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은 참 남의 눈치를 많이 본다.
몇천만원이나 되는 큰 돈을 쓰면서도
내 마음에 딱 들어맞는 차를 고르는 데 주저하고
'이 차를 탄 나를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볼까'
이 부분에 굉장히 목을 매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지난 아반떼(CN7) 런칭 광고 중
'제 2의 청춘카'라며 어르신들이 아반떼를 타고
삼삼오오 공연을 보러 가는 광고가
내 눈길을 끌었던 적이 있었는데
나이를 먹어서 큰 차가 부담스러운 이들에게
친구들과 문화생활을 즐기기엔
아반떼가 적격이라는 점을 어필하기 위한 광고.
상당히 인상깊은 광고였던 것이,
나이를 좀 먹었으면 중장년층 대부분은
그랜저 미만의 차량을 구입해서 타는 것에
체면이 서지 않는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아
본인이 편하지 않음에도 억지로 그런
큰 차량을 구입하는 케이스가 심심치 않았는데
아반떼가 그런 점을 정면돌파하고자
(역대급으로 커진 실내공간과 함께) 장년층들의
라이프스타일에 어울린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선 것.
현대자동차가 이미 이런 수요를 진작부터
눈치챘으니 이런 광고를 만들었겠지.
제네시스 G70의 판매량의 비결이기도 한
이 숨은 수요는 이제 더 큰 시장을 향해
나오지 않았나 불현듯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온 차가 바로 디 올 뉴 코나.
아반떼가 그런 고객층한테 팔린다는걸 알았으니
(회사 입장에선) 당연히 아반떼 차량가격보다
돈을 더 받을 궁리를 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바로 위에 자리한 것이 현대자동차 내에선 코나.
또 SUV라고 하면 승용차 세계에서의
차급 구분보다 좀 더 자유로운 구석이 있다.
소형 SUV는 원래 초보 운전이거나
차량에 별다른 관심 없는 20~30대의
많은 선택을 받았는데, 앞선 특징은 동일하지만
나이대는 이제 무려 장년층까지 확대된 것.
그렇기에 이 차 시승기는 두 가지 관점에서 쓸 거다.
첫 번째는 늘 그렇듯이 내가 보기에 어떤지랑
두 번째는 방금 적은 기존의, 그리고 새로운
소형 SUV 소비층들이 원하는 점에서다.
내가 차량에 요구하는게 이들과는
분명히 다르다는걸 나도 알기 때문에
두 가지 관점에서 각각 따져볼 예정.
첫 번째는 내가 보기에 어떤지.
실내 디자인 및 구성은 전에 없이 호화롭다.
시승차는 베이지 실내 색상이 적용됐는데
이런 낮은 급의 차량에 밝은 내장을 고르면
떨어지는 내장재 품질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경우가
절대다수인데 비해 디 올 뉴 코나는 양호한 편이다.
대시보드 디자인은 아이오닉 5와 유사하지만
아이오닉 5보다 플라스틱 등의 소재는 좀 못하다.
12.3" 내비게이션과 12.3" 클러스터의 적용으로
니로 하이브리드를 바보로 만들어버리는
통 큰 결정 또한 좋다. ccNC를 탑재했기 때문이지만.
다만 구형 코나(OS)는 공조 패널의 온도 조절이
다이얼이어서 편했는데, 얘는 피아노 건반타입이라
기존보다는 다소 불편해진 점이 불만이다.
ccNC(커넥티드 카 네비게이션 콕핏)의 인터페이스는
너무 복잡하고 정신사나우면서
정작 UX 디자인은 별 거 없는것도 불만.
시트 포지션은 SUV다운 분위기를 내기 위해선지
끝까지 내려도 좀 높은 편이라 체감상 떠서 가는 듯 한데
차 사이즈가 작음에도 그래서 묘하게
큰 차를 몰 때 느끼는 부담이 살짝 느껴졌다.
차와 운전자가 따로 노는 느낌. 소형 SUV임에도.
내가 차가 커서 부담스럽다고 하는 애들은
에스컬레이드나 G63 정도 뿐이기 때문에
분명 긍정적인 점은 아니다.
디 올 뉴 코나가 구형(OS)과 달라진 건
파워트레인도 마찬가지인데,
신형 스마트스트림G 1.6 터보 엔진과
스마트스트림 8단 자동 변속기가 신규 적용됐다.
기존엔 감마 II 1.6 터보 엔진에
7단 건식 DCT가 조합됐었는데 말이지.
내 입장에서 일단 말하고 있으니 솔직하게 적자면
스마트스트림G 1.6 터보 엔진과 8단 자동의 궁합은
완전 꽝이다. 둘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이 엔진의 진가를 다 끌어내려면
스마트스트림 7단 DCT가 적용되어야 한다.
