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에 S-클래스, BMW에 3시리즈가 있다면
아우디에는 브랜드를 상징하는 모델로 A6가 있다.
지금은 3시리즈의 입지가 많이 흔들린 상태이고
수입 중형 세단의 왕좌는 E-클래스가 차지하고 있지만
혼파망 그 자체인 현재의 수입차 시장에서 여전히 선방중인
A6는 명실상부 아우디의 대표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신형 A6는 지난 2019년 말 45 TFSI 모델의 출시와 동시에
시동꺼짐으로 곤혹을 겪고 그건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나
그 후 40 TDI, 45 TDI, 50 TDI, S6 TDI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라인업을 국내에도 구축해가며 점차 회복하는 모양새.
왜 45 TFSI 빼고 전부 디젤밖에 없지
판매량 면에서는 아무래도 저렴한 45 TFSI나 40 TDI가 주력이겠지만
메르세데스-벤츠는 E350d와 CLS400d를 진작 단종,
BMW마저도 M550d와 530d를 단종시켜버리면서
6기통 디젤 엔진을 얹은 독일산 중형 세단으로서는
국내에선 A6가 유일한 모델로 남아버렸다.
그런 A6는 6기통 디젤 모델이 총 3개나 되는데
제일 엔트리격인 45 TDI가 이 시승기의 주인공.
아우디가 이 웃기는 작명법을 도입한지 어언 6년,
트림명만 보면 이 차의 제원이 상상이 잘 안 된다.
V6 2976cc 디젤 터보 엔진을 얹고 231마력을 내는데
배기량으로 세금을 매기는 우리네 세법상으로는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모델이다.
3.0L급 엔진을 얹고 이정도 출력밖에 못 내나?
이는 배기가스 배출량으로 세금을 매기는 유럽을 겨냥해
출시한 모델이기에 그런데, 배기량을 오히려 늘려
엔진의 부하를 감소시켜 배기가스 배출량을 줄인다나 뭐라나.
트림명으로는 얼추 비슷한 급으로 보이는
메르세데스-벤츠의 CLS300d가 1950cc 4기통
트윈터보 디젤 엔진을 얹고 245마력이고,
종전의 구형 아우디 A7 45 TDI가
같은 트림명을 달고도 245마력의 출력을 발휘했으니
페이퍼 스펙상으로는 조금 모자라 보인다.
실제로 출력이 모자란지는 타보고 확인할 일.
상위 모델인 50 TDI는 286마력으로 제 출력이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6 45 TDI는 옵션 구성 면에서는
상위 모델 부럽지 않은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하는데,
나는 전혀 관심 없는 어댑티브 크루즈 어시스트,
Audi 프리 센스와 소프트 도어 클로징,
매트릭스 빔 LED 헤드램프, 헤드 업 디스플레이(HUD),
19인치 투톤 휠 및 S-라인 익스테리어 패키지,
10.1인치 MMI 모니터 및 12.3인치 버추얼 콕핏까지.
45 TFSI는 휠 크게 쓰는 아우디답지 않게
18인치의 못생긴 원톤 휠을 달아서 욕을 먹었는데
45 TDI는 상당히 보기 좋은 19인치 휠을 제대로 달았다.
50 TDI에 들어가는 20인치 휠은 너무 과하다.
19인치도 승차감 면에서는 좀 과한 느낌이 있지만
18인치는 도저히 못 봐줄 정도라 차라리 이게 낫다.
난 개인적으로 신형 A6의 디자인이 좋다.
A7은 초기형이 워낙 전설과도 같은 작품이었기에
신형으로 오면서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이 좀 있는데
A6의 경우는 아우디가 잘 쓰는 직선을
시원시원하면서도 화려하게 여기저기 잘 넣었다.
이번이 A6를 처음 타는 것이 아닌데,
저번에 시승한 45 TFSI는 데이토나 그레이 펄 색상이었고
오늘 탄 차량은 글레이시어 화이트 메탈릭.
난 전면은 블랙이, 후면은 화이트가 이쁜 것 같다.
