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여행기 반절은 커녕
고작 두 개 쓰고 냅뒀는데
갑자기 웬 호주?
최근에 여행을 너무 많이 간 탓과
나이를 이제 꽤 먹은 탓에
다녀온진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슬슬 까먹으려 하고 있어서
차도 써야되는 시승기가 밀려있다만
여행 다닌 것부터 서둘러 써야겠다
싶은 생각이 어제 문득 들어
갑자기 꺼내게 된 호주.
내가 다녀온 곳은 크게
시드니와 멜버른, 이 두 도시인데
대부분의 정상적인 여행객들은
두 개 이상의 도시를 호주에서
시간을 내 방문할 예정이면
인천 -> 시드니 -> 멜버른 -> 인천
이런 식으로 시드니 인,
멜버른 아웃으로 비행기표를 끊음.
하지만 이 블로그 주인장이 누구야.
일정도 2주씩이나 길게 뽑았는데
차 하나 빌려서 줄창 돌아다니자.
시드니에서 멜버른까지 대략
편도가 900km이기 때문에
갈 때 하루 + 올 때 하루
이틀 잡으면 충분히 오가겠네.
이런 발상으로 호기롭게
계획한 호주 로드트립.
시드니는 중심가를 다니면
차량을 끌고 다니는 게
너무 불편한 도시이기 때문에
시드니 전반을 둘러볼 일정
첫 며칠은 대중교통으로 다니고
그 뒤부터 여행의 끝까지
쭉 자동차로 이동하도록
그렇게 일정을 짰다.
멜버른에 도착해서도 하루는
트램과 도보로 구경하게
배정을 해놓았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여행기는 추후 예정.
이래놓고 평생 안 쓴다 이제
이번 글 및 시리즈에서는
자동차를 타고다니면서
감상한 호주의 모습들과
차를 타고 둘러보아서
좋았던 점, 호주에서 운전하며
알고 있으면 유용한 팁들
위주로 여행기를 써나가보려고.
그럼 열흘간의 호주 로드트립
이제 시작해볼까.




타고다닐 차를 받아서
출발하자마자 향한 곳은
인근의 카페.
차를 Bankstown이라는,
시드니 공항에서 서편으로
대략 20km 정도 떨어진
여행객이라면 생전 갈 일 없는
그런 동네에서 픽업했기에
인근의 먹을만 해 보이는 카페를
후딱 찾아 바로 출발했다.
호주는 커피의 나라로 유명해서
스타벅스도 장사가 잘 안되는 동네.
그래서 아무 카페나 들어가도
맛이 괜찮을거란 희망을 품고
인근의 Hot Stone Cafe란 커피숍에.
호주에 한국인들이 많이 가서 그런지
한국말로 리뷰가 있는
음식점이나 카페가 꽤 된다.
이 곳도 한국어 리뷰로
평이 괜찮아서 전격 방문.
아무래도 여긴 호주니까
플랫 화이트를 시켰는데
정말 플랫 화이트 본분답게
우유의 고소함이 애매한
그런 독특한 맛이 났다.
플랫 화이트가 원래
카푸치노를 만들려다 우유 거품이
제대로 나지 않아서 탄생한
실수에 의해 세상 빛을 본
뉴질랜드산 커피 메뉴인데
내 입맛엔 우유의 부드러움이
티끌만큼만 더 있었으면
딱 커피와의 균형이 적절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차에서 먹기엔 나쁘지 않음.
카페에서 커피 마시려고 온 게 아니라
난 운전하면서 늘 커피를 먹어서
운전 시작했으니 커피가 필요해
하나 집으러 온 거였거든.
이 곳은 마트같은 큰 건물의
변두리에 작게 카페가 있는데
카페 앞 카페 손님 전용 주차장은
대문짝만하게 CAFE라고 써 있음.
몰래 주차하는 사람이 많나
이렇게 '카페 손님 전용'을
크게 써놓은 건 처음 봐.






커피까지 갖췄으니
이제 오늘의 목적지로 진짜 출발.
오늘의 첫 목적지는
세 자매봉(Three Sisters)이란
블루 마운틴의 관광 명소.
