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란 차는 다들 알 것이다.
분명 제목은 테슬라 시승기인데
이야기는 폭스바겐으로 시작함.
우리는 한국 사람이라,
사실 골프의 대단함을 전 국민이
막 피부에 와닿게 느끼고 하진 않다만
골프는 오랜 자동차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차량.
몇 년 전 출시된 골프(8세대)는
타보면 '그래도 역시 골프는 골프네'
할 만큼의 완성도는 지켜내고 있단 걸
압도적인 고속에서의 안정감이나 편안함,
차분한 실내 공간 및 분위기에서
두루 느낄 수 있어 명불허전이긴 하다만,
2024년이란 시점에서의 골프(8세대)는
골프라는 이름이 아우르고 있는
전설적인 명성에 버금갈 정도로
큰 의미가 있는 차량이라 느껴지진 않는다.
내가 봤을때 이제 그 의미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이상한 곳에 있다.
바로 '하이랜드'로 많이 알려진
테슬라 업그레이디드 모델 3.
같은 폭스바겐 브랜드 내도 아니고,
같은 독일차도 아닌 생뚱맞은 차인데
갑자기 난데없이 웬 골프인가 싶겠지만
이 시승기를 차근차근 따라와보기를.
1세대라고 부름직한 구형 모델 3 롱 레인지를
시승할때만 해도 내가 그리 테슬라와
모델 3에 우호적이지 않았었는데,
어떻게 5년도 채 안 된 시간만에
이런 좋은 수식어가 따라붙을 수 있는 건가
나 스스로도 계속 놀라고 있다.
구형 탈땐 제목에 대놓고 테슬라 싫다고 질렀었네
자타가 공인하는 골프의 명성이란
누구나 탈 수 있도록 실용적이고 편리하면서
우수한 주행 품질과 실내 감성품질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한다는 점에
오랜 세월 굳건히 자리해왔었다.
마침 공교롭게도 2024년은
골프가 세상에 등장한지 50년이 되는 해.
반 백년이나 되는, 자동차 만듦새로선
최정상에 골프가 자리했던 시간들을 뒤로 하고
신형 모델 3 하이랜드가 새로운 골프가 될 수 있을 지
같이 하나하나 뜯어보고, 또 비교해보자.
모델 3 하이랜드는 너무 많이 바뀌어서
단순히 '업그레이디드' 수식어만 붙여서 퉁치기엔
짚어야 할 점들이 산더미같이 쌓여있다.
우선 제일 기본적인 디자인부터.
차량의 전체 실루엣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앞과 뒤 디자인이 비슷한 듯 새롭다.
기존엔 억울한 도날드 덕인지
중국인이 잡아당긴 포르쉐인지 뭔지
정말 디자인은 내 취향이 아니었는데,
이젠 훨씬 날렵하고 스포티하다.
사실 기존보다 훨씬 선들이 덜 들어가고
단순한 면들이 그 자리를 채웠는데
종전보다 놀랍도록 세련되고 깔끔하다.
후면 디자인도 마찬가지.
테일램프가 뭔갈 연상시키는 것 빼고.
휠 디자인도 기존엔 대놓고 전기차스러운
에어로 휠이었고, 사실 그것도 휠 커버였는데
이젠 제대로 된 금속 스포크가 멋지게 뻗은 휠이다.
테스트카는 19인치 노바 휠이 장착되어 있는데
18인치 포톤 휠은 어두운 회색이어서
훨씬 싸구려같아서 난 별로다.
내가 주문하면 무조건 19인치로 할 것.
큰 틀은 지키면서 디자인 요소들을 바꿔서
친숙한듯 신선함을 주는 건
지난 세월동안 골프가 해왔던 건데.
사실 테슬라가 자동차 회사로서
헤리티지나 명성을 쌓을만큼의 긴 세월을
견디지 않았음에도 이런 전략을 쓴다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보통의 신생 업체들은 자꾸 눈에 띄려고
확확 바꿔대거나 갈피를 못 잡고 헤매거든.
그만큼 구형 모델 3와 거의 동일한 디자인 큐의
모델 Y가 사람들 뇌리에 이미 각인됐단 거겠지.
아, 이제 (운전석 기준) 우측 사이드미러가
광각 미러로 바뀌어서 정상화되었다.