그래야 기존보다 개선된 정숙성과
가솔린인데 마치 디젤차같인 양
넉넉한 토크가 초반부터 쭉쭉 밀어주는,
저배기량임에도 놀라운 힘이 다 나온다.
G1.6 터보 + 7단 DCT 조합인
투싼(NX4)와 스포티지(NQ5) 대비,
같은 환경과 같은 스포츠 모드에서
8단 오토가 조합된 디 올 뉴 코나와
같은 파워트레인의 쏘나타 디 엣지는
엔진 회전수를 기본적으로 더 높게 쓴다.
투싼과 스포티지가 1800rpm 정도로
다니는 구간을 얘네는 2100rpm을 쓰니
당연히 정숙성에서 손해를 볼 수 밖에.
토크컨버터식 일반 자동변속기가
DCT보다 동력손실이 심하기 때문에
같은 힘을 내기 위해서 부득이한 설정이지만
어쨌든 엔진 회전수가 높아 더 시끄럽다.
그리고 동력손실이 심한 탓에
디 올 뉴 코나가 투싼 및 스포티지보다
차 사이즈가 작고 제원상 출력이 동일함에도
실제로 가속이 더 느리고 답답하다.
난 투싼과 스포티지는 정말
깜짝 놀랄 정도로 차가 쭉쭉 나가서
스마트스트림G 1.6 터보 엔진이 역작이라고
주변에다 칭찬 많이 하고 다녔는데
자동변속기를 물리니 완전 바보가 됐다.
스마트스트림 7단 DCT 역시
연비 지향 설정이라 변속이 빠르지 않음에도
스마트스트림 8단 자동이 훨씬 변속이 늘어진다.
빠르게 달리려고 할 땐 차가 숨고르기를
너무 길게 하는 모습을 계속 보게 된다.
투싼보다 느리면서, 투싼과 동일한 문제를 가졌는데
1,2단은 너무 짧고 3단이 확 늘어져서
중고속에서의 재가속이 속이 터진다.
스포티지(76km/h에서 3단 진입)가
딱 적당하게 설정되어 있는데
투싼과 디 올 뉴 코나는 70km/h에서
벌써 3단을 물어서 110km/h까지 쭉 3단이라
이쯤부터 악셀을 꽉 밟아도 차의 반응이 굼뜨고
차가 순간적으로 치고나가질 않는다.
2단이 짧아서 스마트스트림G 1.6 터보 엔진의
1500rpm - 4500rpm에서 분출되는 최대 토크를
제대로 쓴다는 느낌도 스포티지보다 덜하다.
파워트레인은 정말 마음에 안 드는데,
더 심각한 문제는 아직 안 나왔다.
주행 성능이 처참하기 그지없는데
이 이유도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옛날 현대차로 돌아간듯
출렁출렁 차가 정신을 못 차린다.
기존 코나는 정말 화끈하고, 젊은 고객이 타겟인
티를 팍팍 낼 정도로 짜릿한 코너링이 일품이었는데
코나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밋밋해지고
차가 돌기 싫다고 거부반응을 막 보여댄다.
커진 차 사이즈가 주는 페널티야 부득이하지만
차의 캐릭터가 완전히 바뀐건 글쎄.
난 니로(SG2) 하이브리드도 타봤을 땐
영 별로라고 혹평을 했었는데 세상에
니로가 훨 낫다. 기분 나쁘지만 사실이 그렇다.
트랙스 크로스오버보단 자연스러운 움직임이지만
트레일블레이저보단 음.. 비교하기 민망할 정도로
트레일블레이저가 훨씬 잘 달린다.
XM3 TCe260도 난 그닥 인상깊지 않았었지만
XM3조차도 디 올 뉴 코나보단 잘 돌고 잘 선다.
내가 이 차가 완전히 중장년층쪽으로 갔단 걸
어디서 눈치챘냐면, 바로 브레이크 페달 감각이거든.
브레이크 페달이 유난히 부드럽게 설정되어 있다.
직관적이고 브레이크 상태를 제대로 전달함과
완전히 대척점에 있다는 게 내게 알려준다.
아, 디 올 뉴 코나는 주행성은 완전히 포기했구나.
고속 주행 시 안정감 저하가
유독 눈에 띄었는데, 이건 더 출렁거리는
투싼 하이브리드보다도 심해서 의문이 들었다.
차량이 느린 템포의 일렁이는 굴곡 통과 시
노면에 붙어있질 못하고 마치 테슬라처럼
같이 차체가 춤을 추는 모습을 보였다.
