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그런 절절한 사연 끝에
하와이에 드디어 도착했는데,
앞서 말했듯이 비행기가 4시간씩이나
지연 출발 했기 때문에 렌터카 업체에서
바로 픽업을 나오기로 했던 것이
약간 어그러지게 되었다.
원래 현지 시간 7월 17일 오전 10:30에
도착해야 정상인데, 네 시간 밀리고
입국 수속까지 간단하게 마치니
하와이 땅을 밟으니까 3시 반.
입국 수속하는 과정은 별 거 없었는데
기억나는 질문이 여기 왜 왔냐여서
관광 왔다고 하니 그냥 들여보내줌.
[ 앞 글을 읽어야지 여기서 하는 말이 이해가 됨! ]
로밍을 했으니 내가 한국과 제대로
통화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할 터.
캐리어를 기다리는 동안
사전에 도착 시 확인전화 주고받기로
말을 맞춰놓은 사람과 통화를 해보니
대한민국에서 현지의 나에게 전화하면
컬러링도 제대로 나오고 구분이 불가한데
내가 대한민국으로 전화를 걸면
당연하게도 번호가 이상하게 나온다는게
도착하자마자 시험해 본 결과.
출국 전에 이게 제일 걱정이었는데
집에서 전화 오는걸 기다리면 된다는
아주 간결한 해결책이 나왔다.
엄마 몰래 해외여행 가는 꿀팁 1.
4시간 더 기다리는 동안 인천공항에서
국제전화를 통해 렌터카 업체에다가
"우리 진짜로 비행기 지연이래"
했더니만 도착하면 전화하라고 했고
나는 로밍을 했기 때문에 금세
AT&T로 연결이 되어서 전화를 했다.
그랬더니 픽업을 공항으로 오는 대신
"택시를 타고 오면 택시비를 렌트료에서 빼줄게"
하길래 그러기로 하고 택시를 불렀다.
같이 온 친구는 로밍이 아닌
현지 선불심을 들고 왔는데,
일단 유심을 갈아끼우고
한국에서 쓰던 심을 보관 하는 것부터
상당히 짜증나는 작업이었다만
개통이 잘 안됐어서 애를 먹었다.
이걸 본 이후로 난 무조건 로밍만.
렌터카를 예약을 해놨지만
4박6일동안 최소 한 번 쯤은
택시를 탈 일이 있을 것 같아
미리 한인 택시회사 연락처를
알아놓은 상태로 출발했었는데
도착하자마자 쓰게 됐다. 미친 준비성.
하와이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으로 본격적으로 이민을 가게 된
첫 동네인지라 이민 1세대의 후손들과
추후 하와이로 와서 거주중인 한국인이
상당히 많아서 한국인 운영 회사가 많다.
이걸 사전에 알고 있었기에
한국말로 택시 부를 수 있는
한인 택시회사에서 택시를 불렀다.
하와이는 유달리 다른 지역보다
한국 사람들을 쉽게 찾을 수 있는데
사실상 내 체감상으론
미국인 4 : 일본인 3 : 한국인 2 : 나머지 1
이 정도 비율로 있는 것 같다.
하와이는 신혼여행의 대표주자이기도 하지만
우리의 아픈 역사 중 일부분이기도 하기에
한 번쯤은 선조들의 독립을 위한 투쟁을,
이 먼 곳에서 독립 자금을 모아 보낸 노력을
오는 김에 생각해보는 게 어떨까 싶다.
렌터카 회사에 도착하니
바깥에 낡은 코롤라가 한 대 서있길래
저걸 타고다니겠구나 생각했는데
(Compact 클래스를 예약했음)
갑자기 안쪽으로 들어가더니 짜잔
파란색 액센트가 나온다.
그리고 이걸 줄거라네???
아니 면허 딸 때 시험장에서 탄 얘를
여기 와서 받을 줄 누가 알았겠어.