기존 미국산 모델 3는 우측 사이드미러에
일반각 미러가 달려서 안 그래도 미러 크기도 작은데
광각 미러 사제 시공 없인 불편했었다만
이제 모델 3 하이랜드는 중국산이라서
양쪽 사이드미러 전부 광각이다.
아주 편안하다.
외관 성형은 훌륭하게 진행됐지만,
외관만 보고 놀라긴 이르다.
모델 3 하이랜드의 큼지막한 변화는
차량 문을 열고 차량에 탑승하면
그제야 눈에 확 들어오는데,
바로 인테리어의 변신.
실내도 얼핏 봐선 기존 차량 대비
급격한 변화는 별로 없다.
여전히 가운데에 달린 스크린 하나로
차량의 모든 기능을 통제하고,
별도의 계기판 및 HUD가 없으며
두 개의 큼지막한 스마트폰 무선충전패드와
시트 레이아웃까지 전부 동일하다.
그런데 자세히 뜯어보면 모두 바꼈다.
우선 시트가 훨씬 편안하다.
기존 모델 3 시트는 목디스크를 유발하는,
헤드레스트가 튀어나온 일체형 시트였는데
이제는 인체공학이란 걸 미국에서도
드디어 따지기 시작했나보다.
모델 3 하이랜드 퍼포먼스는 사이드 볼스터가
은근 생각보다 강조된 시트가 들어가는데,
이 놈은 롱 레인지이기 때문에
편안함에 더 초점을 맞춘 시트고
착좌감이나 가죽 질은 흠 잡을 데 없다.
내가 탔던 구형 모델 3 롱 레인지는
통풍 기능 시공과 동시에 나파 가죽을 씌운 차였고
순정의 비건 가죽은 품질이 영 별로였는데
이제 모델 3 하이랜드는 가죽 질도 탁월하다.
내가 좋아하는 BMW 메리노 느낌 남.
통풍 기능도 사제 시공 필요 없이 이제 기본.
운전대도 눈에 익숙한 형태로 바뀌었는데,
구형 모델 3/Y의 운전대는 림이
너무 동그래서 파지감이 영 별로였고
운전대 스포크 디자인도 멍청해보였었다만
이제 정상적인(?) 형태가 되어 개선되었다.
거의 뭐 TESLA 각인 없이
가운데에 노란색 보타이를 달면
쉐보레 크루즈 운전대라 해도 믿을 듯.
적당히 두툼한게 잡는 맛도 만족스럽고
난 버튼식 깜빡이 정말 편한데
불편하단 사람이 더 많아서 의외.
뒷좌석용 터치스크린이 새로 생겼다.
위치가 한 20년 전 대형 세단들의 후석 모니터처럼
센터 콘솔 뒷편에 있어서 편한 위치는 아니지만
뒤에 태운 초등저학년 이하 자녀들한테
유튜브를 보여주는 데는 별 문제 없어 보인다.
5990만원짜리 차에 뒷좌석 터치 모니터라니
세상 좋아졌다.
모델 3 하이랜드는 이렇게
둘러보기만 해도 엄청난 발전을 이뤘지만,
운전석에 올라 출발하면 또 감탄사가 나온다.
모든 이들이 제일 궁금해하는 승차감은
구형 모델 3와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 수준.
비교 자체가 민망할 정도로 완전 다른 차가 됐다.
구형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면
생각만큼 부드럽지 않고, 생각만큼 단단하지 않아
푹신한 차의 단점과 탄탄한 차의 단점만을
한 데 모아놓은 놀라운 쓰레기라는 것이었다.
댐퍼가 차체를 올바르게 가누질 못해서
충격이 들어온 후 긴 여진에 탑승객이
지속적으로 시달려야 했으며,
기분나쁜 피칭이 상시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전기차 중 제일 승차감이 나쁜 건
단연 폴스타 2 퍼포먼스(2023년식)인데
걔는 올린즈 댐퍼가 무식하게 단단해서
세상의 모든 충격을 전부 다 읽어들여서 그렇고
그에 비하면 구형 모델 3는 훨씬 끈적하게
매끈한 척 했지만 우당탕탕하기도 했다.
구형끼리 비교하면 난 모델 Y의 승차감이
모델 3보다 좀 더 낫다고 느꼈었다.
Y는 차가 높은 덕분에 모든 롤과 피치가
느리게 일어나서 탑승객이 덜 부담스러웠거든.