블루 마운틴 자체가
국립 공원으로 지정돼있어
사람들이 많이 오는 편인데,
한국 사람들은 대개
여행사 패키지를 통해 오거나
가끔 보면 직접 운전해서 옴.
Bankstown이란 동네는
시드니 남부에 위치해있고
블루 마운틴은 시드니에서 벗어나
서쪽으로 나간 초입에 있기에
대략 운전해간 거리는 93km.
가는 데 대략 한 시간 반 걸렸으니
특별한 정체 없이 잘 갔다.
오늘은 평일인 목요일이라 그렇겠지.
원래 열두시까지 도착했어야하는데
차량 픽업이 늦어지고
커피까지 사느라 약간 밀림.
열두시 반쯤 도착하니
계획대로라면 이미 점심을
먹고있을 시간이었다만
일정상 구경부터 하는 게 맞아서
식당보다 여기에 먼저 왔다.
세 자매봉 바로 코앞에는
주차할 자리가 꽤나 있지만
여기 오는 관광객들이 한 둘이 아닌지라
주차할 자리가 없을 수도 있다.
특히나 난 평일에 왔는데도
주차칸은 남은 자리가 없어서
길가에 그냥 주차했음.
주차 금지 사인이 없는 상태면
이런 곳에서는 팻말 보고 눈치껏
차를 세워놔도 되는데,
중요한 건 주차 티켓을 끊는 거.
노상주차 했다고 그냥 가면
돌아다니는 주차요원들이
가차없이 그냥 딱지를 끊는다.
실제로 나 티켓 끊고 차 대시보드 위에
잘 보이게 놓고 내리니까 저 멀리
뒷편에서 주차 단속 중.
주차 티켓 안 올려두면 주차비를
내지 않은 것으로 간주해서
벌금 고지서가 곧 날아가니
반드시 주차비 결제해야 함.
주차비는 인근의 주차 티켓 발권기에
자신의 차량 번호판을 입력해서
비용을 지불하고 출력된 티켓을
뽑아서 차량 대시보드에
잘 보이게 올려두면 지불 끝.
다만 컨택리스 페이를 지원하지 않는
신용카드를 가끔 기계가 토해내서
결제가 거부되기도 하는데,
이 점 사전에 유의하는게 좋음.
내 신한카드는 이거 미지원이라
주차비 낼때 몇 번 결제 거절당함.
다행히 트래블로그(하나카드)가
있어 그걸로 내고 말았지만.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겠지만
호주의 주차비는 정말 살벌하다.
물가 비싼 동네 치고도
매우 높은 축이라 거의
뉴욕 수준의 비용이 나감.
여긴 시드니 내부도 아니고
시드니에서 나온 관광지인데
우리나라에선 주차비 받아봤자
3천원 이하로 받을만한 그런 곳이
한 시간에 받아먹는 주차비가
무려 $12(11,000원).
호주 달러라 그나마 덜하지만
아무튼 장난 없다.
시드니 중심가는 그럼 어떻겠어
세 자매봉은 경치가 훌륭하지만
시드니 여행 왔다고 꼭 와봐야될만한
그런 대단한 경치인가 하면
나는 으음... 그건 글쎄.
내가 갔을 때 구름이 잔뜩 껴서
그렇게 느껴졌을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한달 반 전에 이미
미국에서 그랜드 캐년같은걸 보고왔는데..
이걸로 성에 찰 리가 없지.
그런 필터 탓에 그냥 '와봤다' 정도.
솔직한 말로 이거 설악산 울산바위보다
조금 더 탁 트이고 넓은 느낌?
갑자기 확 가고싶은 마음 줄어들지.




보려던 세 자매봉 봤으니
배도 고픈데 밥먹어야지.
이곳은 The Bootleger Bar Katoomba.
호주에 왔으니 호주청정우
안 먹으면 섭섭하니까
대낮부터 스테이크 썰려고 방문.
식당 앞에 다 왔는데
이번에 또 주차할 자리가 없음.
ㅂㅈ러ㅜㅏㅇㄹㅇㅐ쿠ㅇㅍ
500m짜리 도로 왕복 두번 했더니
어떤 차 하나가 나가길래 후다닥.
값비싼 노상주차 주제에
왤케 자리가 없는건지.
