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구형 제네시스나 G80으로 이름이 바뀐 뒤의 G80을 상당히 좋게 생각하는 편이다.
전륜구동 기반의 저렴하고 가격 대비 구성 좋은 차만 만들던 현대가 이렇게는 안되겠다 싶어서
있는 기술 붓고 없는 고급 부품 사와서 모든걸 다 때려넣어 만든 초기형 제네시스.
지금 생각해도 BH는 나온 시기를 생각하면 현대의 상당한 역작이다.
그 뒤를 이어서 출시한 DH 역시 현대의 간절함이 짙게 느껴질 정도로
총력을 다해 완성도를 끌어올렸다는걸 느낄 수 있었다.
DH G80을 타면서 느낀 점이라면,
"아직은" 경쟁하는 독일차에 못 미치지만, 이정도로 완성도가 계속 가파르게 상승한다면
정말 다음 작품은 독일차랑 한번 해볼 만 하겠다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었다.
그렇게 7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이제 또 다시 한번 큰 점프를 할 차례.
이렇게 나온 차가 바로 더 올 뉴 G80(RG3)이다.
문제는 이 차가 처음 공개되고 나서 나는 정말 탐탁치 않았었다.
호평이 많았던 외장 디자인도 내 기준에선 후면이 조금 아쉽고,
실내 디자인은 정말 저게 최선인가 할 정도로 지적할 부분이 많다.
게다가 아직 독일차를 쫓아가는 입장인 현대가 몸을 사리고
전작들 만큼 죽을 힘을 다해 차를 만든다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는다는게
가장 큰 문제점으로 다가왔었다. 벌써 오만해지면 안되는데.
G80이 경쟁 상대로 지목하는 차들은 워낙 오랜 역사와 우수한 상품성을 자랑한다.
안락한 승차감과 시선을 끄는 디자인, 훌륭한 달리기 실력까지.
십 몇년 전과 다르게 지금은 국내 판매 가격도 상당히 저렴해져서
대한민국 내 독일차 전성시대를 연 장본인들이기도 하다.
'지금까지는' 후발 주자니까, 그리고 상대하는 독일차들이 너무 막강하니
G80의 완성도가 상대적으로 조금 떨어져도 이해해줄 수 있었다.
하지만 코드네임이 이제 말해주듯이,
이번 G80은 벌써 세 번째 차량이며 십년이 넘는 짧지 않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싸움이다.
안그래도 요즘 독일차들, 예전의 탄탄한 감각 보다 조금 누그러진 모습이다.
제네시스가 강력한 카운터 펀치를 날릴 절호의 찬스이다.
더 올 뉴 G80이 과연 그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
7년의 세월을 건너뛴 신형이 전작을 딛고 큰 개선점을 보일 수 있을까?
더 올 뉴 G80은 바닥부터 새로 개발된 최신형 3세대 후륜구동 플랫폼을 바탕에 깔고,
새로운 스마트스트림 2.5T, 3.5T, 2.2D 엔진을 얹는다.
새로운 술을 새 부대에 착실하게 담았다.
오늘 시승한 차량은 3.5T로 그 중 가장 출력이 높고 판매 비중은 낮을 모델.
이전과 다르게 새로 담은 술이 어떤지 맛을 보는게 최우선 과제일 듯 하다.
3470cc의 배기량에 터보를 두개나 달고 있는 이 엔진은 380마력이라는 강력한 출력을 내나,
경쟁하는 독일산 모델들이 싱글 터보에 3.0L급 엔진을 사용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다소 과한 설정이라고 볼 수 있다. 다운사이징 시대와 역행하기도 한다.
요즘의 독일차들은 발빠르게 터보엔진을 도입한 뒤 지속적으로 터보랙을 줄여나가며
정말 요즘에는 셋팅마저 플랫 토크로 맞춰 이게 터보가 장착된 차량인지 구분이 어렵게 한다.
G80의 3.5T 엔진은 그보다는 과급기 차량의 성향이 짙다.
저회전대에서부터 터져나오는 강력한 토크감이 운전자를 거침없이 밀어붙인다.
매끈하고 여유있게 파워를 올린다기보다
"내가 이렇게나 힘이 세고 강력해!!"를 운전자에게 바로바로 전달한다.
기존의 람다 3.8 / 타우 5.0 엔진이 상당한 고회전형이어서
스펙 상으로는 이를 대체하는 유닛이지만, 성향은 다소 상반된다.
