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에 반짝 인기몰이하다
어느새 폭삭 망해버린 XM3가
전화위복 차원에서 소소한 변화를 받아들이고
E-Tech라는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도
새롭게 갖추어 외연확장에 나섰다.
눈길을 잡아끄는 신차가 가뭄에 콩 나듯
거의 안 나오는 르노삼성에게 2023년 유일한
희망의 카드인 XM3 E-TECH 하이브리드.
XM3 자체가 원래 르노삼성의 와일드카드였는데
멍청이들이 시동꺼짐 등 품질관리에 실패하며
예전과 똑같은 실수를 반복해서 망했다.
반면 한국GM은 경쟁구도에 있는
트레일블레이저를 꾸준하게 파는 중이고,
현대기아차의 신형 코나(SX2), 니로(SG2)는
파격적으로 넓어진 실내와 화려한 옵션으로
노다지나 다름없는 소형 SUV 시장을 석권 중.
심지어 최근 한국GM이 출시한
트랙스는 파격적인 시작가격으로
일주일 안에 사전계약 1만대를 돌파하며
'현기 아니어도 잘 만들면 잘 팔린다'는
공식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고 있는데
르노삼성의 마지막 보루나 다름없는
친환경 파워트레인 XM3는 과연
이 대열에 합류해서 망해버린 XM3 라인업을
멀쩡한 수준으로 소생시켜줄 수 있을까?
사진은 이번 '2023 서울모빌리티쇼'에
시승 행사를 진행한 차량의 모습인데,
사실 나는 XM3 E-TECH와 이번이
두 번째 만남이라 낯설지 않다.
이미 별도로 타본 차량이라 굳이
세세하게 파헤칠건 아니지만,
확인해야 할 내용이 있어 다시 찾은 것.
확인 다 했으니까 이제 할 말 다 하겠다.
우선 나는 XM3의 경우
1.6 GTe, TCe260, 이번 E-TECH까지
모든 파워트레인을 겪어본 상태.
보통 이런 차량은 무슨 모델을 살까
추천을 글 중간에 섞어왔는데
XM3는.... 전부 사지 마세요.
바쁘면 여기서 뒤로가기 눌러도 됨.
하지만 이 차를 다루는 시승기이니만큼
XM3 E-Tech 하이브리드가 과연
어떤 차량인지 말은 해야겠지?
XM3 E-TECH 하이브리드는
1598cc 포트분사식 가솔린 직렬 4기통 엔진과
48마력짜리 모터, 20마력짜리 모터가 합쳐지며
이 셋을 클러치리스 멀티모드 변속기가 통솔한다.
이 시스템의 작동방식을 설명하고 싶었는데
내가 문과라 그런지 아무리 보도자료랑
각종 설명들을 뒤져봐도 이해가 안 된다.
내가 이해한대로 간단하게 말하자면
동력손실 최소화 및 파워트레인의 간소화를 위해
주 변속기에서 클러치를 제거하고,
직관적인 동력전달의 도그 클러치를 채택했으나
이 선택이 불러오는 단점인 변속충격을
최대한 완화하고자 보조 모터까지 더해서
일반적인 시스템과 달리 두 개의 모터가 장착된 형태.
순수 엔진출력은 빈약하기 짝이 없는 86마력이라
주요 경쟁 차종인 코나 / 니로 하이브리드 대비
19마력 처지지만, 합산 출력은 두 개의 모터 덕에
무려 1마력 앞선 142마력을 자랑한다.
이 글에서는
'그래서 이게 어떻게 받아들여질까'를
매 설명 후미에 덧붙일건데,
그 이유인 즉슨 소형 SUV 카테고리는
대표적인 저관여 소비자들로만
가득 찬 시장이기 때문이다.
차에 대해 많이 알지도 않고,
많이 알려고 하지도 않는
단순히 필요에 의해 구입하는 사람들.
연령대나 차량 운행 패턴에 따라
구입 목적은 당연히 다르겠지만
이 차급의 소비자들은 대부분 비슷하게
차량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지 않다.
