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길가는 누구를 붙잡고 물어봐도
전기차가 새로운 대세로 떠올랐단건
맞다고 대답할 것이다.
자동차를 사랑하는 사람 입장으로서
이렇게나 빨리 전기차가 자리잡을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거니와
난 아직 내연기관 차량이 가지는
회전질감과 변속감을 누린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전기차 시대가 조금 더 늦게 오기를
사실 마음 속으로 바라고 있었다.
그런데 세상은 내 예상보다 빨리 변화하고
많은 브랜드들이 '친환경'을 외치면서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동참하지 않을 수
없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신생 럭셔리 브랜드인 제네시스는
아예 빠르게 순수 전기차 라인업을 구축해
하이브리드 모델들로 버티기에 들어간
다른 프리미엄 브랜드보다 한 발 빠르게
전동화 시대에 입지를 다지고 있다.
실로 현명한 정책인데,
첫째로는 제네시스의 최고 약점이
엔진과 변속기를 아우르는 파워트레인이고
둘째로는 제네시스가 이번에 넘어야 할 산인
유럽 시장은 지구상의 다른 지역보다
환경에 집착하는 척을 가장 열심히 한다는 것.
지들이 지난 세기에 환경 다 파괴하며 발전해놓고
이제와서 다른 나라보고 환경 보호하라고
셋째로는 신생 브랜드다운 유연함과 파격을
고객들에게 인식시키기 좋은 아이템이기도.
이미 제네시스 최초의 순수 전기차는
Electrified G80이 있지만,
앞에 'Electrified' 수식어를 보면 알겠듯이
내연기관 모델인 G80을 전기차로 전환한 것.
물론 G80이 바탕에 깔고 있는
3세대 플랫폼(M3)은 BEV로의 설계도
고려를 해서 만들어진 물건이지만
처음부터 전기차로 태어나기 위해 기획된 제품과는
정교함에서 차이가 날 수 밖에 없고,
그래서 제네시스의 첫 독자 전기차
GV60이 보여주는 모습과 디테일들이
브랜드의 초기 이미지 구축에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여
제네시스에게 있어서 정말 중요한 차량.
GV60을 맨 처음 타보기 이전에는
E-GMP 플랫폼을 사용한다는 점이
아킬레스건이 되지 않을까 걱정을 좀 했다.
제네시스 브랜드 입장에서는
현대자동차와의 연관성을 끊어내야
'비싼 현대차'라는 비판에서도
어느정도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고
소비자들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한국의 럭셔리 브랜드'로 받아들이게
만들기 비교적 쉬워지기 때문이다.
렉서스가 북미에서는 난공불락 수준의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지만,
비싼 도요타라는 평도 분명히 존재한다.
도요타는 북미에서 20세기에 쌓아둔
압도적인 품질과 내구성을 바탕에 뒀기에
비싼 도요타라는 평도 반쯤은 칭찬이고
그래서 렉서스는 캠리나 아발론과 TNGA-K
플랫폼을 공유하는 ES가 주력이기도 하다.
한편 그런 게 없는 현대자동차 입장에선
제네시스가 비싼 현대차란 소릴 들으면
브랜드를 런칭한 의미가 크게 손상된다.
그런 제네시스의 첫 독자 전기차가
현대/기아차와 플랫폼을 공유한다니
자칫 잘못하면, 차별화가 덜 돼
제네시스의 인상을 나쁜 쪽으로 끌고 갈
우려와 가능성이 다분하다.
달리는 성능도 중요하지만,
사실 절대다수의 고객층은
격렬하게 운전을 할 일이 평생 없으니
제네시스로서 차별화를 가지는 첫 번째 요소는
바로 승차감이고, GV60에게 특히 중요하다.
왜냐면 E-GMP를 사용하는 그룹 내 다른 차종인
아이오닉 5의 후륜이 통통대는 느낌이나
EV6의 깔끔하지만 단단한 느낌은
대중 브랜드의 수준에 머무르기 때문.
그런데 GV60의 승차감은 현대/기아차와
상당히 큰 차이로 벌려놓아 매우 뛰어나다.
전기차 특성상 무거운 무게 탓에 이를 받치려면
스프링과 댐퍼를 내연기관 차량 대비
단단하게 설정할 수 밖에 없고
그래서 승차감 확보 면에서 불리한데
GV60은 승차감이 정말 좋은 편이다.
