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에 구형 박스터(987)를 타보고
이걸 과연 매일 타고다닐 수 있을까
3천만원대로 포르쉐를 손에 넣을 수 있을까
그런 글을 남겼던 적이 있는데
이번엔 데일리카(?)로 많이 쓰이고 있는,
도로에서도 어렵잖게 목격 가능한
현행 718 박스터(982)이다.
이 718 박스터는 2016년에 데뷔해서
벌써 8년째 신차인 상태로 판매중인데
곧 등장할 차세대 박스터는
전기차로만 출시될 예정이라서
엔진이란걸 달고 판매되는 마지막 모델.
국내의 경우 이 718 박스터 라인업은
현재 GTS 4.0 모델만 판매중이고
그마저도 단종까지 계속 입항될 물량이
진작에 전부 계약이 끝난 상태라
신차로는 구입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리고 이 글의 주인공,
4기통 터보 엔진을 얹으면서
큰 논란이 되었던 기본형이자
포르쉐 중에서 제일 저렴*하면서
뚜껑까지 열리는 모델 718 박스터.
안그래도 운동성이 뛰어난
미드쉽 후륜구동 포맷인데
엔진 무게까지 다운사이징으로
덜어낸 덕분에 퍼포먼스론
거의 완전체가 되었다.
하지만 포르쉐 내에서의 위치 탓에
포르쉐가 부쩍 도로에 많아진 요즘
패션카로 주로 사용되어서
그 명성에 먹칠을 하기도 했는데,
과연 이 718 박스터가
많이 알려진 대로 정말 패션카일까?
아니면 정통 스포츠카 레시피를 따라
제대로 만들어진 진짜 스포츠카일까?
718 GTS 4.0때문에 세간의 관심에서
많이 밀려난 이 718 박스터를
2024년 연말에 다시 만났다.
*마칸은 폭스바겐이니 포르쉐가 아닙니다
디자인부터 따져보면,
나한텐 이 718 박스터의 디자인이
역대 박스터 디자인 중 최고다.
특히나 스포츠 디자인 패키지가
들어가지 않은 이 기본형 외장은
정말이지 깔끔하면서 군더더기가 없다.
때론 맹해보이고 자극이 없어서
별로 선호하지 않는 이들도 많지만
난 정말 이 디자인 취향저격.
휠 또한 내가 좋아하는
19인치 박스터 S용 휠이 장착돼있다.
미관상 내 선택은 단연
타보고 나니 과연 20인치를 껴도 될까 싶다.
그래서 이 19인치 휠이 여러모로 최선.
718 박스터 GTS 4.0은
GTS이기때문에 외부의 장식들이
전부 무광 검정색으로 덮혀있고
스포츠 디자인 패키지가 기본인데
난 그런 점이 매우 불만이다.
P O R S C H E 레터링 뱃지와
718 Boxster란 레터링이
크롬으로 달려있어야 눈에 띄고 이쁘지.
딱 한가지 내 바람이라면
이 외형에서 테일램프만
스모크 옵션을 선택해서
빨간색 없이 테일램프 내부가
회색으로 투명하게 된 그 옵션
그것만 추가해서 넣고 싶다.
내 기억에 국내에선 옵션가가
80만원인가 했었던 것 같다.
실내는 거의 뭐
역사와 전통의 포르쉐답게
구형들과 거의 동일하다.
오히려 바로 직전 모델(981)보다
원형에 가까운 송풍구 디자인 탓에
전전 모델(987)에 더 유사하게 느껴짐.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더 세련되게 다듬긴 했다만,
타보면 그냥 늘 보던 포르쉐다.
극성 포르쉐 매니아 아닌 이상
차이점을 일일이 찾아내긴 어렵다.
난 이 실내 디자인이 2024년인 지금엔
꽤나 클래식하게 느껴져서 좋은데
구식같다며 싫단 사람들도 있더라.
하기사 우려먹은 기간이 얼마인데
클래식하게 느껴지는 게 당연함.
시트는 완전 기본형
2way 스포츠 시트.