심지어 차에 대해 잘 아는 사람조차도
소형 SUV를 구입하는 목적은 대개
가족 중 저관여 소비자용 차를 고르는게
사실상 전부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니까.
XM3 E-TECH 하이브리드 역시
이 포인트에 맞춰서 평가할 것이다.
그리고 이 포인트를 따졌을때
르노삼성이 얼마나 잘못하고 있는지
방금 얘기한 XM3 E-TECH 하이브리드의
다른 이들과 차별화되는 파워트레인 구조가
어떤 느낌을 주는지부터 말하자면 이건
이도저도 아닌, 아무것도 아닌 차.
일반적인 오래된 인식으론 하이브리드 차량은
운용 비용 절감을 위해 구입한다고 생각했지만,
계산기를 두들겨보면 내연기관 단독 모델 대비
차액을 회수받는 데 생각보다 굉장히 오래 걸려
현재는 하이브리드의 등장 초창기와
여러모로 구매 목적이 많이 달라졌다.
최근엔 정숙한 시내 주행 및 공회전 방지와
시름시름 아픈 지구를 살리기 위한 움직임,
남산터널 혼잡통행료 면제, 차량 5부제 회피에
더욱 초점이 맞춰진 상태.
높은 연비로 돌려받는다는 세간의 인식은
맞긴 한데, XM3 E-TECH가 특별히 나은 점은 없다.
아직 신형 코나 하이브리드(SX2)는 타보기 전이라
니로(SG2) 하이브리드 및 구형 코나(OS) 하이브리드랑
비교했을 때 시내연비에서 극적인 차이는 난 없더라.
적당히 타면 어렵지 않게 세 차종 전부
20km/l을 달성할 수 있었고,
심지어 살살 다니면 24km/l까지도 갔음.
XM3 E-TECH 하이브리드가 1-2km/l 정도
주로 앞서는 경향이 있긴 했지만,
운행 시점이 전부 제각각이라 오차를 감안하면
거의 엇비슷하다고 평가해도 무방할 수준.
고속도로에 오르면 오히려 현대기아차의
하이브리드 모델들은 30km/l에 근접했는데
XM3 E-TECH 하이브리드는 이보다 소폭 못했다.
'F1 기술이 접목된' 이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멀티모드 클러치리스 변속기는
운전하는 내내 굉장한 위화감만 남겼다.
말은 거창하게 F1 기술을 적용했다 하는데
F1인지 르망 24시인지 뭔지의 기술을 가져와봤자
차량의 실 운용환경에 맞지 않으면 무용지물이고
과연 그걸 주요 셀링 포인트로 둘 수 있는 것인지?
평범한 시내 주행 환경에서는 부드럽게 가속할 시
DCT같은 이질감이 살짝 거슬리는 형태.
오히려 코나와 니로 하이브리드가 DCT임에도
국민정서를 정확하게 꿰뚫는 현대차그룹답게
부드러운 변속감에 초점을 맞춰놓아
DCT가 주는 거슬림을 굉장히 억제시켜놨는데
되려 이 멀티모드 클러치리스 변속기는
변속이 이루어질 때 변속했다는 점을
운전자에게 꽤나 선명하게 전달하기 때문에
클러치가 없는데도 클러치가 두 개나 달린
이상한 느낌을 많이 줘서 희한했다.
DCT 특유의 울컥거림과 변속감을
사랑하는 나 조차도 느껴질 정도인데
이게 일반적인 소비자들에게 좋은 점수를
과연 받을 수 있을까? 나는 매우 의문이다.
일단 'F1 기술 접목'이 실 주행시
별로 와닿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지만,
르노삼성의 큰 문제 중 하나가 바로
여기서 딱 티가 나는데 정말이지 답답하다.
F1이 뭔지, 거기서 파생된 기술은
도대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소형 SUV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과연 알까?
"F1이 뭐예요?"라는 답변만 돌아오지 않을까.
F1이 뭔지 안다 쳐도, 연비 중심의 소형 SUV와
빠르게 달리는 F1 경주간의 이미지 괴리가 심해
과연 고객들이 매력을 느낄만한 요소인지 갸우뚱하다.