아, 심지어 지금은 피크 타임.
여긴 평일조차도
오전 10시 ~ 오후 2시는
50% 주차비 할증이다.
그래서 한 시간에 $6.
아까 세 자매봉보단 싼데
크게 싸져서 내려온 게
강남 주차비 수준.
말을 잇지 못하는...
한시간권 끊고 이번에도
티켓 차에 곱게 올려두고 옴.
스테이크랑 맥 앤 치즈,
그리고 초콜릿 케이크 주문했는데
한 시간 안에 다 못 먹겠어서
결국 초콜릿 케이크는 취소함.
스테이크를 미디엄 웰던으로 시켰는데
먹어보니 웰던에 너무 가까워서
그냥 미디엄으로 시킬걸 후회했다.
미국 가서도 스테이크 썰어보고
일본 가서도 와규 먹어보고
호주와서도 시켜먹어보니까
호주산 소고기는 딱 평범함.
내 입맛엔 미국산이 으뜸이고
그 다음이 한우, 그 다음이 와규.
호주산은 제일 좋은 것들도
확 밀려오는 부드러움이나 고소함이
대단하지 않게 느껴져서
전반적으로 '저렴하게 먹기 좋은,
최고 등급은 아닌' 물건.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감자튀김은 당연히 감자튀김이라
특별하지 않아도 맛있었다만
이 집의 하이라이트는
같이 주문한 맥 앤 치즈.
맥 앤 치즈가 메뉴판에 있으면
난 꼭 주문하는 편인데
여긴 치즈의 맛이
매끄럽고도 깊으면서
물리도록 진하지 않아
부드럽게 즐기기 딱 좋았다.


그렇게 한 시간의 식사를 마치고
밥 먹었으니 입가심 해야지.
아직 차에서 먹던,
아침에 산 커피가 있어서
식후땡용 디저트는 아이스크림.
Josophan's Fine Chocolates란
초콜릿 전문점이었는데
원래 여행 전 계획을 짤 땐
식당에서 도보로 2km 정도라
'그냥 주차해둔 채로 차 놔두고
느지막히 설렁설렁 걸어가서
사먹고 돌아와 드라이브 재출발'
예정이었으나 살벌한 주차비에
차를 빼서 아이스크림 가게 앞으로.
이번엔 운이 좋게도
딱 가게 앞에 들어섰는데
끝 주차칸 하나가 비어있어
재빠르게 주차했다.
웬일로 이번엔 주차비 없음.
벨기에산 초콜릿을 쓴다는
이 집의 아이스크림은
1스쿱짜리 콘 하나에 $7.
이 집은 정말 맛있었는데
초콜릿이 넉넉하게 들었다는 티가
꾸덕하고 진한 맛에서 나면서도
아이스크림으로 그걸 만들었는데
텁텁함이나 느끼함이 없어서였다.
이에 비하면 그거의
한국(?) 대체품인
고디바 아이스크림은 훨씬
우유맛이 강하다고 해야할까.
이렇게 초콜릿의 맛을
짙고 깊게 가져가고도
부담스럽지 않았던 게 놀랍다.
위에 꽂아준 와플과자랑
콘이 고소한 맛으로
초콜릿의 단 맛 지원해주고.
마세라티에 앉아서 이걸 먹고있으니
날씨가 우중충해도 세상 행복.
아, 타고다닐 차 얘길 안 했네 참.
이 여정에 함께할 내 동반자는
바로 마세라티 르반떼.
차량에 대한 시승기를 위장한
러브레터는 이미 따로 있으니 여기로.





아이스크림까지 배 터지도록
야무지게 잘 먹었으니
오늘의 두 번째 목적지인
Mount Tomah 꼭대기로.
시드니에서 나와 블루 마운틴을 거쳐
마운트 토마를 지나 시드니로 돌아가면
250km짜리 대형 와인딩 코스라
르반떼를 픽업한 첫 날이기에
차의 본성을 알아내려고도 있고
아직 낯선 차와 더 친해지려고
이런 드라이브 코스를 짰었는데
이미 블루 마운틴까지 오는 길에
르반떼의 편안함과 깔끔한 날렵함에
정신을 빼앗겨버린 상태였어서
이 차를 이끌고 기쁘게
두 번째 목적지로 출발.