면허 따자마자 연수 일절 안 받고
그대로 하와이로 날아온 입장에서는
의문의 이득이긴 했지만 놀랐다.
렌터카 회사 사장님으로 보이는 분이
아이패드를 들고 슥 파손 유무를
동영상으로 남기더니
즐거운 여행 되라고 키를 줬다.
픽업할 때 계기판엔 누적 7만 마일이
찍혀있었으니 대충 11만km정도 탄 놈.
낯선 곳에서 만난 익숙한 차.
만 21세만 됐어도 hertz에서
메르세데스-벤츠 SLK200을 빌리는 건데.
내 나이가 어때서
받자마자 일단 놀란 건
우리나라 차들 중에 소위 "깡통"은
진짜 깡통이 아니라는 것을
여실히 알려주는 차였다는 것.
여긴 정말 든 게 하나도 없다.
스티어링 휠, 헤드램프, 와이퍼. 끝.
최고급 사양인 후방 카메라는 고사하고
후방 센서 같은 럭셔리한 장비도 없다.
그러니까 그냥 거울 보고 주차해야.
차도 작은데다 내가 그래도 주차는
면허 취득 당시 공식 안 외우고도
바깥이랑 거울 보고 슥슥 했어서
큰 문제는 없었지만 암튼 그랬다.
사제로 매립된 00년대 초반 감성인
정체불명의 오디오만 달려있었는데
이땐 이것마저도 좋다고 잘 탔다.
지금은 쓸데없이 눈만 높아서
도착하자마자 운전대 잡고 사고를 내서
여행을 초치는 일은 없어야 했기에
렌터카를 픽업한 후 호텔로 가는
첫 여정은 친구에게 운전을 맡겼다.
호놀룰루 공항에서 호텔까지는
대략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
묵을 호텔을 정하는 와중에
이 역시도 고려를 했었는데
이러한 이유에서 이올라니 디즈니 리조트 탈락.
여긴 이전 글에 밝혔듯이 비싸서 못간 거라니까
귀환편이 정오 비행기라
호텔에서 체크아웃하고
공항에 두 시간 전 정도에 도착할
전반적인 시간대를 고려했을 때
공항에서 너무 멀면 안 됐거든.
와이키키 해변 라인에
대다수 호텔들이 거의 다 몰려있어
사실 오하우에서 숙박하는 경우
어지간해선 공항과 그리 멀지 않다.
와이키키 주변은
하와이의 수도인 호놀룰루의
중심가나 마찬가지여서,
퇴근 시간이 가까워지면
정체가 서울과 비슷하게 꽤나 생긴다.
비교적 무난하게 호텔 주변에 갔는데
문제는 그때부터.
와이키키 라인의 호텔들
주변 도로는 일방통행 지옥이다.
운전도 처음 해보는데 ONE WAY 표지만
닷새동안 뻔질나게 보면서 뺑뺑 돌다보니
여기가 목동인지 하와이인지 구분이
사실상 전혀 안 될 정도.
심지어 호텔 주차장도
입구인지 출구인지 분간이 잘 안돼
결국 체크인 하면서 물어보고서야
입차 방향이 어디인지 알게 됐다.
체크인 하면서 2천불이 넘는
(숙박비+주차비)금액을
현찰로 내는걸 보면서
데스크 직원이 ??? 하는 표정이었는데
나름 작전이 성공한 터였다.
원래 휴가철에는 환율이 오르는 경우도
있거니와 실제로 5월 원/달러 환율이
도착했을 때의 7월보다 저렴했기에,
일찍 환전해서 현금으로 들고간 전략이
내가 머리를 굴린 보람있게 제대로 성공했다.
보증금은 체크카드로 긁어서
$200(1박당 $50)가 따로 나갔다.
이는 체크아웃 시 어차피 돌아올거니
크게 신경쓰진 않았지만,
신용카드가 아니라 체크카드라
이 만큼의 금액을 추가로 준비해야했다.
