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면 그런 대목이 종종 나온다.
정신 상태가 옛날에 갇혀있기 때문에
오늘날의 사회를 마주하면서
그에 대한 비판을 사방으로 난사하는,
혼란 속의 주인공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고자 모험을 떠나는 일.
거의 클리셰라 봐도 무방할 정도로
나의 본적을 찾아가는 행위는
필름 속에서는 굉장히 익숙하다.
때때론 타임머신을 타고
옛날 사람이 현대 사회로 넘어오기도 한다.
특별히 놀랄 것 없는 손쉽게 볼 수 있는 스토리.
BMW라는 회사를 볼 때도 마찬가지다.
회사라는 것은 모름지기 끊임없이 변화하기 마련이고
지금의 BMW는 과거의 BMW와 굉장히 다르다.
좋게 포장하자면 이윤 추구를 위해
폭 넓은 고객을 상대하고자 발 벗고 나선 것이고
내 심정을 솔직하게 적자면
'BMW다움'을 많이 잃어버린 것.
나는 소싯적 아무 BMW나 타고 나가도
"궁극의 드라이빙 머신" 슬로건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던 그 시절과
한 시대를 풍미했던 BMW들을
아직도 그리워하며 돌아올거라 믿고 있는 상태.
그래서 그간 'BMW답지 못한' 요소들에
굉장히 강한 거부감을 표시해왔다.
이를테면, 신형 8시리즈 컨버터블은
대놓고 컨버터블 출시를 염두에 둔 라인들에
너무 아름답다고 여지껏 감탄을 해왔지만,
반대로 8시리즈 그란 쿠페는
C필러의 호프마이스터 킥이 희미해져
"저딴게 무슨 BMW야, 짝퉁 스팅어지"
라고 지금까지도 정말 싫어하고 있다.
주행 질감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F-코드가 붙는 차량들은 반쯤 정신을 놓고 개발한 듯
헐렁하기 그지 없는 이상한 차량들의 연속이었는데,
정말 다행히도 G-코드가 붙는 최신 모델들은
CLAR 플랫폼 채택과 동시에
향수 가득한 그 시절을 떠올리게 만드는,
예리하게 전륜이 선을 그어가며 도는 특유의 느낌
그 감각이 부분적으로나마 돌아와서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었다.
그런데 이번에 BMW가 다시 한 번 변화하려 한다.
이건 BMW 뿐만 아니라 모든 자동차 회사가
시대의 흐름에 발 맞추기 위해 부득이하게,
혹은 억지로 바뀌고 있는 중이다.
전동화는 오늘날 자동차회사들의 최우선 과제.
이미 기존 4시리즈 그란쿠페를 베이스로 만든
i4의 특징들은 짚어본 바 있다.
그렇다면 독자 모델로 전기차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iX는 어떨까.
잘 나가던 시절 BMW의 그늘에서
아직도 나가지 못한 나한테서도
과연 괜찮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iX는 근본 없는 네이밍이 알려주듯이
전기차 시장에 새롭게 출시한 라인업이다.
체급으로는 E-SUV라 X5와 동급인데,
독자 라인업 치고는 꽤나 의외로
CLAR 플랫폼을 개조해서 사용한다.
보통 이렇게 동떨어진 라인업을 새로 편성하면
밑바탕도 새로 꾸려 설계하는 경우가 많은데,
iX의 경우는 도화지를 조금 재단하긴 했지만
쓰던 물건을 그대로 재활용해서 쓰고 있다.
요즘 종이도 친환경이 대세라지 않나
체감상 덩치는 X5보단 왜소해 보이는데,
정통 SUV다운 스타일링보다는
조금 더 날렵하게 빠진 조형이 눈에 들어온다.
처음에 이 차가 나왔을 때 모두가 충격에 빠지고
어떻게 이렇게 차가 못생기고 우락부락하지?
라며 난리가 났었는데, 이게 양반이었다.
세상에 i7(G70)과 X7 LCI(G07)을 보고
"와 이놈들은 새로운 밑바닥을 매번 만드는구나..."
경이로움을 느꼈달까. 어떤 면에선 대단하다.
내가 제일 불만인 점은 헤드램프에
코로나 링이 없어졌다는 것. 백신을 맞았나?
사실 나는 정통 SUV다운 당당함과 존재감을
더 선호하는 편인데, 다른 방식이긴 하지만
존재감 하나는 확실하다.
국내 수입되는 iX는 일단 두 가지.
xDrive40과 xDrive50.
곧 xDrive M60도 수입될 예정.