앞뒤로 당기는 것은 수동,
등받이 조절만 전동이다.
늘 밝혀왔지만 난 너무 옥죄는
스포츠 시트 플러스보다는
기본 스포츠 시트가 더 좋다.
그래서 내 선택은
메모리가 포함된 풀 전동
스포츠 시트(14way).
솔직히 기본적인 시트 품질,
착좌감이나 신체 지지력은
2way짜리 공짜 시트나
돈 받는 풀 전동 14way 시트나
거의 동일하기 때문에
내가 봤을때 포르쉐 이놈들이 일부러
차이를 벌리기 위해서 기본 시트를
앞뒤 조작도 전동인 4way가 아닌
등받이 조절만 전동으로 되게 한
2way로 맞춘 것 같다.
어차피 2way라도 전동 조절 기능이
들어가긴 했기 때문에,
14way 대비 대단한 경량화도
되지 않아서 별 의미가 없거든.
14way가 시트 메모리도 되고 좋다.
이 718 박스터에서
제일 화젯거리가 된 엔진은?
이 수평대향 4기통 가솔린 엔진은
이름이 MA2.2로, 터보가 장착됐다.
일단 4기통으로 기통 수가 줄은 것도
논란이 될 법 한데 거기다가
스포츠카에서 문제시되는 터보까지.
박스터가 태초부터 4기통을
쭉 얹어왔다면 논란이 아니었겠지만
소리가 좋기로 유명한 수평대향 6기통을
쭉 쓰다가 환경규제에 맞추겠답시고
4기통 터보 엔진을 갑자기 얹었으니
사람들이 들고일어날만 함.
나는 정통 스포츠카 마니아니까
그 관점에서 우선적으로 설명하면
이건 정말 이런 스포츠카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엔진이다.
718 박스터에 얹힌 MA2.2는
최고 출력 300마력 @ 6500rpm,
최대 토크 38.8kg·m @ 1950 - 4500rpm
이라는 상당히 높은 성능을
1988cc란 낮은 배기량으로 낸다.
난 스포츠카라면 당연히
악셀을 최대한 밟아가면서
엔진의 전 회전영역을 다
죽어라 쥐어짤 수 있어야 한다고
그게 스포츠카라고 생각하는데
이 차는 엔트리급인데 터보가 달려
초반부터 토크가 너무 세기 때문에
일반 도로에선 출력이 과하다.
정말 경험해보지 않은 이들은
애걔, 겨우 이정도로 싶겠지만
MR 차량을 일반 도로에서
300마력쯤 되는 출력을 다 쓴다는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님.
특히 이건 터보가 달려있어서
자연흡기처럼 피크 출력이 센 게 아니고
초반부터 토크의 폭격이 이어지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운전하는 방법과
차량을 즐기는 방법이 달라졌다.
전작인 박스터 S(981) 3.4는
4500rpm이 되어서야야
최대 토크인 37.7kg·m이 나오는데
여기선 이미 최대 토크가 다 나오고
토크가 슬슬 떨어지기 시작하는 시점.
더 놀라운 건 이 718 박스터가
7500rpm에서 그 구형 박스터 S와
거의 동일한 토크를 낸다는거다.
이 MA2.2 엔진의 레드라인이 7500rpm.
그러니까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 718 박스터는 2000rpm부터
거의 내리 구형 박스터 S의
최대 토크 이상으로 쭉 밀다가
6000rpm 넘어서도 비슷하게
계속 밀어준다는 뜻.
이게 제로백 수치 자랑하기에는 좋겠다만
진짜 스포츠카용 엔진? 글쎄.
너무나도 전 영역대가 일관되게
계속 강력해서 SUV에 더 어울린다.
이 비교가 같은 엔트리급끼리도 아니고
이 718 박스터는 제일 기본형,
바로 전 세대는 박스터 'S'다.
난 스포츠카에는 회전수를 끌어올려
파워를 있는 힘껏 쥐어짜는 스릴과
극적인 드라마를 운전하며 연출하고 싶다고.
