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전기차가 싫은데도 자꾸 전기차 포스팅을 쓸 수 밖에 없는게
조회수가 잘 나옴시장의 구조가 점차 전기차로 넘어가고 있다는 것이,
그리고 전기차가 우리의 현실에 크게 가까워졌다는 것이
부정하고 싶지만 내 피부로도 느껴지기 때문이다.
전기차로 거의 도배되다시피 한 노르웨이 만큼은 아니지만
우리나라도 구입 가능한 전기차의 종류가 늘고 있고
나는 사실 전기차를 아주 일찍부터 타고다닌 편인데
불과 몇 년 사이에 충전시설 확충도 많이 진행돼서 놀랐다.
이제는 전기차가 택시로도 심심찮게 보이는 상황이니
전기차에 대한 일반 소비자들의 인식도 많이 바뀌었다고 볼 수 있다.
전기차를 구입하는 데 가장 높은 진입 장벽은
단연 높은 차량 가격이라고 할 수 있는데
보조금을 받아도 결코 낮지 않은 가격이
충전 인프라 등은 둘째치고 발목을 잡는다.
한동안 국내에서는 SM3 Z.E.가
엔트리 전기차의 역할을 해오다가
10년간 징글징글하게 우려먹은 L38 SM3이
신 모델 출시 없이 단종되면서 마찬가지로 없어졌다.
현대자동차가 아이오닉 브랜드를 런칭하고
아이오닉 5를 국내 출시하며 아이오닉 EV도 단종.
그런 우리나라에서 전기차를 사려면
적어도 3천만원 전후를 각오해야 했고,
그마저도 소형 SUV를 기반으로 한 코나나 니로.
구형 볼트 EV가 수 많은 단점들이 지적됐음에도
장기렌트 대란이 뜨면서 꽤 많은 사람들이 산 걸 보니
역시 가격이 깡패임을 체감하게 된다.
그런 볼트가 이제 EUV까지 가세해
공격적인 가격으로 새롭게 돌아왔다.
신형 볼트 EV는 Premier 단일 트림으로 4130만원,
볼트 EUV 역시 Premier가 4490만원이다.
구형 볼트 EV는 3가지 트림이었고,
그 중 최상위인 Premier는 4814만원이었기에
신형이 나오면서 700만원 가까이 싸게 나온 것.
물론 파워트레인이 거의 동일하다는게 함정이지만
가격이 가장 중요한 전기차에 있어서
신형인데 이만큼이나 크게 인하한 것은 상당하다.
볼트EV는 사실상 보조금을 풀로 받으면
올해 서울시 기준 1140만원인지라
2990만원에 구입이 가능하다는 것이 특징인데
쉐보레는 2325만원부터라는 말도 안되는 소리를
공식 홈페이지에 써놨지만 어쨌든 상당히 저렴하다.
특히나 66kWh 배터리를 얹은데다
시티 세이프티 패키지(반자율)과 일부 옵션만 빠진
대다수 구성을 기본으로 갖춘 Premier 트림인걸 생각하면
쏘나타 센슈어스 1.6터보 프리미엄 플러스 정도의 가격으로
전기차를 탈 수 있는 것이다.
앞자리가 2인것과 3인 것은 큰 차이이고,
서울시는 볼트 EV 보조금이 적게 나오는 편이기에
지자체별로 다르겠지만
2천만원대로 무난하게 진입 가능한 곳도 적지 않다.
전기차의 저렴한 유지비까지 가세하면
저렴하게 차량 운용을 노리는 1,2인 가구나
세컨/서드카에 큰 비용을 내고 싶지 않은 고객은
신형 볼트 EV에 관심을 줄 만 하다.
하지만 새 볼트 라인업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볼트 EUV인데, 구성이 볼트 EV보다 더 좋다.
볼트 EV도 실내 공간이 좁다고 말하기는 어려웠는데
그랜저가 국민차 된 우리나라 기준으로는 모르겠지만
볼트 EUV는 휠베이스도 75mm 더 길고
무엇보다 요즘 대다수가 환장하는 SUV이다.