BMW 코리아의 괴상한 판매 방식과
시승차 운영으로 인해 오늘의 주인공은
바로 xDrive40 되시겠다.
사실 iX의 진가는 xDrive50 이상이고
출력이나 배터리 용량, 에어 서스펜션 탑재 등
굉장히 구성품에서 xDrive40과 차이가 많이 난다.
xDrive40은 반쪽짜리 iX에 가까운데
웃기게도 시승차 운영은 거의 다 xDrive40.
xDrive50 시승차는 분당에 있다던데
확인을 안 해봐서 그건 모르겠고
시승을 전부 xDrive40으로 돌리는 건 확실하다.
입항 물량은 종잡을 수 없는 상태이며
중년 아저씨들에게 수강신청의 추억을 되살려주는
BMW 샵 온라인 판매는 막장에 가깝다.
심지어 iX가 매 달 뜨는 것도 아니다.
이럴거면 왜 파는건지 납득이 어렵다.
iX xDrive40의 제원은 간략히
326마력의 합산 출력을 내는 사륜 구동계,
76.6kWh의 배터리(가용 용량 71kWh)와
313km의 환경부 인증 주행가능거리를
갖추었다고 보면 된다.
xDrive50은 523마력을 내며
무려 111.5kWh나 되는 배터리를 얹고
환경부 인증 447km의 주행가능거리를
자랑하고 있기에 숫자놀음만으로도
현격한 차이가 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렇게 큰 차에 76.6kWh?
이거 원 타고 다닐 순 있으려나 의문이 앞서지만
우선 타 보러 왔으니 타 보고 이야기하기로.
참고로 아직 시승기는 안 쓴
Electrified GV70이 한 체급 낮으면서
265/45R20 스퀘어 셋팅인 차량에
77.4kWh 배터리를 얹었더니
한 번 충전으로 400km 주행하기 어렵던데,
덩치가 훨씬 크고 무거운 iX가
신발마저 앞 뒤 모두 275/40R22짜리를 신고
76.6kWh로 버틸 수 있을지 다소 걱정스럽다.
아니면 BMW는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도록 만드는
신기술을 가장한 마법을 과연
세계 최초로 선보일 수 있을 것인가.
운전석에 앉으니 시트 포지션은 적당히 낮다.
전기차의 경우 바닥에 배치한 배터리 탓에
최저 시트포지션이 심하게 높은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
다행히 이 친구는 적절한 수준이다.
널 가리켜 지적하는거다 Electrified G80
그런데 시트 조절 버튼이 도어트림으로 간 건
기존의 BMW와 사뭇 다른 배치인데,
메르세데스-벤츠의 그것을 따라한 셈.
그런데 메르세데스-벤츠와 달리
덩그러니 시트 조작 버튼 두 개만 있고
별도의 장식이나 "있어보이기 위한" 꾸밈은 없다.
베낄 거면 제대로 베껴야지, 베끼는 것도 실력.
난 BMW의 크리스탈 기어노브에 대해
그동안 꾸준히 칭찬을 해왔던 입장인데,
이 크리스탈 시트 조작 버튼은 큐빅 같다.
한 마디로 싸구려 같아 보인다는 뜻.
하던 대로 시트 옆구리에 이 버튼을 다시 옮기고
감촉 괜찮은 플라스틱을 쓰는 것이 차라리 낫겠다.
육각형 형태의 스티어링 휠은
iX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데,
iX의 성격을 어렴풋이 알려준다.
짜릿한 달리기와는 거리가 멀다는 걸.
나의 메르세데스-벤츠에 대한 사랑에도 불구하고
딱 한 가지 BMW가 앞서는 점을 꼽으라면
단연 두툼한 M 스포츠 스티어링 휠을 꼽겠는데
이상한 물건으로 바뀌어서 심기가 불편하다.
일단 두께 자체가 많이 얇아졌거니와
직경은 너무 커서 트럭에 가까워진 느낌.
얇으면서 사이즈만 무식하게 큰 아우디 수준은
다행히도 아니지만 스티어링 휠이라 하면
BMW가 최고였던 내게 크나큰 실망감을 안겨줬다.
난 포르쉐의 GT 스포츠 스티어링 휠보다도
BMW의 M 스포츠 스티어링 휠이 좋은 사람이라.
육각형 형태는 특별히 거슬리진 않다만,
기존 'M핸들'을 달아줬으면 좋았을 텐데.
맨날 똑같단 욕을 먹더라도 말이지.
iX xDrive40의 경우 전기차인지라
D 모드와 B 모드가 준비되어 있다.
