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왔습니다 그랑 콜레오스 시승기.
지난번에 갓 공개된 차량을 둘러본 후기를
그랑 콜레오스 둘러보기란 글에다가 남겼더니
시승기를 꼭 추후에 올리라느니,
내가 편견에 사로잡혔다는 등의 댓글을
굳이 남기고 간 사람들이 있어서
평소같으면 보이는 족족 처단했겠지만
이번엔 그냥 놔뒀다.
지금 올리니까 꼭 와서 보세요.
글 제목이 이미 스포일러인데,
저번에 이미 한 번 적었듯
그랑 콜레오스에서는 의외로
폭스바겐그룹 차량같은 향이
실내외 곳곳에서 많이 난다.
그 이유는 둘러보기 글에 남겼지만
르노코리아의 모회사인 중국의 지리가
몇 년 전 폭스바겐그룹 출신 디자이너를
영입해서 열심히 써먹고 있기 때문.
그런데 차량을 받아서 타보니
폭스바겐 냄새가 단순히 주행 전
눈으로도 볼 수 있는 부분들에
그치지 않았다는 것이 신기했다.
생긴 대로 노는 것인가.
관상은 과학이란 말이 맞는 건가.
지금부터 르노 그랑 콜레오스
E-TECH 하이브리드와 함께 달려보자.
이름 진짜 질척거리게 기네.
언제나처럼 디자인 언급부터.
그런데 디자인 관련해서는
이미 둘러보는 게시글에서
여럿 언급을 해놔서
이번엔 정말 진짜 간단히.
그동안 계속 어반 그레이 색상만
주로 봐와서 정말 별로였는데
클라우드 펄(흰색) 칠한 걸
오늘 처음 보니까 생각보다 되게 괜찮다.
클라우드 펄의 도장 품질이
원래부터 워낙 좋았거니와
외부에 까만색 하이그로시 및
크롬 장식이 곳곳에 많아서
흰색을 칠하니까 이런 장식들이
선명하게 대비돼서 훨씬 보기 낫다.
예전 르노삼성 차량들은
클라우드 펄 색상 선택 비용이
정말 저렴했는데, 그랑 콜레오스는
물가 상승을 반영했는지 이제 20만원.
페인트 품질에 비하면 이마저도 싸다.
다만 여전히 저 파란 장식들은
친환경차임을 자랑하고 싶어서 안달난
구형 하이브리드 차량같아서
내가 산다면 esprit Alpine 트림은
선택 안함. 그냥 아이코닉 트림으로.
저 파란 > 장식은 아직도 페미 손모양같음.
실내는 두 달 전 처음 볼 때나
지금이나 폭스바겐 느낌 물씬.
그런데 한 가지 문제라면
다른 르노 차량들과의 커넥션이나
공유하는 디자인 테마가 하나도 없음.
지리 씽유에L의 실내를 그대로 가져와서
이렇게 된 것이다만, 르노 브랜드 자체가
르노 삼성 - 르노 - 르노 코리아로
쪼개진 것 같은 듯한 느낌을 준다.
여전히 판매중인 SM6 / QM6는
르노 삼성 시절의 인테리어고
아르카나로 이름을 바꾼 XM3는
정말로 르노의 차량인데
그랑 콜레오스는 또 다른 부류라
르노 코리아 혼자 따로 노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파벌 싸움 하나.
한 가지 좋은 점은
그동안의 르노삼성 차량들은
운전대 열선이 3시와 9시 방향에만
들어와서 운전대 윗부분 잡으면
온기가 하나도 없어서 싫었었는데
그랑 콜레오스는 운전대 전체가 따뜻해짐.
디자인 이야기 더 할까 하다가
계속 똑같은 이야기만 하면 재미없으니까
서둘러 운전석에 올라 출발해야지.
폭스바겐 냄새가 나는 요소들은
국내 소비자들한테 특별히 낯설다고
말하긴 어려우니 제일 낯선 파워트레인부터.