안그래도 국내 소비자들, RPM 높게 쓰면 차 터지는줄 아시는 분들 꽤 계시는데
회전수를 거의 안 쓰고도 도로에서 마주치는 어지간한 친구들을 저 멀리 뒤로 보내버릴 수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M256이나 BMW의 B58은 정말 터보랙이 극소량인데,
트윈 터보까지 갖춘 스마트스트림 3.5T는 그보다는 조금 더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경쟁 독일 파워트레인 대비 극소량 더 많은 거지,
절대적으로 보면 이 엔진 역시 트윈터보의 효과로 터보랙 지속시간이 짧다.
경쟁사는 이제 과장 섞어서 터보랙이 없다고 해도 될 정도라고 하면,
이 엔진은 그정돈 아니고 터보랙이 많이 줄었다, 라고 평가 할 수 있을 듯 하다.
터보도 하나 더 달고 배기량도 500cc가량 높은데,
독일차들보다 못하다면 여전히 현대가 기술력에선 그들보다 뒤처진다고 볼 수도 있고
현대가 터보를 하나 더 붙여가면서까지 이번엔 독일차 수준에 근접하게 맞췄다고 볼 수도 있다.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보는 사람에게 맡기면 될 것 같다. 출력 자체는 넘친다.
전작인 DH는 정말 기름 먹는 괴물이었는데,
더 올 뉴 G80은 경량화를 거쳤지만 차 사이즈가 커지는 바람에
중량 자체는 DH와 유사하다. 그러나 연비는 상당히 개선되었다.
시내와 고속 테스트 주행을 거치면서 G80 3.5T는 평균 7.7km/l의 연비를 기록했는데
기존 DH 3.3T 스포츠 HTRAC이라면 2km/l 가까이 덜 나왔을 구간이다.
성능 자체도 꽤나 차고 넘치면서 이제 연비도 준수한 수준으로 올라왔다.
다만 람다 트윈터보 유닛 자체가 엔진의 내구성 확보를 위해
경쟁사보다 기름을 더 뿌리게 셋팅이 된 것으로 필자는 추정을 하는데,
그 탓에 여전히 E450이나 540i보다는 기름을 좀 먹는다.
엔진은 전작 대비 적잖이 개선은 되었지만,
경쟁 상대들에게 조금 더 가까워졌을 뿐 맞붙을 레벨은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
그 다음은 파워트레인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참에 생각난 변속기.
더 올 뉴 G80을 타면서 제일 놀란 부분 중 하나이다.
이 급 토크컨버터식 RWD기반 오토 중 최고를 뽑으라면 단연 ZF의 8HP시리즈를 꼽을 것이다.
경쟁 차종으로 손꼽히는 BMW의 5시리즈(G30)는 가히 동급 최고의 변속기를 갖추고 있다.
빠른 변속 속도. 컴포트 모드에서의 부드러운 변속. 스포츠 모드에서의 탕 탕 치는 변속 감각.
어느 하나 빠지는 것 없이 훌륭한 변속기이다.
더 올 뉴 G80의 8단 자동변속기는 그 급은 아니지만,
운전하면서 바로 확 와닿을 정도로 엄청난 개선을 이루었다.
전작인 DH G80의 8단 자동은 나무랄 데 없는 성능을 보이긴 했지만,
주행 모드와 상관없이 물 흐르듯 구분이 힘든 변속감과 느린 다운시프트가 아쉬운 점이었다.
더 올 뉴 G80은 이제 스포츠 모드에서 어느정도 고의적인 변속충격을 만들어낸다.
스포티한 주행과 운전에 몰입하는 것을 돕기 위한 적정한 수준이고,
실제로 변속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유도한다.
다만 ZF의 미션 대비해서는 그 감각이 조금 약하게 들어온다.
그러나 이정도만 해도 충분하다고 느낄 수준.
업 시프트는 원래도 필요 이상으로 넉넉한 속도를 자랑했기에 여전히 훌륭하고,
DH G80 뿐만 아니라 동일 변속기를 사용하는 스팅어나 G70까지 문제점으로 지적받던
다운시프트 속도 또한 소폭 빨라졌다. 변속 질감 역시 한층 업그레이드 되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9G-트로닉보다 저속에서의 변속 충격이 적은 것도 장점.
이전에는 변속기 측면에서 경쟁 차종 대비 확실한 열세를 보였다면,
이제는 ZF급은 아니지만 ZF미션이 아니어서 아쉽지는 않을 수준까지 단번에 뛰어올랐다.