제발 안개 좀 걷히길 바랐다만
일단 시드니 서쪽에 있는 동안은
날씨의 신이 자비가 없을 건가보다.
희뿌연 날씨가 쭉 이어지는데
호주는 영연방 국가인데다
영국의 영향을 많이 받은 나라라서
날씨까지 영국같으니 이거 원
땅덩이만 왕창 큰 영국 느낌.
Mount Tomah 정상에 다다르니
핸드폰 주파수가 가출했다.
그 말인 즉슨, 여길 목적지로 정해
목적지에 도착한 상태인데
다음 목적지를 구글 맵으로
정할 수가 없단 것.
하는 수 없이 오던 방향대로
쭉 다시 가기 시작했는데
눈앞에 트럭이 나타남.
아..........
도착 예정시간 밀리겠네.
트럭의 상당한 방해 후에
드디어 해방되는 줄 알았더니
이번엔 앞에 스쿨버스 등장.
스쿨버스는 인정해줘야지.
4시 갓 넘은 시각인지라
스쿨 존 속도제한이
동네에 따라 방금 전에 끝났거나
아직 시행중인 시간이라
스쿨 버스 뒤에선 잠자코 있어야함.
스쿨 버스 뒤는 별 생각없이
기쁘게 따라갈 수 있었다.
스쿨 버스니까.
어린이 보호에 진심인
서구권에서 스쿨버스 상대로
추월하거나 난폭운전을 자행하면
아주 강력한 철퇴가 내려지니
맨정신으론 어차피 스쿨 버스 상대로
운전 막 할 생각도 안 들거지만
절대 절대 하지 말자.
외국은 교통 법규 위반에 대한
처벌이 우리나라처럼 빈약하지 않고
특히나 그게 어린 보행자나
스쿨 버스 대상으로 일어났다면
자비없이 처벌함. 이게 맞지.
우리나라의 처벌과 단속 수준,
그리고 운전자의 기본 의식 수준이
너무 처참하게 뒤떨어지는 것.







세 번째 목적지는
본다이 비치 수영 클럽.
본다이 비치 간 김에
그 유명한 수영장에서 수영하려고
수영복까지 호주에 챙겨왔었음.
차에 던져둔 가방에 들은 상태.
본다이 비치 수영장은
6시 반에 마감하기 때문에
정말 늦어도 5시 반엔 도착해야
한 시간이 채 안 되는
수영을 즐길 수 있는 상태.
근데 방금전에 이미 4시가 넘었다고
말을 했으니 시간이 얼마 없다.
본다이 비치는 시드니 동쪽 끝.
난 서쪽으로 와서
시드니를 아예 나온 상태이니
온 시드니를 통과해서 가야
본다이에 도착할 수 있는 상태.
원래 짜놓은 일정대로라면
큰 탈 없이 이 일정 소화가 되어야하는데
역시나 계획대로 되지 않는
인생답게 시간이 꽤 밀렸음.
그리고 흐린 날씨는
여전히 맑아질 기색따위 없는 상태.
그런데 구름이 두껍게 깔리고
어두침침한 이 하늘 아래에
너른 들판이 깔려있는 걸 보니
정말 영국 분위기가 물씬 난다.
잠깐 자동차 얘기 할게.
지금 타고있는 르반떼도 아니고
레인지로버 이야기.
레인지로버는 고급 SUV의 시초인데,
랜드로버가 당시에 고객으로 삼았던 이들은
평소엔 당연히 도시인 런던에 살면서,
주말이면 자신의 영토 혹은 성을 보러
혹은 자신들이 거느린 노예들 잘 있나 감시하러
교외로 나가는 귀족들. 지금도 그렇지만
영국은 실질적으로 아직도 신분제 사회이고
레인지로버는 첫 등장때나 오늘날이나
평민들은 감히 살 수 없는 가격의 차량이니까.
교외는 도심지처럼 도로가 잘 닦여있지 않고
그런 노면을 주파할만한 차량들은
지금으로부터 40 ~ 50년 전엔
거의 지프나 랜드크루저 정도 뿐.
