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9월 중순이다.
9월은 새 아이폰 발표의 달.
첫 아이폰이 2007년에 등장했으니
햇수로 17년이나 되었다.
17년째 되는 해에 나온 아이폰인데
아이폰 17이 아닌 아이폰 16인 이유는
옛날 옛적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엔
아이폰이 숫자 라인업과 숫자 + S 라인업이
1년마다 번갈아서 나왔기 때문이다.
웃자고 한 소리지만 이 언급을 왜 하냐면
요즘 초등학생 친구들은 모르더라고.
초등학생 중 가장 나이 많은 6학년이
아이폰 5가 출시한 2012년에 태어남.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졌는데,
아무튼 이 글을 적는 오늘 새벽
아이폰 16 시리즈가 정식 공개됐다.
난 기본형 아이폰 16과 아이폰 16 플러스엔
딱히 관심 없고, 제일 중요한 건
아이폰 16 프로 맥스.
특히나 올해에는 아이폰 16 프로와
아이폰 16 프로 맥스간의 차이가
화면 크기와 가격 빼곤 없기 때문에
아이폰 16 프로 맥스 하나만 다뤄도
내 손 사이즈가 좀 작다 하면
이 말을 그대로 믿고
아이폰 16 프로를 사면 됨.
놀랍게도 아이폰 16 시리즈는
대한민국이 1차 출시국이다.
첫 아이폰부터 무려 17년이나 걸렸음.
당장 내가 지금 쓰고 있는
아이폰 15 프로 맥스 출시 당시에도
1차 출시 이후 거의 한 달 뒤인
10월 13일에나 되어서 국내에 출시됐는데
이번엔 미국 등과 동일하게
9월 20일에 출시된다.
작년과 동일하게 나는 출시일에
해외에 나가 있을 예정인데
작년엔 그 덕분에 아이폰 15 라인업을
남들보다 빨리 만져볼 수 있었다만,
이번엔 오히려 한국이 시차 때문에
미국 본토보다도 더 빨리 만져보겠네.
잡담 길이가 벌써 이만큼인데,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아이폰 16 프로 맥스를 사라는 것.
"아이폰 15 프로 라인업과
별 다른 것도 없는 걸 굳이 왜?"
발표 이후 실망한 기색이 역력한
많은 이들의 반응과 상반되는 이야기.
그 이유는 글을 쓰면서 차차 말해보겠다.
아이폰 16 프로 라인업이
아이폰 15 프로와 어떻게 달라졌는지
그것부터 우선 짚고 넘어가야겠지.
아이폰 16 프로와 프로 맥스는
디스플레이 크기가 각각 6.3"와 6.9"로
아이폰 15 프로와 프로 맥스의
6.1"와 6.7"에서 둘 다 0.2인치씩 커졌다.
사람 손이라는게 일반적인 사이즈가 있기에
무한정 커질 수 없으니까, 화면 크기를 늘리고
대신 베젤을 작년보다 좀 줄여서
좌우 부피 상승을 억제한 모양새지만
어쨌든 기기 자체는 15 프로 시리즈보다
약간씩 커진 모양새.
아이폰 15 프로를 잠시 쓰면서
딱 좋으나 가끔씩 화면 공간이
약간만 더 있었으면 좋겠다 느꼈는데
좋은 변화라고 느껴지고,
아이폰 15 프로 맥스를 더 오래 쓰면서
기왕 큰 김에 화끈하게 큰 폰이 되어
유튜브 등을 더 시원하게 보고팠는데
이 역시 볼 수 있는 영역이 늘어나서
내 기준에서는 다 긍정적인 변경.
가면 갈 수록 베젤은 얇아지고
화면은 커져서 손 위의 스크린 같은 느낌이
지난 갤럭시 노트 10 시리즈부터
유행처럼 이어지고 있는데,
굳이 접지 않고도 미래지향적인
감각을 쓰면서 느끼기 좋아서 난 만족한다.
갤럭시 Z 플립이나 폴드는 아직도
내구성 문제가 완전히 해결이 되진 않아서
이 정도가 최선의 타협점으로 느껴짐.
0.2인치 차이가 작은 변화긴 하지만
처음 만졌을 때의 몰입감 개선은
일반적인 예상보다 클 것 같다.
그리고 아이폰이 높은 가격 탓에
하나를 사면 오래 사용하는 편이기 때문에
아이폰 16 프로 시리즈로 올만한 잠재고객은
아이폰 13 프로 시리즈 이하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고객들 만족도는 상당하리라 봄.
디스플레이 면적 확대가
이걸 사야 할 첫 번째 이유.
그 다음은 아이폰에서 생전 본 적 없던
카메라 버튼이 사상 처음으로 생긴건데,
아직 실기를 만지기 전이라
섣부른 판단은 좀 미루고 싶다만
이건 아무리 봐도 위치나
활용성 모두 에러.