내 취향은 이런데, 데이토나 그레이 펄이
펄 도장임에도 추가 비용 없이 선택할 수 있으니
회색도 괜찮으면 강력 추천.
후미등에 들어간 시퀀셜 턴 시그널 역시
시퀀셜 방식은 이렇게 쓰는거다 라고 K9를 가르친다.
헤드램프도 직선이 많이 들어가 헤드램프에도 넣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신형 A6의 인테리어는 적당히 화려하면서 깔끔하다.
보통 정갈한 인테리어 디자인을 떠올리면
무던하고 질리지 않는 생김새를 생각하게 되는데,
A6의 그것은 튀거나 부담스럽지 않은 선 안에서
화려하기까지 하다. 특히나 화면이 세 개나 되고
넓게 사용한 하이그로시 패널과 앰비언트 라이트까지
아우디 특유의 이미지 안에서 이쁘게 잘 꾸몄다.
바로 한 세대 전 C7 A6의 인테리어는 지금 봐도
그리 낡아보이지 않는 멋진 디자인이었는데,
신형 C8 역시 특별히 빠지지 않게 잘 나왔다.
버추얼 콕핏을 가장 먼저 적극적으로 활용한 제조사답게
계기판 내부의 활용성도 좋고 테마도 멋지게 뽑았고.
40 TDI / 45 TFSI 프리미엄*과 다르게 45 TDI 프리미엄은
센터 콘솔 주변부까지 가죽 패키지가 적용되었다.
*콰트로 모델 해당
차에 오르면서 도어 스팟 램프와
S-라인 전용 라이팅 도어 가드 실이 나를 반긴다.
이 차량은 2020년식 A6라 앞/뒷 도어 모두에
도어 스팟 램프가 달려있는데, 2021년식은
A6과 A7 모두 갑자기 뒷 도어 것이 빠져서 들어온다니
아우디코리아의 막장 행각에 혀를 차게 된다.
웰컴 사운드가 정말 듣기 좋고 웅장한데
마치 영화관에 와서 영화 시작시 듣는 소리 같다.
이 차엔 없지만 뱅앤올룹슨 전동 트위터도 그렇고
아우디는 조명 회사가 아니라 음향 회사인가?
신형 A6는 운전석 시트에 쿠션 익스텐더가 없는데
약간 길이가 짧게 느껴진다. 이건 A7도 마찬가지인데 이해불가.
시트 포지션 자체는 최저 치고 엄청 낮진 않지만
적당히 낮게 내려가는 편.
문제는 운전석 시트가 썩 편하지가 않다.
발코나 가죽 인데, 확실히 메르세데스-벤츠나 BMW의
나파가죽보다 가죽의 질감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요추 받침/엉덩이 받침 부분이 유독 딱딱한데
허리 통증으로 유명한 E-클래스 타면서도 못 느낀 허리 통증을
A6를 좀 길게 타면서 느끼다니. 그러면서 좌우 지지는 부족하다.
동급 모델인 메르세데스-벤츠 CLS300d는 나파가죽 시트.
벤츠의 시트가 훨씬 잡는 기능성과 착좌감, 디자인
모든 면에서 훨씬 우세하며 BMW의 5시리즈 또한 동일.
뒷좌석 등받이는 또 왜 이렇게 서 있는건가?
독일차들이 등받이를 좀 세우는 편인거 나도 아는데
이건 좀 심하다.
A6 45 TDI는 앞/뒷좌석이 둘 다 불편한 차가 됐다.
시트에 이어 핸들도 마찬가지.
전에 Q5 시승기를 쓰면서도 적었지만
핸들의 직경이 좀 크다.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는데
그러면서 핸들의 두께는 필요 이상으로 너무 얇다.
내가 두꺼운 핸들을 선호하는 것도 있지만
A6의 핸들은 메르세데스-벤츠나 BMW보다 많이 얇다.
이전에 A6 45 TFSI를 탈 때도 똑같이 느꼈던 감상.
주행 시작도 안했는데 벌써 깎인 점수가 상당하다.