사실상 이 체급의 전기차에서 누릴 수 있는
승차감 중에서는 단연 압도적이다.
같은 E-GMP 플랫폼을 쓰는게 맞나
의문이 들 정도로 유독 뛰어난데,
GV'60'은 60 급이라 차급도 낮아서
더욱 미스터리할 정도이다.
상위 모델인 GV70보다도 승차감이 좋아
하극상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물론 GV60이 GV70보다
비싸긴 하지만 그건 전기차라 그렇잖아.
GV60은 하부에 배터리를 깐 차량답게
넓고 납작한 판 위에 올라탄 느낌이 강한데
그 판때기가 매끈하게 도로 위를 지나가는
그런 독특하면서도 특이한 느낌을 준다.
운전석 시트 방석 가운데로
단단한 스프링이 요철을 밟을 때
자잘한 진동을 전달하긴 하나
테슬라 모델 3이 의외로 좋은 노면에서만큼은
찐득하게 나아가는 괜찮은 승차감을 보이는데
모델 3이 찐득한다면, GV60은 매끈하다.
부드럽고 편안하게 나아가는 느낌이 강해
프리미엄 브랜드다운 승차감을 자랑한다.
퍼포먼스는 주행 성능을 강조한 모델답게
21인치에 달하는 큰 휠을 달고 있는데
큰 휠에 의한 승차감 저하 억제가
오히려 상위 모델들보다 잘 되어있다.
당장 제네시스의 주력 모델인 G80도
20인치만 끼더라도 티가 어느정도 나는데
GV60 퍼포먼스는 21인치 휠과
편평비 40짜리 타이어를 끼고도
운전자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다.
승차감은 이만하면 대박이라 표현해도 좋다.
퍼포먼스 모델에 기본인 전자제어 서스펜션(ECS)의
효과도 어느정도 체감 가능하다.
평범한 강남 시내 노면의 잔 요철을을
컴포트 모드일땐 잘 가렸었는데
스포츠 모드로 변경하니
청소년의 얼굴처럼 오돌토돌한 그 느낌이
시트 방석 가운데로 찰랑찰랑 전달된다.
노면에 대한 피드백이 주행 모드 설정에 따라
정확해졌다 숨겨졌다 하는 건 좋은 일이다.
이게 싫으면 컴포트 모드로 쭉 타던지,
인디비주얼 모드에서 서스펜션만
컴포트 셋팅으로 놓으면 되니까.
승차감은 E-GMP 형제들 중 단연 최고.
한 급 위 GV70보다는 확실하게 좋은데
과연 Electrified GV70보다도
승차감이 좋을 지 추후에 확인해보기로.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빠진 사양의 기본값은
상당히 단단하다는 의견이 많던데
가급적이면 전자제어 서스펜션은 넣는게 좋다.
(퍼포먼스 모델 제외) 4P 브레이크와 묶어서
고작 160만원밖에 안 받는 옵션인데
유무에 따른 만족도가 엄청나다.
제네시스 모델들이 다 그렇듯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빠지면 승차감 손해가 크다.
GV60 퍼포먼스 AWD의 두 번째 특징은
'퍼포먼스'라는 이름에서 엿볼 수 있듯
달리는 데 집중한 모델이라는 것.
G80 스포츠는 스포츠고 얘는 퍼포먼스라
좀 중구난방인듯하고 정리가 필요해보이나
출력의 향상이 있으면 퍼포먼스라 하는 것 같다.
전/후륜 각 160kW 모터를 얹어 합 320kW의
상당한 힘(약 430마력)을 낸다.
테슬라 모델 3 롱 레인지가 307kW,
폴스타 2 듀얼 모터가 300kW니
이들 모델들보다 살짝 높다.
그리고 부스트 모드가 지원되어
스티어링 휠 혼커버 우측 하단에
형광 노란색으로 BOOST 버튼이 있는데
이를 활성화하면 10초간 40kW가 추가로 제공돼
483마력의 고성능차로 순간 변신한다.
타이칸 RWD 퍼포먼스 배터리 플러스 게 섯거라.
여타 매체들에서 GV60의 풀 악셀 시 반응성이
타 전기차들이랑 다르게 한 템포 늦다고
징징대는 경우를 굉장히 많이 봤는데,
난 이게 내연기관 차량에서 넘어오는
절대다수의 많은 이들이 받을 수 있는
위화감을 억제하고자 하는 설정값이라 보고,
전혀 문제될 게 없는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GV60 퍼포먼스 AWD는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미친듯이 잘 나가고, 제로백 4초 전기차는
일상 주행 시 부담스러울정도로 빠르다.
