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의 차량들이 대대적으로 바뀌는 중이다.
미니의 태초는 정말 작은 (오리지널) 미니였고
BMW가 인수한 후에는 미니 쿠퍼로 재탄생했었다.
그런 미니 쿠퍼 단일 모델로 모자랐었는지
미니 쿠퍼 컨버터블, 미니 로드스터, 미니 쿠페,
미니 클럽맨, 미니 컨트리맨, 미니 페이스맨으로 갑자기
무한 증식을 시도하더니만 대부분이 없어지고
미니 쿠퍼와 컨버터블, 미니 컨트리맨만 남았다.
클럽맨(F54)은 신형이 나오지 않을 예정이고
쿠페니 로드스터니 하는 차들은 진작 단종.
페이스맨도 인기가 없어서 예전에 없어졌지만
이번에 에이스맨이라는 정신적 후계자가 등장 예정이라
아주 없어졌다고는 말할 수 없는 상황.
이런 가지치기와 숙청의 굴레 속에서
미니 쿠퍼를 제외하곤 사실상 유일하게
단종의 과정 없이 살아남은 차가 바로 컨트리맨이다.
그런 컨트리맨이 벌써 3세대(U25)로 진화했다.
지난 세대(F60) 컨트리맨 JCW에 대한 시승기는
이미 내 블로그에 있으니 궁금하면 찾아보길.
시승기로 옮기진 않았지만 지난 세대
기본형 컨트리맨도 타보았으니
새 컨트리맨과의 차이점도 같이 짚어볼 수 있겠지.
점점 커져서 미니라는 뱃지가 무색할 지경인
컨트리맨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한 번 보자.
디자인은 논란의 여지가 분명하다.
처음에 봤을땐 나도 눈에 쌍심지를 켜고
저게 어떻게 미니 브랜드의 차량이냐
맹 비난하는 대열에 앞장섰었는데
지금 와서 보니 새로 바뀐 미니 쿠퍼보다는..
그나마 좀 덜 못생기고 덜 괴랄한 것 같다.
공간이 넉넉한 SUV이기에
미니 쿠퍼보단 더 대중적인 차량이고
그래서 아주 지들 멋대로 디자인하는 데에
약간의 부담이 있었던 듯 하다.
너무 급진적인 변화는 그래서 자제했다. 다행.
추후에 나올 컨트리맨 일렉트릭과
외관 디자인은 거의 일치한다고 보면 된다.
그 말인 즉슨, 향후 더 오래 버텨야 할 지도
모르는 전기차 모델을 중심에 두고
내연기관 컨트리맨까지 디자인했다는 뜻.
전동화 모델이 중추 역할을 하면서
내연기관 모델까지 공용으로 그려낸 디자인이
여지껏 성공한 경우를 본 적이 없는데
3세대 컨트리맨 역시 예외는 아니다.
실내로 자리를 옮겨보니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밝고 화사해졌다.
기존 컨트리맨의 실내는
디자인의 기틀이 되는 미니 쿠퍼의 것을 가져와
넙데데하게 좀 바꿔놓았던 탓에
대시보드의 송풍구와 인포테인먼트 모니터가
코끼리같이 바보같아 보이던 문제가 있었는데
이번 신형 인테리어는 훨씬 미니멀하면서
여러 가지 장식이 더해져서 한결 보기 좋음.
기존엔 뒤떨어지는 실내 소재와 옵션을
단지 '미니'라는 점으로 커버하려 들었다면
이젠 디자인 아이콘(이 되고자 호소중)인 것 처럼
도어 캐치에도 디자인을 심어넣고
그 옆의 스웨이드 장식에도 무늬가 들어갔으며
운전대에도 하단 스포크(?)를 벨트처럼 꾸몄다.
이 모든 것이 모여 드디어 봐줄 만한 인테리어가 됐고
실내 정 가운데 위치한 9.4인치 OLED 디스플레이는
쨍하고 보는 맛이 있어 이 부분은 좋다만
지난 2세대까지만 해도 공조를 컨트롤하는 버튼이
대시보드에 별도로 나와 있었는데
이제 디스플레이 안에 터치식으로 들어간 건 불만.
시동 거는 방법은 다이얼을 돌리는 것이란 것과
R-N-D 변속 레버 및 주행 모드 변경 레버는
위 아래로 누르고 올리게 되어있는 점은
그래도 미니가 여전히 재미를 추구하는 브랜드란걸
보여주긴 한다. 다만 주행 모드 변경 레버는
시동 다이얼처럼 좌우로 돌리는 방식이면
더 편할 것 같은데, 그렇게 만들었다간
운전 중에 보지 않고 시동 다이얼을 잘못 돌릴까봐
일부러 시동 다이얼을 가운데에 두고
좌/우에 각각 레버를 만들어 따로 떨어트려 놓은 듯.