고급 SUV의 전성시대인 오늘날과 같은
넓은 의미의 SUV란 단어를 떠올리면 안 됨.
그땐 정말 SUV란 다목적 차량으로서
승용차가 가지 못하는 길을 가기 위한
투박하지만 실용적인 차량이었다.
그런 틀을 깨고 등장한 게 레인지로버고.
레인지로버(스포츠)와 동급 차량인
르반떼를 타고 쭉 가면서
흐리멍텅한 영국같은 날씨와 함께
흔히 영국에서 B-road라고 부르는
포장이 말끔하지 않은 시골길을
쭉 지나가고 있으니 딱 그런 기분?
뒤에 다시 이야기하겠지만
본다이는 남프랑스 해안가 느낌인데
여행 당시 11월이어서
호주는 남반구인지라 이제 초여름.
프랑스 남부까지 이른 여름 휴가를 떠나는
영국 귀족같은 분위기의 로드트립.
원래 영국에서 돈 좀 있으면
섬 바깥으로 휴가 많이 나가니까.
우중충한 영국 탈출해 쨍하고 시원한
남부 유럽으로 그랜드 투어링 하는거지.
그런데 만약 이 상황에서 르반떼가 아닌
레인지로버(스포츠)를 타고 있다 치면
비슷하게 편안하긴 할테지만
아까 블루 마운틴 넘어오면서
즐겁고 안정적인 운전이 됐을까
약간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
레인지로버(스포츠)가 불안정해서가 아니고
르반떼만큼의 스포츠성을 지니진 않아서
그런 생각이 슥 스치더라.
역시 르반떼 최고.
아침에 산 커피가 다 떨어져서
커피 수혈을 위해 어딜 갈까 하다
주변에 맥도날드가 있길래
한국에서 맥도날드를 사랑하는 나라서
마실거리 사러 잠깐 들렀는데
커피의 나라답게 맥카페 메뉴가
오만 게 다 있어서 깜놀.
방금 귀족 어쩌구 해놓고 뭔 맥도날드?
재벌이라고 라면 안 먹는거 아니잖아.
나 한국에선 맥도날드 커피
맛 없다고 절대절대 안 먹는데
호주 맥도날드 커피는 낫 배드.
맛있진 않더라....




시드니로 들어오니까
내리 먹구름만 껴 있던 하늘에
약간 푸른 빛이 돌기 시작했다.
'본다이 비치 도착했을 때도
흐리면 안 되는데' 속으로
계속 간절히 빌고 있었다만
그 기도 하늘에서 들어줬는지
가면 갈수록 구름이 조금씩 걷힘.
그런데 도로 사정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걷히긴 커녕 더 막히는 상황.
5시도 되기 전부터 이미
시드니로 들어서니 꽉 막히던데,
확실히 호주의 워라밸이
한국보다 한참 우수함을 여기서 체감.
실제로 호주는 네시 반쯤
영업 마감하는 회사나 영업소들이
심심찮게 있어서 놀랐었고
식당과 카페는 그보다 더 일찍
그냥 낮장사만 하고 문닫는 곳도 많았다.
대신 좀 일찍 열긴 한다만
'저녁이 있는 삶'을 아주 열심히
추구한다는 점이 너무 부럽더라.
톨게이트비 내는걸 끔찍하게 싫어하는
나인지라 무료 도로만 주로 타고 다니는데
하버 브릿지는 다행히 M1(고속도로)의
일부분이 아니어서 지나가볼 수 있었다.
하버 브릿지 지나가면서 옆의
오페라 하우스 구경하는 것도 매력있어.
호주는 좌측통행 국가이기 때문에
하버 브릿지를 운전해서 통과하며
오페라 하우스를 구경하기 위해선
노스 시드니에서 시드니 중심가로
들어오는 방향이어야 됨.





그렇게 해서 7시가 다 된 시각에
본다이 비치에 간신히 도착.
아까 말했듯이 본다이 스위밍 클럽은
6시 반에 마감하기 때문에
호주에 수영복 괜히 들고 온 사람 됐음.
본다이 스위밍 클럽을 찍고 오면
해변가에 몇 개 없는 주차 자리가 나오는데
이번에도 운이 좋아 도착하자마자
누가 빼서 나가길래 빠르게 주차함.