사진 촬영 시 반셔터 기능을
이제 쓸 수 있다던데,
개인적으로 아이폰의 AF는
한 번 잡으면 잡은 곳은 정확하지만
초점 잡을 영역을 선택하지 않은
프레임 전체에서 인물 등을 인식하여
폰이 자체적으로 판단해 잡는 자동 초점은
여전히 조금 멍청하다고 생각해서
이게 실 촬영 시 얼마나 도움이 될 지
가지고 다니면서 써봐야 알 수 있으리라 본다.
다만 지금 상태로선 다소 의문.
애플이니까 이런 사용자 경험 제공을
잘 마무리 했을 것으로 예상은 되오나
천하의 애플도 다 성공시키는건 아닌지라.
당장 아이폰 15 프로 시리즈에
처음 등장한 액션 버튼도
난 여전히 그냥 무음모드 On / Off로
놓고 구형 모델들과 별 차이없이 쓰는 중.
플래시 활성화, 방해금지모드 활성화 등
별의별 옵션이 있지만 버튼의 위치 상
그냥 무음모드로 쓰는 것이 낫더라고.
이 카메라 버튼의 위치도
약간 어정쩡해 보여서..
과연 실용성이 얼마나 될 지.
근데 이건 필요없으면 안 쓰면 되니까.
카메라 이야기가 나온 김에
카메라 업그레이드도 짚자면
광각 렌즈(13mm)가 4800만 화소 센서로
드디어 업그레이드가 되었다.
광각 렌즈에 딸린 센서가 작기도 하고
렌즈 자체의 품질이 메인 렌즈(26mm)보다
그다지 좋지 않아서 찍어보면
디테일이 많이 부족한 경향이 심한데
일단 화소 수가 올라갔으니
세부 디테일 선명도는 좋아졌겠지.
아이폰 카메라 중에서 제일 취약했던 점을
부분적으로 개선했으니 중요한 업그레이드다.
하지만 이게 핵심이 아님.
아이폰 16 프로 시리즈에는
3개의 카메라 모두 외부에
반사방지 코팅이 새로 추가돼
작년 아이폰 15 프로 시리즈에
적용된 플레어 감소 코팅에 더해
한결 플레어 및 고스트 현상으로부터
덜 시달릴 수 있으리라 예상되고
아이폰 카메라의 사용자 경험 상
이게 훨씬 중요한 업그레이드로 보임.
자세한 건 출시 이후 사진 샘플이
올라오면 개선 폭을 알아낼 수 있겠지.
아이폰 16 프로 시리즈를 사야 하는
두 번째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드라마틱한 화질 개선이나
4K 120fps 녹화가 가능한
신기술 등도 눈길을 끌겠지만
실제로 평소에 아이폰을 사용하면서
체감할만한 개선은 바로 이런 것.
치사하게 프로 라인업이 아닌
일반 아이폰 16 시리즈는
메인 카메라에만 이 코팅이 추가됨.
아이폰 16을 사면 안 되는 이유
아이폰의 프로 라인업 발표할때마다
늘 자랑스럽게 언급하는 새 프로세서는
사실 딱히 바꿀만한 이유가 못 된다.
아이폰 16 프로 시리즈에는
A18 Pro 프로세서가 탑재되는데
코어 수가 몇 개고, 최고 클럭은 얼마며
이런 거 솔직히 알 필요가 없다.
그냥 엄청나게 빠르고,
향후 5년은 최소 버틸만하며
10년 전부터 도입한 Metal API와
각종 최적화 덕에 게이밍 퍼포먼스는 최강.
애플이 iOS 업데이트를 내보내서
일부러 느리게 만들지 않는 이상
오랜 기간 버틸만 하고,
아이폰 16 프로 시리즈로 업그레이드할만한
대기 수요자들이 쓰고 있는 아이폰들조차
여전히 성능 면에선 넘치는 수준이기에
이걸 보고 넘어올 이유는 거의 없다.
비슷하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애플 인텔리전스 역시 마찬가지.
Apple Intelligence는 올해엔
미국에서나 겨우 지원되고,
아직 초기이며 내년 중으로도
한국어는 지원 계획이 없다.
애플 인텔리전스는 구동하기 위해
8GB의 램이 필요할 정도로
리소스를 아주 아주 많이 먹는데
과연 그만큼의 무거운 프로그램을 돌릴만큼
애플의 AI가 초장부터 효과를 보여줄까?
이 또한 까봐야 알겠지만 난 갸우뚱.
또한 램이 8GB인 아이폰 15 프로 라인업도
iOS 18을 올리면 지원해준다니
딱히 아이폰 16 프로 라인업의
독점 기능도 아니라서 김 빠진다.
