 힘이 없으니까.
고회전 남발하다간 운전기사는 바로 해고되겠지.
엔진 커버에 제네시스의 아이덴티티
두 줄 라인을 넣어 이쁘게 만든 건 칭찬할 점.
근데 직선을 그려놓으니 웬지
V형이 아니고 직렬형 엔진인 것 같다.
개인적인 소망으로는 GV80에 쓰인
스마트스트림D 직렬 6기통 디젤이
48V 일렉트릭 슈퍼차저와 함께 여기 얹히면
더 바랄 게 없겠다. 난 이 차 연비 감당 안되거든.
엔진 커버랑 어울리게 I6 형식이기도 하고.
8단 자동변속기의 경우
차량 특성에 맞춰 G80에 적용됐을때보다
변속감도 더 부드럽게 뭉개고, 변속 속도도
똑같이 스포츠 모드를 놓더라도 느려졌는데
어차피 이 차량으로 극한의 주행을 할 일이 없으니
이해는 된다만 남들만큼의 빠릿함이 없는 건 분명하다.
변속 충격은 아주 가끔 튀어나오는데
이 정도면 눈 감아 줄 수 있을 정도.
내 취향에는 메르세데스-벤츠 9G-트로닉의
미끄러지듯 변속되는 특유의 변속감이 맞다.
더 나아가면 파나메라의 8단 PDK가 최고.
듀얼 클러치 만세!
파워트레인은 2022년식에서는
많이 실망스러웠고 아쉬움이 가득했었는데
2023년식 오면서는 완벽하진 않지만
전반적으로 수긍하고 만족할 만 해졌다.
다만 제네시스가 순수 전기차에 몰두중이니
브랜드의 이미지를 선두하는 G90 또한
전동화 모델의 투입을 서둘러야 할 듯 하다.
특히나 BMW에서 7시리즈와 i7을 동시에 출시한 것을 보면
제네시스도 Electrified G90의 빠른 출시가 필요하다.
특히나 '럭셔리'라는 단어의 사전적 정의는
넘쳐흐르는 여유가 가져주는 편안함인지라
내연기관으로는 더 잘하기 어려운 현실을 마주했다면
순수 전기차로 노선을 바로 돌려버리는 것이 좋다.
특히 '최고급 럭셔리 전기 세단'을 표방하는
루시드 에어가 이미 있지만 양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에
여긴 아직 빈집이다. 털어먹을 건덕지가 남아있는.
테슬라의 신형 모델 S가 상당히 개선된 승차감을
갖추고 국내에 최근 투입된 것을 보면
제네시스에게 남은 시간이 그리 길진 않다.
글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 중 하나가
'제네시스의 정체성'인데
GV60이나 다른 제네시스의 전기차를 타보면
모터의 회전질감도 산뜻한 고유의 느낌이 있다.
캐시미어같이 부드러운 메르세데스-EQ 차량들과는
또 다른 고급스러운 맛이 있어서 좋은데
내연기관으로는 제네시스 고유의 이미지 구현이
잘 안 되고 있으나 전기차로 가면 이 역시도 해결된다.
파워트레인도 2023년식 와서는
큰 발전을 이루었지만, 진짜 하이라이트는 지금부터.
2023년식 G90의 킬러 장점은 바로 승차감이다.
전작 G90(HI)이 승차감 가지고 좋은 소리를
별로 못 들었었는데, 멀티 챔버 에어 서스펜션이
새롭게 선택 가능해진 이번 G90은
그런 장비를 갖추고도 전혀 발전하지 못했어서
제일 기대되는 요소가 한 순간에 불쾌함으로
바뀌는 차가 2022년식 G90이었었다.
이 세그먼트 중에서 제일 승차감에
신경을 덜 쓰는 차량인 7시리즈보다도
승차감이 좋질 못했으니, 깔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2023년식 G90은 비로소
드디어 차량이 보여주고픈 모습이
온전하게 완성된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작년에 출시된 G90이 얼마나 심각했었냐면,
G80 스포츠보다도 승차감이 좋질 못했다.
물론 G80 스포츠는 타이어의 덕을 많이 봐서
승차감을 확보한 면이 선명하게 보이는 차였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플래그쉽 차량인데
하위 모델보다 승차감이 떨어진다? 용납이 불가하다.
최근 현대차그룹이 너무 많은 차량을
서둘러 출시하면서 충분한 연구 및 검증을
개발하는 도중에 하지 못하는 느낌이 있는데
G90도 예외가 아니었단 점이 치명적이었다.