고속으로 올라갈수록 노면에 붙는 느낌도
현저히 떨어져서 이게 3세대 플랫폼이 맞나
의구심이 주행 중 계속 들었었고.
고속 주행 시 불안정한 것도
딱 옛날 느낌.
두 번째로, 난 정말 충격을 받았는데
VDC 개입이 어마무시하게 보수적이다.
보수적이다 못해 그냥 디 올 뉴 코나는
절대 빠르게 달릴 엄두를 내지 말라는 엄포를 놓는다.
요 근래의 현대기아차를 타면서 단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악셀 먹통 현상을
디 올 뉴 코나를 테스트하면서
너무 많이 겪어서 환장할 지경.
일정 수준 이상의 횡G값이 차에 걸리면
VDC를 해제했음에도 여지없이
바로 악셀을 먹통으로 만들어서 차가 안 나간다.
물론 안전을 위한 기능이지만,
옛날의 현대차그룹이 노하우가 모자랄 적에나
보이던 모습이 2023년에 보여서 깜짝 놀랐다.
차가 위험 상황과 빠르게 달리는 상황을
아예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인데,
난 분명 VDC와 TCS를 해제했음에도 이런다.
평소에 그러면 내가 이렇게 까지도 않겠지.
자세제어장치를 2단계 해제했음에도
이렇게 사사건건 간섭하고 방해한다는 건
도무지 납득하지 어렵다. 최악이다.
정말이지 90년대로 돌아간 것 같다.
운전대 조향감은 양호했지만,
중심부 유격이 적지 않았고.
결정타로 내가 차를 테스트 하던 중
너무 쉽게 변속기 과열 경고가 떴다.
DCT도 아니고 일반 자동변속기인데도.
변속기 오일 온도 관리도 전혀 되지 않고 있다.
난 분명 과격한 주행 후 쿨다운을 해가면서
테스트를 반복하는데, 이 역시도 놀랐다.
변속기 과열 이후 변속기 컨디션도
완전히 맛이 가버렸다. 변속충격이 난리가 났다.
종합해보건대, 이 차는 차량의 제 1의 본질인
'달리기'는 완전히 잊어버렸다.
블로그에 시승기를 쓰면서 '쓰레기'란 표현을
쓴 적이 있나 가물가물하지만
정말 쓰레기다. 최악.
캐스퍼조차도 디 올 뉴 코나보단
압도적으로 더 잘 돌고 잘 달린다.
투싼도 그닥 잘 달리진 않았지만
이렇게 비난할 정돈 아니어서
정말이지 디 올 뉴 코나는 신선한 충격.
형편없는 차를 만든다고 욕먹던
그 옛날 현대차의 재림이다.
디 올 뉴 코나는 옵션으로
8-스피커 BOSE 오디오(59만원)을
그것도 최상위 트림인 인스퍼레이션에서만
고를 수 있는데, 이것도 정말 최악이다.
근래 타본 차 중 이렇게 물먹은 듯한, 먹먹한
소리를 들려주는 차량이 있었나 싶다.
BOSE도 그지같고, 기본형 오디오도 그지같다.
BOSE 유무와 상관없이 일관성 있게
오디오가 별로란 점도 아이오닉 5를 닮았네.
실내 디자인만 닮은 게 아니었다.
심지어 디 올 뉴 코나 일렉트릭조차
전기차임에도 똑같이 물먹은 소리가 나서
그냥 이 모델 자체의 문제인 것으로 결론내렸다.
니로(SG2)의 하만 카돈은 그냥 평범했는데
여러모로 니로보다 나은 점이 드물다.
BOSE 옵션이 이제 사라진 XM3와
트레일블레이저의 BOSE보다 한참 못하다.
귀가 썩는 쉐보레 차량들의 깡통 오디오보다만
찔끔 나은 정도. 오디오가 중요한 내게는
별점 1개도 아까운 엉망진창 쓰레기.
어쩌다보니 외부 디자인이
제일 마지막 순서가 됐는데,
디자인 철학과 언어는 마음에 들지만
스타일 패키지가 장착되지 않으면
깡통 티가 팍팍 나게 구성한건 괘씸하다.
깡통 트림에서 스타일 패키지를 넣어야만
18인치 휠을 선택할 수 있고,
중간 트림에선 스타일 패키지를 고르면
무조건 19인치가 선택되는 것도 극혐.
중간 트림까지 스타일 패키지가 없으면
싸구려 티 및 렌터카 티 팍팍 나는
17인치 원톤 휠인것도 최악이다.
그러면서 최상위 트림으로 가면 바로 19인치.
하하하.
하지만 소형 SUV 소비자들의
일반적인 시각으로 관점을 바꾸면
디 올 뉴 코나는 나쁘지 않은 차다.
