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에서 그동안 준대형 세단 K7을 잘 팔더니만
갑자기 풀 체인지 시기가 오니까
반 급 위 차량을 새로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따로 곧 글을 쓰겠지만, 요즘 현대자동차그룹이
공을 들이고 있는 현대/기아 분리 작업의 일환인듯.
대한민국에서 ''그랜저"란 이름의 명성은 대단하다.
지금까지 K8의 전신인 K7은
'조금 저렴하고 조금 더 큰 그랜저의 쌍둥이 동생'
정도로 여겨져왔는데, 기아차 말론 이제는 아니란다.
옛날에야 그랜저가 현대차 내에서 최고 모델이었지만
이제 제네시스의 G80이 따로 생겼고
현재 그랜저와 G80의 가격 격차는 생각보다 작지 않다.
그만큼 이번 G80이 꽤나 비싸게 나옴
그 간극을 메워줄 용도로 K8을 새롭게 만든 듯 한데
과연 그간 계속 서자 역할에 머물렀던 기아차가
'명목상 그랜저보다 상위 모델'을 제대로 만들었을까?
반 급 위 차량답게 더 좋을까?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K8의 가격은 그랜저와 거의 차이가 없다시피 하고
이전 가격표 글에서 실컷 떠들었던 LPi 모델의 경우는
오히려 그랜저보다 저렴하게 구입하기 좋다.
반 급 위 차량인데?
모든 자동차 제조사가 그렇지만,
현대기아차가 유독 정확하게 돈 낸 만큼의 차를
돌려주는 경향이 상당히 짙은데
반 급 위 차량이라면서 가격이 비슷하거나 저렴하다?
어딘가에 함정이 숨겨져 있을 확률이 적지 않다.
이름까지 파격적으로 바꾸면서 더 높은 급임을
런칭부터 계속 강조하고 있는데
그랜저를 상대로 형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웃기게도 K8의 런칭 광고 모델은
검사님마저 그랜저에서 바꿀만큼 K8이 정말로 괜찮을까.
등장부터 논란이 많았던 이 디자인은
까만색으로 출고하면 솔직히 크게 거슬릴 거 없다.
문제는 밝은 색인데, 시승차로 나온 이 차는 스틸 그레이.
시승 당일 비가 와서 그런진 모르겠는데
밝은 컬러임에도 K8과 조합이 꽤나 괜찮다.
흰색마저도 내 눈엔 이제 크게 거슬리지 않는데
흰색은 아무래도 바디 컬러에 맞춘 그릴 탓에
전면 디자인에서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이 좀 되는 듯.
측면 쿼터글라스에 샤크핀 장식이 들어간 것에도
호불호가 갈리는 것 같은데,
내 생각에는 이게 없었으면 측면 디자인이
파격적인 전/후면에 비해 너무 심심했을 듯.
처음에 사진 보고 어색하다고 나도 반발했었는데
실 차량을 보고 나니 오히려 들어간 게 낫다.
DRL을 얇고 마름모꼴 패턴으로 디자인한것도
보수적이었던 K7의 디자인 대비 파격적인 요소.
예전 같았으면 수소차 같은 친환경차에나 들어갈법한
그런 무늬인 것 같은데 그럭저럭 낫 배드.
후면 디자인은 멀리서 보면 아우디 느낌도 좀 나고
특히나 시퀀셜 턴 시그널이 들어가게 되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제 구형이 된 K9도 그렇고
기아차는 시퀀셜 턴 시그널을 이쁘게는 못 뽑는 것 같다.
순차 점등되는 직선형 시퀀셜 턴시그널은
좌우로 쫙쫙 뻗는 맛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좀 부족.
그리고 K7 프리미어까지 사용하던
기존의 K + 숫자 폰트가 난 상당히 괜찮았었는데
K8부터 새로 도입한 이 모델명에 적용되는 폰트는
너무 심하게 못생겼다. 아주 얄팍하니 싸구려느낌 작렬.
