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SUV 하면
으레 국산차나 독일차
둘 중 하나에서 보통 결론내려지고,
현대기아차에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적극 도입하기 시작하면서
소수였던 일본차는 극소수로 줄었다.
그런데 SUV의 본고장은 사실 미국이다.
국내에서 잘 팔리는 미국산 SUV는
미국산 소고기만큼 적은,
포드 익스플로러 한 대 뿐인데
상품 구성에서 아쉬움이 남던 트래버스가
페이스리프트 되면서 개선을 거치며
'SUV의 본가' 쉐보레 출신다운 위용을
당당하게 자랑하러 돌아왔다.
쉐보레는 SUV를 대량생산하며 히트시킨
실질적인 세계 최초 회사이자
유서 깊은 SUV 전문 회사이다.
국내에서의 이미지는 이쿼녹스 같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차들 뿐인
아웃 오브 안중이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새롭게 돌아온 SUV의 本家 시-보레* 트래버-스
새롭게 하이 컨트리 트림이 추가되며
보다 매력적인 상품성을 약속하고 있다.
새 트래버스는 팰리세이드를 놔두고
사야 할 만한 차인걸까?
*시보레는 일본식 표현으로 '쉐보레'가 맞음
잠시 쉐보레 이야기를 하자면,
지금은 개나소나 전부 SUV를 타는 시대고
그래서 도심형 SUV들이 모노코크 바디로
많이들 출시되지만(심지어 전륜구동이기도)
SUV가 처음 등장할 때만 해도 아니었다.
SUV의 모태는 픽업 트럭 위에 지붕을 씌운 차.
소위 '바디 온 프레임' 형식이 지배적이었고
어디든 갈 수 있는 트럭의 러기드함과
짐칸에 지붕을 씌워 좋아진 실용성에
큰 인기를 끌며 장르를 새롭게 개척했다.
이런 차들을 쉐보레는 무려 1970년 이전부터
만들어왔으니 벌써 역사가 50년이 넘는다.
불과 몇 주 전 국내에 출시한 타호나
영화 속에서 FBI가 자주 타는 서버번은
역사가 그보다 훨씬 길다고 하지만,
우리가 아는 SUV의 모습을 갖춘 건
1969년에 등장한, K-10 픽업을 바탕으로 만든
북미에선 유명한 K5 블레이저라고 봐야 한다.
그 전에 나온 타호나 서버번은
길고 높은 왜건 형태에 가깝다.
머스탱을 죽이려 GM*이 만든 쉐보레 카마로처럼
K5 블레이저는 얼마 전 화려하게 부활한
포드 브롱코와 경쟁하기 위해 나왔었고
결국 지금까지 쭉 살아남은 건 GM.
*쉐보레는 GM(제너럴 모터스) 산하 브랜드
그런 GM 역시 세월을 거치면서
폭발적으로 늘어난 SUV 수요에
전부 대응하기 위해 가지각색의 SUV를
종류별로 다 내놓기 시작했고,
트래버스는 지난 2008년 새로 생긴 모델.
초창기 트래버스나 현행 트래버스나
크기 자체는 별 차이 없는데,
첫 트래버스가 국내에 나왔더라면
못생긴 외모와 부담스러운 크기에
욕만 먹고 실패했을 확률이 높다.
국내에 처음 들어온 트래버스는
지난 2017년 첫 공개된 2세대.
국내에서도 팰리세이드가 등장하며
카니발이 싫은 자식이 둘 이상인 아빠들과
본격적으로 유행하던 차박 및 캠핑 수요에
큰 인기를 끌었던 바 있다.
한국GM 역시 트래버스를 2019년 말에
국내에 가지고 들어오면서
5m가 넘는 SUV 시대를 열었는데,
수입 대형 SUV 치곤 선방한 모양새.
2세대 트래버스가 국내엔 2년 지각했기에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금방 다시 출시됐다.
시승차는 새롭게 국내에 추가된
풀 옵션 하이컨트리 트림.
기억도 못 하고 있었는데,
트래버스와의 만남은 처음이 아니더라.
얼마나 전반적으로 별로였으면.......
충격적이게도 트래버스 국내 첫 출시
당시에는 내가 만 21세 미달로(!)
시승차 운전을 못 하는 사태가.
