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주의 : 이 전동화 버전 GV70은
2022년 최고의 국산차, 아니
올해 국내 출시된 모델 중 최고의 차량이다.
별 시덥잖은 사소한 것 까지
죄다 트집 잡아 까는 이 블로그에다
이 정도 멘트를 글 서두에 자신있게
칠 수 있다는 것은 차가 정말 좋다는 뜻.
벌써 제네시스 브랜드 산하에서
내놓은 순수 전기 차량이 3개나 된다.
이 Electrified GV70.
Electrified G80은
'첫 번째 럭셔리 전기 승용차' 타이틀을 노리려
급조한 티가 여기저기서 굉장히 심하게 났고,
GV60은 세 가지 세부 모델로 나뉘지만
유럽 진출의 발판 이상의 역할은
특별히 찾기 어려운 모델이었다.
비단 제네시스 뿐만 아니라 세상 사람들에게
'세 번째 시도'는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 회차.
그런데 이 차,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블로그에 시승기가 따로 마련되어있진 않지만
나는 이미 전동화 작업으로 변신하기 이전의
GV70을 2.5 터보와 3.5 터보 둘 다
이미 타본 상태이고, 실망했었다.
특히 전자제어 서스펜션(ECS)이 빠지면
싼타페보다도 나쁜 승차감에
절로 고개가 내저어지는 모델이었고
시승기로 다룰 가치도 없어 보여 패스.
GV70을 가져와 전동화 작업을 거친
Electrified GV70이 이를 한 방에
뒤집을거라 미처 예상 못했었는데
GV70이라는 이름만 같이 사용하지
사실상 완전히 다른 차량으로 새로 태어났다.
그래서 '창세기'를 뜻하는 제네시스의 처음을
하나씩 짚어보는 이 시리즈의 세 번째 주인공으로
정했고 그 어느때보다 공들여서 차를 시험했다.
공교롭게도 여기서도 세 번째 주인공.
Electrified GV70은 현재 유럽에서
정착에 난항을 겪고 있는 제네시스에게
꼭 필요한 정말 중요한 모델이다.
북미에서는 성공적으로 안착했지만,
북미는 안방의 자국 브랜드들이
전동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에
긴장의 끈을 놓고 축배를 들긴 이르다.
프리미엄 D-SUV는 전 세계 어느 시장이던
공통적으로 안정된 판매량이 나오는 세그먼트이고
안 그래도 SUV 열풍이 식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
전기차 특성상 SUV 형태가 여러모로 유리한데다
브랜드 최초로 정식 SUV 형태의 차량인 것이
Electrified GV70이기에, 책임이 막중하다.
GV60도 SUV로 분류되지만
실제론 크로스오버에 더 가까운 느낌.
제네시스가 중국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
나는 좀 부정적인 시각이지만,
이외의 두 개의 큰 시장에서는
Electrified GV70가 수행해야 할 임무가
실로 대단한 상태인 상황.
특히 유럽에서의 성공을 위해
Electrified GV70은 무조건 히트 쳐야 한다.
중국 시장을 신경 쓴다는 티를 내기 위해
Electrified GV70은 지난 광저우 모터쇼에서
최초 공개되기도 했었다.
그래서 Electrified GV70은
두 개의 전략을 굉장히 영리하게 결합하는,
보수적이면서도 과감한 선택의 결과물.
신생 브랜드로서 내놓은 두 번째 SUV인
GV70의 완성도에 나는 약간 갸우뚱하고,
GV80이 경쟁 독일 브랜드의 판매량 대비
3분의 1 수준까지 따라잡은 데 반해*
GV70은 갈 길이 훨씬 먼 상황.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신생 브랜드로서 이제 겨우 두 번째 SUV인데
북미에서 연간 1만대 가량 파는 것은
꽤나 고무적인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모델을 기초로 전기차를 만들었다는 점.
그런데 내가 하고싶은 말은
'레시피의 밑바탕이 GV70라서 안전빵'이 아니라
그 반대로 Electrified GV70을 잘 만들어
현재 가장 주목받고 있는 세그먼트의
강자로서 부상시켜 비교적 부진한 GV70 라인업의
전반적인 판매량을 끌어올리고자 한다는 것.
순수 BEV D-SUV 세그먼트 자체도 중요하지만
GV70의 판매량 증대도 매우 중요하다.
아직까진 내연기관 차량의 대당 판매마진이
배터리 값이 비싼 순수 전기차보다 높으니까.