현대파워텍 후륜 8단자동이 제대로 농익어서 완성도가 최대치까지 올라온 느낌.
현대가 최근 내놓은 8단DCT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내놓는 변속기들이 하나같이 물이 올라있는데
그의 일환으로 더 올 뉴 G80의 8단 자동역시 깜짝 놀랄 정도로 좋아졌다.
시승하면서 느낀 점 중에 가장 칭찬해주고싶은 포인트로 손꼽힐 것 같다.
더 올 뉴 G80에 적용된 신형 3세대 플랫폼은 저중심 설계를 강조한다.
새 플랫폼이 적용된 만큼 고속주행시 안정감을 기대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이건 현대가 그동안 잘 못했던 부분 중 하나이다.
DH G80는 저속에서야 차량의 무게가 도로를 짓누르며 무난하게 깔고 가는 느낌이었지만
속도를 꽤 올리면 안정감이 일정부분 무너지는 경향이 있었다.
그리고 고속주행 시 다른 현대차 대비 큰 차별화를 이루지 못했었다. 평이한 감각.
속도를 낸다고 옛날 현대차처럼 차가 확 뜨는 것도 아니었지만
안정적으로 노면에 달라붙는다고 하기도 뭐한.
더 올 뉴 G80은 고속주행 시 전작과도, 현대차와도 상당한 차별화를 꾀한다.
저중심 설계에 힘입어 차가 차분하게 가라앉으며 공기를 가르며 달려나간다.
무게중심이 낮아졌다는 것은 속도를 올리면 단번에 알아챌 수 있으며
이전의 현대차에서는 눈을 씻고 둘러봐도 찾아볼 수 없었던
앞머리가 살포시 조금 가라앉는 느낌을 주는데 정말 현대차 역사에서 전무후무하다.
이런 말 하면 현대한테 돈이랑 시승차를 동시에 받았냐고 한 소리 들을 것 같은데
고속안정감 개판 된 요즘의 BMW보다 더 올 뉴 G80의 고속안정감이 훨씬 뛰어나다.
차의 덩치가 매우 크기때문에 거기서 오는 이점도 있겠다만,
구형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동급 차종 대비 사이즈가 컸다는걸 생각하면
새 플랫폼과 서스펜션 셋팅의 승리라고 볼 수 있다.
고속안정감만 따지면
E클래스 >>>> G80(RG3) > A6 >> 5시리즈 >>> G80(DH)
정도. 내가 현대가 만든차를 타면서 이런 소리를 하는 날이 오다니.
비어만 사장이 와있는 덕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대단히 좋아졌다.
그리고 이 부분은 독일차들과 동일한 리그에서
놀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변속기와 더불어 칭찬을 쏟아부어도 아깝지 않을
디 올 뉴 G80의 최고 강점 중 하나이다.
분명 신형 플랫폼은 저중심설계라고 하는데
신형 3세대 플랫폼을 적용한 차량은 전/후륜을 막론하고
거의 다 최저 시트포지션이 생각보다 높다.
DN8 CN7 MQ4 JX1 그리고
RG3(더 올 뉴 G80)까지.
신형 플랫폼 적용 차량 중에 유일하게
어느정도 낮게 내려가는 차는 DL3 K5밖에 없었다.
이게 나에게 있어서 꽤 큰 문제를 일으키는데,
우선 나에게 딱 맞는 자세를 끝까지 찾지 못했다.
끝까지 내리고 운전했음에도 몸이 조금 떠있는듯한 느낌이었고
이 상태로 장시간 운전하면 허리통증을 유발할게 뻔해 보였다.
벨로스터N 버킷시트조차 포지션을 높게 만드는게
현대자동차라 새삼스럽진 않은데 불편하다.
이전작인 DH는 하루에 초장거리 운전을 해도
불편하지 않았던 자세를 금방 찾았는데
더 올 뉴 G80은 어떻게 맞추든
나에게 완벽한 자세가 나오지 않았다.
동 플랫폼을 사용하는 GV80 운전석에 앉아
나에게 맞췄을 때도 약간 높나? 하는 생각이었지만
그건 SUV 특성상 이해가 가능한 정도였지만 이건 세단.
낮게 내릴 수 있는 선택권을 주고
고객이 편한 자세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다.
뒤에서 얘기할 실내 문제와 더불어
이게 내 생각에 G80의 가치를 상당부분 깎아먹는다.
E세그먼트 고급 세단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승차감이다.