그랑 콜레오스 E-TECH 하이브리드는
1499cc 직렬 4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과
134마력(100kW)의 구동 모터 및
80마력(60kW)의 스타트 모터를 더해
합산 최고 출력 245마력을 낸다.
합산 최대 토크는 밝히지 않고
엔진의 최대 토크와 모터의 최대 토크를
각각 분리해서 하나씩 적어놨는데
엔진은 23.5kg·m, 모터는 32.6kg·m이다.
코드네임 DHE15-EFZ란 이 엔진은
내가 알아본 바로는 2021년 말에 데뷔함.
지리의 Hi-X 하이브리드 동력계통을
그대로 가져와서 얹었으며,
변속기는 지리가 'DHT Pro'라 부르는
지리가 자체 개발한 3단 자동변속기.
이 파워트레인에 대해 설명하기에 앞서
자꾸 르노 코리아는 이 파워트레인을
르노 혹은 르노 코리아에서 개발했다고
직원들을 통해서 사기를 치는데
르노 코리아는 이런 걸 개발할 여력이 없다.
지리가 개발한 물건을 그대로 가져온 것.
4천만원이 넘는 금액을 주고
차를 구입하는데 판매처에서
계속 거짓 정보를 주입하면 되겠나?
모터 출력이 134마력이나 돼
엔진이 낼 수 있는 힘(144마력)에
거의 육박하는 파워를 자랑하는데,
하이브리드 차량 치고 강한 모터를 얹은 건
혼다의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유사하다.
강력한 모터를 얹으면 정차 후 재출발 시
엔진 시동을 거의 걸 필요 없이
부드럽게 쭉 출발할 수 있고
속도 영역대가 올라가도 모터 파워로
엔진이 깨어나는 경우를 줄일 수 있다.
실제로 강한 모터 출력의 덕을 봐서
그랑 콜레오스 E-TECH 하이브리드는
주행 중 엔진을 깨우는 일이 적은 편이었고
XM3 하이브리드를 런칭할 당시부터
'가장 전기차같은 하이브리드'를 표방하던
르노 코리아답게 모터 단독 주행 시간이 길다.
여기까지 들으면 참 좋은 시스템 같지만
실제로 타고 다녀보니 전혀 아니다.
일단 엔진의 시동을 걸게 되면
모터 구동과 엔진 구동간의 전환이
그다지 매끄럽지 못하다.
모터가 저속에서 힘차게 밀어줬다
악셀을 더 밟으면 그때부턴 엔진이 도와주는데
엔진이 치고 들어올때 잠시 멈칫하는 경향이 있고
이 3단 변속기는 도대체 정체가 무엇인지
기어비가 어떤지 지금으로선 모르겠지만
3단으로 모든 속도 영역대를 커버하려다보니
엔진이 멍때리는 듯한 인상이 보인다.
이런 식으로 설정하려면 내 생각에는
모터 출력과 배터리 용량을 더 올려서
70km/h 정도까진 아예 완전히 모터로만 커버하고
그 이상의 속도 영역을 두개의 단으로,
마지막 기어 하나는 항속 기어로
이렇게 설정해야 할 것 같은데
운행 전반에 엔진의 작동이
일관되지 못하게 느껴지는 것이 1차 불만.
두 번째 문제도 변속기로부터 비롯된다.
보통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사용한 차량들이
저속에서 악셀을 지긋이 밟아 반클러치를 쓰거나
누적 마일리지 탓에 클러치가 소모되면
울컥거리는 증상이 자주 나타나는데
이런 차량들은 악셀을 밟을때 주로 울컥거린다.
그랑 콜레오스 E-TECH 하이브리드는
3단 변속기가 이상하게 작동해서인지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서 감속할 때 울컥거림.