북미에서도 그렇고 유럽에서는 더욱 그러하니
Electrified GV70에게 이미지 리더의 역할을
과감하게 맡기는 파격을 택했다.
그러면서도 굉장히 전통적인,
'내는 것 보다 많이 돌려주기' 정책을 통해
안정적인 판매량 확보를 꾀한다.
Electrified GV70은 GV60 퍼포먼스 AWD와
동일한 파워트레인을 탑재했으면서도
차량 체급 차이가 나지만
가격 차이는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높은 체급답게 다방면에서 우월하다.
GV60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 활용을
강점으로 내세울 수 있겠지만,
나는 기존 내연기관 플랫폼을 손봐 만든 차량들도
얼마든지 좋은 전기차로 태어날 수 있다 본다.
특히나 정말 의외로 BMW가 이걸 잘해서.
Electrified GV70은 무조건 성공해야 하는 차량이라,
이렇게 실패할 수 없는 공식도 차량 패키징에 묶여있다.
그래서 Electrified GV70은 GV60 퍼포먼스 AWD와
파워트레인을 공유해 출력 면에서 매우 강력하다.
스펙을 간단히 훑어보자면,
최고 출력 320kW(429마력) 및
최대 토크 700Nm(71.38kg⋅m)를 발휘하는
듀얼 모터 AWD 셋업에 77.4kWh 배터리.
GV70 3.5 터보가 최고 380마력에
최대 54kg⋅m이니 전동화 버전이 압도적.
여기에 부스트 모드까지 존재해서
10초간 최고 360kW(482마력)까지 내니
사실상 적수가 없는 상황.
전동화 시대로 넘어오며 여기저기서
출력의 인플레이션이 일어나고 있는데,
그럼에도 여전히 482마력은
국산차에서는 실로 어마어마한 수치.
난 이 차가 너무 마음에 든 나머지
사진 역시 세 가지 컬러로 준비해보았다.
준비된 팔레트는 아타카마 코퍼(유/무광)를 제외하면
GV70과 완전히 동일한 총 14가지 컬러인데,
나는 그 중에서 중후한 맛이 강조된 비크 블랙과
무공해차, 미래차 이미지가 강한 전기차다운
깨끗한 이미지의 우유니 화이트와
전통적인 럭셔리카 스타일의 카디프 그린.
이렇게 세 가지 색상을 선택했다.
나는 차체의 도장과 외부 장식간의 선명한 대비를
선호하는 편이라, 이렇게 크롬 장식이 많으면
거의 무조건 블랙을 선택하는 편.
그렇지만 완전히 내려앉은 분위기의
솔리드 블랙 계열에 가까운 색상이 아닌
메탈릭한 광택이 빛나는 비크 블랙이어서
Electrified GV70과 더 잘 어울린다.
매번 지적하는 우유니 화이트 컬러의
약한 펄감은 다소 아쉽지만,
의외로 펄감이 옅어 깔끔한 느낌이
Electrified GV70과 찰떡궁합이다.
무공해 차량이라 녹색 역시 그 이미지와 잘 맞는데
보는 것만으로도 향이 느껴지는 그런 이미지 있지 않나.
깊은 산 속 울창한 나무들 사이에 갇혀
한껏 숨을 들이킬때 느껴지는 우디한 아로마.
카디프 그린은 가벼움과 묵직함이 양립하는 색상.
번외로 미우나 레드나 세빌 실버도 괜찮고,
아직 단 한번도 실물을 보지 못한
아타카마 코퍼 색상도 좀 기대된다.
이 14가지 색상 중 나는 비크 블랙이 최고.
난 뭘 칠하던 GV70은 별로였었는데
그리 튀지 않는 디테일 변화와 터치들이
디자인의 완성도를 대폭 끌어올렸다.
GV70 공개 당시부터 지금까지
조선 마칸이라는 세간의 평에
나는 저게 무슨 마칸이냐며 코웃음을 쳐왔었고
만들다 만것같은 배기구 주변 디자인과
정통 SUV다운 듬직함이 아닌 왜소함에
GV70의 생김새를 그닥 좋아하지 않았었는데
Electrified GV70은 인상이 비슷하면서 다르다.
우선 앞 범퍼 하단을 가로지르는 크롬 바가
한결 무게감 있는 인상을 만들어준다.
새틴 크롬에 가까운 반광 크롬 처리로
막힌 그릴 역시 오히려 더 깔끔하고
앞 범퍼 자체에 기교가 덜 들어갔다.
휠 디자인도 하나같이 이상했던 GV70과 달리
Electrified GV70은 19인치와 20인치의 디자인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둘 다 아주 보기 좋다.