물론 모델 Y RWD가 출시되면서
그 역시도 옛말이 되었다만...
2022년 정도로 돌아가서
모델 3 vs. 모델 Y 승차감 비교하면 그렇다고.
이제 모델 3 하이랜드는
승차감으로 혹평받던 테슬라와 완전 작별이다.
나보다 더 일찍 이 차를 타본 사람들은
승차감이 그랜저보다 낫네 아니네로 나뉘던데
타보니까 두 가지 입장 모두 이해가 간다.
단순히 부드러움, 충격량의 축소(혹은 제거)를
중요시하는 사람에겐 이 차의 승차감이 그랜저보다 나쁘다.
모델 3 하이랜드는 차가 밟는 충격과 요철을
줄여서 전달하려고 막 애쓰는 느낌은 아니거든.
노면의 상태를 부분적으로 읽어들이되,
전달하는 충격들은 전부 모서리가 둥글둥글하게
또 지속시간을 짧고 간결하게 정리하려 든다.
포트홀이나 맨홀을 밟아도 순식간에 지나가서
몸에 충격이 누적되거나 하는 일이 없다.
그래서 차체의 과한 움직임이 싫은 이들에겐
모델 3 하이랜드의 승차감이 그랜저보다 낫다.
난 사실 모델 3 하이랜드의 승차감 형태가
딱 취향 저격인데, 적당히 탄탄하고 부드러운
양면성을 지녔으면서 차체가 흐느적거리지 않게
댐퍼가 정확한 시점에 잡아주는 게 일품이다.
구형 모델 3는 노면이 좋을 때만
물엿이 손가락에 묻은거같은 끈적함이 좋았는데
사실 그런 끈적함은 빨리 씻어버리고 싶지 않나.
모델 3 하이랜드는 이제 끈적함이 아니라 매끈함.
서스펜션이 말랑말랑하단 인상은
모델 3 하이랜드보단 아이오닉 6가 더 우세하다만
내가 한 서른다섯? 마흔 정도 되면 아이오닉 6 고를 듯.
내가 타도 아이오닉 6의 승차감이 더 좋아.
하지만 스포티한 기분을 낼만큼의 작은 탄탄함과
매끄러움이 공존하는 모델 3 하이랜드가
일단 스물 여섯인 지금의 나에겐 알맞다.
현대자동차에게는 비보이지만,
애석하게도 더 뉴 아이오닉 5는
마찬가지로 부분 변경을 거친 새차임에도
모델 3 하이랜드가 보여주는 승차감의
반도 보여주지 못하는 형편없는 모습이다.
원래부터 아이오닉 5는 후륜이 통통거려서
연식변경을 진행하며 비밀리에 잠수함 패치로
이를 어느정도 차분하게 만들었었는데
더 뉴 아이오닉 5로 부분변경을 하면서
오히려 이쪽이 구형 테슬라같은 느낌으로 변했다.
더 뉴 아이오닉 5는 쓸데없이 때론 탄탄하면서
댐퍼의 작동감이 빠릿빠릿하지 못하다.
큰 충격 밟으면 억 소리가 절로 나는 것도 그렇고.
승차감 비교하는김에 그냥 내가 타본
비슷한 가격대나 성격의 차들이랑 전부 비교하자면,
BMW i4하고 비교해도 모델 3 하이랜드가 앞선다.
i4는 eDrive40이건 M50이건 뒤에는 에어 스프링인데,
에어 스프링이 무거운 차체를 지지하기 위해
다소 단단해서 후륜에 힘이 약간 들어가있거든.
i4 M50은 승차감이 더 고급스럽긴 하지만,
단단하기로서는 모델 3 하이랜드보단 약간 더 단단함.
폭스바겐 iD 4나 아우디 Q4 e-tron은 뭐랄까
스케이트보드 형태의 전기차 플랫폼인게
너무 티나는 느낌이라 역시나 모델 3 하이랜드가
더 통상적인 차량 느낌이라 훨 낫다.
차량이 탑승객에게 전달하는 충격량을 수치로 표현하면
모델 3 하이랜드가 iD 4, Q4 e-tron보다 높지만
iD 4와 Q4 e-tron은 탑승객보다 한참 아래에서
충격이 깔짝대는 느낌이어서 난 거슬리고 싫더라고.
