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는 날 까지 기름 먹는 차만 타겠다"
"기름이 단 한 방울도 안 남을때까지 나는 내연기관"
불과 얼마전까지의 내 다짐이었다.
전기차를 그당시에도 비교적 많이 타본 입장에서
저물어가는 내연기관의 시대는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무협지 주인공 같았다.
목숨이 얼마 남지 않은게 자명한 내연기관은
마치 자칭 자동차 애호가인 나에게
글자 그대로 심장을 뺏어가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출시되는 전기차가
흥분을 자아내는 물건이면 또 몰라,
시시껄렁한 시티카나
못생긴 테슬라 정도 뿐이었다. 지금까지는.
자칭 얼리어답터로 위장한 테슬람들이
전기차 시대에는 차량 기본기 그런거 필요없다며
테슬라의 약점을 숨기기 급급했던 최근을 보내고
뜬금없는 곳에서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는데
갑자기 훌륭한 전기차가 떡하니 나왔다.
바로 기아차의 EV6.
EV6가 특별히 인상깊었던 점이라면
'전기차'로서의 덕목들은 전부 만족시키며
크게 빠지는 곳 없이 좋았지만
그것은 최근 출시한 전기차라면 모두가 그렇다.
단순히 바퀴 달린 전자제품 수준을 탈출하는 것이
그간의 전기차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웠는데,
EV6가 기아의 첫 본격 독자 전기차 모델임에도
아주 멋지게 해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너무 인상깊어서 이번엔 사륜 구동 모델도 가져왔다.
이번에는 사륜 구동 모델의 차별점과
이 차가 왜 빛나는지를 더 다룰 예정.
간단하게 EV6 GT-Line 4WD가
어떤 차량인지 짚고 넘어가자면,
후륜 구동 모델은 뒷바퀴에만
229마력짜리 모터가 자리하는데
사륜 구동 모델은 앞바퀴에도
96마력짜리 모터가 있어
합산 325마력의 출력을 낸다.
토크는 후륜 구동의 35.7kg·m에서
무려 61.7kg·m로 크게 올랐다.
배터리 용량은 77.4kWh로 동일하며
그 밖의 차이는 없다.
제원 상 주행가능거리는
동일한 GT-Line(20인치 휠타이어) 기준
후륜 구동의 445km보다 약간 줄어든 407km이다.
복합 4.6km/kWh 기준인데
어차피 실제로 타고다니면 전비가 더 나올거라
크게 걱정할 수준의 하락폭은 아니다.
시승 차량은 일부러 동일하게 GT-Line.
GT-Line이 멋진 것에 비해서
일반형 모델은 좀 못생겼다.
역시 산다면 GT-Line을 고를 것을
적극 권유하는 바이다.
이게 일반 모델과 GT-Line이
주행 감각에서 차이가 있는지는
가격표 상에서는 확인이 불가능한데
조만간 체크해볼 예정.
GT-Line 전용 인테리어에는
스웨이드가 적용된 전용 시트가 달리는데
날이 쌀쌀해지니 따뜻하고 괜찮다.
옷과의 밀착성은 가죽보다 확실히 좋고
325마력이면 결코 낮은 출력이 아니라
본격적으로 좀 달리게 되면
스탠다드 인테리어보다 훨씬 낫다.
저번에도 지적했지만
엄연히 GT-Line도 고성능 분위기를 내는데
드라이브 모드 버튼을 GT처럼
형광 녹색으로 처리해줬으면
눈에도 잘 띄고 좋았을 듯.
GV60 퍼포먼스가 딱 그런 스타일인데
현대 위에는 제네시스가 있지만
기아 위에는 없잖아.
그니까 연식변경할때 소소한 개선점으로
어차피 인테리어도 GT-Line 전용인데
포인트 컬러 적용을 좀 해주면 좋을 듯.
운전을 하기 시작하자
확실히 사륜 구동 모델의 출력이 좋다는 게
한방에 확 와닿게 출력감이 훌륭하다.