뒷 범퍼를 보면 GV70은 이게 과연 최선이었나
의구심이 절로 들게 생겼었는데(특히 디젤),
Electrified GV70을 보니 알겠다.
이 디자인은 원래 전동화 모델을 베이스로 그렸구나.
두 줄 테일램프와 수평형 레이아웃이 주인
뒷 범퍼의 조화가 훌륭하다.
나는 그닥 좋은 평을 주지 않았지만
GV70의 디자인은 어쨌든 많은 이들의
찬사를 받았고, 이를 꼼꼼하게 개선해서 만든
Electrified GV70은 디자인마저도
필승 공식을 충실하게 따랐다.
이젠 나조차도 대 만족.
가만히 앉아서도 다룰 수 있는 것들을
쭉 나열해보았으니 이제 좀 달려볼까.
내가 감각을 가장 곤두세우고 있는 부분은
단연 승차감이었다.
왜냐면 이게 Electrified G80과
GV70의 공통적인 문제였기 때문이다.
Electrified G80을 타볼 때만 해도
방지턱과 같은 큰 요철을 통과할 때
바퀴가 떨어지며 노면과 다시 맞닿는 순간
쾅 하는 큰 충격이 운전자에게 전달되어
그 당시에는 '전기차에는 에어 서스펜션이 필수'
라고 했었는데, 알고보니 그냥 얘가 문제였던 것.
GV70은 문제가 굉장히 심각했다.
앞서 말한 것 처럼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없으면 못 탈 수준의 승차감이 나왔고
넣으면 체급 수준에 간신히 체면치레하는 정도.
물론, 충격과 공포의 쓰레기 승차감
XC60이 있어서 꼴등은 면했지만
경쟁 상대들보다 한참 부족했었다.
메르세데스-벤츠 GLC, 아우디 Q5는 물론
렉서스 NX, BMW X3보다도 안 좋았으니
더 둘러댈 말이 있나. 최하위권이었다.
Electrified GV70은 이 모든 문제를
단숨에 날려버릴만큼 승차감이 탁월하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어안이 벙벙.
Electrified G80이 선보였던
무거운 전기차 특유의 불완전한 큰 요철 처리가
온데간데 없고, 깔끔하게 바뀌었다.
이제 방지턱을 통과하는 과정이
우당탕탕 하며 차가 부서지는 느낌 대신
기존 승차감 괜찮은 SUV들을 닮게 되었다.
또한 Electrified G80은 19인치 휠 뿐이라
19인치를 끼고도 그 모양이었는데,
Electrified GV70은 20인치를 장착하고
SUV에 차급은 한 단계 낮음에도
큰 휠 장착에 따른 승차감 저하가 그보다 덜하다.
에어 서스펜션을 장착한 아우디의 e-트론 55 콰트로 또한
20인치 휠을 장착하고 있는데, 큰 요철 통과시
댐핑의 너그러움은 오히려 Electrified GV70 승.
e-트론이 매끄러운 노면에선 좀 더 미끄러지듯 나가긴 하지만
작고 높은 방지턱이든 낮고 넓은 방지턱이든
방지턱의 나라 대한민국에선
Electrified GV70의 승차감이 훨 낫다.
e-트론은 아우디 특유의 짧고 탱탱한 댐핑이고
Electrified GV70은 댐핑 스트로크가 더 길고 여유있다.
가격대가 조금 어긋나긴 하지만,
에어 서스펜션 없는 iX xDrive40하고 비교하면
iX 쪽이 충격 흡수 및 푹신함 면에서는 한결 앞서고
Electrified GV70은 느긋하면서 부드러운 처리가 강점.
솔직히 에어 서스펜션을 탑재한
완전 신형 제네시스 G90보다도
Electrified GV70의 승차감이 좋은 것 같다.
그런데 이건 약간 논란의 소지가 있는 발언.
왜냐면 나는 적정량의 롤 발생은
안락함 추구에 도움이 된다 생각하는 입장이라,
승용차 특유의 적은 롤을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뭔 소리냐고 반박할 수도 있다.
잔진동을 걸러내는 역할은 확실히 앞선다.
G90은 정말 의외로 시트 방석 가운데로
자잘한 진동을 여과없이 전달해서 의외였거든.
나는 거의 운전하는 입장에서 대부분 시승기를 쓰고
뒷좌석 승차감이 어떤지 솔직히 크게 관심 없다.