솔직히 옵션 구성이 동일한 채로
내/외장 사이즈가 커진 SUV가 360만원 더 비싼건
요즘 SUV 가격이 미쳐날뛰는 세상에
충분히 납득이 가능하다만
볼트 EUV는 볼트 EV보다 구성까지 더 좋다.
주행거리 차이도 볼트 EV 414km,
볼트 EUV 403km로 얼마 나지 않는다.
앞서 말한 시티 세이프티 팩이 볼트 EUV엔 기본.
그래서 볼트 EUV는
스마트 크루즈컨트롤, 사각지대 경고,
오토 하이빔 및 차선 이탈 방지 경고/보조,
보행자 및 사물 감지 긴급 제동,
전방 거리 감지까지 모두 기본 포함이다.
서라운드 뷰까지 EUV에는 장착되어 있다.
볼트 EV의 경우 테크 패키지(180만원)을 선택해야
BOSE 7스피커 오디오와 묶여서 들어오는데,
볼트 EUV의 경우 이게 기본.
그리고 볼트 EUV의 경우
밸류 플러스(아반떼?;;)에 파노라마 썬루프가 묶여있는데
볼트 EV의 경우 파노라마 썬루프는
아예 선택이 불가능해서 이것도 차이점.
디스플레이 실내 룸미러 역시 마찬가지이고
밸류 플러스에 다 묶여있는데
이게 적용되면 하이패스가 빠진다.
파노라마 썬루프를 원하면 하이패스를 포기해야 하는
다분히 쉐보레다운 가격표 구성이지만 싸니까 참자.
결정적으로 뒷좌석 열선과 앞좌석 통풍시트가
볼트 EUV에만 있다. 볼트 EV는 선택조차 불가.
올 뉴 말리부 첫 출시 당시를 보는줄
여러모로 볼트 EUV의 가격이 좋다.
볼트 EUV조차 서울 시 기준
보조금(1140만원)을 받으면
밸류 플러스까지 넣었을 시 3505만원.
디 올 뉴 투싼 1.6터보 2WD 풀옵션 정도의 가격이다.
전기차 = 비싼 차의 공식을 깰 만 하다.
동급의 내연기관 차량과 비슷한 가격이라니.
사실상 EUV 사라고 강요하는 구성.
특히나 국내 소비자는 통풍 시트 없으면
차라리 죽겠다고 소리지르는 인간들 천지라.
이정도 구성 차이에 고작 360만원 더 받는다?
무조건 볼트 EV보단 EUV.
볼트 EV와 EUV는 Premier 트림인지라
그 밖의 기본 구성도 상당히 괜찮은데,
주 비교 대상이 니로 EV인데
니로 상대로도 우세한 구석이 꽤 된다.
참고로 니로 EV는 프레스티지가 4590만원이고
노블레스가 4790만원에 테크 패키지(110만원) 선택 가능.
사실상 니로 EV에 대응하는 차는 볼트 EUV인지라
볼트 EUV와 집중적으로 비교해보자면,
볼트 EUV는 10 에어백 기본(니로EV는 7개),
니로 EV는 노블레스 트림 가야 천연가죽시트와 럼버서포트
둘 다 적용인데 볼트 EUV는 전부 기본.
기아차가 인색한 솔라글라스도 볼트 EUV는
중국산이지만 차량 전체에 적용되어 있다.
패밀리카로도 종종 구매되는 모델 특성을 고려해
기아차는 뒷좌석 열선을
프레스티지 트림에는 옵션으로 컴포트를 넣어야,
노블레스 트림에서야 기본으로 넣어주는양아치 행패를 부리는데
볼트 EUV는 이 역시도 기본이다.
니로 EV는 노블레스 트림에서만 프로젝션 LED 헤드램프 및
전방 LED 턴시그널이 들어오는데, 볼트 EUV는 기본.
볼트 EUV는 기본으로 모든 등화류가 LED이다.
밸류 플러스를 넣으면 어처구니 없이 하이패스가 빠지긴 하지만
어쨌든 볼트 EUV는 기본으로 하이패스가 포함되어 있다.
니로 EV는 노블레스에서조차 25만원을 내야 한다.
밸류 플러스에 묶여있는 파노라마 썬루프 역시
니로 EV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구성.