폴스타 2, 승차감 최악의 차는 비교할 것도 못 되고
모델 3 하이랜드의 승차감이 정말 놀랍게도
PASM 및 에어 서스펜션이 없는 포르쉐 타이칸보다 낫다.
포르쉐코리아 직원이 생각보다 그거 선택 안 하고
기본형 타이칸 출고하는 사람들 많다던데 정말이지 놀랄 노다.
1억 6~7천만원이나 내고 그런 승차감을...
이제 5990만원짜리 모델 3 하이랜드가 이를 앞지름.
메르세데스-벤츠 EQA는 모델 3 하이랜드보다
탄탄 납작한 느낌이라 탄탄한 느낌이 들 때
날카로운 충격이 어느정도 들어와서
이 역시도 모델 3 하이랜드 승.
제네시스 GV60하고 비교하면
ECS(전자제어 서스펜션)가 없는 RWD 사양보단
모델 3 하이랜드가 다소 탄탄하지만 앞서 말한
그 둥근 형태의 충격때문에 난 더 낫게 느껴짐.
ECS가 들어간 AWD 사양은 확실히
모델 3 하이랜드보다 어느정도 더 부드럽고 편안하다만
GV60 스탠다드 AWD는 마치 아우디처럼
정말 운전이 재미없기 때문에
아이오닉 6와 비슷한 이유로 난 선택 안 함.
종합해보면, 모델 3 하이랜드의 승차감은
사실상 프리미엄 브랜드의 경쟁 차종들과
엎치락 뒤치락 하는 수준으로
그동안 승차감 나쁘기로 유명했던 테슬라들과
완전 궤를 달리한다고 보면 된다.
그러면서 유수의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낸 경쟁 전기 모델들보다 훨씬 싸다.
마치 소싯적 골프처럼.
모델 3가 가격대로서나 타겟 고객층으로서나
BMW 3시리즈와 겹치고, 고객을 많이 뺏어와서
3시리즈 킬러로 유명한데, 승차감도
3시리즈(G20)보다 월등히 좋다.
이 모든 승차감 평은 테스트카의 네 바퀴에
전부 45psi가 들어있음에도 나온 것.
원래 규정 공기압이 42psi로 엄청 높긴 하지만,
45psi면 굉장히 많이 들어가있는거지.
비단 승차감 뿐만 아니라
감성품질이라는 단어를 이제
테슬라 차량에서 논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모델 3는 각종 판매량 집계처에서
프리미엄 차량으로 분류되어 왔었는데,
난 그 사실에 펄펄 뛰며 반대해온 사람이었다.
모델 3는 배터리값 때문에 전기차여서 비싼거지,
프리미엄 브랜드 및 프리미엄 차량들이
그간 전달해온 가치들과는 대척점에 서 있었잖아.
그런데 이젠 더 이상 그렇지 않다.
모델 3 하이랜드는 차량 가격은 인하했으면서,
프리미엄이란 수식어가 붙을만큼
각종 소재와 조작감이 눈부시게 좋아졌다.
내가 위에 사진으로 첨부한 팝업식 옷걸이는
누르면 튀어나오는데, 눌렀을 때의 느낌과
튀어나올 때의 부드러움이 감탄이 나온다.
전기차라는 점을 제외하고 전 차종으로 범위를 확대해도
5990만원짜리 차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라서.
밀어서 여는 센터콘솔 수납함 개폐도 비슷하다.
밀 때의 매끄러운 느낌과 반동 수준이
너무 기름칠한 것 같진 않으면서 아주 적절하다.
창문 스위치 클릭감도 개선되었고
내장 소프트웨어의 구동 속도도 당연히 빠르다.
이런 사소한 요소들에 신경을 쓰는 것과
사소한 차이들이 모여 프리미엄이 되는 것인데
비로소 테슬라가 프리미엄 브랜드가 되었다.
다만 가격 인하를 지속적으로 한다는 것 때문에
완벽히 프리미엄인가 아직은 약간 의문이지만
이 정도 가격대에서 가격 변동은
럭셔리 브랜드가 아닌 이상 있을 수 있는 거니까.
실내 곳곳을 인조 가죽으로 덮은 점도
가죽에 환장하는 나로서는 대박 좋아.
모델 3 하이랜드와 동일한 6천만원으로 살 수 있는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및
각종 전기차들은 상대가 안 될 정도로
곳곳에 준수한 품질의 가죽을 덮어놨다.
