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브랜드가 본격적으로 출범하면서
'창세기'라는 뜻의 브랜드 이름답게
브랜드의 첫 출발과 잇따른 모델들을
하나하나 살펴보고자 시리즈를 준비했다.
브랜드 최초의 럭셔리 SUV
GV80은 그야말로 Flying Start.
그런데 제네시스 이름이 처음 시작된 곳은
바로 이 G80의 전신 모델 제네시스다.
다들 알다시피 제네시스는
차량명에서 별도의 브랜드로 분리된 것.
그러니 '제네시스'의 창세기를 다루려면
G80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서 준비했다.
완전히 새롭게 태어난 G80 중에서도
가장 역동적이라 자부하는 G80 스포츠.
전작에도 G80 스포츠가 있었지만
이는 드레스업에 따른 말장난같은 이름이었기에
응? 트윈 터보? 고성능차 아니야? 넌 G80 스포츠다
본격적으로 다이내믹함을 강조하는 모델은
이번이 벌써 10년이 넘은 G80의 역사상 처음이다.
그동안 2.5 터보 AWD, 3.5 터보 RWD,
3.5 터보 AWD, 마지막으로 Electrified 모델까지
G80이라고 하면 아주 지겨울 정도로 타보았다.
이전의 G80도 1036km이나 장거리 시승 했었으니
그야말로 나는 완전 G80 전문가(?) 아닌가.
G80과는 친하디 친한 내가 드디어 등장한 끝판왕
G80 스포츠를 만나보기로 했다.
G80 스포츠는 패키지 형태로
2.5 터보 모델과 3.5 터보 모델에
선택할 수 있게 되어 있는데,
2.5 터보 모델에 적용되는 스포츠 패키지는
옵션인 전자제어 서스펜션과 4P 브레이크가
기본으로 적용되는 것을 제외하면
사실상 드레스업을 위한 치장용 패키지.
3.5 터보 모델의 경우 이야기가 다르다.
3.5 터보는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기본이라
4P 브레이크 및 20인치 휠이 들어오고,
그 위에 '다이내믹 패키지'가 선택 가능해진다.
다이내믹 패키지는 스포츠+ 모드 활성화,
미쉐린의 파일럿 스포츠 4S 타이어 기본 장착
및 후륜 조향과 렉시콘 18스피커 오디오,
액티브 로드 노이즈 컨트롤(ARNC)까지 다 포함.
이제 좀 본격적으로 '스포츠' 다워진다.
사실상 3.5 터보에서만 스포츠 이름다운
진가가 제대로 발휘되는 것.
뜬금없이 웬 렉시콘 오디오냐 싶겠는데
가상 주행사운드를 위해서 필요한가보다.
이 모든 걸 다 포함한 다이내믹 패키지는
단 돈 310만원. 초특가나 다름없다.
20인치 파일럿 스포츠 4S 네 짝만 해도
200만원에 육박하는 타이어인데,
이 모든걸 다 넣어서 310만원이다.
물론 스포츠 패키지(300만원)를 먼저 고르고
310만원을 추가로 내야하기 때문에
금액적으로 만만한 액수는 아니나
이정도면 선택하는 게 남는 장사.
남는 장사인 이유는 뒤에서 설명함.
시승 차량은 '캐빈디시 레드' 색상으로
스포츠 전용 색상이다.
2022년식이 출시되면서
블레이징 레드라고 신 색상이 추가되었는데,
캐빈디시 레드는 그보다 메탈릭한 느낌이 강하다.
난 요즘 개인적으로 G80에는
베르비에 화이트라고 무광 흰색이 최고인데
길거리에서 G80 스포츠에 이 컬러가 입혀진 차
딱 한 대 봤는데 정말 이쁘더라.
G80보다 GV80 디자인을 더 좋아하는 입장에서도
G80 스포츠의 디자인에 정점을 찍어준달까.
이렇게 다크 크롬이나 블랙 하이그로시 처리가
외관에 많은 차는 그 장식과 대비가 선명한
흰색 같은 밝은 컬러가 대체로 어울린다.
현행 G80(RG3)의 디자인은
공개 당시부터 많은 호평을 받았는데,
나 역시도 좋은 점수를 주긴 주겠으나
전면 마스크의 요소들(헤드램프와 그릴 등)의
비례감이 GV80보다는 소폭 못하지 않나 싶다.
G80 스포츠의 전면은 그 문제가 좀 더 심한데
앞 범퍼의 공기 흡입구 사이즈가 굉장히 크다.
전면 그릴의 면적이 이미 매우 넓은 와중에
이런 범퍼 형상까지 갖추니
3470cc 트윈 터보가 아닌
8324cc 쿼드 터보 정도 되는 인상이다.
