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살다 이제 미니에서도 전기차가 나온다.
그런데 사실 미니 같은 브랜드는
오히려 다른 곳보다 빠른 전동화가 쉬운 편.
미니는 2025년에 마지막 내연기관 모델을 내고
2030년에는 순수 전기차 모델만 판매할 예정이다.
그런 미니의 전동화 첫 발자국이 바로 이 모델,
미니 쿠퍼 SE 일렉트릭이다.
(이하 미니 일렉트릭)
이 차는 국내 출시 발표가 나자마자
환경부 인증 주행거리 159km으로
뜨거운 논란이 됐었는데,
사실 미니 일렉트릭은 선택과 집중을 한 것.
나야 미니라는 브랜드를 사랑하기도 하고
순수한 운전재미와 톡톡 튀는 디자인과 매력에
두루 반해서 미니를 좋아하는 것이지만,
대부분의 (여성)미니 오너들은 사실
미니가 예뻐서 사는 경우이고
꽤나 딱딱한 승차감과 핸들링에
호되게 당하고 되파는 일도 심심찮다.
그래서 미니 일렉트릭은 정확하게
딱 이들만을 겨냥해서 조금 덜 불편하고
시내에서 패션카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와이프용 세컨카 혹은 서드카로 내놓았다.
어차피 이들은 시내 위주 주행이라
집에 충전시설만 받쳐준다면
이 정도 주행가능거리로도 충분.
혼다 역시 혼다 e를 내놓으면서
'대부분의 여정이 100마일 이내인데
굳이 필요하지 않는 무거운 배터리를
항시 싣고다니는 게 매우 비효율적'
이라면서 비슷한 용량을 갖추고 낸 바 있다.
미니는 이렇게 미니만의 운전재미를 노리는
나같은 사람과 패션카로 구입하려는
두 가지 고객층으로 나뉘는데
과연 두 가지 고객들에게
미니가 내세우는 #BIGLOVE처럼
모두 사랑받을 수 있을까?
나는 이 차를 타면서 뜬금없이
뮤지컬 < 오페라의 유령 >이 생각났는데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여자 주인공 크리스틴은
라울 백작과 서로 사랑하는 사이이고
오페라의 유령이 크리스틴을 탐내는,
그런 엇갈린 사랑 이야기이다.
여리고 귀엽고 이쁘장한 미니를
전동화라는 악의 축(?)이 데려가려 하는데
과연 미니의 에피소드는 어떨지.
미니 일렉트릭의 제원을 살펴보면
184마력을 내는 모터가 앞바퀴를 굴리고,
최대 토크 27.5kg·m에 32.6kWh 배터리를 얹는다.
이는 미니 쿠퍼 S와 유사한 파워인데,
미니 쿠퍼 S가 192마력에 28.55kg·m이다.
그래서 미니 일렉트릭에 'SE'가 붙는 것.
쿠퍼 'S'급에 'E'lectric이라 SE이다.
나는 미니 일렉트릭이 당연히
제로백이 더 빠를 줄 알았는데,
미니 일렉트릭이 7.3초에 쿠퍼 S는 6.7초로
의외로 쿠퍼 S가 더 빠르다.
미니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시내에선
전기모터의 즉각적인 최대토크가
이 작디작은 차체를 파워풀하게 밀기에
체감 가속력은 미니 일렉트릭이 더 좋지만,
100km/h까진 쿠퍼 S가 더 빠름. 좀 의아하다.
미니 일렉트릭의 최고 속도는
150km/h에서 전자식 제한이 걸림.
계기판에 153km/h까지 표기되는걸로 보아
실제 최대 속도는 대략 145~148km/h 정도.
쉐보레 볼트가 동일하게 150km/h에 제한 걸리는데
계기판에 155km/h까지 표기된다. 거기서 거기.
쿠퍼 S의 최고속도는 235km/h로
미니 일렉트릭보다는 훨씬 높다.
아무리 전기차는 고속으로 가면 갈수록
전력 효율이 급격하게 하락하고
미니 일렉트릭은 배터리가 작다지만
100mph(160km/h) 도달이 안 되는 건 충격.
국내에 출시되지 않은 대표적 경쟁차종
혼다e는 35.5kWh로 배터리가 좀 더 크다.
일단 신나게 달리고자 미니를 타는
내 목적으로 미니 일렉트릭을 바라보면
이래저래 미니 일렉트릭은 실패한 차다.