그리고 무엇보다 소리.
이 MA2.2 엔진의 특징이
난 의외로 3000 - 4000rpm에선
묵직한 바리톤 사운드가 좋았는데
6000 - 7000rpm에서의 소리와
공회전시의 소리가 끔찍하다.
차에 시동 걸어놓고 내려서
배기구에 귀를 대고 들어보면
난 이게 디젤차인지 포르쉐인지
도저히 분간이 안 될 정도였음.
스포츠카라면 당연히
회전 한계점 근방에서
자주 놀게 될 것이고,
그럼 고회전의 소리가 중요한데
고회전에서 소리가 엉망이면
스포츠카를 운행하면서 누릴법한
큰 즐거움 하나가 사라진 것 아닌가.
내 블로그 정독했으면 알겠지만
난 6기통 원래 별로 좋아하지 않음.
경량화와 운동 성능 확보를 위해
대부분의 차량엔 주로 3기통이나 4기통,
혹은 아예 완전 다기통으로 갈거면
8기통과 10, 12기통으로 가자 이 논리였다.
실체가 불분명한 '다기통 감성'이
솔직히 말해서 일반인들 수준에서
그나마 6기통이 만만하게 누림직하니까
자꾸 6기통에 매달리는 것 같은데
세상에는 더 좋은 물건이 많답니다.
정말 그랜저 3000cc급 타면서
6기통 감성을 논하는 것 만큼
우물 안 개구리를 셀프 인증하는 게 없다.
박스터는 얘기가 조금 다름.
아, 박스터는 정말 6기통이 필요하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렇다 해서 718 GTS 4.0을 사느냐,
그것도 사실 전혀 아니다.
최근 차량들은 GPF(가솔린 미립자필터)가
장착되어 소리가 먹먹하니 형편없다.
빌어먹을 환경규제 탓이지만 어쩌겠어.
지구가 이제 정말 멸망할 것 같은 낌새인데.
정답은 바로 이전 세대(981)을 사는 것.
987 세대 모델들은 엔진에 직분사가 아닌
멀티포트 분사방식을 썼고
배기량도 여유가 있어서 그런지
걔네들도 자연흡기 치고는
저회전에서의 파워가 넉넉해서
평소에 회전수를 전혀 쓰지 않아도
끌고다니기 충분하다 싶었었다.
결국 981의 중고 가격이
철옹성같이 아직도 정신나간 수준으로
절대 떨어지지 않고 있는 게
다 이유가 있는 것이었음.
하지만 기술력 자체만 놓고 보면
정말이지 딱 이 말 한 마디로 정리 가능.
'터보 엔진도 포르쉐가 만들면 다르다.'
난 이제껏 회전 한계점까지 이렇게
바람이 빠지는듯한 터보 엔진 특유의
흐물거리는 느낌이 전혀 없는
그런 엔진을 경험해본 바 없음.
7000rpm 언저리까지 토크가
계속 팍팍 나와서 놀라울 정도였다.
엔진 리스폰스 자체도
명실상부 듀얼 클러치 변속기계의
최강자 PDK와 맞물려서
2리터 엔진 중에서 최고 수준.
PDK 이야기는 잠시 뒤에.
최근 메르세데스-AMG가
마찬가지로 2000cc급 4기통 가솔린 터보인
M139L에 일렉트릭 컴프레서를 넣어
터빈을 전기 출력을 통해 돌려서
터보 랙 감소 및 엔진 리스폰스 개선을
상당히 많이 이루었는데,
이 718 박스터는 그런 것 없이도
거의 근접한 수준의 리스폰스가 나온다.
신형 메르세데스-AMG GLC 43을 타고
큰 폭의 엔진 반응성 개선에 감탄했었는데
이미 포르쉐는 8년 전에 그만큼 달성.
이런 면모들을 보았을 때,
패션카로서는 더없이 쓰기 좋아졌다.
패션카는 타고다니기 불편하면 안 되는데,
저회전에서의 파워가 보통 약한
고회전에 몰빵한 스포츠카들과 달리
718 박스터는 타고다니기 아주 편하게
낮은 회전수에서도 부드러운 가속이 가능함.