EV6를 기존에 타보면서
'전기차임에도 내연기관차와 유사'하게
최대한 위화감을 억제하려고 노력한 티가
많이 나서 이에 대해서도 좋은 점수를 줬었는데
사륜 구동 모델은 출력이 후륜 구동 모델보다
더 좋음에도 그 자연스러움은 잃지 않았다.
416마력의 테슬라 모델 3 롱 레인지는
"으아아아아악가각각가ㅏ아악ㄱ
나 테슬라니까 길을 비켜라 이 잡것들아"
하는 느낌이 풀 악셀 시 강했는데
EV6 GT-Line 4WD의 경우는
대배기량 대형차같이 조용하면서 빠르게,
묵직한 감각을 선사하면서 치고나간다.
후륜 구동 모델의 229마력도절대 적은 수치가 아니었고
타고 다니면서 시내에서는 충분을 넘어섰지만
사륜 구동의 325마력은 차고 넘친다.
처음에 사륜 구동이라는 사실을 잊고
후륜 구동 모델을 탔을 때의 기억 그대로
악셀을 밟았더니 깜짝 놀랄만큼 훅 나갔다.
토크가 73%가량 높다보니 장난 아니다.
모델 3와 비교하면 모델 3의 가속력이 더 빠르고
출력은 다다익선이니
EV6도 조금 더 높았으면 어떨까 싶지만
가속하는 감각 자체는 EV6가 훨씬 좋다.
진중하면서도 빠르고,
사실 머저리같은 테슬라 오너들이
와서 시비를 걸면 모를까
전기차끼리 드래그를 할 것도 아닌데
'타고 다닐 때의 감각'이 더 나은 차가
5030의 나라에서는 더 좋은 것 아닌가?
그리고 어차피 직빨로 대결 펼쳐봤자
전기차 주제에 결말은 충전소 정모.
후륜 구동 모델을 시승하면서는
스팅어처럼 놀고 싶어하지만
힘은 그보다 약한 고등학생 같다 했었는데
사륜 구동 모델은 그 재미를 간직하면서
이제 스팅어만큼 힘이 강해졌다.
아이가 무럭무럭 커서 어른이 된 느낌.
물론 스팅어도 2.0 터보/2.5 터보 모델이 있지만
솔직히 난 그건 왜 사는지 모르겠어서
3.3 터보 GT하고 비교해서의 이야기.
잠깐 스팅어 이야기를 하고 가자면
스팅어의 경우 초기형은 2.0 터보,
스팅어 마이스터는 3.3 터보 GT를 타봤는데
70%의 가격으로 누리는 70%의 3시리즈.
비어만 사장이 손 봤기 때문에
BMW 느낌이 많이 났지만
실질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그정도까지의 짱짱한 주행감각까지는
특별히 필요하지 않다는 것.
70%의 3시리즈로도 충분한 이들에게
국산차에 이런 모델이 있는 것은 축복이었다.
하지만 따지고 들어가보면
몇년 전에 나온 차량 답게 오늘날 따져보면
주행 질감에서 진중함이나 묵직함은
부족한 것이 사실이고,
엔진 역시 요즘의 터보 엔진들이
트윈 스크롤 싱글 터보만으로도
엄청난 엔진 리스폰스를 보이는 것과 달리
터보 랙도 없다 말하기 어렵고
출력 역시 배기량과 터보 갯수 치고 낮다.
또한 변속기가 계속 발목을 잡는다.
스팅어 마이스터 와서는 많이 나아졌지만
그럼에도 본격적으로 달리는 데에는 방해가.
EV6가 스팅어 대비 크게 앞서는 부분은
아이러니하게도 엔진과 변속기가 없어서다.
소위 '드라이버스 카'라고 하면
전기차는 악의 축으로 치는 경우가 많고
나도 그런 사람이(었)다.
그동안 징글징글하게 현대차그룹의
발목을 잡던 모래주머니를 다 떼어냈더니
차의 반응이 즉각적이고 짜릿해졌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나 역시도
무조건 빠른 것이 미덕이라고는 안 한다.