운전은 다른 사람 시키고 옆에 앉아봤을때
인상깊은 감흥은 별로 없었던걸로.
당시에 미국에서 가져오는 수입차에
5m가 넘는 대형 SUV임에도
실질적 판매 트림인 프리미어가
5324만원(개소세 3.5%)으로,
내가 보기에도 꽤나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썬루프만 추가하면 되는 깔끔한 구성에
저렴한 가격에 덩치 큰 SUV가 타고싶으면
그래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 보긴 했었다.
한·미 FTA 덕이긴 하지만,
북미 현지 판매가보다도 저렴했기에
미국보다 싼 미국차. 나쁘지 않은 딜 아닌가.
새로 도입된 트래버스 페이스리프트는
이제 제 값을 받겠다는 심산인지,
전반적으로 가격이 대폭 인상됐다.
시승차량인 하이컨트리는 6430만원.
5430만원인데 오타난 것 아니다.
역시나 종전처럼 주력 트림인 프리미어는
5896만원으로, 572만원이나 인상됐다.
제일 기본인 LT레더 프리미엄 트림이 5470만원으로
동일하게 개소세 3.5% 기준인 걸 생각하면
아무도 안 살 깡통조차 기존의 주력트림보다
백만원 넘게 더 비싸진 것.
그럼 그걸 상쇄할 무언가가 있는건가?
페이스리프트 답게 근본적인 변화는 없다.
GM의 LFY 3.6L 엔진과 9T65 자동 변속기,
전륜 구동 기반 사륜 구동 시스템을 얹는다.
동일하게 3.6리터라 표기하니
같이 판매중인 콜로라도와 같은 엔진인 줄
아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콜로라도는 LGZ라고 최신 엔진을 사용하고
트래버스에 올라가는건 LFx 코드네임을 쓰는
한 세대 이전의 구형 엔진이다.
따라서 둘이 배기량도 다르고
(LFY 3564cc, LGZ 3649cc)
최근의 캐딜락들과 공유하는 것도 신형 엔진.
그 말인 즉슨 트래버스는 해당사항이 없단 거.
영업사원이 "요즘 캐딜락과 같은 엔진이예요"
하면 백프로 틀린 말이라는거 알아두길.
출력은 트래버스쪽이 314마력으로 더 높고
변속기도 9단이라 콜로라도의 8단보다
여러모로 좋아보이지만, 아니다.
단지 콜로라도는 픽업트럭용으로 손본
변종 엔진에 후륜 구동 기반이라 그럴 뿐.
아무래도 하이브리드 모델 아니고서야
이런 배기량 큰 가솔린 엔진을
이렇게나 덩치 큰 SUV에 얹으면
으레 연비와 자동차세에 대해 걱정하게 되는데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연비가 좋긴 어렵다.
대략 6~7km/l 정도를 보게 될 듯 하다.
전반적으로 파워트레인은 영 별로다.
3.6리터급이나 되는 V6 엔진이라면
당연히 넉넉한 토크감과 여유를 기대하는데
이상하게 트래버스에서는 찾기가 어려웠다.
특히나 변속기와의 궁합 문제가 두드러졌다.
첫 가속 시 순간적으로 회전수가
3000rpm 전후로 튀었다가 내려오는데
저회전 토크가 부족한 엔진처럼
움찔하는 경향이 나타났고, 불쾌했다.
차량이 길들이기가 갓 끝난 시점이었는데
시승차로 굴려지면 당연하겠지만
길들이기가 제대로 될 리가 없고
TCU 학습이 이상하게 되었을 수 있다.
어느정도 이해를 하긴 하지만
고배기량 자연흡기 엔진 차량을
타는 근본적인 이유가 실종된 건 사실이다.
콜로라도의 신형 LGZ 엔진은
V6다운 시원시원한 회전질감과
통쾌한 토크 전달력이 일품이었어서
사실 굉장히 마음에 들었었는데
이건 구닥다리라는 것을 인증이라도 하듯
별다른 좋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견인을 감안해야 하는 차이고
견인력 때문에 초반 회전수 상승이
가파르다고 하기엔 콜로라도는 안 그렇다.
콜로라도는 파워트레인 만족도가
두루 높은 차였는데 트래버스는 아님.
변속기가 사실상 이 차의 제일 큰,
발목을 잡는 문제인데 정말 심각하다.