기어레버는 디자인은 멋지지만 손에 잡히는 그립감은
글쎄, 고개를 조금 갸우뚱 하게 된다.
운전자와 직접적으로 맞닿고 소통하는 것들이
전부 좋게 쳐줘서 평이한 수준이다.
C7 A6나 4G8 A7(둘 다 직전 구형)은 안 이랬는데.
뒤에 적겠지만, 달리기에서 구형 대비 힘을 뺀 게
여기서 이미 힌트를 주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아니 그리고 아우디는 컵홀더가 왜 이렇게 작나?
메르세데스-벤츠는 컵홀더 내 지지용 플라스틱이 삐걱거리더니
아우디는 스타벅스 벤티 사이즈 두 개를 동시에 꽂기 힘들다.
운전하면서 꼭 커피를 마시는 입장이라 심기가 불편.
운전을 하기 시작하면서,
이 차량이 현재 동급 유일 V6 디젤 엔진임을
두 가지 방면으로 체감하게 됐는데
첫 번째는 확실히 직렬 4기통 디젤이 주류인
나머지 모델들보다 엔진의 정숙성이 뛰어나다.
벤츠의 OM654 1950cc 엔진이 4기통 디젤인것 치곤
꽤나 조용하지만 여전히 6기통을 뛰어넘진 못 한다.
허나 직렬 6기통 디젤이 절대다수인 현 상황
(메르세데스-벤츠 OM656 / BMW B57 / 현대 스마트스트림 I6D)
을 감안하면, A6의 EA897 evo2는 회전질감 면에선 열세이다.
V6이기에 어쩔 수 없지만, 남들보다 좀 덜 부드럽다 정도가 맞는데
타사 어딜 가서 찾아도 비슷한 일반적인 V6 디젤 수준이다.
[2021년식부터 Euro 6d ISC-FCM 충족을 위한 EA897 evo3 탑재]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에는 메르세데스-벤츠 E220d, CLS300d와
BMW 523d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6기통 디젤의 상징성과 감성은
A6가 확실하게 가져올 수 있는 강점 중 하나이다.
고속 영역에서 밀어주는 힘은 역시
배기량이 깡패임을 실감하게 한다.
아무래도 디젤을 선택하는 이유는
장거리 주행이 많거나 유류비 절감을 위해서
주로 고르게 되는데 연비는 역시 디젤답다.
100km/h 정속 주행 시에도 19km/l 정도를 보이니
구비된 모델이 한정적인 LPG는 논외로 치고
기름값을 절약하는 데에는 역시 디젤만한게 없다 싶다.
45 TDI는 앞서 적었듯이
출력을 깎아놓은 모델인데,
난 그래서 디젤이지만 꽤나 괜찮은 리스폰스를
보여줄 줄 알았는데 이상하리만큼 딜레이가 심하다.
이 차는 내가 보기에는 과급기 차량이 가질 수 있는 문제점을
거의 다 가지고 있는데 첫번째로는 터보랙이 있다.
엔진 회전수와는 상관없이 순간적인 딜레이가 체감될만큼 존재하는데
출력을 깎은 모델이라 터빈 사이즈를 줄이는 등
딜레이가 생길만한 요소가 오히려 적어야 할 것 같다만
제 출력을 내는 차량들보다 랙의 지속시간이 훨씬 길다.
두 번째는 threshold rpm이라고,
터보가 돌기 시작하는 회전수가 있는데
저회전대를 유지하다가 악셀을 밟아 회전수를 올리면
어느 순간 터보의 부스트가 힘을 보태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
터보가 치고 들어올때 너무 팍 치고 들어오기 때문에
다른 디젤 엔진과 비교해서도 이질감이 너무 심하다.
세 번째는 엔진과는 상관없는 문제인데
45 TDI 모델에는 7단 S-tronic DSG가 아닌
8단 팁트로닉 자동변속기가 달려있다.
킥 다운이 동급 차종 대비 확실히 느리다.