만약 스팅어의 파워트레인이
조금만 더 뛰어났어도
나는 내연기관만의 감성에 젖었을 것.
그러나 그 시절의 현대기아차의 최선은
거기까지였고 그때나 지금이나 최대는 아니다.
EV6 GT-Line 4WD는 오늘날의
훨씬 진보한 현대기아차의 현주소를
보여줌과 동시에 그룹 전체를 둘러봐도
찾기 힘든 독보적인 묵직함과 강력함,
다이내믹함을 한 데 조합했다.
이 글을 쓰는 시점은 아직 GV60을 타기 전이라
GV60까지 타고 와서 E-GMP를 쓰는
현대/기아/제네시스의 각 레시피가
어떤지 최종 결론을 내겠지만
아이오닉 5보다는 일단 비교도 안 되게
EV6가 탁월한 주행질감을 보여준다.
스팅어와 비교해서도 EV6 압승.
스팅어의 강점은 GT카스러운 감각과 디자인,
실내공간 및 넓은 트렁크의 실용성이었는데
EV6는 그 모든 것을 다 뺏어오고도
주행감각에서 압도적인 차이를 보인다.
스팅어를 땅굴 속에 묻어버리고
밟아서 땅을 단단히 다지기까지.
스팅어 3.3 터보 GT는
자세제어장치를 해제하고 악셀을 밟으면
슬쩍씩 뒤가 손쉽게 흐르는 차였는데
EV6 GT-Line 4WD도 마찬가지다.
운전 재미까지 이쪽이 가져와버렸으니
스팅어의 목숨줄은 이제 끝.
차세대 스팅어가 전기차로 나온다더니만
이미 나와버렸네?
이 시승기 쓰던 중 이런 기사가.
EV6 GT가 대체하게 될 거라지만
출력으로 보면 이미 GT-Line 4WD도
스팅어를 대체할 만 하다.
국내에는 대중브랜드 내 경쟁차종으로는
꼽아봤자 현대의 아이오닉 5와
테슬라의 모델 3 뿐인데
이 두 차종은 EV6와 비교하기엔
EV6한테 미안할 정도로 떨어진다.
모델 3가 가격이 6천만원에
D세그먼트라고 프리미엄 브랜드라며
우기는 테슬람들은 제발 꺼지시길.
전기차라서 가격이 높은걸 어디서 약을 팔아.
모델 3 롱 레인지쪽이 출력은 더 높지만
출력이 전개되는 감각은 EV6가 더 짜릿하고
아이오닉 5 보다는 EV6가
고속에서의 안정감은 훨씬 뛰어나다.
아이오닉 5는 차량의 최고 속도에 근접하면
미친듯이 불안정해져서 놀랄 정도였는데
EV6는 속도에 상관없이 일관되게 안정적.
모델 3 역시 고속 안정감 하면
떠오르는 차와는 거리가 있는데
EV6가 가뿐하게 내지르며 추월한다.
아무래도 차량 중량이 전기차다 보니
무거울 수 밖에 없고
무게에 의한 물리적 안정감이 있지만
그걸 감안해도 특유의 묵직함은
국산차에서 보기 힘든 수준이다.
후륜 구동 모델도 비슷하게 뛰어나지만
네 바퀴를 전부 굴리다 보니
사륜 구동의 안정감이 소폭 더 좋아
EV6 GT-Line 4WD는 정말이지 탁월하다.
후륜 구동 모델을 탈때와 마찬가지로
계속 주행질감에선 폭스바겐그룹이 떠오르는데
폭스바겐그룹다운 묵직함에서
엔진과 변속기(의 철컥거리는 기계적 느낌)이 빠진
대중적인 전기차에선 전례없는 느낌에 가깝다고나 할까.