외관은 기존보다 무던해졌는데,
실내는 한결 모던해졌다.
미니는 무엇보다 경쾌한 달리기가 포인트이니
서둘러 운전석에 올라 시동을 걸어봐야지.
벌써 실망하긴 이르다만,
솔직히 난 이 차에 앉고
시트 포지션을 맞추면서부터
이 차를 점수판에서 낙제시켰다.
왜냐? 이 차는 악셀 페달이
브레이크 페달보다 훨씬 누워있다.
도대체 이런 차들은 왜 이렇게 만드는지
도무지 내 상식 선에선 이해가 되지 않는데,
의외로 그렇지 않을 회사들에서도 은근 몇 대 있다.
대표적인 게 르노 아르카나와 메르세데스-벤츠 GLE.
특히 GLE는 GLE 300d, GLE 450, GLE 400d 쿠페,
GLE 53 AMG, GLE 63 S AMG 쿠페 가릴 것 없이
전 차종이 그 모양이어서 아주 화딱지가 났었다.
신형 3세대 컨트리맨도 예외 없이 불편한데
'드라이빙'을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중시하는
BMW 그룹 소속 차량인데 왜 이런 걸까?
BMW 그룹은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
올바른 운전 자세에 대해 아주 열심히
가르치기도 하는 회사란 말이다.
시트는 컨트리맨 S의 상위 트림인 이 차엔
'JCW 스포츠 시트'라는 것이 적용됐다는데
앉아보면 어디가 스포티한지 잘 모르겠다.
그냥 컴포트 시트라고 이름 붙여야 될 듯 한데
'미니' 브랜드라 스포츠성에 대한
보여주기식 강박이 다소 있는 듯 함.
신형 미니 컨트리맨 S의 제원을
간단히 살펴보고 넘어가자면,
2세대 컨트리맨 S와 동일한 엔진이 얹혔는데
그것이 바로 1998cc 직렬 4기통 가솔린 터보.
코드네임 B48으로, 엔진 자체는 아주 훌륭하나
미니 JCW 라인업 이외의 미니 S 모델들이나
같은 엔진을 얹은 BMW들은
몰개성하고 너무 심심하다는 것이
그동안의 내 평가였다.
엔진이 너무 무색무취랄까?
엔진의 존재감이 없는 건 고급 세단에서나 알맞지
경쾌함과 활기가 무기인 미니에는
그다지 궁합이 좋지 않다고 느껴지고,
이는 3세대로 진화한 컨트리맨 S에서도 마찬가지.
엔진 소리도 심심하고, 회전 질감도 무난하다.
2세대 컨트리맨 S보다 개선된 건 출력.
이 3세대 컨트리맨 S는 비록 엔진은 동일하지만
최고 출력 204마력, 최대 토크 30.6kg·m 이라
지난 세대보다 출력은 12마력,
최대 토크는 2kg·m 올랐다.
그런데 차량 사이즈가 커졌음에도
나가는 느낌이나 출력감은 더 강해졌는데
그건 사실 이런 미미한 엔진 출력 차이보다는
변속기가 7단 DCT로 변경된 탓이 크다.
2세대 컨트리맨 S(F60)는 원래
3기통 모델이었던 엔트리 컨트리맨에만
7단 DCT가 B38 엔진과 궁합을 맞췄었고
4기통 라인업인 컨트리맨 S와 컨트리맨 JCW에는
토크 컨버터식 8단 자동변속기가 올라갔었다.
그런데 3세대 컨트리맨(U25)로 바뀌면서
4기통 라인업들도 전부 7단 DCT.
변속기가 바뀐 덕분에
3세대로 진화하며 차량 사이즈가 확 커졌음에도
기존보다 좀 더 힘차게 나가고,
심지어 복합 연비도 0.1km/l 개선되었다.
컨트리맨 S의 복합 연비는 10.8km/l.
245/45R19란 큰 신발을 신고 있음에도
이 정도면 그럭저럭 양호한 편이고,
B48의 가장 큰 연비는 실 주행 연비이기에
장거리 운행 해보면 17km/l을 쉽게 넘기리라 예상함.
다만 타고있는 동안엔 DCT인지 잘 모를 정도로
변속감과 변속 속도를 부드럽고 매끄럽게 다듬어 놨는데
미니라면 으레 가져야 할 박진감은 전무했다.
그럼 DCT를 쓴 이유는 딱 하나, 연비 때문이겠지.
DCT로의 이동이 즐거움을 위해서가 아니란 게
약간 씁쓸한 대목이다. 미니인데.