다이내믹 모드를 놓더라도 순간적으로 꽉 밟았을 때
변속기가 반 박자 쉬고 내리는 걸 볼 수 있는데
BMW와 같은 ZF제 변속기를 사용하는 입장에서
퍼포먼스가 너무 처진다고 평할 수 있겠다.
메르세데스-벤츠의 9G-트로닉도 이정도는 아니다.
저출력 버전으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정도의 딜레이와
딜레이 후 힘을 낼 때의 위화감 둘 다 공존하니
좋은 소리를 해주기가 어렵다.
난 A6 45 TFSI를 타보고 상당히 좋은 인상을
여러 군데에서 많이 받았었는데
45 TFSI의 2.0L 4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은
여러 군데에서 검증받은 EA888의 진화형인데다
변속기도 7단 S-tronic 듀얼클러치였던 것이
상당한 지분을 차지하는 것 같다.
45 TDI의 EA897도 개선을 거치며
상당히 오래 우려먹은 엔진인데 얜 왜이래.
45 TDI의 이 파워트레인 조합은 나는 반대다.
전체적인 주행 질감은 동급 라인업 중에서는
중상위권 정도에 가깝다고 알고 있었다.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가 승차감과 주행성, 고속주행 안정감
모두를 잡은 현 동급 최강 모델이라면
아우디 A6는 적절한 수준의 고속주행 안정감을 갖추고
선회 시에도 예전만큼 다이내믹한 느낌은 아니지만
명실상부 콰트로다운 안정감과 함께 적당한 일탈을 보였다.
이게 내가 2년 전에 A6 45 TFSI를 시승했을 당시의 기억인데
A6 45 TFSI는 4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이라
비교적 앞머리에 실린 무게가 가벼운 편이다.
A6 45 TDI는 기통 수도 6기통으로 늘어나고
디젤 엔진에 배기량도 커서 앞이 많이 무겁다.
4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을 얹었을때는
차 자체가 균형이 잘 맞다고 느껴졌던 A6가
6기통 디젤 엔진을 얹으니 앞머리가 너무 처진다.
530i와 A6 45 TFSI를 비교할땐 A6 손을 들어줬는데
530d(혹은 M550d)와 비교 시에는
미안하지만 5시리즈가 압도적 우위에 선다.
5시리즈의 가벼운 무게와 50:50 무게배분 덕에
무거운 엔진을 얹었을 시 더 밸런스가 좋게 다가온다.
앞에 실린 무게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크게 느껴지며
코너에 집어넣으면 앞의 무게에 의해 차가 끌려가는 느낌.
개인적으로 예전에 M550d를 타봤을 때
정숙함과 주행성에 엄청난 감동을 받았었는데
확실히 A6 45 TDI는
독일산 6기통 디젤 비즈니스 세단 중에서는
주행성능 면에서 제일 부족하다.
8기통 이상으로 올라가는 것도 아니고
6기통 얹었다고 차의 균형이 깨지는 모델은
E-클래스나 5시리즈 사이에서 A6가 유일하다.
엔진 뿐만 아니라 서스펜션의 셋팅 자체도
45 TFSI 대비 상당히 단단하게 되어있다.
단단하게 만든 만큼 달리는 느낌이 좋아졌다거나
역동적인 감각이 더 살아났다거나 하는건 별로 없다.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아닌데 기본값이 너무 단단해서
장시간 탑승 시 부담이 될 정도.
불편한 시트까지 아주 삼박자를 이루어서
승차감이 매우 나쁘게 느껴진다.
45 TFSI를 시승할때는 전혀 이런 느낌 못 받았는데
45 TDI는 본격적인 고성능(위에 S6 TDI가 있다) 모델도 아니고
왜 이렇게 미친듯이 단단하게 차를 만든건지 납득이 잘.
스포츠카도 아닌데 말이지.
차라리 스포츠카다운 주행성이나 확보했으면 말 안함.
승차감도 나쁘고 주행성능도 그저그런,
까놓고 말해서 엉망이다.
E-클래스는 올라운더 수준으로 다 잘하고
(컴포트 서스펜션 들어간 익스클루시브조차 주행성에 큰 타협 없다)
5시리즈는 승차감 하나는 동급 최강 수식어가 아쉽지 않으며
국산차인 제네시스 G80도 승차감 언급하기 입 아플 정도.