시내 주행 시 30km/h에서 40km/h로
말 그대로 정말 살살 가속하는 환경에서
순간적인 미션 슬립에 쾅 하는 충격을
그대로 전부 전달하는 것을 보고
할 말을 잃어버렸다.
쉐보레야 보령미션 시절부터
변속기 문제야 아주 악명 높아서
기대치가 낮음에도 이는 상상을 뛰어넘는다.
말리부 1.5터보의 6단 자동변속기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간헐적으로 나타났었는데
9단이라고 해서 장사가 있을 줄 알았건만
이쪽의 전륜 기반 자동변속기는 그냥 노답.
예전에 말리부 E-Turbo 시승기 쓰면서
9T65 9단 변속기 달아달라고 했었는데
그 말 취소한다. CVT가 신의 한 수.
전륜 구동 기반 사륜 구동이라
콜로라도처럼 8L45를 가져와 달 수도 없고
이래저래 아주 난감하다.
나 말고 다른 유투버 및 기레기들도
변속충격 문제를 지적하는 걸 보니
다분히 쉐보레다운 문제점이다.
익스플로러는 포드-GM이 공동 개발한
10단(후륜기반)자동변속기를 쓰는데
변속기의 완성도는 이쪽이 압도적이다.
변속기 뿐만 아니라 익스플로러는
2.3 에코부스트 모델조차 터보 엔진이라
넉넉한 초반 토크가 두둑하게 차체를 민다.
팰리세이드의 3.8 람다 엔진도
꽤나 고회전형이라 악셀을 좀 밟아줘야 하는데
어차피 팰리세이드는 디젤 선택권이 있고
주력 판매 모델도 디젤이라 별 상관 없다.
이미 구형인 R2.2 엔진이
그닥 좋지 않은건 안 비밀이지만.
트래버스의 유일한 무기,
승차감은 그래도 트래버스가 좋은 편.
팰리세이드는 평소에는 괜찮다가
요철을 밟으면 쿵 하는 충격이 심하게 들어오고
익스플로러는 잔충격을 실내로 조금 넘기는데
그에 반해 트래버스는 비교적 안락하다.
상대적으론 안락하지만 위에 적은대로
이런 대형 패밀리카에 기대하는 여유는
트래버스도 딱히 전해주는지 잘 모르겠다.
뭔가 차 내부의 공기 자체가
넉넉함과 포근함을 주진 않는 듯한,
그저 그런 SUV 정도에 머무를 뿐이다.
전륜 구동 기반인 것이 이때 문제로 등장한다.
차량의 덩치가 매우 큰 데 반해
앞바퀴가 혼자 끌고가는 느낌이 썩 불쾌하다.
물론 스위처블 사륜 구동 시스템을 갖춰서
사륜 구동 상태에서는 조금 덜하지만,
연비를 위해서 전륜에 동력을 자주 몰아주고
후륜으로 보내봤자 최대 50% 뿐이다.
시트는 미국차다운 푹신함이 무기인데
확실히 익스플로러보다 편안하다.
방음 자체는 확실히 가격답게 괜찮은데
엔진의 음색은 운전석에서 느낄 수 있어
의외로 엔진 소리 유입은 꽤 허락하는 편.
그래도 내세울 게 V6라는 점인데
V6를 얹은 차라는걸 운전자에게 알려준다.
확실히 익스플로러의 4기통 터보 엔진보다
엔진 소리는 훨씬 들을 만 하다.
단지 콜로라도의 신형 엔진이 어떤지
나는 알기에 그게 아쉬울 뿐이다만.
팰리세이드의 람다 3.8 V6도 소리는 좋다.
국내는 제일 기본인 LT레더 프리미엄부터
10 스피커 BOSE 오디오가 기본이다.
쉐보레의 BOSE 시스템이 그렇듯이
빠지면 못 들어줄 소리가 나고,
넣으면 그냥 괜찮은 소리를 들려주는데
내가 기억하는 예전의 트래버스는
(블루투스)오디오가 영 꽝이었다.
지금 무선 폰 프로젝션을 활용해서
애플 카플레이를 통해 들어보니
그냥 나쁘지 않은 정도?
지극히 BOSE 다운 강한 베이스가 주력인데
나머지 음, 특히 고음역대 전달량이 모자라다.