타이어는 미쉐린의 e-프라이머시.
특이하게 사이드월에 별과 MO 표시가 있다.
MO는 메르세데스-벤츠 OE란 뜻 아닌가?
누적 1300km의 짧은 삶 동안
이미 누가 타이어를 한 번 해먹어서
급하게 타이어를 공수해와서 교환한 건지.
E-프라이머시는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용인데
컨트리맨 S는 둘 중 어느 것에도 해당되지 않음.
역시나 이것도 전기차용 타이어를 그대로 쓴 듯.
미니 하면 그 다음 생각나는 건
엄청나게 무거운 운전대 무게감.
일반적인 기준에서 미니의 운전대 무게는
여성분들은 부담스러워 할 정도인데
이번 컨트리맨 S는 놀랄만큼 가벼워졌고
아주 한 손으로 휙휙 돌릴 수 있을 정도다.
미니의 돌덩이같은 운전대를 사랑하는 나로선
가히 문화 충격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무리 더 넓은 고객을 품고 싶을 지언정
자신의 개성을 이렇게 한 방에 완전히 내려놓다니.
운전대의 무게감이 가볍더라도
앞 바퀴의 정보를 충분히 전달하는 차들도 많은데
이 컨트리맨 S는 그것도 아니다.
어떻게 운전자와 직접적으로 맞닿는
제 1번 요소인 스티어링이 이 모양인지.
브레이크 페달의 조작감 역시 사뿐하다.
다른 차량을 타다 넘어와도
위화감이 없을 정도로 부드럽게 되어 있어
내가 지금 미니를 타고 있는 게 맞나 싶다.
껍데기는 분명 미니가 맞는데.
승차감은 지난 세대 컨트리맨보다
좀 더 납작한 듯 묵직하게 단단하다.
2세대 컨트리맨은 U자형 굴곡이 오돌토돌
자주 올라오며 쾅 하는 느낌이 있었는데
3세대로 오면서 전기차들이 으레 보여주는
바퀴가 요철을 납작하게 누르지만
단단하게 차체가 위에서 버티는 그런 느낌이 되었다.
승차감이 개선된 것은 분명한 사실인데
외관 디자인 부분에서 말한
'전기차 우선주의' 개발 프로세스가
주행 품질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싶다.
그나마 폭스바겐 티구안이나
BMW iX1, 메르세데스-벤츠 EQA보단
승차감이 낫다는 점이 위안삼을 만 함.
아이러니하게도 신형 X1(U11)이나
GLA(H247)은 아직 타보기 전이라
내연기관 컨트리맨 S를
전기차들과 비교하게 되는데
동 세그먼트 내의 경쟁 모델들이니
가볍게 봐주면 될 듯 하다.
같은 FAAR 플랫폼을 공유하는
BMW iX1은 이보다 노면 정보를
운전자에게 훨씬 많이 전달하니,
보편적인 측면에서의 승차감은
형제차인 컨트리맨 S보다 부족하다.
그러나 이런 프리미엄 차량 말고
국내 시장에서 유사 가격대에 포진중인
기아의 더 뉴 쏘렌토나 현대의 디 올 뉴 싼타페보단
승차감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승차감에서도 좋은 평을 주긴 어렵다만
프리미엄 브랜드 영역에서의 경쟁 모델들보다
앞선다는 점은 고무적인 요소.
원래 미니는 그들 중 승차감이 제일 떨어져도
역시나 '미니'란 점으로 해결해왔었는데
이제 컨트리맨이 승차감으로 그들을 이기다니.
뭔가 기분이 이상하다.
그래서 신형 컨트리맨 S는
종합적으로 따져보니 아주 무난한 차가 되었다.
원래는 모난 구석이 아주 많았지만
사랑으로(BIG LOVE) 보듬어줘야 하는 차였는데
이젠 그런 부분이 전부 둥글둥글
많은 사람들이 적은 불만을 품어
더 많은 판매고를 올리려는 노력이 보인다.
그러면서 미니에서 빠지면 시체인
스타일리시한 패키징과 디테일은
아주 많이는 아니지만 적당히 챙겼다.
이렇게 적고 보니, 그리고 다시 내 기억을
되짚어 보니 분명 3세대 컨트리맨은
이전 모델 대비 진화한 게 맞는데
왜 이렇게 기분이 나쁜지 모르겠다.
그 이유는 한 줄로 요약할 수 있을 듯.
"미니가 도대체 언제부터 무난한 차였지?"
너무 겉치레에만 몰두하고,
운전의 즐거움과 활기찬 생동감을 잃어버린 차.
아이코닉한 포지션은 여전하지만
고유의 목소리는 영영 잃은 팝 스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