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과 같은 과도기는 자동차업계에
다시 찾아올까말까 한 후발주자들을 위한 찬스이다.
현대차그룹은 유수의 독일 브랜드들이
기존의 내연기관을 최대한 활용한
저공해 디젤 모델과 하이브리드 모델에 집중하는 사이
내연기관과 순수 전기차 간의 전환점에서
과감하게 순수 전기차로 바로 가는 방향에다
통 크게 배팅했고, 전용 브랜드까지 런칭했다.
현대자동차가 야심차게 몇 년 전 분리독립 시킨
'제네시스' 브랜드 역시 이와 같은 기조를 지킨다.
제네시스 브랜드로 출시되는 최초의 전기차,
Electrified G80이 현대차그룹의 과감한 움직임의
첫 발자취이며 드디어 세상에 등장했다.
순수 전기차 브랜드인 아이오닉이 있지만
사실 전기차 전용 브랜드를 독립시키는 것은
요즘 자동차업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인데
프리미엄 브랜드의 고급 모델이
절충안과도 같은 하이브리드 출시 없이
곧바로 전기차 모델이 나오는 것은 현대차가 처음이다.
사실 나는 의문인 게,
안 그래도 현대자동차는 SUV 열풍을 넋놓고 구경하다
남들 돈 열심히 쓸어담을때 그제서야 뒤늦게
사이즈별로 SUV를 전부 찍어낸 전적이 있는 회사이고
제네시스의 주력 시장인 북미에서는
바야흐로 SUV 전성시대가 끝나질 않고 있다만
왜 굳이 GV80을 기반으로 전기차를 만들지 않고
다 죽어가는 승용차 시장에 먼저 전기차로 출사표를 던질까.
이 급 승용 전기차 시장에는 현재 아무도 없는 상태라
깃발만 먼저 꽂아서 있는 수요를 다 잡아먹으려는 걸까?
야심차게 준비한 Electrified G80(이하 eG80)은 성공할 수 있을까?
시장 상황은 둘째치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선
차의 기본기가 받쳐줘야 하는데 마침 분위기가 좋다.
최근 새로 출시된 G80(RG3)은 완성도가 역대급으로 높고
이것을 바탕으로 전기차를 만든다는 것은,
이미 백종원씨의 레시피를 들고 불 앞에 섰다는 것.
하지만 결국 맛은 내가 어떻게 요리하느냐에 달렸듯이
eG80은 현대차가 처음 만들어보는 고급 전기차인 만큼
차를 어떻게 만들었느냐에 모든 것이 달려있다.
과연 eG80이 기대만큼 훌륭한 완성도를 갖췄을까.
디자인부터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
앞범퍼의 디자인이 쥐가 파먹은거같이 짧아졌다.
비크 블랙이 아닌 다른 색상을 선택하면 티가 심하게 나고
제네시스 고유의 G-매트릭스 패턴을 도배해놨는데
안그래도 G80은 헤드램프와 그릴의 사이즈가 커서
디자인 자체의 면적이 좁은데 이것들이 우겨넣어진 상태라
비례감이 GV80보다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는데 악화됐다.
그나마 비크 블랙을 선택하면 범퍼 하단의 한 줄 크롬라인이
아주 중후하니 제네시스 주 고객층의 취향을 저격한다.
또 뒷 범퍼는 마름모꼴 배기구 포함 장식들이 다 빠져서
만들다 만 것 같은 불편한 느낌을 주는데 이러지 말자.
충전 포트가 앞에 있다는 점도 불편한 요소.
대개 전진 주차가 후진 주차보다 어려운데
공용 급속충전기의 설치 형태를 봤을때
아이오닉 5처럼 뒤에다가 충전구를 놓는게
훨씬 운행 시 편리할 것 같은데 왜 이걸 여기다 만들었는지.
실내 역시 마찬가지이다.
기본적인 틀은 G80과 완전히 동일하지만,
실내 곳곳에는 친환경 소재가 쓰여 고급감이 떨어진다.
아이오닉 5같은 차량이야 재활용 플라스틱을 쓰건 말건
환경친화적이고 캐릭터가 강한 차량이니 상관 없는데
이건 고급차다. 정신 차리자.
시승차 가격이 1억원을 넘는 값비싼 차량인데
무슨 실내에 이상한 소재를 써서 고급감을 해치는지.
그걸 또 자랑스럽게 홍보하고 있으니 황당하다.