내가 K8을 구입한다면 후면엔 KIA만 남기고
나머지 뱃지는 다 떼버릴 것 같다.
K8 하이브리드는 이상한 HEV 뱃지도 같이 붙던데
하...... 그냥 붙이던 에코 하이브리드 뱃지나 붙이지
CI부터 시작해서 다 갈아엎는다고
아주 쌩 쇼를 하면서 실익은 하나도 없는 것 같다.
K8로 이름을 변경하고 반 급 위 차량으로 만들면서
실내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는데,
반신반의한 채로 실내에 올라보니
그랜저보다 윗 급인 티가 나면서도 안 난다.
K8에 새롭게 적용된 것이 에르고 모션 시트.
독일 척추건강협회에서 뭘 받았다나 뭐라나.
제네시스에서는 많이 봐왔던 장비인데(컨비니언스 옵션)
현대는 물론 기아차에서도 최초로 탑재되는 물건이다.
시트 얘기는 뒤에 운행 중 이야기 할때 다시 이야기하고,
파노라믹 디스플레이라고 하는 12.3인치 모니터 2개 조합은
거창한 이름만큼 대단하거나 새롭진 않지만
운전자에게 시원하게 넓은 시야를 보여줘서
고급감은 잘 모르겠는데 운전 편의성엔 좋다.
요즘 시대에 뭔가 짠 하고 대단한 느낌을 주려면
화면 크기가 더 크던가 OLED를 도입하던가 해야되는데
그건 제네시스의 몫이니 감히 K8이 침범할 수 없는 영역.
K8에는 현대기아차 최초로 메레디안 오디오가 적용됐는데
그동안 쓰레기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저 품질 크렐 오디오를 옵션으로 제공해왔던 K7에 비해
확실히 고급차로서의 면모를 다지려는 시도를 보이는 것은 좋다.
근데 내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일지
아니면 카오디오에 고작 85만원짜리가 대단할 순 없는 것인지
메레디안 이름 값에 미치는 성능은 전혀 아닌 것 같다.
국산차 카오디오 중에 공간감은 확실히 원 톱이다.
그리고 공간감을 살리면서 소리가 너무 심하게 울리거나
보컬과의 균형이 맞지 않으면 오히려 역효과인데
공간감은 탁월하면서 그 밸런스도 잘 챙겼다.
다만 근데 보컬의 표현력이 너무 심각하게 모자라다.
앞에서 균형이 좋다 해놓고 뭔 소린가 하면
소위 서라운드라고 하는 넉넉하게 울리는 느낌과
가수의 음성이 서로 침범하지 않고 제 갈길을 잘 가는데
가수의 음성이 유독 빈약하게 느껴진다.
남성/여성을 가리지 않고 공통적인 문제라
가녀린 여성 보컬의 경우 최악이다.
더 뉴 그랜저의 JBL 오디오보다는
거의 모든 비교가능한 점에서 K8이 압도적 우위인데
목소리를 표현하는 것에서는 그랜저보다 못하다.
특히나 이 JBL 시스템은 옛날만 못한 물건으로
이상하게 쏘나타(LF)와 그랜저(IG) 들면서 확 나빠졌는데
옛날 그랜저(TG)나 모하비 타보면 확실히 차이가 느껴진다.
그거랑 지금 비교해서도 K8의 메레디안 시스템이
보컬 표현력이 떨어지는 것. 심각할 정도.
대시보드의 경우 기존에 없던 파격적인 변화를 거쳤는데
현대기아차가 잘 하는 것 중 하나가 HMI가 잘 구현된
직관적인 버튼 인터페이스를 자사 차량에 적용하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대시보드 디자인을 간결하게 가져간다고
공조 조작 패널과 디스플레이 조작 패널을
하나로 합치는걸로도 모자라 이것을 터치로 구현하고
심지어 둘 간의 전환 역시 터치로 해야 한다.