다만 체크아웃 하며 승인 취소 후에
돌아오는 데에는 한참이 더 걸렸다.
해외결제라 어쩔 수 없긴 하지만.
배정된 룸 키를 받아들고
올라와 딱 문을 연 순간 와-
두 달 동안 여기 오겠다고 난리친 게
한 방에 깔끔하게 날아갔다.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돌아갈 날이 오지 않았으면.
정신이 아득해질만큼
방에서 바라보는 와이키키는
시원하고 화사하면서도 널찍했다.
이 알로힐라니 리조트의 경우
다이아몬드 헤드 뷰 룸이
제일 저렴하고, 그 다음이 이 방,
최상위가 스위트룸이었던걸로 기억.
시간이 늦어서 짐까지 푸니
금세 저녁먹을 시간이 되었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첫 날이니까
호텔 코앞이라 살살 걸어가면
바로 나오는 맥도날드 스테이크집으로.
이름이 D.K. Steakhouse인데
돌아와서 지금까지 아직도 기억난다.
본토에 아직 안 가봐서 모르겠지만
여기만큼 스테이크 맛있는 집을
국내에 돌아와서 아직 찾질 못했다.
지금도 우스갯소리로 스테이크 먹으러
하와이 또 가야된다고 농담 할 정도.
주변에 하와이 간다고 하면
가보라고 추천하는 집 중 하나.
어차피 와이키키 라인에 묵으면
어떤 호텔이든 여기랑 가깝다.
힐튼은 조금 거리가 있겠네.
난 프라임 뉴욕 스트립을 시켰는데
다른 말이 별로 필요하지 않았다.
좀 신박하고 멋진 표현을 생각해내보려고
열심히 애썼지만 결국 살살 녹는다는
평범한 멘트밖에 생각이 안 난다.
그냥 맛있어요. 죽여줘요. 끝.
심플 이즈 더 베스트란 말도 있지 않나.
스테이크 두 접시에 맥 앤 치즈와 샐러드
다 합쳐서 148불 + 팁이 나왔는데
이만하면 서울에서 웬만한 스테이크집
가는거랑 별반 차이 없는 금액.
근데 맛있기로는 이쪽이 압도적이다.
영수증 다시 보니 팁을 19%를 줬더라.
18%, 19%, 22% 세 가지 중 선택하게
제안을 계산서 하단에 적어서 주던데
기분도 좋았는데 22% 줄 걸 그랬나.
팁까지 합쳐서 $175.67 나왔다.
테라스 자리에 앉았더니 어두워서
카메라로 찍었는데도 저렇다.
지금 같으면 어두울 때 옆 사람한테
폰 꺼내서 플래시를 비춰달라 하는데
그 땐 그럴 생각을 못했던게 아쉽.
역시 연륜은 무시 못한다.
스테이크 사진 저거 안 쓰고 싶은데
아이폰으로 찍은건 더 가관이라
부득이하게 저런 거 씀. 양해 바람.
밥 먹었으니까 당연히 커피 마셔야지.
하와이 하면 코나 커피가 유명한데
Kona Coffee Purveyors | b. patisserie라는
이름 한 번 길쭉한 카페로 살살 걸어갔다.
스테이크집에서 카페까지 대략 0.5마일.
800m니까 차 놔두고 걸어갈 만 하다.
이 카페는 인터내셔널 마켓 플레이스 내에
그리 크지 않게 자리하고 있는 가게인데
커피 맛은 그럭저럭 괜찮았다.
단지 내가 선호하는 조금은 무게감 있는,
그러면서도 산미가 씁쓸하게 느껴지는 맛하곤
정 반대의 가볍고 캐주얼한 느낌이어서 그렇지
저녁시간대이긴 했지만 카페 안에
많이 자리한 사람들이 맛을 증명해줬다.