이런데 무슨 순간적으로 차가 안 나가니 뭐니,
지금은 전기차가 특이한 변종처럼 취급받지만
전기차의 점유율이 올라갈수록
모든 고객층을 두루 만족시키는 차가 중요하고
GV60 퍼포먼스는 그 목표에 굉장히 충실하다.
GV60의 반응성이 무딘 게 결코 아니라는 거.
GV60 퍼포먼스 두 번 테스트했는데
할때마다 이게 더 맞다고 확신이 들었다.
여기까지는 다 좋았는데,
GV60 퍼포먼스에 좋은 점수를 못 주는 이유는
바로 어색한 주행감각 때문이다.
글쎄 승차감은 이렇게나 잘 뽑아냈는데
차가 코너를 돌아나가는 느낌이 왜 이렇게 어색한지.
전륜과 후륜의 모터가 각기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자기가 하고싶은 대로 협조 없이 각자 설친다.
전/후륜 모터 둘 다 최대 동력을 끌어내는
스포츠 모드에서는 후륜 구동 기반 사륜 구동임에도
전륜의 존재감이 너무 부각되고
전륜 모터의 활성화를 극소화하는 에코 모드에서는
그리 크지 않은 차의 덩치가 갑자기 확 와닿는다.
전반적으로 EV6의 주행감각과 GV60 퍼포먼스가
서로 뒤바뀐 것 같은 이상한 느낌이 드는데
EV6의 묵직하게 내리깔리는 느낌이
'퍼포먼스' 딱지가 붙는 여기 와있어야 하지 않나 싶다.
EV6의 진중함에 비하면 GV60 퍼포먼스는
엉거주춤한 상태로 달리는 경향이 강하다.
배터리를 바닥에 깔아서 낮춘 무게중심의 장점을
EV6가 완전히 다 제대로 활용한다면
GV60 퍼포먼스는 대략 70%에 그친다.
거기에 EV6는 RWD든 4WD든 가리지 않고
정통 후륜구동 기반 '드라이버스 카'느낌이 강하고
최근 고성능 차량들이 대부분 사륜 구동을 얹으면서도
후륜 구동다운 움직임을 물리적으로나
혹은 소프트웨어적으로 구현하는 게 추세인데
GV60 퍼포먼스 AWD는 그냥 사륜 구동 차량 같다.
앞/뒤 모터가 제각기 따로 놀아 차량이
코너로 진입하고 통과하며 나오는 모든 동작이
전반적으로 매우 부자연스럽게 다가온다.
아이오닉 5는 워낙 주행성능이 엉망이라
GV60이 그 보다는 한참 나은데,
E-GMP 형제 중 '달리기' 하나는
끝장나게 잘하는 EV6가 있어
승차감으로 GV70이 GV60한테 얻어맞았듯
주행 성능과 질감으로 GV60은
무려 퍼포먼스 AWD나 되는데도 EV6한테 혼난다.
다소가 아니라 많이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
시트 포지션은 또 왜 이렇게 높은지.
GV60 퍼포먼스 전용 퍼포먼스 디자인 셀렉션은
전용 인테리어 디자인과 색상이 갖춰지는데
시트의 착좌감은 그럭저럭 괜찮다만
최저 시트포지션이 너무 높다.
특히나 '퍼포먼스' 모델 치고는.
전기차라 배터리 때문에 그렇다는 것
감안해도 높은 수준이라 개선이 필요하다.
시트 자체가 조금 탱탱한 느낌이 드는데
이렇게 승차감에 집중할 정도였으면
더 푹신한 시트였어도 괜찮았을 듯 하다.
아이오닉 5와 비슷한 실내 레이아웃이지만
칼럼식의 장점을 다 갖다버린
그 멍청한 칼럼식 기어레버는
다행히도 GV60에선 크리스탈 스피어로 대체.
크리스탈 스피어가 확실히 보는 맛이 있긴 한데
로터리식 기어레버는 이상하게 아직도
탈때마다 R와 D가 헷갈린다.
또 다른 불만사항은 에코 모드에서
차가 심각할 정도로 답답하다는 것이다.
방금 전에 위에서 GV60의 악셀 리스폰스가
전혀 무딘게 아니라고 우겨놓고 뭔 소리냐면
에코 모드에선 출력 전개가 심각할 정도로 안 된다.