K8의 주 구입 연령대를 생각하면 너무 과감한 변신.
비교적 젊은 나도 쓰기 불편하고 전부 터치여서
주행 중에 계속 시선을 빼앗는다.
아무리 노래 선곡/음량 조절은 핸들로 하고
대시보드 터치스크린엔 공조 조절을 띄워놓으면 된다지만
잘 하다가 갑자기 이렇게 불편하게 만드니 낯설다.
아이오닉5도 열선/통풍시트와 열선 핸들 조작을
화면 속으로 집어넣는 등 요즘 현대기아차가 미쳐서
이런 결정을 과감하게 팍팍 내리고 있는데
좀 안 그래주면 고마울 것 같다.
오만 데 마름모꼴 문양을 넣은 것도
심심하지 않게 좋은 효과를 내기도 하지만
너무 그에 집착한 것 같은 느낌이 좀 든다.
다만 메모리 시트 조작 버튼을 그런 디자인으로 한 건
분명 고급차에 한발 더 다가선 것으로 칭찬해줄 만.
대시보드 전체에 적용된 우드 장식은 꽤나 괜찮은 것 같다.
그랜저보다 확실히 하이테크한 느낌이 강하고
신차답게 힘을 더 줬다는 인상은 쉽게 받을 수 있지만
그랜저(캘리그래피 기준)보다 특별히 좋나 하면 그건 잘 모르겠다.
그랜저의 경우 르 블랑이나 캘리그래피의 내장 컬러가
워낙 화사해서 더더욱 차이가 미미하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핸들 내 스마트 크루즈컨트롤 조작 버튼과
오디오 조작 버튼의 위치가 바뀌었는데
이런 쓸데 없는 짓은 왜 하는 걸까.
기아의 새로운 시작이랍시고 바꿨다는데
어처구니가 없다.
내가 2.5 GDi나 하이브리드 시승차를 가져오지 않고
사지도 않을 3.5 GDi 시승차를 가져온 이유는 확인할 게 있어서다.
3.5 GDi와 하이브리드만 선택 가능한 전자제어 서스펜션과
3.5 GDi와 3.5 LPi에만 장착되는 새 변속기를 체크해야 하는데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확인하는 방법은 3.5 GDi 시승차를 타는 것.
3.5 GDi 한정으로 선택 가능한 AWD도 달려 있었으면
확실한 차이를 구별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아쉽게도 없다.
본격 주행을 시작하자 K7 프리미어를 승계하는 차량이라는게
반쯤 맞으면서도 반은 조금 다르다.
스포츠 모드를 놓아도 승차감은 수준 이상으로 좋다.
이는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마찬가지로 들어간 G80도
모드와 상관없이 승차감을 수준 이상을 구현한 것과 유사하다.
차이점이라면 제네시스에 탑재되는 건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
K8에 장착되는 것은 일반 전자제어 서스펜션이라
전방의 요철을 사전 감지하여 감쇠력을 미리 조절하는
그런 기능은 아쉽게도 기아차라 그런지 없다.
요즘 현대기아차가 독일차식 승차감을 구현하려고
신경을 많이 쓰는 것 치곤 K8은 그닥 고민한 흔적이
별로 없어 보이는데 이도저도 아닌 차 느낌이 짙다.
승차감의 총량, 그니까 양감은 적지 않다만
질은 글쎄. 오히려 K7이 더 편한 것 같다.
어느정도 부드러움을 지켜냈다는 점에서는
역시나 전통의 준대형 세단답고 K7의 후속 다운데
K7(YG)가 물침대라는 이야기를 들어가면서도,
주행성능의 손해를 감수하고서 구현한 승차감에는
별로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어차피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없어도
K8은 기본적으로 현대기아차의 준대형 승용차라
승차감이 나쁘리란 짐작은 전혀 되지 않는데
전자제어 서스펜션을 끼우고도
승차감에서 확실하게 앞서나가지 못한다면
그 진가는 운동성능 향상에서 찾아야 할까?
