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달(7월) 들어서
내가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을 꼽아보라면
단연 '르노 그랑 콜레오스' 어떻냐?이다.
이 질문을 던진 적잖은 사람들에게
나는 '잘 안 팔리면 좋겠어'라고 대답함.
대놓고 중국차(지리 씽유에L)를 들여와서
얼굴이랑 로고만 바꿔치기해서 팔려 들다니
이런 차가 성공하면 향후에는
많은 중국 회사들이 자본력을 앞세워서
중국차가 아니라는 표면적 증거만 보여준 뒤
중국차를 고스란히 국내에 팔려 할 것인지라
그 부분을 난 매우 경계하고 있는 것인데,
이 이야기는 나중에 9월에 테스트카가 나오면
그때 다시 자세하게 해야겠다.
뚜껑 열어보면 중국차인 것도 문제지만
페미니스트들의 선택이라는 점이
큰 화제몰이를 한 그랑 콜레오스,
새로 나왔으니 한 번 둘러는 봐야겠지.
욕을 하려면 최소한 경험을 해보고 해야하니까.
그래서 르노 그랑 콜레오스를 잠깐 보고 왔다.
첫 인상은 생각보다 차가 크단 것.
중형 SUV인 QM6의 후속 차량이라
그랑 콜레오스 역시 중형 SUV.
지목한 경쟁상대는 현대 싼타페와 기아 쏘렌토.
차량의 실제 사이즈는 이 두 차종들보다
그랑 콜레오스가 작으나,
전면 마스크 자체는 못지 않은 느낌.
싼타페나 쏘렌토 또한 수평 이미지가 강조된
넓어보이는 디자인을 채택했는데,
걔네들은 대놓고 큰 차 같다면 그랑 콜레오스는
예상치 못했는데 은근히 큰 느낌이랄까.
차량 전반의 부피감 자체가 다르게 다가온다.
난 이 디자인 솔직히 정말 별론데
내 주변인들도 대부분 나와 뜻을 같이 했으나
그 중 3명은 디자인에 대해 호평했다.
선호 비율이 그리 높지 않은 편이나
디자인 자체가 거슬림이 없는,
두루 어울릴만한 무던한 편이란 건 인정.
다만 후면은 너무 짝퉁 아우디 Q8같다.
그리고 테일램프 내부 그래픽도
화려해보이고 싶어 안달이 난 듯한 모양새라
대륙의 기운이 여러모로 느껴짐.
실내로 자리를 옮겨보니
기존의 삼성차와는 분위기가 영 다르다.
대시보드, 도어트림 및 도어캐치 주변부 형상,
그리고 시트의 형상과 디자인까지도
난 보면 볼수록 왜 이렇게 아우디가 생각나지.
그런데 사실 이런 느낌이 드는 게
내가 예민하거나 이상한 것이 아님.
지난 2021년에 영입해서 지리그룹 디자인 수장으로
앉혀놨기 때문에, 그 여파가 이제 차량으로 나온 것.
3~4천만원대의 차량을 구입하면서
아우디와 유사한 분위기의 실내를 누린다면
나는 그닥 별 생각이 없다만
대부분의 고객들은 긍정적일 거다.
대시보드 디자인은 지금 보니
캐딜락 느낌도 살짝 나네.
또한 난 조수석 전면에도
디스플레이가 들어가서 저렇게
3개의 화면이 나란히 쫙 있는거
저거 보고도 아무 생각 안 드는데
많은 고객들은 '이 가격에 이런 호화 장비를?'
하며 혹할만큼 낮은 가격대에서는
찾기 힘든 구성이라
그랑 콜레오스 고객들의 대부분이 아마
선택하지 않을까 싶다.
웬일로 이걸 상위 트림의 전유물로
한정짓지 않고 제일 기본 트림인 테크노에서도
150만원을 내면 선택할 수 있게 되어있다.
그럼 그만큼 그랑 콜레오스는
기본 트림의 가격으로도
상당히 남는 장사라는 이야기인데
역시 중국차를 고스란히 가져온 덕인듯.
사진속의 차량은 최상위 트림
esprit Alpine 트림이어서
온 사방천지에 파란색 스티칭.
심지어 센터콘솔 수납함 커버에는
프랑스 국기 색깔로 세 줄 스티칭이 들어가고
앞좌석 시트 옆에 프랑스 국기 장식이 들어간다.
