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달에 진행됐던 서울모빌리티쇼에
아우디가 웬일로 시승행사를 크게 한단다.
얼마 안 팔지만 유투버들에게 시승차 돌려서
아우디의 존재감을 과시했던 RS 차량과
최근 아우디 자체 보조금(?)과 즉시 출고로
그럭저럭 판매중인 e-트론 라인업,
그리고 기존의 아우디 차량들까지
넓은 폭으로 시승차를 준비했다.
e-트론을 타볼까 했는데 한 발 늦어서
고른 게 시승 고민중이었던 Q8.
가솔린 차량이 나올 줄 알았는데
역시 디젤 밀어내기의 대명사
폭스바겐그룹의 일원 답게
시승차는 50 TDI 콰트로 프리미엄.
또 디젤...이지만
45 TDI때 실망했던 엔진의
출력을 풀어놓은 버전은
과연 쓸만할까 기대도 됐고,
Q8 자체에도 관심이 갔었던지라
일단 한번 타보기로 했다.
Q8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자타공인 외관 디자인일 것.
모두들 멋지다고 하고,
나도 일정부분 동의하는 바이나
헤드램프 사이즈가 약간만 더 커졌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 차는 큰데.
헤드램프가 Q7이랑 다르게 얇아
볼륨감 넘치는 차체 대비 너무 작다.
그릴을 비롯한 모든 디자인 요소들이
큼지막하고 시원시원한데,
헤드램프만 약간 쪼잔한 감이.
균형감 측면에서 페이스리프트 땐
약간 키워주면 고마울 것 같다.
대부분의 쿠페형 SUV들이
쿠페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
유려하게 떨어지는 라인을 채택하는데
Q8은 오히려 직선을 주로 활용해서
덩치에 걸맞는 단단함을 갖췄다.
21인치는 동급 모델과 유사한 휠 사이즈.
GV80은 최대 22인치까지,
GLE400d 쿠페는 20인치가 기본,
X6 xDrive40d는 21인치가 기본이다.
휠 크게 쓰는 아우디 치고 이만하면
절제한 편이라고 봐도 될 듯 하다.
어찌됐건 아우디의 이미지에 어울리는
깔끔하고 세련된 디자인이라
쿠페형 SUV 중에서는 제일 멋지다.
일반형 대비 후면이 아쉬운 GLE 쿠페와
구역질나게 생긴 신형 X6보다 훨 낫다.
디자인은 확실히 크게 한 입 먹고 들어간다.
실내로 자리를 옮기면
A6, A7에서 보았던 것과 동일하다.
10.1인치 MMI 디스플레이와
공조 컨트롤러까지 모두 터치스크린.
이 레이아웃의 아우디는 많이 타봐서
익숙하기도 하지만, 생각보다 편하다.
아우디 특유의 쫀득한 터치감 및 햅틱,
영화관 후려치는 웅장한 웰컴 사운드,
아우디 특유의 실내 향까지.
단점도 그대로 동일하다.
내 기준 너무 직경이 크고 얇은 핸들과
불편한 드라이브 모드 셀렉터 위치,
무조건 죽는다는 텔레매틱스 모듈까지.
만약 출고 예정이라면 이 건으로 미리
서비스센터를 예약해두는 것이 좋다.
랜드로버 게 섯거라 수준이다.
해당 건은 최근 리콜이 확정됐는데,
거의 아우디 전 차종이 영향을 받는다.
Q8 정도의 스포티한 디자인이라면
시트의 형태가 운전자를 좀 더 감싸고
핸들 역시 조금 더 작아져야 할 필요가 있다.
시트 보다는 벤치에 가깝게 느껴질정도로
지지력과 안락감이 그리 좋지 않다.
난 개인적으로 아우디가 상위급 모델에 쓰는
발코나 가죽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
GLE400d 쿠페가 쓰는 나파 가죽보다 못하다.
X6 xDrive40d의 버네스카 가죽도
이보단 착좌감이나 가죽 질이
여러모로 낫다고 생각한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는 각각
그보다 더 좋은 익스클루시브 나파 가죽과
메리노 가죽을 제공하기에,
아우디가 분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여긴 발코나 가죽이 최상위라 끝이거든.
주행질감을 한 줄로 요약하면
전형적인 아우디, 모든 면에서 중간 수준.
Q8 50 TDI 콰트로 프리미엄은
3챔버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이 기본.
물리적 사양 자체는 동일한 경쟁사 제품과
비교했을 시 승차감에서는 평균적인 수준이고
댐핑이 GLE400d 쿠페보다 소폭 단단하다.
낮고 넓은 방지턱을 넘을때 차가
요철을 받아치는 것이 살짝 느껴지는데
이 외에는 전반적인 승차감은 괜찮은 편.
에어 서스펜션을 채용한 것 치고는
평균적인 수준에서 나가진 못했다.
짧고 큰 요철을 처리하는 능력은
GLE400d 쿠페보다 너그러운데,
종합적인 승차감은 특출나다 보긴 어렵다.