니로 EV는 일반 썬루프인데
확실히 쉐보레가 낮은 차급에도
파노라마 썬루프를 잘 구비해주는 편이다.
트레일블레이저 역시 동급 차종 중 유일하게
파노라마 썬루프가 미친 가격에 제공된다.
서라운드 뷰 역시 니로 EV에는 없는 옵션이며
무선 폰 프로젝션(애플 카플레이)도 동일하다.
하지만 모든 게 다 좋은 것은 아니다.
한국GM이 미쳐서 도망가려고 하는 시장에다
가격과 구성 모두를 탁월하게 갖춰 내진 않을 터.
볼트 EV와 EUV가 이런 낮은 가격에
현대기아차를 위협하는 구성으로 나올 수 있는 건
구 볼트와 파워트레인을 거의 공유하다시피 하기 때문.
완전 똑같진 않지만 일단 히트펌프가 없다.
물론 따뜻한 남부지방에서는 없어도 큰 불편 없지만
점차 여름은 덥고 겨울은 추워지는 날씨 속에
대다수 인구가 몰려있는 서울의 겨울은 춥다.
구 볼트의 치명적인 문제점으로 꼽히는
겨울철 최대주행가능거리 폭락과 충전속도 감소는
이번에도 크나큰 개선을 기대하긴 어렵다.
물론 신차이기때문에 일부 개선은 있겠지만
403km로 주행거리를 인증받은 볼트 EUV는
겨울철에는 270km을 넘기기 쉽지 않을 것.
또 히트펌프가 없으면 에어컨과 히터의 효율이 낮다.
2018년만큼은 아니지만
정말 미친 더위를 자랑하는 올 여름은
차에 타서 에어컨을 풀로 가동해야 하는 날이 많았다.
히트펌프를 사용하는 니로EV, 그리고 단종된 코나EV보다
에어컨의 전력소모율도 높을 것이 분명하다.
겨울철에 안 그래도 주행거리와 충전속도 손해가 심한데
히터까지 전력을 더 잡아먹으니 눈앞이 깜깜해진다.
특히 뒷좌석 열선이 없는 볼트 EV는....
쉐보레 홈페이지를 보면 "빨라진 충전"
이랍시고 1시간에 80% 충전을 내세우는데
이게 어딜봐서 자랑스럽게 "빨라진"이라고 쓸 내용인지
욕을 한 바가지 쓰고 싶지만 쉐보레가 쉐보레했다 싶다.
66kWh 배터리를 그정도 속도로밖에 충전 못하면
니로 EV와 코나 EV와 간신히 비슷한 것이다.
걔들은 이제 EV6과 아이오닉 5로 각각 대체 예정.
코나 EV(64kWh) 타고다녀보니
70~75kW로 충전 시 40분에
25%에서 80% 정도가 차니까
구 볼트(꼴랑 40kW가 맥시멈)보다는
확실히 빨라지긴 했으나 여전히 멀었다.
그러나 가격이 싸니까 참아야지.
어제 출시한 차 치고 겨울철이 아주 걱정이다.
그나마 2021년인지라 몇 년 전 처럼
싸다고 호환성 떨어지는 충전포트가 아닌게 어디.
SM3 Z.E.(AC 3상) 혹은 차데모(초기형 아이오닉)였으면
절대 사지 말라고 했을텐데 DC콤보라 이건 다행.
그밖에 동승석 수동시트(니로 EV 노블레스는 전동)나
2열 오토윈도우가 올리는건 수동인 것은 볼트 EUV의 열세.
모든 전기차 구입은
일단 집이나 회사에 충전기가 여유있게 있다는 전제 하에
(집밥/회사밥)이루어져야 하기에 그건 패스하고,
[집이나 회사에 충전기가 없는데 전기차를 사는건 미친 짓]
테슬라나 고가 전기차의 구매층이 이 차를 보진 않을 것이 확실하다.
저렴한 가격으로 3인가족 이하가 차를 끌자고 하면
나쁘지 않은 선택지라고 생각한다.
볼트 EV는 아예 저렴한 '전기차'를 찾는 사람이,
볼트 EUV는 저렴한 '패밀리카'를 찾는 사람에게 맞다.