디저트로 시킨 타르트는 그냥 타르트 맛.
누가 봐도 멀리서 온 관광객 포스로
목에 카메라를 메고 다니면서
받은 커피와 디저트를 열심히 찍었는데
다 먹고 나와서 호텔로 걸어가려니
앞서 말했듯이 하와이엔 한국인이 정말 많고
7월은 휴가철이라 너도나도 여행오는 곳.
난 카페 안에 한국 사람이 있는 줄 몰랐는데
나와서 횡단보도 신호에 걸려서
친구랑 서 있으니까 옆에 선 한국인 부부가
"사진 열심히 찍으시던데요?" 하길래
화들짝 놀랐지만 네·· ㅎㅎ 하면서 안 놀란 척.
정말 한국 사람이 많아서
새로운 신호에 걸릴때마다 새로운 한국인을
계속 만나니까 여기가 서울인지 하와이인지.
긴 하루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와
주차된 차를 끌고 드디어
면허 취득 이후로 생전 처음
그것도 이 먼 동네까지 와서
야밤에 도로에 나와 운전대를 잡아봤다.
지금 내 블로그가 거의 완전히
자동차 블로그에 가까운 걸 생각하면
첫 시작이 지금와서 생각해봐도 미친 듯.
놀랍게도 바로 옆 와이키키 해변에
차가 파묻힌다던가 하는 사고는 없었다.
나간 김에 여기 오기 전 찾아본
무료 주차 스팟들을 둘러봤는데,
사실상 포기하는 게 좋겠더라.
와이키키 라인 호텔들을 쭉 지나
다이아몬드 헤드 방향으로 가다보면
중간에 호놀룰루 동물원이 나오는데,
심야 시간에는 부분 무료였지만
은근 차를 대놓고 호텔로 걸어오기
거리가 조금 있어서 호텔에 주차해야 했고
호놀룰루 시내 뒷편에 큰 골프장 옆
Ala Wai 대로변에 마련된 주차장은
상시 만차라 운이 따르지 않으면
차를 대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
이 대로 옆엔 잔잔한 강이 지나는데
딱 이 대로와 시작점과 종점이 동일하다.
그리고 바다로 이어지는 형태인데
잔잔한게 볼 만 하다. 소래포구?
이렇게 하와이 첫째 날은
오는 과정에선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도착 후의 일정은 그럭저럭
무난하게 흘러갔다.
그렇게 이틀 차도 조용할 줄 알았는
데........................
하와이 Day 2.
계획 상으로 둘째 날엔
아침에 8시쯤 일어나
어슬렁거리며 오하우 섬 동쪽으로 가
백종원 씨도 예전에 스트리드 푸드파이터 나와서
맛있게 먹고 갔던 훌리훌리 치킨을 먹고
쿠알로아 랜치에 가서 사전에 예약해둔
ATV 타고 놀면서 오후를 보내려 했는데
쿠알로아 랜치에서의 체크인이 오후 12:30.
근데 내가 12시에 일어났네?????
눈 뜨고 시계를 보니 순간 뇌정지.
아무리 내가 위기에 강한 사람이라지만
눈 뜨자마자 머리가 풀파워로는 안 돌아가잖아.
분명 알람을 맞춰놨는데 못 들었다.
하기사 그럴만도 한 게
여행기 이전 편을 보면 나는
한국 시간 17일 오전에 일어나서
18일 자정 넘어 비행기를 타고
비행기 안에서 거의 안 잔 데다
하와이에 내려 현지 기준 17일을
다시 통째로 안 자고 살았으니
이틀을 거의 잠 없이 버틴 것.
기절할 만도 했는데 역시나.
어차피 뭐 할지 계획은
전부 내가 갖고있어서
내가 먼저 일어나서 친구 깨우는 게 아니면
별로 의미가 없는 상황이었고
늦잠 잔 내가 깼을때도
얘는 그대로 곤히 자고있어서
내가 일찍 일어났어야 했는데
큰 실수를 저지른걸로.