B 모드는 회생 제동이 강하게 걸리며,
어댑티브 회생제동을 통해 전방 차량 유무에 따라
회생제동의 강도를 차량이 자동으로 조절한다.
D 모드로 출발하자 매끄러운 주행 질감이 나를 반긴다.
BMW의 전기차 셋업 방향은 너무나도 분명한데,
기존 BMW의 고객들이 그대로 iX에 옮겨 타도
그 자리에서 즉시 적응할 수 있도록 설정되어 있다.
이건 엔트리격 전기 차량인 i4 역시 마찬가지.
xDrive40은 에어 서스펜션이 빠지기 때문에
승차감에 큰 기대를 안 하고 탔는데,
22인치나 되는 큰 휠을 끼웠음에도
승차감이 굉장히 편안하고 안락하다.
자잘한 충격을 매끈하게, 스펀지를 밟는 것 같이
부드럽게 넘기는 점이 강한 첫 인상을 남겼다.
크고 급작스러운 충격 혹은 방지턱을 만나더라도
첫 반응이 깔끔하고 정제된 형태로 내게 넘겨 놀라웠다.
22인치라는 큰 휠과 편평비 40시리즈의 얇은 타이어를
끼우고 있다는 사실을 감쪽같이 숨기는 점 역시도.
시치미를 떼는 것 같다. "나 큰 휠 안 끼웠는데?"
전기차 특유의 요철 통과 시 전달되는
불쾌한 쿵쾅거림이 여기선 찾을 수 없다.
승차감 보존을 위해선 전기차에는 무조건
에어 서스펜션을 탑재해야 한다는 내 과거의 결론을
시원하게 깨부수는 두 차종 중 하나다.
다른 하나는 Electrified GV70.
심지어 에어 서스펜션을 탑재한 아우디 e-트론보다
방지턱 진입 시 첫 충격이 들어올 때의
충격 강도나 전반적인 부드러움 면에서
iX가 몇 발자국 더 앞선다. 놀라울 정도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일원으로서
태생이 전기차일지라도 승차감이 떨어지는 건
그냥 차량의 완성도가 부족한 것이라 봐야 한다.
계속 얻어맞는 Electrified G80
승차감은 정말 탁월한데,
내가 이 차에 기대하는 'BMW다움'은?
i4 eDrive40을 타면서, CLAR 플랫폼 특유의
날카롭고 정교한 전륜 감각이 다소 무뎌진 것에
많은 아쉬움을 표현했던 바 있다.
iX는 SUV이기도 하고, 차량의 성향도 그렇고
i4보다도 더 약화되어 깊은 한숨을 쉬게 됐다.
iX는 CLAR 플랫폼을 개조해서 만든 차량인데
개조 과정에서 기존 성격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i4는 최근 BMW들의 형편없는 고속 안정감 대비
하부 배치된 배터리의 덕을 봐 준수한 감각을 전달해
그 점에서는 괜찮은 점수를 줄 수 있었는데,
iX는 덩치가 훨씬 큰 SUV여서 그 점도 희석되었다.
추월가속을 포함, 일반적으로 낼법한 고속 영역에선
이게 BMW인지 다른 회사 차량인지 분간이 안 됐다.
속도를 내면 낼 수록, 앞머리가 노면에 슬며시 붙어야
BMW스러운 고속 안정감인데 iX는 노면과 평행해서 간다.
운전자에게 자신감을 북돋워주던 BMW는 어디 가고,
"그만큼 내면 나는 책임 못 져"라며 나긋하게 쏘아붙인다.
물론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최근의 BMW를 타며
뭐가 잘못된건지 분간도 못 하면서
'BMW는 스포티한 브랜드'라는 이미지에만 탑승해
역시 BMW라 잘 달린다며 정신승리를 일삼는
작금의 현실에 비추어볼 때,
이런 헐거워짐은 사실 큰 문제는 아니다.
적어도 오늘날 BMW의 고객들에 한해서는.
나 같은 환자들은 속에서 열불이 터지지만.
SAV(스포츠 액티비티 차량)의 개념을 만든
바로 이 회사에서 이런 차량이 나오다니.
카이엔의 존재감이 최근 워낙 강해서 그렇지
'잘 달리는 SUV'의 시초는 원래 BMW다.
선대 차종들이 깔아놓은 진달래꽃길을
iX가 사뿐히 즈려밟고 도망가신다.
