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 다 빨대 꽂고 꿀 빨아먹고 있을 당시 SUV 출시에 인색하다가
이제서야 허겁지겁 SUV 라인업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는 현대는
어느샌가 갑자기 모든 세그먼트를 아우르는 모델 레인지를 갖추게 되었고
그 최하단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베뉴이다.
'혼라이프'를 외치며 혼자 살면서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1인 가구를 정면으로 겨냥한 마케팅은 생각보다 괜찮게 다가왔다.
내가 갑자기 혼자 살기 시작해서 그런건지
마진율이 높아 너도나도 참전 중인 소형 SUV 시장에
당돌하게 등장한 베뉴는 국내에선 생각만큼의 인기는 못 누리고 있는데
과연 베뉴가 더 많이 팔리는 자사 내 형님들에 비해
많이 부족한지 여부가 문득 궁금해지게 되어서 빌려봤다.
현대자동차측에게서 시승차를 받아도 되긴 하나
일정 상 이른 시간 대에 후딱 다녀와야 해서 그건 다음 기회에.
나는 개인적으로 코나와 셀토스는 상품가치가 바닥을 뚫고 있는 와중에
상품의 가격은 하늘을 찌르고 있다고 보고 있는 입장이다.
그게 소형 SUV가 돈이 잘 되고 있는 이유겠지만
아무리 봐도 비슷한 가격의 중형세단을 놔두고
살 이유가 전혀 보이질 않는다.
그럼에도 시장에서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르지만.
코나와 셀토스 둘 다 어지간히 옵션 넣고 타면 2천만원 중반을 훌쩍 넘는다.
귀여운 베뉴는 그보다 가격대가 낮아, 창렬트림 FLUX로 가지 않는 이상
2110만원 정도면 넣을거 다 넣고 구입이 가능하다.
모던에 스마트센스, 드라이빙 플러스, 모던 초이스II, 멀티미디어 라이트 플러스
까지 넣은 구성에 선루프는 기호에 맞춰서.
2021년식부터 LED 헤드램프가 모던 등급부터 기본화되고
기존의 익스테리어 디자인 패키지가 모던 초이스 II로 변경되었다.
그리고 모던 초이스 II에는 인조가죽 도어 암레스트가 새롭게 추가되었고.
사실상 액센트를 대체하는 차량인데,
해외 나가서도 액센트를 탈 정도로 액센트 전문가인 내가 봐도
베뉴의 구성은 꽤나 알차다.
스마트스트림G 1.6 엔진과 IVT 무단변속기를 얹은 SUV를
기존의 소형차와 같은 급으로 묶어주다니
현대가 웬일인가 싶을 정도로 구성이 괜찮다.
액센트를 잇는 차여서 그런가 액센트처럼 실적이 그닥인건 함정.
실내에 앉아보면 확실히 '급 낮은 차'를 타는 느낌이 드는건 사실이다.
인조가죽은 커녕 레자조차 많지 않을 정도로 생 플라스틱이 여기저기.
아반떼도 10.25인치 내비게이션 쓰는 시대에 꽤 좁아보이는 8인치 디스플레이.
풀 디지털 클러스터는 당연히 없음. 전동시트도 없음.
준중형까지만 해도 인스퍼레이션에는 천연가죽시트가 들어가는데,
더 낮은 소형급이라 그런지 이것도 과감하게 빠졌다.
여러모로 겉으로만 보면 낮은 가격 답게 형편없는 차 같아 보인다.
그러나 이 차의 진가는 운전해봐야 알 수 있는데
주행성능은 지금부터 칭찬을 시작할 베뉴의 최고 강점이다.
스마트스트림G 1.6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은 최고출력 123마력의 허약한 유닛이다.
아반떼에서조차 출력이 그리 넉넉하지 않은데, 소형급이어도 SUV에 얹었으니
호쾌한 가속력이나 넉넉한 파워 같은건 애시당초 존재하지 않는다.