집에서 충전해서 한 번에 300km 이상 움직일 일이
우리나라 안에서는 엄청 많지는 않기 때문에,
완충 상태에서 출발한다면 겨울철에도
사실 엄청난 문제를 일으키진 않을 것 같다.
이젠 지방의 관광 명소에도 충전기가 많이들 깔려서
움직인 다음 충전해도 되고,
몇 시간 운전 후 휴식 시간에 잠깐 충전해도 된다.
휴게소마다 충전기가 요즘 거의 깔려있기에
슈퍼차저를 찾아다니며 동선을 꼬아서
와이프랑 아이들한테 욕먹는 테슬라 오너들과 달리
DC콤보 호환 차량인 볼트 EV와 EUV는
막상 타면서 심각한 문제 마주할 일은 크게 없어 보인다.
어디까지나 가격을 봐서 참는다지,
전체적인 완성도를 따지면 아이오닉 5가 훨 낫다.
아이오닉 5는 200kW급 충전기에 물리면
140kW는 쉽게 뽑아 10분 만에 35% 정도 차니까.
니로 EV와 비교했을 때에는 생각만큼 나쁘지 않다.
전기차도 점차 종류가 늘어나면서
엔트리와 미드레인지, 플래그쉽 차량들이 나오고 있는데
모든 걸 다 원하면 내년에 나올 메르세데스-벤츠 EQS지만
약간의 타협으로 가격을 끌어내려 경제성을 확보하는 데에는
볼트 EV와 EUV도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시승차가 나와야 타볼텐데
일단 가격 책정과 구성은 좋은 편이라
출발은 좋다.
성공할 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특정 조건을 만족한다면 볼트 EV와 EUV는
꽤나 괜찮은, 경제적인 선택이다.
+
구 볼트 EV의 기본 오디오는 상상을 초월하게 쓰레기인데
다이소의 천원짜리 싸구려 이어폰보다 나쁜 품질을 자랑해서
무조건 BOSE 오디오가 들어가는 것이 좋았었다.
그냥 소리가 나온다가 끝인 미친 퀄리티.
쉐보레가 워낙 기본형 오디오를 폐급인걸 넣어서
신형 볼트 EV와 EUV도 차이 없을 것으로 본다.
노래를 조금이라도 듣는다면 무조건 BOSE 7 스피커 오디오를
선택해야 한다고 보는데, 문제는 볼트 EUV.
BOSE 오디오가 묶인 밸류 플러스를 넣으면
앞서 말한대로 하이패스가 빠진다.
디스플레이 후방 룸미러 때문인데 이런 Tlqkf
볼트 EV는 테크 패키지를 넣으면 된다.
+
구 볼트 EV도 운전을 전기차에 맞게 잘 하면
예상외로 전비가 잘 나와서 주행거리가 결코 짧지 않다.
저번에 450km 주행, 에어컨 AUTO, 운전석 열선 킨 상태로
평균속도 76.7km/h에 6.27kWh/km을 기록했다.
이정도면 국도 + 고속도로 위주 치고 전비가 잘 나온 편이다.
물론 39kW라는 속터지는 충전속도에 쓰러질 뻔 했지만.
배터리 잔량이 9%인데 39kW가 말인가
신형 볼트 EV와 EUV는 충전속도가 개선되었으니
그럭저럭 탈만할 것으로 예상된다.
+
이번에 옵션으로 구비된 패키지들은
웬지 모르게 이름이 전부 현대차스럽다.
동급 현대차에서 영감을 많이 받은 것 같은 작명.
+
구 볼트 EV는
장기렌트 대란 당시 가격이 너무 강렬해서
현재 가격이 나쁘지 않게 출시되었음에도
초반 판매량을 뽑기는 쉽지 않을 듯.
볼트 EV와 EUV는 수입차라 보험료가 비싸서
장기렌트 딜이 괜찮으면 장기렌트가 좋다.
이번에도 볼트 EV 장기렌트 대란 기원함
EUV까지 안 팔려서 대란으로 떨이하면 더 좋고.
근데 EUV는 그럭저럭 팔릴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