미니는 빠르게 달려야 재밌는 차도 아니고,
중간에 낀 쿠퍼 S는 조금 애매하다만
기본형 쿠퍼는 막히는 서울 시내에서조차
너무나 신명나고 활동적이어서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이 즐겁고
JCW는 JCW답게 본격적인 스포츠 주행에
부합하는 본질적인 강점으로 무장한 찬데
미니 일렉트릭은 미니다움이 많이 사라졌다.
미니의 발표 상으로는 미니 일렉트릭도
미니 특유의 '고-카트 필링'이 살아있다는데
글쎄 나는 미니 일렉트릭에서는
고-카트 필링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타는 도중과 타고 나서 그 이유를
한참동안 고민해보았는데, 나온 결론은 세 개.
일단 미니에서 미니 일렉트릭의 구조상
뒷 차축에 가까이 배치된 배터리 덕에
무게배분이 BMW 그룹 출신다운
50:50이라며 강점으로 내세웠는데,
오히려 내가 보기에 이게 독이다.
엔진 무게가 앞에 많이 실린
내연기관 쿠퍼는 활발한 후륜의 움직임과
역으로 뒷 차축에 무게가 거의 없는 점
이 두 가지로부터 동시에 힘입어
전륜 구동 차량임에도
의도적인 오버스티어 구현이 쉽고
운전자의 조작에 따라 후륜이 빠르게 따라와
궁극적으로 휠베이스가 더 짧게 체감되는
고-카트 필링이 강하게 느껴졌었는데
전후 무게배분이 동일해지니
일반적인 경우에서는 균형감이 좋아지지만
미니가 가졌던 특색 하나가 없어졌다.
미니 일렉트릭은 차량의 휠베이스가
내연기관 미니와 동일함에도
고-카트 필링이 실종되는 바람에
휠베이스가 그대로 다 느껴져
체감상 더 긴 차 같다.
두 번째는 배터리를 싣기 위해
차체에도 보강재가 들어가고
후륜 서스펜션도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는데
미니가 나쁜 승차감의 대명사지만
그렇다고 그게 경직된 인상은 전혀 아니었다.
그런데 배터리 무게로 인한 보강이
미니가 가졌던 숨쉴 구멍을 다 틀어막고
미니가 아니라 BMW에 가까워졌다.
미니는 그동안 BMW 그룹의 일원이지만
유니크한 주행질감과 감성이
독립적으로 잘 살아있었는데,
이건 마치 미니 외형을 가진 전기 1시리즈,
그러니까 언젠가 나올 i1의 미리보기 같다.
미니가 3세대로 진화하며
UKL 플랫폼을 BMW와 공유하기 시작했는데
물론 미니가 2세대(R56)보다야
많이 부드러워진건 사실이지만
UKL 형제차들과는 확연히 다른
쫀득하고 당찬 매력은 잘 살아있었다.
그런데 미니 일렉트릭은
무게에 따른 서스펜션 보강의 손해를
전기차이기에 부득이하게 떠안으면서도
승차감 개선에 몰입한 탓에 차가 너무 헐겁다.
마치 BMW가 E-코드 차량들에서
F-코드 차량들(특히 F30)으로 갈아탈 때
팬들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았던 것 같은
그 당시의 헐렁함이 불청객마냥 찾아왔다.
마지막 세 번째는 당연하게도 늘어난 무게.
미니 일렉트릭의 제원상 무게는 1390kg로
동일한 휠타이어를 쓰는 쿠퍼 S의
1295kg보다 95kg나 무겁다.
물론 전기차로 바뀌면서
무게가 늘어나지 않을 순 없는 노릇이고
미니는 짧은 주행거리란 리스크에도
무게 증가를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
32.6kWh라는 작은 배터리를 채택했다.
근데 차라리 이렇게 맹탕일거면
아예 배터리라도 더 얹지 그랬나
그런 생각이 강하게 든다.
만약 미니만의 독보적 스타일이
주행 성향에 여전히 녹아있었으면
"역시 미니는 전기차를 만들어도 달라~"
라고 피의 쉴드를 쳤을 지도 모를 일.
이럴거면 그냥 배터리를 더 얹고
충전 스트레스라도 덜 받게 만들지
어중간한 선에 멈춰선 느낌.
내가 쿠퍼 S는 중간에 낀 것 같아
기본형 쿠퍼의 발랄함이나
JCW의 이름값 하는 스포티함
둘 다 놓쳤다고 욕을 많이 해왔는데
미니 일렉트릭은... 그냥 미니가 아니다.
뭔가 아주 잘못됐다.