시내 주행 중 전방 신호가 빨간색으로 바뀌어
50km/h에서 서서히 점차 속도를 줄이자
30km/h, 20km/h 부근에서 갑자기
뒤에서 누가 등을 팍팍 떠미는 느낌으로
괴상한 울컥임이 올라왔는데,
이런 증상이 매 정차마다 일어난 것으로 보아
파워트레인 자체의 설계 문제로 보인다.
최근엔 하이브리드 모델을 저공해 차량인 점과
높은 연비를 기록한다는 것 뿐만 아니라
시내 주행 시의 부드러움 및
깔끔하고 편안한 운전감각 때문에
선택하는 경우도 굉장히 많다만
그랑 콜레오스 E-TECH 하이브리드는
하이브리드여서 오히려 불편하다.
아직 출시되지 않은 가솔린 모델은
2.0L 가솔린 4기통 터보 + 7단 DCT 조합인데
가솔린 모델의 DCT도 지리 자체개발.
자동차 제조사 중 직접 변속기를 개발하는
이들 중에서, 변속기를 그렇게 오래 만들어온
메르세데스-벤츠조차도 완벽하진 않은데
지리가 만든 변속기가 멀쩡한 게 더 이상하다.
가솔린 모델은 사륜 구동 옵션을 선택할 수 있고
사륜 구동을 고르면 갑자기 변속기가
8단 자동변속기로 바뀜.
지리 내의 다른 차량들의 사례를 보건대
이 8단 자동변속기는 아이신 제품.
그랑 콜레오스를 사려면 가솔린 4WD로.
생각해보니 XM3 하이브리드의
프랑스 르노가 개발한 그 멀티모드 자동변속기도
스포츠 모드를 놓으면 정차 시에 갑자기
속도가 줄어들수록 엔진브레이크가 세지는
괴랄한 현상이 있다고 내가 적었던 바 있고
하도 울컥대서 니로 하이브리드의
부드러운 변속감에 맞춰진 6단 DCT가
일반 고객들에게 훨씬 낫다 시승기를 썼었다.
르노 딱지가 붙으면 그게 원산지가
프랑스건 중국이건 변속기가 아주 병맛임.
짱깨와 유럽 짱깨의 환장 콜라보.
짱깨 유니버스.
그랑 콜레오스 E-TECH 하이브리드의
대표적인 경쟁모델 쏘렌토 하이브리드와
비교해보면 파워트레인은 어떤가?
제원상으로 보기에는 쏘렌토가 뒤처지지만
자동차라는 것은 숫자로 타는 것이 아닌지라.
파워트레인의 완성도는 쏘렌토의 비교불가 압승.
현대기아차의 스마트스트림G 1.6 터보 엔진은
내가 누누이 말했지만 이 CVVD 기술이 사기적으로 좋고
엔진 시동이 걸렸을 때의 회전질감도 더 부드러우며
엔진 구동과 모터 구동간의 전환도 더 매끄럽다.
르노 코리아 직원이 출발 전에 나보고
그랑 콜레오스 E-TECH 하이브리드는
'엔진과 모터간의 전환이 체감되지 않을 정도다'
라고 계속 우겼지만 난 적나라하게 느껴지던데.
또, 쏘렌토 하이브리드의 하이브리드 구동계는
엔진이 중심인데 방금 말했지만
이 엔진이 작은 배기량 대비 높은 토크를
열심히 수시로 뻥뻥 쏟아내서
모터의 보조가 약해도 고속으로의 도약은
쏘렌토 하이브리드가 한결 시원하다.
더 뉴 쏘렌토로 페이스리프트를 거쳐며
6단 자동변속기의 숙성도도 엄청나게 좋아져서
스포츠 모드로 놓으면 기분 좋은 변속충격까지
운전자에게 전달해줄 정도이니
엔진, 엔진과 모터의 전환, 변속기
이 모든 부분에서 쏘렌토 하이브리드가 월등함.