비즈니스 세단으로서의 의무를
경쟁사 차량들은 다 제대로 다 해내고 있는데
A6 45 TDI는 제일 중요한걸 너무 못한다.
달리기 성능과 승차감은 거의 낙제점에 가깝다.
쏘나타가 이 차보다 승차감이 더 좋을듯.
아, 쏘나타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본격 후륜구동(혹은 후륜기반 사륜구동)인 경쟁사 차량들과 달리
사륜(혹은 사륜기반 전륜)이어서 결정적인 순간의 승차감 역시
타사보다 떨어진다. 뒤에서 밀어주는 고급감이 부족하다.
예전에 전륜구동 A6 35 TDI를 타고
승차감이 너무 형편없어 경악을 한 적이 있는데
뒷바퀴를 같이 굴리는 콰트로 모델 역시
직접 비교 시 고급스러운 맛이 떨어진다.
순정 타이어로 브릿지스톤의 투란자 T005가 끼워지는데
정말 이도저도 아닌 타이어로 보인다.
제네시스가 쓰는 피제로 올시즌보다야 당연히 낫지만
성능도 영 별로고 승차감도 영 별로다.
둘 다 못 잡은 차에 맞춰서 타이어도 둘 다 꽝인걸 단건지.
차라리 성능에 몰빵해서 E350이 쓰는 굿이어 이글 F1 어시메트릭 3을 쓰던지
전천후 사용성을 고려해서 530i가 쓰는 피렐리 신투라토 P7을 쓰던지
이도저도 아닌 차에 이도저도 아닌 타이어.
아주 천생연분이 따로 없다.
국내 수입분 말고는 미쉐린의 파일럿 스포츠 4나
피렐리의 P Zero도 끼워지는데 이게 낫지.
이런 타이어를 끼고도 제동력은 훌륭한데
확실히 아우디가 브레이킹에는 신경을 많이 쓰고
신경을 쓴 흔적이 주행 시 나타나서 좋다.
하지만 이들 같은 단점보다 더 강력한 이 차의 가장 큰 문제는
매끄럽게 운전하기가 너무나 힘이 드는 차라는 것이다.
다른 차를 타다가 이 차로 넘어오면 적응이 어렵고
앞서 엔진 이야기를 하며서 적었지만 터보가 개입하면 위화감이 들고
악셀/브레이크 반응이 상당히 경박하며
전반적으로 울컥이는듯한 느낌을 너무 많이 전달한다.
정말 이런저런 오만 차를 다 타본 나조차도
얌전하고 편안하게 운전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렸다.
스포츠카나 성능 위주의 차량이라면
당연히 이게 차량 성격을 반영한 것이니 오케이.
일반적인 용도로 더 많이 쓰이는 A6 45 TDI가 이런거는
분명 문제가 있다. 참고로 A6 45 TFSI는 안 이렇다.
231마력이라는 출력에도 불구하고
초기 가속력은 정말 빠른데
어지간한 핫 해치백도 물리칠 정도다.
폭스바겐그룹 차량들이 유독 가속이 제원 대비 빠른데
어디 가서 이정도 출력이라고 놀림받을 일은 없을 것.
그밖의 소소한 좋았던 점 및 아쉬운 점.
이 차는 2020년식이라 무선 카플레이가 되는데
심심찮게 버그를 뿜어대는게 좀 짜증이 난다.
차량에 탑승 시 자동으로 연결되는게 보통의 경우인데
이상하게도 연결되었다는 표시만 뜨고
카플레이가 실행이 안 되는 때가 간혹 있다.
이럴 때는 유선으로 바꿔서 연결해도 실행이 불가.
[라고 시승기 쓸 때 그냥 버그인 줄 알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고질적인 텔레매틱스 모듈 결함이었다.
A6/A7/A8/Q5/Q7/Q8 등 거의 아우디 전 차종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문제이다. 입고 시 최소 1개월.