그렇다면 패션카로 미니를 타시는 분들,
미니 일렉트릭의 주 타겟층이
만족할만한 승차감은 나오는가.
애석하게도 그 역시도 아니다.
좋은 노면을 달릴 때는
스케이트보드 같은 구조 덕에
조금 더 부드럽고 매끄럽게 나가지만
노면이 조금만 나빠져도
그 노면 상태를 정확하게 읽어낸다.
미니 일렉트릭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낼
서울 시내의 난장판인 도로는
상태가 그리 좋지 않은데 말이지.
특히나 전기차들 대부분이
거의 다 공통적으로 시달리는
큰 요철 통과 막바지에 쾅 하며
강한 진동을 실내로 넘기는 현상으로부턴
미니 일렉트릭도 자유롭지 못하다.
하기사 이건 Electrified G80도 못 피했는데.
문제는 이게 내연기관 미니에는
찾아볼 수 없는 승차감 저하 요소라는 것.
결국 일부분 승차감 개선이 있긴 한데
방지턱의 나라 대한민국에선
종합적으론 오히려 승차감이 더 나쁘다.
그다지 너그럽지 않은 시트의 단단함과
일반적인 기준에선 여전히
탄탄한 쪽인 서스펜션이 이와 합쳐져서
패션카로 타고다니려는 이들에게
별반 차이 없는 승차감을 선사한다.
미니다운 주행성을 포기할거면
아예 승차감이라도 좀 좋게 잡던지
역시나 승차감도 이도저도 아니다.
나는 미니의 무거운 조향감마저도
사랑하는 말그대로 미니의 팬인데
패션카로 차의 컨셉을 정할 작정이면
스티어링 휠의 무게감도
이전보단 좀 가볍게 해야 하지 않나.
어차피 미니의 색깔을 잃었다고
욕먹는 건 인터넷에서 그칠 뿐이지
판매량을 위한 다양한 희생은
그동안 BMW 그룹 산하 브랜드들이
전반적으로 맨날 하지 않았던가.
특히 BMW가 제일 심하지만.
스티어링 휠이 여전히 상당히 무겁다.
스티어링 휠로부터 들어오는 피드백과
노면에 대한 정보가 너무 선명해서
오히려 화가 날 정도이다.
이놈들이 분명 미니라는 정체성을
아예 완전히 까먹은 건 전혀 아닌데
왜 이런 물건이 나온거지.
아, 그리고 2차 LCI 차량부터
적용중인 핸들은 직경이 너무 크다.
이런 자그마한 소형차에
중형 SUV에 어울리는 핸들이라니
초심을 잃은 눈치를 진작에 챘어야 했나.
미니 일렉트릭의 특징 중 하나는
역시나 전기차라 당연한 것이겠지만
소음과 진동이 거의 없다.
물론 고속으로 달리면 차급에 의한,
그리고 방음재의 부재로 인한 소음이 생기지만
미니가 많은 시간을 보낼 시내에서는
엔진음 같은 것이 전혀 없다.
그런데 미니 같은 차가 이러니까
조용해서 좋기는 커녕 이상하다.
어차피 미니는 엔진음조차도
활력이나 생동감으로 받아들여야 할
귀여운 소형차일 뿐인데
갑자기 한없이 조용해지니까
애가 어디 아픈 것 같다.
진동이 거의 없는 건 장점인데
난 쿠퍼의 B38 3기통 엔진의
3기통다운 진동마저도 사랑해서.
그나마 이건 패션카로서의 미니에겐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겠다. 드디어.
전기차라면 다들 주행가능거리에
눈에 불을 켜고 신경을 쓰는데,
미니 일렉트릭의 공인 주행가능거리는 159km.
배터리 잔량 45%에 계기판에 표기된
잔여 주행가능거리가 75km 정도였기에
얼추 환경부 인증 수치에 수렴하는 모습이다.
다른 전기차들처럼 미니 일렉트릭도 그렇다.
도심 위주로 살살 타고다니면
8km/kWh도 볼 수 있는데
가용 용량으로 계산 시 대략 230km.
전기차는 위아래로 각각 15%씩 제하고
실제로 타고다닐 거리를 계산해야 하기에
70% 구간만 사용한다 치면
시티카로는 190km 정도다.
와이프가 아이 등하원시키고
친구 만나러 가거나 쇼핑갈때 쓰기론
집에 충전 시설이 받쳐준단 전제 하에는
타고 다니는 데 별 문제 없다.
와이프한테 왜 전기차 사서
이 사단을 내냐는 구박 받을 확률도 낮다.