더 뉴 SM6때도 '알핀 엔진'이라며 TCe300 모델을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고객들은 알핀이 뭔지 몰랐다.
이런 멍청한 마케팅을 맨날 해대니까 홍보가 안되는 것.
내가 어김없이 같은 말을 했었는데
고작 경영학 학부생인 나한테도 한 눈에 보이는걸
매번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니 이건 실수가 아니라
회사의 역량이 이 수준밖에 안 되는 것.
가령 경쟁사인 한국GM은 트레일블레이저 런칭 당시
생소한 트레일블레이저 이름을 각인시키는,
처음 봤을땐 황당하지만 자꾸 보니 어느새
고객들의 뇌리에 '트레일블레이저'가 각인된
독특한 광고를 내보낸적이 있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잘 만든 광고 아닌가.
고객의 입장을 고려해서 광고를 집행하는게 아니고
회사의 입장에서 자신들이 가진 자산을 써먹으려
억지로 시도하는 광고를 컨펌해대니
매번 안되는 것이다. 일방통행.
변속기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물리적인 4단 변속기가 탑재되어 있어
엔진 구동 시 차가 엔진 회전수를 변속을 통해 조절하는데
4단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풀 악셀 및 엔진 구동을 통해
고속 영역에 오르면 마치 옛날의 CVT 차량처럼
엔진 회전수가 레드라인 근처에 계속 머무르며 가속되는
엔진이 터질거같은 소음과 위화감이 있었다.
코나와 니로 하이브리드는 6단 DCT 차량이라
별다른 문제 없이 가속되고 운행 가능한데,
XM3 E-TECH 하이브리드는 거친 가속 시 불쾌했다.
조용하고 나긋나긋한 주행과 스포티한 가속 모두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
'F1 기술 접목'이라며 온갖 유튜브채널에
돈주고 바이럴 돌리면 뭐 하나?
공식 보도자료랑 홈페이지에는 6단이라고 하지만,
엔진에 매칭된 기어비 4개 + 모터 기어비 2개라
실질적으로 엔진을 돌리는 것은 4단이다.
XM3 E-TECH 하이브리드가 내세운
또 다른 장점은 바로 '가장 전기차스러운 하이브리드'다.
시내 주행의 최대 75%를 EV모드로 다닐 수 있다는데
틀린 말은 아니다. 타보면 EV모드의 가동 시간이
확실히 경쟁사 차량들보다 길긴 하다.
그런데 타보면 왜 그런지도 한방에 알 수 있다.
회생제동이 일반 D 모드에서도 비교적 강하게 작동하고
에너지 회수율을 극대화하는 B 모드에서는
회생제동이 상당히 세게 걸린다.
현대기아 전기차의 회생제동 2단계 정도.
난 여지껏 현대기아차 뿐만 아니라
유수의 제조사가 만드는 하이브리드 차량들을
많이 경험해봤지만, 회생제동 설정값이
이렇게 세게 설정된 차량은 본적이 없다.
악셀 조절을 정말 부드럽게 한다고
이야기를 듣는 나조차도 적응하기 힘들었고
확 잡아당기는 느낌이 승차감 저하를 만들어
변속기와 맞물려 매우 불편했다.
전기차는 (제대로 운전할 시) 편안하고 매끄러운,
변속충격같은 불편함이 없는 것이 장점인데
이런 식으로 승차감을 떨어트리면
과연 '가장 전기차스러운' 하이브리드가 맞는 것인가.
니로 하이브리드는 전기차처럼
회생제동 강도를 운전자가 직접 설정할 수 있던데
이렇게 선택권을 주는 것이 훨씬 좋은 것으로 보인다.
내가 니로 하이브리드를 평가하면서
'빈자의 전기차'라며, 비싼 전기차의 차량 가격 대신
비교적 낮은 가격으로 전기차의 주행 느낌을 누릴 수 있는
그런 차량이라 평했는데 내 생각은 여전히 변함 없다.
전기차다운 하이브리드란 수식어는 XM3 E-TECH 말고
니로 하이브리드에 편안함 측면에서 훨씬 어울린다.