악셀을 깊게 밟았을 시 차와 모터의 반응은
자연스럽게 잘 만들었다는게 내 요지지만
일상 주행 시 악셀을 바닥에 내리꽂을 일은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그렇게 많지 않은데,
악셀을 적당히 밟아가며 타는 환경에서
GV60 퍼포먼스의 에코 모드는
정말이지 너무나도 답답했다.
내가 전기차 운행 경력만 해도 수두룩한데
설마 회생제동 단계 설정 잘못 해놓고
이런 소릴 할까. 그게 아니다.
에코 모드에서는 후륜의 160kW 모터
하나만 주력으로 작동하는데,
이게 아이오닉 5 후륜 구동과 출력이 동일하다.
아이오닉 5를 타면서 에코 모드였어도
단 한번도 답답하단 생각이 든 적이 없는데
GV60은 말도 안 되게 느리고 속이 터진다.
정녕 이게 전기차가 맞나 싶을 정도.
주행가능거리에 민감한 대부분의 고객들은
사실상 에코 모드로 다닐텐데,
OTA를 지원한다니
소프트웨어로 악셀 맵핑 튜닝을
새롭게 개선해서 풀어줬으면 한다.
실제로 EV6 후륜구동(168kW)과
동일하게 에코 모드를 놓고 밟아보면
GV60 퍼포먼스가 더 느리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풀 악셀 뿐만 아니라 그냥 전체적으로 느리다.
이런 부족한 느낌은 고급차에 어울리지 않는다.
처음 실내/외 사진이 공개되었을 때
실내 레이아웃이 아이오닉 5를 너무 많이 닮아
많은 사람들과 더불어 나 역시도
우려를 표한 바 있었는데,
실제로는 소재의 고급감 때문에 그 정돈 아니나
이래저래 아쉬운 생각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퍼포먼스 AWD의 경우 실내 색상은
토렌트 네이비 단일이라 선택권이 없지만
스탠다드 모델을 선택할 경우
옵시디언 블랙 모노톤 내장은 꼭 피하길.
시그니처 디자인 셀렉션 II여도 정말 싼티난다.
내 눈에는 코퍼 패키지가 적용된
애쉬 그레이 / 글레이시어 화이트 내장이 제일 나은데
사실 이것도 디지털 도트 패턴 알루미늄 내장재가
아주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다.
아무리 '60' 급이라지만 이건 너무해.
난 몬스테라 그린같은 초록색 내장 컬러를
전혀 좋아하지 않아서 나머지도 영 별로.
퍼포먼스 디자인 셀렉션 전용 트림인
애로우 패턴 알루미늄 내장재도 싫다.
젊은 감각을 부각시킬거면 차라리
카본 무늬 인서트 필름 처리가 낫지 싶다.
리얼 카본을 넣기엔 차급이 너무 낮으니까.
GV60부터 적용되는 제네시스의 새
인포테인먼트 UI는 깔끔하니 이쁘다.
마치 GV60 전용으로 개발한 것 같이 찰떡궁합.
이걸 G90같이 중후한 차에도 그대로 써서 문제
특히 인포테인먼트 내 표시되는 차량 그래픽의
색상을 본인 차량 색상에 맞춰 지정 가능한게
와 정말 이거 누가 생각했지 싶을정도로
가려웠던 곳을 시원하게 긁어준다.
14.5인치가 아닌 12.3인치로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화면을 구성한 것도
E-GMP 플랫폼 활용의 일환일 것인데,
이에 대해서는 큰 불만은 없다.
다만 통풍/열선시트 버튼의 디자인이
코나 EV에서 본 듯 하고 공조 패널의
온도 조절 버튼이 좀 조악해보인다는 건 단점.
시승 차량은 디지털 사이드미러가 적용된 차량인데,
하도 이런저런 차량을 맨날 바꿔타는 나라 그런지
타자마자 별 문제 없이 금방 적응했다만
대부분의 경우는 처음에 좀 불편할 듯.
굳이 돈을 더 주고 넣을 사양은 아니다.
150만원이나 하는 옵션가를 생각하면 더더욱.
뱅 앤 올룹슨 오디오가
제네시스 브랜드 최초로 적용되었는데,
GV'60'이라는 차급을 생각하면
꽤나 비싼 190만원의 가격표가 붙어있다.
유부남들의 도피처를 비롯한 새로운 휴식 공간으로
각광받는 전기차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넣을 여력이 되면 넣을만 한 오디오다.
