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내가 이 블로그에서
볼보 욕을 엄청나게 해댔는데
그 이유는 딱 하나다.
볼보가 요즘 내는 차들이
하나같이 정말 쓰레기같아서.
한국인들이 주로 수입차를 구입하는 가격대에
처절한 승차감과 말도 안되는 배짱장사에
디젤 후려치는 소음까지 합세해서
최악의 평을 열심히들 기록했다.
볼보라는 회사 자체가 싫은게 아닌데
왜 이렇게 형편없는 차들만 나오는지.
중국 지리한테 먹힌 이후로
회사는 살아났지만, 아이덴티티나
볼보를 지탱하던 정신은
내가 보기에 다 죽었다.
난 소싯적에 볼보 C30도 사고싶었는데.
5기통 T5 엔진이나 야마하가 손봐준
4.4L V8같이 파워트레인부터 화끈했던
그 옛 볼보는 다 어디로 가고...
근데 그런 볼보 중에서도
유일하게 내가 눈독들이는 차가
딱 하나 있었으니, 바로 XC40이다.
이유는 물어봐도 설명 못함.
그냥 궁금했고 생긴게 귀엽고
정말 갖고 싶었다.
왜 살면서 이상하게 갖고싶은
물건 한 두개씩은 있잖아.
길 가다가 갑자기 이쁘다고 꽂혀서
샀는데 막상 집에 가져와보면
후회하거나 관심을 안 주게 되는
그런 이쁜 쓰레기들.
난 XC40이 주는 작은 차체에
과하게 우겨넣은 부담 없이
많은 걸 담아낸 느낌이 좋았고
볼보의 내외장 레이아웃이
이제 지겹다 못해 보기 싫은 나도
XC40의 실내와 외장은 좋았다.
그럼 해결 방법은 딱 하나.
타봐야지.
그래서 찾아온 XC40은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면서
이제 마일드 하이브리드가 적용되었고
여타 볼보처럼 T4, T5 등의 뱃지에서
B4, B5라는 새로운 트림명이 붙었다.
XC40 B4 AWD는 국내에 수입되는
유일한 XC40 모델이다.
XC40 리차지라고 전기차도 있지만
그건 전기차니까 논외.
지금 볼보가 내놓는 차들이
하나같이 마음에 안 들고 있어서
이 XC40만큼은 정말 괜찮길
운전석에 오르기 직전까지
진심으로 간절히 바랐다.
이렇게까지 멀쩡하길 원하는 차가
또 있었나 싶을 정도.
정말 이상하리만큼 내
본능적인 끌림을 이끌어내는 차라서
차량의 완성도가 받쳐주지 못하면
현실을 부정할지도 모를까봐.
걱정 속에 차량에 탑승.
우선 볼보 XC40 B4 AWD의
제원부터 간단히 살펴보면
볼보가 징하게 돌려쓰고 있는
4기통 1969cc 가솔린 엔진에
13마력짜리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조합되어 총 197(엔진) + 13 = 210마력이다.
8단 자동변속기는 아이신에서 사왔고.
하기사 볼보는 이전에도 5기통 디젤 D5엔진도
거의 모든 라인업에 폭 넓게 활용해서
폭스바겐 4기통 디젤 EA288을 뛰어넘는
돌려막기를 자랑했었으니
새로운 일은 아니다.
볼보의 CMA 플랫폼을 바탕으로
만들어져서 당연히 AWD임에도
전륜 구동 기반인 차량이다.
이 정도 체급에서 이제 후륜 구동 기반은
멸종됐으니, 이 부분은 넘어갈만 함.
Ultimate Bright는 트림명인데
XC40은 이제 기존의 모멘텀 / 인스크립션
대신에 Plus Bright / Ultimate Bright
두 가지로 나뉘게 된다.
희한한 작명센스인데
아무튼 오늘의 차량은 상위 트림.
운전석에 오르니 생각보다
이 쪼끄만 게 제법 SUV 분위기를 낸다.
오히려 윗급 XC60보다도 시트 포지션이
SUV에 좀 더 가까운 느낌을 줘서 신기하다.
시트는 매번 까는 최근의 볼보 시트답게
그닥 좋진 않았지만, 그래도 윗급 형님들보다
하극상인지 나한텐 한참 덜 불편했다.