본다이 역시 주차비가 만만하지 않지만
온김에 느긋하게 구경하려고
이번에는 대국적 결단으로 무려
$15.5 내고 한시간 반짜리 티겟 구매.
티켓도 끊은지라 짐 정리하려고
차 문 열고 있던 차에 지나가던 행인이
나보고 나 차 반대방향으로 댔다고,
주차 방향가지고도 딱지 끊는거
본인이 저번에 봤다고 알려주고 감.
차가 미끄러져 내려갈까봐 일부러
윗쪽 방향으로 대도록 강제하는 걸까?
아무튼 감사하게도 좋은 정보 알게되어
차 반대방향으로 돌려서 주차하고
그제서야 본다이 구경.
본다이 오니까 비로소 호주 온 보람이
느껴질 정도로 풍경이 감탄스럽다.





본다이 비치에 온 건
세 가지 목적이 있는데
하나는 이미 실패한 수영하기,
그 다음은 본다이 비치 구경하기,
그리고 셋째는 유명한 젤라또 먹기.
내가 주차한 위치로부터
젤라또 가게가 대략 걸어서 15분이라
본다이 정취도 느낄 겸
어슬렁대며 걸어갔다.
본다이는 해가 있을 땐 초여름답게
그리 춥지 않고 따뜻했는데
해가 지고 나서 바람이 부니까
급격하게 추워져서 역시나 바닷가답다.
본다이 갈땐 얇은 가디건이라도
차나 가방에 비치해두는게 좋음.
남의 여행기 호주 오기 전에
조금 훑어보니 한국 여행객들은
대부분 본다이를 뚜벅이로 오던데
가방에 겉옷 보관하기 번거로우면
허리춤에 매서라도 가져와야 함.
안 그럼 추워서 못버텨.
그런 추운 와중에
반팔티에 셔츠 한 장 걸치고
아이스크림 먹으러 간 나는...
다행히 감기에 걸리진 않았음.
이번 가게는 ANITA GELATO.
여러가지 맛의 젤라또를 파는 가게인데
진짜 모든 맛을 다 먹고싶었지만
꾹 참고 딸기&바나나랑
솔티드캬라멜&커피, 이렇게 두 가지 맛
사실 네 가지 맛 아닌지
심혈을 기울여 골라 주문했다.
말해 뭐해. 맛은 끝내줘.
개인적으로 다음에 방문하면
마스카포네 리코타(치즈)&딸기
이 맛 먹어보고 싶은데
호주에 다시 갈 의사가...없음.
딸기&바나나는 바나나보단
딸기가 핵심인 듯한 맛.
솔티드캬라멜&커피는
커피맛 캬라멜을
시원하고 부드럽게
얼려 먹는 그런 맛이어서
세금 포함 $10.11이었지만
아깝지 않을 정도로 만족.
아이스크림에 9400원이라니
한국에선 상상도 못할 가격.
맛 하나만큼은
아깝지 않을 만큼 좋다.
그치만 돈은 조금 아깝다.




이 로드트립 떠나기 이전에
며칠동안 내리 물리는 음식 먹었어서
좀 개운하게 태국 음식 먹을까
하는 생각에 일정 그리 짜놨었고
인근 주차자리도 봐놨었는데
막상 근처 가보니까 여긴 차 세우기
여간 난감한 게 아니었어서
주차하기 쉬운 햄버거집으로.
에휴. 호주 온 김에
패스트푸드도 끝장을 보자.
밤이 되니 시드니 중심가는
차를 끌고다니기 약간 더 복잡해짐.
시간이 늦어서 이제 일부 구간은
노상주차가 허용되기 때문에
길가에 주차된 차들이며
밤이 됐다고 운전 시원하게 하는
호주의 양카들이며 정신없다.
그리고 시드니 중심가는
2024년 11월 그 당시에
부분적으로 공사중인데다
시드니 중심은 노면 전차 타고
쭉 지나다닐 수 있게 만들어놔서
늦은 시간의 시드니는 자동차를
끌고다니기 좋은 환경은 아니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택시들이
아주 팍팍 다니기 때문에
상당한 주의가 필요함.