기왕 페미니스트 차량인거
다음번엔 무지개색 스티칭도 마련해 주세요
아주 프랑스 뽕을 제대로 맞은 모습인데
이게 명품 가방이나 화장품이면 모르겠으나
자동차 업계에서 프랑스는
그리 긍정적인 이미지인지 잘 모르겠다.
난 A/S 속에서 천불나는 푸조와
존재감이 0에 수렴하는 DS
이 두 브랜드가 생각나는데
최소한 국내에서는 부정적 이미지의 비중이
긍정적 인식보다 더 높은 회사들 아닌가.
아 르노도 예외는 아님.
물론 중국차 지리보다야 낫겠다마는..
알핀 얘기 나온김에 잠시 외부 장식도.
알핀의 상징인 파란색을
esprit Alpine 트림이랍시고
그릴과 범퍼의 공기 흡입구 슬릿 등
곳곳에 그라데이션으로 넣어놨는데
이게 내 눈에는 스포티한 모습이 아니라
하이브리드 초창기 시절 친환경 이미지를
보는 이들에게 한 눈에 알도록 부각시키려고
내연기관 단독 모델과 차별점으로 들어가던
파란색 포인트 컬러스럽다.
현대 blue drive가 연상됨.
그리고 그릴에는 < > 장식이 들어가는데
무려 22개의 페미니스트 인증 손모양이.
22개 직접 세어봤음.
이 파란색 포인트 장식과 컬러가 이뻐서
굳이 esprit Alpine 고르는 사람도 있으니
이 부분은 취향 문제.
안 그래도 로장주는 페미니즘의 상징이 됐는데
esprit Alpine 트림은 그릴 장식까지 확인사살.
페미 이야기 하는거 르노 입장에서 짜증나겠지만
본인들이 자초한 일이니 뭐 어쩌겠어.
알핀을 자꾸 들먹이는 건 내가 예전에
SM6 TCe300 시승기에서 말했듯이
이 차량 구매층 중 아무도
알핀이 뭔지 제대로 모르는데
계속 강조하는 건 공허한 외침이다.
하기사 르노삼성에서 르노자동차코리아로,
다시 르노코리아로 브랜드명을 바꿔제낀 과정과
르노코리아로 바꿨으면 새 술은 새 부대에 담가야지
XM3는 아르카나로 바꿨으면서
QM6는 차명 유지 + 로장주 부착,
SM6는 돈 들이기 싫단 핑계로
차명 유지 + 삼성차 태풍로고 부착.
이러는 회사한테 뭘 바라겠나.
머저리들 모임.
쇽타워와 엔진 위치를 보려고
본네트를 열었는데
엔진 커버가 넙데데하게 가린 부분을 제외하면
난잡하게 정리가 안 된 것 같아 보이고
쇽타워는 플라스틱 커버로 가려놓았음.
이 차량을 최초 공개한
2024 부산모빌리티쇼에서는
엔진룸을 아예 열지도 못하게 했다는데
실내 정숙성 향상을 위한 건지
은폐하고 싶은 것이 많은 건지
추후에 타보고 정숙성을 체크해보면
머지않아 판명나겠지.
엔진의 위치는 앞바퀴 축보다
완전히 앞으로 나가 있어서
좋은 코너링엔 딱히 관심 없는 듯.
순정 타이어는 금호의 크루젠 HP71.
이 차량의 전작(?)인 QM6에는
하위 트림은 넥센의 N Priz RH7,
상위 트림은 금호의 크루젠 프리미엄 KL33
이렇게 들어가더니 또 금호다.
지금 내 차에 내가 크루젠 HP71 끼워놨는데
물렁거리고 타이어 마모에 따른
금호 특유의 급격한 성능 하락에
아주 후회를 하고 있다만, 그게 여기에도.
폭스바겐 커넥션은 아직 안 끝남.
아까는 폭스바겐그룹의 일원 아우디를 닮더니
이젠 한 급 내려와서 폭스바겐을 닮음.
운전대 생긴건 폭스바겐과
스코다, 세아트 등이 돌려쓰는 형상과
수상할 정도로 흡사하게 생겼고
사이드미러를 조절하는 레버 생김새와
조절 방식은 그냥 폭스바겐과 똑같다.