이렇게 할 수 있잖아.
제일 나쁜게 할 줄 알면서도
부족한 모습에 그치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이 아직 노하우가 부족하다면야
넘어갈 수 있겠지만 아닌걸 아는 내 입장에선
매우 답답했고, 드디어 2023년식에서 해소되었다.
개인적인 추측으로는,
여러가지 내부 사정으로 인해
출시 시기를 당겼거나 정해놓은 출시 시기에 맞춰
완벽하게 개발이 끝나지 않았음에도 출시를 강행한 듯.
왜냐면 G90 리무진(G90L)의 승차감이
2023년식 G90과 형태와 수준 모두 동일하거든.
2022년 G90 일반형이 먼저 국내 시장에 출시되고
리무진은 48V 일렉트릭 슈퍼차저까지 포함되어
추후에 출시되었으며, 그 후 북미형 G90이
마찬가지로 48V 일렉트릭 슈퍼차저를 갖추고 출시.
국내에 2023년식 G90은 그보다 더 늦게 나오고.
2023년식 G90이 HDP(레벨 3 자율주행)를
갖추고 나오려다 개발이 늦춰지자
이를 탑재하지 않고 연식변경 모델을
더는 미룰 수 없어서 투입한 것 같은데,
이 모든 일련의 과정을 지켜본 후인 지금
돌아보니 이런 일이 있었던 듯 하다.
작년에 G90을 출고한 분들께 심심한 위로를.
2022년식은 에어 스프링 내 공기의 밀도가
말도 안 되게 높은 느낌에 도로의 표면을
차량이 그대로 읽어들이며 모래알같이 작은
자잘한 잔진동의 형태로 탑승객에게 전달이 됐었고,
방지턱과 같은 큰 요철을 밟게 되면
둥근 형태의 강력한 충격이 별다른 여과 없이
앞좌석과 뒷좌석에 고르게 전해졌었다.
같은 방지턱을 넘을 때 탑승객인 내가
받는 충격량을 S-클래스가 10이라고 치면
G90은 70, 80 정도라고 느껴질 정도였고
7시리즈도 50,60 정도에 그치는 정도였으니
어디 가서 G90을 추천하기 민망한 모습이었다.
거기에 더해 '제네시스가 보여주고픈 승차감'의
형태가 어떤 것인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아
기함급 승용차의 대표주자인 메르세데스-벤츠와
상반된 노선을 걷는 모습을 보여 문제였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전 모델 라인업이
일관된 목소리와 형태의 주행질감과
그를 전차종에서 구현하기 위한
분명한 목표가 있는 것으로 유명하거든.
제네시스가 눈에 선명하게 보이는
무형의 가치 구축을 미루고 있는 점이
G90을 통해 명확하게 드러났어서 또 문제였고.
무형이라면서 눈에 잘 보인다는게
아이러니하지만, 정말 그렇다.
2023년식 G90은 완전 다른 세상.
에어 서스펜션이 가지는 장점이 무엇인가?
코일스프링식 서스펜션과 다르게
노면을 타는 듯한 자잘한 충격들을
말끔하게 지워버릴 수 있다는 것이 최고 장점인데
드디어 에어 서스펜션을 차용한 보람이 생겼다.
에어 서스펜션이 미장착된 G90은 타보질 못해
어떤 지 전혀 감이 안 잡히지만, 사실 이 차 뽑을 정도면
어지간 해선 넣지 않을까 싶어서 일단 스킵.
S-클래스나 레인지로버보다는 여전히 단단한 편이지만
이제 7시리즈보다는 확실하게 승차감은 낫다고
자신 있게 밝힐 수 있게 되어 만족스럽다.
아직 젊은 내게 S-클래스는 너무 폭신폭신하고
도로 표면에 대한 정보를 완전히 삭제하는
특유의 안락감이 조금은 과하게 느껴졌는데,
30년 정도 뒤에 50대 후반인 나라면 모를까.
이런 나에게 2023년식 G90은 딱 적절했다.
S-클래스가 마시멜로, 레인지로버가 하리보 젤리를
씹는 느낌을 주는 서스펜션의 움직임을 보인다면
G90은 샌드위치를 씹는 듯한 감각을 준다.
말랑말랑함까지는 아니지만, 딱딱함과의 분명한 거리감.
개인적으론 아우디 e-tron GT의
쫀득한 부드러움과 절제된 탄탄함의
절묘한 중간점인 승차감의 형태가
종합적으론 제일 좋은 것 같은데,
G90도 이제 만만치 않아졌다.