그런데 이 차는 뒷좌석 승차감도 앞좌석과 유사하다.
큰 차이는 없는데, 시트 가운데로 잔진동은
운전석보다 약간 더 전달하는 편이다.
이만하면 내가 동급 최강이라 평가하는
메르세데스-벤츠 GLC보다도 편안하다.
특히나 2열 컴포트 패키지를 선택하면
뒷좌석에 무려 통풍 시트(!)도 포함된다.
수입 SUV 중에서 뒷좌석 통풍시트를 누리려면
적어도 메르세데스-마이바흐 GLS 600이나
레인지로버, 카이엔 정도 수준까지 올라가야 한다.
뒷좌석 통풍 시트가 달린 전기 SUV.
단 돈 7332만원부터 시작.
완전 폭탄 세일 아닌가.
정숙성은 Electrified G80때부터 느꼈지만
제네시스답게 무척이나 조용하다.
소름이 돋을 정도로 조용했던
Electrified G80만큼은 아니지만,
예상을 뒤엎고 시끄러운 전기차들이 시장에 많은 요즘
편안하게 오디오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RANC(로드 노이즈 컨트롤)라는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렉시콘 오디오 패키지 선택 시 적용되는데
패밀리카로 구입한다면 아이가 이 기능 때문에
멀미하지 않는지 사전에 확인이 필요하다.
안 그래도 조용한 차에 노이즈 캔슬링까지 더해지면
낯선 환경으로 느껴 멀미 할 수도 있기 때문.
Electrified GV70으로 달릴 작정이면
스포츠 모드를 놓으면... 안 된다.
달린다는게 난 무자비하게 쏠거야! 하면
스포츠 모드를 놓고 바로 부스트 버튼을 누르면 된다.
그리고 악셀을 내리밟으면 무서울 정도로 튀어나간다.
그런데 좀 굽이진 길을 시원스레 달리려면,
MY모드에서 직접 커스텀 후 달리면 된다.
모터는 에코, 서스펜션은 컴포트, 스티어링은 스포츠.
이렇게 되면 215마력짜리 후륜 구동 전기 SUV로 변신하는데
즉시 발현되는 절반 만큼의 풀 토크가 너무 강력해
굽이진 길 따라 달리는 데 이만하면 딱 적당하다.
뒤에서 지적하겠지만, 듀얼 모터가 모두 작동해
사륜 구동으로 돌아가는 컴포트나 스포츠 모드는
악셀을 깊게 밟으면 순간적으로 앞머리가 들린다.
전륜 모터의 출력이 너무 강해서 그런데
깔끔하고 부담없는 악셀링을 위해 모터는 에코 모드.
그러면서 스티어링은 무게감을 증대시키는 스포츠.
왜 서스펜션을 컴포트에 놓는걸 추천하느냐.
서스펜션 모드를 스포츠 모드에 놓으면
차량 성향 자체가 다이내믹함에 맞춰져 있지 않은데
어중간한 수준으로 롤 억제가 들어가서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느낌이 약간 든다.
반면 컴포트 모드에 놓으면 차량이 의도한 대로
차체의 움직임과 롤을 느끼면서
운전자가 차와 함께 리듬을 타게 된다.
서킷같은 상황이라면 스포츠 모드 서스펜션이 맞겠지만
이 차를 사서 서킷에 들어간다고?
일반적인 공공 도로에 소위 '와인딩'이라 불리는
템포가 빠른 코너들을 통과하면서는 이 조합이 가장 즐겁다.
특히나 순정 타이어가 내가 싫어하는
미쉐린의 프라이머시 투어 A/S.
접지력은 형편없고 접지 한계를 넘나드는게 불안한
미쉐린 이름값에 비싸기만 한 그런 타이어인데
이 타이어의 얼마 안 되는 접지력을 선회 시
바깥쪽 바퀴에 꾹꾹 눌러 담아가며 주행해보면
그 자체로 신이 난다. 시원한 산 공기도 덤.
MY 모드를 이렇게 설정해놓고
잘 타다 순간적으로 튀어나갈 일이 있으면
주행 모드 변경 스위치를 위로 딸깍
딱 한번만 해주면 바로 스포츠 모드여서 편하다.
실질적으로 이 차를 구입해서 운용하다보면
거의 대부분 에코 모드를 사용할텐데
에코 모드로 타다 밟을 일이 생겼을 시엔
스포츠 모드로는 딸깍 딸깍 두 번 내려와야 하거든.
그리고 이 MY 모드로 평상시에 타도 좋다.