국내 주요 라이벌인 더 뉴 아이오닉 5는
재생 소재를 많이 썼다는 핑계 하에
내장재 수준이 이보다 훨씬 떨어지고,
아이오닉 6나 EV6도 부족한 건 마찬가지.
구형 모델 3은 이상한 우드 무늬 장식인지
진짜 우드 장식인지 암튼 싸구려같은 판때기가
대시보드를 가로질러서 보기 안 좋았는데,
이제 그런 유사 원목 장식 집어치우고
발 각질제거할때 쓰는 몽돌 같은
스웨덴 느낌 물씬 나는 소재가 쫙 깔렸다.
이케아에서 팔거같은 이 장식은
생각보다 실내 분위기를 포근하게 만든다.
화이트 인테리어가 완전 흰색이어서
크림색이나 베이지색이 주는 아늑함과는
약간 거리가 있는데, 이 트림? 장식?이 포인트.
새롭게 추가된 장비 명단에
앰비언트 라이트도 이름을 올렸는데,
조명의 색감이나 쨍하기가 마치
메르세데스-벤츠의 그것을 연상케 한다.
메르세데스-벤츠 이야기가 나와서 또 골프가 떠오름.
지난 세대 C-클래스(W205) 개발 당시에
메르세데스-벤츠가 당시의 골프(7세대)의 실내 품질을
따라잡지 못해 실내를 갈아엎었단 일화가 있는데
그럴만큼 골프의 실내 품질은 프리미엄 브랜드도
긴장하게 만들만큼 뛰어난 만듦새를 자랑한다.
그런 감성품질을 이제 모델 3 하이랜드가 보여준다는 점.
그것도 말도 안 되게 매력적인 5990만원에.
골프도 프리미엄 브랜드 차량은 아니잖아.
그리고 마침내 주행 성능 이야기.
테슬라 차량들은 사실 운전의 재미나 스릴보단
정말 안정적으로, 한없이 빠르게 달리도록
차가 언제나 도와준단 느낌이었고
모델 3 하이랜드 역시 예외는 아니다.
운전 재미를 따졌을때 딱히 좋진 않으나
차량의 직진성, 도는 성능은 좋다고 말할 수 있겠다.
운전자의 몰입이나 즐거움과 순수 성능은 다른 거잖아.
구형 모델 3와 비교하면
선회 중 차체가 거추장스럽게 느껴지는
그 특유의 끈적거림이 반절 이상 줄었다.
그리고 차체가 기울었다 회복하는
그 과정이 훨씬 빨라져서 덜 부담스럽다.
속도를 더 많이 내서 들어가도 운전자에게 믿음을 주고
사륜 구동 시스템도 접지력 확보에 몰빵됨.
더 뉴 아이오닉 5에 비하면 어떤 주행 조건에서도
더 자신감 있게 편안하게 달릴 수 있다.
코너를 열심히 돌아나가는 즐거움을 찾으려면
모델 3 하이랜드 퍼포먼스를 기다려야 하지만.
이 차는 100%의 페이스로 달리기보단
70~80%의 페이스로 금세 코너를 쉭쉭 도는 게
운전자인 나도, 차도 행복한 골디락스 존인 것 같다.
구형 모델 3는 스티어링 모드를
스포츠로 놓으면 무게감만 돌덩이같이 무거우면서
앞바퀴에 대한 피드백은 전혀 늘어나지 않아서
BMW M4(F82)가 생각나 아주 별로였는데
드디어 스포츠 스티어링 모드를 놓더라도
납득할만큼의 적당한 무게감과 피드백을 갖췄다.
컴포트는 대다수의 고객들에게 맞고,
표준 역시 무난해서 이제 전 모드가 적당하다.
더 뉴 아이오닉 5는 오히려 구형 아이오닉 5보다
운전대가 가벼워지고 확신을 덜 줘서 싫은데
모델 3 하이랜드는 구형 모델 3보다
분명히 나아졌고, 더 뉴 아이오닉 5보다 낫다.
다만 같은 사륜 구동끼리 비교한다 치면
i4 M50의 스티어링이 훨씬 날카롭고 세밀하다.
가벼워서 휙휙 돌아가는 Q4 e-tron보단 낫네.
가속 모드는 컴포트와 표준
두 가지 모드가 준비되어 있는데,
밟자마자 순식간에 튀어나가던 종전 테슬라들과는
약간 다르게 이제 미세한 텀을 두고 가속한다.