제네시스의 경우 시그니처 디자인 셀렉션 II를 선택하면
차급과 차량의 가격 대비 좋은 실내 소재와
고급스러운 마감이 핵심 강점 중 하나인데
시그니처 디자인 셀렉션(eG80은 I,II의 구분이 없다)이 포함인데도
G80의 실내보다 확실히 손해를 본다고 생각을 하게 된다.
아무리 전기차가 나에게 돌아오는 다양한 형태의 불이익,
충전의 불편함이라던지 차량 가격 대비 낮은 차량 마감 등
을 감수하고 탄다지만 eG80은 명색이 고급차.
이 정도 금액을 지불했으면 적어도 손해를 본다는 생각은
들지 않게끔 만드는 것이 맞다.
전기차지만 가격이 1억원이면 나에게 오는 불편은
충전 스트레스에서 끝나야 한다. 사실 이것도 없어야 하는데.
이건 개인 취향의 문제이다만 포레스트 블루같은 실내 색상은
이렇게 중후하고 묵직한 인상의 차와 궁합이 최악인데
왜 자꾸 쓰려고 드는지 납득이 잘 안된다.
다크 라군 그린/글레이시어 화이트 투톤 컬러 내장은
정말 화사하고 전기차와도 잘 어울리는데
시그니처 디자인 셀렉션은 어차피
eG80 구매 고객이라면 대부분 선택할 테니
무조건 이 내장 색상을 고르길.
디 올 뉴 G80을 2.5터보와 3.5터보 둘 다 타면서
항상 시트에 만족하지 못했던 나였기에
차량 하부에 배터리가 깔리는 eG80은 어떨까
G80보다 포지션이 높다던데 괜찮을까 걱정이 됐었다.
걱정했던 대로 eG80의 시트포지션은 나에게는
거의 차량 운행이 힘들 정도로 맞지 않았는데,
항상 맞추는대로 운전자세를 맞추니까
내 머리가 윈드실드 윗부분 바로 앞에 위치한다.
뒤에서 들이받히면 바로 머리가 부딪힐 그런 위치라
깜짝 놀랐다. G80도 비슷했지만 이정도까진 아니었는데
최저 시트포지션이 높아지면서 거의 부딪히기 직전까지 왔다.
최저 시트포지션이 거의 크로스오버에 준할 정도로 높고
핸들 칼럼은 원하는 만큼 위로 올라오질 않았다.
시트 착좌감은 G80에 시그니처 디자인 셀렉션 II를 넣은
그 멍청한 Y자형 장식 들어간 시트보다는 훨씬 나았으나
포지션 자체가 이상해서 긴 운행이 힘들 듯 했다.
가죽 자체도 좀 다른 게 들어갔는지
시트 가죽 질이 더 탱탱하게 느껴졌는데 확인 필요.
큰 문제는 앞 좌석이 아니라 바로 뒷 좌석이었으니,
바닥이 너무 높아서 뒷좌석이 너무 높다.
안그래도 eG80은 G80 디자인의 판박이인데
세단임에도 쿠페같은 룩을 주기 위해
루프라인을 어느정도 깎아놓은 상태이다.
그런데 뒷좌석이 높아지다보니 헤드룸이 너무 모자라다.
내가 상체가 짧고 하체가 긴 체형인데
내가 앉았을 때 주먹 하나가 간신히 꽉 끼게 들어가니
헤드룸은 어지간한 사람들이면 답답하게 느낄 것.
바닥마저 높아서 두꺼운 무언가가 깔려있는 듯한느낌을
앉는 즉시 받을 수 있어 불편하다.
바닥이 높아 다리가 붕 뜬 것 같은 느낌.
이렇게 뒷좌석이 높아서 창문을 끝까지 내리면
마치 SUV에 앉아있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드는데
뒷좌석과 뒷좌석에서의 안락감이 킬러인
G80의 최고 강점을 eG80은 잃어버렸다.
친환경 추세에 힘입어 공공기관에 납품 좀 되고
높으신 분들 뒤에 모실 일이 있을 차량 같은데
높으신 분들께서 불편함에 노하실 수준.
전기차의 경우 방음이 좋지 못한 경우가 상당한데
eG80의 경우 누가 G80 패밀리 아니랄까봐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이 조용하다.
정차 시 공회전 진동/소음이 없다보니까
에어컨 팬 돌아가는 소리만 좀 들릴 뿐
무언가를 재생하지 않으면 이상하게 느껴질정도로
고요한 다른 세상에 격리된 것 같다.