승차감은 주행모드 간의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 편이었는데
다이내믹 모드로 놔도 충분히 탈만했지만
승차감 모드에서 특별히 좋아지진 않았다.
주행 성능 역시 마찬가지.
내가 GLE400d 쿠페의 주행감각에
크게 감동을 못 받은 사람인데
Q8 50 TDI 콰트로는 그보다도 별로.
전반적으로 많은 롤링을 허용하는 편이라
내가 선호하는 스타일과 거리가 멀었다.
댐핑에 여유를 너무 많이 주는 바람에
다이내믹 모드에서도 차가 뒤뚱거리고
승차감이나 효율성 모드에선 더하다.
다이내믹 올 휠 스티어링이 포함인데
뒷바퀴도 돌아간다는 사실을 까먹을 정도로
코너링 시 민첩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매번 아우디 시승기 쓸때마다
아우디의 이상한 번역에 학을 떼는데
'다이내믹, 승차감, 효율성'모드는
전부 아우디가 붙인 이름들이다.
번역을 할거면 제대로 하던가.
엔진에 대해서는 기대를 좀 했는데
역시나 기존에 내가 45 TDI 모델에서
느꼈던 평이함에서 벗어나진 못했다.
50 TDI 모델들은 전부
286마력의 최고 출력과
61.18kg·m의 최대 토크를 자랑한다.
다이내믹 모드를 놓고 패들 시프터로
수동 조작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특별히 역동적이라는 인상은 없었다.
일단 최근의 직렬 6기통을 선호하는
경쟁사들과 달리 여전히 V형 구조인데
흡/배기 구조를 뒤집는 행위도 불사하면서
터보차저의 위치 변경으로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이들과 달리 한 시대 전 엔진같은 느낌이 강하다.
터보의 부스트가 차기까지도 시간이 걸리며
요즘 싱글 터보 디젤 엔진들도
놀라운, 즉각적인 악셀 반응을 선보이는데
솔직히 말해 그저 그렇다.
45 TDI 모델이 말도 안되는
터보랙과 미션랙을 보여줘서 놀랐었는데
다행히 50 TDI는 그 정도는 아니다만,
아쉬운 느낌이 든다는 점 하나만큼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회전 질감도 6기통이라면 지극히 갖춰야 할
일반적인 수준에 그저 머무를 뿐이다.
메르세데스-벤츠의 OM656과 BMW B57의
경쟁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로
이 EA897 evo3 엔진은 평범하다.
연비는 경쟁사와 거의 일치하는 수준.
메르세데스-벤츠 GLE400d 쿠페가 복합 10.5km/l,
BMW X6 xDrive40d 역시 복합 10.5km/l.
Q8 50 TDI 콰트로가 복합 10.4km/l니
이쯤되면 단체로 짰나 싶을 정도다.
참고로 시승차의 연비는 3.3km/l.
아우디의 자랑이라면
빠른 변속과 동시에 승차감 보존도 잘 된
S-트로닉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꼽을 수 있다.
토크 대응 때문에 Q8 50 TDI 콰트로에는
8단 팁트로닉 (토크컨버터식)자동변속기가
다른 50 TDI 모델처럼 탑재된다.
이 역시도 그리 좋다는 생각이 안 든다.
BMW, 포르쉐, 랜드로버, 마세라티 등과 마찬가지로
ZF사의 8HP70을 납품받아 쓰는데
잘 모르는 사람들이 'ZF 8단'이라 하면
만능인줄 안다만 사실 아니다.
차량 제조사의 튜닝 역량에 따라
천차만별인데, 아우디는 다소 미흡하다.
다이내믹 모드로 두었음에도
변속도 느리고 직결감도 부족하며
내가 요즘 듀얼클러치 변속기 차량 아니면
변속기에서 출력이 줄줄 새는 느낌을
자주 받는데, 이 차도 거기에 해당된다.
물론 대다수의 고객들이 이를 느낄 확률은
사실 극히 낮다고 생각하지만,
아무튼 별로인 것은 사실이다.
메르세데스-벤츠의 9G-트로닉과
현대트랜시스의 8단 A8R50보다도
별 다른 인상을 못 주는 평범한 물건.
제동에 신경쓰는 아우디답게
2.4톤에 육박하는 이 차량을 잘 세울 정도로
제동력 자체는 좋으면서 제동감은 부드럽고,
순간적인 펀치력은 경쟁사보다 못하지만
후반에 밀어주는 느낌은 또 밀리진 않는다.
21인치 휠을 끼웠음에도
큰 휠에 의한 쾅 하는 충격은 적다.
속도를 좀 냈을때의 안정감도
3위에 머무르며 하위권에 자리했는데,
메르세데스-벤츠 GLE400d와
심지어 제네시스 GV80보다 모자라고
최근 엉망진창인 고속 안정감의
BMW X6 xDrive40d보다는 좀 낫다.
한마디로 이 또한 평범하다.