전기차의 폭발적인 가속이 부담스럽단
민원을 많이 받기라도 했나 싶을 정도.
부드럽게 운전하기 더 쉬워져서 난 찬성이다만
종전 테슬라의 느낌보단 현대차에 가까워졌다.
위에서 말했듯이 더 뉴 아이오닉 5는
서스펜션이 낡은 테슬라같은 느낌을 닮았는데
모델 3 하이랜드는 가속감이 현대차를 닮았네.
아주 서로 닮아가는게 부부인가 싶다.
애플 베끼고싶어서 미쳐가는 삼성과
슈퍼 레티나 XDR이니 애플워치 울트라니
삼성스러운 작명법 남발중인 애플의
눈물 없이 보기 힘든 러브스토리와 유사하다.
고속에서의 직진성은 충분하다.
파도치듯 울렁거리는 도로 노면을 통과하면
최신 모델 S 플래드까지 예외없이
테슬라 특유의 너울성 파도같은 울렁임이 있었는데
모델 3 하이랜드는 그런 점을 많이 잡았다.
승차감 설명 때 댐퍼의 개선을 계속 언급했는데
댐퍼가 정교해지니 고질병같던 테슬라 스타일도 줄어듦.
이게 SUV인 모델 Y가 아니고 세단형인 모델 3이라
차분하게 쭉 나아가는 느낌은 약간 개선이 필요함.
SUV였으면 딱 적당하다 평하고 넘어갔을텐데
조금만 더 좋아지면 남들 안 부러워해도 될 듯.
타이어는 컨티넨탈의 프로컨택트 RX.
나쁘진 않은데 특별히 좋단 생각도 없다.
18인치는 한국타이어 벤투스 S1 as가 껴져서
고르는 휠에 따라 순정 타이어가 달라진다.
근데 내가 봤을땐 둘 다 거기서 거기.
차량 성향상 사이드월이 성능 대비 부드러운
미쉐린 PS5를 끼는게 좋아보이는데
모델 3 하이랜드 퍼포먼스는 피렐리 P Zero PZ4.
퍼포먼스는 코너링 성향이 더 내 입맛이길 기대해봄.
P Zero여서 기대하는게 아니고
피렐리의 그 단단하고 직관적인 느낌은
모든 차와 어울리는게 아니기 때문에,
OE 타이어가 그거라면 서스펜션 튜닝도
운전의 즐거움에 좀 더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을까 싶다.
골프가 주는 다이나믹함과 든든함하고
모델 3 하이랜드가 전달하는 안정감하고
스타일이 완전히 다르지만,
차량 사이즈 및 체급 대비 믿음직스럽단건
두 차종이 동일하게 와닿는다.
보다 대중적인 주행감으로 변화했다는 것도
모델 3 하이랜드가 골프를 향해 발걸음 한 부분.
골프만큼의 고속 안정감*이 아니란 게
모델 3 하이랜드의 사소한 아쉬움인데
근데 이 분야에서의 골프는 넘을 수 없는 벽이라.
이걸 뛰어넘고 싶으면 후륜 구동 메르세데스-벤츠로.
*현대 i30이나 푸조 308이나
메르세데스-벤츠 A-클래스나 BMW 1시리즈나
고속도로에선 전부 골프한테 상대가 안 됨.
아 고속도로'에서도'라고 써야되겠지.
천하의 메르세데스-벤츠도 전륜 구동 차량은...
테슬라 하면 또 유명한게 오디오.
대부분 우수한 품질을 자랑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모델 3 하이랜드도 비슷하게 뛰어나다.
5990만원짜리 차량에 들어가는 오디오로서는
단연 원 톱이라고 봐도 무방함.
좀 의외였던 건 그간 테슬라 차량들의
오디오는 거의 다 한결같이 쨍한 출력감과
선명한 음색이 포인트였는데,
그래서 중고음과 고음이 약간 날카롭기도 했다.
난 보컬 표현을 중요하게 생각하니까
이 역시도 그리 나쁘지 않았었는데,
모델 3 하이랜드는 훨씬 균형 잡힌 밸런스형이다.
테슬라 차량에서 이런 소리는 처음 들어봄.
얼마전 탔던 모델 Y RWD는 구형 기반이라
확실히 내가 친숙한 테슬라식 음색이었는데
모델 3 하이랜드는 전 음역대가 두툼해졌다.