디 올 뉴 G80은 승차감 하나는
'남들보다 확실하게 잡고 간다'
마인드로 개발을 한 것이 분명하다.
어떤 상황을 만나건, 어떤 주행모드에 있건
승차감 하나는 동 가격대 최고를 달린다.
20인치나 되는 거대한 휠을 끼우고
스포츠 모드를 놨음에도
승차감이 상위권이라는 느낌이었다.
테스트를 위해 시내 구간을 컴포트 모드와
스포츠 모드를 번갈아서 통과했으며
요철이 많은 구간과 고속도로 주행 역시
두 가지 모드를 번갈아서 사용했는데
어떤 노면을 만나도 승차감이 좋아
이 차의 성격을 대번에 드러냈다.
서스펜션에서는 이렇게나 승차감 구현을 잘 해놨는데,
그 좋은 승차감을 몸에 전달하는 역할은
시트가 절반 이상 분담한다.
그리고 그 시트가 승차감 체감을 방해한다는게
디 올 뉴 G80의 큰 문제점으로 다가온다.
시승차에는 적지 않은 구매자들이 고를
시그니처 디자인 셀렉션 II 옵션이 선택되어 있었다.
이것을 선택하면 나파가죽시트와 독특한 시트 패턴,
천장 스웨이드 및 오픈포어 우드 트림 등이 포함된다.
시트의 가죽과 쿠션이 이렇게까지
탄탄할 필요가 있나 의문이거니와
디자인을 위해 넣은 Y자형 장식은
공익광고협의회 예전 로고인지 뭔지 착좌감을 망친다.
앞서 이야기한 시트포지션 문제와 더불어
이게 3연타로 작용해서
기껏 구현해놓은 좋은 승차감이
몸에 제대로 전달되는 것을 막아선다.
전작의 경우는 시트가 이러지 않았던 것으로
내가 분명히 기억하는데
차량 자체가 스포티한 성향으로 바뀐 것도 아니고
굳이 이럴 필요가 있었는지 매우 의문이다.
GV80의 경우도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있지만
GV80의 시그니처 디자인 셀렉션 II 시트에
적용되는 엠보싱을 닮은 퀼팅 장식은
착좌감 방해가 약간 덜한 편이다.
시그니처 디자인 셀렉션 II는
300만원에 달하는 거액의 옵션인데
기본형 인테리어보다 착좌감이 나쁘면
약간 갸우뚱하게 된다.
시그니처 디자인 셀렉션 II에 포함되는
천연 오픈포어 우드트림의 질감 역시
옵션 가격을 생각하면 너무 떨어지는 편이다.
G80(DH)의 럭셔리 트림 기본 우드트림이랑
질감 촉감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
GV80 역시 동일하지만 GV80은 그나마 적용 범위가
센터콘솔이랑 도어트림에 그치는데
디 올 뉴 G80은 온 대시보드를
시원하게 가로지르도록 적용을 해놓고
옵션가를 이렇게 높게 받으면서 이러면 안된다.
개선이 필요하다.
그럼 시그니처 디자인 셀렉션 II를 빼면 되지 않느냐?
300만원이나 아끼고 좋지 않나? 하겠지만
이 가격대에서 G80을 선택하는 이유가 뭔가.
수입차를 타기 눈치보이는
불가역적인 사연이 아니고서야
독일차와 비슷한 가격이지만
국산이라 보다 편한 유지보수 및
풍부한 장비와 보다 넓고
럭셔리한 실내를 위해 고르지 않나.
기본형 인테리어를 골라 출고할 거면
E클래스를 구입하는게 낫지 않나?
그리고 우드트림은 질감이
부르는 값 대비 떨어진다 뿐인데
기본형 인테리어의 블랙 하이그로시가
대시보드 전체에 들어가 있으면
고급감도 그닥이고 먼지랑 흠집날 것 생각하니
벌써부터 두통이 생길것만 같다.
이런 문제가 있지만 그래도 G80을 살거라면
시그니처 디자인 셀렉션 II는 꼭 넣는걸 추천한다.
대시보드 가죽마감이나 천장 스웨이드마감은
고급감에 있어서 차이가 매우매우 크다.
백번 천번 만번 강조해도 아깝지 않다.
그러나 이것이 디 올 뉴 G80의
핵심적인 문제인건 분명하다.
3.5T 모델에만 들어가는 4p 브레이크의 경우
제동 성능과 지속성 둘 다 훌륭하다.