폭스바겐의 iD 3 테스트카가 국내에 돌아다니는 걸
얼마전에 보긴 했었는데 그게 오더라도
이만큼의 느낌은 못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요즘 아무리 사륜구동이 발전했다고 해도
소위 드라이버스 카라고 불리는 고성능 차들은
전륜 구동축으로의 동력전달을 아예 끊어버리듯이
나는 EV6에서 재미를 누리려면
출력이 낮더라도 후륜 구동을 선택해야되겠다고
타보기 전에는 생각하고 있었다.
EV6 GT-Line 2WD는 실제로
작정하면 뒤가 움찔거리는 단계를 넘어갈 수 있었으니.
드리프트 모드가 들어간다고 공식적으로 밝혔지만
eLSD가 포함인 EV6 GT 정도에서만
가능한 것으로 대부분 추측했었다.
그러나 사륜 구동 모델도 된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가져와서 운전해보니 전 모델에 해당인 것 같다.
다만 이게 소프트웨어로 작동하는 것이다보니
마른 노면에선 될 때가 있고 안될 때가 있었는데
아이오닉 5와 마찬가지로
자세제어장치를 해제하더라도 차량이 판단하여
직각에 가깝게 꺾이면 다시 개입하는 것으로 추정 중.
다만 아이오닉 5는 마른 노면에서는 불가능하고
접지력이 떨어지는 노면에서
네 바퀴를 부드럽게 밀어야 시작이 가능했는데
EV6 GT-Line은 구동방식과 상관없이
일반적인 드리프트 모션을 통해 할 수 있다는게
매우 큰 장점이다. 스팅어랑 큰 차이 없다.
스팅어 3.3 터보 GT는 AWD의 경우
G70과 달리 eLSD가 없어 후륜 구동만큼의
운전재미를 주지는 못하는데,
EV6 GT-Line 4WD는 사륜 구동임에도
운전재미에 더해 사륜 구동의 안정감까지 가져버리니
정말 스팅어는 이제 끝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심지어 eLSD가 장착되지 않은 상태인데도 이렇다.
스팅어의 디자인을 아주 좋아하는 사람으로써
스팅어의 판매량이 처참하고
수시로 단종 이야기가 도는게 속상했는데
EV6 GT-Line 4WD를 보니
이제 더 이상 울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리고 후륜 구동을 고집할 이유도 없다.
또 특이하게 다가왔던 점이라면
전륜 모터의 출력과 상관 없이
전륜에 구동력이 간다는 것 자체가
존재감이 미세하면서도 분명하다.
사륜 구동이라는 점이 대놓고 와닿진 않는데
또 한계 상황에서 네 개의 바퀴 전부를 동원하여
안전하게 탈출하는 그 느낌이 훌륭하다.
앞, 뒤 모두에 (출력이 다른)모터가 있는
다른 사륜구동 전기차에서도
이런 느낌을 주는 경우는 희귀한데
EV6 GT-Line 4WD는 그래서 독특하다.
전륜의 존재감이 최소화되어
후륜 구동같은 느낌을 거의 상시 주면서도
또 아주 없애진 않아 믿고 주행할 수 있다.
그 아슬아슬한 경계선을 기막히게 잘 탔다.
저번 후륜 구동 시승기에서도 그렇고
자꾸 911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다시 강조하지만 절대 똑같다는 게 아니다.
911이 주행하는 방식, 승차감과 주행 질감을
EV6가 상당 부분 복사해왔다.
특히 사륜 구동에서 이게 더 두드러진다.
요철을 만나더라도 차가 그 높이에 따라
요동치거나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꽉 눌러버리면서 지나가는 그 느낌,
911이 RR(혹은 R4)방식이라
전륜이 후륜보다 가볍게
비교적 자유로이 움직이는 그 감각.
이는 반대로 뒤집어서 생각해보면
후륜에 힘이 많이 들어간단 것이고
최신 현대차그룹 플랫폼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이것을 EV6 GT-Line 4WD에서
비슷하게나마 누려볼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이
그저 동화나라이기만 한 것은 아닌데,
후륜 구동 모델을 타면서
브레이크 성능의 향상이 필요하다고
그때 지적했던 바 있다.