그랑 콜레오스 E-TECH 하이브리드의
원판인 지리 씽유에L 하이브리드는
제원상 제로백이 7.9초인데,
실제로 운전해보니 대략 8초 후반이나
늘어지면 9초 정도가 걸리는 듯.
더 뉴 쏘렌토 하이브리드가 이를
8초 정도에 끊기 때문에
100km/h까지의 가속도 쏘렌토 승.
그런데 100km/h 너머로 가속하게 되면
모터의 출력이 저속 상태보다 줄기 때문에
엔진 출력이 높은 것이 더 중요하고,
그럼 역시나 엔진만 180마력인 쏘렌토가
100km/h 이후의 가속도 앞설 것으로 보인다.
이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
그랑 콜레오스라는 모델의 사실상
제일 치명적인 약점이라고 난 본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말하고 싶은 게
도대체 뭘 믿고 이 차를 사나 싶다.
그랑 콜레오스 E-TECH 하이브리드는
엔진과 변속기, 하이브리드 구동계 전반이
출시된지 얼마 되지 않은 물건들이고
그건 곧 충분한 검증 및 개선을
거칠만한 시간을 갖지 못했다는 뜻.
100년이 넘는 역사의 유럽 및 미국 회사들도
새 파워트레인을 출시하면 고장과 불량에
심심찮게 시달리는 판국에,
중국산 신생 파워트레인을 얹은 차를
4300만원이나 주고 베타 테스트 해주는건가.
비단 중국에서 개발하지 않았더라도
자동차 제조 역사가 짧은 새로운 국가에서
이런 모델을 냈다 치면, 역시나 쉽게 믿기는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그런데 그랑 콜레오스는 무려 중국산이기까지.
이 같은 경우는 보통 얼리어답터가 아니라
도박이라고 한다. 판돈 4천만원짜리 도박.
그동안의 르노 삼성 차량들은
닛산 엔진과 변속기(DCT 차량은 게트락제)를
주로 채택해왔었는데, 이 물건들이
내세울만한 숫자들은 보여주지 못해도
오랜 기간 사용해서 신뢰성은 확보했었다.
르노 코리아로 바뀌고 지리 체제가 되면서
기존의 스타일이 완전히 뒤바뀐 것.
유행 따라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도입했지만
신뢰도는 추후 시간이 더 지나봐야 알 수 있겠지.
그럼 칭찬이 많았던 주행성은?
여기서부터 폭스바겐 커넥션이 등장한다.
난 이 차를 운전하면서 든 생각이
'이게 바로 폭스바겐 티구안이어야 하네'였다.
티구안을 타면서 제일 불만인 것이
패밀리 SUV를 표방하는 차량이면서
정말 말도 안 되게 서스펜션이 단단해
높게 앉은 골프같은 기민함은 좋았지만
도저히 가족을 태우기 힘든,
솔직히 나 혼자 타고다니기도 부담스러운
그런 불편한 차량이라는 점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티구안은
R-Line도 아니고 기본형이었는데
서스펜션 강도가 골프 GTI보다 단단함.
그런 티구안의 성향을
그랑 콜레오스가 거의 곧이곧대로 받았는데
그러면서 댐퍼와 스프링 모두 살짝씩 풀었다.
댐핑이 정말 폭스바겐틱한게 놀랍고
그랑 콜레오스는 볼보의 CMA 플랫폼을 썼음에도
볼보의 그 우둘투둘하고 단순한,
불편한 노면 진동을 읽어들이는 성향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놀라웠다.
이게 지리의 씽유에L이 원래 이런건지
그랑 콜레오스를 국내 실정에 맞춰서
튜닝을 거쳐서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랑 콜레오스는 스웨덴보다는 독일 쪽.
만약 볼보와 흡사한 주행성이었다면
위의 파워트레인 부분처럼
욕을 한 바가지 퍼부었을텐데
다행스럽게도 전혀 다른 모습이다.