해당 결함 증상 발생하면 유/무선 카플레이는 물론
안드로이드 오토 및 블루투스 사용 불가. 황당하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껐다 다시 실행시켜야 한다.
또 다른 버그 중 하나는 계기판에 표시되는
현재 재생중인 곡 메뉴가 곡이 변경되었음에도
요지부동으로 바뀌지 않는 것. 이건 뭐 그냥 포기했다.
50 TDI의 경우 16스피커 뱅앤올룹슨 사운드 시스템이 들어가는데
45 TDI의 경우 10스피커 아우디 사운드 시스템이 포함이다.
소리의 질이 그냥 형편없다고 말해도 될 수준이다.
쏘나타에 기본으로 들어가는 오디오보다 못하다.
소리가 기본적으로 얄팍하고 시원하지가 않다.
가수의 성량을 살려내지 못하고 베이스도 빈약하며
이래저래 그냥 형편없는 오디오.
쓰레기나 다름없는 BMW의 하이파이 라우드 시스템보다야
이게 비교불가하게 낫지만 그 뿐이다.
메르세데스-벤츠나 제네시스의 기본형 오디오보다
아주 많이 못하고 BMW의 하만 카돈보다도 당연히 못하다.
출고가 7662만원짜리 차에 들어가는 것 치고는
이건 뭐 욕을 해도 시원찮을 수준이다.
(이 분야의 압도적 문제아 BMW보다는 아니지만)
계속 지적하는 문제인데
인포테인먼트 내 일부 내용의 번역이 매끄럽지 못하다.
효율성 모드, 승차감 모드는 뭐고
ASR/ESP 해제 시 뜨는 경고 문구 역시 이상하다.
"전자식 주행 안정화 시스템: 꺼짐. 경고! 안정성 제한됨"
대한민국에 차를 처음 파는 마이너 브랜드도 아니고
이정도 번역 수준은 좀 개선할 필요가 있다.
핸들 열선 등의 옵션을 공조 패널 내 ···를 터치하여
기타 옵션 조절 메뉴에 들어가서 켜야 한다는건
매우 불편하게 설계된 방식이다. 르노삼성 게 섯거라
핸들 내 * 버튼(기능 자유 지정 가능한 숏컷 버튼)에
열선핸들 활성화/비활성화를 맵핑하면 해결 가능한데
퍼퓸 디퓨저를 비롯한 기능을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
터치스크린식 공조 패널 화면도 큰데 이해가 안 된다.
프랑스차라면 이해를 하겠다만 독일차가?
고급차의 상징과도 같은 4존 오토에어컨은
상당히 좋은 장비이다. 특히 B필러 송풍구까지 가세해
고급차 느낌을 물씬 풍긴다.
메르세데스-벤츠의 THERMOTRONIC 3존보다
민감도나 자동 공조조절 변화에 적용되는 기준이 적긴 하지만
충분히 좋은 성능을 내고 퍼퓸 디퓨저의 향도 꽤 괜찮다.
아우디코리아가 제일 기본형인 40 TDI 모델에조차
서라운드 뷰를 포함시켜주는 것은 칭찬할 만 하다.
똑같은 사륜구동인데도 유독 A6의 회전 반경이나
주차 시 움직여야 하는 거리가 타사 차량보다 크게 느껴져서
서라운드 뷰의 존재가 확실히 도움이 된다.
대부분의 터치식 공조 패널은 짜증을 유발하는데
운전 시 시선 분산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것도 위험하고.
근데 아우디는 꽤나 합리적이고 덜 불편하게 잘 해두었다.
디스플레이 터치 시 햅틱 반응도 쫀쫀하게 제대로 만들었고
노룩으로 온도 조절이 어느정도 가능하게 슬라이드를 지원한다.
Audi 프리 센스는 꽤나 민감하고 과격하게 보조를 해주는데
특히나 AEB(전방 추돌 경보/정지)가 차를 세울때
좀 팍 하고 세우는 느낌이 있지만 사고만 막는다면야 뭐.