21인치나 되는 휠을 끼웠는데
타이어 편평비가 45%나 된다.
차의 덩치를 실감케 하는 대목.
타이어는 한국타이어의 벤투스 S1 evo 3 SUV.
국산차도 외산 타이어 채용을 크게 늘린 마당에
수입차의 순정 타이어가 국산이라니
한편으론 뿌듯하지만 성능은 글쎄.
승차감이나 성능이나 이래저래 그저 그렇다.
GLE400d 쿠페는 피렐리의 피 제로,
GV80은 미쉐린의 프라이머시 A/S를 쓴다.
다른게 안 되면 치트키인 타이어라도
좀 좋은걸 쓰면 주행질감이 크게 개선될텐데
마지막 한 끗발조차도 아쉽다.
핸들 조향감도 특별히 인상적인건 없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아주 정확하단 느낌이나
BMW의 묵직한 무게감 모두 없이
평범한 수준에 머물렀다.
이 차의 가격이
1억 1700만원 정도 하는데,
프로모션의 아우디답게 1천만원 가량
빠진다고 생각하면 1억 극초반이다.
요즘 그정도 할인율은 아닌걸로 알고 있으나
또 모른다. 아우디는 기다리면 무조건 깎는다.
이번 달에 역대급 할인 천 만원이래서 사면
다음달에 천 이백만원 깎아주는게 아우디니까.
17 스피커 뱅앤올룹슨 사운드 시스템은
명불허전으로 좋으나 기억나는건 그게 끝.
그놈의 반도체 부족 때문에
전동식 핸들 텔레스코픽이 빠졌다.
1억 주고 차를 사는데
싸구려 플라스틱을 내려 조절해야 한다.
Q8은 현재 재고가 있는지 모르겠다만
A6나 e-트론 같은 차량은
아우디코리아가 빠른 출고를 내세워서
이런 시기에 빨리 받을 수 있다고 판촉중인데,
이런 구성이면 빨리 받아야 하나 싶다.
이 정도의 애매한 완성도면 사실
굳이 돈을 더 주고 Q8을 사야 하나.
국산의 편리한 유지보수와 화려한 실내 및 옵션의
제네시스 GV80이 대기 10개월 이상을 자랑하며
8천만원 전후에서 가격을 형성하고 있고,
뛰어난 브랜드 파워와 더 나은 승차감의
메르세데스-벤츠 GLE400d가 위에 있다.
'강남 싼타페'가 깡통 포르쉐 카이엔에서
GLE로 많이들 옮겨간지 좀 됐는데,
도산대로를 지나다니다 보면
Q8은 하루에 한 대 정도 보인다.
전반적으로 중간에 껴서 어중간하다.
외관에서 시원하게 확 질렀으면
내실에도 충분해야 하는데
Q8은 멋진 외관 스타일을 받쳐줄만큼
나머지 요소들이 뛰어나지 못하다.
말만 크게 떠벌리고 실행은 안 옮기는
그런 '언과기실(言過其實)'형 사람 같다.
생긴 것 만큼 주행성이 역동적이지도 않고,
덩치와 체급답게 거주성이 특출나지도 않으며
브랜드 가치는 어중간한 위치에 있는데다
반도체 부족을 핑계로 옵션까지 삭제당했다.
실내 디자인은 화려하지만 우아함은 찾기 힘들고.
이전에 Q5 45 TFSI에 대해서는
적당한 가격과 구성, 성능을 가져서
가격 대 성능 비를 따지면 괜찮다고 그랬는데
Q8 50 TDI 콰트로 프리미엄의 경우는
강력한 적수들이 마치 샌드위치처럼
위아래에서 강한 압박을 가해오고 있다.
원래 아우디라는 브랜드 자체가
경쟁사 대비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프리미엄 브랜드다운 요소들이
최소한 보장된 상태에서
세련되고 진보된 디자인을 누리는
그런 브랜드인데,
Q8 50 TDI 콰트로 프리미엄은
정말 최소한의 수준만 갖춘 느낌이다.
그룹사 내의 포르쉐 카이엔이
가격 상 그리 멀리 있지 않다.
1억 3천만원 정도에 끊어서
출고하시는 분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Q8 살 생각이면, 3천만원정도 땡겨서
카이엔 한번 가볼만 하지 않은가?
두루 지극히 전형적인 아우디의 모습인데
그래도 내가 기억하는 아우디는
이만큼 완벽하게 평범하진 않았던 것 같다.
불과 몇 년 전 아우디 차량의 강점이라면
지금 와서 봐도 전혀 낡아 보이지 않는,
시대를 뛰어넘은 내/외관을 꼽겠는데
Q8 50 TDI 콰트로 프리미엄은 보면
이 역시도 세월의 흐름에 따라
빠르게 유행이 지남이 느껴질,
그런 스타일링이라 이것도 걱정된다.
이 차에서 내리면서 한 때 가졌던 관심을
시원하게 날려버리며 딱 한 마디 내뱉었다.
'역시 GV80 사야겠네.'
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