고속주행시의 직진성은
티구안보다는 다소 못하지만
쏘렌토보다는 좋은 편이다.
고속에서의 안정감하고 직진성은
비슷하지만 살짝 다른 이야기인데
그랑 콜레오스의 직진성이 준수하다 느끼는 건
주 이유가 EPS 설정을 나쁘지 않게 해서이다.
그 다음 이유는 차대 강성이 최신 차량답게 높아서.
반대로 고속주행시 안정감은 쏘렌토가 더 낫다.
노면에 바퀴를 더 차분하게 붙이려 들기에,
그리고 롤 센터가 더 낮게 위치해서
속도의 체감은 쏘렌토 쪽이 덜하다.
티구안의 고속주행 안정감은 거의 뭐
작은 장갑차같은 느낌이라 흠잡을 데 없는데
그랑 콜레오스는 티구안의 7할 정도 되는 듯.
운전대 무게감이나 돌릴때의 조향감은
기존 르노 삼성 차량들보다 무거워졌으면서
앞 바퀴에 대한 피드백은 좀 줄어들었다.
그랑 콜레오스는 차량의 네 바퀴에
균등하게 힘을 준 듯한 느낌이라
(네 바퀴에 전부 힘이 가는 사륜구동
이야기가 아님을 분명히 함)
앞 머리가 다소 무디게 느껴진다.
헐겁다는 뜻이 아니고, 다소 부드럽다.
쏘렌토는 좌우로 휙휙 기우는
활기찬 피카츄같은 느낌인데
그랑 콜레오스는 그보단 더 덩치가 있고
반응도 무던한 등에 큰 씨앗을 올린
이상해씨같은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나 포켓몬 잘 모름.
선회 시의 짜릿함은 더 뉴 쏘렌토가
큰 차이로 훨씬 좋으나
이런 SUV로 누가 그런 주행을 하겠어.
아, 디 올 뉴 싼타페 하이브리드도 있지.
10월 중 시승기가 올라갈 예정인데
디 올 뉴 싼타페 하이브리드와 비교하면
둔중한 느낌이 그랑 콜레오스가 훨씬 덜하다.
신형 싼타페는 실용성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약간만 잡아돌려도 머리 윗쪽이 심하게 넘어감.
그랑 콜레오스의 특징 중 하나는
차량의 실제 사이즈보다 운전하면서는
더 큰 차 처럼 느껴진다는 것.
솔직히 이건 사람에 따라 장점일 수도,
단점일 수도 있어 갈리는 부분이다.
큰 SUV를 모는 듯한 기분을
누리고 싶은 중년들은 환영할 듯.
너무 크지 않은 차량이면서도
큰 차를 모는 감각은 고스란히 느껴지니까.
반면 이 차를 도심형 SUV로 받아들여
골목이나 주차장 등을 주로 지나다니는
사람들한테는 상당한 단점이다.
차가 그렇게까지 크지 않은데도
좁은 곳에서 부담스럽게 다가오니까.
운전석 시트의 방석의 두께가
그리 두껍지 않아서 시트 자체는
SUV다운 위치에 마운트되어 있지만
대시보드와 계기판보다 조금
낮게 앉는듯한 느낌이 든다.
운전석 높이를 최저로 내려도
의자 자체는 낮지 않은데
내 엉덩이는 꽤 낮게 위치함.
이렇게 만들면 방석 앞부분을
많이 들어올릴 수 있도록 해야하는데
그 정도까지 커버해주진 못해서
내가 원하는 운전 자세를 맞추니
허벅지가 조금 뜨더라고.
장시간 운전 시 이럼 불편함.
그랑 콜레오스 E-TECH 하이브리드의
승차감은 전반적으로 거슬림이 적다.
매끄럽다고 하기엔 작은 사이즈나
중간 정도 크기의 요철은
살짝씩 운전자에게 넘기는 편인데
이게 운전하는 입장에서 불쾌하냐,
그건 아니어서 '거슬림이 적다.'