강변북로가 유일하게 한적한 시간인 새벽이라 잠시 강변북로에 올려 보았다.
딱 제한속도 내인 80km/h까지는 답답하지 않은 가속을 선보이나,
고속도로에서 합법인 110km/h 이하 혹은 80km/h에서의 추월가속부터는
회전수만 요란하게 상승하고 힘은 다소 부족하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힘 모자란 차를 쥐어짜는 걸 굉장히 좋아하는데
연비만 무시할 수 있다면 허약한 자연흡기 차량을 쥐어짜는 것도 재미지긴 하다.
그러나 실 주행 중에 답답하게 느끼는 상황이 오기도 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 SM3이나 모닝 타는 사람들도 있는데 아주 못탈 건 아니다만..
감마 GDi 시절보다 출력을 줄였지만 오히려 더 빠른건 장점.
하지만 엔진이 힘이 좋고 아니고는 운전재미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게
내 생각이고 산길에 접어들어서도 이 작은 엔진은 꽤나 열심히 돌아주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단연 변속기.
현대는 사실 무단변속기에 그리 조예가 깊은 회사가 아니다.
오히려 일본(특히 닛산) 회사들이야말로 오랜 세월 무단변속기를 밀어온 장본인.
그러더니 갑자기 현대차가 스마트스트림G 1.6 엔진과 함께 짠! 하고 내놓았다.
현대가 요즘 변속기 셋팅에 물이 오르다 못해 폭발하기 직전이라,
그리고 감마 GDi보다 낮은 출력으로 더 빠른 가속이라 하면 변속기의 덕이 클텐데
완전 기대 만발이었다.
베뉴의 스마트스트림 IVT 변속기는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개발진 인터뷰를 보니 "유단변속기와 최대한 유사한 변속 감각을 제공하려 노력"했다던데,
정말 깜짝 놀랄 정도로 잘 만들었고 완성도가 대단히 높다.
일반 토크컨버터식 오토미션이랑 블라인드 테스트 하더라도 구분이 거의 불가능하며
8단으로 임의적으로 단수를 쪼개 사용하는 수동 모드에서조차
위화감 없는 자연스러운 변속감을 자랑하여 충격과 공포의 도가니탕이었다.
내가 타는 차도 CVT가 달려 있어 요즘 CVT의 눈부신 발전에 어느정도 감이 있는 상태인데,
솔직히 현대가 정말 잘 만들어도 오랫동안 CVT를 만들어온 자트코(와 닛산)를
누를 순 없다고 생각했으나 그건 완벽한 착각이었다.
스포츠 모드로 놓고 기어레버를 위아래로 움직이며 산길을 돌아나가니
회전수를 얻고 잃는 것이 정말 빠르고 자연스럽다.
코나와 셀토스 등에 장착되는 7단 건식 DCT는 정말 쓰레기같은 미션이었는데
그보다 저렴한 베뉴에 이런 말도 안되는 좋은 변속기를 달아주다니.
그리고 무단변속기지만 가혹주행 조건에서 쉽게 지치지도 않았다.
20분 가량 지속적으로 업/다운을 반복하며 운행한 뒤에서야
겨우 반응이 조금 느려지는 기색을 보였다.
대중브랜드의 건식 DCT라면 상상하기 힘든 일.
IVT를 얹은 덕분에 연비도 잘 나오고(거의 시내 위주로 타도 10km/l이 넘어감)
이정도 성능에, 이런 부드럽고 원활한 변속감이라면 정말
도랑치고 가재잡고 뽕도 땄다. 말이 안된다.
베뉴의 가장 큰 하이라이트이자,
겨우 2천만원 전후하는 차량에 이런 변속기 탑재는 솔직히 엄청나다.
더 비싼 코나와 셀토스보다 백 배 낫다. 시내주행 시 울컥임도 제로.