각종 인테이크들의 사이즈를 줄이면 좋겠다.
중후한 디자인을 바탕으로 스포츠 이름에 걸맞는
공격적인 디자인을 갖춘건 칭찬할 만.
후면 범퍼의 디자인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
좌우 장식들이 팔자주름같이 생겨서
아주 신경쓴 디자인이라는 인상은 없다.
제아무리 출력의 향상이 없다지만
강화된 주행감각을 생각하면
조금 더 과감해져도 되지 않을까?
BMW의 M5 컴페티션을 보라.
좋은 예시여서 들고나온 게 아니라
아주 우락부락하고 난잡하기 짝이 없다.
비즈니스 스포츠세단 주 구매층도
이런 디자인까지 이제 거부감 없이 산다.
G80 스포츠도 그러니 조금 더 공격적인,
하지만 균형잡힌 디자인을 도입하면
아마 차세대에는 더 완벽해지지 않을까.
이 차는 !스포일러 주의! 타보면
G80 스포츠보다 G80의 완성형에 가까운데,
마지막 한 방이 아쉬웠던 G80 3.5 터보의
그 한 방을 시원하게 먹이는 패키지나 다름없다.
보통 '스포츠'라고 하면 기존보다 더 잘 달린다고
소비자들이 당연하게도 인식하는데
G80 스포츠는 G80 일반형보다
확실히 더 잘 달린다.
그런데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고
기존보다 승차감도 더 향상되어서
'G80 3.5 터보가 원래 이렇게 나왔어야 했네'
싶은 수준까지 다방면으로 좋아졌다.
나도 본격적으로 타보기 전까지는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들인데,
다이내믹 패키지의 공이 크다.
다이내믹 패키지의 첫 번째 구성품인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4S 타이어는
역시나 이름값대로 접지력이 상당하다.
G80의 큰 덩치를 감당하기에
G80의 피렐리 P Zero 올 시즌은
형편없는 수준의 접지력을 자랑해서
너무나도 모자랐는데, 그 부분을 정확히 채운다.
아반떼 N처럼 타이어의 접지력이 받쳐줘서
댐핑에 한 숨 돌릴 여유를 불어넣을 수 있었기에
20인치 휠을 끼면 방지턱 같은 큰 요철을 밟았을 때
쿵 하고 때때로 전달하던 G80 3.5 터보와 달리
조금 더 나긋나긋하게 한 스푼 덜어 전달한다.
스프링은 약간 단단해졌지만
그 단단해진 스프링과 댐핑의 궁합이
이전보다 한 단계 더 진보한 덕분에
비로소 고급차다운 승차감이 완성됐다.
이번에 신형 G90(RS4)에 에어 서스펜션이
제네시스 브랜드 최초로 도입됐는데,
에어 서스펜션 없이 이 정도면 훌륭하다.
기본형 G80 3.5 터보는 20인치 휠을 끼면
낮은 사이즈 휠보다 충격량이
실내로 좀 더 전달됐는데,
G80 스포츠의 경우 전달량이 더 적다.
분명 '다이내믹' 패키지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제일 먼저 언급되는 내용이 승차감이라니
아이러니하지만, 사실이다.
파일럿 스포츠 4S 타이어 때문에
주행성능에서는 당연히 개선이 극명한데,
다들 미처 예상하지 못한 지점인 승차감에서도
상당부분 개선이 이루어져
차 사이즈와 체급에 맞는 승차감이 드디어 구현됐다.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주는 주행 모드 간
댐핑 차이는 생각만큼 그렇게 크지 않았는데,
바꿔 말하면 전 모드에서 두루 승차감이 좋았다.
심지어 스포츠+ 모드에서도.
승차감이 좋아진 것은
파일럿 스포츠 4S 타이어가 발휘하는 성능 대비
승차감이 꽤나 준수한 타이어란 점도 있을 것.
그렇다면 이 타이어의 하이라이트,
코너링은 얼마나 개선되었는가 보면
제법 큰 폭으로 좋아졌다.
당연하다. 타이어가 사기템이니.
다이내믹 패키지 미 장착 시 끼워지는
피렐리 P Zero 올 시즌이 너무 엉망이기도 하지만
이제 타이어가 차 크기를 부담스러워 하지 않는다.
다들 알다시피 현행 G80(RG3)은
어디에서나 E-세그먼트로 분류되지만
경쟁 차종들보다 한결 큰 차체 사이즈를 자랑한다.
5m에서 단 5mm 빠지는 기나긴 전장과
웬만한 중형 SUV보다 넓은 전폭.