희한한 건, iX가 선회하는 모양새를 보면
큰 덩치와 2.4톤의 무게에도 불구하고
운전자가 의도한 궤적을 상당히 정확하게 그려낸다.
방금 위에서 전륜 감각이 흐리멍텅하다고 까놓고
이게 뭔 소리야. 쓰다 중간에 끊고 다시 쓴 티 내지 마라.
할 수도 있겠지만, 두 가지 내용 모두 사실이다.
후륜의 움직임이 빠르거나 짜릿하게 구현되진 않지만,
전륜과 후륜이 동시에 같은 목소리를 내면서
큼지막한 iX의 부피를 부분적으로나마 숨긴다.
커다란 차체에 의해 선회 중 롤이 발생하긴 하지만
발생량이 예상보다 적고 접지력의 잔여량 같은
정보의 전달은 느리지만 충실하게 진행한다.
빠릿빠릿하게 따라붙어줄거라 으레 예상하게 되는
BMW 뱃지와 상극의 성향을 띄는 것이지
iX 자체의 코너 주파 성능이 떨어지진 않는다는 얘기.
다만 스티어링 휠이 전달하는 피드백은
조금 더 분명해지고 많아져야 할 필요가 있다.
이 상태 그대로에 48V 안티-롤 시스템이 탑재되면
적어도 덩치 치고는 그럭저럭 돌아나갈 만 할 듯 하다.
난 롤의 발생을 절대악으로 규정하는
많은 이들과 정 반대의 의견이지만,
iX xDrive40의 경우는 롤 억제가 약간 더 이루어지고
차체가 보이는 반응이 살짝 더 빨라지면 괜찮을 듯 하다.
만약에 이 차가 아우디에서 나온 차량이라면
주행성에 더 높은 점수를 주었으리라 확신한다.
아우디의 동 체급 경쟁차종인 e-트론은
SUV보단 크로스오버에 가까운 느낌이고,
iX는 정통 SUV다운 높은 차고 탓에
약간의 뒤뚱거림이 좀 더 있지만
역동적인 감각은 iX가 또한 한 수 위.
실내에서의 분위기도 사실 마찬가지.
우리가 아는 BMW는 오디오가 허접하고,
실내는 좋게 말해 기본에 충실한 상태이며
디테일을 챙기기엔 투박한 그런 차인데
전기차로의 패러다임 변화를 의식한 탓도 있고
BMW의 성격 자체가 승차감 및 거주성 강조로
크게 넘어온 사유도 작용해 iX는 완전히 다르다.
iDrive 8은 화려하나, 사용성이 불편해졌다만
적어도 최상위권의 반응속도와 그래픽이란
장점은 그대로 유지해서 다행이다.
터치에 너무 많은 것을 의존하는데
다행히도 BMW의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프로는
성능이 괜찮은 편이라 걱정이 조금 덜하다.
이 차의 압도적 강점은 내가 보기에 오디오.
Bowers & Wilkins의 다이아몬드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이 탑재되었고, 극찬을 쏟아부을 만 하다.
5시리즈에 얹히는 B&W를 접해보고
"역시 BMW는 B&W까지 와도 별로네" 했었는데
세상에 이렇게 탁월한 시스템을 다는 법을 알았으면
밑엣급 차들에도 약간의 자비를 베풀어주지.
전기차 특유의 파워풀한 출력감은 물론,
헤드레스트에 내장된 스피커까지 도와
소리에 압도된다는 인상을 대번에 전달한다.
클래식이 어울리는 레인지로버의 메리디안과 달리
iX의 사운드 시스템은 오히려 정 반대로
최신 팝과 아이돌 곡들에 가장 잘 어울린다.
톡톡 튀는 소리와 음색을 부풀려서 전하는데
그 부피감이 기분 좋은 수준의 과장이고,
널찍한 공간감이 폭포처럼 쏟아진다.
BMW를 타면서 오디오가 제일 마음에 들 줄
누가 알았겠는가. 이것도 아우디라 하면 믿겠다.
뒷좌석의 경우 도어트림 옆부분까지
쭉 퀼팅이 이어져 소파같은 분위기를 연출한 건
타사와의 분명한 차별화라 좋긴 한데,
그 때문에 등받이 각도가 너무 서 있고
리클라이닝이 지원되지 않는게 불편하다.
오히려 스타일만 챙기다 실리를 놓친 격.
또 트렁크 사이즈도 체급 치고 다소 작다.