그 당시에는 229마력짜리 차량이었고
이제는 325마력이라 그 필요성이 더 크다.
브레이크 성능이 조금 모자라게 느껴진다.
그리고 제동을 반복했을 때의 피로도 누적이
'조금 달리는 차' 치고는 약간 빠르게 와닿는다.
대부분의 운전자들이 회생제동을
적극 활용할 것이기에 시급한 문제는 아니지만
이 차를 구입하고 어느정도 달릴 생각이라면
브레이크는 업그레이드를 추천하고 싶다.
차량의 설정을 보면
브레이크 모드도 변경 가능한데
기본과 스포츠 두 가지가 있다.
기본으로 쭉 타는게 나은 것 같다.
스포츠는 약간 부족한 제동파워를
답력을 앞으로 당겨 가리려고 시도하는데
그닥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다.
그리고 후륜 구동 모델에는
GT라인의 순정 타이어인
컨티넨탈의 크로스컨택 RX가
특별히 부족한 면이 없었는데
사륜 구동의 출력과 토크를 받아내기에
악셀 개도량이 많아지면 약간 부족하다.
내가 이 모델을 구입한다면 적어도
미쉐린의 PS4나 피렐리의 P Zero
이 정도는 끼워줄 것 같다.
차량의 길이가 그리 긴 편이 아니고
차급 역시 높다고 말하긴 어려움에도
후륜 구동 모델과 마찬가지로
20인치 휠을 잘 소화해낸다.
승차감이나 주행성능에선 아쉬움이 없다만
EV6 사륜구동의 경우 19인치와 20인치 간의
환경부 인증 주행가능거리가 차이가 크다.
상온 기준 458km(19인치)와 407km(20인치).
51km은 충전기 고장 등의 긴급 상황에서
다른 충전소로 이동할 수 있는 큰 차이이고
실 주행시 주행가능거리가 더 나오는 전기차 특성상
실제로 타고 다녀보면 차이가 더 벌어질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GT-Line 모델들도
19인치 선택이 가능하면 좋겠다.
19인치로 내리면 후륜 구동에 20인치와
주행가능거리가 얼추 비슷해진다.
차 자체는 문제가 없는데 '전기'차라서 문제.
이 정도면 정말
초 가성비 인제(서킷)머신이라고 해도 된다.
서킷에서 3~4세션가량 어택을 하면
보통 잘나와야 4~5km/l 정도 되는데
고급휘발유를 그만큼 주유하는 것이랑
전기차를 충전하는 것이랑 금액 차이가 얼만가.
대충 계산해도 고급유 한 탱크(60L)는 10만원.
인제 스피디움 주변 충전소에서 충전 시
309.1원 x 68kWh = 21018원이다.
인제 스피디움 근처에는 현재 100kW급 충전기 뿐이라
100kW급 급속충전기 충전 요금 기준.
100kW급 충전기에서 충전하면
급속 충전 구간에서는 대략 92kW 정도 나와
10%에서 90%까지 대략 40분 정도 소요된다.
어차피 이정도 여러 세션 타면 쉬어줘야 하고,
살살 가서 충전하면서 운전자도 연료 보충을 하면
말도 안 되게 낮은 금액에
트랙데이 행사를 즐길 수 있다.
타이어와 브레이크 패드는
내연기관 차량과 동일하게 소모되겠지만
그 외 케미컬류 역시 교체가 필요 없어
이 역시도 경제성에 한 몫 한다.
서킷에서는 회생제동 쓸 일이 없이
강한 브레이킹이 주이기에
브레이크 패드 소모량은
회생제동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별반 차이 없다.
인제군으로 가는 경로 상에도
고속도로 톨게이트 비용도 반값.
가는 데 드는 유류비도 훨씬 저렴.
돈이 없는데 좀 쏘고 달리고 싶다면
벨로스터 N이 아니라 EV6를 사야지.