꼭 좀 기분내서 달릴거라 놓는 조합이 아니다.
늘 항시 이 조합대로 타다,
조금 열심히 달릴거면 자세제어장치 OFF.
*Electrified GV70은 GV60 시리즈와 달리
자세제어장치를 해제시켜도 개입 시기가 늦춰질 뿐
완전히 해제되지 않음
타이어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
미쉐린의 프라이머시 투어 A/S는 이 차의
덩치와 무게, 서스펜션 설정값 모두를 감당하지 못한다.
댐핑 강도에 여유를 좀 더 주고
순정 타이어를 피렐리의 피 제로로 바꾸면 좋겠다.
이런 접지력이 심각하게 부족한 타이어를 골라놓고
파워풀한 전륜 모터의 출력을 감당하기 위해
전륜과 후륜 모두에 265mm급 타이어를 끼다니
뭐하는 짓인지 당최 알 수가 없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하는건지.
훨씬 무거운 아우디 e-트론 55 콰트로도
255/50R20 사이즈를 사용한다.
내가 이 차를 산다면 피 제로로 교환하고
255mm급으로 사이즈를 한 급 낮출 것이다.
참고로 이래서 19인치는 선택하면 안 된다.
265mm로도 감당하기 힘든 차와 차의 출력을
고작 235mm로 받아낼 수 있을 리가 없다.
70만원 더 주고 무조건 20인치 선택 필수.
265mm나 되는 타이어를 끼다보니
전력 효율 뽑는 데에도 손해를 크게 보고.
미쉐린과 계약한 프라이머시 투어 A/S 물량이
너무 많아서 어거지로 소진해야되는 게 아니라면
차에 맞는 타이어를 끼워서 출고시켜주면 고맙겠다.
별건 아니지만 외관상의 이유로도 20인치가 좋다.
19인치와 20인치는 휠 인치수로는 한 단계 차이인데
끼워지는 타이어는 편평비가 두 단계 차이나기 때문에
20인치를 낀 차량이 훨씬 자세가 산다.
타이어 폭이 265mm나 되다 보니
두툼한 타이어가 받쳐주고 있는 안정감은
어느정도 느껴지긴 해서 득과 실이
*Electrified GV70 타이어 치수
19인치 - 235/55R19, 20인치 - 265/45R20
나는 아주 일찍부터 전기차를 타고다닌 입장으로
전기차를 운용하면서 바뀌는 생활패턴과
장거리 주행 시 유념해야 할 것,
전기차 구입 시 고려할 점을
어지간한 사람들보다 훨씬 잘 안다.
아직 경험해보지 않은 이들은 대개
주행가능거리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는데,
물론 최대 주행가능거리가 중요하긴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최대 충전속도와 충전속도 유지력이다.
그리고 이 측면에선 현대차그룹의 신차들을
따라오는 차가 거의 없다시피하다.
400V/800V 멀티 충전 시스템을 갖춘
Electrified GV70은 77.4kWh 배터리를
10%에서 80%까지 대략 18~20분 정도에 끊고
이후 80%부터 100%까지 20분 정도 소요된다.
그 말인 즉슨 거의 바닥에서 완충까지
40~45분 정도면 다 채울 수 있다는 것.
이게 정말 실로 대단한 수치인게,
테슬라의 슈퍼차저 같은 경우
프리컨디셔닝까지 마치고 V3 슈퍼차저를 물려
최대 250kW 속도를 뽑아내더라도
그 지속시간이 너무 짧아 전체 충전 시간은
생각만큼 타사를 압도한다거나 하지 않는데
현대차그룹의 최신 멀티 충전 시스템 지원 전기차들은
200kW급 충전기만 물려도 위에 언급한 시간 내에
충분한 양의 충전이 가능하고
80%가 넘는 잔량 상태에서도
80% ~ 85%까지는 100kW 전후,
~90%까지는 50kW까지 단계적으로 떨어지며
~100%까지도 35kW 전후하는 속도를 유지한다.
비단 테슬라 뿐만 아니라 타사는 상상도 못할 수준.
여기에 국내에는 현대차그룹이 설치중인
e-pit 충전소가 있고 현대차그룹 자동차 오너들은
할인된 가격으로 충전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무시무시한 충전 속도를
경쟁력 있는 가격에 누릴 수 있는 건
홈그라운드여서 얻을 수 있는 이점이다.
전면에 위치한 충전구는 가끔 만나는
매우 좁은 주차공간의 충전소에선 굉장히 불편하다.