이렇게 좋은 변속기와 더불어,
베뉴는 앞서 지적했듯이 실내에서는 꽤나 원가절감을 진행한 모델이지만
다행히도 하체에는 원가절감을 동일 플랫폼을 활용하는 코나 대비
원가를 후려친 흔적이 극히 적다.
코나를 처음 탔을때 SUV답지 않은 활동적인 몸놀림과 빠른 반응에
어지간한 핫 해치를 불러낼 정도의 셋팅에 놀랐던 바 있다.
베뉴 역시 그런 감각을 손실 없이 거의 보존해서 사용하고 있다.
물론 베뉴가 진짜 SUV라고 불리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고
키 큰 해치백에 가깝지만, 그래도 이정도 가격에 이런 주행성능은 칭찬거리다.
다시 강조하지만 이 차는 액센트를 잇는 차량으로,
액센트가 얼마나 형편없는 주행성을 선보였는지를 생각하면
한 세대만에 말도 안되게 강력해진 주행성으로 돌아온 것이다.
탑승했던 차량은 렌터카라 형편없는 타이어를 끼고 있지만,
타이어만 조금 더 좋은걸 끼고 옵션인 17인치를 장착한다면
꽤나 재미있게 타고다닐 수 있을 것 같다.
코나와 비슷한 하체에 코나보다 사이즈도 작다.
재미가 없을 수가 없는 레시피.
반응 빠른 변속기와 더불어서 종합적으로 빠릿빠릿하다.
개인적으로 최근에 탔던 차 중에 이렇게 재밌게 운전했던 적이 있나
한참을 생각하게 했다.
지금은 팔지 않는 클리오와 유사한 가격대인데,
클리오가 선사하는 탁월한 운전재미의 9할 정도까지 가는 것 같다.
현대는 중형급의 고성능형이나 준대형급 아니면 R-MDPS를 사용하지 않기에
MDPS에 대해서는 그리 큰 기대를 하지 않았고, 기대 안한 만큼 별로였다.
그래도 예전처럼 스포츠 놨다고 어처구니 없을정도로 무거워지는 현상 같은건 없었고
일반 소비자들이 타기에 큰 불만이 나오지 않을 수준 정도에서 마무리 지은 것 같다.
이 가격(과 다른 장점)에 R-MDPS(정확히는 DP-EPS)까지 바라면 그건 좀 양아치 같다.
또한 코나를 바탕으로 만든 차라 아직 3세대 플랫폼이 적용되지 않은 차량이다.
2세대 플랫폼을 밑바탕에 깔아놓았기에,
신 플랫폼의 향상된 고속안정감은 아쉽게도 아직 없다.
요즘같이 페이스리프트에도 플랫폼을 갈아치우는 현대의 추세를 보면
베뉴의 페이스리프트(인도 전략차종이라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하는 행복회로)나
차세대 베뉴에는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는데, 이 역시 꽤나 기대가 된다.
뭐 2천만원 주고 차 사는데 모든게 완벽할 순 없지 않은가.
실내의 경우 "차값을 생각하면 이정돈 참을 수 있지" 수준이다.
물론 베뉴의 형님격인 코나도 허접하기 짝이 없는 실내 감성품질과
셀토스의 경우 재활용센터에서 주워온 플라스틱으로 도배해놓은 실내를 선보여서
베뉴의 실내가 그 (옵션을 넣으면 3천만원에 육박하는)둘보다
크게 뒤처진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는다. 오히려 기교 없이 깔끔하다.
하지만 전동시트가 없는건 다소 아쉽다.
수동으로 조절해야 하는 것은 부차 문제이고,
메모리 기능이 없다는 것과 조절 방향이 너무 적다는 것이 문제이다.
안그래도 베뉴는 차급 덕인지 시트가 작고 방석의 길이가 짧은데
반쪽짜리 높이조절과 앞뒤로 움직이기, 등받이 각도 조절이 끝이다.