사실상 정숙한 환경에서 오디오를 차분히 즐기는
렉서스의 포지션을 승계하는듯 한데
북미에 사활을 걸어야하는 제네시스로써는
충분히 납득가능한 포지셔닝이다.
달리기 시작해도 정숙함은 깨지지 않는다.
G80 3.5 터보를 시승하면서
고속에서의 방음에 놀란 바가 있는데
아... 제네시스답게 오만 데 방음재 발라놨구나
eG80도 유사한 수준이다.
G80이 너무 조용한 편이라 eG80과 비슷한거지
eG80이 엔진도 없는데 시끄러운 편인 것이 절대 아니다.
GV80에만 들어가고 G80에는 없었던
ARNC(액티브 로드 노이즈 컨트롤)도 eG80에 포함.
안 그래도 조용한데 정말 소름돋게 조용하다.
조용해서 오디오를 즐기기 좋은 환경인 것도 있는데
오디오 시스템의 성능도 큰 폭으로 좋아졌다.
G80의 경우 렉시콘 옵션을 넣어도 소리가 수준이하에
명쾌하거나 진득한 느낌 없이 얄쌍하기 그지없고
전작까지는 아주 괜찮았는데 갑자기 왜 이러는지 알 수 없는
렉시콘 이름값에 맞지 않는 사운드였는데,
확실히 고출력 전기차답게 오디오가 개선이 되었다.
어차피 스피커도 전기 신호를 진동으로 출력하는 것이니.
그런데 단순히 전기차여서 오디오가 나아진 게 아니고
eG80은 기본 구성에 포함된 렉시콘 17스피커 시스템은
별도의 기사가 나올 정도의 G80과 다른 유닛이다.
전기차 오디오다운 쨍한 맛은 그리 심하지 않은데
공간감과 전반적인 출력이 넉넉한 느낌은
충분히 전달하므로 이정도면 합격.
차량의 실내는 오디오 입장에선 최악의 환경인데
극도로 조용한 실내가 더해지니 금상첨화이다.
주행모드와 상관없이 악셀 페달이 상당히 무겁다.
일부러 팍팍 밟지 말라고 이렇게 구성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여성 운전자는 부담스러울 정도.
에코 모드 시 악셀 답력이 무뎌지는 것과 다르다.
eG80은 전륜과 후륜에 136kW의 모터를 각각 얹어
합산 272kW(약 365마력)의 출력을 낸다.
G80 3.5 터보의 380마력 출력과 유사하다.
악셀을 밟자마자 풀 토크가 쏟아지는
전기차라서 G80 3.5 터보보다 훨씬 시원스레 나갈거라
예상했는데, 이는 상당한 착각이었다.
G80 3.5 터보는 스포츠 모드를 놓았을 시
악셀이 예민해지긴 하지만 약간의 조작으로도 움찔거리거나
스포츠 모드 상태에서의 일상적 주행이 불편하진 않았다.
근데 eG80은 에코 모드나 컴포트 모드에서는
생각만큼 시원한 발진 가속을 보여주지 않았고
스포츠 모드에서조차도 87.2kWh나 되는
거대한 배터리의 무게감이 뒤로 잡아당긴다.
무게가 가속 시 가장 많이 와닿았는데
공차중량이 기본형 모델 기준 2265kg.
시승차는 풀옵션이고 나까지 타고 있으니
2400kg에 근접하는 무게일 것이다.
상당한 무게인 것은 맞으나 그래도 부족하다.
게다가 스포츠 모드에서는 운전이 불편할 정도로
차가 팍팍 튀어나가려고 시도를 한다.
물론 전기차와 스포츠 모드의 조합으로썬
당연한 반응이니 이걸 왜 지적하냐 하겠지만,
초반 반응만 가시가 돋아 있고
악셀을 끝까지 밟으면 생각만큼 빠르지가 않다.
테슬라 오너들의 말도 안되는 제로백 부심이나
슈퍼카가 의미없네 출력이 높네 설쳐대는거
아주 꼴보기 싫은 입장임에도 이건 많이 아쉽다.
정확히는 제원상 출력만큼의 성능이 느껴지지 않는다.
하물며 전기차는 페이퍼 스펙보다 출력이 높게 느껴지는게
대부분의 경우인데 이건 유사한 출력의
G80 3.5 터보보다도 가속감이 무디다.
