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의 최근 상당한 약진으로
니어-럭셔리 수입차의 국내 입지가
이전보다 많이 약해진 것이 사실이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폭스바겐.
디 오리지널 게르만을 내세우면서
소싯적 국산차들이 수준 미달이던 당시
골프 등으로 신세계를 보여줬던 그 브랜드가
이제는 옛날의 영광을 되찾기 어려워졌다.
그럼에도 폭스바겐코리아가 꾸준히 파는
딱 하나의 모델이 있는데, 바로 티구안이다.
아반떼가 좋아지면서, 그리고 디젤의 인기가 식으면서
골프의 아성도 국내에선 크게 줄어든 상태이고
아테온은 차는 좋다는거 나도 타봐서 아는데
큰 변화 없이 너무 긴 세월 우려먹고 있어
사실상 주력 차종이 단일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티록은 팔기 싫은 구성으로 수입하고
투아렉은 아무리 봐도 안 살 것 같으니.
티구안은 비단 국내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폭스바겐의 베스트셀러.
유럽 현지에선 연간 판매 대수가 여섯 자리 수.
디젤 게이트 이후로 타격을 입었지만
분명 티구안 2.0 TDI는 경쟁력이 있는 모델이다.
폭스바겐코리아가 그동안 오락가락하는
큰 금액의 할인 정책으로 욕을 먹었었는데
그 탓에 이제 비교적 저렴한 출고가를 제시하고
프로모션은 1% 내지 최대 3% 정도로 묶는
새로운 가격 정책을 선보였다. 실질적 가격인상
국내에서 폭스바겐코리아의 생명줄인 티구안은
프리미엄과 프레스티지 두 가지 트림으로 나뉘며
각각의 트림에 4모션 사륜 구동을 추가할 수 있다.
두 트림 간의 가격과 옵션 차이는
생각보다 별로 크지 않은데,
프레스티지에 추가되는 내용물은
IQ 라이트 및 다이내믹 턴 시그널, 2열 열선 및
조수석 전동시트, 파노라마 썬루프와 HUD,
9.2인치 MIB3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
사실상 패밀리카로 구입하는 경우가 절대다수인
티구안 구매층을 생각하면 얼마 차이 안 남에도
무조건 프레스티지로 올라오게 구성해두었다.
2열 열선을 빼서 한 등급 올리게 하는
치졸한 짓은 현대/기아도 마찬가지로 하니 참고.
프리미엄 트림에는 8인치 MIB3 인포테인먼트가
탑재되기 때문에 제타에서 보던 그 답답한 화면이.
쓰는 데는 지장이 없지만 시대에 뒤처진 느낌이 물씬.
프리미엄 트림도 3존 오토에어컨이나 전동 트렁크,
디지털 콕핏과 각종 반 자율주행은 기본으로 갖춰서
구성은 나쁘지 않은데 2열 열선 부재가 결정타.
두 트림 간 가격 차이가 375만원이고,
시승기의 주인공 프레스티지는 4380 만원이라
어지간해선 프레스티지로 가는 것이 좋다.
4380만원이면 국내 주 경쟁 모델인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풀 옵션보다 살짝 비싼데
과연 아직도 티구안 2.0 TDI 프레스티지가
쟁쟁한 국산 경쟁모델을 상대로도
적어도 국내에선 살 이유가 남아있을까?
폭스바겐코리아의 마지막 남은 패가
여전히 숨겨진 에이스처럼 위력을 발휘할까?
페이스리프트된 티구안의 디자인은
세련되고 깔끔한, 전형적인 폭스바겐다운 인상이다.
직선과 각이 많이 사용된 새 디자인은
기존의 온순했던 인상을 크게 갈아엎었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디자인은 아주 마음에 든다.
국내에 수입되지 않는 R-라인 범퍼도 이쁜데.
웃기게도 신형 스포티지(NQ5)가
조형 면에서 상당히 폭스바겐 차량스러워졌는데
그래도 원조는 원조다. 정갈하게 잘 차려입었다.
프레스티지 트림에만 적용되는 IQ 라이트는
좌/우 각각 24개의 LED가 적용된 매트릭스 빔.
제네시스가 지능형 헤드램프(IFS) 적용 시
들어가는 LED 갯수인 18개보다 많은 것.
밤에 시승하질 않아서 진가를 확인하진 못했지만
헤드램프가 좋으면 야간 운전 편의성이 대폭 향상된다.
차급 대비 성능이 인상적인 장비이므로
나라면 이것 때문에라도 무조건 프레스티지.
다이내믹 턴 시그널도 멋을 더해서
외관은 동급 차종 중 가장 마음에 든다.
정직한 맛이 핵심이었던 폭스바겐다운
올곧은 기조는 그대로면서
날렵한 인상을 첨가해 금상첨화.
티구안의 인테리어는 페이스리프트라
기본적인 레이아웃은 거의 그대로고
새로운 스티어링 휠과 새 장비들이 더해졌다.
신형 스티어링 휠은 각종 버튼들이
블랙 하이그로시 패널로 이루어진 버전과
개별 버튼으로 나뉘어진 저렴한 버전으로 나뉘는데
국내 수입되는 티구안은 후자가 적용되어 있고
사용 편의성 측면에서 후자가 압도적으로 낫다.