상위 모델들의 렉시콘(160만원)보다도 비싼데
뱅 앤 올룹슨다운 공간감이나
특유의 넓게 퍼지는 따뜻한 느낌이 잘 살아있다.
하지만 전기차 오디오다운 선명함이나
쨍하고 또렷한 느낌이 좀 부족하다.
뱅 앤 올룹슨 시스템은 이퀄라이저가 아닌
베오소닉이라는 자체 음장 기능이 탑재되는데
난 에너제틱/따뜻함 쪽이 제일 듣기 좋더라.
190만원의 돈 값을 하긴 하는데
국산차에 190만원이나 하는 옵션 치고는
살짝 아쉽다만 무조건 넣는게 좋다.
GV60의 경우 뱅 앤 올룹슨 미 선택 시
장착되는 기본 오디오도 사실 너무 괜찮아서
돈이 부족하다면 기본 오디오도 충분하다.
아이오닉 5의 경우 기본 오디오나
옵션형인 BOSE나 둘 다 형편없는데
GV60은 다분히 프리미엄 브랜드다운 수준.
그런데 EV6의 메리디안(100만원) 오디오가
내 귀에는 더 듣기 좋더라. 옵션가도 합리적.
모델 3와 비교하면 GV60의 오디오가
좀 더 화사하고 웅장한 느낌이 강하고
모델 3는 좀 더 짜릿한 소리가 나온다.
폴스타 2의 하만 카돈 따위는 비빌 게 못 되고.
E-GMP 플랫폼을 사용했기에
GV60 퍼포먼스 AWD 역시 800V 충전이 가능하다.
최대 350kW 속도로 충전이 가능한데,
아직 350kW급 충전기는 이핏이나 죽전휴게소(상행)
뿐인지라 200kW급이 최대라 보는게 편하다.
200kW급 충전기 연결 시
80%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대략 150kW를 전후하는 속도로 충전되며
그 후 단계적으로 100kW, 80kW로 내려간다.
제네시스 측에서 본격적으로
제네시스 전기차를 위한 충전 네트워크를
하나씩 만들어나갈 계획인가본데,
테슬라의 슈퍼차징 네트워크를 좀
두루 참고해서 만들어보는게 어떤지.
DC콤보 규격인데다 충전 전류도 강해서
케이블과 플러그를 가볍게 못할 수 도 있겠는데,
확실히 슈퍼차저의 충전기가 사용하기 편하다.
환경부 충전기들은 너무 크고 무거워
여성 오너들이라면 부담스러울 정도라
제네시스는 이제 새로 설치하는 입장이니
이에 대한 대책을 갖춰서 깔면 좋을 듯.
또 마이 제네시스 계정과 연동하여
차량 연결 시 별다른 동작 없이 자동 과금되거나
마이 제네시스 계정이 없더라도
제네시스 카페이에 카드 등록이 되어있으면
충전 플러그 연결 시 지문 스캐너 등의 인증만으로
바로 충전 시작 및 과금되도록 하면 좋겠다.
GV60은 얼굴 인식 기능도 갖추었으니
차량 외부에서는 얼굴 인식으로.
무선 충전 기능도 갖추었으니
아예 공격적으로 무선 충전 시설로
바로 넘어가서 이를 많이 깔아도 괜찮겠네.
그 외 실내 거주성은
확실히 E-GMP 플랫폼을 활용한 덕에
동 사이즈 전기차 중 압도적으로 뛰어나다.
사실 GV60은 패밀리카보다는
조금 더 고급스러운 전기차를 원하는
1인 혹은 2인 구성에게 맞는 차지만
뒷좌석에 사람을 태우기에도 충분하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 덕분에
2열 바닥이 평평해서 더 여유있고
내연기관 플랫폼 그대로 사용해 센터터널이 높아
비좁기 짝이 없는 폴스타 2와 더 비교된다.
레그룸도 여유가 있어서 두루 편안하다.
다만 트렁크는 굉장히 좁은데
골프백 한 개 정도 간신히 실릴 듯.
사륜 구동 전기차의 경우 프렁크(전면 트렁크) 용량이
크게 줄어들기에 충전 케이블 정도가 수납 가능하다.
실용성은 아주 완벽하진 않지만 충분히 좋은 수준.
이걸 다 종합해보고 나는 의문이 들었는데,
도대체 GV60 퍼포먼스 AWD는 누굴 위한 차일까?