주파수 감응형 댐퍼가 채택되며
승차감이 기하급수적으로 정교해진
더 뉴 쏘렌토보다는 댐핑은 덜 정교한데
댐퍼의 작동감이 기교 없이 깔끔해서
군더더기나 여진이 별로 없게 느껴진다.
운전해본 느낌으로 뒷좌석 승차감을
대략 유추하자면, 뒷좌석 승객한텐
디 올 뉴 싼타페가 충격을 제일 적게 넘기고
그 다음이 그랑 콜레오스, 그리고 더 뉴 쏘렌토.
티구안의 감각에서 살짝만 부드러워졌는데
전 좌석의 승차감이 상당히 탈만해졌다.
하이브리드 차량인 만큼
감속 시 회생 제동으로 에너지를
다시 회수해 배터리를 채워야 하는데
회생 제동의 작동은 좀 더 부드러웠으면 한다.
지금 상태론 '아 이거 회생제동 걸리네'라고
알 수 있을만큼 브레이크를 사용한 제동과
확연한 제동감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일관된 제동감을 보여주고 있진 못함.
이런 분야의 갑은 메르세데스-벤츠인데.
좋은 승차감에 기여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시트의 가죽인데, 그랑 콜레오스는
특이하게 '나파 인조가죽'이란다.
나파 가죽이면 나파 가죽이지
인조 가죽인데 나파는 뭔가.
잠깐 가죽 이야기 하고 넘어가자면
나파 가죽이란 원래 미국의 나파 지역에서
생산되는 부드러운 송아지, 양가죽을 뜻했는데
오늘날에는 그냥 부드러운 고급 천연가죽을
나파 가죽이라 대충 퉁쳐서 표현하고 있다.
아무튼 나파 가죽은 천연 가죽의 일종.
근데 그랑 콜레오스는 나파 인조가죽이라니까.
나파와 인조는 원래 한 단어에 붙을 수 없다.
인조가죽은 천연가죽이 아니니까.
이것도 말장난이나 다름없는 사기인데
역시 출신이 중국이라 그런지 사기에 능숙함.
그와 별개로 그랑 콜레오스의
'나파 인조가죽'의 가죽 질은 양호하다.
나파라는 단어를 갖다붙이기 위해
인조가죽 치고 매끄럽게 가공했는데
이게 안료를 두껍게 많이 써서인지
가공을 그렇게 한건지는 자기들만 알겠지.
저번 둘러보기 게시글에도
오디오에 대한 후기를 남겼었는데
그랑 콜레오스의 10-스피커 BOSE 오디오는
이전의 르노삼성 차량들의 BOSE와 달리
쨍하고 선명한 맛이 하나도 없다시피하다.
내 글들 중에 가끔가다 언급된
'일본계 차량들이 BOSE를 채택하면
원래 BOSE 성향답지 않게 청명하고
시원한, 쨍한 소리가 난다'라는게 진짜다.
비단 닛산 뿐만 아니라 마쯔다도 그렇거든.
이젠 그냥 원래 BOSE답게
베이스를 철퍽철퍽 대충 강하게 때리고
보컬은 뭉개지는 그저 그런 물건이 됐다.
전장 시스템 자체가 지리의 씽유에L에서
그대로 넘어왔을 터이니 그럴 만도.
이런 곳에서도 중국산인 티가 분명히 난다.
더 뉴 쏘렌토는 KRELL 오디오가
전반적인 음역대간의 균형이 개선되고
고음을 덜 날카롭게 다듬어서 개선이 됐는데
그랑 콜레오스는 르노 딱지 붙은게 민망하게
소리 품질이 떨어져서 쏘렌토보다 못함.
똑같이 BOSE 딱지가 붙어있는
디 올 뉴 싼타페의 옵션형 오디오가
중저음, 중음역대를 힘차게 밀어줘서
그랑 콜레오스의 BOSE보다 더 낫다.
