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지가 6년 만에 풀체인지됐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현대기아차의
최신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도 같이 넘어왔고
내/외관에 파격적인 변신을 꾀해서
그동안 많은 이들에게 시각 공해를 끼치던 구형을
드디어 역사의 뒤안길로 보내버렸다.
나 역시도 신형 스포티지(NQ5)를 타고 있어
5세대로 진화하면서 스포티지가
얼마나 좋아졌는지 알고 있기에,
하이브리드 모델에 거는 기대가 컸다.
가솔린 모델이 워낙 타면서 만족도가 높아서
그 만족감이 하이브리드에서 최소한 유지,
기대하기로는 더 높아지길 예상하며
키를 건네받아 시동을 걸었다.
외관 디자인은 호불호가 갈리는 듯 하나,
처음에 공개된 사진을 보고 나도 놀라긴 했었는데
실물을 보니 생각보다 다부져서
실물이 사진보다 훨씬 낫다는 인상이었고
옆 차선에서 앞서가는 스포티지의
후측방을 지켜보면 폭스바겐 느낌도 좀 난다.
나는 출시된지 시간이 약간 지난 지금
신형 스포티지의 디자인은 상당히 좋게 평가한다.
국내에는 롱 휠베이스 모델만 출시되는데,
투싼만큼의 파격이 없는 만큼
모난 구석도 투싼보다 훨씬 적어 보인다.
시승 차량은 시그니처 트림에 풀옵션 사양이라
스타일 패키지가 적용되어
프로젝션 LED 헤드램프와 LED 방향지시등이
둘 다 적용되어있는데, 의외다.
일단 한 배에서 나온 동급의 경쟁차종인 투싼은
프로젝션 타입 LED 헤드램프 자체가 없다.
기본은 전구고 MFR(반사판식) 타입을 위해서는
익스테리어 패키지를 돈 주고 넣어야 하는데,
스포티지는 기본이 MFR 타입 LED 헤드램프.
그리고 스타일 패키지를 고르면
이렇게 프로젝션 타입 LED 헤드램프가 달린다.
이는 엄밀히 말해서 하극상으로,
윗급인 중형세단(K5)과 같은 옵션 구성.
스포티지에는 하극상인 구성이
돈 낸만큼만 칼같이 돌려주는 현대기아차 답지 않게
신기할 정도로 굉장히 많다.
역시 이것이 월드 베스트셀러의 위엄인가.
그리고 윗급인 쏘렌토는 스타일 패키지 미 선택 시
기본 장착되는 MFR 타입 LED 헤드램프가
마치 눈에 백내장이라도 생긴듯이
어두침침하고 조사범위가 극히 좁은데,
스포티지는 기본형인 MFR LED 헤드램프마저도
쓸만하고 프로젝션 타입과 외관상 차이도 크지 않다.
잘 팔리는 차를 사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방향지시등 또한 LED가 아니더라도
외관상 크게 손해보는 느낌이 없다.
이런 장난질 심하게 치던 기아차가 웬일이래.
시승 차량은 그래비티 트림 미적용인데,
이게 훨씬 보기 좋은 것 같다.
그래비티 트림의 앞범퍼는
수염 안 깎고 입 벌린 중년 아저씨같아서
그닥 내키는 디자인이 아닌데,
기본형 디자인이 오히려 더 스포티하다.
하이브리드는 가솔린/디젤 모델과 달리
휠이 17인치와 18인치 두 가지로 나뉘는데
18인치 전면가공 휠의 디자인도 꽤 괜찮다.
중간 트림인 노블레스부터
앞/뒤 범퍼에 블랙 하이그로시 장식이 들어가는데
들어가도 보기 좋고 빠져도 깔끔하다.
신형 기아 로고 발표 이전에 출시된 차량은
신형 기아 로고를 새롭게 부착했을 때
어색한 느낌이 드는 차종이 일부 있는데
스포티지는 발표 후 출시된 차종이라
새 로고가 자연스럽게 잘 어울려서 좋다.
한 가지 의문인 것은,
차량이 움직이고 있으면
전동접이식 사이드미러가 작동하지 않는다.
물론 운행 중 접을 일이 몇이나 되겠냐마는,
굳이 이렇게까지 막을 필요는 있었나 싶다.
정차 후 버튼을 눌러야 접히는데 은근히 불편.
실내로 자리를 옮기면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K8에서 처음 선보였던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대문짝만하게 대시보드를 가로지르며 자리해
이 차가 과연 준중형 SUV가 맞나 갸우뚱하게 된다.