(예를 들면 군산시 보건소 100kW급 1기)
다음 세대에서는 좀 뒷편으로 옮겨주면 고맙겠다.
회생 제동의 강도는 적절한 수준으로 설정됐다.
GV60 스탠다드 RWD(기본형)가 회생 제동 1단계로 놓으면
타 제네시스(혹은 현대차그룹) 전기 차량보다
제동이 약하게 걸려 적응이 필요했는데
Electrified GV70은 별 다른 적응이 필요 없다.
회생 제동 1단계로 놓고 타면
기존에 타던 내연기관 차량의 엔진 브레이크와 유사하고
더 강하게 설정하거나 원 페달 드라이빙 기능을
적극 활용할 수도 있어 충분하다.
맨날 부정확하다 욕먹는 환경부 인증 주행가능거리지만
막상 타고다녀보면 그 수치대로 수렴하는걸
굉장히 자주 목격할 수 있고,
Electrified GV70의 경우 넉넉함과는 약간 거리가 있는
400km(19인치) / 373km(20인치)이다.
실제로 20인치가 장착된 차량을 타고 다녀보면
평균 전비가 5.5km/kWh 정도 나오니,
77.4kWh 중 가용 용량 72.5kWh를 다 쓴다 치면
398km이라는 수치가 나오는데
이 중에서 굉장히 보수적으로 잡아
20% ~ 85% 구간만 쓴다 치면
260km 정도 주행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실질적으로 넉넉히 잡더라도 300km마다
거의 매번 충전을 해줘야 된다는 뜻.
물론 유일한 직접 경쟁차종인 BMW의 iX3는
80kWh나 되는 배터리를 얹고
겨우 286마력 싱글 모터 후륜 구동에
동일하게 20인치 휠을 끼면서도
인증 주행거리가 꼴랑 344km밖에 안 나오기 때문에
Electrified GV70의 BMS(배터리 관리 소프트웨어)가
얼마나 그보다 뛰어난지 확연히 알 수 있다.
도대체 iX3는 왜 사는지 모르겠어
어느 하나 Electrified GV70보다 나은 게 없는데
그걸 7590만원이나 주고 사는 놈들이 바보
이렇게 주행가능거리가 빡빡한 이유는
앞서 말한 필요 이상으로 강한 전륜 모터와
낮은 접지력을 커버하기 위해
265mm급의 타이어를 신은 탓.
대부분 후륜 구동 기반의 사륜 구동
듀얼 모터 전기차를 출시하면
전륜 구동축에 물린 모터의 출력은
대개 후륜 구동축에 물리는 것보다 약하게 만드는데
유독 제네시스의 전기차들만 앞/뒤 모터 출력이
완전히 동일하게 나오는 이유가 무엇인지,
굳이 이렇게 만드는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
전륜 모터가 힘이 너무 강해서
풀 악셀 시 앞이 들리는 증상은
나는 솔직히 매번 웃음을 터트리게 되는데
일반적인 소비자들이라면 불안감을 느낄 법도.
앞이 들리면서 마치 드래그 레이스를
커다란 머슬카를 끌고 참전한 것 같은 기분.
나는 그럼에도 차량을 어느정도 제어할 줄 아니
웃고 넘어가지만 다음에는 개선하면 좋겠다.
코리안 휠리 머신.
나는 기존까지 렉시콘 오디오가
옵션으로 구비된 최신 제네시스 라인업 중에선
GV70의 것이 G80, GV80보다 낫다 생각했는데
그 장점을 Electrified GV70이 그대로 승계했고
전동화에 힘입어 출력감이 한결 좋아졌다.
기본적인 성향은 고음 중심에 음색이 선명한 스타일.
음색이 좀 날카롭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미드레인지를 좀 더 주면 약간 중화된다.
오디오 자체는 아주 만족스러운데
전기차 전용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e-ASD)는
이런걸 굳이 돈들여서 왜 만들었지 하는 완성도.
Futuristic, S-Engine, E-Motor
이렇게 3가지 모드가 준비되어 있는데
Futuristic은 바람이 어디선가 새는 듯한 소리가 나고
S-Engine은 가짜 V8 엔진 소리가 나며
E-Motor는 모터 구동 소리가 더욱 강조되는데
셋 중 단 하나도 멀쩡한 소리를 찾질 못하겠다.
안그래도 제네시스라 제네시스답게
굉장히 정숙한데, 조용하면서 빠른 차 하면 안되나.
이런거 굳이 수고스럽게 돈들여서 만들지 말자고.
인테리어 이야기도 빠질 수 없다.