그렇게 도착한 저녁먹을 식당은
Elements Smokehouse and Bar.
점심도 비슷한 집에서 먹었었는데
이번엔 스테이크 대신 햄버거 시킴.
플래터 먹을까 했었다만
생각보다 배가 그렇게까지 고프진 않아서
햄버거 가볍게(?)먹고 하루를 마무리.
이 곳의 대표 버거로 보이는
파이어하우스 스모크 버거 주문했는데
250g 와규 패티와 미국산 치즈, 야채 등
한 눈에 봐도 실하기론 끝장인 이 버거는
햄버거지만 가격은 탈 햄버거.
$28에 세금까지 붙으면
대략 한화로 2만7천원이나 했다.
하지만 호주는 원래 물가가 비싸고
그걸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가격.
맛은 대박이었으니까.
근데 버거 자체에 여러 소스랑
치즈가 들어가서 그런지
패티에 간을 약하게 했던데
어차피 이만한 사이즈의 버거는
일반 햄버거 먹듯이 모든 재료를
와앙 한 입에 베어먹을 수 없고
분해해서 먹어야하기 때문에
패티에도 간을 좀 더 해주는 게.
간이 약해서 고기 풍미가 더 나는 건 좋았음.
나 평소에 간 진짜 적게해서 먹는 편이라
내 입에 간 약하면 진짜 간 얼마 안 된 거.
여긴 식당 앞 길가에 노상주차
그냥 하면 되긴 하는데,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노상주차 후
주차 티켓을 끊어놔야 한다.
도착한 시간이 9시인데
10시 이후부턴 주차가 무료.
주차 티켓 안 끊고 버텨볼까,
어차피 식당에서 내 차 보이는데
하는 생각이 잠시 머리를 스쳤지만
반대로 호주 현지인들도
똑같이 이렇게 생각할 사람 많을거고
그럼 오히려 지금 집중 단속이
이루어질 게 분명하기 때문에
아깝지만 주차 티켓 또 끊었음.
오늘 하루만 주차비로 근 $50 나감.
아, 여기도 컨택리스 결제 미지원 카드론
주차비 지불이 불가능한 곳.
햄버거가 원체 맛있었어서
차 안 가져왔으면 맥주라도 먹었을텐데
아쉽게도 차를 가져왔기 때문에
탄산수로 만족. 근데 산펠레그리노가
병이 무슨 2L 생수만한 것도 있네.
역시 땅덩이가 큰 호주다운 스케일?





밥먹고 오페라 하우스
또 보고 올 생각으로 갔는데,
도저히 오페라 하우스 지하주차장 외에
인근에 차를 세워놓을만한 데가 없더라.
오페라 하우스 지하주차장은
시간당 2~3만원이 우습게 나가서
어차피 이미 실컷 본 오페라 하우스
그냥 떠나기 전에나 한 번 보고 말려고
관두고 호텔로 복귀함.
호텔 주차장 얘기는
시드니에서 나가는 날을 다루는
다다음편에서 아마 할텐데
아무튼 내가 묵었던
Central Studio Hotel Sydney는
주차장 입구는 좀 좁은 편이라
르반떼로 진입하면 전후방센서가
아주 야단법석으로 난리를 치는데
들어가서는 주차칸이 넉넉함.
그렇게 로드트립 1일차 끝.
원래 내 계획대로라면 시드니와
시드니 인근에서 머무르는
1,2일차를 함께 이 글에 다뤄야 하는데
그러려다보니 사진이 90장에 육박하고
사진 장 수가 너무 많아지면
멍청한 티스토리가 날려먹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여기서 끊어야겠다.
원래 4개의 글로 마무리할 줄 알았건만
8개의 글이 되겠네....
그래서 제목도 '시드니 편'에서
'시드니 편 上'으로 급하게 수정.
이렇게 모아보니 하루동안
꽤 많이 돌아다녔네.
시드니 공항 인근에서 출발해
시드니 서쪽으로 시드니를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서
시드니 동쪽의 본다이 갔다
중심부의 호텔로 복귀했으니
그야말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다음 편 바로 이어서 쓸거니까
금방 다시 만나요!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