일단 이들은 차량의 주행성능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경우가 절대다수.
기껏해야 출퇴근용 및 나들이용 이동수단에
요즘 유행하는 차박이나 좀 할 물건.
디 올 뉴 코나는 차량 사이즈가 종전보다
많이 커진 덕분에 실내 공간의 여유가 상당하다.
더 이상 '소형' SUV라 부르기 어려울 정도로
내부도 넉넉하고, 시트도 큼직해졌다.
구형 코나(OS)가 뒷좌석 레그룸 부족으로
많이 까였던 것을 현대차가 받아들여
안그래도 차 사이즈가 커졌는데,
앞좌석의 내부 강도를 높여 두께를 줄였다.
그래서 뒷좌석의 레그룸이 더더욱 늘어났다.
시트의 착좌감도 푹신하고 부드러워
나이 든 사람들도 좋아할만한 안락한 구성.
아반떼는 아무리 왜소해진 어르신들이어도
네다섯명이 다 타면 넉넉하진 않았는데
디 올 뉴 코나는 SUV라 뒷좌석 헤드룸도 충분하고
이제 여유를 즐길 만큼의 공간이 생겼다.
엔진과 변속기 조합이 별로라고
내가 앞서 엄청난 비난을 퍼부었지만,
일반 소비자들에겐 8단 자동의 채택이 더 알맞다.
DCT는 클러치가 소모품이기 때문에
현대기아차의 축복이라 플라이휠 키트가
고작 100만원 선에 끊어짐에도 이를 교환해야 하는 건
보통의 고객들에게 분명 싫은 일이다.
클러치가 마모될수록 변속 충격 및 진동이 증가하고
반클러치 상태의 진동이 생기는것도 DCT의 단점.
8단 자동변속기는 이 모든 문제에서 자유롭다.
연비는 DCT 적용 모델보다 좀 못하지만,
스마트스트림G 1.6 터보 엔진 자체가
워낙 기름을 적게 먹는 편이라
디 올 뉴 코나의 연비는 충분히 좋다.
엔진과 변속기의 궁합 따지는
소형 SUV 고객이 얼마나 될까?
스마트스트림G 1.6 터보 엔진은
종전 감마 II 1.6 터보 엔진보다
엔진 소음 및 가속 시 부밍음도 크게 줄었다.
둘 다 3기통인 쉐보레의 경쟁모델들과
울컥거리는 XM3보다 디 올 뉴 코나가
여러모로 훨씬 무난하고 알맞은 선택.
승차감 또한 푹신푹신해서
차량을 단순히 이동수단으로 쓰는
많은 이들과 어르신들까지 좋아할 만 하다.
신형 팰리세이드는 이 방향의 극단까지 가서
차량이 아무렇게나 출렁거려서 멀미 유발의 소지가
약간 있는데, 디 올 뉴 코나는 그렇게까진 아니라
대다수 소비자들이 흡족해할만한 모습이다.
나 또한 승차감에선 별다른 불만이 없었으니.
이제 소형 SUV에서 시트 메모리와
서라운드 뷰, 후측방 모니터, 전동 트렁크 등
온갖 편의장비를 다 누릴 수 있는 시대다.
그리고 외관에 별다른 관심 없는 장년층들은
심지어 디 올 뉴 코나를 싸게도 살 수 있다.
깡통 트림에 하이패스, 네비게이션 팩, 스마트센스
이렇게만 넣어도 갖출 건 다 갖춘 차가 된다.
첨단 안전 장비까지 전부 다 들어가니까.
이렇게 맞추면 2720만원.
아반떼보다는 좀 비싸지만,
아반떼보다 더 돌아오는 여유를 생각하면
이 정도 추가 지출은 감내할 만 하다.
엔진 파워 및 실내 공간 모두 해당되는 이야기.
그래서 디 올 뉴 코나는
90년대로 복귀한 차량이자
탑승객들을 그 시절로 보내는 타임 머신이다.
운전을 즐기고 차량의 기본기를 따지는
내 입장에서 봐도 90년대 차 같고,
새롭게 떠오른 소형 SUV 소비자들에게
자신들이 젊었던 90년대로 회귀한 느낌을 준다.
나는 정말 싫은 찬데,
많이 팔리는 것도 이해되는 차다.
생각보다 판매량이 안 나오고 있긴 하지만.
차에 대해 일말의 관심이라도 있다면
디 올 뉴 코나는 절대로 사면 안 된다.
그러나 차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고
돈을 조금만 쓰면서도 적당한 차를 원한다면
디 올 뉴 코나는 상당한 선택지이다.
참 자동차라는게
관점에 따라 완벽히 평이 갈릴 수 있단 걸
또 한번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