다른건 다 차치하고 EV모드 가동시간이 긴 게
차량의 장점이자 어필하고픈 내용이라면
'가장 전기차다운 하이브리드'라 말할 게 아니고
조용한 EV모드 유지 덕분에 신호등 앞 정차 후 재출발 시
뒤에 자고 있던 아이가 깨지 않는다던지 하는 광고가
더 어울린다고 나는 생각한다. 소형 SUV가
젊은 부부들이 많이 선택하는 차량이기도 하고.
그리고 애초에 전기차 구입을 고려하는 사람들은
전기차만 보는 경우가(예를 들면 나) 거의 대부분인데
'가장 전기차다운 하이브리드'는 누가 타겟인거지?
전기차 구입을 고려하는 소비자는 애초에
하이브리드 차량을, 특히나 XM3을 고려하진 않을테고
하이브리드 차량 소비자는 이제 XM3 E-TECH의
가격 보고 기절한 뒤 투싼/스포티지/K8 하이브리드로 갈 터.
전기차가 너무 사고싶은데 거주지의 충전 인프라 부족으로
전기차를 못 사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광고라 치면.... 글쎄.
좀더 폭 넓은 소비자층을 끌어안을 방법을 연구해야 될 듯.
이런 고객들이 PHEV라 일반 내연기관 차량으로
돌아서는 경우가 적진 않는데, XM3을 볼 사람들이
그 문제에 해당되는 경우는 별로 없어 보인다.
아무도 들어줄 이 없는 허공에다
자꾸만 사활을 걸었다고 외치는 꼴이다.
XM3 E-TECH는 My Sense가 적용된
다른 르노 차량처럼 주행 모드 설정이 가능한데
회생 제동 강도 설정이 이상한 지점을 발견했다.
회생 제동 작동값의 셋팅 에러가 또 있는 것이다.
주행 모드를 Sport로 놓게 되면
속도가 줄어들수록 회생 제동 강도가 세진다.
얼핏 말로만 듣기에는 스포티한 내연기관 차량의
강한 엔진브레이크 질감을 그대로 옮겼나 싶겠지만,
실제론 전혀 아니고 왜 이렇게 만들었나
르노는 뭐하는 놈들인가 싶을 정도로 희한하다.
산길이나 코너탈출 등 역동적인 주행이 주로 이루어지는
속도 구간은 차량마다 제각각 다르지만
일반적인 차량 수준에서 대개 45 ~ 90km/h 사이.
XM3 E-TECH의 회생제동은 이 구간에서는
코나, 니로 하이브리드보다 조금 센 수준이지
특이점을 찾을만큼 강력하게 걸리진 않는다.
그런데 빨간불을 보고 신호 앞에 정차하게 되면
30km/h, 20km/h 등 점점 속도가 줄면서 멈추게 되는데
이렇게 30 - 20 -10 - 0 구간을 거치면서
회생제동 작동량이 점점 강력해진다.
일반적인 차량들과 나머지 전기차들의 설정값과
완전히 반대되는 셋팅이라 당황스러웠고 불편했다.
난 그냥 평소에 다닐때도 Sport 놓고싶은데
이것 때문에 불편해서 억지로 Eco 놓게 되더라.
지금까지는 E-TECH 시스템이 만들어낸
특징....보다는 문제가 될 요소들이었고
지금부터는 차량의 구성이나 주행성능 이야기.
XM3은 소형 SUV 차급 내에서도
역동적인 주행성으로는 줄을 뒤에서 설 정도로
평범하기 그지없는 성능을 보여줬었다.
1.6 GTe나 TCe260이나 어느 하나
달리고픈 느낌이 들지 않았었고
한국 연구소에서 개발을 주도한 XM3와
르노차 그대로를 수입하는 캡쳐간의
주행 품질 차이가 현격하게 나서 아쉬웠었다.
XM3 E-TECH 하이브리드는 이제
유럽 현지에도 아르카나 하이브리드로 수출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별반 개선되지 않은 모습.