익스플로러의 B&o Play 12스피커 오디오가
음 표현력이나 소리 품질에서 전반적으로
많이 앞선다고 봐도 무방하지 싶다.
팰리세이드가 KRELL 시스템을 써서
좀 째는듯한 소리에 기분이 영 그닥인지라
트래버스의 BOSE 시스템이 이보단 낫다.
확인해보니 북미에서도 LT레더 트림부터는
BOSE 시스템이 들어가는 게 맞다.
동급에서 유일하게 무선 폰 프로젝션을
(애플 카플레이 및 안드로이드 오토)
지원한다는 것은 트래버스의 자랑.
무선 충전 패드에 폰을 툭 얹어놓기만 하면
거추장스러운 케이블로부터 해방이다.
포드의 싱크3이나 현대의 블루링크 둘 다
무선 폰 프로젝션은 지원하지 않는다.
트래버스의 실내는 내가 이전에 자주 타던
말리부의 그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
바꿔 말하면 실내 디자인은
좋게 쳐줘야 간결하단 것이고,
솔직하게 말하자면 형편없는 수준이다.
익스플로러도 만만찮게 별로라서
이 부문에서는 팰리세이드 압승.
팰리세이드는 깡통부터 10.25인치 내비가 기본인데다
프레스티지 트림에서 테크2만 골라도
12.3인치 풀 디지털 클러스터가 들어온다.
팰리세이드는 일단 가격 자체가 매우 저렴하고
4500만원 정도로도 탈만하게 뽑으니
실내 구성에서는 게임이 안 된다.
나는 쉐보레에 익숙한 사람이라
난잡한 공조 패널의 버튼들 위치와
친해서 크게 불편하진 않았는데
처음 타면 적응에 시간이 소요된다.
터치가 아닌 버튼식인건 좋으나
미국에서 가져오는 차량답게
통풍시트 작동 버튼이 주황색이다.
국내에서 개발된 트레일블레이저는
마침내 통풍시트 버튼 조명을 파란색으로
바꾸어서 GM 역사상 가장 큰 진보를 이뤘는데
미국산을 그대로 들여온 트래버스는 얄짤없다.
말리부에서 본 8인치 디스플레이 클러스터는
역시나 다른 쉐보레 차종들과 동일하다.
이마저도 프리미어부터 기본이다. 대단한 고급 사양.
한가지 다행인 점은 8인치 인포테인먼트가
반응성 하나만큼은 꽤나 빠르단 것인데
현대의 블루링크보다 작동속도가 빠르고
포드의 싱크3보다 UI가 보기 깔끔하다.
지금까지 쭉 훑어보면
가격 인상의 이유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그것도 한 두 푼도 아니고 500만원 넘게씩이나.
드디어 스마트 크루즈컨트롤(ASCC)와
차로 이탈 방지 보조가 추가됐는데
타사처럼 차로 유지 보조가 아니라서
차선을 벗어나는 것만 도와줄 뿐인지라
핸들과 정신줄을 둘 다 놓고 운전하는
ASCC 신봉자들은 깊은 탄식을.
익스플로러와 팰리세이드는
옵션이든 기본이든 차로 유지 보조가 구비된 상태.
각종 위험상황 발생 시
무슨 운전석 시트로 진동을 전해 경고하는
그런 시스템이 들어갔는데 꺼버리고 싶다.
프리미어부터 기본 장착인데 쓸모없다.
또 서라운드 뷰가 기본으로 추가됐다.
서라운드 뷰가 무려 500만원!!
카플레이 활성화에 500만원 가량 받는
페라리가 울고 갈 옵션 장사이다.
더 웃긴건 반도체 부족으로
마이너스 옵션도 아니고,
임시 마이너스 옵션을 구비했다.
열선/통풍시트 기능 비활성화에 -6만원,
서라운드 뷰 비활성화에 -6만원이고
추후에 부품 수급 시 무상장착 해준단다.
500만원짜리 서라운드 뷰를 임시로 빼고
없이 살다가 금쪽같은 내 연차 쓰고
서비스센터에 가서 다시 활성화하는 노고에
고작 6만원 빼준단다. 니들 같으면 하겠냐?
500만원 이야기는 우스갯소리지만
사실 말도 안 되는 상품기획이라고 본다.