아무리 G80 3.5 터보가 3470cc나 되는 배기량에
터보도 두 개나 얹고 있지만 상대가 전기차인데.
고속으로 갈 수록 힘이 빠지는 전기차 특성상
거의 모든 속도 구간에서 G80 3.5 터보가
훨씬 자연스러우면서도 시원시원한 가속을 선보인다.
스포츠 모드의 위화감 드는 셋팅 때문에
eG80을 소유한다면 평생 스포츠 모드는
놓을 일이 없을 것 같다. 사실상 에코 모드가 기본 수준.
주행거리 1km이 소중한 전기차에는
에코 모드가 제일 잘 어울리기도 하다.
다만 에코 모드에서는 거의 후륜 모터만 작동해서
182마력 정도로 이 차를 굴리게 되는 것인데
넉넉하다는 인상은 그닥 전해지지 않았다.
모름지기 값비싼 럭셔리 세단은
악셀을 얼마나 밟건 힘이 남아돈다는 인상이
고급스런 주행감의 핵심인데 아쉽다.
디 올 뉴 G80은 사실 내가 이제껏 타본 차 중에
코일오버 서스펜션 대 에어 서스펜션 같은
크나큰 차이가 나지 않으면서 엔진만 다른 모델을
각각 타봤을 때 모델별로 인상이 가장 크게 다른 차인데
eG80은 2.5 터보와 3.5 터보의 사이 정도의 성격이다.
승차감부터가 일단 그렇다.
2.5 터보 모델은 푹신하고 차체의 움직임도 아주 많아
승차감을 숫자로만 따지면 3.5 터보보다 높으나
오늘날이 아닌 십여년 전의 현대차를 떠올리게 해
그닥 유쾌하지 않은 감각이어서 승차감이 별로였고
3.5 터보 모델은 그에 반해 스프링과 댐퍼를 조여
숫자로 따지면 2.5 터보보다 승차감 수치가 낮으나
차체의 과한 움직임을 적절히 억제하여
오히려 장시간 탑승 시, 그리고 코너 통과 시
승차감이 2.5 터보보다 낫게 와닿았던 기억이 있다.
한동안 현대자동차가 서스펜션을 미친듯이 단단하게 만들다
유연하게 충격을 흡수하며 주행성까지 둘 다 잡는 방법을
최근 터득했는데, 그것이 3.5 터보에만 적용된 모습이었다.
eG80은 승차감만 따지면 3.5 터보 쪽에 더 가까우나
댐퍼를 부드럽게 조율해서 느리지만 차분하게 반응한다.
전반적으로 승차감 면에서는
적어도 에어 서스펜션이 없다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상위권에 고득점을 한다고 쳐줄 수 있는데
문제는 매우 큰 요철을 만나면 충격이 그대로 전해진다.
이것은 G80의 어느 모델도 하지 않는 수준으로
충격의 양감과 강도 둘 다 높아서
에어 서스펜션이 없는 전기차는
승차감 구현에 상한선이 생각보다 가까이 있구나
고급 전기차는 에어 서스펜션의 장착이 필요하구나
다시 한번 확인하는 케이스가 되었다.
무거운 무게를 받치기 위해서는
스프링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단단해야 하는데
앞서 말한 대로 이 차는 기본형 모델만 해도
2.3톤에 육박하는 무거운 차량이다.
당연히 스프링이 꽤나 단단할 수 밖에 없고
그 탓에 큰 충격은 댐퍼가 충분히 흡수하지 못하고
전부 실내로 텅 하고 넘겨버리게 된다.
아우디의 이-트론이나 포르쉐의 타이칸은
제조사의 역량도 있겠지만 에어 서스펜션 덕에
전기차임에도 승차감에서 엄청난 고평가를 받는데
eG80이 이 정도 가격을 받으며 세계 무대에 데뷔할 작정이었으면
에어 서스펜션을 장착한 채로 개발 및 출시했어야
이름값에 걸맞는 승차감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이런 충격 전달은 큰 포트홀이나 심한 방지턱을 만나야
체감할 수 있는 것이라 일상 주행 속에서
이같은 경우를 만날 상황은 그리 많지 않다.
대다수의 적당히 매끄러운 노면 위에서는
충분히 부드러우면서 잔 진동을 잘 거르며 달린다.
2.5 터보의 둥실거리는 승차감보다는 eG80이
훨씬 개운하고 장시간 탑승 시에도 더 편안하다.