주행 모드에 따른 승차감 편차도 커졌다.
스포츠 모드를 놓으면 생각보다 대번에 단단해지고
차체의 움직임이 다는 아니지만 반절 정돈 억제된다.
어쨌든 유럽보다는 미국 시장이 더 중요한 차라
댐퍼보다는 스프링이 더 단단한 형태를 보인다.
2022년식 G90은 기본인 컴포트 모드가
승차감 측면에서는 제일 덜 이상했었는데
2023년식이 되면서 스포츠와 쇼퍼 모드를
번갈아서 사용하는 게 더 나아졌다.
쇼퍼 모드를 사용하면 다른 모드에선
흔적이 남아있던 노면의 잔진동을
앞좌석이든 뒷좌석이든 깨끗하게 없애고
큰 충격의 유입도 더 둥글리고 약하게 만들어 전달한다.
작년의 G90은 방지턱을 넘어보면 실내에서
내가 느끼는 충격의 형태가 원형의 굴곡이었는데
올해엔 아치형으로 바뀌면서 충격량도 줄고, 나긋해졌다.
다만 좀 특이한 것은 G90의 차량 특성상
앞좌석도 중요하지만, 뒷좌석 승차감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승차감 개선폭을 보면
앞좌석에서의 개선이 좀 더 크지 않나 싶다.
뒷자리 역시 정말 완전 탈바꿈했긴 하지만.
뒷좌석이 100 정도 개선되었다 치면
앞좌석은 115 정도.
한 브랜드 안에서 모델 라인업 전체에
일관된 승차감 스타일을 구현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렉서스조차 잘 못하는 부분.
메르세데스-벤츠랑 아우디 정도가
우리가 익숙한 회사 중에선 제일 잘 하고 있는데
제네시스도 이제 2023년식 G90으로
슬쩍 그 대열에 합류할건가 보더라.
M3 플랫폼을 활용한 라인업이 GV90을 제외하곤
완성에 가까워졌는데, 2023년식 G90이 그 중 대장으로서
제네시스가 주려는 감각의 완성본을 발행한 셈이 됐다.
G80 3.5T에서 노면에 대한 피드백을 줄이고,
큰 휠이 주는 페널티를 삭제했으며
에어 스프링 특유의 떠 가는 나긋함이 더해져
럭셔리 브랜드로서의 지위를 이제 갖추었다.
이보다 승차감이 더 좋은 차량들도
아직 적지 않은 상태지만, 오늘의 G90도
분명한 경쟁력을 갖추어서 앞날이 더 기대된다.
승차감을 다루었으니
G90의 주행 성능도 확인해봐야지.
2022년식 G90이 유일하게 마음에 들었던 건
고속주행시 엄청난 주행 안정감을 선사했다는 점.
구름 위를 떠 가는 느낌의 S-클래스와
분명하게 선을 그으면서도 아주 훌륭했었다.
S-클래스는 운전 중이라는 점을 잊게 만들고,
G90은 운전 중이라는 점을 십분 활용하는 느낌.
큰 거인이 G90의 지붕을 손으로 내리누르는듯한,
지붕부터 차체 전반이 노면에 착 붙는 감각이
정말이지 일품이었어서 마음에 들었었다.
7시리즈는 최근의 BMW와 마찬가지로
속도 영역이 높아질수록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
운전자로 하여금 차를 믿을 수 없게 만들었고
모델 S Plaid는 고속 주행 시 울렁거리는 패턴의
굴곡을 만나면 차도 똑같이 따라서 춤을 췄다.
장거리 운전 피로도는 분명 S-클래스가 낮지만
오너드리븐 성향인 나는 G90이 더 좋았던 기억.
2023년식 G90은 서스펜션이 부드러워지면서
종전보다는 고속에서의 차체 움직임을
약간 더 허용하는 모양새라 안정감은 다소 손해를 봤다.
그러나 여전히 훌륭한 수준이라 깔 수준은 아님.
2022년식 G90이 얼마나 좋았는지 아는 입장이라
조금 아쉽긴 하지만, 이대로도 나쁘지 않다.
국산 장거리 크루저로는 별다른 대안이 없는 상태.
확인해보진 않았지만 고속 주행 시 작년 모델보다
차고도 살짝 더 높게 가져가는 느낌이었다.
2023년식으로 바뀌면서 크게 개선된 점은
바로 후륜 조향 기능이다.