볼보가 옛날엔 시트 정말 좋았는데
왜 지금은 이모양인지 납득이 잘.
차량 사이즈 대비 스티어링 휠은
직경이 약간 큰 편.
이래서 더 SUV스럽다.
경쟁 차량인 아우디 Q3보다
시트 가죽 질감은 월등하게 앞서고,
메르세데스-벤츠 GLB보다도 마찬가지.
다만 운전석 레이아웃과 종합적인
자세 및 배치는 GLB가 훨 낫다.
최근 '정통 SUV다움'에 꽂힌 나로서는
나쁘지 않은 시작이다.
시동 버튼이 다른 볼보들은
돌려서 거는 방식인데 반해,
XC40은 눌러서 거는 방식이다.
시동을 거니 여지없이 그
시끄러운 엔진이 활기차게 깨어난다.
매번 말하지만 메르세데스-벤츠는
M264와 M274 4기통 가솔린이
그렇게나 시끄럽다고 맨날 욕 먹었는데
이 볼보 모듈러 4기통 가솔린에 비하면
그건 정숙성이 압도적으로 좋은 엔진이다.
이건 그냥 디젤이랑 무슨 차이인지.
차급이 낮아 엔진룸 방음이 XC60보다 적어
정말 운전석에서 듣는 소리는
영락없이 거친 디젤이다.
근데 이건 알고 있었기 때문에
별다른 충격을 받진 않았는데
소리 뿐만 아니라 회전 질감도
상당히 거친 편에 속한다.
현대의 세타와 감마 엔진도
이정도는 아닌데 좀 심하다.
부드러운 엔진 회전질감을 원하면
4기통 가솔린 라인업 중에서는
폭스바겐/아우디의 EA888이 최강인데
Q3는 국내에 가솔린이 들어오지 않음. ㅎ
이러니까 니들이 안되는거야 망우디
GLB 250 4Matic의 M260 엔진도
음색과 파워 전개가 드센 편인데
그래도 XC40 B4가 제일 시끄럽다.
여기까진 그냥 괜찮아.
어디까지나 예상했던 범위 내라서.
조향감과 스티어링 무게감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타이어가 피렐리의 P Zero라
나한테 점수를 좀 먹고 들어가긴 했지만.
아주 선명한 노면 피드백 전달력은
아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도심형 SUV라
적당한 수준으로 전달을 억제시켜놨고
차량의 본분을 생각하면 조작에 의한
차량의 반응 수준도 무난하다.
이 부분에서는 현재 비교중인
GLB와 Q3 대비 전혀 밀리지 않아 체크.
순정 타이어 사이즈가 235/50R19인데,
좀 더 두툼한 폭의 물건을 장착하면
스티어링과 차체 움직임 모두
개선 혹은 안정화가 더 되지 않을까 싶다.
주행 관련 첫 번째 합격점.
주행 성능도 무난하다.
Q3처럼 견고한 느낌은 아니지만,
마찬가지로 SUV 타는 느낌을
꽤나 충실하게 내려고 노력했다.
나쁜 뜻으로 하는 말이 아니고,
작은 차체로도 은근한 SUV 느낌을 주는게
셀토스가 애쓰는 점과 얼추 비슷하다.
물론 셀토스는 이보다 한참 주행 질감이
형편없고 성능 자체도 떨어짐.
GLB가 MFA2 플랫폼을 가지고 너무 잡아늘려서
사륜 구동 모델조차도 전륜 구동 기반이란게
굉장히 티가 많이 나는 것에 비하면
한결 짧고 압축된 느낌을 주는게 좋다.
뒷 차축이 선회 시 따라오려는 의지가
그렇게까지 적극적이진 않지만
Q3보다 못할 뿐이지 준수하다.
차값이 두 배 가량 더 비싼 이보크가
비교불가하게 든든하고 안정된 느낌을 주지만
차량 가격 차이가 두 배나 나잖나.
고속에서의 안정감이 정말 의외로
볼보에서 예상하지 않았던 수준으로 괜찮다.
볼보 치고도, 소형 SUV 차급 치고도
경쟁 모델들보다 한 수 위라고 느껴진다.
아주 차분하단 느낌까진 아닌데
100~130km/h를 전후하는 실용 구간 내에서
특별히 흠잡을 곳을 찾기가 어려웠다.