아이폰 16 프로 라인업을
사야 할 이유는 두 개 들고
갑자기 살 필요가 없단 소릴 하다니.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것 같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새 변경점인데
아이폰 16 프로 시리즈를 꼭 사야할
이유가 되지 못하는 특징들인 것.
아이폰 16 프로 라인업을 사야 할
마지막 최고 강점은 바로
나중에 지나고 나서 보면
이렇게 큰 변화 없이 완성도 향상을 위해
살살 다듬는 것이 주력이었던 모델이
오랫동안 사용하기 좋은 경우가 많다는 것.
18년에 걸친 아이폰의 역사 동안
나도 상당부분 함께 했는데
64비트 운영체제와 터치 아이디를
동시에 도입하며 화제였던 아이폰 5s 다음
화면만 키우고 성능 향상폭은 크지 않았던
아이폰 6는 생각보다 오래 버티지 않았나.
아이폰 6가 표면적인 성능 차이는
그다지 크지 않은데, 체감은 달랐거든.
화면이 부쩍 커지면서 판매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과 별개로
램이 1GB라 리프레시 이슈가 있었고
후에 나온 아이폰 6s와 아이폰 7이
아주 많은 걸 담고 출시됐었음에도
아이폰 6는 주위에서 오랜 기간 장수했었다.
아이폰 X가 화제몰이를 하며 모든 시선을
잡아끄는 동안 뒤에서 조용했던
아이폰 8 / 아이폰 8 플러스도 마찬가지.
배터리 깡패 랭킹에서 여전히 최상위권인
아이폰 13 프로 / 프로 맥스도.
이 블로그의 주 테마인
자동차도 마찬가지인데,
어느 정도 숙성이 된 제품은
겉보기엔 사골같고 경쟁에 뒤처진
그런 인상을 출시 초기에 받지만
막상 사서 타고다니면(써보면)
큰 걸림돌 없이 쭉 소유하기 좋거든.
렉서스가 미국에서 대박 친 이유.
스마트폰도 똑같은 공산품이라
다를 거 하나 없이 동일하다.
그 밖의 개선점은 색상 변화.
화이트 티타늄은 더 밝은 흰색으로,
블랙 티타늄 더 어두운 까만...회색으로,
내추럴 티타늄은 약간 푸르러진 톤의 은회색으로.
그리고 대망의 신 색상인 데저트 티타늄.
색상 라인업이 예전 아이폰 X와
아이폰 XS 시리즈를 연상케 하는데
그 친구들도 롱런했던 모델 아닌가.
난 개인적으로 애플워치 시리즈 10에
제트 블랙 마감이 부활한 김에
아주 광택나는 깊은 까만색이
아이폰에도 다시 생기면 좋겠는데
이번 블랙 티타늄은 15 프로 맥스보다
어두워지긴 했지만 그 정도까진 아님.
뒷판이 무광이 아닌 유광으로 돌아오면
아마 그때는 한번 복귀하지 않을까.
아이폰 15 프로는 원래
망원 렌즈가 3x 줌이었는데
이제 프로 맥스와 동일하게
5x 줌으로 변경되었다.
이건 사용자에 따라 개선일 수도,
별로일 수도 갈릴 만한 부분.
5x 줌이 광학 줌이 되면
3x 줌은 메인 렌즈의 센서를
크롭해서 디지털 줌 하는 것이라
종전보다 화질이 떨어지게 되거든.
3x보다 더 멀리 당기는 5x 및
높은 배율이 주는 두툼한 느낌을
즐겨 사용하면 개선점이고
그렇게 멀리 당겨 찍지 않는 편이면
오히려 다운그레이드가 된다.
개인의 사용 패턴 따라 상이함.
아무튼 그래서
아직 실기를 보기 전이고
나도 발표 직후에는 애플이
1년동안 놀고먹었나 싶을 정도로
아이폰 16 프로 및 프로 맥스가
구미가 당기는 변경점이 적다 느꼈었는데
하루 동안 찬찬히 생각을 해보니
오히려 그래서 아이폰 16 프로 시리즈를
구입해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들었다.
특히나 아이폰 15 프로 시리즈가
3nm 공정이 안정화되지 않은 채로
A17 Pro를 생산한 탓인지
iOS 17의 최적화가 1년 내리 엉망인 것인지
발열이 굉장히 심하기 때문에
(내 폰은 뽑기 실패해서 발열량 엄청남)
이 또한 1년 동안 숙성되고
한결 안정화된 라인에서 찍어낸
아이폰 16 프로 시리즈가
실 사용 시 느껴질만한,
스펙표에 당장 나오진 않지만
큰 업그레이드인 발열 감소를
갖추지 않았을까 기대해본다.
실기 만져보고 다시 결정하겠다만
어차피 사전 예약은 취소해도 되니까.
나는 아이폰 16 프로 라인업이
지금 사야되는 폰이라는 데에 베팅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