그걸 확인하고자 산길로 접어들었다.
이상하다.
조금만 굽어진 길에 차를 밀어넣었을 뿐인데도
차가 불편한 기색을 여과 없이 그대로 드러낸다.
비단 전자제어 서스펜션 뿐만 아니라
저중심 설계의 새 플랫폼도 깔고 있는 모델인데
K5(DL3)을 타면서도 느낀 문제지만
이상하게 기아의 승용차들은 비슷한 현대차보다
항상 무게중심이 더 높게 자리하는 것 같다.
차량이 이런 한계 주행과 성격이 맞지 않아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과 완전히 다른 이야기.
불안함과 불안정함, 불편함이 전부 공존한다.
차를 조향하여 코너에 들어가면 차가 거부하는게 아니라
마치 화가 난 아이처럼 떼를 쓰며 반항하는 느낌.
스포츠 모드를 놓으니까 이런데 이해할 수가 없다.
그리고 고속에서의 안정감이 떨어진다.
인기 모델인 것 치고 너무 차가 쓰레기라
욕만 도배할 것 같아서 굳이 시승기 쓰지 않은
K5(DL3) 하이브리드는 거의 경악할 수준이었는데,
쏘나타(DN8)보다 K5(DL3)의 완성도는 솔직히
반 정도밖에 미치지 못하는 형편없는 수준이다.
구형 플랫폼 기반의 더 뉴 그랜저 대비
K8의 주행 안정감이 특별히 인상깊지 못하다는건
K8의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더더욱 이상한 것은 스포츠 모드를 놓았을 때,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댐퍼를 단단히 조이면
차량의 움직임이 초고속 영역에서는 더더욱 불안정해지며
차량의 거동이 예측불허한 움직임을 보인다.
스프링은 승차감을 구현한다고 말랑말랑하게 해놓고
갑자기 댐퍼만 조여서 차가 덩치를 제대로 못 가눈다.
이 차가 전장 5m가 넘는 전륜구동 차라는걸
나도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그 정도가 너무 심해
지적을 안 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오히려 노멀 모드를 놓고 타는 것이
차량을 운전자가 제어하기 편할 정도이니
전자제어 서스펜션은 정교함이 모자란 실패작이다.
심지어 스포츠 모드에선 직진만 하더라도
차량의 상하 움직임을 강제로 억제하려고 드는지
이상한 불안감을 조성하는데 아주 엉망이다.
그렇다고 상하 움직임이 억제가 잘 된 것도 아니다.
속도를 많이 올리면 금세 차가 출렁인다.
오히려 노멀 모드에서는 덜하다.
앞서 K8 가격표 소개글에
라고 해놨는데 운전을 해보니 아니다. 미안하다.
승차감도 못 잡아, 주행성능은 더 나빠져
전자제어 서스펜션 절.대. 넣지 마라.
서스펜션 뿐 만 아니라 타이어도
이 큰 덩치를 받아내기에는 조금 무리인 감이 있다.
현대기아차는 도대체 타이어 하나 정하면
한 500만대분씩 미리 계약을 체결을 하는지
죽어라 전 차종에 한 종류를 돌려써대는데
이게 꼭 문제인 것은 아니지만
결과물에 문제가 생기니까 나오는 불만.
대부분의 럭셔리카들은 주행성을 위해
스포츠 타이어를 신기고도 승차감 구현도 제대로 한다.
명색이 국내 한정 대중 차량 끝판왕 그랜저보다
반 급 위 차종이라면 이것도 좀 제대로 해야 하지 않나?
K8은 미쉐린의 프라이머시 투어 올시즌이
옵션으로 제공되며, 기본은 넥센의 엔페라 AU7 AI.
지금 하는 이야기는 시승 차량이 끼고있는
프라이머시 투어 올시즌 보고 하는 이야기다.