S90 같은 차는 생각보다 튀는 편이고
휠베이스와 전장이 긴 게 오히려 이 측면에선
독으로 작용하는 데 비해 XC40은 작아서 좋다.
보통의 경우 휠베이스가 긴 차량이
고속에서의 안정된 감각을 전달하는데 유리한데
반대여서 다소 놀랐던 기억.
여기까지 들어보면 내가 바라던 대로
XC40이 상당히 괜찮은 차인 것처럼
느껴지지만 제일 중요한 부분이 남았다.
가장 걱정스러웠던 부문인 승차감.
여기서부터 이제 슬슬 단점이 올라오는데
나머지 볼보 차들과 똑같은 방식의
승차감 저하 및 불쾌함이 과할 정도로
적나라하게 운전자에게 전달된다.
1열도 이런데 2열은 도대체 어쩔 건지?
일반적인 간선 도로나 터널을 통과해도
우당탕탕탕 탑승객이 흔들리고
자잘한 잔충격과 큰 주파수의 강한 충격을
둘 다 가리지 않고 실내로 곧바로 유입시키는데
잔충격들이 올라오는건 타이어가
P Zero인 탓도 좀 있다.
난 피렐리 타이어들이 주는 짜잘하게
삭삭 노면을 긋는듯한 질감을 좋아하지만,
XC40은 차량의 나쁜 승차감을
더 악화시켜 탑승객에게 전달한다.
바꿔 말하면 차량과 타이어의 궁합이 엉망인
아쉬운 모습이다. 난 피렐리 좋은데.
이 차를 타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보편적인 소비자들에겐 승차감이
보통 차량의 주행 관련 요소 중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그간 생각해왔는데,
이런 차가 버젓이 팔린다는 건
(비단 XC40 뿐만 아니라 최근 볼보 전차종)
일반적인 프리미엄 브랜드 고객들한테
승차감도 전혀 중요하지 않은 것인가?'
어떻게 이런 승차감의 차가
요즘 세상에 이런 돈을 받아가며 팔리지.
방지턱같은 큰 충격이 들어올때
전륜이 진입하는 순간엔
약간 차분하지만 금방 차량 전체가
요동치고 흔들흔들. 불쾌하다.
이 차를 이유없이 좋아하는 입장에서
부정하고 싶은 승차감이었지만,
승차감 저하가 너무나 분명해서
뭉개고 넘어갈 수 없는 수준이었다.
엔진이 도는 과정 자체도
디젤 엔진같은 음색이 이미
예고하긴 했지만, 걸걸하니 거칠다.
그런데 가솔린 엔진 중에서
거친 음색을 가진 물건들은
대부분 디젤같이 초반부터 힘차게 밀어주는데
XC40 B4의 경우는 그런지도 잘 모르겠다.
8단 아이신 자동변속기가 부드럽긴 하지만
Q3의 경우 부드러우면서 동력손실도
거의 없고 힘차게 밀어주는,
다 가진 7단 S-tronic 듀얼클러치인데.
GLB 역시 8단 DCT가 적용되어 있고
정제되었단 느낌이나 깔끔함은
아우디만 못하지만 XC40의 공허하고
부족한 직결감보다는 크게 낫다.
엔진 자체가 롱스트로크 형태인데도
(보어 x 스트로크 : 82mm x 93.2mm)
변속기가 적극적으로 밀어주지 않아서
마일드 하이브리드까지 갖췄음에도
넉넉한 토크가 저회전부터 쫙
밀어준다는 느낌이 별로 없다.
이런 저출력(?) 소형 차량에
사륜 구동까지 갖춰서 그렇게
와닿는 것일지도 모르겠으나
충분한 파워를 원하면 B5 정도가 필요하다.
그런데 국내에 수입되는 XC40은
B4 파워트레인만 들어오고.
하지만 다 아쉬운건 아니었는데
의외로 중속(60km/h) 전후부터는
생각보다 꾸준히 밀어주는 느낌.
터보랙 자체가 확 와닿는 엔진은 아닌데,
터보가 제대로 풀 스피드로 돌기 전에는
약간의 답답함이 있는 것이 확실하다.
그 밖의 인테리어 디자인도
좀 낡은 느낌이 많이 들어서 별로.