길거리의 사람들이 쳐다볼 때
'포르쉐를 타고다니는 나'를 봐야지
'시끄러운 놈'을 경멸의 눈빛으로
대충 째려보면 되겠나?
이 차는 저번 구형 박스터와
동일하게 옵션이 별로 없다.
실내 사진 봐서 알겠지만,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도 없고
PASM(전자제어 서스펜션)도 없으며
스포츠 배기 및 PTV(포르쉐 토크 벡터링)
이런 주행 관련 옵션이 전혀 없다.
그런데 난 그런 게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함.
일단 앞서 말했듯이 이 718 박스터는
스포츠 크로노 없이도 출력이 세고
스포츠 플러스 모드가 딱히
필요가 없을 정도로 스포츠 모드에서
PDK가 완벽하게 딱 맞춰 변속해준다.
트랙에서 차량을 사용할거면
스포츠 크로노가 필요하겠지만,
난 그러진 않을 것이기 때문에.
스포츠 배기는 논외로 치고
PASM의 유무가 사실 중요한데
이 차량은 PASM이 없어서 기본값이
생각보다 댐퍼가 탄탄하다.
하나의 설정으로 모든 상황을
전부 대응해야 하니 그렇겠지.
근데 박스터란 차가 주는 즐거움을
누리는 데에는 마찬가지로
딱히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뒤에서 이야기 할
'포르쉐를 왜 타는가'
여기에 수많은 좋은 옵션들이
얼마나 비중을 차지하나
늘 타고나서 생각해보면
1%나 될까 싶거든.
우리나라 사람들은
'국민 옵션'이라면서
마치 안 넣으면 큰일 날 것 처럼
오만 옵션을 넣을 것을 권유하는데
이게 마칸, 카이엔, 파나메라,
타이칸처럼 가짜 포르쉐면 모르겠으나
포르쉐의 스포츠카 라인업을 구매하면
그런게 과연 의미가 있나 난 싶다.
아마 이렇게 말하면 욕 많이 먹겠지만
난 그렇게 생각함. 정말이다.
PASM 얘기 꺼낸 김에
바로 이어서 승차감.
일단 포르쉐 차량들은
선택할 수 있는 옵션들이
너무나도 많아서 단편적으로
승차감이 좋고 나쁘다를 따지기
사실은 굉장히 어렵고, 불가능하다.
이 차량 기준으로 말하겠다.
스포츠카 중에서도
이 718 박스터는 생각보다 탄탄함.
사람들이 스포츠카라고 하면
무조건 단단할거라고 생각하는데,
정말 그건 말도 안 되는 큰 착각.
대다수가 오리지널 스포츠카가 아닌
승용차 기반의 고성능차(M, AMG)를
경험하고 그런 생각을 하는 듯 한데
그 차량들은 일반 차량들과
많은 부분을 일단 공유하고 있고,
또 일반 차량들을 기반으로 만들었기에
순수 스포츠카들보다 무게가 더 나가
이를 받치면서 + 주행 성능을 확보하고자
서스펜션이 단단해질 수 밖에 없는 것.
처음부터 스포츠카로 제대로 설계된
내가 계속 언급하는 '진짜 스포츠카'는
그런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롭다.
그런 스포츠카들 중에서
718 박스터는 기본형 치고도
특히나 댐퍼가 조금 탄탄한데,
깔끔하지 않은 노면을 달릴 때
억 소리가 날 정도이긴 하나
또 용서가 불가능할 정도는 아니다.
다만 조수석에 탄 여자친구나
와이프한테 욕 먹을 가능성은 높음.
휠 인치수가 19인치라서 그렇다기보단
기본적인 댐퍼 설정값 때문이다.
이래서 PASM는 돈을 주고 골라야 한다.
PASM이 필요한 이유는 이거다 :
주행성능이 아니고 승차감 때문에.