이런 준대형급 승용차는 타이어도 성능이 좀 받쳐줘야
오히려 주행 시 안정감이 갖춰져 탑승객으로 하여금
편안한 느낌을 줄 수 있는 것인데,
지금까지 G80에는 별로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특히나 G80 3.5 터보 후륜 구동의 경우는
전반적으로 물리적인 덩치에 차 전체가 휘둘렸고
접지력이 떨어지는 타이어가 이런 불안감을 부추겼다.
접지력 좋은 타이어와 한결 숨통이 트인 댐핑이
모든 상황에서 기존 G80 3.5 터보보다
차분하고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여준다.
여기서 다이내믹 패키지의 두 번째 구성품
후륜 조향의 역할 역시 두드러진다.
G80 스포츠의 핵심 무기 중 하나는
모델 최초로 탑재된 후륜 조향인데,
저속에서는 앞바퀴와 반대로
고속에서는 앞바퀴와 동일 방향으로 돌아가
일상 영역에서는 회전 반경을 줄여 편의성을
좀 달릴땐 민첩성과 안정감을 더하는 장치.
G80 스포츠의 후륜 조향은 최대 3.5도까지 꺾인다.
확실히 후륜 조향은 유무에 따른 편차가 크다.
신형 G90(RS4)의 것은 4도까지라던데
G80 스포츠의 것도 충분히 효과가 느껴진다.
꼭 빠르게 달리는 운전 패턴이 아니더라도
5m에 육박하는 기다란 차체를 끌고
시내에서 유턴 시 훨씬 깔끔하게 돌 수 있다.
회전 반경이 후륜 조향 덕에 크게 좁아진 덕.
고속에서의 차선 변경 역시
너그럽고 길어진 댐핑에도 더욱 안정적이며
빠르게 굽잇길을 돌아나갈때는
차 사이즈가 한 체급 줄어든 느낌.
위에서 이야기한 타이어도
다이내믹 패키지 가격 치고
엄청난 혜자 상품이지만,
후륜 조향 때문에라도 이건 필수 선택.
동일 세그먼트에서 사람들이 인식하기에
가장 역동적이라 평가받는 차는
BMW의 5시리즈일텐데,
5시리즈가 좀 더 사뿐하고 가볍게
치고나가는 성향이 짙긴 하지만
G80 스포츠는 두루 진중하고
속도가 많이 올라가도 그 묵직함은
상당히 보존이 잘 되어 좋다.
차 사이즈가 경쟁 차량들보다 더 커서
아주 날쌔기는 실질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모든 속도 영역에서 꾸준한 이 느낌은
오히려 더 나은 쪽에 베팅했다 느껴진다.
5시리즈는 옛날과 달리 요즘엔
속도를 꽤 붙이면 불안하거든.
결코 날렵하거나 짜릿하다고 하긴 어렵지만
'좋다' 느낄 요소들을 한 데 버무린
밸런스가 G80 스포츠에서 단연 돋보인다.
다이내믹 패키지의 또 다른 구성품은
스포츠+ 모드의 포함인데
나는 사실 좀 빠르게 달리려 하면
자세 제어장치를 처음부터 다 끄기에
스포츠 모드에 그걸 끄는 것이랑
별다른 거동 차이는 안 느껴졌다.
스포츠+ 모드의 경우
구동력 제어장치가 해제되는데
자세 제어장치는 따로 꺼줘야 한다.
별 다른 터치 없이는
자세 제어장치의 개입 시기가
약간 늦어지긴 하겠으나, 별반 차이 없다.
BMW M 차량들의 DSC 해제 전
MDM 모드를 조금 더 참고해서
스포츠+ 모드에서는 어느정도 후륜 슬립도
그럭저럭 허용하는 모드 정도로
공격성을 조금 더 띄면 좋겠다.
스포츠 모드에 이정도를 바란다는건
이런 덩치 큰 고급 승용차에 무리겠지만
명색이 스포츠에 플러스까지 더했으니까.
내가 G80 3.5 터보를 타면서
변속기는 크게 칭찬했었는데,
G80 스포츠의 스포츠+ 모드에선
변속 속도가 더더욱 빨라졌다.
DCT가 오지 않는 이상
토크 컨버터식 자동으로 이 정도면
이 이상을 요구하는 사람은 없지 싶다.
변속기 다루는 솜씨가 절정에 달했다.
시승 차량은 스포츠 디자인 셀렉션이 적용되어
제네시스다운 내장 품질이 그대로 유지됐다.
고성능 트림이라 하면 알칸타라를
사방 천지에 쓰는 경우가 많은데
알칸타라가 싫은 내 입장에서 이건 웰컴.