캡쳐는 지금은 비록 단종되었지만
국내에 수입될 당시에는 내가 보기에
트레일블레이저를 꺾고 가장 좋은 주행성을 선보였었다.
차대의 강성이 대단하게 느껴지는 트레일블레이저와
사뭇 다른, 쫀득하면서도 높은 SUV가 아니라
일체감 좋은 키 큰 해치백스러운 느낌이 강해서
일상 주행 시에도 편안하고, 기분이 좋았다.
반면 XM3는 캡쳐에 비해 훨씬 퍼석퍼석하고
무미건조한 느낌이 강해 평범했다.
하이브리드 모델은 약간 나아지긴 했으나
XM3가 그간 보여준 모습에서 멀리 나가진 못했다.
소형 SUV 소비층인 젊은 고객들이나
새롭게 떠오른 고객층인 중장년층은
사실 주행성능 이런거 별로 필요 없고,
승차감이나 운용 시 편리,편안함이 중요한데
XM3는 특별히 내세울만한 장점이 없다.
니로 하이브리드보다 승차감이 소폭 낫긴 한데
앞서 지적한 파워트레인 이슈 때문에
오히려 XM3 E-TECH가 더 불편했다.
니로 하이브리드는 출고 직후의 차량 상태와
서스펜션을 비롯한 하부 부품들이 길이 좀 든,
마일리지가 약간 쌓인 상태가 크게 다르던데
마일리지가 누적된 니로는 차량이 사방으로 튀는
문제가 많이 줄어들어서 XM3 E-TECH를 앞섰다.
'달린다' 라는 측면에서는 그 어떤 것도
XM3 E-TECH가 자신있게 내세울만한 게 없는 것이 결론.
르노삼성의 상품기획팀이 바보멍청이들이라고는
맨날 이야기했는데, 마지막으로 또 이야기하겠다.
학부생인 나도 '돈을 더 내면 더 낸 만큼의 확실한 보상'과
'동시에 내놓은 상품끼리 겹치면 안 된다'는 것은 배운다.
그런데 르노삼성은 지금 어쩌고 있나.
XM3을 통해 소형 승용차, 소형 SUV, 친환경차까지
두루 아우르고자 했던 전략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1.6 GTe, TCe260, E-TECH(이름도 제각각 난잡하지만 어쨌든).
XM3이 국내 생산이고 가격적인 메리트를
완전 수입차인 캡쳐 대비 가지고 있다면,
XM3는 1.6 GTe만 출시하는게 솔직히 옳았고
TCe260과 E-TECH는 더 비싸고 고급스러운
캡쳐를 통해서만 출시하는게 맞았다고 본다.
특히나 니로 하이브리드의 실내 감성품질이
그리 뛰어나지 않기때문에, 캡쳐의 화사하고
고급스러운 내장과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 맞물리면
니로 하이브리드와 가격이 비슷해도
경쟁사를 공격하고 자신의 강점을 어필할 일이 있었을 거다.
XM3 출시 초기에 LPe 모델도 나온다는 소문이 돌았는데
XM3는 1.6 GTe, LPe로만 만드는게
모델 구성에서 제일 최선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특히나 아반떼는 LPi가 가솔린보다 비싸기 때문에
가격적인 메리트를 얹어서 QM6 LPe처럼 팔면
최소한의 판매량 정도는 보존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쿠페형 SUV'는 일반적인 형태의 SUV보다
비싸게 파는 일반적인 공식을 따르면
XM3를 캡쳐보다 더 비싸게 팔아야 하지만
사실 생김새에서의 우위(?)를 제외하고는
캡쳐보다 나은 점이 단 하나도 없는 XM3는
차라리 이런 디자인에도 공격적인 가격책정임을
어필하는 점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내 결론은 XM3 E-TECH 하이브리드는
기존과 마찬가지로 실패한 상품기획.
망한 제품의 이미지를 회생시키기란 쉽지 않다.
LPe는 '유지비 절감'차원에서 하이브리드와
구매층이 겹칠까봐 안 만들고 있다는데
차값 차이와 법인용 차량 수요를 생각하면
사실 XM3에게 진정 더 필요한건 LPe가 아닌가 싶다.