차량의 서스펜션 셋팅과 그닥 어울리는 타이어도 아니고
성능이 특별히 좋아서 꼭 K8에 껴야겠다,
이것도 아니다. 그럼 도대체 왜?
제네시스 GV80하고는 궁합이 꽤나 좋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K8은 탈락.
오히려 더 뉴 그랜저에 여전히 쓰이고 있는
미쉐린의 프라이머시 MXM4가 낫다.
제동력도 평범한 수준 정도에 머무른다.
여기에 받고 시트포지션이 너무 심하게 높다.
과장 거의 안 섞고도 이게 무슨 SUV인가 싶을 정도.
최저로 내려도 너무 높아서 위화감이 생기는데
현대기아차의 신형 3세대 플랫폼(전/후륜 막론)을
적용한 차들은 K5(DL3)를 제외하고 다 똑같다.
이상하게 또 K5(DL3)는 괜찮았어서 희한했는데
K8은 또 끝까지 내려도 막장으로 높다.
이러니 서스펜션의 부조화와 타이어의 접지력 저하,
높게 올라 앉아있는 시트포지션의 3단 콤보로
K8의 체감 주행 안정성은 형편없다.
아니 그리고 이상한게 K8도 그렇고 아이오닉5도
원래 시트 방석 앞부분을 들어올리도록
조절 레버를 올리면 쿠션만 들어올려져야 하는데
최근에 출시된 이 두 차종은 레버를 올릴 시
시트 전체가 뒤로 넘어가버린다.
이게 뭐지?
안그래도 포지션 이상한데 조절도 힘들다.
시트의 착좌감도 평이한 수준에 그친다.
지금 전륜구동 차량을 테스트 하고 있지만,
AWD는 가급적이면 넣는 것이 좋을 듯.
일단 뒷바퀴를 같이 굴리는 것이
승차감 개선 효과가 전륜구동 차량에서는
꽤나 있다고 나는 보고있고
구형 플랫폼 기반인 그랜저 대비
우위에 설 수 있는 몇 안되는 장비이다.
전자제어 서스펜션은 나가리.
전륜구동 모델은 전륜구동인 티가 제법 난다.
이를 감추기 위한 최고의 방편 아닐까.
앞에서 당기기만 하는 것이랑
뒤에서 같이 밀어주는거랑은 천지 차이이다.
그 다음으로 확인할 것은
투 챔버 토크컨버터가 적용된 새 변속기.
최근 나왔던 전륜형 스마트스트림 8AT는
연비는 정말 잘 뽑았는데,
그 외엔 별 거 없이 그냥 평범했다.
사실 현대의 전륜구동용 8단 변속기가
옛날의 전륜 6단보다 연비 빼고 더 좋았던 적이 없는데
이번에 사상 처음으로 그때보다 좋아진 것 같다.
이건 독특하게 6기통 라인업(3.5 GDi와 3.5 LPi)만
적용이 되는데, 변속 질감이 확실히 개선이 되었다.
최근에 현대기아차 및 현대파워텍의 변속기가
정말 눈부신 발전을 이루어서 국산의 승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완성도가 좋아졌는데,
무색무취의 스마트스트림 8AT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
변속 속도는 스포츠 모드에서도 그리 빠르지 않지만
차량 성격을 감안한 것이니 이건 양해가 가능.
이것도 빠지고 오일 먹는 스마트스트림G 2.5 엔진 얹히는
K8 G2.5 모델은 가급적이면 사지 마시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매량 대다수는 G2.5 모델이 될 것
이것 하나만큼은 개선점을 바로 체감할 수 있다.
준대형급 정도 되는 차량을 구매하는 소비층은
차량의 급을 배기량으로 나누는 경향이 짙다.
명색이 그랜저보다 반 급 위 차량인데
그랜저보다 배기량이 커야 더 고급차 아니겠능교.
그래서 K8에는 그랜저의 3342cc 대비 더 높은
3470cc짜리 모델이 등장했다.