이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 구성은
12.3인치 디스플레이 두 개를 품고 있는데
준중형 급에서는 계기판과 내비게이션 모니터 둘 다
10.25인치로 통일하는 것이 현대기아차 내 타 차종이
지켜오던 불문율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스포티지는 계기판 뿐만 아니라
기아 커넥트(UVO에서 이름 변경) 내비게이션마저도
12.3인치 디스플레이를 달아서 준대형급 수준.
심지어 하위 트림에도 인질극 장난질 안 치고
순수하게 12.3인치 내비게이션만 95만원에 선택 가능.
우드 그레인 가니쉬는 그냥저냥이지만,
대시보드 디자인 자체가 4개의 송풍구와 더불어
상당히 풍성해보이고 상위 차종 느낌이 물씬 풍긴다.
이 시승기를 쓰는 지금 신형 니로의 가격표가
어디선가 유출되었는데,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가격은
니로에 비하면 천사에 가까울 정도다.
심지어 시그니처 트림에는 운전석 이지액세스도.
참 준중형 급에 별 게 다 있다. 호사스럽다.
터치식 공조/인포테인먼트 조작계는
생각보다 그닥 불편하지 않다.
타이머 기능이 내장되어서
기본값을 공조로 설정해놓았을 시
인포테인먼트 조작계로 전환해서 조작하면
잠시 후에 공조 조작으로 다시 돌아온다.
어차피 인포테인먼트는 터치로 조작 가능하고
볼륨 조절 및 곡 넘김은 핸들의 버튼이 더 편리해
사실상 대부분 공조 패널에 놔두게 된다.
정말 필요할때만 인포테인먼트 패널로 바꿔 쓰면
다시 알아서 공조 패널로 자동으로 복귀하니
운행하면서 불편했던 적이 크게 없었다.
스포티지는 기아차의 월드 베스트셀러라
절대 잘못 나올 수가 없는,
사활을 걸고 만들어야 하는
그런 중요한 차량인데다
최신 트렌드에 맞춰
좋은 연비와 환경친화적 특징을 갖춘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 만나다니,
듣기만 해도 차가 좋을 것은
이미 보장된 내용 같아 보인다.
안타깝게도 전혀 아니다.
투싼(NX4)도 가솔린과 하이브리드 모델 간의
주행질감과 승차감 차이가 꽤 큰 편이라서,
스포티지도 해당 공식을 따를 것으로 예상했다.
내 짐작이 들어맞긴 했는데
하이브리드의 주행 질감이
가솔린보다 더 떨어지는
이상한 현상이 벌어져버렸다.
스포티지 가솔린(1.6터보)은
승차감과 주행성능 두루 무난하게 만족시키는
밸런스가 좋은 차량이었는데,
하이브리드로 오면서 스프링과 댐퍼 둘 다
유들유들(?)하게 풀어놓으면서 다 망가졌다.
자잘한 요철을 깔끔하게 누르고 지나가야 하는데
이들을 밟으면서 둥글게 처리하고
그에 따른 잔진동을 그대로 실내로 전달한다.
마냥 푹신하고 안락한것도 아니고,
어중간한 지점에서 충격 흡수는 똑바로 못하는
이상한 차가 나와버렸다. 가솔린은 괜찮은데.
방지턱 같은 넓고 큰 충격을 받아들이는 것은
첫 충격은 가솔린 모델 대비 부드럽게 받지만
충격에 의한 진동이 더 긴 시간 지속되어
궁극적으로 승차감이 떨어지게 느껴진다.
기아차 측은 E-Ride라는 기능을
스포티지 하이브리드에 최초로 선보이면서
아주 자랑스럽게 공개했는데,
이게 내 느낌상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
'둔턱 통과 시 차량의 운동 방향과 반대 방향의 관성력이
발생하도록 모터를 제어하여 컴포트한 승차감 제공'
한단다. 유감스럽게도 난 별로 공감이 안 된다.
내가 문장을 바꿔보자면,
'안 그래도 어중간한 하부 셋업을 만회하고자
전기모터로 인위적인 느낌마저 가미,
역효과 발생' 정도가 되겠다.
티구안의 가격이 인하되면서
티구안과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비교를 많이들 하는데,
티구안보다 승차감은 소폭 나으나
이는 티구안의 시트가 너무나도 딱딱해서
불편하게 느껴질 정도여서 그런 탓이 크다.
투싼 하이브리드처럼 완전히 물침대 성향으로 가던지,
왜 굳이 이런 선택을 했는지 이해가 잘 안 된다.