전자는 스티어링 휠 파지 중 실수로
핸들 열선 등의 기능을 작동시키기 쉬운 데 반해
후자는 전부 물리 버튼이라 오작동 우려가 없다.
기존 인테리어의 약점이었던 아날로그 클러스터는
이제 12.3인치 디지털 콕핏으로 전격 교체되어
그래도 요즘 차 느낌이 좀 나는 편.
동급 C-세그먼트인 골프는 국내 수입분에
10.25인치 디지털 콕핏 프로가 적용됐는데
티구안은 더 큰 디스플레이가 계기판에 사용돼
많이 팔고싶은 폭스바겐코리아의 의지가 엿보인다.
그런데 티구안의 운전석에 오르자마자
티구안한테 거의 낙제점을 주게 되었는데
운전석 시트가 말도 안되게 딱딱하다.
아무리 티구안이 동급에서 제일 잘 달리는
주행 기본기에 충실한 차량이라 해도
어디까지나 패밀리 SUV인데,
본분을 잊어버린 것 같이 심하다.
일부 매체에서도 이를 다뤘지만
심각한 수준으로 말하진 않은 경우가 대부분인데
앉자마자 이게 맞나 싶을 정도로 착좌감이 엉망.
엉망인 것 보다도 너무나 불편했다.
그렇다고 시트의 전반적인 지지력이 특별히 좋나
하면 그건 또 차량 성격 답게 아니다.
비엔나 가죽시트의 가죽 질은 평범하다.
시동을 거니 거친 디젤 엔진의 음색이 귀를 난타한다.
티구안은 2.0L 4기통 TDI 엔진이 올라가는데
순간 내가 요즘 너무 조용한 차들만 타고 다녀서
이 차가 이렇게 시끄럽게 느껴지는건가
굉장히 강한 의문이 들었었는데
타는 내내 소음이 너무 거슬렸다.
그간 내 블로그 시승기들 봤으면 알겠지만
난 그 욕먹는 메르세데스-벤츠 M274도
크게 개의치 않았던 사람이고
전반적으로 엔진 소음에 굉장히 무디다.
시끄럽다는 대부분의 엔진들을
"특색 있는 소리"로 퉁치고 넘어가는 편.
아, 볼보의 현 4기통 가솔린을 제외하고.
근데 티구안은 너무나도 시끄러웠고
누적 마일리지 2000km도 아직 안 된 차가
그것도 그리 춥지 않은 가을날에 이렇다니
작년 가을에 시승하고 이제서야 시승기를
해당 차량만의 문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카오디오 볼륨을 쭉 높이게 되었었다.
내가 이 차 시승기를 이렇게 늦게 쓰는 이유는
신형 골프(8세대)의 국내 출시 이후에
이것까지 타 보고 비교해가며 쓰려고
일부러 쭉 기다린건데 기다린 보람이 있다.
동일하게 EA288 evo 엔진이 올라갔음에도
골프 쪽이 훨씬 정숙했다. 적어도 출고 초기는.
시승했던 골프의 누적 주행거리도 비슷했고.
같은 그룹사 내 모델끼리 비교해도 이런데
심지어 하이브리드 모델인 스포티지랑
맞비교하게 되면 차이가 극단적으로 커진다.
스포티지가 방음이 그렇게까지 충실한 차는
결코 아니지만 하이브리드는 꽤 조용한데
티구안과 비교하면 티구안은 시끄러워서 못 탄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티구안을 다시 타보고
정말 티구안이 이정도로 디젤 엔진 소음이
극심한지 재차 검증을 해보던지 해야겠다.
변속기는 7단 DSG(DQ381)가 적용됐는데
승용 라인업에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앞서 적용한 선두주자답게 품질이 훌륭하다.
기어레버 디자인은 좀 마음에 안 들지만
직결감 측면에서는 DCT를 사랑하는 내게
크나큰 만족감을 선사해주었다.
변속 속도도 스포티지(7단 DCT 사양)보다
더 빠르고 체결감도 강했으며
시내 주행 시 울컥임도 습식이라 덜하다.
150마력이라는 엔진 출력이
솔직히 경쟁 모델 대비 많이 부족한데
모자란 힘을 변속기가 멱살 잡고 끌고간다.
경쟁 모델인 스포티지는 가솔린의 경우 177마력,
하이브리드의 경우 합산 230마력이나 된다.
시내에서 타고다니기에 두툼한 토크는
넉넉하단 인상을 주지만, 종합적인 파워는 그닥.
딱 살살 타고다니면 불만 없을 수준이다.
터보에 부스트가 차는 데에도
시간이 좀 걸려 터보랙의 체감도 꽤 됐다.
티구안의 진가는 달릴 때 드러나는
독일산 폭스바겐다운 탄탄함인데,
확실히 이 부분에서는 독보적이다...만
골프의 키를 키우고 잡아당긴 차 치곤
골프가 주는 "이게 진짜 폭스바겐이지"
하는 인상하고는 거리가 꽤나 있었다.