피곤했는데 어떡해.
호텔에서 쿠알로아 랜치까지
대략 한 시간. 이미 늦었다.
일어나니 날씨도 영 꽝이다.
한국의 대행사를 통해
ATV 체험 패키지를 예약했는데,
(어차피 캔슬이나 환불 안될거 알면서도)
전화해서 늦었는데 어떡하죠라고
그쪽에다 하소연 해봤더니
어쩔 수 없죠 라는 당연한 대답이 돌아왔다.
포기하고 아점이나 먹으러
대충 차려입고 내려와서
주차장에 터덜터덜 걸어가
차를 끌고 호놀룰루 시내로 나왔다.
호놀룰루 시내는 원하는 곳에
딱딱 주차하기 쉽지 않다.
세계 어느 중심가던 마찬가지지만
운전 경력 제로인 난 그걸 몰랐고
좀 후덥지근한 날씨에 짜증까지 났다.
역시 날이 더운 거에는 장사가 없다.
1마일도 안 되는 0.8마일짜리 거리가
왜 그렇게 걸어가기 힘들었는지.
0.8마일이면 대략 1.25km.
그렇게 식당에서 멀찍이 주차하고
아점을 먹을 장소는 바로 Hula Grill.
테라스 자리는 사전 예약 필요하고,
안쪽 자리는 그냥 아무때나 가도 그만.
호텔 내 식당이고, 옆에 Dukes Waikiki도
해산물을 좋아하면 한 번 쯤 가봄직하다.
난 해산물 별로 안 좋아해서.
Hula Grill은 오픈테이블을 통해서
사전 예약을 미리 해둘 수 있고
브런치부터 구이 위주의 다이닝까지
다양한 메뉴를 파는 식당이다.
혈관이 꽉꽉 막히는 미국식 식단을
누려보기 위해 햄버거와 윙을 시켰다.
버거의 레시피는 베이컨이랑 패티랑
치즈랑 각종 소스 등으로 국내에서
미국식 수제버거 파는 곳이랑 큰 차이 없는데
묘하게 더 기름지고 숨이 막힐거같은
그런 느낌을 주는 신기한 버거였다.
종이로 싸여있어서 방심하고 잡았다가
뜨거워서 손 데일 뻔.
같이 시킨 쉐이크도 달고 목이 매고
미국인들은 평균수명이 40세 전후해서
멈춰야 될 것 같은 맛의 종합선물세트.
이런거 먹고 어떻게 노인이 될때까지
몸이 기름기를 버티지?
배도 채웠겠다,
태어나서 처음 만난 오하우 섬이
어떤 동네인지 마실 나갔다.
61번 도로를 따라 섬 동쪽으로 가는 길은
오히려 흐린 날이어서 더 운치있었고
차분하게 돌아다니면서
이 동네 와서 계속 느끼고 있는
특유의 여유와 느긋한 페이스를 즐겼다.
여기 오기 전에 유가 정보도
사전에 파악해서 어느 주유소 가서 기름 넣어야
다른 동네보다 저렴할지 사전에 찾아 왔었는데
일단 하와이는 미국에서 기름값이
제일 비싼 동네 중 하나이다.
2018년 7월 그 당시에
갤런당 $4.5(3.7리터에 5천원 정도) 였으니
대략 리터당 1350원 정도가 나온다.
우리나라하고 대충 비슷했었다.
지금은 물론 리터당 2천원의 시대에
월 2000km씩 타면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지만.
처음으로 기름 넣을 때가 되어
만땅에서 시작해서 무슨 벌써
태어나서 처음으로 직접 차를 몰고
기름을 넣으러 가 보았다.
면허 따기 전에도 아빠를 졸라서
기름 직접 넣어보고싶다 우겨
몇 번 해봐서 이건 자신 있었거든.