스포티지 가솔린도 충분히 승차감 괜찮은데.
승차감에서도 고득점을 못했는데,
주행 성능도 티구안보다 크게 모자라다.
스프링을 부드럽게 푸는바람에 롤이 증가했고
댐핑이 느긋해져서 안그래도 커진 차체가
따라오기 귀찮아서 여유를 부린다.
티구안은 차고만 올려놓은 골프라 해도
될 정도로 주행 성능 하나는 확실하게 잡았는데
스포티지 하이브리드는 둘 다 놓쳤다.
오히려 가솔린 스포티지는 주행 성능과 승차감
두 가지를 어느정도 깔끔하게 확보했다.
시승 차량의 순정 타이어인
컨티넨탈의 크로스컨택 LX 스포츠는
종합적인 성능이 영 엉망이고,
17인치 차량에 들어가는 넥센 로디안 GTX나
한국타이어의 다이나프로 HP2도 오합지졸.
타이어 선정도 엉망진창이다.
스포티지 가솔린은 시작 가격이 2400만원대이니
이런 허접한 타이어를 끼워놔도 참는데
적어도 하이브리드에는 최소한
이보다는 나은 타이어가 필요하다.
타이어가 엉망이라 제동력도 평범하다.
1.6 터보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은
6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리는데,
합산 출력이 230마력이라 힘은 충분하고
연비 역시 살살 운전하면 트립 컴퓨터에
20km/l이라는 숫자가 쉽게 등장한다.
1.6 자연흡기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은
극강의 연비를 위해 6단 건식 DCT를 쓰는데
1.6 터보 하이브리드 모델들은
전부 하이브리드 전용 6단 자동이라
울컥임으로부터 해방이라 다행이다.
시승 차량은 전륜 구동 모델인데,
투싼 하이브리드와 다르게 스포티지 하이브리드는
사륜 구동 옵션을 구비해둔 상태이다.
99.9% 시내에만 있을 도심형 SUV에
특히나 전륜기반이면 사륜 구동이 꼭 필요한가
나는 조금 의문이긴 한데,
어쨌든 선택의 폭이 넓다는 건 좋은 것.
E-Ride 뿐만 아니라 E-Handling이라고
'모터의 가감속을 통해 전/후륜의
하중을 조절하여 조향 시작 시 민첩성을,
조향 복원 시 안정성을 향상'시킨다는데
이 대목도 나는 그다지 공감이 되지 않는다.
스포티지 가솔린은 그렇게 욕을 그간 먹은
C-MDPS를 채용했음에도 놀랄 정도로
자연스러운 핸들링을 구현해서 감탄했는데,
오히려 이 기능이 인위적인 느낌만 보탠다.
스포티지 가솔린은 장담하건대 99%의 소비자는
이게 C-MDPS인지 구분이 불가능할 것이다.
하이브리드로 오면서 이상하게도
그 적절했던 무게감과 피드백이 사라졌다.
쏘렌토(MQ4)도 그렇고 디 올 뉴 스포티지 역시
파노라마 썬루프의 면적이 아주 넓다.
뒷좌석 등받이 뒤까지 썬루프가 이어지니
어린 아이가 있는 아빠들이라면 필수 선택 품목.
옷걸이형 헤드레스트는 EV6에서도 봤었는데
꽤나 유용하다. 누구 아이디어인지 참 칭찬해.
현대차는 상당수 BOSE로 넘어갔는데,
아직도 징하게 크렐 사운드 시스템 우리는 기아차가
스포티지에도 예외 없이 옵션으로 구비해두었다.
예상외로 카니발(KA4)의 크렐 오디오는
그냥저냥 들어줄 만 하던데,
쏘렌토나 스포티지의 것은 수준 이하이다.
오히려 스포티지는 기본형 6 스피커 오디오가
의외로 기본 품목 치고 품질이 상당히 좋은 편이라
60만원 더 주고 크렐 오디오를 넣는 건
가급적 지양하시라고 권하고 싶다.
외장앰프 추가 등으로 추후 오디오 튜닝 생각하면
무조건 넣는게 좋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가슴에 손을 얹고 오디오 튜닝을 염두에 뒀다면
스포티지 사면 안 되지. 안 그래?
하위 트림에는 게이트 타입 시프트레버가
적용되는 가솔린 모델과 달리 하이브리드는
제일 엔트리인 프레스티지부터
이 거지같은 다이얼식 SBW가 기본 적용이다.
그냥 멀쩡한 기어레버형 SBW 쓰면 안 될까?