추가적으로 타면서 불만이었던 건
HUD가 주간 주행시엔 별 문제가 없다가
터널 등에 진입하면 갑자기 표시 정보 주변에
마치 LCD 화면으로 까만색 띄워놓고
어두운 방에서 보는거같이 허여멀건
백라이트가 들어오는듯한 흔적이 남다가
몇 초 지나서야 깔끔하게 텍스트만 남는다.
요즘 세상에 컴바이너 타입도 아닌데
이런 HUD 거의 없지 않나.
평상시에도 표시되는 정보가
그다지 선명하지 않은 건 함정.
HUD와 BOSE 오디오 모두
iconic / esprit Alpine 트림에서
각각 선택할 수 있는 개별 옵션인데
100만원과 115만원 돈 값을 못 한다.
그랑 콜레오스의 기본 오디오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한 번 들어보고 싶네.
HUD가 어두운 환경을 만나면
보기 편하게 바뀌는 데 생기는 딜레이를 비롯해
그랑 콜레오스에 탑재된 소프트웨어가
아직 완벽히 다듬어지지 않은 버전이란
이야기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는데,
사활을 걸었다는 차량이 이렇게 미완성인 채로
그대로 출시되어도 되는 것인지 난 의문이다.
어차피 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추후에 인터페이스도 한 번 갈아엎어줬으면 한다.
터치스크린 내 각종 버튼들과 항목들이
운전하면서 누르기에 너무 작다.
이건 스마트폰이 아니예요 이 양반들아.
르노 삼성 시절 그렇게 욕먹던 S-Link는
최소한 각종 메뉴들이 큼직큼직하기라도 했음.
음성인식을 쓰라고 이렇게 해놓은건가?
음성인식으로 모든 게 다 되는 건 아닌데.
그래서 종합해보면
그랑 콜레오스 E-TECH 하이브리드는
마치 테무에서 주문한 티구안같은 느낌.
분명 티구안을 여러 부분에서 닮았는데
정확히 티구안이 그대로 배송됐다기보단
비슷하게 만든 복제품이 온 듯 하다.
겉 보기와 달릴 때의 느낌은 정말 흡사해서
요즘의 그 '진퉁과 구분 어려운 짝퉁'
그런 물건들과 비슷하다고 해야할까.
근데 테무에서 사면 그런 건 감수해야지.
중국에서 뭘 샀으면 정품일 거라고
100% 확신하긴 어렵잖아.
테무는 알리익스프레스보다도
불량일 확률이 높고 품질이 낮은데
바로 그 부분이 그랑 콜레오스의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지 않나 싶다.
다만 테무에서 사면 확실하게 싼데
그랑 콜레오스는 쏘렌토보다 조금 싸고 말았네...
이럼 쏘렌토 사지...
+
테무 이야기를 꺼냈지만
그랑 콜레오스는 사실 오픈마켓에서
중국에서 물건 떼다 비싸게 파는
보따리상하고 완벽하게 들어맞는다.
그랑 콜레오스는 중국차 씽유에L을
대충 국산차로 세탁해서
중국 현지보다 가격을 더 받고 팔잖아.
이런 전략이 성공하면 향후
중국차의 국내 진출 및 위협이 거세질건데
지금까진 중국에 대한 전 세계인의
낮은 신뢰도에 의해 고가 물품은
중국산이 점령하지 못했다만
이런 눈 가리고 아웅 식의 택갈이 중국차가
국내에서 성공한다면 점차 중국 회사가
국내 시장마저도 야금야금 먹어치울 것.
그랑 콜레오스는 그래서 본보기로
무조건 실패해야 함. 꼭 망했으면.
차량에 대한 후기는 최대한 객관적으로
느낀 바 그대로 적으려고 노력했으니
마지막에 사족은 내 맘대로 쓸 거야.
내 블로그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