그런데 미국의 주유기 사용법은
우리나라랑 꽤 달라서 오히려 애를 먹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보통 주유기 앞에
차를 대고 기계 터치 몇 번 하면
주유기를 들어 기름을 채우면 되고
문제가 생겼을 시에 직원을 부르지 않나.
그런데 미국의 경우는 크게 다른 점이
주유기에 일단 대략 얼마 정도 넣을 지
리터 단위 혹은 달러 단위로 정하고
그 다음 주유소 직원에게 가라 한다.
이 과정을 "Case Open"이라 하는데
카드사 측에 '내가 지금 주유기에서 결제 할거예요'
라는 이벤트 발생을 알리는 과정이라 할까.
아직도 이해가 안 되는 시스템이지만
아무튼 그렇고 그럼 직원에게 가서
카드를 건네주며 정한 단위대로 결제 후
주유기로 돌아와 주유건을 들고 기름을 넣는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바보짓이지?
싶은데 이 동네는 그렇단다.
처음에 계속 주유기가 직원을 찾으라 하길래
나는 무슨 문제가 생긴 줄 알고 계속 헤매다
뒤에서 기름 넣고 계셨던 큰 은색 램 타시던
백발 어르신께 "미국에 처음 와서 기름 넣는 법을 모른다
주유기가 계속 직원에게 가보라 하던데
혹시 도와줄 수 있느냐"고 여쭈었더니
흔쾌히 와서 보시고 날 직원에게 데리고 가
40달러어치 주유하려고 하는데 카드 승인해달라고
옆에서 도와주시고 주유 끝까지 봐주셨다.
감동의 쓰나미가 막 몰려와 벅차오름.
반면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나는데,
주유소 직원은 풍채가 우람한 흑인 여자였는데
굉장히 싸가지 없는 응대가 매우 인상 깊었다.
그렇게 기름 넣는 것조차도 쉽사리 해결 못하고
우여곡절 끝에 주유를 마쳤다.
그래도 도와주신 어르신께서
마지막에 멋지게 떠나시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네.
오하우 섬의 북동쪽부터 남동쪽까지는
마치 한반도처럼 쭉 산지이다.
태백산맥이 강원도에서 경상북도까지
쭉 한반도의 등허리를 받치는 것 처럼
이쪽 역시 비슷하게 산맥이 이어져있다.
아까 지난 61번 도로보다 살짝 위엔
Haiku Stairs(천국으로의 계단)이라는 곳이 있는데,
정말 너무나도 가보고 싶었으나
오르기 굉장히 위험한 곳이도 하고
결정적으로 입장하는 것이 불법이다.
경찰이 주기적으로 순찰을 돌고
그 당시에도 적발 시 벌금이 $500 이상.
지금은 무려 $1000까지 올랐고
주기적으로 진행되는 순찰도 강화됐단다.
집에 말 안하고 몰래 하와이 왔는데,
경찰한테 걸리면 어쩌나 싶어서
굳이 위험을 동반한 모험은 안 하기로 했다.
애초에 몰래 하와이 온게 모험 아닌지
"??? : 김OO씨네 댁 되시죠?
여기 대한민국 영사관입니다"
아, 근데 다음 번에 하와이 오면 꼭 한번 가볼라고.
경치가 그렇게 죽인다는데
100만원짜리 입장료 운 나쁘면
까짓 거 한 번 내지 뭐.
ㅋㅋ
계획대로 하나도 안 되는 둘째 날은
저녁 식사가 일정의 마지막이다.
푹 쉬고 셋째 날은 제대로 노는걸로
굳은 다짐을 하고 밥을 먹으러 왔다.
저녁 식사는 53 by the Sea 라는 레스토랑.
오픈테이블을 통해 사전에 예약한 곳인데
그냥 뷰가 좋길래 생각 없이 예약부터 하고 봤다.