차 사이즈가 커진 만큼 2열 레그룸은
정말이지 광활하고 준중형 SUV 수준을 상회한다.
시승 차량은 브라운 인테리어가 적용되었는데,
블랙은 심심하고 네이비-그레이는 유지가 부담스러운
그런 분들이 많이들 선택할만큼 적당한 컬러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네이비-그레이 인테리어가 더 좋지만.
전반적으로 실내 색상부터 투싼보다
한 급 위 차량인 느낌이 난다.
스포티지 가솔린을 타고다니는 입장에서
하이브리드 모델에 대한 기대가 상당했는데,
아쉽게도 스포티지 하이브리드는
이를 대부분 만족시키지 못했다.
승차감도 오히려 가솔린 모델보다 덜 편안하고
그러면서 주행성은 큰 손해를 봤다.
고속에서의 안정감 역시 마찬가지다.
스포티지 가솔린은 티구안 수준은 아니지만,
상당히 좋은 고속 안정감을 자랑해서
이것도 인상깊었는데 하이브리드는 그 만큼이 아니다.
하이브리드 고유의 강점인 연비나 개선된 출력은
그대로 보존하고 있지만, 나머지가 큰 아쉬움을 준다.
어차피 연비 차이로 인한 유류대 차이로
비싼 하이브리드 모델의 차량 가격을 만회하려면
상당한 시간과 주행거리가 소요되기 때문에
차라리 가성비 좋은 준중형 SUV를 원하면
스포티지 가솔린을 적절히 구성해서 구입하는 게 낫고
나는 주행성에 신경을 좀 쓴다거나
예산을 4천만원 전후로 확대했다면,
무조건 쏘렌토 하이브리드로 가는 것이 맞다.
티구안은 내가 최근에 하도 편한 차만 타서 그런가
너무 승차감이 나빴기 때문에 좀 그렇고.
빌트인 캠 패키지에 왜 후석 승객 알림이 묶여 있나?
가격표 구성 가지고 칭찬을 위에 해놨는데
끝마무리까지 개운하게
할 수 있도록 해주면 어디 덧나나.
투싼 하이브리드의 가격표 구성이 너무 막장이라
차라리 아예 승차감만 신경쓴다 하면
차 자체로는 투싼 하이브리드가 더 나은데,
특히나 투싼은 방음도 더 잘되어있기에
(둘 간의 엔진룸 방음 차이가 매우 크다)
더욱 그렇다만 가격 탓에 추천은 못하겠다.
3천만원 미만은 스포티지 가솔린,
3천만원 이상은 돈 조금만 더 써서
쏘렌토 하이브리드로 가시라.
어차피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지금 계약 걸면
납기 일정이 11~13개월이라 그동안 돈 더 벌면 되지.
스포티지 가솔린은 폭스바겐을
많이 의식한듯한 주행 질감이었고
쏘렌토는 BMW 향기가 살살 나는
일취월장한 주행 질감이었는데,
스포티지 하이브리드는
정체불명의 괴작이라고 해야할까.
다행히도 시트의 안락감이 괜찮은 편이라
장시간 탑승해도 피로도가 차급 대비 준수했다.
그러나 이건 스포티지 가솔린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니, 하이브리드 안 봐도 된다.
스포티지 가솔린의 7단 건식 DCT가
너무너무 싫다면(DCT를 사랑하는 나도 싫다)
별 수 없지만 그게 아니라면
가솔린 사서 아낀 돈으로 기름 넣는게 답이다.
프리미엄 브랜드에서는 토끼가 몇 마리가 있건
전부 다 잡아야 하는 게 기본 소양이지만,
이런 대중 브랜드 수준에서는 한 마리만 제대로 잡아도
구매를 기피하라는 평은 면한다.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잡자.
그게 승차감이든 주행성이든.
아니면 다 잘하진 못해도 다 못하진 말아야지.
페이스리프트때 소폭 개선되길 빌어본다.
적어도 2024년의 일이겠지만.
하이브리드 하면 연비가 중요하다 싶겠지만
사실 스포티지 가솔린도 연비가 정말 좋다.
CVVD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스트림 G1.6터보 엔진이
정말 상당한 물건이긴 한가보다.
고속 정속 주행 시 평균 16-17km/l까지도 나와주니.
하이브리드의 20-22km/l로부터 그리 멀지 않다.
그간 차 여러 대 끌어봤으면 알 것이다.
이 정도 연비 차이로는 대부분 5년 이상 타야
간신히 차값 차이 만회할까말까라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