2022년식에도 똑같이 4도 후륜조향이 적용됐는데
이게 너무 거칠게 작동해서 멀미가 날 지경이었다.
저속 환경에서는 '나 후륜조향 탑재했어요'라고
차가 소리를 지르듯이 뒷바퀴가 팍팍 돌아갔고,
고속에서도 경쟁사들보다 작동중이라는 인지가
훨씬 쉽게 될 정도로 작동이 매끄럽지 못했다.
2023년식 G90은 이 부분도 다듬어서,
종전보다 정말 많이 나아졌다.
아직도 메르세데스-벤츠보단 많이 못해서
좀 더 시간을 두고 계속 개선을 해야할 듯 하다만
2022년식만큼의 문제는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메르세데스-벤츠 EQS는 아예 있는지도 모르게
스르륵 후륜 조향이 작동해서 놀라웠던데다
메르세데스가 늘 이야기하는 차량 개발 목표에
완벽하게 부합하기 때문에 감탄했었다만
아직 제네시스는 그런 단계까지 가진 못했다.
157년 역사의 회사를 아무리 최근 현대차와
제네시스가 장족의 발전을 이뤘다해도
쉽게 따라잡을 순 없었겠지.
작년보다 개선되었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근데 더 잘 할 필요도 분명히 존재한다.
코너를 돌아나가는 능력을 따지는 게
큰 의미가 있지는 않은 세그먼트지만,
이 부분도 테스트를 안 할 수는 없다.
이전 세대보다 한결 탄탄해져서 돌아온
S-클래스는 크루징 상태와 선명하게 대비되는
인상적일만큼의 선회 능력을 보였는데,
G90은 그렇게까지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진 않는다.
차량 급 치고는 '본분을 다 하고 있다.'
경쟁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 충분한
딱 모자라지 않은 그 선에 맞춘듯한 느낌.
이 부분에서는 7시리즈가 확실한 강점을 보이는데,
7시리즈는 높은 속도에서 차선을 바꾸든
차를 코너에서 휙휙 돌리든
알라딘의 마법 양탄자를 탄 것 같은
사뿐함이 깜짝 놀랄정도로 운전자를 휘감는다.
거슬림, 거침이 없다고 해야 하려나.
G90은 차 사이즈가 경쟁 모델들보다
확실하게 느껴지다 보니, 덩치가 부담이 되는데
후륜 조향을 좀 더 섬세하면서도 적극적이게
작동하도록 정교한 조율을 거쳐야 할 듯 하다.
설정값 재검토는 VDC(자세제어장치)도.
경쟁사 차량들은 개입 정도가 덜 하면서
깔끔하고 개입이 있었던듯 없었던듯 한데
G90은 그보다 한결 보수적인 인상이
꽤나 느껴지니 더 정교한 수정이 필요하다.
다행히도 모델 S Plaid보다는 운전하는 재미도 있었고
자세제어장치가 내 운전을 훼방놓는 것도 덜했는데
모델 S Plaid는 트랙 모드 / 드리프트 모드가 따로 있으니
평소에 ESP 개입이 심해도 할 말이 없다.
이 또한 서스펜션이 부드러워지며
2022년식 G90보다 못해진 것인데,
승차감이 더 중요한 체급이기도 하고
후륜 조향 기능이 훨씬 다듬어졌기도 해서
2023년식 G90이 전반적으로 낫다.
제네시스 고유의 캐릭터를 따져보면
역시나 G80, GV80 3.5T의 연장선상에 있다.
GV70 3.5T는 좀 혼자 노는 느낌인데,
G90 3.5T는 색깔 구현을 나름대로 잘 했다.
운전대와 앞바퀴간의 직결감은
나쁘지 않지만 탁월하지도 않다.
이 부분 역시 메르세데스-벤츠가 1등.
일상 주행 시 부드러움과
정확한 조향을 동시에 아우르는데,
차체 사이즈가 큰 만큼 차량을 내가 원하는
그 정확한 위치에 놓을 수 있도록 돕는
운전대 감각이 매우 중요하다.
7시리즈가 CLAR 플랫폼 특유의
날카로운 조향감과 피드백을 갖춰서,
G90은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다음 3등.
아우디보단 나아서 다행인데,
아우디는 계속 잘 못하고 있기 때문에
더 높은 지점을 향해 나아가야 할 필요가.
개인적으로 계속 타이어가 불만이다.