3.5 터보보다는 덜 단단하게 셋팅되어 있는데다
eG80은 19인치 휠만 제공되기 때문에
20인치 선택을 강요하는 빻은 휠들의 향연인
G80 3.5터보보다는 너그러운 승차감을 선보인다.
주행 성능으로 넘어가서,
G80 2.5 터보는 본격적으로 잡아돌리면
둥실둥실 나룻배가 떠다니는 것 같은
형편없는 코너링 성능을 자랑한 반면
G80 3.5 터보는 상당한 안정감과
신 플랫폼 적용의 수혜를 받아
어느정도 바닥에 깔리는 적절한 거동을 보였다.
eG80은 바닥에 깔린 배터리들의 낮은 무게중심과
신규 플랫폼 적용 덕에 3.5 터보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이나
선회 시 차체의 롤링, 피치, 요 모두 3.5 터보보다 많다.
G80 3.5터보가 스포츠카 수준으로
코너에서 팍팍 차체가 따라붙어주는 차는 아니지만
eG80에 비하면 차체의 움직임 제어가 훨씬 기민하고
반대로 eG80은 한 템포 여유있으면서 움직임의 양도 더 많다.
사실 주행성능 관련해선 eG80은 2.5 터보보단 낫고
3.5 터보보다는 못한 편이라 그 중간에 낀 상태.
핸들의 직결감이나 무게감은 평이한 수준인데
이런 럭셔리 전기차 오너들이 얼마나 잡아돌릴지
사실 그 비중이 0.1%나 될까 싶기 때문에
이정도로도 충분하지만,
메르세데스-벤츠나 BMW, 아우디보다는 못하다.
전반적인 차량의 거동도 마찬가지.
전기차, 특히 높은 가격을 받는 모델들은
대용량 배터리 탑재에 따른 무거운 체중을
최대한 가리는 것이 키 포인트라고 보기에
eG80은 그 점에서는 미흡하다.
순정 타이어가 미쉐린의 프라이머시 투어 올 시즌인데
G80에 들어가는 피렐리 피 제로 올 시즌이 아닌 것이
정말 천만 다행이다. 특히 풀 토크가 바로 쏟아지는
전기차에게 있어서는 최악의 타이어 중 하나인데
프라이머시 투어 올 시즌도 성능이 그닥 좋은건 아니지만
어쨌든 미쉐린 이름값의 가호를 받았는지
피 제로 올시즌보다는 낫다.
고속에서의 안정감도
G80 2.5 터보는 정말 형편없는 수준이었고
초고속으로 도약하는 시점부터는 불안정할 지경이었는데
G80 3.5 터보는 앞에 더 무거운 V6 트윈터보 엔진이
실려있는 덕을 크게 봐서 상당히 좋은 수준을 기록했다.
연속적인 가속에 G80 3.5 터보는 앞머리가 작게나마
살포시 가라앉는 느낌마저 구현이 되었었다.
이래서 eG80의 고속 안정감이 어떨지
앞에 엔진이 없는 전기차인지라
타보기 전에 상당히 우려가 됐었는데
다행히 뒤떨어지는 2.5 터보보단 한참 낫다.
바닥에 배터리가 깔려 있는 덕분인데
앞머리가 G80과 비교 시 완전히 빈 수준이다만
G80보다 낮은 무게중심 덕에 양호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G80 3.5 터보만큼의 안정감은 나오지 않아서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남아있음을 보여줬다.
시승 당일은 차량에 찍히는 외기 온도가
36도를 넘어서는 무더운 여름날이어서
전기차를 운행하기에 최적의 환경과는 거리가 멀다.
시승차에 오르자마자 에어컨을 최대 풍량으로 틀고(21°C)
에코 모드 60%, 스포츠 모드 35%, 컴포트 모드 5% 비율로
노래를 크게 틀고 테스트를 반복하며 주행했는데
최종 4.1km/kWh를 기록했다.
막히는 시내와 뚫린 간선도로, 고속도로가 적절히 섞인 구간.
편안히 대충 타는 주행 패턴이라면 4.7-5km/kWh는 나올 듯 하고
적당히 전비 중심 주행 패턴으로는 5.5km/kWh도 나오겠다.
이만하면 큰 배터리 덕에 400km는 무난히 넘긴다.
차량 체급과 무게, 사이즈를 감안했을 때
전비는 나쁘지 않게 나오는 것으로 나는 판단한다.