다만 저음을 마치 펀치 기계처럼
깊게 때리기보다는 얕고 강하게 때려서 내기에
공간감이나 베이스의 깊이는 약간 모자랐음.
중저음과 중음 사이의 밀도도 다소 부족함.
스피커 갯수가 17개(구형은 14개)나 되어서
저음 표현을 더 잘 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5990만원짜리 차에 너무 많은 걸 요구하나 싶다.
그래도 소리 품질은 차값이 두 배인
모델 X 롱 레인지보다 더 나아서 흡족.
잇섭인가 유튜버가 이 오디오가 BMW iX의
Bowers & Wilkins 이후로 최고라던데
내가 봤을때 이 양반은 오디오에 조예가 눈곱만큼도 없다.
단언컨대 그 정돈 명백히 아님.
iX Bowers & Wilkins만큼 좋거나 더 좋으려면
롤스로이스가 와야 한다고. 진심.
내 취향에는 EV6의 메리디안이 더 낫다.
비슷한 가격대의 아이오닉 5/6의 귀 썩는 BOSE,
철썩대는 i4와 폴스타 2의 하만 카돈,
둥둥대는 GV60의 뱅 앤 올룹슨 및
못 들어줄 Q4 e-tron의 깡통 오디오보단 좋지만.
차량의 NVH(특히 풍절음)가 개선되어서
노래를 듣기에 구형 모델 3보다 나아졌다.
다만 하부 소음은 여전히 모자라단 지적이 많던데
난 타고다니면서 딱히 부족하단 느낌은 없었음.
난 외부 소음따윈 음악을 크게 틀어서 덮는다 주의고
그닥 민감하지 않기때문에 참고만 하길.
차량을 테스트하며 기록한 전비는
거친 가속 반복과 에어컨 Lo(15도)로 풀 가동,
큰 오디오 볼륨 등 불리한 조건 다 들어갔는데도
209Wh/km (환산 4.8km/kWh)가 나왔다.
이 정도면 전력효율 역시 최상급.
1825kg의 공차중량이 이럴 때 빛을 발한다.
차량이 코너를 돌아나갈때도 티가 나지만
적게 먹고도 더 멀리 갈 수 있으니까.
더 뉴 아이오닉 5 대비 마지막 장점은
에어컨이 15도까지 내려간다는 것.
물론 아직도 가슴팍 부분은 안 시원한,
희한한 테슬라 공조기는 여전하지만
최소한 바람이라도 파워풀하고 차갑다.
현대차그룹의 E-GMP 차량들은
왜 에어컨이 17도 밑으로 안 내려가며
풍량도 눈에 띄게 약한지 불만이다.
그래서 모델 3 하이랜드는
전방위적으로 말도 안 되게 좋아졌고,
그러면서 전기차 인기가 식었음을 눈치 채고
가격까지 인하해가며 출시했다.
마땅히 대적할 적수가 없다시피하다.
뛰어난 품질과 준수한 주행성능,
저렴한 가격과 이제 새로 생긴 차량 자체의 신뢰성까지.
국내에서의 너도나도 사는 국민차는 현재
쏘렌토 하이브리드와 그랜저 하이브리드인데
이 두 차종이 5천만원대에 포진해있지 않나?
모델 3 하이랜드도 5990만원에서
보조금을 수령하면 5천만원 중반대가 되는데
국민차 가격으로 누리는 프리미엄이다.
그게 바로 니어 프리미엄 브랜드의
오랜 포지셔닝이었고, 이의 대표주자가 폭스바겐.
마침 폭스바겐은 독일어로 국민차라는 뜻.
모델 3 하이랜드는 여러모로 정말 골프를 꼭 닮았다.
내연기관 시대의 서민들의 대장이 골프였다면
이제 전기차 시대로 가면서 모델 3 하이랜드로
세대교체가 전격 진행되고 있다.
이렇게 빠르게 테슬라가 차를
종전보다 잘 만들 줄 누가 알았겠어.
현대차 큰일 났네.
이 모델 3 하이랜드를 기반으로
모델 Y 주니퍼가 머지않아 나올 건데,
이미 죽은 목숨. 목 씻고 기다려야 할 판.
아이오닉 브랜드 어떡하니.
+
오토파일럿 리뷰 이딴거 보고싶으면
다른 시승기 보러가기를 강권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