물론 강제가 아니고 선택이기에 다행이지만
국내 소비자들은 통풍시트 없으면 죽는데
통풍시트도 임시로 못 쓰는데 겨우 -6만원.
언제 다시 달아줄 지 알지도 못하는데
누가 과연 이 조기출고 옵션을 선택할까.
은퇴해서 할 일이 없어 캠핑이나 가려고
트래버스 구입을 검토하는 어르신이라면 모를까
아직 출근이 일상인 중년 가장들이라면
굳이 이 선택을 할까 의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고
가격표는 더더욱 가관으로 치닫는데
기존에 북미에는 있던 하이컨트리 트림을
국내에 최초로 도입했다만
6430만원이라는 미친 가격에도 불구하고
5896만원인 프리미어 대비 새로 생기는게
듀얼 썬루프(134만원)과 3열 파워 폴딩,
'하이컨트리' 내/외장 레터링 및 치장 뿐이다.
3열 파워 폴딩도 원터치가 아니라
계속 버튼을 누르고 있어야 하더라.
익스플로러 2.3 에코부스트는
리미티드 단일 트림(6150만원)인데
그럼 도대체 이걸 왜 사나?
프리미어에 썬루프 더하면 6030만원.
꼴랑 하이컨트리 장식 몇 개 더 붙이려고
무려 300만원이나 더 내야하는 꼴.
익스플로러 2.3 에코부스트가 6150만원이니
이거는 제정신으로 매긴 가격이라고는
도저히 보기가 어려운 수준이다.
심지어 익스플로러는 후륜 구동 기반.
승차감 소폭 낫다고 이걸 근 6천만원 혹은
하이컨트리의 경우 6천중반을 주고
팰리세이드나 익스플로러를 놔두고 굳이 살까.
절대 사면 안 되는 막장 가격이나 다름 없다.
앞서 말했지만 팰리세이드는
호화롭게 꾸며도 5천만원이 안 넘는다.
팰리세이드에 모든 걸 다 때려넣은
VIP 트림 풀 옵션도 앞자리가 5인데
굳이 트래버스를 선택해야 할 이유가 뭐지.
그것도 이런 미친 가격을 줘가면서.
트래버스가 차 사이즈가 팰리세이드보다
확연히 크다지만 이는 정말 한정된 수요다.
전반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자신감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미국의 물가가
걷잡을 수 없이 뛰고 있어서,
연방준비제도는 오는 3월에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당연히 우리나라도 이에 영향을 받을 것이고,
기준금리 인상은 인플레이션에 의한 것이 크다.
트래버스의 가격이야말로
거의 그대로인 차량의 수준에 비해
대폭 인상되어 반쯤 농담조지만
인플레이션의 산물이나 다름없다고
보더라도 무방할 정도인데,
국내에는 쟁쟁한 라이벌들이 너무 막강하다.
특히 이곳은 현대자동차의 본진 아닌가.
팰리세이드가 떡하니 버티고 있고,
포드의 스테디셀러 익스플로러는
포드코리아의 유일한 생명줄이라
역시나 만만히 넘볼 상대가 아니다.
그쪽 현지에서 가격이 오름세라
국내 판매가격에 영향이 아주 없을 순 없겠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막 나가면 쓰나.
차 완성도 면에서도 별다른 강점이 없고
옵션 구성이나 화려함, 유지보수는 국산에 밀리며
근본적인 요소들, 특히 구동계는
같은 미국차인 포드에게 두 수 접는다.
쉐보레에 비교적 친숙해서
거부감이 덜한 난데도 이렇다.
처음 접하거나 낯선 이들은 어떻겠는가.
한국 GM이 철수하고 싶어서
그간 자해를 해온 건 나도 알지만
이거는 왜 들여왔는지 모를 정도의
막장 구성이라 납득이 어렵다.
수입하고 국내 인증을 통과하는
그 비용이 더 들었을 것 같은데 말이지.
SUV의 본가 쉐보레다움을 느끼려면
돈을 더 주고 타호로 올라가라.
트래버스는 짧은 모델 역사답게
본가의 큰 뿌리다운 DNA가 옅다.
인플레이션의 수준도 정도가 있지
망하기 직전의 그리스 수준이면 어떡하나.
그리스는 그래서 망했고,
트래버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