ASCC(스마트 크루즈컨트롤), LFA(차선 유지 보조) 역시
경쟁사 중에서는 성능이 가장 뒤에 있지 않나 싶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디스트로닉이야 말할 것도 없고
BMW의 최신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프로페셔널도 훌륭하며
제네시스는 이제 HDA 2까지 지원하는 마당에
아우디는 발전이 조금 더디다는 생각이 든다.
핸들 왼쪽에 자리한 수납공간은
생각보다 깊어서 가벼운 잡동사니 쑤셔넣기 좋다.
센터터널에 적용된 앰비언트 라이트는 화려하고 이쁘다.
조수석 선바이저를 내려보면 경고 문구가 하나 붙어있는데
"quattro의 성능은 우수하나 이를 믿고 위험한 운전을 하면 안 됩니다"
옛날 옛적부터 있던 경고 문구지만
콰트로에 대한 아우디의 자부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
옛날이라면 수긍했겠는데 요즘엔 타사의 사륜구동 방식이
구동 배분도 더 적극적이고 안정감과 주행성을 둘 다 잡아서
이제는 자만심을 좀 내려놓고 기술 개발에 매진해야 하지 않나 싶다.
A6 45 TDI에 사람들이 꽤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첫 번째는 이제 경쟁사에 3000cc급 디젤 모델이 없다는 점
두 번째는 남들 2000cc급 가격에 3000cc급을 판다는 점
원래 아우디는 그 맛에 사는건데;;
고배기량 차량을 점점 사기 어려워지는 오늘날의 척박한 현실에
단비같은 모델로 주목을 받고 있다.
처음에는 나도 이정도 가격에 3000cc급 디젤엔진 탑재 차량이면
꽤나 괜찮을 것으로 예상을 했다.
A6에 가진 기존의 인상이 워낙 괜찮았어서도 그렇고.
허나 타보고 나니 평가가 완전 뒤집혀서 단점밖에 안보이는 차가 됐다.
솔직한 심정으로 이 차를 산다고 하면 당장에 뜯어말릴 것 같다.
45 TDI가 내 첫 A6였다면 A6가 다 이렇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는데
A6 45 TFSI를 탔을 때는 너무 만족을 했었어서 더 실망스럽다.
이 차를 타보니 530d의 단종이 너무나도 아쉽다.
배기량이 깡패라는 말은 터보 기술이 이렇게나 발전한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고 돈만 있다면 무조건 선택하는 것이 옳은데
3000cc급이라는 배기량을 노리고 이 차를 사면 분명 실망하게 된다.
출력을 많이 깎아놨음에도 차량의 가속 성능을 생각하면
역시 3000cc급 배기량은 무시하지 못한다고 되뇌이게끔 한다.
배기량 보고 사는 차가 결국 배기량밖에 내세울 게 없다는 것.
화려한 내/외장은 그나마 추가로 꼽을만한 장점인데
속 빈 강정에 가까운 이 차는 돈낭비라고 봐도 무방하다.
돈을 아껴서 BMW 523d를 구입하거나
돈을 더 지불하고 메르세데스-벤츠 E220d를 구입하는 것이 백 배 낫다.
얘네들은 2000cc급이라서 세금도 싸지 않나.
그리고 이 차의 실 구매가가 얼마일지 나도 종잡을 수가 없다.
출고가는 2021년식 기준 7843만원인데
이번달에 천만원 깎아줘서 싸다고 사면
다음달에 1200만원 할인 하고
다다음달엔 1300만원 할인하는 회사가 아우디라.
내가 보기에 1500만원 할인 해도 굳이 이 차를 살 필요는 없을 듯 하다.
A6가 사고싶다면 45 TFSI 콰트로 프리미엄이 제격이다.
45 TDI도 이런데 도대체 50 TDI나 S6 TDI는 얼마나 하드하다는 건지.
이건 초창기 출시된 A7 3.0 TDI를 타보고 감동의 쓰나미였던
내 기억을 시원하게 산산조각내준 차라고 할 수 있다.
배기량에 속아 익숙한 패밀리세단을 잃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