하지만 르노인지라 저 레버의 상하좌우 움직임이
폭스바겐만큼 정갈하지 못하게 느껴진다.
폭스바겐이 아무리 옛날만 못해도
걔네들이 해오던 역사와 명상이 있는데.
차량의 키는 이 차량의 밑바탕인
지리 씽유에L과 완벽 판박이이다.
하기사 폭스바겐그룹도
8천만원짜리 폭스바겐 투아렉과
3억짜리 람보르기니 우루스가
같은 키를 사용하면서 뱃지만 바꿨는데
기왕 폭스바겐 베끼는 김에 이것도.
어쩌면 지리가 폭스바겐보다
덜 비양심적인 회사일지도?!
인포테인먼트 내부의 UX는
생전 처음 보는 형태와 디자인인데
지리의 인텔리전트 콕핏 시스템을 가져와
자기들 마음대로 꾸민 모양이다.
좌측에 핵심 메뉴들 모아놓은 아이콘은
지리 시스템 그대로고, 렉서스와 유사하니
그냥 놀라울 게 없는 구성인데
홈 화면에 저 위젯 같은 여러 탭들 봐봐라.
검색 / 집 / 저장 / 주유 아이콘 사이즈나
애플 카플레이에서 재생중인 음악
재생 / 멈춤 및 곡넘김 버튼들 사이즈가
화면 밖의 물리 버튼이 아닌 화면 내 터치 방식이면서
아주 쥐꼬리만하다. 운전하면서 어찌 쓸까?
제대로 된 UX 디자인을 안 했다는 뜻.
소프트웨어 부문 투자를 등한시한 댓가를
최근 그룹 내 전 브랜드가 치르고 있는
폭스바겐그룹을 이런 방면으로도 따라하네.
이정도면 거의 구애나 다름없다.
전반적인 그래픽이나 UI 디자인은
갤럭시의 One UI가 연상되네.
부정적인 쪽으로.
깡통 트림인 테크노를 제외하고
아이코닉과 esprit Alpine 트림에선
115만원을 주고 BOSE 오디오(10 스피커)를
선택할 수 있어서 한 번 청음해봤다.
기존 르노삼성 차량들의 BOSE 시스템은
소리 품질이 좋기로 대외적으로 정평이 나 있었음.
지리의 전장 시스템을 기반으로 해서인지
오디오의 품질은 딱히 인상적이지 않았다.
나쁘진 않은데, 옵션 패키지도 아니고
오디오 시스템 단독이 115만원이나 하는 게
이 정도 품질밖에 못 하면 안 넣는 게 답.
전반적인 해상력이 무디고 중저음과
고음 표현이 다소 모자라다.
원래 르노삼성의 BOSE는 깨끗하고 청량한,
일반적인 BOSE 특유의 퍽퍽한 소리답지 않은
시원한 사운드가 강점인데
이제 그런 것은 실종.
신나게 욕했지만
위에 몇 번 언급했듯이
르노의 그랑 콜레오스는 전반적으로
잘 팔릴만한 구석이 많은 차량이다.
운전석에 앉았을 때의 느낌은
차량의 부피감이나 '큰 SUV를 모는 느낌'은
싼타페와 쏘렌토의 중간 정도로
꽤나 (급이 높은)대형 SUV 감각이고
시트에 앉았을 때의 자세나 느낌도
폭스바겐 분위기가 많이 나서
국산(?) 브랜드의 차량을 사면서도
유럽차의 향수를 미약하게나마 느낄 수 있다.
뒷좌석 레그룸이나 트렁크 사이즈도 충분.
중국차 주제에 가격은 높다만
싼타페와 쏘렌토보단 싸니까.
차량을 타보지 않은 지금 시점에선
과연 그랑 콜레오스는 지리 씽유에L 기반이라
여전히 우리 인식상 뒤떨어진 중국차 수준에
고스란히 머물고 말아버릴지
아니면 페미니스트가 아닌 일반인들도
구매를 고려해볼만한 가치를 선보일지
하나도 알 수 없다.
겉보기론 나쁘지 않음.
테스트카를 손에 넣을 머지않은 시점에
그랑 콜레오스 시승기로 돌아올 예정이니
일단 이렇게 둘러보기 끝.
욕 많이 한 것 치고
사진을 너무 신경써서 찍어줬나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