르노삼성은 어떻게든 싸게 지금 팔아야하는 상태니까.
실제로 XM3의 판매 비중은 제일 저렴한
1.6 GTe가 압도적으로 높은 상태다.
비록 TCe260이 연료펌프 문제로
시동꺼짐 결함 탓에 인기가 박살나긴 했지만
사람들이 XM3을 높은 비용을 지불할만한
차량으로 보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XM3 E-TECH의 또 다른 문제,
차량 가격과 트림 구성이 또 눈에 확 띈다.
XM3 E-TECH는 풀 옵션 구성 시
3600만원을 넘는 가격을 자랑해서
아무리 하이브리드라지만 미친 가격을 자랑하고 있다.
니로 하이브리드도 가격이 미쳐서 내가 비난을 했는데
이 차는 위에 기술한 약점들을 가지고도
니로가 그렇게 매긴다고 지들도 그렇게 매겼다.
제정신인가? 정말 제정신으로 책정한 가격인가 싶다.
트림 구성도 정말 희한하게 해놨다.
RE와 인스파이어 두 가지 트림인데,
하위 RE 트림에선 통풍 시트와 9.3" 이지커넥트를
동시에 선택할 수 없는 말도 안 되는 구성이다.
앞좌석 통풍 / 뒷좌석 열선 vs. 9.3" 이지커넥트
둘 중 하나를 골라야하는 상황이다. 말이 되나?
국내 소비자들이 중요시하는 옵션을
기본으로 넣어줘도 시원찮을 판에,
(디 올 뉴 코나 하이브리드는 12.3" 내비가 기본)
둘 중에 하나를 골라야 하는 상품구성이라니.
이런 구성의 숨겨진 뜻을 내가 알려주자면
"RE는 절대 고르지 말고 무조건 인스파이어 사라."
원래 이렇게 노골적으로 상위트림을 유도하면
욕을 먹기 마련인데, XM3는 사람들의 관심 밖이라
욕도 안 먹는다. 역시 무관심이 제일 무서운 법.
인스파이어 트림에 통풍시트까지 갖추려면
블랙 통풍시트 패키지 II를 골라야 하는데
이럼 차량가격이 3502만원이 된다.
디 올 뉴 코나 하이브리드 프리미엄 트림에
스마트센스, 시트 플러스, 스타일, 컨비니언스까지
쫙 다 넣은 차(3490만원)보다도 비싼 건데
당최 무슨 자신감인지 알 수가 없다.
디 올 뉴 코나가 가격이 엄청 올랐다고
욕을 바가지로 먹었는데, 현기가 진짜 양반이다.
판매량이 안 나오고 입지가 좁으면
싸게라도 팔아야 되는거 아닌지.
QM6가 어떻게 성공했는지 지들도 알면서
이미지도 망가진 XM3로 차값도 올리다니
정신 못 차린 것이 분명하다.
XM3 E-TECH 하이브리드는 어디까지나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갖춘 'XM3'이기에
XM3가 가졌던 문제들을 동일하게 갖고 있다.
차량 부피 대비 실내 공간이 좁은 건 워낙 유명하고
이지링크 9.3"의 반응속도와 인터페이스가
답답한 것도 역시나 많이들 알려져있다.
내가 제일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은
운전 자세가 똑바로 나오지 않는 문제.
악셀 페달이 일반적인 형태의 각도로 달려있지 않고
납작하게 눌린 형태(보통 45도라 하면 얜 15도)라
악셀 기준으로 시트를 맞추면 제동 시
브레이크 페달과 자세가 맞지 않게 되고,
브레이크 페달을 기준으로 맞추면
악셀이 너무 멀리 앞에 있어 불편하다.
1.6 GTe를 타던 예전에는 내가 무뎌서
잘 못 느꼈는데, 최근 1.6 GTe도 다시 타보고
E-TECH도 타보니 모든 XM3가 다 이렇다.
운전의 기본조차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것이다.