PASM이 빠진 이 단일값은
스포츠성과 승차감의 중간 지점 정도로
대부분의 제조사가 설정하는데,
718 박스터의 경우 내 보기에
포르쉐가 스포츠성에 조금 더 치우쳐서
기본 서스펜션 설정값을 만들었음.
방금 위에 PASM 필요 없다며?
내가 그래서 단서를 달아놨다.
'포르쉐란 차량을 즐기는 데'
PASM은 딱히 필요하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포츠카에
이런 서스펜션 옵션을 넣으면
'더더욱 완벽해진 스포츠카와
스포츠카를 운전하는 경험'이
될거라고 생각하지만 전혀 아님.
PASM은 승차감 때문에 필요함.
저번에 탔던 박스터(987)는
PASM 옵션이 달려있었는데,
그때 내가 일반 도로에서는
PASM 스포츠를 놓으면 너무 단단해서
안그래도 민감한 MR 차량이
지나치게 튄다고 말했었다.
트랙에 진입한 것이 아니라면
PASM 스포츠는 쓸 일이 없다.
단순히 튀어서 불편한 걸 넘어서
차를 어디 갖다박기 딱 좋음.
이 차량에 장착된 타이어는
제너럴 G-맥스 AS-07로
피렐리의 P Zero 올 시즌과 유사한
올시즌 컴포트 타이어이다.
난 제너럴이란 타이어 회사를
이번에 생전 처음 알게 되었음.
저번엔 대만산 난강타이어, 이번엔 미제.
차와 그다지 궁합이 맞지 않다만,
또 패션카로서의 박스터에는 어울린다.
하지만 이 차량의 승차감 전반에서
타이어의 비중은 그리 높지 않게 느껴진다.
이 차가 탄탄하게 느껴지는 이유 중
또 하나는 전작들보다 차대 강성이 올라서.
차대 강성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탑승객이 탄탄하게 느끼는 경향이
많은 이들의 예상보다 짙은데
컨버터블 치고는 차대 강성이 좋다.
구형 박스터들에 비하면 현저하게 좋음.
하지만 718 박스터는 이미 데뷔한지
8년이나 지난 2016년의 차량.
최근 출시되고 있는 차량들에 비하면
또 차대 강성이 다소 모자라게 느껴짐.
참 이게 딜레마이다.
뜬금없는 차량의 실용성.
저번엔 기내용 캐리어(20인치)를
전면부 트렁크에 넣었어서
별 무리 없이 그냥 들어갔는데
이번엔 일정이 길어서 여기에
28인치 캐리어를 들고왔음.
호기심이 생겨 프렁크에 넣었는데
정말 아슬아슬하게 안 들어가더라.
강제로 집어넣다 캐리어 바퀴 부러질 뻔.
집어넣은 상태론 튀어나온 바퀴 때문에
본네트? 트렁크?가 닫히질 않음.
역시나 무리하지 말고 기내용 사이즈만 넣거나
포르쉐랑 콜라보한 리모와를 사던가 해야 함.
뒷 트렁크는 프렁크보다 더 좁다.
일단 높이가 굉장히 낮아서
침대 매트리스 수준의 높이보다
살짝 더 높은 수준이라 두꺼운 짐은
적재가 거의 불가능하다시피 하고
여긴 엔진 열이 올라오기 때문에
채소나 기타 음식물류는 적재를 지양해야.
난 차에서 먹을 간식이나 좀 던져놨었다
좀 이동해서 간식 꺼내려니 미지근해져서
그 다음부턴 과자조차 안 넣어뒀다.
난 내가 박스터 뒷 트렁크에
앉아서 양반다리할 면적 정도는
될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음.
박스터 너무 오랜만에 타서
뒷 트렁크가 이렇게 좁았나
내가 기억을 못했었나보다.
이 차량은 옵션이 별로 없는데
의외로 BOSE 오디오는 들어가있어서
들어봤는데 소리 품질이 그저 그렇다.
정말 전형적인 BOSE같은 소리가 남.
하기사 문짝 네 개 달린 가짜 포르쉐들도
BOSE 달아봤자 오디오가 그닥이었는데
이런 스포츠카에 뭘 기대하겠어.