기본적인 레이아웃은 GV70과 동일하지만
의외로 많은 요소들이 GV70과 차별화된다.
일단 Electrified GV70은
오션웨이브 블루/글레이셔 화이트 투톤 색상과
오션웨이브 블루/파인그로브 그린 투톤,
옵시디언 블랙 모노톤까지
세 가지 인테리어 색상이 제공된다.
이 중 파인그로브 그린 색상은
천장 및 필러부 색상이 Electrified GV70은 베이지,
GV70은 블랙 색상으로 적용되어 다르고
글레이셔 화이트 색상은 아예
Electrified GV70에만 있고 GV70엔 없다.
난 꼭 글레이셔 화이트 색상 고르리라.
화사한 색감이 차량의 분위기를
한껏 살려줌과 동시에 무공해 차량 이미지와
아주 궁합이 좋은 색상이다.
두 번째 차이점은 스티어링 휠.
Electrified GV70의 스티어링 휠은
기본적인 디자인을 GV70 스포츠에서 가져왔지만
GV70 스포츠는 G80 스포츠와 동일한 물건으로
스티어링 휠의 각종 버튼들이 하나의 하이그로시 패널로
묶여있는데 반해 Electrified GV70은 개별 버튼으로 나뉜다.
애초에 스티어링 휠 하단부에 부스트 버튼이 들어가야 해서
Electrified GV70 전용 부품일 수 밖에 없지만,
의외로 이런 작은 디테일도 차이가 난다.
스포츠 전용 스티어링 휠은 미국산 차량같은 느낌이
강하게 나서 '코리안 럭셔리'를 표방하는 제네시스에겐
조금 미스매치였는데 이제 제 자리를 찾았다.
세 번째는 무드 조명의 적용 형태가 다르다.
GV70은 난해한 웨이브라인 혹은 레이어드 엣지 무드 라이팅이
도어 트림 장식부에 적용되어 영 별로였는데
Electrified GV70은 마운틴 그래픽 무드 라이팅이 적용됐다.
'무드 라이팅' 본분에 훨씬 어울리는 형태이다.
GV70의 것은 튀어보이기 위한 장신구 역할이었다면
Electrified GV70의 무드 조명은 확실히
실내의 차분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배가시킨다.
차량에 직접 탑승해보기 전까지는
시그니처 디자인 셀렉션 I으로도 충분하다 생각했는데,
시그니처 디자인 셀렉션 II가 적용된 차량에 타보니
40만원을 더 주고 무조건 시그니처 디자인 셀렉션 II.
이 무드 조명이 빠진다고 생각하니
실내의 고급감이 어두운 곳에서 확 떨어질 것 같다.
스탠다드 인테리어도 전에 한 번 봤었는데
차량 구매 금액을 아낀다는 측면에선 나쁘지 않다만
이미 차량 가격이 7332만원부터 시작하기에
기왕 쓰는 김에 시그니처 디자인 셀렉션 II는
무조건 선택하시라 권하고 싶다.
네 번째는 시트의 디자인.
최저 시트 포지션은 GV70과
크게 차이나는 수준이 아닌데
시트의 디자인이 동일한 시그니처 디자인 셀렉션 II 기준
차이가 크게 난다. Electrified GV70은
GV80처럼 시트 등받이에 퀼팅 형상의 장식이.
반면 시트 방석은 쓸데없는 장식 없이 깔끔해서
착좌감이 오히려 GV70보다 낫다.
제네시스의 차량들이 최근 너무
보여주기식 실내 디자인에 꽂혀서
시트에 각종 무늬를 삽입해 착좌감을 해치는
요상한 행보를 보였는데 Electrified GV70은 다행이다.
각종 버튼류의 조작감과
오토 윈도우의 조용한 움직임은
다분히 고급차 제네시스다운 높은 수준.
승차감 면에서 GV70의 문제점을 해결했다면,
실내 거주성에선 GV70의 강점을 그대로 승계하며
오히려 더욱 강조시켜 장점을 더 잘 살렸다.
GV70의 몇 안되는 강점은 동급 최대 2열 레그룸.
Electrified GV70은 바닥이 조금 높아지긴 했지만
크게 부각될 수준은 전혀 아니고,
오히려 2열 가운데의 센터 터널이 없어져
좌우 양 방향으로 드나들기 편해졌다.
아이를 키우는 집에서
와이프가 뒤에 타고 아이를 돌보기 더욱 편할 듯.