이 레이아웃은 볼보가 전 차종에
꽤 긴 시간동안 많이 돌려쓰는 바람에
이제 지겹다. 아우디는 낡은 것 같아도
세부 레이아웃이나 디자인 큐는
차량들마다 다른데, XC40은 그냥
여느 볼보랑 별 차이를 못 느끼겠다.
인테리어가 주는 신선함은
역시 이 차급에선 메르세데스-벤츠.
볼보 하면 오디오가 유명한데,
그건 윗급 차종들에 해당되는 이야기고
XC40은 폴스타 2 등과 동일하게
하만 카돈 오디오가 들어가는데
난 일단 하만 카돈의 답답한 음색이 싫다.
차량 제조사를 막론하고 하만 카돈이 들어간
차량 중에 나한테 좋은 소리를 들은 건
지금까지로서는 BMW iX가 유일하다.
XC40의 오디오는 C-SUV
체급 수준에 딱 맞는 그 정도밖에.
Q3나 GLB 둘 다 오디오가 별로긴 하지만
XC40도 좋다고 말하긴 민망한 정도다.
오디오의 순수한 성능 자체도 그냥 그렇고,
음 표현력이 세밀하지 못해 듬성듬성 비었으며
음색도 퍼석퍼석 깝깝했다 아주.
FLO 및 T맵과의 연동은 좋지만
나는 애플 카플레이를 써서 별 소용이 없었고
구동 속도가 좀 더 빨라지면 좋겠다.
특히 계기판 그래픽 움직이는게 속 터진다.
프리미엄 브랜드라며. 언제 이거 개선할건데.
사이드미러 및 창문 스위치와 버튼들의
조작감도 그냥 평범했다.
이 부분은 이 체급에선
차라리 BMW와 아우디가 잘함.
내가 특이한건지 별 감흥이 안 느껴지는
오레포스 크리스탈 기어노브나
드리프트 우드트림은 원래
윗급 형님들만 쓰는 거였는데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면서
XC40까지 내려와서 적용되었다.
역시나 별 생각이 안 든다.
GLB의 소름끼치게 싼티나는
칼럼식 기어레버 소재보단 낫다.
마일드 하이브리드가 탑재된
볼보 차량들이 하나 좋은건
ISG가 작동하는 과정이 부드러워서
탑승객의 심기를 거스르는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인데, 난 ISG 자체를
쓰기 싫기 때문에 그냥 꺼버리는 편.
장점은 장점인데 나한테 안보이는거.
엔진 회전질감이 거친거야 나는
솔직히 참고 넘어가줄 수 있는데
승차감... 그놈의 승차감이
도저히 용납해줄 수 없는
역시나 걱정했던만큼 나쁜 수준이다.
오히려 승차감 가지고 욕 많이 먹은
1세대 코나(OS)가 이보다 훨 낫다.
난 경차를 제외하고는 어지간한 차는
끌고 하루에 1500km씩도 잘 다니는 사람인데
이 차로는 도저히 장거리 뛸 자신이
안 생기더라. 심각한 수준이다.
승차감이 좀만 더 좋았으면
이 어중간한 가격대에선 XC40 사겠다고
주변에도 말 많이 하고 다녔을텐데
진심으로 정말 너무 아쉽다.
다른 볼보 차량들은 이런 모습을
보이는걸 보고 '어휴 이거 쓰레기네'
하고 말았는데 이 차는 너무 아쉬움.
역시 사랑의 힘인지 문제점을 확인하고도
내 마음이 이 차에 들러붙어서
끝없이 질척거리고 있다.
지금 내 머릿속에 4~5천만원대 차량은
사실 살만한 차가 하나도 없는 상태거든.
정말 승차감만 아니었어도......
다른 볼보 대비해서는 장점이
그나마 꽤 보인 XC40이었지만
단단하거나 나쁜 승차감에 관대한 내가
봐주기 힘들 정도면 정말로 좀 그렇다.
꽉 잡으려고 하면 도망가는 사랑처럼
XC40은 놓치지 않고 싶었는데
결국 예상했던 문제들을 보여주며
소리없이.. 아니 시끄럽게 도망갔다.
이걸 가지고 만든 전기차인
XC40 P8 리차지는 승차감이 괜찮다는데
과연.
+
볼보를 유난히 빨아주는
일부 자동차 유튜버들
돈 받아먹고 양심 팔아먹으니
그런식으로 살면 좋냐?
씨밥세끼꼭꼭씹어들 드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