BOSE답게 베이스가 철퍽철퍽
세게 때리려고 들면서 고음은 일찍 꺾여서
베이스를 줄여보니 줄이면 줄일수록
소리가 급격하게 답답해져서
베이스는 -1만 하는걸로 타협 봤다.
보통 이럴땐 중음과 고음을 올려서
균형을 맞추는 편인데,
중음을 건드는 미드레인지 설정이
아예 있질 않고 고음만 손댈 수 있어서
고음을 끌어올리니 중음역대가 눌림.
원래의 박스터라면 이런 오디오 대신
플랫 식스 악기가 바로 너 뒤에 있는데
엔진 소리나 열심히 들으라 하겠지만
이건 4기통 터보 박스터.
오히려 저번에 들어본
박스터의 깡통 오디오가 더 낫다.
대신 걘 볼륨을 절반 이상을 올리면
저음이 째지고 고음이 무너져서
적당한 볼륨으로밖에 못 들음.
톱 오픈하고 볼륨 크게 틀지 말라는
독일인들의 세심한 배려.
고속주행시엔 어떤가.
박스터가 비록 아우토반의 나라에서 왔지만
MR 포맷상 고속주행을 크게 고려한 차는 아니다.
엔진이 앞으로 나가면 나갈수록
차량의 직진성이 좋아지는데,
얘는 안으로 집어넣다 못해
아예 운전자보다도 뒤에 있으니까.
거기다 엔진이 수평대향이라
무게중심 자체도 아주 낮다.
고속주행에 불리한 여건만 왕창 가졌음.
그런데 이 718 박스터로
70 - 90mph(112 - 144km/h) 크루징 해보니
의외로 생각보다 굉장히 편했다.
PASM이 없는 기본형 서스펜션이라
살짝 탄탄한 축이지만 충분히
네 바퀴를 노면에 붙일 만큼의
포용력은 지녔다는 점이 놀랍다.
서스펜션보다도 이 고속주행 시의 안정감은
구형 박스터들 대비해서 크게 올라간
차대 강성에서부터 온다고 난 느껴진다.
구형 박스터는 안 그래도 옛날차라
차대가 약한데 오픈 톱 차량이라
더더욱 약해서 아슬아슬했다면
이제 그런 자잘한 흔들림과는 작별했다.
타이어 폭은 18, 19, 20인치 전부
동일하게 앞 235mm, 뒤 265mm.
PASM이 없는 기본 서스펜션으로는
너무 요철을 만나면 튀게 되어서
휠 사이즈가 큰 20인치에는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선택권이 있는
PASM이 사실상 필수라고 봐야 함.
718 GTS 4.0은 스포츠 PASM이 기본이라
차고가 기본형보다 20mm나 낮고
20인치 휠이 기본인지라
초고속 주행 시 각별한 주의 필요.
PASM보다 스포츠 PASM이
차고가 10mm가 더 낮음.
평소에 타면서 몇 가지 짜증나는 점.
카플레이가 작동하는 USB 포트는
센터콘솔 수납함 내부의 좁은 공간에 있는데
문제는 그 수납함 안쪽이 사실상
스마트폰 무선충전패드 케이스처럼
공간이 전무하면서 무선충전패드만 있단 것.
그러다보니 거기에 케이블을 꽂으면
케이블이 스마트폰 무선충전패드 위에
올라가서 패드와 닿게는데 이 패드가
그걸 이상하게 인식해서 열이 엄청남.
내가 이 차량 소유하면 아예
그 무선충전패드를 없애버릴 것.
PCM 버그도 상당하다.
카플레이가 됐다 안됐다 하더니만
어떨 땐 아예 인식이 안 됐고
시동 꺼서 문 잠그고 전장 전원이 차단됐다
새로 부팅되어야 정상적으로 인식되더라.
예전에 아우디 A6(C8) 탈때의
통신모듈 불량 증상과 동일한데
폭스바겐그룹 소속인걸 이렇게 티내나.