스포츠 디자인 셀렉션은 블랙 원톤과
블랙/세비야 레드, 그레이/바닐라 베이지
이렇게 3종류의 색상이 구비되어 있다.
사진 속의 첫 번째 받은 시승차는
그레이/바닐라 베이지 내장 색상이었는데
화사하니 G80에 걸맞는 색감이다.
참고로 이 날 비가 오는 바람에
G80 스포츠는 두 번 타보았는데
블랙 원톤 내장 차량보다는 베이지가 낫다.
블랙 원톤도 빨간색 스티칭이 있지만
'스포츠'이기 이전에 'G80'인지라
고급차다운 분위기는 바닐라 베이지.
다만 트림은 스포츠 스탠다드 디자인의
블랙키쉬 리얼 알루미늄이 더 낫지 않나 싶다.
스포츠 디자인 셀렉션의 카본 트림이
리얼 카본이라 더 비싼건 알겠는데
대시보드 디자인과 살짝 미스매치.
논-스포츠 차량의 시그니처 디자인 셀렉션 II에
적용되는 우드트림보다 재질감은 낫긴 한데
트림 혼자 약간 튀는 느낌이 난다.
스티어링 휠 역시 디자인이 일반 차량과
완전히 다른 것이 적용되었는데,
내 눈엔 상당히 이쁜데
묘하게 미국차같은 느낌이 난다.
버튼류들을 블랙 패널로 마감한 것이
GM 차량을 연상케 하는데 나만 그런가?
제네시스의 주력 시장이 북미이니
이런 행보가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핸들 자체는 너무 두껍지 않으면서
잡을 만 하다. 일반적인 수요에 대응하나
두꺼운 핸들 좋아하는 내 입맛엔 조금 얇다.
계기판에 스포츠 전용 테마가 없는 것은
조금 아쉽게 다가온다.
본격 고성능 디비전 출신 차량은 아니라
없어도 깔 거리가 아니기는 하다만
현대의 N 차량들은 N 모드 전용
클러스터 테마가 정말 멋지고 이쁜데,
G80 스포츠에도 비슷한 거 하나 있었으면.
G80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내가 늘 입아프게 지적했던 것은
바로 이상한 시그니처 디자인 셀렉션 II의
시트 착좌감이었는데 이건 좀 낫다.
'스포츠' 이름 답게 역동적인
화살표를 연상케 하는 무늬가
스포츠 디자인 셀렉션에 적용되었는데
이게 한결 낫긴 하나 아주 좋진 않다.
시트 포지션 문제도 여전하긴 하다.
내가 신장 대비 팔이 짧고 다리가 긴데다
앞으로 꽤 당겨 앉는 타입이라 그렇다만
조금만 더 낮게 내릴 수 있으면 좋겠다.
G80 스포츠의 다이내믹 패키지에
18스피커 렉시콘 오디오가 기본 포함인데
이 렉시콘 시스템은 G80 시승기에 맨날 적던대로
소리가 양감이 다소 부족하고
렉시콘다운 웅장함이나 무게감이 적다.
현재 판매중인 제네시스 라인업 중에서
렉시콘 오디오가 선택 가능한 차량 중에는
GV70이 가장 소리가 괜찮던데, 아이러니하다.
메르세데스-벤츠의 13스피커 부메스터나
BMW의 하만 카돈보다는 낫긴 하지만.
BMW는 이제 하만 카돈도 반도체 핑계 대고
빼니 마니 하는데 참 추하다.
다이내믹 패키지에 기본 포함이라
그냥 묶여서 선택하는 것이긴 한데,
별도로 선택하라 하면 안 하겠다.
그러나 이 렉시콘 시스템이 들려주는
가상 사운드는 꽤 들을 만 하다.
G80 3.5 터보를 타면서는
가상 사운드를 칭찬했고
G80 2.5 터보는 4기통에 맞지 않는
이상한 머슬카 소리가 나서 싫었는데
G80 스포츠는 스포츠 이름값 답게
들을만 한 가상 사운드를 들려준다.
그럼 G80 스포츠는 아쉬운 점은 없는가?
안 짚고 넘어갈 수 없는 출력 이슈.
'스포츠' 딱지가 붙었지만
엔진 출력은 변함이 없다.
2.5 터보와 3.5 터보 모두.
지난 G80(DH) 시절에는
일반 모델은 자연흡기 엔진으로만 구성됐고
그래서 스포츠는 3.3 터보 엔진이 올라가
비교적(?) 스포츠 이름값만큼 잘 나갔는데
이제 G80(RG3)은 전 모델이 터보 엔진이라
2.5 터보와 3.5 터보로 구성된 상황.