운전대 조향감도 최근 들어 르노삼성 차량들이
쫀득함이나 정확함, 앞바퀴에 대한 정보 전달 및
노면 피드백 전달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후방배치된 배터리 덕분에 선회 시 차체의
움직임과 뒷바퀴의 움직임이 약간 차분해지긴 했지만
토션빔 방식인 티는 숨기지 못했고
니로 하이브리드 대비 후륜의 차분함이 떨어진다.
고속에서의 안정감도 마찬가지인데
현대기아차가 3세대 플랫폼을 도입하며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루어낸것과 대조되게
XM3 E-TECH는 그냥 평이하다.
제동감과 브레이크 페달 감도는
하이브리드 차량 치고 적당히 자연스러운 편이지만
다른 부분이 이상하게 와닿는 점이 많아서
운전자에게 그닥 체감되지 않는다는 것이 아쉽다.
그나마 한 가지 나은 점이라면
엔진이 포트분사식이기 때문에,
엔진 시동이 걸리는 시점에서의 거친 느낌과
직분사 특유의 갈갈거리는 엔진 소음은
확실히 현대기아차 출신 경쟁차량 대비 적다.
XM3는 이제 BOSE오디오 선택권이 없어져서
몇 안되던 장점마저 하나씩 없어진 상태.
니로 하이브리드의 하만 카돈은 평범하고
디 올 뉴 코나의 BOSE는 기대 이하라
오디오라도 좀 앞설 필요가 있는데
뭐... 더 이상 할 말이 별로 없다.
일반적인 사람들 시선에서 보면
디 올 뉴 코나 하이브리드가 역시나
새로 나온 차량답게, 그리고 동급의 기아차보다
나은 현대차답게 제일 나을 것으로 보이고
그 다음이 니로 하이브리드.
근데 디 올 뉴 코나 하이브리드가 요즘
출고하면 2달만에 나온다니까
7개월 이상 걸리는 니로 하이브리드를
디 올 뉴 코나 하이브리드 대신 살 필요가 전혀 없다.
XM3 E-TECH도 납기가 그리 짧지 않으니
굳이 살 이유를 나는 하나도 찾지 못하겠다.
XM3 E-TECH 하이브리드는 역시나
르노삼성이 안 되는 이유를 고스란히 또 담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판매량도 그저 그런 수준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참 바보들이다.
쌍용차가 2023년 3월 역대급 월간 판매량을
갱신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것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 아직도 없나? 없으면 큰 문제인데.
토레스라는 단일차종이 6595대나 팔리면서
월 판매량이 8904대를 기록하며 대박을 쳤다.
반면 르노삼성은 내수 시장에 2636대를 팔면서
쌍용의 3분의 1도 못 되는 처참한 수치를 기록했고.
그 중 XM3는 겨우 964대, XM3 E-TECH 하이브리드는
161대밖에 되지 않아 포르쉐 파나메라와 동일한 판매량(!).
이 정도면 완벽하게 실패했다고 할 수 있다.
솔직히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은 QM6에 더 시급한데
QM6(르노 콜레오스)는 거의 대한민국 내수에서만
팔리는 차량이라, 수출 없으면 죽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르노삼성 입장에서는 아르카나 하이브리드 수출 탓에
XM3 E-TECH 개발을 서두를 수 밖에 없었겠지.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늦기도 늦었고
나온 결과물은 역시나 소비자들의 선호와 동떨어졌으며
기존 단점을 답습함과 동시에 가격까지 미쳤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내가 좋은 소리를 해줄 수 있을까.
그동안 인터넷에서 르노삼성이 나쁜 정비성과
심한 감가 및 각종 부풀려진 문제점들로 인해
지나치게 까이는 것에 대한 억울함을
더러 토로했던 것이 이제 아깝게 느껴질 정도로
이 회사는 자신들의 목숨줄을 스스로 끊는 중이다.
물론 결정권을 가진 인간들이 문제니까
회사가 이 모양으로 돌아가는 것일테고,
현업자들과 이야기해보면 그들 역시
답답한 것은 매한가지이나 어쩔 수 없다.
XM3 E-TECH 하이브리드.
다시금 강조하지만
사지 마세요.