그리고 디스플레이의 잔상.
내 사진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예전의 LG G4나 G5가 생각남.
혹시 디스플레이 이거 LG가 납품하나?
이런 자잘한 불편함 없는 스포츠카는
마쯔다 MX-5인데, 걘 정식수입이 안 돼서.
아, MX-5의 BOSE 오디오는
오디오 품질도 아주 훌륭하다.
하지만 진짜 스포츠카 면모가
아주 없어진 것은 전혀 아니다.
718 박스터는 앞서 말했듯이
안 그래도 잘 도는 MR 포맷인데
엔진조차 4기통으로 더 가벼워져서
하이브리드 기술 등이 덕지덕지 붙어
점점 무거워지는 최근 스포츠카들 대비해선
깃털같은 가벼운 무게를 자랑한다.
마쯔다 MX-5나 알핀 A110가
더 가볍긴 하지만, 걔들은 평소에 타기
조금 너무 가벼운 감이 있다.
바람이 세게 불 때 그 차들은
110km/h 정도에서도 차가 막
바람에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이 들거든.
MR 치고 상당히 양호한
고속주행 능력을 가진 718 박스터가
이런 부분에서 확실히 경쟁 구도의
스포츠카들보다 두루 낫다.
718 박스터의 코너링은
거의 뭐 두 말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탁월해서 포르쉐 DNA가 어디 가지 않았다.
최고라는 평 이외에는 딱히
더 이상 할 말이 생각이 안 남.
718 박스터의 최강 장점이 이건데,
막상 할 말은 싱겁게 끝남.
짧게 이야기하지만 그만큼
718 박스터의 코너링과
운전자의 조작에 대한 차량의 반응은
매우 뛰어난 수준이다.
911보다 하위 차량으로 개발돼서 그렇지
포맷상으로는 MR이라 RR인 911보다
더 우수하니 급나누기 달인 포르쉐도
도저히 이 하극상을 숨길 수가 없는 듯.
근데 전자식 파워 스티어링은
정말이지 아직도 구제불능이다.
천하의 포르쉐도 EPS를
완벽하게 다듬기는 어렵나보다.
718 박스터는 또 출시된지
시간이 상당히 경과된 차량이라
포르쉐가 그간 여러 차량을 내면서
EPS의 완성도를 계속 올려왔는데
718 시리즈는 출시 당시의
그것이 그대로 들어가서 그렇기도.
유압식 파워스티어링 시절의
구형과 비교하면 솔직한 말로 '쓰레기'
718 박스터와 박스터 S의
큰 차이점 중 하나는
박스터 S에 들어가는, 911에서 가져온
스포츠 브레이크가 박스터엔 없단 것.
하지만 기본 브레이크도 훌륭하다.
상대는 포르쉐인데, 제일 기본조차도
당연히 이름값 하게 설계를 한다.
악셀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이
둘 다 묵직한 것도 역시 포르쉐.
이래서 포르쉐 포르쉐 하는구나.
또 다른 차이점은
다들 아는 엔진 배기량 및
출력 차이인데, 그것보다도
박스터 S의 2.5L 수평대향 4기통은
VTG(가변 터빈 지오메트리)가 적용됨.
이게 고회전에서의 토크 유지력과
저회전에서의 리스폰스를 개선한다는데
이미 이 718 박스터의 MA2.2도
터보차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고회전까지 토크가 쫙쫙 나온다.
나도 어릴 적엔 '당연히 S'라고 그랬는데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딱히.
생각보다 작은 차량 부피 덕에
시내를 돌아다니기 스포츠카치고 편하다.
전방위 시야도, 최저 지상고도
스포츠카라서 가지는 불편함이
정말 거의 없다고 느껴질 정도로
데일리카로 타고다니기에 충분하다.
앞서 얘기한 트렁크 공간 및
실내 수납 공간도 사실
스포츠카 치고는 큰 것이거든.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은
요즘 이 포르쉐조차 예전보다 너무 물러졌다.