3.5 터보의 출력이 380마력이고
아는 사람은 알다시피 이는
굉장히 보수적으로 잡혀있는 수치.
그래서 G80 스포츠는 이 봉인을
조금이나마 풀어줄 것이란 관측이 많았는데
최대 출력은 그대로 유지됐다.
G80 3.5 터보 시승기때도 적었지만
한번만 더 적자면, 남들보다 500cc 더 크고
터보도 두 개나 붙은 엔진 치고 약간 아쉽다.
특히나 메르세데스-AMG는 53 AMG 모델에
3리터급 싱글 터보 엔진으로 429마력,
마일드 하이브리드까지 더해 450마력을 뽑는다.
트윈 터보임에도 터보 랙이 조금 있다만
두둑하고 넉넉한 토크가 쭉 큰 덩치를 민다.
200km/h까지 대략 18초 정도 소요됐으니
큰 배기량에 터보도 두 개나 붙은 값은
고속에서 밀어붙일때 드러난다.
G80이라는 차량 특성상
급작스러운 발진은 크게 필요 없고
높은 속도에서도 힘이 남아돈다는 인상이
더욱 중요한데, 이는 다행히 놓치지 않았다.
런치 컨트롤은 회전수를 조금 더 높게 써도
큰 문제 없지 않을까 싶다.
나는 출력이 봉인된 이유가
변속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아마 맞을 거다.
현대 트랜시스의 A8R50 변속기의
최대 대응토크는 530Nm.
G80 3.5 터보의 54kg·m과 일치한다.
사실상 변속기가 감당 가능한 최대 토크에
이미 도달한 상태라 더 올릴 수가 없다.
출력과 토크는 직접적인 상관관계라
대량으로 판매될 일반 양산차에
내구성 리스크를 감수하고 올릴 순 없었을 터.
에쿠스(VI)나 초기형 제네시스(BH)때처럼
ZF나 아이신에서 변속기를 사 와도 되지만
계열사 제품을 굳이 놔두고 사와서 쓸만큼
출력 상승이 그리 중요하지는 않다고
개발진이 판단하지 않았나 추정한다.
특히나 최근 현대자동차가 변속기를
너무나도 잘 다룬 덕분에
자사 제품을 쓰고도 변속 성능이나
전방위 사용성은 아주 탁월해서
엔진 스펙과 변속기를 유지한 것 같다.
현대 호주 법인에서 스타렉스 N 쇼카를
402마력에 56.6kg·m 셋팅으로 만든 적이
있긴 하지만 그건 일회성 차량이잖아.
특히나 프리미엄 브랜드에서는
소소한 숫자놀이도 꽤나 중요하기에
고객 입장에서 조금 아쉽긴 하다만
회사 입장도 아주 이해가 안 되는건 아님.
웃기게도 그래서 엔진과 변속기가 없는
전기차로의 대 전환 시대에서
제네시스의 미래가 더 밝게 예상된다.
G80 스포츠는 그래서
G80의 최종 진화형을 위한
업그레이드 키트라고 보는게 맞다.
처음에 G80의 고성능 모델은 스포츠인데
GV60은 왜 고성능 모델에 퍼포먼스라 했을까
둘을 비교하며 조금 의문이었는데,
출력에 손을 안 대서 그런 듯.
승차감도 기본형 G80 3.5 터보보다 더 좋고
주행 성능은 물론 후륜 조향 덕분에
일상 속 주차나 유턴 시 더 편하다.
사실 380마력이나 420마력이나
G80을 구입할 소비자들이 그 둘의 차이를
느낄 일은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짐작하는데
그 외 일반적인 주행 패턴에서도 느낄법한
요소들은 하나같이 한 단계 더 나아갔다.
G80 3.5 터보를 타보면서
'아, 정말 조금만 더 잘 하지'
했던 아쉬움이 완벽하게까진 아니지만
거의 다 사라지고 이젠 만족스럽다.
대부분 다 넣은 G80 스포츠(+다이내믹 패키지)는
8천만원대 중반이라는 가격표가 붙는데,
국산차가 무슨 이만큼씩이나 해
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지만
이런 패키징에 이 정도 가격이면
국산이라는 메리트는 아직 살아있다.
경쟁하는 독일 브랜드들의 모델들을
다 따라잡으려면 남아있던 한 발자국이
이제 소숫점 단위로 내려갔다.
그 차이는 정말 근소한 수준.
준대형 스포츠세단을 향한 첫 번째
본격적인 시도는 꽤나 성공적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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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80 SPORT,
BEAUTIFUL BEAST BY GENES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