심지어 보조금을 받게 되면,
이렇게 달리고 연간 마일리지가 길다는 가정 하에
EV6를 타고다니면서 회수하는 금액으로
내연기관 차량 대비 소폭 높은 차값을
만회하는데 생각보다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시승 차량은 GT-Line에 풀 옵션 사양이라
가격이 높아 보이지만 사실상
EV6 기본형에 사륜 구동을 넣어도
동일한 운전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것 아닌가.
깡통 차량에 사륜 구동만 넣고
보조금을 받으면 앞자리가 3이다.
실로 미친 초특가 퍼포먼스 카라고 할 수 있다.
스팅어 3.3 터보 GT랑 비교해서 자동차세 등
기본 유지 비용을 포함시키면 차이는 더 벌어진다.
3342cc 1년에 자동차세만 해도 얼만가.
연납 할인 제외하면 자동차세만
EV6와 73만9천원 가량 차이나고
이 돈으로 EV6 GT-Line 4WD를
인제에 데려가면 115세션 가량 탈 수 있다.
1년치 자동차세 차이만으로
EV6를 소유하는 내내 서킷 탈 충전료를
한방에 충당할 수 있다.
물론 나도 내연기관 차의 감각이나
엔진의 회전질감, 귀를 자극하는 소리 다 좋지만
돈 앞에서는 무릎 꿇어야지.
만약에 동일한 조건을 갖추고
이만한 금액을 더 내서 내연기관을 누린다면야
안 그래도 수명 얼마 안 남은 내연기관
돈 좀 더 내고 실컷 타겠다 싶겠지만
차량 자체도 EV6가 스팅어를 압도하는데
돈까지 더 내가며 뒤떨어지는 차량을
굳이 내연기관이라고 타야 할까?
글 서두에 나 역시 정말 내연기관을 사랑한다고
미리 밝혔지만 이거는 글쎄다.
이 모든 것을 다 갖추고
스팅어는 물론 어지간한 준대형차급의
뒷좌석 공간 및 레그룸.
현대기아차다운 압도적인 패키징과
화려한 옵션 구성까지.
다른 차를 볼 필요가 떠오르지 않는다.
EV6 GT-Line 4WD는 정말
전기차 시대로 넘어가면서
아쉬운 내연기관 팬보이들을
다방면에서 살살 유혹한다.
물론 전기차가 내연기관만의
그 느낌을 구현할 순 없겠지만
적어도 내가 전기차를 선택하면서
잃는 것에 대해 상기하는 것을
다른 장점들이 완벽하게 막는다는 것.
불과 작년 정도만 해도
운전하면서 얻는 감동과 전기차는
한 줄에 같이 있을 수 없는 두 단어 같았는데
기아에서 내놓은 첫 독자 전기차가
이를 멋지게 달성해버렸다.
이보다 나은 전기차는 현재로썬 타이칸 뿐이고
차량 가격, 특히 보조금까지 생각하면
EV6 GT-Line 4WD는 가히 독보적이다.
스팅어에게 보내는 작별인사이자
조금 더 푸르러져도 여전히 즐거울
내일을 향해 건네는 아침인사.
EV6 GT-Line 4WD는
돈 있으면 당장 사는 것이 옳다.
환경과 내 지갑을 동시에 위하면서
큰 웃음을 선사해주는 그런 차.
장담하건대 전기차가 싫다는 사람도
딱 한 번만 자세제어장치를 끄고
놀아보라고 쥐어주면
적어도 싫다고는 못할 것이다.
단지 나는 시한부인 내연기관 차량을
있는 끝까지 타야하고 전기차는 싫은데
차가 너무 좋다는 점을 시인하기엔 망설여지고
내연기관의 마지막 운명과
함께하고픈 생각 때문에 지금 못탈 뿐.
차량 자체는 부정할 수 없을만큼 탁월하다.
자꾸 전기차에 설득당하는 내 자신이
나도 싫지만 EV6 GT-Line 4WD는
자동차 애호가를 설득할 명분이 충분하다.
다행이다.
전기차 시대로 가도 EV6가 있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