사실 이건 독일차 전반의 문제이긴 하다만,
너무 중국 시장에서의 판매를 염두에 두고
모든 차량들을 덜 거칠게 만들지 않나
하는 생각이 이 차를 타면서도 들었다.
난 포르쉐를 정말 꼭 타야 할 이유가
차량의 뛰어난 운동 성능에도 있지만
문을 딱 열 때의 그 경첩 느낌,
시동을 걸 때 철컥 하고
크랭킹 소리가 쌩쌩 들리면서
붕 하고 회전수를 띄우며 시동이 걸리는
그 소리와 질감, 그 감동
모든 조작감이 묵직하고
무게감있는 그런 기계적 감성
이런 것 때문에 정말 사고싶은데
718로 오면서 너무 무뎌졌다.
거기에 한술 더 떠서
이젠 911에 풀 디지털 계기판?
난 그딴 차는 필요 없는데.
디지털 계기판이 필요하면
이번에 새로 나온 캐스퍼 일렉트릭이나
사면 딱 좋다. 계기판도 디지털이고
배터리가 가운데 무겁게 있어서
미드쉽 구성이잖아?
PDK 이야기를 이렇게
글 끝물에 쓰는 이유는
PDK가 정말 탁월한 성능과
평상시에 부드러운 변속감
이 양립하기 어려운 두 가지를
한방에 잡은 물건인건 나도 안다.
근데 지금 얘기중인 그
'물러진 독일차' 얘기에
PDK조차 예외가 아님.
이젠 너무 부드럽고 심지어
이 718 박스터는 과급기 차량이라
토크가 일찍부터 두툼하게 나와서
고단을 굉장히 빨리 물어버린다.
감속할 때 45mph(72km/h)까지
계속 7단을 물고있다 그 아래로 속도가 줄어야
그제서야 6단으로 단수를 내린다니
메르세데스-벤츠 차량들의 에코 모드가
생각날 정도로 굉장히 높은 단 위주로
변속 프로그램이 짜여져 있고
변속 시의 변속감도 너무 매끈하다.
스포츠 모드를 활성화해야
좀 적당히 빠릿빠릿한 변속 패턴.
난 이게 기본이고 스포츠 모드는
더 공격적으로 가야 할 것 같은데.
아 이래서 스포츠 크로노를 넣어야 하나?
크로노 넣으면 스포츠 플러스가 생기잖아.
크로노 필요 없단 말 취소.
이 글의 바로 직전 시승기인
폭스바겐 골프 GTI 글에도
DSG(마찬가지로 듀얼 클러치)가
변속감이 너무 부드럽다 그랬는데
포르쉐 PDK가 이러면 안되지.
이젠 박스터 GT4 이상급이나
911 GT3 이상급 가야 좀
예전과 같은 박진감있는 변속감이 나오니
점점 '포르쉐다움'을 즐기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올라가는 중.
포르쉐플레이션.
결론.
718 박스터는 패션카로 쓰이기에
너무 아까운 역량을 많이 가졌다.
저가형(?) 미드쉽 스포츠카의 대명사다운
엄청난 코너링과 기본형이어도
절대 빠지지 않는 브레이킹.
터보 엔진이어도 굴하지 않는
고회전에서의 짱짱한 토크와
여전히 탁월한 변속 속도의 PDK.
하지만 오리지널 스포츠카의 감각은
예전보다 꽤나 많이 희미해짐.
원래의 플랫 식스는 가슴을 뛰게 했었는데
718 박스터의 4기통 터보 엔진은
평정심이 들만큼의 걸걸대는 소리인데다
전자식 EPS와 부드러워진 PDK는
차량과 운전자가 정말 연결되어 있으며
교감하고, 함께 즐기고 있단 생각에
포르쉐 운전석에 앉으면 당연히 느껴야 할
부푼 감정들이 다 숨이 죽은 느낌이다.
그래서 이 718 박스터는
스포츠카인지 패션카인지
지금에 와서도 나도 결론을 못 내리겠다.
하지만 구형 박스터(981)을 사면
이런 잡생각을 할 필요가 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