이름에는 퍼포먼스가 붙어있지만
차가 달리는 느낌 자체는 부자연스럽고
제네시스다운 고급스러운 승차감은 가졌지만
제네시스가 자랑하는 인테리어의 럭셔리함은
윗급 모델들 대비 다소 아쉬운 면이 있다.
2열 공간은 차급 치고 꽤나 넓어서
3인 가족 정도를 커버한다 치면,
트렁크가 좁아 짐이 많은 어린 아이 키울적엔 힘드니
자녀의 나이가 조금 된 집이어야 할텐데
그냥 GV60을 산다고 치더라도
퍼포먼스 AWD까지 올라올 필요는 없다.
이런 성능 중심 트림은 대중적 판매량을 기대하는 모델은
결코 아니지만 이 차는 전반적으로 좀 어리둥절하다.
지금 현재 공석인 제네시스 브랜드의 '헤일로 카'
역할을 도맡아서 할만한 유력 후보인데,
그러기엔 주행 성능이 영 별로고
전통적인 자동차 매니아들을 흡수하기엔
'전기차'라는게 아직 거부반응을 일으킨다.
나는 해외 매체 참고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고
그 중에서 자동차 매체 강국(?) 영국 채널들을 주로 보는데,
얼마 전에 유명한 채널들에 둘러보기 영상 찍으라고
GV60을 보여주던지 제네시스 하우스로 부르던지 했더라.
이렇게 제네시스 브랜드를
해외의 젊은 세대에게 어필하고자 했다면
GV60 퍼포먼스는 좀 더 강력하고 짜릿해야 했다.
아니 당장 그룹사 내 EV6가 이렇게나 훌륭한데.
멀리 볼 것도 없다. 그래서 더 아쉽고.
심지어 가격도 너무 비싸.
내가 타고싶은 대로 구성해보면
GV60 퍼포먼스와 Electrified GV70의 가격 차이가
천만원이 채 안돼 완전히 바짝 붙어있다.
그런데 Electrified GV70은 출력도 동일하고
차급은 한 급 더 높으며 기본 장비도 출중해
전반적으로 GV60 퍼포먼스 AWD는 갈 곳을 잃었다.
아직 제네시스 브랜드에 대한 반응이 미온적인
유럽 시장을 주력으로 삼는 모델처럼 보이는데
한 가지 재미있는 건, 유럽에서는 트림명이 다르다.
국내는 스탠다드 RWD/AWD, 퍼포먼스 AWD지만
유럽에서는 프리미엄,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로 나뉜다.
노르웨이 등 테슬라 점유율이 압도적인 일부 나라들을
다분히 의식해서 '퍼포먼스'란 이름을 뺀 듯 한데
이럴거면 국내 트림명도 스포츠 플러스로 하지.
그럼 G80 스포츠와 통일성도 있고 얼마나 좋아.
아직 정체성 확립에 난항을 겪고 있는 제네시스의 현주소.
마지막으로 GV60 퍼포먼스는 생산량도 적다지.
한 달에 몇 대 생산 안 하기 때문에
사전계약 초기에 계약한 사람들도
아직 못 받았단 사람들이 많다.
의도치 않은 희소성을 갖췄는데
이럴거면 페이퍼 스펙이라도 더 강력했어야.
Electrified GV70 혹은 Electrified G80이
아직 달아오르기 이전의 시장에 참전하거나
개척자 역할을 하는 모델들이어서
약간의 여유를 부려가며 간을 본다면
GV60은 지금 가장 치열한 전쟁터에
발을 내딛는 것인데 그에 비하면 좀 허술하다.
내가 헤아리지 못하는 현대차그룹의
큰 뜻이 뒤에 숨어있을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GV60 퍼포먼스를 타 본 내 소감은 이렇다.
이건 도대체 무엇을 위한 차지.
꼭 GV60을 사야겠다 하면
스탠다드 AWD 정도로 마무리하고,
잘 달리는 전기차가 필요하면 EV6.
비슷한 가격의 SUV라면 GV80.
수입으로 눈을 돌리면 GLC.
폴스타 2는 GV60보다 전방위적으로 한참 못하고
모델 3는 이번에 가격이 또 올라
그 돈을 줄만한 차량은 절대 아니다.
다양한 전기 차량이 나오면서 경쟁이 치열해지는 건
좋은 일이다만, GV60은 좀 더 잘했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