끼워져있는 피제로 올시즌이 오히려 성능이 모자라다.
또한 전자식 브레이크 페달이 이번 세대에 최초로 도입되었는데
기존의 앞쪽에 답력이 몰빵된
현대기아식 제동감각에 익숙해져있다면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만,
내가 탔을때는 이질감이 크게 안 와닿았다.
4p 브레이크의 성능도 좋고 하위 모델에 들어가는
기본형 브레이크마저 성능이 꽤 괜찮다.
제네시스 모델에는 확실히 달리고 서는 기본기에
드디어 투자를 꽤 하는 듯.
이제 도는 성능에 대해 이야기 할 차례.
이 차의 코너링 성능에 대해 혹평이 있었던걸로 기억한다.
근데 그것도 몇몇 매체에서 까는만큼
심각한 수준인가 하면 그건 아니다.
일단 기본적인 차의 덩치가 있기 때문에
날렵한 코너링 같은건 기대도 안 했다.
디 올 뉴 G80은 차가 크다는걸 알지만
큰 덩치를 숨기는 단계로는 가진 못했다.
승차감에 크게 베팅한 서스펜션 셋팅답게
주행성능이 엄청나게 다이나믹하고 그러진 못하다.
탄탄하기로는 오히려 그랜저IG 전기형이
더 탄탄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그건 정말 타보고 놀랄 정도였었다.
그러나 물러서 좀만 잡아넣어도
이리 휘둘리고 저리 밀려나고 하는 수준은 절대 아니다.
인상적이지 않다 정도로 정리하면 맞을 것 같다.
다만 문제는 G80 3.5T의 성능을 보면 E450이나 540i,
A7 55TFSI랑 비교하는게 맞고
가격을 보면 E300과 530i, A6 45TFSI랑 비교해야 하는데
성능으로 동급을 맞춰버리면 에어 서스펜션을 채용한
라이벌들이 너무 멀리 앞서가있다.
그들은 승차감 역시 빠지지 않으면서
주행성능도 동시에 뛰어나다.
가격을 보고 비교하면 G80은 E클래스 다음으로
안정감을 자랑하기는 하다만
그들과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일정부분 패배를 인정하는 것이기에
프리미엄 브랜드 차량으로선 좀 그렇다.
제일 우려했던 부분에선
역시나 마지막 한방이 아쉽다.
독일차들의 무서운 점이 승차감과 주행성능을
둘 다 일정 수준 이상 동시에 잡는다는 것인데
더 올 뉴 G80은 한가지에 치중한 나머지
다른 한 쪽은 놓쳐버렸다.
물론 차량의 특성상 코너링 성능을 놓쳐도 타는데는
크게 상관이 없을게 확실하나
비슷한 가격을 주고 두가지를 잘 하는 차를 사겠는가
아니면 한가지만 잘하는 차를 사겠는가?
많은 부분에서 열심히 독일차를 맹추격했지만
아직 거리가 좀 남아있음이 여기서 느껴진다.
가격을 생각하면 G80이 여유가 좀 있으나
고급차까지 와서 가성비로 승부하면
고급 브랜드를 따로 런칭한 의미가 사라진다.
몇십년 이상의 역사와 노하우를 가진 경쟁 독일 브랜드와
이제 겨우 뒷바퀴굴림 기반의 고급 세단을 만들기 시작한 현대가 게임이 될지
현대차가 이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시점부터 걱정이 되었는데
안타깝게도 우려가 약간은 현실화가 되었다.
Third time's the charm이라는 구절도 있듯이
세 번째 모델에선 그들을 압도할
무언가를 갖췄어야 하는데, 많이 따라잡았으나
쉽지 않은 상대인만큼 아직은 모자라다.
현대가 짧은 시간 안에 이만큼이나 발전한것도
실로 대단하고 박수쳐줄 만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시장은 냉정하며 기다려주지 않는다.
디 올 뉴 G80은 이번에 본격적으로 수출도 해야하는데
이런 구성이면 브랜드 파워까지 아직 약하기에
가성비 마케팅으로 다시 빠질 위험이 크고
다시금 강조하지만 그럼 프리미엄 브랜드를
굳이 런칭한 의미가 반절 넘게 사라진다.
앞머리를 코너에다 꽂아넣는 것은 오히려
G80(DH)이 더 날렵하게 느껴진다.