지금 쓰고 있는 이 3.5 GDi 모델이 바로 주인공인데
최대출력 300마력, 최대토크 36.6kg·m으로
그랜저 3.3대비 출력은 10마력 / 토크는 1.6kg·m 더 높다.
이 엔진이 카니발에 들어갈땐 294마력이더니,
200cc가량(사실 128cc;) 높은 엔진에 꼴랑 4마력 증가는
자존심이 좀 상했나보다. 깔끔하게 300마력에 맞췄다.
300마력이나 되는 고출력을 앞바퀴에 전부 보내니
출발 시 악셀을 강하게 밟으면 여지없이 휠스핀이.
남아도는 힘을 시원스레 쏟아내는 느낌이 좋다.
올 뉴 K7 3.3 GDI가 엄청나게 빠른 가속을 자랑했었는데
이 차가 실질적으로 그 차의 후계자 자리를 꿰찰 듯.
앞 자리를 바꾸는 데 거침이 없다.
배기량이 더더욱 커진 만큼 고속 영역에서의 재도약이
차 덩치가 있음에도 시원스럽다.
그리고 람다 계열 엔진들이 내 귀에는
엔진사운드가 상당히 괜찮은데 K8 3.5 GDi도 마찬가지.
K7 프리미어까지는 서자랍시고
그랜저 대비 하부 방음이 모자라서
상부는 조용한데 타이어 구르는 소리가
실내로 다소 유입되는 경향이 있었다.
K8의 경우는 그래도 반 급 위 차량이라고
이제 그랜저랑 얼추 비슷한 수준으로 맞춘 듯.
제네시스급으로 조용하진 않지만 충분하다.
6기통 엔진과 충실한 방음이 맞물려
NVH에는 좋은 점수를 줄 수 있을 듯 하다.
특히나 최근 현대기아차들이 시달리는 풍절음 문제가
여기에는 특별히 나타나지 않아서 역시 준대형인가 싶다.
결국 운전하면서 든 생각은,
그랜저보다 반 급 위 차량이라고 내놓았지만
현대에서 K8이 그랜저를 넘어서도록 가만히 냅두질 않았다는 것.
말은 안해도 현대와 기아가 집안싸움을 한다는 걸
대부분 알 것이다. 당연히 현대가 갑이고.
신형 플랫폼과 신형 파워트레인을 도입하고도
신차답게 그랜저보다 대단히 좋은지 모르겠고
실내 같은 경우는 고급감이 부각되긴 하지만
그랜저 역시 그런 점에서 크게 부족하진 않다.
반 급 위 차량인데 그랜저랑 가격이 비슷한 게
처음에 가격표를 읽으면서 든 의문이었는데
여러모로 차량의 완성도가 두루 부족하다.
글 서두에 적었던 대로
현대기아차는 딱 돈 낸 만큼의 차로 돌려준다.
그랜저보다 저렴하면서 더 좋은 반 급 위 차량?그런 거 없다.
싼 게 비지떡이다.
결국 반 급 위라며 겉치레로 승부하는 차가 된 것.
기아차가 최근 내놓은 쏘렌토(MQ4)는
아주 기가막힌 완성도를 자랑하여
돈과 칭찬이 전혀 아깝지 않은데
이상하리만치 승용차는 제대로 못 만든다.
K8을 시승하기 전, K8이 출시됨에 따라
준대형차 시장에선 누가 최강자인지
의문이 생겼었는데 타보니 확실해졌다.
여전히 준대형급의 최고 차량은
'2021 성공에 관하여'
잘 모를땐 그냥 베스트셀러를 고르는 게 안전빵.
그리고 이제는 세상에서 사라진 K7과 비교했을 때
주말에 K7과 K8, 둘 중 하나를 골라
어디 멀리 가서 편안히 쉬고 오겠다 하면
나는 고민 없이 K7의 키를 들고 나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