대충 눈대중으로 둘러봤을 때
골프백 3개 정도가 간신히 들어갈 것 같고
X5의 강력한 무기 중 하나인 클램쉘 테일게이트가
여긴 없다는게 어째서인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이런 오디오와 무시동 전력 사용이 가능한 전기차임을
갖췄을 때 오히려 iX에 더더욱 클램쉘 테일게이트가
달려야 마땅하다. 숲 속으로 들어가 무시동 상태로
트렁크에 앉아 쉬기 제격인 차종이니만큼 꼭.
본네트는 개폐가 불가능한 형태이고,
대신 워셔액만 주입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충전 케이블 등을 쳐박아두기에 프렁크가
은근히 쏠쏠한데 덩치도 큰 차 치고 이 역시 아쉽다.
실용성을 따진다면 iX가 아닌 X5를 보는 게 맞다.
메르세데스-벤츠의 EQE SUV가 조만간 출격 예정인데
그 친구가 나와야 본격적인 비교가 가능할 듯 하다.
그리고 76.6kWh의 배터리는 너무 작다.
아무리 그래도 E-SUV로 분류되며
바로 윗 트림이 111.5kWh나 되는 걸 얹는데
못해도 85~90kWh 정도는 얹어 줬어야
약간의 체면치레는 했을 듯 하다.
이건 너무 대놓고 xDrive50으로 올라가도록
유도하는 사악한 정책의 일환이다.
iX를 구입하는 고객층은 대부분 중장년층 가장일텐데,
주말에 기분 내서 가족들과 함께 나들이를 나가
겨우 300km 정도밖에 못 가는 차를 끌고
충전소에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생각해보라.
왜 시기상조라는데 전기차를 일찍부터 사서
이 사단을 내느냐, 그냥 기름먹는 차 타면 됐잖아,
전기차 탄다고 얼마나 돈 아껴진다고 쇼를 하네 등
조수석에서 잔소리 폭격이 이어질 것이 분명한데
니들 같으면 이걸 사겠니?
배터리 용량만 조금 더 넉넉했어도
xDrive50까지 안 가도 됐다 했을 거고,
그래서 일부러 BMW에서 이렇게 낸 것이 분명하다.
사실상 1억 2천만원대부터 시작이라는
미끼 가격용 상품이자,
xDrive50을 원래 노렸는데 하도 입항이 안 되고
온라인 숍에서의 구매도 실패하다 어거지로
xDrive40이 당첨돼 호구잡힌 이들에게
강매하기 위한 트림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사실 차는 생각보다 훨씬 괜찮은데. 괘씸한 놈들.
xDrive40이 배터리가 살짝 더 크던지
xDrive50이 입항 물량이 많아지던지 하면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iX를 사가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iX는 BMW에서 나온 차인데
웃기게도 BMW스럽지 않은 요소들이 많고
BMW다운 색채는 안타깝게도 거의 전멸.
이 차가 다른 회사에서 나왔더라면
평가가 이보다 사뭇 호의적이었을 것 같다.
BMW 출신이라는 것이 이 차의 문제.
적어도 BMW의 젊었을 적(?) 완성도에
아직도 깊이 빠져있고 잘 아는 내 입장에선 말이지.
그런데 대중적으로 보았을 때 iX xDrive40은
꽤나 매력적이고, 매우 잘 나온 차량이다.
대부분 제일 중요한 승차감이 일단 빼어나고
실내에 눈길을 잡아끄는 요소들도 적잖으며
전기차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즐기기에 어울리는
훌륭한 오디오까지 갖추었다.
결국 뮌헨 출신 집안에서 태어난 게 문제.
잉골슈타트 출신 집안에서 태어났더라면
나한테까지도 좋은 이야기 많이 들었을 텐데.
왜, 도대체 왜 니가 BMW에서 나온거니.
하지만 그러면서도, 전기차로 전환되는 시점에
가장 위험한 브랜드일거라 예상했던 BMW가
이렇게 화려하게 재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BMW 하면 솔직히 전기차와 이미지 궁합이
썩 좋은 회사는 아닌데,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지금은 전동화 초기 단계라 색깔을 입히는 데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치고 넘어가줄 수 있는 시점.
추후에 나올 BMW의 전기차가 이런 완성도에
BMW다운 주행질감, 캐릭터를 되찾는다면
굉장히 무서운 회사로 더 성장할 게 분명하다.
애초에 요즘 BMW는 '스포티한 이미지'를 파는 회사잖나.
.
.
.
.
아, 만약 iX가 슈투트가르트 출신인데 이랬으면
아마 욕을 더 많이 바가지로 퍼먹었을 거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