DH도 큰 차인데. DH의 뒷바퀴 그립이 휘두르면
휘두르는 대로 날아가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DH G80은 몰아붙이면 자신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후륜이 접지력을 잃어버리는 증상이 있었는데
그 점에 있어서는 분명하게 잡고 갔다.
후륜의 접지력이 상시 크게 좋아졌다.
또 DH G80은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인
HTRAC을 선택하면 운전재미가 박살났었는데
이번에 새롭게 탑재한 AWD 시스템은
그보다 많이 나으면서 안정감도 더 뛰어나다.
G70에서는 HTRAC 모델에도
eLSD를 장착했다는걸 홍보를 그렇게나 하더니
G80의 AWD에도 eLSD를 넣어줬으면
좀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GV80은 비록 험로탈출용이지만
AWD에 eLSD 포함인데.
뉘르부르크링에서 그렇게 테스트를 하면서
eLSD 넣을 생각을 과연 못했을까?
나는 eLSD를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G80의 덩치를 생각하면
한번쯤 검토해볼 만 한 것 같다.
이전보다 주행모드 간 차이가 커진 것은 칭찬할 만 하다.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은 컴포트 모드에서는
정말 편안한 승차감을 구현하고,
스포츠 모드에서조차 승차감이 좋으나
댐핑이 약간 단단해지고 반응이 빨라진다.
전자제어 서스펜션까지 끼고도 주행모드가
거의 유명무실했던 이전과는 달라졌다.
거기에 스포츠 모드를 놓았을 때 들려주는
가상 사운드 역시 큰 폭으로 좋아졌다.
기존의 현대차 가상사운드는 그냥 없는게
나을 정도의 못들어줄 수준이었는데
GV80을 시승하면서도 큰 개선폭에 놀랐었지만
더 올 뉴 G80 3.5T 역시 이제는
상당히 듣기 좋은 사운드를 실내로 전달한다.
방음이 잘 되어있어 정숙한 와중에
괜찮은 가상 사운드를 들려주니
달리는 맛이 드디어 좀 난다.
전체적으로 주행에 총 점수를 매기자면,
E클래스(W213)를 10점으로 잡으면
대략 8점 정도가 될 것 같다.
이만큼 만드느라 고생했다.
많이 따라잡았지만 그들을 뛰어넘지는 못했다.
DH를 장거리 탑승하며 앞으로 더욱
열심히 개발하고 투자해야 할 것 같았는데
이번에도 똑같은 말을 하게 되다니 약간 유감이다.
하지만 발전한 것에 대해서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도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폭풍 성장했다.
조향감 자체는 DH보다 소폭 개선된 정도이다.
앞바퀴에 대한 정보가 아주 선명하진 않다만,
DH G80이 BD-EPS를 사용해서
국산차 중 상위권의 수준을 보여줬다면
G70과 스팅어에서 느꼈던 것처럼 디 올 뉴 G80은
좀 더 타이트하게 조여서 조향감을 살렸다.
현대는 쏘나타 등의 하위 차종과 구분하지 않고
뭉뚱그려 R-MDPS라고 표기를 하는데
현대차는 DP-EPS고 제네시스는 BD-EPS를 쓴다.
당연히 후자가 더 비싸고 공간활용에도 불리함.
이정돈 생색내도 괜찮다.
나는 온갖 별 최신 기술과 옵션은 그렇게까지
필요한가 꽤나 회의적인 입장이었는데
디 올 뉴 G80을 시승하면서는
옵션의 풍부함과 편리함에 매료가 되었다.
시승차는 후석 모니터까지 장착된 완전 풀옵션 모델이다.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컨트롤(NSCC)를 비롯해서
후측방 모니터와 서라운드 뷰, HUD 등
지갑을 열만한 옵션이 정말 많았다.
다만 HDA II는 국내 법규 탓에 사용법이 불편해서인지
그렇게까지 유용하단 느낌은 못 받았다.
렉시콘 오디오는 DH G80 시절에 비하면
이상하리만큼 품질이 수직낙하했으며,
기본형 오디오도 충분히 괜찮았다.
같은 렉시콘 옵션의 GV80보다도 소리의 품질이 떨어진다.
SUV가 실내 사이즈가 크기에 공간감 등에서
차이를 보일 수 밖에 없는 점은 인정하나
오디오 튜닝 자체가 GV80의 렉시콘과
조금 다르게 되어있다는 듯한 인상을 받았고
더 올 뉴 G80의 그것은 GV80보다 부족하다.