제네시스는 거의 전 라인업에
미쉐린의 프라이머시 투어 A/S를 끼우는데,
앞에 245/40R21, 뒤에 275/35R21인
넓은 타이어를 신겼는데도 차량 덩치를
충분히 받쳐주지 못하고 부족한 모습만 보인다.
4도나 되는 후륜 조향이 적용된 차량 치고
뒷 타이어가 275mm인건 상당히 광폭인데,
타이어의 성능이 역부족이다보니 그렇다.
7시리즈도 뒷 타이어가 광폭(285mm)인데,
그 차를 타면서도 굳이? 라는 생각이 강했었다.
성능이 더 좋은 타이어를 스퀘어로 끼자.
G90이 275mm를 끼는 것은 좀 아닌 듯 하다.
S-클래스는 후륜 조향의 유무와 상관없이
앞/뒤 255mm인 피렐리의 P-Zero.
(4.5도 후륜조향으로 변경된 S500 4Matic 제외)
언더스티어를 막는 측면에서도 그렇고,
승차감 확면에서도 그렇고 이게 정답이다.
P-Zero의 승차감이 신경쓰인다면
G80 스포츠처럼 미쉐린의 파일럿 스포츠 4S.
성능은 뛰어나면서도 사이드월이 부드러우니
차량 체급상 좋은 선택이 될 듯 하다.
PS4S의 가격이 비싸긴 한데,
유럽엔 G80 2.5T에다가도 PS4S 끼워서 팔잖아 너네.
브레이크는 차량의 누적 마일리지가
400km을 갓 넘긴 상태라 테스트 불가.
실제로 길들이기가 전혀 되지 않아서
쭉쭉 밀리는 모습을 보였는데,
2022년식 기준으로 이야기하면
역시나 타이어 탓에 '좋다'와는 거리가 있다.
제동력 자체는 충분하다만
고급 차량의 덕목인 '여유' 측면에서는
제동 성능이 넘치게 좋다는 느낌은 없다.
순정 타이어 제발 교체해라.
도대체 얼마나 재고를 쌓아놓은거야?
그래서 G90의 면면을 다 둘러본 지금,
신형 G90(RS4)는 제네시스의 수장 역할에
어울리는 품격과 자격을 갖추었는가?
내 대답은 '그렇다' 이다.
다만 이건 올해 들어서 출시된
2023년식 G90 한정.
작년의 경우 많이 부족했는데,
드디어 G90이 어디 내놓아도
크게 부족하지 않을만큼의 실력을 갖췄다.
종전까지 희미해보이던 '제네시스 DNA'도
G90이 마침표를 찍어서 드디어 분명해졌고,
경쟁 모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승차감 및
최고급 승용차다운 고급스러운 실내와 편의 장비,
시선을 잡아끄는 기품있는 외관까지.
아직 모든 것이 완벽하진 않지만,
조만간 다가올 전기차 시대로 가면
많은 것이 해결될 것이라 보고 있기에
숙성도는 지금도 충분히 올라왔다고 본다.
제네시스의 처음을 다루는 이 시리즈는
대부분 '제네시스가 이런 풀 라인업을 갖추는게
처음임에도 대단히 인상적인 차량들을 내놓는다'가
주 요지였는데, G90이 대미를 장식했다.
여지껏 제네시스와 현대차의
'최고급 승용차'를 향한 시도는
무의미하진 않았지만, 확고한 정조준은 아니었는데
이번 G90은 그동안의 발전을 발판으로 삼아
남들이 오랜 세월 쌓아온 품격과 이미지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밀었고,
밀리지 않을 정도의 완성도를 갖추었다.
당장에 S-클래스만한 높은 판매고를
전 세계적으로 내긴 아주 어렵겠지만,
고속 성장 중인 제네시스의 오늘을 보건대
또 아주 불가능한 목표로 보이진 않는다.
일반적인 소비자들 눈에 큰 약점이라면
기함다운 '기술력 선도' 이미지가 없다는 것인데,
조만간 레벨 3 자율주행 HDP를 탑재하고 나오면
이 역시 해소되지 않을까 기대중.
다만 자기네들의 슬로건인 '영 럭셔리'에는
좀 더 부합하게 만들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좋겠다.
제네시스가 첫 고급 브랜드로 나설 당시엔
이런 차가 국산차로 나올 줄 누가 알았겠나.
드디어 대한민국에서도 이런 차를 만들어 냈다.
제네시스의 첫 본격 대형 고급 세단은
1년여간의 개선을 통해 드디어 완성되었다.
이제 순수 전기차 버전인
Electrified G90만 나오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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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90,
STATUS 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