차량 체급 치고 뒷좌석의 공간도 넓거니와
승차감도 훌륭하기 때문에
패밀리카의 역할을 수행하기 충분하다.
GV70의 단점 중 하나는 트렁크가 좁다는 것.
2열 공간을 위해 트렁크 공간을 희생한 구조이다.
(반대로 트렁크 공간을 위해 뒷좌석을 희생한 차도 있음)
Electrified GV70의 트렁크 공간은 GV70과 동일한데
내연기관 차량과 비교되는 GV70은
분명 트렁크가 확실히 작은데,
전기 차량들과 비교되는 Electrified GV70은
동급 차종 대비 트렁크 사이즈가 작지 않다.
한 체급 높은 e-트론 55 콰트로보다 트렁크가 크고,
동급 차종인 iX3(510L)과 트렁크 사이즈가 유사하며
503L 공간에 더해 22L의 프렁크가
iX3과 달리 사용 가능하기에 이 역시도 경쟁력이 있다.
마지막으로 Electrified GV70의 강점이라면
내연기관 차량과 동일한 에어컨 블로워 모터를 쓰는지
순수 전기차량이라고 에어컨이 약한 문제가 없다는 것.
E-GMP 차량들이 특히 이게 좀 문제인데
GV60 역시 예외가 아니라서 좀 답답했다.
'럭셔리'란 어느 사소한 요소건 내게
불편함을 주지 않아야 하는 것인데,
Electrified GV70은 럭셔리 브랜드의 모델답다.
제네시스가 주장하던 '영 럭셔리'에
어찌보면 가장 부합하는 모델이
바로 Electrified GV70이라 할 수 있다.
단순히 젊다는 뜻의 'Young'이 아니라
진취적이고 진보적인 스탠스를 갖췄다는 뜻인데,
비교적 젊은 층이 많이 구입하는 D-SUV에
환경에 대한 책임감을 수반하는 순수 전기차.
그동안은 '왜 하고 많은 수식어 중 영 럭셔리?'
라는 생각이 드는 차들만 나왔었는데,
드디어 '영 럭셔리' 슬로건에 걸맞는 모델이 나왔다.
이런 류의 슬로건이 사실 최근 유행인데,
신형 레인지로버도 '모던 럭셔리'를 내세우며 등장했더라.
가격적 측면이나 소비자 선호나
전 세계 각국의 환경에 두루 맞는 체급으로나
Electrified GV70이 위치한 곳이 바로 골디락스 존.
그 어떤 모델보다 현 제네시스의 성장세 유지에
가장 중요한 모델이 글 서두에서 매우 강조했듯이
이 Electrified GV70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에 걸맞는 완성도를 갖추고 나왔다.
아주 완벽한 물건은 아니지만,
세상에 백 퍼센트 완벽한 차량은 글쎄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정도 말곤 없지 않을까.
전기차에 사활이 걸려있는 제네시스에게
'충분히 괜찮다'는 평은 전혀 괜찮지 않다.
아주 미쳐야 했다. 정신줄을 꽉 잡고
티끌 하나라도 놓쳐선 안 됐었다.
그런데 그동안은 적당히 괜찮거나
수준 미달인 차들이 나왔었는데
이번에는 제네시스가 정말 제대로 한 건 했다.
Electrified GV70은 타면 탈수록
'현대차그룹의 많이 팔고 싶은 의지가 느껴지는 차'
라는 인상이 굉장히 강하다.
"이 아이는 무조건 대박 치겠다"
사활을 걸고 개발한, 칼을 갈고 런칭했다는 느낌.
압도적인 완성도와 마감,
'파이브-툴-플레이어'라는 별명이 어색하지 않은
다재다능한 럭셔리 순수 전기 SUV.
Electrified GV70이 상대해야 할 고객층의
요구 사항 리스트에 하나하나 전부
빨갛고 두꺼운 펜으로 크게 체크.
승차감 좋고, 잘 달리며
호쾌한 가속감과 전기차다운 정숙성.
빠른 충전과 동급 차량 대비 높은 효율성.
게다가 순수 전기차라 막대한 수리비가
걱정될 법 하더라도 국산차라 한 시름 놓을 수 있다.
현대차그룹의 충전 네트워크 e-pit까지 지원사격.
마지막으로 실내/외 V2L로 전자제품 활용 기능까지.
도대체 장점을 나열하려니 끝이 안 난다.
이 차는 살 돈 있으면 당장 사야한다.
다른 곳으로 눈 돌릴 필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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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ectrified GV70.
ALWAYS VIBRANT, NOW ELECTR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