밤 되니 바닷가라 은근 바람이 불어서
호기롭게 테라스 자리에 앉았다가
식기가 다 날아갈 판이라 실내로 급히 철수.
실내에서 먹으니 그냥 비싸고 좋은 레스토랑이다.
개인적으로 여기는 온다면 무조건 낮.
바람이 거의 안 부는 해질녘이 최고겠지만
바닷가 특성상 그러기는 쉽지 않고
낮에는 항구에 정박한 요트들과
다이아몬드 헤드, 바다가 한 데 어우러진
멋진 뷰를 어디서든 감상할 수 있다.
해가 다 떨어지고 나선 잘 안 보임.
여기선 전채로 랍스터 롤을,
메인 디쉬로 스테이크랑 쉬림프 머시기..
기억이 안 나지만 새우 요리를 시켰는데
랍스터 롤은 맛있었지만 나머진
특별히 다시 찾고싶은 맛은 아니었다.
뷰 값이 8할인 곳에서
어두워서 뷰 감상을 제대로 못 해서
조금 아까운 마음이 든 건 사실인데
그래도 기분 좋은 식사였던 건 맞다.
밤에 보는 이 레스토랑의 뷰는
괜찮은 바닷가 야경이긴 한데,
하와이다움은 별로 없다. 광안리?
주변에다 추천할 만한 장소인가 하면
신혼여행으로 왔다 할때만 가고
몇 번 와봤다 하면 좀 더 먼
Nico's Pier 38이 더 나은 것 같다.
기왕 해산물을 먹을 거면 전문점으로.
여기도 항구 뷰가 포함됨.
그렇게 둘째날까지,
사실상 일정의 절반이 끝났다.
마지막 돌아가는 5일차는
오전에만 잠깐 비니까.
이제 남은 일정은 이틀.
그런데 사실 여기 와서 정말로 기억에 남는
여러 문제를 일으킨 건 후반기 이틀이라,
이를테면 차가 도난당한 줄 알고
주차장에서 난리를 피웠다던지
바다에 빠져 한국에 못 돌아갈뻔했다던지
그런 이벤트들은 앞으로 많이 남아있으니
마지막 3부도 커밍 쑨...
근데 언제 쓸 지 몰라.
첫 이틀은 가볍게 지나가거나
어딘가 아쉽고 모자랐던 기억들이
많이 자리하고 있는데,
처음에는 그게 돌아와서도
더 잘 놀지 못했던 게 내심 아쉬웠었다.
그런데 이렇게 4년이란 시간이
흐르고 나서 여행기를 쓰며
찬찬히 다시 되돌아보니,
오히려 약간 부족했던 순간들이 있어
다음번을 기약할 수도 있고
같은 실수를 이제 여행 시 반복하지 않으며,
기억 속에는 강하게 자리매김하게 된 듯.
꼭 가보고픈 하와이에 가려고 정말 치열하게,
꼼꼼히 그리고 열심히 준비했었고
열심히 준비했다고 모든 게
최고의 결과물로 돌아오는 건 아니니까.
그 땐 그게 늘 최선이었다.
모든 것에 언제나 최선인 오늘날처럼.
짧다면 짧고 길다면 꽤나 긴
4박 6일(한국시간)의 하와이행.
성인이 된 기념으로, 20살 맞이
부모님 없이 떠나는 첫 해외 여행 치고
웃자고 한 말에 죽자고 달려들어
여기까지 결국 오게 됐는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서 노는걸로.
하와이의 별명은 Rainbow State.
아침이든 저녁이든 난 여기 있는 내내
항상 무지개를 보고 있는 것이다.
아침 무지개는 비가 올 징조라
앞의 이틀은 이렇게 지나갔다.
이제 저녁 무지개를 볼 차례.
저녁 무지개는 맑을 징조라네.
남은 이틀은 더 쨍하고 흥미로울거라고
세상의 이치가 나한테 속삭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