GV80과 다르게 액티브 노이즈캔슬링(ANC)도
안 들어가기에 넣지 말라고 하고 싶은데
GV80은 스피커 그릴의 면적이 그리 크지 않아
렉시콘을 빼도 인테리어에 별 차이가 없다만
G80의 경우는 도어트림에 대문짝만한 스피커그릴에
알루미늄 장식을 해주냐 마느냐가 갈려서
인테리어를 생각하면 넣는것도 괜찮을 듯 싶다
허접한 메르세데스-벤츠의 13스피커 부메스터나
포르쉐의 BOSE, BMW의 하만카돈보다는
확실히 좀 우세한데 볼보의 B&W나
재규어의 메레디안, 렉서스 마크레빈슨보다는 훨씬 떨어진다.
차량의 NVH 역시 기존 대비 소폭 향상되었고,
특히 풍절음 차단이 그냥 들어도 잘 되어있는 편이며
요즘 현대기아차 일부 차종들이
풍절음에 시달리는걸 생각하면 더더욱 잘한 편.
진동 차단은 급이 급이니만큼 역시 꽤나 잘 되어있다.
정숙하고 편안하게 타는 차 컨셉에 맞게
방음방진은 매우 뛰어난 점수를 기록했다.
GV80은 14.5인치 모니터가 곧추 서 있지만,
디 올 뉴 G80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니터가 안쪽으로 파인 공간에
살짝 파묻혀 내려가 있다.
시승차에 카플레이가 작동하지 않아
순정 내비게이션을 사용하는데
모니터 위치 상 송풍구 윗쪽 대시보드가
일종의 턱 처럼 작용해서 입력을 방해했다.
안그래도 멀찍이 운전대에서 누워서 앉는
보통의 대한민국 운전자들에게 있어서
모니터가 멀리 떨어져있기도 한데
안쪽으로 들어가있기까지 해서 약간 불편.
차를 제작하면서 테스트를 해봤을 것 같은데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 약간 의문이다.
이건 자잘한지 잘 모르겠는데
순정 타이어를 다른 것으로 바꿔주면 좋겠다.
GV80의 경우는 기본인 19인치만
피렐리의 스콜피온 베르데 올시즌을 쓰고
20/22인치는 미쉐린의 프라이머시 투어 올시즌을 사용해서
차 성격과 수준에 어울리는 적당한 타이어를 끼는데
디 올 뉴 G80의 경우는 돈을 더 내는 19/20인치에조차
피렐리의 피제로 올시즌이 장착된다.
쏘나타와 동일한 종류이며 성능이 형편없다.
미쉐린을 바라지만 그렇게까지 가지 않더라도
피렐리 내에도 좋은 타이어가 많은데
왜 이딴걸 달아주는지 납득이 잘 되지 않는다.
피 제로 올 시즌 플러스가 이미 출시된 지 오래고
플러스가 붙은 놈은 상당히 쓸 만 하거든.
전작인 G80(DH)의 경우는 18인치에 미쉐린 MXM4,
19인치에 컨티넨탈 컨티프로컨택TX을 넣어줬었는데
디 올 뉴 G80은 신차인데 사실상 다운그레이드나 마찬가지다.
이런데서 원가절감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타이어는 차량의 모든 것을 좌우하니까.
12.3인치 3D 클러스터는 3D 기능은 빼는게
고객에게도 원가절감에도 좋을 듯 하고
선택할 수 있는 테마들이 조금 더 이쁘고
보기 좋게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지능형 헤드램프는 밤에 빛을 발하지만
경쟁사들은 LED빔의 갯수가 몇십개를 넘어서
이제 세자릿수로 넘어가는 추세라
좌우 각 18개의 빔은 좀 적지 않나 싶다.
참고로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에 들어가는
멀티빔 헤드램프는 빔이 좌우 각 84개이다.
대중브랜드 차량인 르노삼성 더뉴SM6와
동일한 빔 갯수이니 분발이 필요하다.
이건 불만이 아니고 칭찬할 거리.
도장의 품질이 한결 더 좋아졌다.
G80(DH)도 다른 현대차보다 좋은 도료를 사용해서
도장 품질이 대중브랜드 대비 뛰어났었는데
이번 신차들(GV80 포함)의 도장 퀄리티를 보면 한단계 더 발전했다.
내가 받은 시승 차량은 세빌 실버 색상이었는데,
DH G80 시절보다 더 은은하고 깊이감 있는 은빛을
짠 하고 선보여서 시각적인 만족감을 선사했다.