회생 제동은 아이오닉 5와 마찬가지로
총 4단계로 조절 가능하고 원 페달 드라이빙도 가능.
코나 EV나 니로 EV를 내놓던 시절보다
같은 회생 제동 단계에서도 좀 더 부드럽게 작동하는데
아이오닉 5도 그렇고 이제 보다 넓은 소비자층을 겨냥하니
내연기관 차량에서 넘어오는 이들이
이질감을 느끼지 않고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이렇게 셋팅하나 보다.
회생 제동 1단계가 내연기관 차량의 엔진 브레이크 강도와
어느정도 흡사해서 금방 적응하기 유리하다.
충전 속도는 800V 급속 충전 기술이 적용되어
200kW급 환경부 충전기 연결 시 피크 150kW까지 볼 수 있다.
배터리 용량이 커서 아이오닉 5보다는 소폭 느리지만
20%에서 80%까지 대략 25분 가량 소요된다.
이 정도면 이핏(e-pit)이 구비된 휴게소에
충전을 위해 들르면 화장실 한번 갔다올 시
넉넉하게 갈만한 주행거리가 다시 확보될 듯.
이제는 정말 어느정도 타고다닐 만 해진 것 같다.
물론 그만큼 충전료가 엄청나게 비싸졌지만
전반적으로 첫 시도 치고 나쁘지 않게는 나왔지만
첫 술에 배 부르도록 크게 한 입 떠야하는
갈 수록 치열해지는 고급차 시장 속에서
편안함에 치중한 첫 E세그먼트 전기 세단인 eG80은
남들이 참전하지 않은 영역에 첫 발을 내딛었기에
그 자체로 의미를 부여하고 말기에는 짊어진 무게가 무겁다.
다행히도 너무 기대이하거나 욕을 먹을 정도의
떨어지는 완성도를 보여주지는 않았는데
더 잘 할만한 여지가 많이 눈에 띈다.
흡사 제네시스(DH)가 G80으로
이름을 변경하며 처음으로 '제네시스'를
별도의 브랜드로 독립시키던
그 시절이 연상되는 차인 것 같다.
고급 전기차 시장에서도 제네시스는
신생 브랜드인 눈치를 여전히 감추지 못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직
고급 전기차는 볼륨이 크지 않은 시장이라
현대에게 시간이 좀 더 있다는 것.
아직은 아니고, 전기차가 더 흔해질 시점
지금으로부터 최소 5년 뒤 이후에
다시 돌아보는 것이 맞을 듯 하다.
지금은 전기차 자체도 시기상조라고들 하지만
제네시스의 전기차 자체가 시기상조.
연말에 메르세데스-EQ의 EQE가 공개되고
내년 중 국내 출시가 이루어지면
eG80은 차량의 순수 완성도 측면에서는
경쟁하기는 조금 어렵지 않을까 싶다.
아우디의 e-트론 GT 역시 현재 사전계약 진행 중.
조금 더 가격대가 높은 차량이지만,
이른 시기라면 이른 시기인 지금
1억원을 전후하는 전기차를 구매할 소비층이라면
사실 eG80보다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서라도
더 높은 완성도를 갖춘 차로 몰릴 확률이 높다.
아직은, 이 정도 가격을 지불하고 살만한 차는
전체 요소들을 하나하나 따졌을 때 아니라고 본다.
< 알고있지만, >의 송강 씨를 보는 듯.
비주얼적인 메리트는 분명 강점이나
연기력에 있어서는 아직 신인다운 모습.
< 오월의 청춘 > 이도현 씨 정도 연기력이었다면
아쉽다는 평을 듣지는 않았을 듯 하고
잔뼈가 굵은 배우들과 함께 서기에도
모자람이 어느정도 희석됐을텐데.
주목받는 라이징 스타가 되기에는
아직 온도가 미적지근하다.
특히나 테슬라의 모델 S는
테슬라를 병적으로 좋아하는 팬클럽이
함께하고 있으나 eG80은 아니기에.
+
컴포트 모드에서의 계기판 테마가
G80에서 보던 그것을 그대로 쓰고
크롬 장식 룩 부분에 청록색을 입혀놓은 것인데
무슨 청동기 시대 유물도 아니고
못봐주겠는 촌스러운 스타일이다.
개선이 시급하다.
그나마 스포츠 모드의 테마가
좀 봐줄만 하니
설정에서 드라이브 모드 연동 해제하고
이걸로 쭉 쓰는걸로 맞춰두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