하지만 나머지는 절대 사면 안 된다.
배터리팩의 사이즈가 워낙 작아
요즘 급속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50kW 급속충전기로도
0 - 80% 충전에 36분.
요즘 더 빠른 충전기들 많지 않은가?
유감스럽게도 미니 일렉트릭은
400V 전장 시스템과
작은 배터리팩에 의한 제약으로
50kW 이상 받기가 어려운 것으로 추정.
왜냐면 미니 측에서 밝힌 급속충전 속도가
방금 위에 적은 수치와 일치하거든.
그 말인 즉슨 100kW 이상급을 물려도
50kW 이상으로 받지를 않는다.
이정도면 볼트 EV의 재림이다.
그러니 고속도로를 잠시라도 탈 생각이면
미니 일렉트릭은 피해야 한다.
인내심이 화수분처럼 넘쳐나는데 미니를,
그것도 전기차로 꼭 사야겠다면 모르겠다만.
여담으로 배터리팩이 뒷좌석 하단에 있어
트렁크 공간의 손해가 전혀 없다.
애초에 이런 소형차가
트렁크 공간이 별로 크지도 않지만
어쨌든 가벼운 쇼핑 정도는
충분히 미니 일렉트릭이 감당 가능.
미니 일렉트릭은
SPORT, MID, GREEN, GREEN+
이렇게 네 가지 주행모드가 마련돼있는데
한 가지 다소 의외인 것은
주행 모드 별 악셀 반응의 차이가
그렇게 극적으로 많이 나지 않는다는 것.
스포츠 모드에서조차 일부 전기차들처럼
술먹고 토하기 직전에 화장실로 뛰는 속도마냥
갑작스럽게 미친듯이 나가고 그러진 않는다.
그렇다고 그린 모드에서 확 무뎌지는 것도 아니고.
순간적으로 27.5kg·m이 발휘되니
스포츠 모드에선 분명 강력하긴 한데
전기차스러운 놀라운 가속력은 전혀 아니다.
팍팍 밟으면 주행거리가 위협을 받아
의도적으로 이렇게 셋팅한건지.
그린+ 모드에서는 대부분의 전장품이 꺼진다.
나같이 열선류들 한여름에도 다 쓰는 사람은
그린+ 모드는 사용을 지양해야 하고
등골이 시린 이모님들도 조금 힘들 듯.
회생 제동은 강/약 둘 중 선택 가능한데
약하게 하면 내연기관 미니의 엔진브레이크랑
얼추 비슷하고 강하게 하면 꽤 강하다.
나같으면 그냥 그린 모드에 회생제동 약하게
조합으로 쭉 항시 타겠다만,
애초에 미니 일렉트릭을 구입하지 않겠다.
모터가 돌아가는 회전감각은
모델 3와 조금 다른 방향으로
쫀득하게 돌아가서 이건 괜찮았다.
미니 일렉트릭의 타이어는
내연기관 미니와 대부분 동일하게
피렐리의 신투라토 P7이고
17인치에 205mm급이다.
위에 '즉각적인 최대토크의 파워풀함'
이라고 적어놓긴 했는데
미니 일렉트릭이 맞닥뜨릴
환경과 예비 오너들을 생각하면
강한 악셀링은 거의 없을 법 하고
다른 전기차와 비교해보면
폭발적으로 치고나가는 경향이 덜하다.
그럼 타이어 폭을 195mm로 낮춰
주행가능거리 확보를 더 많이 했으면
차라리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주행 성능도 안 미니다운데
쿠퍼 S와 달리 더 얇은 타이어로
밋밋해진 주행감각을 손볼 필요 없이
차체가 좀 더 쉽 휘둘리도록
스테로이드를 투약하는 셈이고
없어진 엔진음의 자리를
타이어 스키드음으로 채우는거지.
나 좀 진짜 천재인듯.
BMW 상품기획팀 연락주세요
미니 일렉트릭은 앞서 말했듯이
미니 쿠퍼 SE 일렉트릭이 풀 네임이라
쿠퍼 S급으로 취급받고 있고,
그래서 옵션도 쿠퍼 S 클래식과 유사하다.
4560만원짜리 클래식 트림은
2존 오토에어컨과 전자식 파킹브레이크,
다기능 디스플레이와 카플레이 지원이 포함.
보조금을 받으면 3800만원대에
전기차가 보통 더 비싼 경우가 많고
동 가격이면 옵션을 손해보는 일이
대부분이란 것을 감안하면
쿠퍼 클래식 플러스 가격과 유사해서
쿠퍼 S 급으로 취급받는 것을 생각하면
꽤나 공격적인 가격으로 나왔다.