또한 버튼류들의 조작감,
특히 창문 여닫는 버튼의 조작감이 더 좋아졌다.
이런 사소한 곳에 신경을 써야
진정한 고급차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인데,
이런 곳에 투자를 한 것은 칭찬해도 괜찮을 것 같다.
디자인에 있어서 호평이 많았는데
멋진 디자인이지만 몇가지가 조금 걸린다.
일단 후면에 G E N E S I S 레터링을 떼고
윙뱃지를 달아주는게 어떨까 싶다.
앞 뒤 마스크로 제네시스 로고를 형상화 하는데
너무 집중한 것 같고 두 줄 램프가 디자인의 핵심이긴 하지만
그것에도 과하게 몰입한 것 같다.
후면의 크롬 바는 어디서 튀어나온건지.
헤드램프/사이드 리피터와 테일램프 높이를 맞췄더니만
후면의 윗 공간이 너무 휑해 넣은 것 같은데
디자인에 있어서 균형을 해치는 오점인 듯 하다.
윙 뱃지를 쓰는 브랜드가 많아 뱃지 사용에 소극적인 건가?
그렇지 않다면 제네시스의 뱃지를 많은 이들에게
각인시키는 것 부터가 우선이어야 할 것 같다.
휠 디자인도 조금 더 특색있게 디자인 할 수 있을 것 같다.
G90에도 쓰이는 19인치 소위 '불판휠'은
이 차에 끼우니 장의차 같은 포스를 풍기며
'녹용' 19인치는 너무 난잡하며
20인치는 디자인이 별 특색이 없다. 멋지긴 하지만.
이 차를 산다면 18인치가 최고의 선택 같지만
공교롭게도 3.5T는 선택이 불가능하다.
실내도 도어트림과 대시보드가
자연스레 이어지는 디자인을 채택했는데,
GV80과 다르게 센터터널은 대시보드와 분리되어 있다.
1열 탑승객을 감싼다는 컨셉이면
센터터널을 센터페시아와 연결되게 잇는 것이
보다 자연스럽고 디자인 컨셉트에도 충실할 것 같다.
현대자동차 측에 의하면 한국적인 디자인으로
추후 출시될 제네시스를 만들겠다던데
한국적인 미를 강조하는 부분은 실내에서 거의 없지 않나 싶다.
레인지로버는 메레디안 오디오의 스피커그릴과
시트 디자인을 영국 국기 모양으로 한다.
참고하면 좋을 듯 하다.
총평하자면,
디 올 뉴 G80은 판매량이 입증하듯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고
그에 걸맞는 상품성을 충분히 갖춘 모델이다.
전반적인 주행질감은 이제 독일차와
확실하게 구분되는 열세에서 벗어났으며
일반 소비자가 보편적인 주행 패턴에서
큰 차이를 체감할 수 있을까 싶은 수준까지 올라왔다.
변속기가 보여주는 성능과 고속주행 안정감은
정말 일취월장의 단계를 뛰어넘어
현대차 밎 제네시스에서 이보다 좋은 걸
앞으로도 볼 수 있을까 싶다.
하지만 일반 고객층들이 구분을 못한다고 해서
완전히 동급이라고 할 순 없다.
여전히 한 두 발짝 앞서나가는 독일차를
현대는 아직도 열심히 추격해야 하는 상황.
세대를 거듭하며 크게 높아져있는 차량 완성도에
그대로 머무르지 말고 계속 총력을 기울여야 할 듯 하다.
'프리미엄'의 세계에선 작은 차이가 큰 결과를 만드니까.
이제 한 발자국 정도밖에 차이나지 않는다고
그만할 것이 아니라는 건 현대도 잘 알거라고 믿는다.
현대가 여전히 다소 열세인 내연기관의 시대에서
탈출하여 전기차의 시대로 접어들고,
세월이 조금 더 흘러 완성도를 더더욱 다듬는다면
대한민국에서도 프리미엄 세단을 만든다는 이야기를
자신있게 할 정도가 되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오랜 역사와 앞선 기술력의 경쟁 차종을
거의 다 따라잡았다. 거의.
한 발자국이라고 표현할 만큼 가까워졌으니
실로 현대자동차와 제네시스의 발전이 눈부시다.
하지만 그 한 발자국이 결코 작지는 않다는 점.
그걸 채우는 데 상당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는 거.
더 올 뉴 G80이 보여준 개발 성과는 이러하다.
다시 한번 일취월장 했으나
아직 한 걸음 더 딛어야 하는 시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