분명 스포티지보다 롤 억제력도 좋고
SUV가 아닌 낮은 크로스오버같은 감각에
안정감있는 코너링이 하이라이트긴 한데,
골프가 주는 감동이 너무 지대해서 그런지
티구안이 같은 느낌을 주지는 못했다.
SUV라서 가지는 태생적 열세를
내가 감안하지 않는게 아니다.
그래서 생각해보니 티구안은
페이스리프트라 2세대 MQB 플랫폼을,
골프는 최신 MQB evo를 쓰는구나. 저런.
동급 차종들 대비 노면에 붙어서 도는 느낌과
좌우로 조향을 반복하며 받는 착실함은
반박하기 힘든 티구안의 큰 강점이다.
다만 진짜 디 오리지널 게르만은 골프일 뿐.
속도를 좀 올렸을 때의 안정감 역시 마찬가지.
스포티지 및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대비해선
체감 속도가 낮아 안정감이 소폭 나은 편인데
신형 골프가 차 사이즈 대비 미친 고속 안정감을
신나게 과시하고 있어서 그걸 생각하면
차세대 티구안을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아무리 SUV라지만 티구안이 골프보다
휠베이스가 200mm 가량이나 더 긴데,
속도를 좀 내면 골프가 훨씬 침착하다.
골프의 그림자 속에 티구안이 자꾸 숨어버린다.
핸들링은 적당한 무게감과 충분한 직결감으로
C-MDPS를 사용하는 경쟁차종들보다는
확실하게 우위에 서는 모습을 보인다.
그런데 패밀리 SUV에게 있어서 중요한
승차감은 너무나 딱딱해서 놀랐다.
시트가 말도 안되게 단단한 탓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스프링과 댐핑이
부드러움과는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있는데
큰 요철 처리를 깔끔하게 마무리지으나
처리 과정 자체는 굉장히 임팩트있다.
티구안 R이 이런 셋팅이라면,
고성능 모델이니까 이해할텐데
R-라인도 아닌 기본형 티구안이
이 정도로 성깔 있는 승차감을 보인다면
티구안은 패밀리 SUV로서는 탈락이다.
잘 달리는 차가 사고싶으면
깔끔하게 골프 2.0 TDI가 답.
스포티지의 경우 시트도 푹신하거니와
서스펜션 셋업도 훨씬 푹신하고 넉넉해서
막 잡아돌리는 환경에서는 크게 불리해도
패밀리 SUV의 본분이나 일상 주행 환경에선
티구안보다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안락하고 너무나도 편안했다.
혼자 타고 좀 달린다면 티구안을 왜 사지? 괜찮은데
차량 성격을 감안하면 스포티지가 더 나은 선택.
난 이번 페이스리프트가 너무 맘에 들어
신형 티구안이 굉장히 궁금했었고,
마침 최근 쭉 타고있는 스포티지(NQ5)와
직접적인 라이벌 관계에 있는 차량이라
더욱 호기심이 많았었는데
멕시코산과는 겸상하지 않는단
볼프스부르크 태생의 SUV다운 면모는
어느정도 체감할 수 있었지만
가족들과 함께 타는 차량이라곤
믿기 힘들 정도의 요소들도 많았다.
국산차의 완성도가 대폭 향상되며
가격 차이를 만회하기에 폭스바겐이 자랑하는
그 기본기라는 것이 빛이 많이 바랬다.
나는 스포티지를 타며 굉장히 만족하고 있고,
그래서 티구안이 어떨 지 기대 반 걱정 반이었는데
안타깝게도 국내에선 약발이 많이 약해졌다.
그래도 아직 티구안의 판매량은 죽지 않았다만
예전 같으면 무조건 티구안을 선택했을 텐데,
이젠 스포티지의 손을 들어주게 되다니
다시 한변 격세지감이다.
폭스바겐의 내로라하는 진면모를
순수하게 다 느끼려면 골프.
SUV의 목적에 맞는 차량을 찾는다면
국산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 낫다.
경유값이 휘발유값을 초월한,
상상을 초월하는 세상에 살고 있으며
SUV조차도 가솔린의 인기가 높아져
현 상황이 티구안에게 영 불리하긴 했다.
티구안 올스페이스 가솔린이
올 여름에 출시된다니 기다려봐야지.
특히나 EA888 4기통 가솔린 터보는
부드럽고 크림을 맛보는거같은 회전 질감이
기억에 많이 남는 명품 엔진이라
이 엔진이 올라가면 평가가 또 달라질지도.
티구안 2.0 TDI 프레스티지는,
오랜 시간이 지나 빛이 바랜 색종이이다.
처음 샀을때는 화려한 색감이 예뻤으나
티구안이 국내에 안정적으로 자리한지
벌써 상당한 세월이 지나
색깔이 약간씩 빠져 빛이 바랬다.
그래도 원래 색종이는 풍부한 색감이
눈을 즐겁게 해주는 물건이고,
티구안 역시 차량의 기본적 요소인
달리기 하나는 꽤나 잘 해낸다.
그런데 예전같지 않은 것도 사실인 것.
조금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