4990만원짜리 일렉트릭 트림은
스티어링 휠 히터, 스마트 크루즈컨트롤,
컴포트 액세스와 헤드 업 디스플레이,
내비게이션과 전방 센서까지 포함이라
쿠퍼 S 클래식과 옵션과 보조금 수령 시
실 구매 가격이 둘 다 유사하다.
이 역시도 전기차라는 점을 생각하면
괜찮은 가격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테스트카는 일렉트릭 트림이라
외관의 블랙 액센트도 적용되어 있고
영국의 플러그 모양을 닮은 휠도 적용.
개인적으로 휠은 클래식 트림의
'시저 스포크' 휠이 더 이뻐보이는데
클래식 트림의 실물이 궁금하다.
또 클래식 트림은 화이트 루프고
일렉트릭 트림은 블랙 루프라
난 화이트 루프가 더 나은 듯.
시승차의 색상은 문워크 그레이인데
내연기관 미니의 루프탑 그레이와
색감이 미묘하게 다르다.
루프탑 그레이는 분홍빛이 미세하게 돌고
문워크 그레이는 전자제품스러운 은회색.
내 눈에 미니 일렉트릭은
미드나잇 블랙이 제일 나은 듯.
*반도체 수급 불안정으로
스마트 크루즈컨트롤이 미장착된 차량이
섞여서 입항 중인데 단 돈 10만원 더 싸단다.
니들 같으면 그걸 사겠냐.
그래서 미니에게 러브콜을 보낸
전동화라는 탈을 뒤집어쓴 유령은
결국 어떻게 된 건가.
괜히 '오페라의' 유령이 아니듯이
유령은 원래 천사의 목소리를 지녔다.
분명 명분상으로는 좋은 50:50 무게배분.
지체없는 즉각적인 토크 발산으로
미니의 주행환경 내에서 훌륭한 리스폰스.
내연기관을 사랑하는 내 입장에서
전동화는 악마나 다름없지만
전동화로 얻는게 아예 없다고는 못한다.
그런데 그런 유령은 뮤지컬 속에서
결국 크리스틴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
그리고 백작과 크리스틴을 두고 실랑이를 벌인 끝에
유령은 가면만 남긴 채 흔적 없이 사라지는데
앞으로도 계속될 크리스틴에 대한 유령의 사랑을
대략적으로 암시하는 장면이 나오고 마무리된다.
2030년에 순수 전기차 브랜드로 탈바꿈할 미니는
앞으로 전동화와 떨어질 수가 없다.
그런데 미니는 결국 전동화 과정을 거치면
미니다운 미니로 남기 어렵다는 힌트를
이번 미니 일렉트릭이 남기는 듯 하다.
사실 나는 순수 전기차인 미니가
어찌 보면 전동화로 인한 손해는
큰 엔진을 쓰는 펀카들보다는 덜할거라 믿어
이번이 기회일지도 모르겠다 싶었으면서도
또 가벼운 게 생명인 차량인 미니가
배터리를 싣고 무거워지면
색깔을 잃게 될까 걱정하는 입장이었다.
뮤지컬의 서사와 결말대로,
전동화에 대한 두려움이 끝내 애정이나
만족스러운 결과물로 이어지진 않았다.
현재 주행가능거리 확보를 위해
큰 배터리를 쓰는 차량들은
배터리팩과 제어 기술의 발전을 통해
경량화를 꾀해볼 여지가 있지만,
미니 일렉트릭은 이미 배터리가 굉장히 작아
이 상태로 주행가능거리가
다음 세대에 늘어나는 것 외엔
별다른 뾰족한 대책이 안 보인다.
그런데 미니다움은 이미 사라졌지 않나.
미니는 내연기관 모델이 그만 나오는 날까지
지금 이대로를 즐기는 수 밖에 없어 보인다.
즐거운 운전이라는 측면에서도 그렇고
패션카로서도 여전히 기존 미니가 낫다.
미니를 구입할 거라면 내 추천으로는
쿠퍼 컨버터블이나 JCW 해치가 최고.
쿠퍼 컨버터블은 즐거움의 끝.
오픈 에어링과 쿠퍼 특유의 활력이
궁합이 좋아 보기만 해도 행복하다.
산길을 좀 탈 생각이고
재빠르게 달려나갈 생각히면
JCW 중에서 제일 탄탄한 해치가 좋겠다.
미니 일렉트릭은 내 사전에서 지워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