나의 경우는 신장 대비 시트를 앞으로 많이 당기고 방석 앞부분을 들어올리는데
그게 안되니 어떻게 맞추든 나랑 약간 안 맞는 상태에서 운전할 수 밖에 없었다.
아반떼만 해도 모던에 컴포트I만 넣으면 운전석 10way 전동시트+메모리가 따라오는데
하다 못해 FLUX에만 포함인 것도 아니고 아예 존재하질 않는다니
다소 좀 아쉬운 내용이다. 다 좋은데 내가 베뉴를 사지 않을 결정적인 이유.
시트가 작아서 그런지, 그리고 사륜구동 대응이 빠져서인지
실내 공간 자체는 더 윗급인 코나보다 넓다.
코나의 뒷좌석은 SUV계의 고시원이나 다름없는데
전국의 경찰차들을 쏘나타에서 코나로 전부 갈아치워야 할 판이다.
1.6T라 성능도 좋고 뒤에 태울 범인은 숨막혀서 기절하고. 일석이조.
그리고 드디어 2021년식부터 통풍시트가 선택이 가능해졌다. 만세!
나는 안 쓰지만 통풍시트 없으면 차가 아니라는 사람이 원체 많아서.
모던의 경우 운전석은 기본/조수석은 옵션, FLUX는 조수석까지 기본이다.
차 판매가 부진하니까 연식변경때 이런 어마어마한 혜택이~
여러분 앞으로 2년만 더 베뉴 사지 마세요
혼라이프를 표방하는 SUV답게 정말 젊은 1인 가구에 최적화된 차량이다.
꽤나 괜찮은 달리기 실력, 급 대비 넓은 실내공간, 준수한 장비와 2천만원의 가격.
사려면 3천만원이 넘는 셀토스와 3320만원짜리 트레일블레이저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고 베뉴는 힘을 못 쓰고있다는게 정말 의외일 정도.
차량의 출고 가격을 생각하면 참아줄 수 있는 몇몇 결점이 있지만
실질적으로 대부분의 구매자들에게 큰 문제가 되리라 생각하진 않고,
가격과 차급을 뛰어넘는 주행 관련 요소들은 베뉴의 분명한 강점이다.
트레일블레이저에 AWD를 선택할 시 들어가는 9단 자동보다도 낫다.
클래식한(?) 1.6L 4기통 자연흡기 조합이라 요즘의 다운사이징 터보엔진들과 다르게
거슬리는 진동이나 매끄럽지 못한 울컥임들도 전혀 없고 조용하며 연비도 괜찮다.
소형 SUV 중에 최고를 뽑으라면 나는 단연 베뉴를 꼽을 것 같은데.
시장의 선택은 그렇지 않다는게 조금 아쉬우나
그래도 액센트 시절보다는, 소형급인 것을 감안하면 꽤 선방중이지 않나
그런 생각도 든다.
2천만원으로 차를 사야한다면 꼭 베뉴다.
더 얹어서 코나? 아껴서 경차 사고 여유자금으로 놔둔다?
둘 다 아니다. 이 가격대 패왕은 베뉴.
이정도 되는 차를 현대가 내놓았다니, 박수 쳐줄 만 하다.
하극상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어떤 제조사건 마찬가지겠지만,
철저히 급에 따라 돈을 낸 만큼 돌려주는 현대차가
소형 급에 이런 물건을...
코나를 씹어먹는 압도적인 종합 완성도의 소형 SUV다.
사회초년생들이나 젊은 여성들에게 정말 강력 추천할 만 하다.
난 사회초년생 아니라서 안 삼
이와 비슷한 가격의 XM3 1.6GTe를 조만간 시승해볼 생각.
베뉴를 보다 문득 생각나서 가격표를 훑어봤더니
얼추 가격 대비 주는 장비들이 비슷하다.
1600cc급에 무단변속기를 물린 것도 비슷.
XM3 TCe260은 상당히 실망스런 차였는데
과연 1.6GTe는 베뉴에 맞서 자리를 보전할 수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